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영작이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 다른 영화에 밀려 별로 주목받지 못한 영화이다. 제목부터 ‘그랜드 파더’라면 영화의 주요 수요층인 젊은 층의 관심 밖이다. 시니어들도 77세의 박근형이 나오는 느와르 영화에 별로 기대를 안 한 모양이다. 그러나 볼만한 영화이다. 외국 영화도 ‘테이큰’의 리암 니슨은 은퇴 노인으로 나온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나이든 액션 배우도 많다.
이서 감독이 만들었고 박근형, 정진영, 고보결이 나온다. 박근형은 설명이 필요 없는 대배우이다. 날카로운 눈매와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배우이다. 정진영은 늘 왕이나 좋은 배역을 맡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악역을 맡았다. 고보결은 17살이라는데 눈빛이 좋아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이다.
리암 니슨이 나오는 ‘테이큰’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우리 노인들도 액션 영화에 출연할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박근형이 체력적으로 다소 힘들어 하지만 통쾌한 복수를 하는 데는 모자라지 않다. 외국영화의 시니어 주인공은 젊은 시절 특수부대 출신이 많다. 그래야 단번에 여러 명의 악당들을 처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에서는 과거 사냥꾼 경력, 월남전 참전 용사의 스펙을 부여했다. 그만하면 떨어지지 않는 스펙이다.
일찍부터 떨어져 살던 아들이 갑자기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광(박근형 분)이 장례식장에 가 본다. 장례식장에서 인사를 나눈 정진영과 일파가 어쩐지 불량스러워 보였다. 아들이 일하던 건축회사 사장이다. 월남 전 때 베트콩과 양민을 구별하던 날카로운 육감이 스쳐간다. 아들은 이미 화장까지 마쳤지만, 자살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담당 형사에게 재수사를 호소하지만 귀찮은 일을 다시 꺼낼 리 없다. 기광은 자기 방식대로 하겠다며 복수에 나선다.
손녀딸이 비행소녀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비탄한다. 자신이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정이 깨지고 아들 부부도 그 모양이 되었다.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그 원인제공자가 자신임을 알고 있고 손녀도 그 때문에 기광을 사람 취급을 안 한다. 그러나 혈육의 정은 뜨겁다. 손녀를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야 할 책임을 느낀다. 얼마 안 남은 자신의 생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를 결심하게 한다.
노인이 무서운 건 겁나는 게 없다는 것이다. 살만큼 살았으니 삶에 대한 미련도 없다. 사장아들에게 발로 채이고 주먹으로 맞지만, 참을 줄도 안다. 그러나 장도리 휘두를 힘은 있다. 엽총의 방아쇠를 당길 힘도 있고 배짱도 있다.
자본주의는 돈을 숭상한다.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할 것이라며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돈이 필요해서 악의 소굴에 스스로 뛰어들었다며 책임을 전가하지만 미성년자는 어른들이 보호해 줘야 할 대상인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앞자리에서 본 부부가 “그 여자도 쏴 죽였어야 했는데..”하며 분노를 표했다. 느와를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선악에 대한 호볼호가 분명한 모양이다. 내 생각도 그렇다. 나쁜 인간들은 다 죽였어야 시원했을 텐데 말이다. 느와를 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대표작 와 가 한 무대에 오른다. 두 작품은 노령화, 치매, 빈 둥지 증후군, 우울증 등 현대사회 중·장년이 겪는 사회적, 심리적 증상들에 대해 다룬다. 다른 해에 발표됐던 작품이지만 닮은 부분이 많은 점에 착안해, 하나의 무대에서 주중에는 번갈아가며 공연하고 주말에는 연이어 상연한다. 독특한 점은 는 박정희, 는 이병훈이 연출을 맡아 여자가 바라본 아버지, 남자가 바라본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다. 두 연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출하며 아버지/어머니가 가장 생각났을 때
[이병훈] 어렸을 때 효자상도 받고 해서 그런지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를 연출하면서 그동안 내가 과연 어머니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동물적 사랑도 느낄 수 있었고, 자식을 향한 집착이나 다 큰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비극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무서운 박탈감, 집착 그리고 사랑의 한계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박정희] 작품 후반부에 아버지 앙드레와 안느가 얘기하면서 간병인 로라를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앙드레는 로라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즐거워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아버지가 생각났다. 여행을 많이 다니셨던 내 아버지는 출발하기 전이면 큰 기대감으로 즐거워하셨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면 가족과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열곤 했는데, 그러한 아버지와 앙드레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많이 겹쳐졌다.
