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들이 노령인구(만 65세)로 편입되기 시작하는 올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책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은 6월 2일,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4년부터 6차에 걸친 그간의 조사들은,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노후 설계와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생산직 일자리로 재취업한 42명의 베이비부머를 표본으로 선정한 후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의 심층 인터뷰 결과와 변화를 분석했다. 또 사례 분석을 통해 인생 후반기의 삶을 위한 요소들을 밝히고 만족스런 삶의 공통된 특징들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사례들
사례자 A(62세) 씨는 대기업에서 26년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직한 후, 공사 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를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재취업했다. 그는 “정년퇴임 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라는 온실을 잊고 근로의 가치를 신성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생활철학을 바꾼 뒤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B(59세) 씨는 반도체 제조업 회사인 대기업에서 30년간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해외법인 CFO로 근무하다 두 차례 임원 승진에서 밀려난 뒤 퇴직했다. 이후 2015년부터 혼자 스몰비어 호프집을 창업해 4년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꼭 돈이 많아야 행복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돈은 기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만 벌면 된다고 마음먹으면서 좀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투자신탁회사와 증권사에서 총무·영업직 등을 거쳐 퇴직한 C(62세) 씨는 자격증을 취득해 6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퇴직했을 때 자녀들은 아직 독립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얼마 동안은 그토록 버틴 회사에서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나와 허탈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돈 욕심도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가장의 역할을 다 하려고 노력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며 “아들이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문자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의 특성
보고서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겪은 공통된 경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퇴직에 따른 심리‧정서‧관계‧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2. 변화에 대한 적극적 수용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다.
3. 현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면서 자신을 위한 삶을 지향한다.
4. 위의 과정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존재감을 회복한다.
베이비붐 세대 중 퇴직 후 내려놓기를 잘하는 이들이 삶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 태어나 1980년대 민주화운동,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의 사회경험을 공유한 집단을 일컫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후 느끼는 삶의 만족도와 건강·경력 등을 조사하고 인터뷰한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지난 8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특성은 △퇴직에 따른 심리‧정서‧관계‧경제적 위기 회복 △내려놓음(변화와 수용) △주체적인 삶의 목표 설정과 실천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운데 본인을 위한 삶을 지향 △존재감(쓸모 있음과 인정 욕구) 회복 등이다.
김은석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퇴직을 전후로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며 “하지만 인식의 전환과 깨달음, 학습과 성장, 일이나 활동을 통한 보람과 의미 추구 등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쓸모 있음’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그만큼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는 생계유지 측면에서의 취업 및 직업훈련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나, 행복한 노후와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는 고용-교육-복지의 긴밀한 연계 아래 이들의 ‘손상된 존재감 회복’을 지원하는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성별·학력·주된 일자리 경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42명의 표본을 선정한 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의 심층 인터뷰 결과와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은퇴 후 집에서 세 끼를 모두 챙겨먹어 아내의 눈치를 보는 남편. 이른바 ‘삼식이’가 변하고 있다.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보다 가정간편식(HMR)을 활용해 직접 식사를 챙기는 ‘오팔 세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오팔 세대는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고령화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최근 한돈 대표 브랜드 도드람이 30~50대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HMR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50대 전체 비율 중 55.5%가 HMR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HMR 제품에 대한 향후 구매 빈도 예상 조사에서는 50대의 35.5%가 현재보다 자주 살 것이라고 답변하며 30~40대보다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HMR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시니어 세대와 다른 오팔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오팔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배움에 대한 열망과 도전 정신이 강해 새로운 문화와 제품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오팔 세대가 최근에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신선식품 전문 배송업체 마켓컬리에 따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5월 18일까지 50대, 60대 회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122% 증가했다. 50대 이상 회원의 매출은 120%가 늘었다. 50대 매출 증가율은 113%, 60대 매출 증가율은 160%로 집계됐다. 50대보다 60대 이상 회원의 증가율도, 매출도 더 높은 수준이다.
50~60대는 주문건수에 비해 매출 비중도 더 높았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주문건수는 20~30대가 많지만, 매출은 50~60대가 더 많고 50대보다도 60대가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구매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 메뉴는 ‘아메리카노’인 것으로 나타났다. 1958년 전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는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고도 불린다.
