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퇴직급여제도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퇴직급여를 퇴직금으로 수령하는 자는 일반계좌로 수령할 수 있지만 김 씨처럼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 시 퇴직급여를 IRP(개인형퇴직연금계좌)로 수령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2022년 4월 14일부터 모든 퇴직급여는 IRP를 통해 수령해야 한다. 단, 퇴직급여 수령자가 만 55세 이상인 경우에는 퇴직연금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일반계좌로 수령할 수 있다. 만약 만 55세 이전에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수령하고 싶다면 IRP로 퇴직급여가 이체된 후 IRP를 해지해야 한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일시에 부담해야 하지만,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 절세 혜택이 있다. 퇴직급여를 10년 동안 연금으로 수령하면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의 30%, 연금 수령 기간이 10년을 초과하면 퇴직소득세의 40%를 절세할 수 있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하더라도 60일 이내에 연금계좌(IRP 혹은 연금저축계좌)로 입금하면 퇴직소득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유의할 점은 퇴직소득세 환급까지는 연금계좌를 통한 상품 매수는 할 수 없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연금계좌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 우선 퇴직자가 55세 이하인 경우에는 퇴직급여를 IRP로만 수령할 수 있고, 55세가 넘어야 연금저축계좌로 이체할 수 있다. 그 외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수수료, 중도인출, 위험자산 투자한도, 투자 상품 다양성 등에 차이가 있다. IRP와 연금저축계좌의 차이를 요약하면 위의 표와 같다.
IRP의 경우에는 연금저축계좌와 달리 별도의 계좌관리(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가 있는데 금융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IRP 수수료를 비교하고 싶다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www.100lifeplan.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합연금포털 접속 후 연금상품비교공시에 들어가서 퇴직연금을 클릭한 후 맞춤형 수수료 비교를 통해 퇴직연금제도 유형별 수수료를 비교할 수 있다. IRP에는 퇴직 시 지급받는 ‘퇴직급여’와, 연말정산을 위해 근로자가 스스로 납입하는 ‘자기부담금’이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납입금의 성격, 가입 경로에 따라 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므로 퇴직급여(사용자부담분)와 자기부담금(가입자부담분)의 수수료율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 중 증권사들이 대체로 IRP 가입자부담분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IRP 사용자부담분 수수료도 온라인을 통해 개설한 계좌의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IRP 온라인 계좌 수수료 면제 금융회사는 13개 증권사(삼성, 유안타, 미래에셋, 신한금투, 한국투자, KB, 한화투자, 대신, NH투자, 하이투자, 포스, 현대차, 하나금융투자), 3개 은행(우리, 부산, 대구)이다. 금융회사별 수수료 차이가 있으므로, IRP 가입 전에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
IRP와 연금저축계좌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모두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1금융회사 1통장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를 달리하면 복수 가입도 가능하다. 연금저축계좌는 각 금융회사의 고유 업무 성격에 따라 보험사의 경우 금리형 상품 위주로 되어 있고, 증권사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 위주로 되어 있다. 하지만 IRP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별로 금리형에서 실적배당형까지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다. IRP를 통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ETF(Exchanged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IRP를 통한 ETF 거래 시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간 매매 방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확인한 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의 경우 가입자가 ETF 실시간 거래 및 매수·매도 호가 지정이 가능하지만 은행, 보험사의 경우에는 가입자가 ETF 실시간 거래 및 매수·매도 호가 지정이 불가능하다.
IRP에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을 편입하려는 경우,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금리 비교 및 제공기관 조회가 가능하다. 통합연금포털에 접속 후 연금상품비교공시에 들어가서 원리금 보장 연금상품을 클릭한 후 퇴직연금상품 권역별(은행, 증권, 보험), 제도별(DB, DC, IRP), 만기별, 상품 제공 기관별 등으로 조건을 부여하여 검색할 수 있다.
IRP나 연금저축계좌의 수수료나 투자 대상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금계좌이체제도를 이용해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할 수 있다. 연금계좌 이전은 신규 가입회사에 계좌를 개설한 후 계좌이체 신청을 하면 되고, 기존 가입회사는 별도로 방문할 필요가 없다.
동물 사진가 박찬원이 젖소로 돌아왔다. 박찬원의 포토 에세이 ‘사진, 울림 떨림-젖소에게 길을 묻다’가 5월 2일 발행된다.
박찬원 작가의 다른 이름은 ‘동물 사진가’이다. 그는 동물에서 ‘생명의 의미, 삶의 가치’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살이, 나비, 돼지, 말, 젖소 등을 주제로 해서 11회의 사진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사진, 울림 떨림-젖소에게 길을 묻다’는 박찬원 작가가 올 8월로 예정된 12번째 개인전 ‘젖소에게 길을 묻다’를 준비하면서 느낀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사진하는 마음가짐, 기획, 촬영, 작품화, 생각 키우기, 리뷰, 전시, 홍보, 책 쓰기 등 작품의 모든 과정을 에세이로 풀어낸 것도 흥미롭다.
박찬원 작가는 사진을 통해 동물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역설적으로 소란스럽고 복잡한 인간의 세계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깊은 철학과 사유의 세계를 만난다. 그가 처음 젖소 목장에 간 날, 목장주는 그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한다. 바로 십우도(十牛圖)다. 불교에서는 도를 찾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는데 이를 10단계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늦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한 작가는 줄곧 소를 찾기 위해 애써왔는지도 모른다.