의 윤소정/의 박근형 두 배우와의 호흡이 어땠는지
[이병훈] 연습 초반에는 윤소정 선생님과 서로 스타일이 달라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작품을 하며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은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연습이 진행될수록 윤소정 선생님은 소탈하고 겸손한 분이라고 느꼈다. 자신의 약점을 듣고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소위 ‘쿨’하게 받아들인다. 뿜어내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그것은 지적인 이해보다는 본능적인 감각과 즉흥적인 에너지에서 나온다. 그런 선생님의 연기술을 이해하며 좀 더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됐다.
[박정희] 박근형 선생님과의 호흡은 좋았다. 코멘트를 받으면 꼭 실행하고 더 발전하기도 했다. 앙드레라는 역할에 대해 창조적으로 해석하며, 능동적으로 연습에 참여했다. 원로배우이시지만 영리한 배우라고 느꼈다.
중·장년 관객이 공감할 만한 부분
[이병훈] 중년에 찾아오는 ‘빈 둥지 증후군’을 겪는 어머니의 삶의 비극성을 그려낸 작품인 만큼, 어머니 자신들의 사랑과 좌절을 통해 의타적 삶에서 주체적 삶으로 바뀌어 가기를 희망한다.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가족들에서 발견하는 우리 어머니들이 자식을 떠나보내고 삶의 허망함에 맞닥뜨렸을 때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 우리는 살면서 ‘나’를 주장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타인들과의 관계도 자기중심적으로 맺는다. 하지만 ‘나’라는 정체성은 ‘기억’이라는 모래 기둥처럼 부실한 발판 위에 세워진 건물과 같다. 기억은 뇌가 노화되거나 병들면 점차 사라지고 기억을 잃는다는 건 한 사람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정체성’이라는 허상을 깨닫고 가족과 함께 사랑으로 채워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작품이 치매를 다루긴 하지만, 공연의 메시지는 충분히 철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일정 8월 14일까지 장소 명동예술극장 연출 박정희, 이병훈 출연 박근형, 윤소정 등
1980년대, 이윤택(李潤澤·64·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칼을 갈 듯 날카로운 기운으로 연극계 안을 찢고 등장했다. 부산에서 극단 ‘연희단거리패’와 함께 연극을 시작한 이윤택. 맹렬한 전투력으로 1990년대 서울 연극 중심에 깃발을 깊숙이 꽂더니 ‘이윤택’ 아니면 볼 연극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판세를 뒤엎었다. 무대와 객석을 호랑이처럼 맨발로 뛰어다니며 연출하던 모습은 늘 뇌리에 남아 있다. 21세기를 앞두고서는 새로운 연극의 뿌리를 내려 보겠다며 이윤택은 고향 땅으로 훌쩍 떠나 버렸다. 최고로 기 센 사람이라 여겼던 그는 지금,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백발(白髮)의 방랑자로 풀밭 위를 걷고 있다.
이윤택은 6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연극 연출가로 살고 있다. 독자에게는 강부자의 (이하 오구)이나 손숙의 가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작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부산을 기반으로 1990년대 서울 연극계를 점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만들며 얻게 된 ‘문화게릴라’라는 별명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을 듯싶다. 지역 곳곳에서 거의 매일 정신없이 무대가 올라가기 때문에 좀처럼 인터뷰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6월의 첫날, 그것도 오전 시간이 괜찮다는 말에 새벽같이 일어나 한참을 차로 달려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본거지 도요창착스튜디오(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로 이윤택을 만나러 갔다.
한창 서울에서 연극을 하다 작정하고 밀양연극촌(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으로 연희단거리패가 찾아 들어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17년 전 일이란다. 도요로 옮긴 지도 7년이 됐다. 현재 밀양에는 30여명 도요에는 40여명의 단원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적한 시골에 젊은이들이 많이 있는 것 또한 진풍경이었다.
올해로 제16회를 맞이하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7·27~8·7) 주제는 바로 ‘연극, 지역에 뿌리를 내리다’. 실제로 지역에 연극이 제대로 뿌리를 내렸는지 궁금했다.