최근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연령대별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커피는 아메리카노(41.4%)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믹스커피(21%)로 조사됐다.
X세대(1975∼1984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5∼1996년생)는 1위를 아메리카노, 2위를 카페라테로 꼽았다. 믹스커피보다 신선한 원두에서 갓 내린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쪽으로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 입맛이 바뀐 영향으로 분석된다.
원두커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구매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는 지난 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온라인 524%, 오프라인 12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벽한 커피 맛을 위한 모든 과정들을 원터치 기술로 구현한 유라 커피머신은 취향에 맞는 원두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전문 카페 퀄리티의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등을 비롯해 플랫화이트, 라테 마키아토, 카푸치노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유라의 신제품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커피머신, ENA8’은 총 10가지 스페셜티 커피를 원터치로 제공한다. 유라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원격 커피 추출, 레시피 설정도 할 수 있다.
유라코리아 브랜드팀 관계자는 “믹스커피를 즐겼던 과거와 달리, 최근 원두 산지·로스팅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즐기는 커피 애호가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며 “집에서도 원두커피를 본연의 맛으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가정용 커피머신에 대한 수요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통합서비스 지원사업의 노년층일자리사업 사회서비스형 선정에 따라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 2월 지자체가 전국 30개 기관으로부터 접수받은 노년층일자리사업 참여 신청자 288명에 대해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지난 11일부터 현장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베이비붐 세대의 경륜을 활용한 장기요양 맞춤형 사회서비스형사업이다. 복지부와 공단은 노년층일자리사업 예산을 활용해 일자리참여자는 수급자의 가정 등을 방문, 태그(비콘) 부착여부 확인과 복지용구 급여이용 안내문을 제공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올해에도 사회서비스형 노년층일자리사업 확대와 더불어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위해 관할 운영센터 업무담당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며 “추가적으로 사업참여를 희망하는 기관이 있는 경우 수행기관의 일자리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가 오팔(OPAL) 세대 고객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오팔 세대는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고령화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배움에 대한 열망과 도전 정신이 강해 새로운 문화와 제품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오팔 세대가 최근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하자 가전업계가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디지안은 완벽한 커피맛과 고급스러운 유라 커피머신 ‘ENA8’으로 오팔 세대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 커피머신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의 커피머신으로 불릴만큼 아이덴티티를 담은 디자인과 콤팩트한 사이즈,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돋보이는 신제품이다.
보쉬는 ‘지오라이트 식기세척기’로 오팔 세대를 겨냥했다. 이 제품은 ‘제올라이트’ 광물을 활용한 프리미엄 식기세척기로 식기의 습기와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은퇴 후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오팔 세대는 시오라이트 식기세척기를 통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LG전자는 ‘LG 트롬 스타일러’로 오팔 세대에게 다가섰다. 이 제품은 조작이 번거롭지 않고, 원터치로 코스를 설정하면 표준 모드로 30분 정도면 관리가 완료된다. 또한 의류에 묻은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의 세균과 집먼지 진드기를 99.9% 제거한다.
4·15 총선 유권자가 4399만여 명으로 확정됐다. 특히 시니어 유권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21대 총선 유권자 숫자는 4399만4247명으로 4년 전 총선 때보다 189만3849명 늘었다.
가장 많은 증가 폭을 보인 연령층은 베이비붐 세대인 60대로 나타났다. 2016년 총선 때 520만여 명이었던 유권자가 124만여 명 증가한 644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70대 이상 유권자도 463만여 명에서 557만여 명으로 늘었다. 60대 이상 유권자 수가 1200만여 명을 돌파한 것이다.
총유권자 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이들 시니어 세대의 표심이 이번 총선의 결과를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수도권 등 접전 지역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 세대 유권자의 ‘힘’은 ‘총선 관심도 및 투표 참여 의향 조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29세는 60.4% △30대는 75.6% △40대 84.4% △50대는 80.3%로 집계됐다. 60대와 70세 이상은 이를 상회하는 수치인 86.6%, 90.9%로 각각 조사됐다.
한편 ‘총선 관심도 및 투표 참여 의향 조사’는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5%포인트다.