젖소 작업을 하면서 저자는 사진이 도를 찾는 작업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저자가 만학도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겪은 사진 공부 이야기를 담은 책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동물 사진가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한 저자가 사진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그가 고민한 만큼 깊은 울림을 준다.
오랫동안 마케팅 전문가로 살아온 그는 사진에 대한 접근 역시 남다르다. 그는 관객의 시선과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진은 죽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의 콘셉트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는 사진의 콘셉트가 무엇이며 어떻게 차별화해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조근조근 설명한다.
또한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사진 전시와 홍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진은 찍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시되는 순간 완성된다. 어떤 장소, 어떤 장치 하에 사진을 전시하느냐에 따라 감동은 배가될 수도 있고 반감될 수도 있다. 또한 도록, 포토 에세이, 이벤트, 아티스트 토크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사진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나 전문 사진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박찬원은 사진가이자 수채화가, 수필가다. 사진, 수채화, 수필 모두 동물이 주제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서비스 대표, 성균관대 재단 상임이사(삼성그룹 부사장), 코리아나화장품 사장을 지냈다. 예순이 넘어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사랑한다 루비아나’, ‘말은 말이 없다’, ‘어떤 여행’, ‘꿀 젖 잠’,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당신이 만들면 다릅니다‘ 등의 저서가 있다.
89세 김부자(가명) 씨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최근 앓고 있던 대장암이 악화돼 부쩍 기력이 약해진 김 씨는 자신을 끝까지 봉양해준 첫째에 모든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 둘째 김미남 씨는 오래전 사이가 틀어져 사실상 가족의 연을 끊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김부자 씨는 생을 마감하기 전 “나 김부자는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상가와 삼성역 소재 아파트를 포함해 재산 목록에 기재된 모든 재산을 첫째 김효녀에게 물려준다. 2022. 4. 12. 삼성역에서 김○○ 씀”라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러나 김 씨가 생을 마친 후,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둘째 김미남 씨가 유언장은 무효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유언은 피상속인의 단독 행위인데다 사망 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으면 이처럼 분쟁이 생길 위험이 있다.
민법상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의 5가지가 있다. 그중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필증서다. 피상속인이 자신의 손글씨로 유언의 내용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필증서의 방식은 생각 외로 까다롭다.
우리 민법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의하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와 “전항의 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타자로 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언장은 자필로 작성했으나 금융재산목록과 부동산목록을 컴퓨터로 작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민법에서는 이 사례도 무효로 판단한다. 유언장 전체를 자필로 작성해야 유언 내용이 인정된다. 즉 전문,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중 하나라도 빠지거나 내용을 모두 손으로 직접 작성하지 않으면 유언은 무효다. 날인 시 서명은 위조의 위험이 있어 손도장(지장)으로만 한정한다.
주소는 유언자 생활의 근거지이면 되고,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해 등록된 곳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김부자 씨는 번지까지 작성한 것이 아니라 ‘삼성역에서’라고만 기재했기 때문에 유언장에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아파트라면 동, 호수까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본인이 작성한 것이 분명하도록 모두 자필로 기재했고, 인감도장까지 찍었지만 무효가 된 것이다. 결국 첫째 김효녀와 둘째 김미남 씨는 아버지의 뜻과 무관하게 법정상속 비율에 따라 1/2씩 상속받게 된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이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2~1.4% 인하한다. 개인용은 일반 자가용으로 자동차보험에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각 보험사별 인하율을 보면 삼성화재 1.2%, KB손해보험 1.4%, 현대해상 1.2%, DB손해보험 1.3%, 메리츠화재 1.3%다.
개인용뿐 아니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도 내려간다. 업무용은 회사 등 법인차량, 영업용은 화물차나 배달 차량을 말한다. 인하율은 삼성화재 1.2%, KB손해보험 0.3%, 현대해상 0.8%, DB손해보험 0.8%다.
1인당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가 80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보험료 부담은 평균 9천~1만원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보험료 조정은 2020년 1월 3%대 인상 후 2년 만이다.
이번 보험료 조정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차량 운행량이 줄고 사고가 감소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돼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 및 정비요금 등 보험원가 상승 요인이 지속됨에 따라 그동안 보험료 조정에 신중했으나,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을 고려해 손해율 개선을 보험료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영업용 자동차 보험료는 인상된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3%, KB손해보험은 4%, DB손해보험은 2.1%를 올린다.
손해보험사들은 화물차나 택배 차량의 사고가 증가해 손해율이 올라가 보험료 또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은 1970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물산을 거쳐 홈플러스의 대표이사로만 17년을 지낸 최장수 CEO다.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삶이 달려간다”고 말하며 77세의 나이에도 부단히 꿈을 꾸는 이 회장. 신간 ‘시선’에는 그가 경영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섯 가지 방법이 담겼다.
서울 강남 선릉역 근처 어느 골목길. 북쌔즈(Book Says)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한 소파와 갓 구운 빵들이 눈에 띈다. 오른쪽 벽면과 2층 서가를 가득 메운 책은 덤이다. 전형적인 북카페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세련된 그랜드피아노와 웅장한 무대 장치, 천장의 화려한 조명 시설이 마치 ‘여기는 평범한 공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찾은 이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곳의 주인은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이다.
