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의 노후 자산으로 평생 생활비를 받을 수는 없을까? 은퇴 이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설계하는데 있어서 매 월 일정 금액을 받는 연금은 무척 매력적이다. 젊은 시절 노후를 위해 매 월 급여의 일부를 떼어 가입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61~65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아니라면 50대에 은퇴를 하는 게 보편적이다. 연금을 받을 때까지 몇 년의 공백기가 생기는 셈이다. 또는 가입 기간이 모자라 60세가 넘어서도 연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내가 필요한 시점부터 연금을 받을 수는 없는 걸까.
연금 상품은 무척 다양하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상품도 있고 IRP 같은 연금저축이나 연금저축보험 등 사적 연금의 종류도 다양하다. 각 상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연금 지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일시금을 내고 즉시 연금을 수령하는 즉시연금보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즉시연금보험은 한 번에 보험료를 납입하고 기준 이자를 적용해 그 다음 달부터 매 월 일정액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미처 연금을 준비하지 못한 5060 자산가들이 주로 가입하는 상품이지만,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노후자산이 있는 시니어도 관심 가져볼만한 상품이다.
즉시연금, 언제 어떻게 받을까?
즉시연금보험 상품은 금리형과 변액형으로 나눌 수 있다. 금리형은 시중금리와 연동하는 공시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으로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정성 상품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금리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금리형의 경우 매 월 일정 금액을 받는다는 ‘연금’이라는 특징이 가장 잘 반영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변액형은 채권형 펀드,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연금이다. 이 경우 이자 기준이 투자 수익률이기 때문에 매 월 받는 연금 금액이 달라질 수 있으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다. 연금 상품은 보통 노후 자산으로서 준비하기 때문에 수익률보다 원금보전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어 최근에는 원금 보증형 변액연금 상품도 나오고 있다.
연금을 받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입자가 살아있는 동안 원금과 이자를 매 월로 나눠 받는 종신형, 약정 기간을 정해 그 기간 동안 원금과 이자를 매 월 나눠 받는 확정기간형, 매 월 이자만 받고 만기에 원금을 받는 만기환급형이 있다.
종신형은 내가 낸 금액이나 가입 기간과 상관없이 내가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에서 사망할 때까지 받는 연금이다. 예를 들어 65세부터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데 65세 1월에 첫 연금을 받고 2월에 사망한다면 그 이후 연금은 나오지 않는다. 만약 1억 원을 납입하고 연금을 받기도 전에 사망하면 원금조차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종신 연금은 오래 살수록 좋은 상품이며 말 그대로 노후 보장형 상품이다.
확정기간형의 경우 가입 기간을 정해서 받을 수 있으며 만약 그 기간 중 사망할 경우 자녀가 남은 금액을 이어서 받을 수 있다. 만기환급형은 대체로 상속연금이라 불리며 상속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즉시연금보험의 경우 1억 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
1억 원으로 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연금 상품을 활용할 때에는 나의 목적과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평생 매 월 안정자금을 받고 싶은 건지, 일정 기간에 더 많은 연금을 받고자 하는 것인지, 비과세 혜택을 보면서 자녀에게 상속을 하려는 것인지 등을 생각해 상품 종류와 수령 방법 및 기간 등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보험 상품은 어느 보험사나 운영 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도중에 상품을 해지하게 되면 원금에서 수수료를 내고 돈을 돌려받게 되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물론 보험 상품의 경우 노후를 보장한다는 개념이지만, 내가 1억 원의 보험금을 납입했다면 1억 원에 상응하는 보장을 받고 싶은 것이 가입자의 심리다. 게다가 노후 자산이라면 더더욱 원금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각 연금보험 상품별로 기간이나 조건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금 이하의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목적에 맞춰 상품 설계를 잘 해야 한다.
1억 원의 자산으로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안정적으로 상품을 운용하기 위해 금리형에 가입했고 공시이율은 2%, 수수료는 3%라면 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종신형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대신 가입자의 사망 시기에 따라 원금만큼을 보장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상품이다. 이에 보험사에서는 ‘보증기간’을 설정할 수 있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10년을 보증기간으로 설정하면 상품 가입 후 즉시 연금 수령을 시작한 뒤 1년 뒤에 사망하더라도 남은 9년에 해당하는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한 만큼 100세 보증 상품 등도 있으며 그 외에 자신이 원하는 보증 기간을 설정해 가입할 수도 있다. 앞서 가정한 조건으로 종신형 상품을 가입할 경우에는 30년 보증 기간을 설정해야 납입한 1억 원에 상응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가입 연령이 빠를수록 연금 수령 기간이 길어져 연금 혜택을 더 많이 받아볼 수 있다.
확정기간형의 경우 설정 기간이 짧을 경우 원금에 상응하거나 모자라는 수준의 금액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공시이율이 2% 수준이라면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을 설정해서 받아야 총 수령하는 연금액이 납입액 1억 원을 넘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설정 기간이 길수록 월 수령액은 낮아지고 총 수령액은 높아지는 구조다. 위에 가정한 조건으로 10년 확정기간을 설정하면 매 월 약 89만 원을 수령할 수 있으며 10년 간 총 수령액은 약 1억 680만 원이 된다. 또한 상속연금과 종신연금의 경우 비과세 상품이지만 확정기간연금은 과세되는 상품이므로 세금 비율도 고려해 기간을 설정하면 좋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는 금리형으로 들었지만 즉시연금보험을 변액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공시이율이 아닌 투자 상품 수익률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된다. 만약 연금도 받고 자산 수익률도 높이고 싶다면 변액형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연금 상품이 대체적으로 장기간 보유하는 상품인 만큼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내려면 어떤 투자 상품으로 운용되는지에 대해 가입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에 최근에는 원금을 보장하는 변액연금 상품도 나오는 추세다. 하지만 아무리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보험사 운영 수수료나 과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여러가지 가입 기간과 조건 등을 잘 살펴보고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시연금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에서 잇달아 연금 미지급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가입자가 상품 가입 시 들었던 설명보다 적은 연금을 받았다며 제기한 소송인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입 기간 설정에 따라 총 연금 수령액이 연금에 못 미칠 수 있고, 운영비나 세금처럼 각종 공제 내역들이 있기 때문에 즉시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에는 연금이 어떻게 산출되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평생 모은 노후자금으로 마련하는 연금인 만큼 현명한 설계로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