요즘 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시니어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의 모든 삶을 희생했다면, 요즘 시니어는 스스로의 인생에 충실하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자녀의 미래를 지원하면서도, 젊은 감성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오팔 세대’라 불리는 이들 시니어의 우아한 인생을 들여다봤다.
요즘 시니어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전쟁과 혹독한 불경기가 지난 뒤 태어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시니어 삶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옛 시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지원하고 응원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덕분에 이전 세대와 달리 풍요로운 노후를 즐긴다. 이들은 1958년 전후에 출생해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고도 불린다.
오팔 세대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오팔처럼 화려한 인생을 즐긴다. 자신을 가꾸고,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남은 노후를 우아하게 장식한다. 은퇴 전의 삶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목적이 강하다. 희소가치가 높은 것을 모으거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화려한 문화·예술활동을 즐기고, 재충전을 위해 호화스런 여행을 떠나거나 거친 레포츠에도 뛰어든다.
◇이제 한정판 구입도 거뜬하게
한상민(61세) 씨는 캠핑 마니아이자 한정판 수집광이다. 캠핑과 관련된 한정판 제품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비교적 저렴한 ‘실리웨어 티타늄 코펠세트’부터, 고가의 ‘힐레베르그 케론4GT’ 텐트까지, 최근 2년간 60여 개의 한정판 캠핑용품을 모았다. 최근에는 20만 원대 ‘조커 사냥용 나이프’ 한정판과 캠핑용품은 아니지만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구성된 297만 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한정판’ 수집은 대체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내에 없는 상품은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고, 판매가 완료된 상품은 온라인 중고카페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옛 시니어들은 일반적인 수집을 취미로 즐기긴 했어도 한정판을 모으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정판 수집이 시니어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천연 원석 모으는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원석은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모양 때문에 희소성이 꽤 높다. 보석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보석 가격이 워낙 비싸서 그런 것이지, 원석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것은 아니다. 주로 파워스톤으로 사용되는 천연 화산암과 흑요석 같은 몇만 원짜리 원석부터 20만 원 안팎의 가넷 원석이 거래되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육박하는 다이아몬드 원석도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원석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정선 대표는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찾는 젊은 여성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나이 든 손님이 많이 방문한다”며 “시니어 손님들은 인체의 치유와 균형에 도움이 되는 원석을 집 안에 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수정이 방출하는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논문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자수정을 사용해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사람이 내뿜는 기운이 다른 것처럼 원석도 각기 다른 파장을 방출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안목 기르려고 공부하다
정순철(62세) 씨는 정년퇴직을 한 3년 전부터 그림 경매 일정을 꼼꼼히 체크한다. 만족스러운 작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부족하면 오히려 제값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규모가 좀 작은 옥션에서 위작인 줄도 모르고 사서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옥션 구매를 하지 않는 날이면 전시회를 가거나 미술품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은퇴 후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었다.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쉽진 않지만, 퇴직 후 여유가 생긴 터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시니어들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짜리 작품을 관심 있게 살펴보는데, 작품 값 외에도 15~20%의 구매수수료와 특송을 통한 배달료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더 따진다. 감동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귀는 어두워질수록, 더 좋은 음질을 원한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시니어들이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점점 떨어지게 마련인데, 좋은 음질의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용 리스닝룸을 만들어 오로지 감상에만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후자에 속한다. 오디오를 즐기는 시니어는 좋은 음질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구성을 늘 고민한다. 오디오를 취미로 삼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뱅앤올룹슨’의 무선 스피커 하나의 가격은 무려 270만 원에 달한다. 하이파이(Hi-Fi) 오디오의 구성 장비 중 하나인 파워앰프의 경우 미국 ‘제프롤런드’ 제품은 3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하이파이 오디오 구성 장비인 CD플레이어와 프리앰프, 파워앰프, DA컨버터, 튜너, 스피커 등을 모두 장만하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기존 기기보다 두 배 더 비싼 장비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음질이 두 배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디오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취미로 꼽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은 수백~수천만 원을 들여 원음의 재현율을 0.1%라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단체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욕이 넘치는 요즘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자유 여행에 큰 관심을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정신없이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보다 직접 계획을 세운 뒤 떠나는 걸 더 선호한다. 이들은 평소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 곳에 흥미를 보이지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정에 따라 움직인다.