“여름이 되면 한국연극의 장이 밀양으로 넘어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연극이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 근래에 한국 연극계 전체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첫째는 시대적인 어려움이죠. 즉, 20세기가 인문주의가 중심이었다면 21세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입니다. 두 번째는 서울의 대학로가 예전에는 연극인들이 모이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대단한 상업지구로 바뀌어 버렸어요. 마산, 거창. 춘천, 안동, 과천 등의 지역 연극축제가 없어졌습니다. 과천은 경마축제가 됐고요.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밀양시와 협업이 아주 잘 되고 있습니다. 올해 참가팀을 보더라도 오태석, 박정자 같은 원로들부터 박근형, 임형택. 극단으로는 백수광부, 청우, 골목길, 목화 등이 참여합니다. 대학극 수준도 상당히 높아져서 경복대학은 정약용을 주제로 한 창작 역사 뮤지컬 을, 서울예대는 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손주에 대한 사랑은 표현하지 않아도 조부모 얼굴에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맛있는 것을 해주는 것도 모자라 선물공세를 하기도 하고, 우악스럽게 볼을 부벼보기도 한다. 여기 또 다른 방식으로 손주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록 유산형
손주와의 추억이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 사람도 있다. 손주를 병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첫걸음마를 뗐을 때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런 것들을 후에 손주들이 봤을 때 할머니·할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할까? 손주와 조부모의 관계에서 육아일기는 뜻 깊은 역사 기록물임에 틀림없다.
이계진 前 아나운서·前 국회의원
이계진은 첫 손자 규성이와 둘째 손자 지한이와의 일상 이야기를 (하루헌)라는 책에 담았다. 병원에서 처음 손자를 만난 것부터 숨바꼭질을 했던 에피소드, 그리고 사진을 보고 손주들을 그리워하는 내용까지 그때마다 느꼈던 감회를 육아일기 형식으로 풀어냈다. 두 손자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쓴 책과 사진들을 본다면 할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초혜 시인
한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현대문학상에 빛나는 김초혜 시인의 손주 사랑도 유별나다. 김씨는 365일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첫 손자를 위해 편지를 썼다. 이 내용을 담은 (시공미디어)라는 책에서는 손자 재면이에 대한 김씨의 잔잔하지만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조정래 작가
김초혜 시인의 남편인 소설가 조정래씨도 손자와 그 친구세대를 위해 위인전을 펴냈다. (문학동네)는 조씨가 직접 인물을 선정하고 쓴 시리즈물이다.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큰 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식증여형
손자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주식을 직접 증여하는 방법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 돈이 최고야’라는 뜻보다 어렸을 때부터 투자가 뭔지 체험하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먹이를 직접 주는 것보다 먹이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손주를 위한 장기 금융투자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지난 2월 4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취임 간담회 겸 신년회에서 화제가 된 것은 그의 특별한 손주 사랑법이었다. 그는 손주의 100일 기념 선물로 600만원어치 주식을 선물했다. 현재 저평가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할 만한 우량기업 3개사를 골라 200만원씩 손주의 이름으로 투자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이것으로 차후 대학 등록금도 챙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태어난 지 100일 만에 600만원을 갖게 된 셈이지만 할아버지의 애정은 그 10배, 100배다.
◇무장 해제형
자고로 손주는 인꽃이다.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최고로 아름다운 인꽃 말이다. 그런 꽃 앞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다. 마음이 열리면 행동이 바뀐다. 주로 이런 무장해제형은 카리스마 넘치는 할아버지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임권택 영화감독
메가폰을 잡으면 호랑이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임권택. 그의 카리스마도 손주 앞에서는 와르르 무너질 때가 많다. 요즘 아이들 대세 애니메이션인 ‘로보카 폴리’의 캐릭터 이름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 자식 앞에서는 한 번도 애교를 부려 본 적도 없는 그가 손자와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무뚝뚝한 할아버지도 무장해제시키는 것이 손자의 힘이다.
박근형 배우
배우 박근형은 아들과 있을 때와 손자와 있을 때의 행동이 180도 다르다. 아들과 있을 때는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손자와 있을 때는 ‘룰루’라는 애칭을 부를 정도로 사르르 녹는다. 최근 한 방송에서 아들 윤상훈(예명)은 박근형이 손주한테 너무 전화를 자주해 손주가 받자마자 “왜요?”라고 대답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윤일봉 배우·前 영화진흥공사장
사위인 배우 엄태웅과 딸 윤혜진의 혼전 임신 사실을 알고 엄태웅에게 괘씸하다며 버럭 화를 내던 윤씨. 그때 손녀 지온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사위 앞에서는 위엄있는 장인어른이지만, 손녀가 눈을 맞추고 웃음 지을 때 머리가 개운해지고, 편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그는 영락없는 무장해제형 할아버지다.