2014년 대기업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기업인으로서 전무후무한 족적을 남긴 그는 다음 해 넥스트앤파트너스(N&P) 그룹을 새롭게 설립했다. 현재 후배 기업가들을 위해 ‘살아 있는 경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서점, 카페, 공연장, 강연장을 합친 복합문화공간 북쌔즈를 3년 전부터 운영 중이다. 햇살이 가득 들어올 법한 큰 창, 책 매대, 의자 하나까지 이 회장이 직접 구성하고 디자인할 만큼 애정을 듬뿍 담았다.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북쌔즈는 일반 카페나 공연장처럼 뚜렷한 하나의 목적만 가진 기존의 공간과 다릅니다. 한 장소에 다양한 기능을 조화시켜 원 샷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어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는 있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을 수 있는 강연이 열릴까요? 저녁에는 자선 공연이나 무료 가족 상담 같은 나눔 활동이 이루어질까요? 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 힘들죠.”
실제로 북쌔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됐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도서가 진열된 1층은 ‘감성의 책장’, 경영학 및 비즈니스 도서로 구성한 2층은 ‘이성의 책장’으로 총 1만여 권이 구비돼 있다. 커피나 차는 1, 2층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 금난새 지휘의 실내악 공연이 몇 차례 있었고, 영국의 유명 성악가 폴 포츠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생각 혁명 경영자 과정’과 김형철 연세대 교수의 ‘지혜의 향연’ 등은 수시로 열린다.
치열했던 지난날을 내려놓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는커녕, 그는 7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또다시 신생 기업의 대표가 됐다. 단순히 늙기(Getting Old)보다 성장(Growing Old)하고 싶어서였다. “체어맨(회장)이 대기업에서는 의자에 앉아서 지시하는 사람이라면, 작은 기업의 체어맨은 ‘의자를 들어 나르는 사람’이에요. 실제로 북쌔즈에서 공연이나 강연을 할 때 일손이 부족하면 나도 의자를 옮기듯 말입니다. 시선을 어떻게,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상상하고 탐구해야죠. 칠십 줄에 스타트업이라니, 좀 무모해 보이나요? 그래도 내 마음의 상태는 항상 청춘입니다.”
골목길이 중심이 되는 세상
2014년 이후 3~4년 사이에 선릉역 주변 뒷골목의 가게들은 거의 망하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망하지 않은 곳은 부동산 중개업소 네 곳뿐. 이 회장은 골목 상권이 죽게 된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과도한 정책과 규제다. 길 양편에 펜스를 치거나 도로 중앙에 말뚝 블록을 설치한 탓에 사람들의 왕래가 끊겼다. 또 하나는 골목길의 문화적 특징이나 정체성의 부재다. 현재 선릉역 주변뿐 아니라 한국의 골목은 삼겹살, 국밥, 치킨 등 대부분 먹거리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그는 ‘사색의 길’, ‘친환경의 길’과 같이 테마가 있는 골목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 사회로 올수록 우리의 삶은 개인이나 가족, 동네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골목길은 우리 생활의 중심이자, 국부를 형성하는 기본이 됐죠. 걷고, 머물고, 즐기고 싶은 골목이 있으면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고, 동네가 살면 도시와 국가가 차례로 살아날 테니까요.”
이 회장은 25년 동안 일하며 인연을 맺은 이 동네에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특히 주변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공간 제공에 집중할 계획이다. “퇴근 후 술에 취해 정신없이 귀가하기보다, 배움의 기회를 누리고 그것에 관해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 관점, 시선을 바꾸는 데 힘을 쏟는 거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해요. 제 목표는 북쌔즈가 사람들을 자극하고 새로운 골목 문화에 영감을 주어 사회적 자산으로 영구히 남는 것입니다.”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저)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라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뱀의 속을 그렸다. 어른들에겐 항상 설명을 해줘야만 한다.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
능력주의가 공공선인 사회에서 노력과 능력은 개개인의 부와 성공에 대한 알리바이가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속적 성공을 이룬 삶은 겸양을 기를 필요가 없고 가난한 이들은 비난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세종처럼 (박현모 저)
‘소통하지 않는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니다’라고 보았던 세종은 설정된 목표에 왜 도달해야 하는지,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조만간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를 상세하고 명확하게 일깨워가면서 함께 나아갔다.
앞으로 100년 (이언 골딘, 로버트 머가 저)
20세기 초 광고계의 중진이었던 프레드 바너드(Fred Barnard)는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지도를 탐색할 때는 글자로 기록된 것을 봤을 때 놓쳤던 연결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1억 원의 노후 자산으로 평생 생활비를 받을 수는 없을까? 은퇴 이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설계하는데 있어서 매 월 일정 금액을 받는 연금은 무척 매력적이다. 젊은 시절 노후를 위해 매 월 급여의 일부를 떼어 가입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61~65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아니라면 50대에 은퇴를 하는 게 보편적이다. 연금을 받을 때까지 몇 년의 공백기가 생기는 셈이다. 또는 가입 기간이 모자라 60세가 넘어서도 연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내가 필요한 시점부터 연금을 받을 수는 없는 걸까.
