▲물 마시는 사슴 형상(사진=변용도 동년기자)
8월 초순 찜통더위를 피하려 소리산(小理山, 479m, 경기도 양평군) 계곡 나들이를 하였다. 카메라는 무거워도 빠뜨리지 않는 필수품. 높은 산은 아니었으나 무더위로 정상 오르기를 포기한 채 계곡의 물가 그늘진 바위에 걸터앉았다. 잠시 뒤 눈에 들어오는 장면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다.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 위에 걸쳐 쓰러진 마른 나무 둥치와 나뭇가지가 마치 물을 마시는 동물 형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시각과 촬영 위치를 달리해가며 살폈다. 그래 그 모습이구먼~ 앞다리를 쭉 뻗은 채 목을 내밀고 물 마시는 사슴 형상과 비슷했다. 다시 보아도 그렇다. 목이 길어 슬픈 사슴. 뿔 잘린 흔적, 까만 눈(目), 물을 마시는 주둥이도 뚜렷하다. 게다가 옆으로 휘어진 나뭇가지 또한, 아래로 쏠리는 몸무게를 받쳐주듯 땅을 짚고 있는 오른쪽 앞다리를 연상하게 했다. “물 마시는 사슴”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몰입이다. 소소한 물체에서 사슴을 닮은 형상의 사진 한 장을 만들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복사가 아니라 A를 B로 보는 시선과 자기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예술의 한 분야다. 취미도 재미가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 일상에서 남다른 사진을 만드는 일도 사진 취미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