글 영화평론가 윤성은
강제규는 (1996), (1998), (2003) 등으로 한국영화계의 큰 이정표를 세운 감독이다. 하지만 명성에 비할 때, 강제규 감독의 연출작이 몇 편 안 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는 (2011) 이후 약 3년 반 만에 개봉되는 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로, 액션이 빠진 순수 멜로드라마다. 작년 가을, (단편)에서 보여준 그의 촉촉한 멜로 감성이 이번에는 아기자기한 유머와 함께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에게로 옮겨간다.
까칠한 성격의 70세 ‘성칠’ 앞에 외모도 마음씨도 고운 ‘금님’이 나타나면서 스크린에는 봄바람이 살랑댄다. 처음에 성칠은 퉁명스러운 태도로 일관하지만 늘 친절하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금님에게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금님이 저녁 식사를 제안하자 성칠이 장수마트 사장으로부터 꼼꼼하게 데이트 지도를 받는 장면에서는 절로 웃음이 난다. 사랑 앞에선 누구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해지는 법. 성칠과 금님의 만남은 모든 싱글들의 연애 세포를 깨워줄 만큼 풋풋하고 설렌다. 산뜻한 파스텔톤 의상을 입고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과연 지금부터 ‘백년해로’할 수 있을까?
(2014)에서 76년째 연애 중인 어르신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던 게 불과 한두 달 전이다. 비현실적일 만큼 순애보를 간직한 노부부가 인스턴트식 사랑에 길들여진 젊은이들과 권태기에 빠진 중장년층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는 여느 두 남녀의 보편적 연애에 노인의 특수성을 결합시킴으로써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자아낸다. 사랑에 어찌 장애가 없고 고통이 따르지 않겠는가. 그래도 화창한 봄에는 역시, 새콤한 러브 스토리 한 편이 필요하다.
일정 2015년 4월 9일 개봉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감독 강제규
출연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문가영 등
제작 ㈜빅픽쳐, CJ 엔터테인먼트
‘야~ 야~ 야~ /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 느낌도 하나요 /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가 방송에서, 길거리에서 울려 퍼진다. 한국갤럽이 2014년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한국인 애창곡’ 1위로 선정된 곡이다. 10~20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엑소를 비롯한 유명 스타 가수들의 노래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젊은이들의 다양한 사랑이 스크린을 장악한 가운데 4월에 눈길 끄는 영화가 있다.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다. 박근형과 윤여정이 장년의 설레는 사랑을 그린다. 중장년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점차 늘고 있다. 20~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MBC ‘전설의 마녀’를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가 중장년의 멜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인생 이모작이 일상화되고 중장년층의 물리적 나이 조정이 필요한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요즘 변화된 대중문화의 단면들이다. 최근 들어 중장년의 사랑과 연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랑과 연애는 나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늘 관심과 설렘을 촉발한다. 사랑과 연애의 설렘은 이상적인 데이트 상대로 구체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중장년이 데이트하고 싶은 이상적인 유명인은 누구일까. 중장년 여성들은 탤런트 최불암(75)을, 중장년 남성들은 연기자 박정수(62)를 가장 데이트하고 싶은 이상형 1위로 꼽았다.
최불암은 잘생긴 장동건도, 국민배우 안성기도, 그리고 영원한 청춘스타 신성일도 제쳤다. 박정수는 섹시한 김혜수도, 단아한 이영애도, 그리고 빼어난 미모의 김태희도 눌렀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가 지난 1월 중장년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장년이 데이트 하고 싶은 유명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꼽은 데이트 하고 싶은 인물로, 최불암 뒤를 이어 박근형(75)이 2위를 차지했고 노주현(69)과 안성기(63)가 공동3위, 그리고 신성일(77)과 이덕화(62) 순이었다. 조각미남으로 알려진 장동건(44)과 자상하고 멋진 차인표(48)는 각각 7위와 10위에 머물렀다.
