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70세면 어때, 봄날에는 연애를!

기사입력 2015-04-03 09:10 기사수정 2015-04-03 09:10

추천 영화 <장수상회>

▲영화 <장수상회>의 한 장면

영화평론가 윤성은

강제규는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8), <태극기 휘날리며>(2003) 등으로 한국영화계의 큰 이정표를 세운 감독이다. 하지만 명성에 비할 때, 강제규 감독의 연출작이 몇 편 안 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장수상회>는 <마이 웨이>(2011) 이후 약 3년 반 만에 개봉되는 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로, 액션이 빠진 순수 멜로드라마다. 작년 가을, <민우씨 오는 날>(단편)에서 보여준 그의 촉촉한 멜로 감성이 이번에는 아기자기한 유머와 함께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에게로 옮겨간다.

까칠한 성격의 70세 ‘성칠’ 앞에 외모도 마음씨도 고운 ‘금님’이 나타나면서 스크린에는 봄바람이 살랑댄다. 처음에 성칠은 퉁명스러운 태도로 일관하지만 늘 친절하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금님에게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금님이 저녁 식사를 제안하자 성칠이 장수마트 사장으로부터 꼼꼼하게 데이트 지도를 받는 장면에서는 절로 웃음이 난다. 사랑 앞에선 누구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해지는 법. 성칠과 금님의 만남은 모든 싱글들의 연애 세포를 깨워줄 만큼 풋풋하고 설렌다. 산뜻한 파스텔톤 의상을 입고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과연 지금부터 ‘백년해로’할 수 있을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에서 76년째 연애 중인 어르신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던 게 불과 한두 달 전이다. 비현실적일 만큼 순애보를 간직한 노부부가 인스턴트식 사랑에 길들여진 젊은이들과 권태기에 빠진 중장년층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장수상회>는 여느 두 남녀의 보편적 연애에 노인의 특수성을 결합시킴으로써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자아낸다. 사랑에 어찌 장애가 없고 고통이 따르지 않겠는가. 그래도 화창한 봄에는 역시, 새콤한 러브 스토리 한 편이 필요하다.


▲영화 <장수상회> 포스터



<영화 정보>

일정 2015년 4월 9일 개봉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감독 강제규

출연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문가영 등

제작 ㈜빅픽쳐,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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