취향이 뚜렷한 시니어들은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초호화 기차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의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는 객실에 다다미 바닥과 전통적인 삼나무 욕조가 있다. 혼슈 동쪽 섬에 있는 온천과 고대사원 등을 방문하는 이 여행은 1인당 500만 원 정도가 든다. 또 아일랜드의 ‘벨몬드 그랜드 하이버니안’ 열차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더블린, 코르크, 벨파스트를 방문하는 이 여행의 비용은 1인당 350만 원 정도다.
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은 여행도 혼자 떠난다. 일본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이 내놓은 나홀로 여행객을 위한 맞춤상품은 50~70대의 신청만 받는다.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여성 전용 상품도 있어 남성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 이 상품은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여행과 함께 사진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오팔 세대는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에 40대 안팎의 나이였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덩치 큰 DSLR보다 작고 얇은 ‘미러리스’와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 디지털 카메라 조작에 익숙한 이들은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사진에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놀 줄 아는 오팔 세대
홈 파티를 열어 지인을 초대하는 시니어도 늘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쉽게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마켓컬리의 경우 ‘레시피 골라 담기’를 통해 음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다. 가정간편식(HMR) 메뉴가 다양해져 홈 파티 음식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HMR은 바쁜 직장인이나 수험생이 메인 수요층이었는데, 이제는 시니어를 위한 보양식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홈 미팅 후에는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한다. 젊은 세대의 놀이터이자 공부방 역할을 해온 이곳에 시니어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 심지어 커피숍을 찾는 시니어 손님이 늘자, 날계란이 들어간 쌍화탕을 메뉴에 추가한 곳도 생겨났다. 지역에 따라서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실버벅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들이 시니어의 아지트로 바뀌고 있다.
이외에 산악바이크나 서핑 등 짜릿한 아웃도어 활동에 도전하는 시니어도 있다. 옛 시니어들은 힐링과 휴식이 목적이었다. 반면 도전적이고 체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요즘 시니어들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긴다. 물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시니어도 많다. 이들은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몸매를 가꾸거나 체력을 단련한다.
대한민국 1호 여성 시니어 보디빌더인 임종소(76세) 씨는 “허리 협착증을 앓던 중에 근육강화 운동을 해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좋아졌다”며 “이왕 시작한 거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 결과 피트니스 대회에서 2위를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피트니스 외에도 왈츠, 탱고, 자이브 등 사교댄스를 배우고 있다”며 “매일매일이 바쁘고 즐겁다”고 덧붙였다.
시니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젊은 세대들만 즐길 것 같은 모임에도 나가고, 온라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회 구성원의 중심 축으로서 은퇴 후 삶을 즐기며, 소소한 꿈에 다가서는 시니어들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은퇴 후 어떤 모임에 나갈까. 예전엔 주로 동창회나 계모임 같은 친목 모임을 통해 구성원과의 관계를 쌓아왔다. 범위를 더 확장하더라도 정적인 모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랬던 시니어들이 바뀌었다. 새롭게 합류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만 즐길 법한 동호회에 참여하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온라인에서도 활약한다. 시니어들이 세대의 벽을 넘나들며 활기찬 노후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도 한다” 젊음을 공유하다
이른 아침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공원에 남성들이 모이더니 승용차 트렁크에서 묵직한 ‘드론’(Drone)을 꺼냈다. 평균 연령 60대의 시니어들이 뭉친 ‘실버드론’ 동호회원이다. “자~ 놀아볼까.” 회장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6명의 구성원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오전 내내 드론 조종에 푹 빠졌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취미를 즐기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12㎏이 넘는 드론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장비라 젊은 사람들만 즐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니어의 비중도 높다. TV 시청과 라디오 청취, 음악 감상, 산책, 사우나, 낮잠…. 취미라고 보기 애매한, 그리 특별하지 않은 옛 시니어들의 여가 활용법이 젊어지고 있다.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70대인 밴드도 있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탄생한 6인조 밴드 ‘딴따라 실버스타 상상밴드’의 가장 어린 멤버는 67세, 최고령자는 87세다. 대부분 미8군 트리플 에이(AAA) 출신의 전문 프로 연주가다. 평균 연주 경력 50년이 넘는 이들은 지금도 전국 무대를 누비며 노익장을 뽐내고 있다.