연금 상품은 무척 다양하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상품도 있고 IRP 같은 연금저축이나 연금저축보험 등 사적 연금의 종류도 다양하다. 각 상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연금 지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일시금을 내고 즉시 연금을 수령하는 즉시연금보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즉시연금보험은 한 번에 보험료를 납입하고 기준 이자를 적용해 그 다음 달부터 매 월 일정액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미처 연금을 준비하지 못한 5060 자산가들이 주로 가입하는 상품이지만,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노후자산이 있는 시니어도 관심 가져볼만한 상품이다.
즉시연금, 언제 어떻게 받을까?
즉시연금보험 상품은 금리형과 변액형으로 나눌 수 있다. 금리형은 시중금리와 연동하는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으로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정성 상품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금리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금리형의 경우 매 월 일정 금액을 받는다는 ‘연금’이라는 특징이 가장 잘 반영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변액형은 채권형 펀드,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연금이다. 이 경우 이자 기준이 투자 수익률이기 때문에 매 월 받는 연금 금액이 달라질 수 있으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다. 연금 상품은 보통 노후 자산으로서 준비하기 때문에 수익률보다 원금보전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어 최근에는 원금 보증형 변액연금 상품도 나오고 있다.
연금을 받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입자가 살아있는 동안 원금과 이자를 매 월로 나눠 받는 종신형, 약정 기간을 정해 그 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매 월 나눠 받는 확정기간형, 매 월 이자만 받고 만기에 원금을 받는 만기환급형이 있다.
종신형은 내가 낸 금액이나 가입 기간과 상관없이 내가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에서 사망할 때까지 받는 연금이다. 예를 들어 65세부터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데 65세 1월에 첫 연금을 받고 2월에 사망한다면 그 이후 연금은 나오지 않는다. 만약 1억 원을 납입하고 연금을 받기도 전에 사망하면 원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종신 연금은 오래 살수록 좋은 상품이며 말 그대로 노후 보장형 상품이다.
확정기간형의 경우 가입 기간을 정해서 받을 수 있으며 만약 그 기간 중 사망할 경우 자녀가 남은 금액을 이어서 받을 수 있다. 만기환급형은 대체로 상속연금이라 불리며 상속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즉시연금보험의 경우 1억 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
1억 원으로 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연금 상품을 활용할 때에는 나의 목적과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평생 매 월 안정자금을 받고 싶은 건지, 일정 기간에 더 많은 연금을 받고자 하는 것인지, 비과세 혜택을 보면서 자녀에게 상속을 하려는 것인지 등을 생각해 상품 종류와 수령 방법 및 기간 등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보험 상품은 어느 보험사나 운영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도중에 상품을 해지하게 되면 원금에서 수수료를 내고 돈을 돌려받게 되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물론 보험 상품의 경우 노후를 보장한다는 개념이지만, 내가 1억 원의 보험금을 납입했다면 1억 원에 상응하는 보장을 받고 싶은 것이 가입자의 심리다. 게다가 노후 자산이라면 더더욱 원금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각 연금보험 상품별로 기간이나 조건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금 이하의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목적에 맞춰 상품 설계를 잘 해야 한다.
1억 원의 자산으로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안정적으로 상품을 운용하기 위해 금리형에 가입했고 공시이율은 2%, 수수료는 3%라면 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종신형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대신 가입자의 사망 시기에 따라 원금만큼을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상품이다. 이에 보험사에서는 ‘보증기간’을 설정할 수 있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10년을 보증기간으로 설정하면 상품 가입 후 즉시 연금 수령을 시작한 뒤 1년 뒤에 사망하더라도 남은 9년에 해당하는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한 만큼 100세 보증 상품 등도 있으며 그 외에 자신이 원하는 보증 기간을 설정해 가입할 수도 있다. 앞서 가정한 조건으로 종신형 상품을 가입할 경우에는 30년 보증 기간을 설정해야 납입한 1억 원에 상응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가입 연령이 빠를수록 연금 수령 기간이 길어져 연금 혜택을 더 많이 받아볼 수 있다.
확정기간형의 경우 설정 기간이 짧을 경우 원금에 상응하거나 모자라는 수준의 금액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공시이율이 2% 수준이라면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을 설정해서 받아야 총 수령하는 연금액이 납입액 1억 원을 넘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설정 기간이 길수록 월 수령액은 낮아지고 총 수령액은 높아지는 구조다. 위에 가정한 조건으로 10년 확정기간을 설정하면 매 월 약 89만 원을 수령할 수 있으며 10년 간 총 수령액은 약 1억 680만 원이 된다. 또한 상속연금과 종신연금의 경우 비과세 상품이지만 확정기간연금은 과세되는 상품이므로 세금 비율도 고려해 기간을 설정하면 좋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는 금리형으로 들었지만 즉시연금보험을 변액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공시이율이 아닌 투자 상품 수익률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된다. 만약 연금도 받고 자산 수익률도 높이고 싶다면 변액형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연금 상품이 대체적으로 장기간 보유하는 상품인 만큼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내려면 어떤 투자 상품으로 운용되는지에 대해 가입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에 최근에는 원금을 보장하는 변액연금 상품도 나오는 추세다. 하지만 아무리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보험사 운영 수수료나 과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여러가지 가입 기간과 조건 등을 잘 살펴보고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시연금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에서 잇달아 연금 미지급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가입자가 상품 가입 시 들었던 설명보다 적은 연금을 받았다며 제기한 소송인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입 기간 설정에 따라 총 연금 수령액이 연금에 못 미칠 수 있고, 운영비나 세금처럼 각종 공제 내역들이 있기 때문에 즉시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에는 연금이 어떻게 산출되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평생 모은 노후자금으로 마련하는 연금인 만큼 현명한 설계로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해 보자.
