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는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더 힘들다. 뇌기능이 약해지면서 소화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식욕도 없어지고 간혹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양껏 먹지 못한다. 건강했던 노인이 어느 날 음식을 먹고 체한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숙면도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자주 침이 마르고 입과 입술이 건조해지는데, 잠을 못 자면 상황이 더 심해진다. 밤에 잠자다 일어나 소변을 3~4회 보는 노인도 많다.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설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남성들은 전립선비대증으로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한다. 여성들은 요실금이 잦고, 한 번 요의를 느끼면 참지 못하는 급뇨도 자주 생긴다. 이런 사람들은 밖에 나가면 화장실 위치부터 찾게 되면서 활동 반경이 좁아져 사회활동에 어려움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등과 허리가 구부러지면서 위장, 소장, 대장, 간 등 인체의 장기가 아래로 처진다. 방광 역시 그렇다. 그런데 방광은 골반 바로 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처진 위장, 소장, 대장, 간 등의 무게를 떠받치며 짓눌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전립선이 붓고, 괄약근도 약해지는데 뼈를 제대로 맞추는 치료법인 정골요법(osteopathy)에서는 골반 위를 지그시 눌러 방광 윗부분을 밀어 올리는 방법을 쓴다. 한의학 치료도 마찬가지다. 방광과 관련한 경락을 자극해 기운을 올려주고, 등허리를 펴게 하며, 괄약근을 튼튼하게 해준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중력에 의해 위장, 소장, 대장, 간, 방광이 아래로 처지게 된다. 신체에서 위장, 소장, 대장, 방광을 위로 끌어올리는 힘은 횡격막에서 나온다. 숨을 들이쉴 때 횡격막은 아래로 내려간다. 이때 장기가 처지면서 아랫배가 나온다. 반대로 숨을 내쉴 때는 횡격막이 위로 올라가면서 흉강 내 음압에 의해 장기가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참선이나 단전호흡을 할 때 들숨이 5초이면 날숨은 10초로 내쉰다. 날숨이 길어야 처진 장기를 위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가 많으며, 이것이 과호흡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때는 들숨을 더 깊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들숨이 많아지면 장기가 처져 소화가 안 되고 대소변이 시원치 않고 가스도 많이 찬다. 이럴 때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숨을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연습을 자주 해주면 몸이 좋아진다. 숨을 천천히 끝까지 내쉬는 날숨 위주의 호흡이 중요한 이유다.
폐가 좋아지면 방광기능도 좋아진다. 그래서 약간 경사진 곳을 오르거나 둘레길을 자주 걷는 것이 좋다. 햇볕도 폐를 강하게 해주므로 매일 30분 이상 쬐어주면 도움이 된다.
급뇨에는 배꼽 아래에 위치한 중극혈에 뜨는 직접구가 효험이 있다. 매일 쌀알 크기의 쑥뜸을 5~7장 해주면 좋다. 주의할 점은 바람이 들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뜸을 떠야 한다. 뜸을 뜨면서 찬바람을 맞으면 뜸몸살이 발생할 수 있다. 중극혈을 자극하면 방광이 힘을 받고 괄약근이 튼튼해진다. 방광 주위 근육이 튼튼해지면 급뇨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야뇨 증상은 화장실에 가려고 잠에서 깼다기보다는 잠이 깨어 화장실을 가는 경우로 봐야 한다. 나이가 들면 부신기능이 떨어져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데, 새벽녘에 혈당이 떨어지면 잠을 깨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야뇨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는 잠자기 전 치즈를 한 조각 정도 먹고 자면 좋다. 새벽에도 혈당이 유지되어 숙면을 하게 되고 야뇨 증상도 줄어든다.
밤낮으로 잦은 소변을 보는 경우에는 심리적 긴장을 이완시켜야 한다. 방광이 아닌 정신적 문제로 발생하는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대추차나 꿀차, 천왕보심단, 황련 같은 한약을 음용하는 것도 좋다. 아랫배에 핫팩을 30분 정도 해주는 것도 긴장 이완에 도움이 되어 야뇨를 줄여준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친정엄마가 치매판정을 받고 일 년이 넘었다. 그 전에 같은 말을 반복하는 시간단위가 점점 빨라지는 낌새가 있긴 했다. 그래도 ‘우리엄마가 설마’했다. 주변 지인들 부모나 어르신의 치매로 안타까워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이 그대로 나의 현실이 되었다. 직접 치매환자를 돌보며 경험 했던 같은 교회의 자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자매의 어머니는 ‘어르신놀이방(주간보호센터)’에 다니고 있다.
“처음엔 가족들이 엄청 당황스럽죠. 근데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에요. 백세인생이라는데 백세근처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겠어요. 우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연락해서 장기요양등급 신청하고 등급을 받으세요. 등급이 나오면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때 85%를 지원받을 수 있어요.”
두 달여의 기간을 두고 나는 엄마를 설득했다. 공단에서 사람이 방문한다는 걸 알렸다. 엄마가 혹시 '어르신놀이방'에 가게 되면 등급이 필요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알겠어. 니가 무슨 말 하는 줄 내가 안다고. 내가 그렇게 정신없는 늙은인 줄 아니? 나 아직 정신 멀쩡해!"