은퇴한 시니어들은 이제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몸을 던진다.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황규만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사무총장은 “고령층이 가진 고정관념을 버리고 젊은 감각으로 활동하는 시니어도 늘고 있다”며 “이들은 시니어와 젊은 층의 세대 차를 넘는 소통으로 더욱 활기찬 모임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물어진 벽, 세대 차를 극복하다
일요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자리한 미니카 경기장이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인다. 트랙 위에는 미니카(MINI 4WD)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달린다. “이야~ 신기록이다!”, “나 따라 오려면 아직 멀었다.” 30대 청년과 60대 시니어의 대화다. 미니카 동호회 ‘번개’ 회원인 두 사람은 나이 차가 30세를 넘지만, 이 순간만큼은 또래 같다.
이곳에는 6세 꼬마 아이부터 6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온다. 나이 차로 인한 거리감은 한 치도 없다. 이들은 오로지 미니카에 집중한다. 경기장을 찾은 한 미니카 동호회원은 “트랙 위에선 누구나 동등한 경쟁자라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니카는 누군가에겐 장난감이지만 이들에게는 인생을 즐기는 평생 놀이였다.
조립 완구나 피규어 등의 장난감을 즐기는 어른이 늘면서 ‘키덜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올 초 조립식 프라모델과 피규어 등 키덜트 완구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2% 올랐다. 또 60대 이상 연령대의 매출도 매년 성장세를 보인다는 게 티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나이가 들어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피규어를 받기 위해 어린이 세트 햄버거를 주문했다”는 글은 꽤 의미심장하다.
레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시니어도 있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 동호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모임에서 자신이 조립한 레고를 소개하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또 소장가치가 낮은 여러 제품을 구매한 뒤 분해해 제비뽑기로 부품을 나눠 갖는 이벤트도 진행하는데, 시니어를 우대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시니어들도 회원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모임이 오히려 편하다고 얘기한다.
◇취미 즐기려고… 인터넷도 ‘척척’
레고 조립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대부분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다.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이들보다 연령층이 높은 회원들도 해외 이베이 사이트에서 부품을 척척 구매한다. 자신이 조립한 레고 사진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다양한 연령층과 쌍방향 소통도 한다.
여행과 사진 동호회도 시니어의 활동이 활발하다. 은퇴 후 늘어난 여가시간에 가족과 여행을 떠나거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사진 동호회 역시 인터넷에 능숙한 시니어가 많다. G-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여사회’(여행&사진 동호회) 회원들은 인터넷 카페와 SNS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기종과 촬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외에도 시니어들은 나이와 소득, 학벌을 떠나 다양한 놀이터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은퇴 후 유튜브스쿨, 팝송클래스, 줌바·라인댄스, 수채화모임, 서예모임, 요리서클, 캠핑클럽 등의 동호회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들락거리며 젊은이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눈다.
황규만 사무총장은 “‘이 나이에 무슨’이라며 움츠러들었던 시니어들이 학습을 통해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고, 크로스 컬처를 활용한다”면서 “지혜와 그동안 배운 지식,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 등을 토대로 세대 차를 극복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자기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한다.” 중장년을 위한 자기계발서 ‘비바 그레이’의 저자 홍동수(64) 씨가 말하는 액티브 시니어의 공통점이다. 패러글라이딩, 암벽등반, 스쿠버다이빙, 승마, 요트 등 거의 모든 레포츠를 섭렵한 그에게 ‘젊음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 “나이를 느껴본 적이 없다. 고로 나는 매 순간이 젊다.”
도움말 홍동수 ‘비바 그레이’ 저자
홍동수 씨와 같은 중장년을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라 부른다. 본래 이 말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이 처음 사용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패턴이 가족 중심에서 여가, 자기계발 등 자기 중심으로 변화한 것에 착안한 용어다. 한국에서도 여가와 취미, 소비를 즐기며 사회생활에도 적극적인 50~60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줄곧 쓰인다. 액티브 시니어의 경우 과거 노인층과는 확실히 구분되며, 육체뿐 아니라 경제적, 정신적 측면에서도 혈기왕성한 성향을 띤다.