병원을 자주 들락거린 사람이라면 소아과 간판 앞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의문이 있다. ‘왜 노인과는 없는 거지?’ 실제로 병을 달고 사는 것은 노인인데 말이다.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노인과는 존재한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소소하게 운영되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곱씹어보니 고령화라면 세계 최고로 꼽히는 우리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일임을 금방 알게 된다. 이에 대해 정희원(39)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인의학’ 도입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한다.
“선진국에서는 고령화사회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노년내과가 생겨요. 최근에는 정부가 주도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죠. 나이가 들면 만성질환이 늘고, 노화를 부르는 요소들이 축적되죠. 신체 기능도 떨어지고요. 한꺼번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죠. 이럴 때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판단해서 치료하면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어요. 섬망, 욕창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안고 있는 다양한 질환에 대해 전문 치료과에서 각각 치료받으면 약이 많아지고 몸에서 섞이죠. 그러다 부작용이 생기면 또 그에 대한 약을 처방해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서 비효율적이죠.”
노인의학은 생물학적 노화의 결과인 노쇠와 여러 가지 질병,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변화가 혼재된 상태에서 환자에게 맞춤 의료를 제공하는 전문 분야다.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몇 살부터 노년내과에서 담당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생리학적으로 노쇠의 특성을 가지는 인구 집단을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분야다.
정 교수는 설명 과정에서 ‘약을 정리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말 그대로 현재 복용 중인 약 중 꼭 필요한 약물만 복용할 수 있도록 수를 줄이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과정을 말한다. 각기 다른 전문의가 처방한 약은 나름의 목적이 존재하지만 이것들이 충돌을 빚어 부작용이 생길 경우 이에 대한 또 다른 약을 처방하기보다는, 복용 중인 약물에 변화를 주어 불필요한 약을 줄이고 부작용도 없앤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간단하고 단순한 일이지만, 모든 질환에 대한 경험과 약물 부작용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하지만 만나기 힘든 ‘노인의학’
물론 기존의 의료기관이나 진료과가 이런 부분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건강보험제도 구조상 환자가 처방전을 직접 가져다주지 않는 이상 다른 병원에서 내 환자에게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의사는 알 길이 없다. 노년내과에서 현재 복용 중인 모든 약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에게 맞는 맞춤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니까요. 같은 80대라도 사람마다 상태가 너무 달라요. 기대여명이 짧은 상태라면 무리하게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처방하는 약을 유지할 필요는 없어요. 부작용만 생기죠. 노인의학은 일종의 정밀의료로, 생물학적 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까지 고려해서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합니다. 치료와 함께 돌봄 계획도 수립하고, 연명의료도 논의하죠. 어디에 사는지, 환자분의 의향은 어떤지, 보행 속도나 악력은 어떤지도 고려해요. 물론 이 과정에서 약도 정리합니다. 이렇게 환자의 이런저런 일들을 챙기다 보면 환자 1명당 진찰 시간이 30분을 훌쩍 넘어가죠. 상업적인 병원에서 노인의학을 외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물론 환자 입장에선 ‘속 시원한’ 경험이다. 하루에 먹던 수십 개의 약이 정리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약값 부담도 줄어든다. 또 환자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혹은 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도 찾을 수 있으니 걱정이 줄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앓고 있는 질환이 여러 개여서 다니는 병원이 많고, 신체 기능이 떨어진 것 같다면 한 번쯤 노인의학 진료과를 찾아 전체적인 신체 건강 상태나 치료 방향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노쇠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점검하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이다.
국내에 노인의학 진료과가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병센터’를 설립했다. 이어 2009년에 서울아산병원에 노년내과가 생겼고, 2010년에는 신촌세브란스에 노년내과가 들어섰다. 짧은 기간에 연이어 노인의학 진료과가 신설되면서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의료계 내에서 진료 영역에 대한 갈등으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인의학의 필요성 때문인지 관련 진료과 설립은 계속 이어졌다. 삼성서울병원과 전남대학교병원, 건양대학교병원, 울산대학교병원, 은평성모병원 등 국내 10여 개 진료과에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 처음으로 시도됐다가 잘 안 됐죠. 공공의료가 잘 되어 있는 영국에선 내과 의사의 10%가 노인내과 간판을 달고 진료하고 있어요. 영국 정부는 각 과별로 따로 진료하고 처방하는 것보다 노인병을 전담하는 사람이 맡아보는 것이 효율적이고 보험 재정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개인과 사회 모두 중요한 지속가능한 나이 듦
정희원 교수는 최근 책을 한 권 출간했다. ‘지속가능한 나이 듦 :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다소 긴 제목의 책이다. 노인의학 의사이자 생명과학 박사까지 취득한 정 교수는 나이 드는 것을 노화 메커니즘이나 나이라는 숫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노화의 생물학적 정의와 메커니즘을 다룬 ‘시간 :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과 노인의료의 문제점과 사례를 다룬 ‘질병 :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고령화에 대한 이야기 ‘사회 : 초고령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그것이다.