중장년 남성들이 데이트하고 싶은 여성으로 박정수가 첫 손에 꼽혔고 다음은 김혜수(45), 김희애(48, 공동2위), 이미숙(55, 4위), 강부자(74), 고두심(64), 사미자(75),이영애(44, 공동 5위) 순이었다.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김태희(35)는 9위에 머물렀다.
중장년 남녀에게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 1위로 꼽힌 최불암과 박정수는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1위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
그렇다면 최불암과 박정수는 1위에 오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중년 여성들에게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 1위로 꼽힌 최불암은 “연기자로서 살아온 50여 년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야비한 역할을 하지 않고 악한 캐릭터보다는 착하고 자상한 남자나 권위 있지만 강압적이지 않은 아버지 역할을 주로 했기 때문일 것 같다”며 극중 캐릭터로 유발된 이미지를 1위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최불암은 “아내(중견 연기자 김민자)와의 오랜 시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도 데이트 이상형 1위 선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며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짓는다.
중년 남성들이 가장 데이트하고 싶어 하는 박정수는 “매력적인 여자 스타들이 많은데 솔직히 내가 왜 1위에 올랐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아마 억척스러운 배역보다는 품위 있고 단아한 분위기의 캐릭터를 많이 맡은 때문인 것 같다. 캐릭터와 저를 연관시켜 1위로 꼽아준 것으로 보인다”며 드라마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정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의 외모나 행동을 보면서 여전히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 것도 설문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고 했다.
작업을 함께 하는 동료 연기자들이 생각하는 최불암과 박정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원일기’ 등 수많은 드라마에서 부부로 나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 최불암의 아내로 오해까지 하는 김혜자는 “소탈하고 편한 외모에 늘 한결같은 심성과 믿음직스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을 위한 헌신 등이 최불암씨의 강점이자 매력이다”고 설명했다.
박정수와 함께 1972년 MBC 5기 탤런트로 함께 연기를 시작했고 최근 방송에서 “40년 동안 박정수를 짝사랑했다”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던 이계인은 “박정수씨는 세월이 비켜 간 듯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외모와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좋다. 박정수 씨는 남자가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여린데 이것이 남성들에게는 연애 감정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중장년들이여,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에 아내와 남편을, 그리고 연인을 사랑하며 설레는 감정을 다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승근의 노랫말처럼 사랑에는 나이가 없고 지금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이기에.
리스본 꽃할배
꽃할배들이 논쟁 끝에 리스본 여행을 포기했다.
28일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 스페인 편에서 꽃할배들은 리스본까지의 여정 설명을 듣던 중 6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얘기에 리스본에 갈 것인가에 대한 토론에 돌입했다.
이에 박근형은 운전을 해야하는 이서진을 생각해 "서진이가 너무 부담 된다"며 반대에 나섰다. 이어 백일섭도 "너무 오래 걸린다"며 박근형의 의견에 동조했다.
신구는 이런 기회가 아니면 못 간다는 생각에 찬성에 표를 던졌지만 이순재는 결국 "리스본은 포기하자"고 결정했다. 이어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누구 하나라도 불편하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결국 신구는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지만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리스본 꽃할배 소식에 네티즌들은 “리스본 나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신구 아저씨 무척 아쉬워 하네”, “리스본 좋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나영석 PD가 ‘꽃보다 할배’를 향한 지적에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스페인 편’의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가 5일 서울 마포 노고산동 토즈 비즈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나영석 PD는 이날 행사에서 프랑스 파리, 스위스 그리고 대만에 이어 이번에 떠난 스페인 편 여행기를 둘러싸고 ‘관광과 여행의 경계에 걸쳐 불분명 하지 않나’라는 지적에 대해 견해를 언급했다.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가 처음 출발할 때는 그 경계가 없었다. 나이 드신 선생님들이 좋은 문물을 구경하시면 좋고, 서로 간의 관계도 깊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3탄에 들어오면서 제작진도 관광과 여행 사이 ‘꽃보다 할배’ 콘셉트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저희의 모토는 늘 ‘선생님들(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을 위한 것’이었다. 원래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재밌게 해야 되는건데, 그게 아니라 선생님들이 재밌어지면 자연스럽게 시청자도 몰입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이유라면 여행의 방점을 찍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 PD는 “관광이 ‘이게 좋네’라고 하면서 예쁘게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꽃보다 할배’ 팀이 추구하는 노선은 그런 부분이 약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서 느끼는 평범한 감성들을 ‘꽃할배’에게 더 많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이 여행을 하는 동안 다투기도 하고, 힘들어서 지쳐 쓰러지기도 하고, 서로 도와주며 일으키기도 하고, 계획이 틀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시청자도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꽃할배’들도 좋아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느슨한 방송 흐름으로 지루함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통의 여행이라는 게 실제로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몇 번의 감정소모와 감동으로 이뤄어진다. 제가 만일 3~4년 전의 버라이어티를 만들었으면 더 많은 양념을 뿌리고 설정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더 ‘재밌는 콘텐츠’ 보다 ‘더 자연스러운 콘텐츠’를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지금의 제 욕심이다.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그 지루한 게 자연스러움이고, 그러면 보는 분들도 ‘나도 저랬는데’라며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7일 첫 방송될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짐꾼 이서진이 스페인으로 떠난 배낭여행기를 담아낸다.