‘액티브’(활동적인)라는 의미처럼, 이들은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청년 시절보다 더 활발한 여가와 취미를 즐기고 있다. 홍동수 씨는 “레포츠 동호회에서도 직장생활로 바쁜 젊은 세대보다 시간 여유가 있는 시니어들이 반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활동이 그들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무엇일까? 첫째, 삶의 행복과 심리적 안정을 준다. 둘째,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 친밀감과 유대감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며 사회적 혜택을 얻는다. 셋째, 신체적 여가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뭐래도 즐거워한다.
액티브 어덜트, 더할 나위 없이 놀자!
국내 최초 설악산 대청봉 패러글라이딩 및 샌드 요트 제작, 에베레스트 원정, 초경량 항공기 면허, 스쿠버다이빙 자격 취득, 그룹사운드 INDKY의 베이시스트 등등. 액티브 시니어 홍동수 씨의 활동 이력이다. 젊은이조차 엄두를 못 내는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그는 “오히려 나이가 들면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서 말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 덕분이다. 중요한 것은 나이나 신체가 아닌 마음가짐. 물론 취향의 차이는 있다. 시니어 레포츠 전문가인 그에게 사람들은 ‘어떤 액티비티를 즐겨야 좋을지’ 자주 묻는다. 이에 그는 ‘에니어그램’(Enneagram, 성격유형검사)을 기반으로 추천 종목을 정리해뒀다.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에니어그램’을 검색하면 손쉽게 자신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 궁금증, 바로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는 것. 장비의 경우 대부분 대여가 가능하고, 동호회 등을 통해 중고로도 구매할 수 있다. 활동보다는 고가의 장비 수집이 취미인 이들도 있어, 그야말로 자기 나름이다. 홍동수 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마련한 공식(?)을 내놓았다. ‘장비 구입비는 한 달 생활비 정도, 활동비(이용료, 입장료 등 하루 경비)는 하루 생활비 정도’로 계산하라는 것. 그의 경우 장비 구입비는 300만 원 선, 활동비는 하루 10만 원 선으로 보고 있다. 금액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지는 않는가? 홍동수 씨는 말한다. “레포츠는 돈보다는 열정과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최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각종 레포츠 모임이 주춤한 상태다. 그는 이때를 틈타 준비해둘 것이 있다고 조언한다.
“나이를 떠나 레포츠를 즐기려면 어느 정도 근력이 필요합니다. 집에서라도 조금씩 운동하며 기초 체력을 키우길 바랍니다. 건강하고 능력 있는 우리 시니어가 ‘잘 노는 사람’까지 된다면, 드디어 완벽한 인생을 누리는 첫 세대가 아닐까요?”
홍동수 씨가 권하는 상황별 레포츠
◇ 은퇴 후 부부가 함께하려면 ‘산악자전거’
산악자전거가 일반 자전거보다 더 위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의외로 안전하다. 우리나라는 산마다 임도(산간 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이 길은 등산로와 다르다. 사륜구동차도 다닐 수 있다. 아내도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건강해졌다. 산악자전거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전국일주도 가능하다.
◇ 럭셔리한 취미생활을 원한다면 ‘승마’
승마는 귀족 스포츠로 잘 알려져 있지만 말을 구입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부유한 이들도 말을 소유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 다양한 승마 체험의 재미가 있는데, 말을 사면 자기 말밖에 탈 수 없고 유지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정적이고 우아한 활동으로 여기기 쉬운데 의외로 격렬하고 체력소모도 심하니, 이 점 고려하자.
◇ 사색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땐 ‘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중에 중장년이 꽤 많다. 하늘에 떠서 고요히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기 좋기 때문이다. 조절하기 나름이지만, 길게는 4~5시간도 공중에 떠 있다. 광활한 풍경을 바라보며 성찰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적인 레포츠다. 잠깐 교육만 받으면 스스로 바람을 살피면서 안전하게 제어가 가능해 누구든 쉽게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