‘지속가능한’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이 단어는 지난 몇 년간 경제 분야의 화두였다. 의료와는 다소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정 교수는 “나이 듦이라는 것을 극복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에 대한 반감에서 이 표현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티에이징이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마치 나이 듦을 재앙처럼 여기려 하지만, 실제로 노화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과정이에요. 노화를 받아들이고, 본인이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그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 질병이나 노화의 축적을 예방함으로써 덜 고통받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젊어서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않고 운동 부족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면 노쇠는 남보다 빨리 오기 마련입니다. 살아가면서 장애가 생기는 것을 지연시키고, 노화를 맞이하더라도 삶의 질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나이 듦이라고 봤어요.”
정 교수는 이러한 관점이 단순히 개인의 삶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복지사회 정책이나 고령화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언론에선 마치 고령화가 사회의 종말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회에서 고령의 구성원이 늘어나는 것이 파멸적인 것은 아니에요. 우리 사회는 지금 복지정책을 디자인할 때 과거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미는 실수를 하고 있어요. 65세가 도움이 필요한 약자였던 것은 수십 년 전의 이야기고, 지금의 65세는 그 기준이 세워졌던 시절 50대 수준의 신체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의료나 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기준으로 삼는 ‘노인’에 대한 정의를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인의 기준을 무조건 나이로 가르려는 연령주의적 발상은 문제가 있어요. 65세가 되었다고 그 순간부터 갑자기 다른 종족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나는 적어도 늙지 않았다는 분리 욕구를 가진 사람들의 부적절한 기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관료적인 생각은 변화될 필요가 있어요. 이제 나이는 많지만 건강 상태가 좋고 독립적으로 오래 살 수 있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정 교수는 그 이유를 삶의 폭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갖는 시점도 과거에 비해 10년 가까이 늦춰졌고, 지금의 86세대나 X세대가 65세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10년 전의 65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 적응 역량이 높을 것이라고. 나이라는 숫자는 같지만 생애 주기의 위치와 능력, 역할이 달라지는 변화를 정 교수는 ‘스냅샷의 오류’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좋을까. 정 교수는 노화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획일화된 노화 예방 상식으로 접근하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신이 처한 노화 스펙트럼에서의 위치에 따라 그에 맞는 건강 증진 활동을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50대는 만성질환 관리를 잘하면 뇌졸중 등 질환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나 혈당 등을 철저하게 관리시키지만, 이미 노쇠한 어르신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낙상이나 섬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단백질 섭취도 마찬가지예요. 젊은 성인은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노화 시계가 빨라져요. 그러나 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근감소를 막기 위해 단백질 섭취를 권해야 하죠. 이렇게 생애 주기에 따라 예방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다른 목표를 설정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보호자 ‘효자’ 되지만, 병원에선 ‘불효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노인의학을 다루는 의료기관도 많지 않고, 병원 내에서도 입김이 셀 수 없는 진료 과목이다. ‘돈 잘 버는 효자’ 노릇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런데 왜 정 교수는 ‘노년내과’를 선택했을까.
“본과 4학년 때였어요. 섬망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있었죠. 일반적으로 내과 의사는 환자를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선배 의사가 환자가 복용하던 약들을 종이에 끄적이더니 정리해주었어요. 그러고는 며칠 만에 멀쩡해져서 걸어 나가시는 걸 보았죠. 노인의학의 매력을 느꼈어요. 알아야 하는 분야의 폭도 넓고 깊은 데다, 복지정책이나 보험제도 등 사회의 기능적인 내용까지 알아야 하니까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것이 진짜 내과 의사가 아닐까 생각했죠.(웃음)”
정 교수는 내과 전문의이자 생명과학 박사이기도 하다. 그가 생명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 역시 노인의학과 관련한 목마름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공의 과정을 통해 노화와 노쇠, 근감소증에 대해 공부했는데, 아직까지 노쇠와 근감소증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나이 듦에 따른 이런 변화가 생물학적으로 어떤 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궁금했죠. 또 영양 섭취나 운동 등으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모델 동물을 통한 생물학 연구에선 노인의학적 접근이 활발하지 않아 임상 의사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사람의 노쇠는 복합적 요인이 오랜 기간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단순화된 실험으로는 쉽게 답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노인의학 의사로서 노인의학 클리닉의 장점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혼잡한 종합병원에서 휠체어를 끌고 5~6개 진료과의 외래진료를 다니시던 분들이 통합된 한 곳에서 진료받으면 드시던 약을 정리할 수 있고 병원에서 고생하시던 시간과 진료비도 줄어듭니다. 몇몇 분들은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는 것이 직업처럼 되어버리거든요. 이런 분들은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줄면 무척 기뻐하세요. 많은 분들이 이런 혜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실시한 세계 병원 평가에서 30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서울병원은 43위, 서울대학교병원은 55위, 세브란스는 70위를 기록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87위로 평가받았고, 서울 외 지역에서는 성남시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89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뉴스위크는 글로벌 조사 기관인 스타티스타와 함께 27개국 8만여 명의 의료전문가에게 받은 추천과 환자 만족도 등을 종합해 ‘2022 세계 최고 병원(World’s Best Hospitals)’ 순위를 뉴스위크 공식 사이트에 최근 발표했다. 올해는 콜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조사대상 국가가 3개국이 더 추가됐다.