나영석 PD가 ‘꽃할배들’의 스페인 편 관전 포인트 세 가지를 공개했다.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스페인 편’의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가 5일 서울 마포 노고산동 토즈 비즈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나영석 PD는 열흘 간 떠난 스페인 여행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첫 번째로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펼쳐내는 풍광을 언급했다. 그는 “우선 여행지가 달라졌다. 스페인의 풍경이 포인트가 될 것”이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바르셀로나는 천재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기 때문에 안방에서 시청자들이 그 모습을 보실 수 있고, 멋진 광경을 보고 놀라는 ‘꽃할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영석 PD는 두 번째 관전 포인트로 ‘중급 배낭여행’이라는 콘셉트를 이야기 했다. 나영석 PD는 “더욱 빠듯해진 스케줄 속에서 리더로 나선 사람이 있는가 하면, 투정을 부리는 사람, 적응하는 사람들이 각기 있었다. 또, 그 안에서 다투고 화해하는 등 깊어진 감정선과 상황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감정선이 드러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나영석 PD는 마지막 관전 포인트로 “‘꽃보다 할배’ 제작진과 이서진의 ‘밀고 당기기(밀당)을 넘어선 모든 걸 내려 놓은 아귀다툼”이라고 밝혔다. 나 PD는 “서로 체면이나 예의를 지킬 필요도 없고, 이서진 입장에서는 할아버지들을 편하게 모시기 위해 제작진에게 뭐든 빼앗으려고 했다. 우리는 방송의 규칙이 있기에 이서진의 전략을 지켜보려고 했다. 제작진과 이서진의 대결이 난투극 수준이었고, 분량도 예상 외로 많이 나올 것이다”고 짚었다.
7일 첫 방송될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짐꾼 이서진이 스페인으로 떠난 배낭여행기를 담아낸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꽃보다 할배’에 대한 5060세대의 생각은 어떨까. 꽃보다 할배는 원로배우 4인방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에 젊은 짐꾼 이서진이 함께 배낭여행을 떠나는 컨셉의 TV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www.bravo-mylife.co.kr)는 사이트 오픈을 기념해 한길리서치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전국의 50~60대 성인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50·60대 생활 의식’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4.35%P) 결과를 발표했다.
‘꽃보다 할배 프로에서 가장 인상 깊었거나 공감하는 것’는 질문에 5060세대는 ‘꾸밈없는 일상’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배우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것이 인기의 비결임을 보여준다. 이어 ‘거침없는 행동’ 15.0%, ‘지혜와 통찰력’ 13.8%, ‘솔직한 입담’ 13.0%의 순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열풍이라고 할 만큼 큰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임에도 ‘프로를 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가 38.7%에 달했다는 점이다. ‘배우자와 동거’를 하는 쪽(35.8%)보다 ‘배우자와 비동거’하는 쪽(55.4%)에서 프로를 본적이 없다는 답변이 많았다.
꽃보다 할배 프로를 본적이 있는 5060세대는 본인 또는 파트너로 마음에 드는 할배 스타일로 ‘구야형 신구’(2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로맨틱 가이 박근형’(25.4%), ‘직진순재 이순재’(24.1%), ‘섭섭이 백일섭’(23.2%) 등도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로맨틱 가이 박근형’은 남성(19.9%)보다는 여성(31.3%)이 높은 호감을 나타냈다. 불평을 쏟아내는 캐릭터인 ‘섭섭이 백일섭’은 경제적 생활수준이 낮을수록(상 12.9%, 중 22.5%, 하 29.3%) 마음에 든다는 비율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