뉴스위크는 전 세계 2,200여 개 병원 중 우수 병원 250곳을 뽑는 이번 조사에서 세계 1위 병원으로 미국 메이요클리닉을 선정했다. 이어서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미국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캐나다 토론토종합병원, 독일 베를린대 부속 샤리테병원이 세계 2~5위를 차지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작년 34위에서 4계단 상승한 세계 30위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는 4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평가 항목은 △27개국 8만여 명의 의사, 병원 관계자, 보건전문가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55%) △의료성과지표(30%) △환자 만족도 조사(15%)로 구성됐다. 국내 병원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중환자실·급성질환·암·약제에 대한 적정성 평가와 의사·간호사·병원환경 등에 관한 환자경험 평가가 심사에 반영됐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서울아산병원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1989년 문을 연 이후로 암, 장기이식, 심장 등 중증질환 치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전 세계 의료를 선도하는 상위 30위권 병원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중증질환 중심의 진료체계를 더욱 고도화해 국내는 물론 해외 중증환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86세대, 최초에는 ‘386세대’라 불렸던 이들은 잘 알려진 것처럼 30대의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생이었던 시대에 등장했다. 1990년대 새로운 담론이 요구되던 시기에. 6월 항쟁을 이끌었던 386세대의 등장은 사회 각계에서 ‘수혈’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386세대의 활약은 산업화를 거치며 우리 사회를 성장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밟고 서 있던 무대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최근 86세대의 위기가 표면화된 장소는 바로 그들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던 정치권이었다. 지난해 30대인 이준석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면서, 여권의 주류 세력이었던 ‘86그룹’이 다시 조명됐다. 젊은 야당의 당대표와 대비되는 기득권 그룹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86그룹의 용퇴론으로 이어지며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여권에서는 86그룹이 당의 주류가 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세대교체를 위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과, 당의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의 성장을 막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우리가 원한 것은 더 나은 세상이지 기득권이 아니다”라며 “동일 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86세대 용퇴론에 대한 화답으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86세대의 정치 일선에서 활약은 다음 총선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재계에서 ‘빠른 퇴장’ 요구받아
86세대는 6월 항쟁에서의 활약과 함께 투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으로도 인정받는다. 한국 경제가 IMF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한 동력의 핵심에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재계에서 이들의 그림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진을 젊은 임원들로 대폭 물갈이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인사 성향으로 평가받던 현대차까지 임원들의 평균 연령을 크게 낮췄다. X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86세대가 설 곳은 많이 남지 않았다.
4대 그룹의 한 인사는 “이미 일부에서는 1970년대 초반생들도 인사 때 눈치를 보는 시기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86세대의 퇴장은 이미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고 평가한다.
사회의 주류에서, 주요 무대에서 내려오기를 강요받고 있는 86세대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고도성장 속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모든 책임론을 끌어안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한국 사회 만악의 근원
언론을 통해 평가되는 86세대는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 선민의식, 과잉 정치화, 낙관적 진보주의 등의 특성을 가진 집단으로 묘사된다. 독재정권을 끝냈다는 승리감에 도취돼 자기 최면에 걸렸고, 이는 선민의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언론의 평가뿐만 아니라 86세대를 겨냥한 서적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86 세대유감’이나 ‘불평등의 세대’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의 86세대에 대한 평가 역시 냉정하다. 이들이 주류로 성장한 이면에는 ‘자신만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바탕이 됐고, 오히려 불공정함의 상징이 돼 ‘실패를 모르는 혜택을 입은 세대’가 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시민사회 운동은 86세대에 의해 일궈졌지만, 이 세대에 의해 문이 닫혔다는 평가도 찾아볼 수 있다.
86은 쉬웠지만 우리는 어렵다
젊은 세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에서의 86세대에 대한 기록은 더욱 처참하다.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와 이로 인한 저출산 문제에서 연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원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86세대가 노력하면 당연히 얻을 수 있었던 요소들, 연애·결혼·집·가족·노후 안정이 어느 순간 사치재가 되어버렸다”고 강변한다.
자신들에 대한 박한 평가를 86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86세대와 함께 활약했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유튜브 프로그램 ‘알릴레오’를 통해 “386 책임론은 다분히 보수 언론이 지어낸 프레임”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86세대가 물러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86그룹이 주류인 여당과 현 정부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386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은 그의 방송 말미에 386세대가 이런 책임론에 상처받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그는 “후세대가 알아주기를 기대하지 말자. 민주화의 역사 사회적인 운동,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에 대해, 그런 인생을 산 것이 괜찮았던 것 같다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세월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도 부모 세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공감하면서 마무리해도 괜찮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Exhibition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일정 3월 1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출품작은 174점으로 박수근 전시 사상 최대 규모다. 전시는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 2부 ‘미군과 전람회’, 3부 ‘창신동 사람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으로 구성됐다.
유화 7점, 삽화 원화 12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박수근 작품 33점 중 31점이 출품됐는데, 그중 ‘세 여인’, ‘마을풍경’, ‘산’ 등 3점은 최초 공개작이다.
미국 미술관에 소장됐던 ‘노인들의 대화’(1962년), ‘귀로’(1964년)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박수근의 은사인 오득영 유족이 소장해온 ‘초가’를 비롯해 개인 소장품 ‘웅크린 개’, ‘노상의 소녀’ 등도 첫 공개 작품이다. 2007년 5월 경매에서 45억 2000만 원에 낙찰된 이후 8년간 한국 미술 최고가 자리를 지킨 ‘빨래터’도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은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해 18세 때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어 화단을 풍미했지만, 박수근은 시종일관 서민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을 고수했다.
◇가야인, 바다에 살다
일정 2월 6일까지 장소 국립김해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가야 유물 57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1부 ‘남해안의 자연환경’, 2부 ‘관문: 타고난 지리적 위치’, 3부 ‘교역, 가야 제일의 생업’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각종 유물을 통해 바다에 깃든 가야 문화의 다양성, 개방성, 역동성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은 특히 바다와 흥망성쇠를 함께한 가야인의 발자취를 집중 조명했다. 또 옛 김해만의 자연경관 복원에 대한 연구 성과는 물론이고 남해안 일대에 축적된 고고학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해상왕국’으로도 불리는 가야 문화의 특성을 관람객이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Book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에디 제이쿠·동양북스)
저자 에디 제이쿠는 1920년생으로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사람이기도 하다. 책은 그의 인생을 집약해놓은 회고록으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에디 제이쿠는 19세이던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7년 동안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폴란드의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죽을 고비를 수십 번 넘겼다. 부모를 가스실에서 잃고, 나치 간수가 되어 수용소를 관리 감독하는 대학 동기도 만나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며 민가에 도움을 청하다 다리에 총을 맞기도 했다. 특히 수용소 안에서 친구와 동료가 날마다 죽어나가고, 부모를 학살한 자들을 위해서 중노동을 해야 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면서 날마다 모멸감을 느꼈던 하루하루가 책 안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참혹한 일을 겪었지만 에디 제이쿠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운이 오더라도 자신의 삶을 사랑해보세요”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 집에 가서 당신의 어머니를 꼭 안아주세요’, ‘내가 누군가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등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얘기한다. 이 책은 그가 100세가 되던 해인 2020년에 출간된 후 호주 아마존 1위에 올랐고 미국, 영국 등에서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면서 전 세계 37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2021 올해의 자서전상, 2021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유럽에서 대한민국만세(송일국·상상출판)
배우 송일국이 유럽에서 삼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를 직접 찍고 글로 쓴 유럽 여행 화보 에세이다. 1년간 생활한 프랑스부터 스위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아이슬란드까지 총 8개 나라의 여행기가 실렸다.
◇오십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좋다(오츠카 히사시·한스미디어)
“50대는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고민한다.” 저자는 수십 년간 50대 1만 명의 이야기를 듣고 ‘후회하지 않고 50대를 사는 법’을 정리했다. 50대는 ‘인생의 디톡스 기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일, 업적, 인간관계를 결산하고 앞으로의 50년을 계획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스필버그의 말(스티븐 스필버그·마음산책)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74년부터 2021년까지 48년 동안 그의 인터뷰 스물한 편을 소개하는 책에는 ‘죠스’, ‘쉰들러 리스트’,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유명 영화의 제작기도 포함돼 있다. 또한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그의 개인적 삶까지 담았다.
●Stage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일정 2월 25일 ~ 3월 13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질 마으
출연 안젤로 델 베키오, 막시밀리엉 필립, 엘하이다 다니, 젬므 보노 등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인 ‘노트르담 드 파리’가 대구, 부산 공연에 이어 서울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 세종문회회관 대극장에서 유료 점유율 99%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가 원작이다. 추한 외모의 꼽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대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그 안에서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시기의 사회상과 이교도들의 갈등, 부당한 형벌제도, 인간의 욕망, 삶과 죽음까지 다각도로 담아내며 시대를 뛰어넘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스루’(Sung-through) 작품의 백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뮤지컬로, 낭만적인 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안무, 30톤의 거대한 무대 세트가 감동을 전해준다. 1998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 1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만난 세기의 역작이다.
◇프리다
일정 3월 1일 ~ 5월 29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추정화
출연최정원, 김소향, 전수미, 리사, 임정희, 정영아 등
‘프리다’는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이는 첫 중소극장 작품이다.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멕시코의 위대한 여성 화가이자 혁명가인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그린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살았지만, 자신의 지난한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에게 세리머니 같은 최고의 쇼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추정화 극작가는 프리다의 마지막 생애를 쇼라는 독특한 콘셉트와 형식으로 풀어낸다. 또한 주인공 프리다 칼로 역에 배우 최정원, 김소향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높였다.
◇B클래스
일정 2월 25일 ~ 5월 15일
장소 브릭스씨어터
연출 오인하
출연 최정헌, 이지현, 지호림, 김찬종, 노태현, 류찬열, 한선천 등
2017년 초연 이후 매 시즌 관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연극 ‘B클래스’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연극의 배경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제들만 갈 수 있는 예술인 양성학원 ‘사립 봉선예술학원’이다.
B클래스에 속한 학생 네 명이 실력이 아닌 능력과 조건만으로 평가받는 봉선예술학원의 기준을 넘어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합동 졸업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청춘의 자화상이 큰 울림을 안겨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