엄마는 공단 얘기만 나오면 왠지 예민했다. '내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라든지, '아직은 멀쩡하다'라는 말을 자주했다. 당신도 치매가 어떤 건지 어렴풋 알고 있지만, 지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저항의 다른 표현이었다.
"이를 닦아보라구요? 어머, 이런 걸 못하겠어요? 자 이렇게 하면 되죠?"
공단에서 나온 사람이 '어르신~. 침대에서 일어나보실래요?’, ‘이번엔 세수 한번 해 보세요'라고 요구했다. 엄마는 너무나 일상적인 걸 해보라는 공단직원이 하는 말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건 날마다 거르지 않는 생활이기에 엄마의 몸이 먼저 인지하고 있었던 걸까. 그러나 다음 질문에서는 달랐다.
"어르신,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글쎄요. 나 팔십 넘었나?"
"어르신, 이름이 뭐에요?"
"이름요? 음... 이름이 지금 왜 필요해요?"
엄마는 당신의 나이를 우물대며 애매하게 웃었다. 이름을 말해보라고 할 때는 짜증 섞인 말투로 따지듯 말했다. 이름을 모른다고 말하면 스스로 치매를 인정하는 것 같아 버럭 화를 낸 건 아닐지. 직원은 친절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질문하면서 엄마의 상태를 체크했다. 치매상태가 어떤지 확인하는 시간은 십 여분 정도가 걸렸다. 결과는 한 달 안에 우편으로 배달된단다. 치매 약을 복용 중이고, 병원 의사의 소견을 제출했지만 엄마는 결국 등급을 받지 못했다. 5등급 정도를 기대했던 나는 공단 담당자에게 물었다. 인지가 조금 떨어졌지만 신체적 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등급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등급을 받기위해서 치매어르신이 꼼짝 않고 누워있어야 하는 건지 판정기준이 불만스러웠다. 담당자는 두어 달 후, 기간차이를 두고 다시 재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가 언니네 집에 가있는 동안 그 지역(충남 서산)의 공단에 다시 신청 했다.
올해 여름이 오기 전, 엄마는 5등급을 받았다. 엄마가 우리 집에 오시기로 했다. 가끔씩 딸네 집에 바람 쐰다고 오긴 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아흔 살 엄마와의 동거, 어린아이 같은 엄마에게 어른이 필요하다. 난 ‘너그러운’어른이 될 수 있을까.
흔히 여성암이라고 하면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발생되는 암의 순위를 매겨보면 어떨까? 국가암정보센터 2015년 기록을 보면 예상과 달리 유방암은 2위에 불과하다. 자궁경부암 순위는 대장암이나 위암 등에 밀려 더 아래로 내려간 7위다. 그렇다면 1위는? 바로 갑상선암이다. 여성에게 발생되는 전체 암 중 19.4%가 갑상선암이다. 주요 의료기관에서 갑상선암을 대표적 여성암으로 지정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갑상선암에 잘 대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대여성암병원 권형주(權炯周·40) 교수에게 알아봤다.
의학 분야나 의료제도에 대해 오랫동안 기사를 써온 기자라면 갑상선암과 관련한 취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바로 과잉 진단 관련 질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내에서 갑상선암 진단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의료계에선 갑상선암 과잉 진단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지금은 일단락된 걸까?
‘무조건 수술’ 지양하며 논란 줄어
권형주 교수는 갑상선암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라고 말한다.
“진단법이 개선되고 장비가 좋아지면서 과거보다 많이 발견되고 있어요. 예전엔 검진 과정에서 나타나면 대부분 조직검사를 한 뒤 수술로 제거했는데 최근에는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5mm 이하의 종양은 조직검사와 수술을 하지 않고 좀 더 지켜봅니다. 종류에 따라 성장이 빠른 암도 있지만, 대부분 ‘거북이’처럼 진행 속도가 느려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있거든요.”
이렇게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암의 크기 이외에 환자 나이와 종양 발생 위치도 포함된다. 환자의 나이가 젊은 경우 진행 속도가 중장년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암의 크기가 5mm에서 1cm 정도일 때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있지만, 경동맥이나 식도, 기도, 성대신경 등과 가까워 수술할 때 합병증이 걱정되거나, 림프절 전이가 의심될 때, 그리고 어렸을 때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 암 성장이 빠를 것으로 예상될 때는 수술을 적극 고려한다.
갑상선암 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신중론’이 의료계 전반에서 논의되면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마다 이러한 기준이 세워졌고, 이로 인해 과잉 논란은 일단락된 분위기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발병 늘어
갑상선이라 하면 보통 혈관처럼 생긴 기다란 선(線)을 연상하지만 실제로는 기도를 감싼 나비모양의 덩치가 꽤 큰 신체기관이다. 성인의 갑상선은 한쪽 길이가 5cm 정도에 이르고 두께도 3cm가량 된다. 한자로는 ‘甲狀腺’이라 표기한다.
이곳에 암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른 여성암과 마찬가지로 골치 아픈 부분. 권 교수는 의학계에선 여성호르몬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대 2 정도로 여성에게서 발병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죠. 또 갑상선암을 앓은 환자에게 유방암이 발병할 확률은 2~3배, 자궁내막암이 생길 가능성도 5배 정도 높아요. 여성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들이 각각의 암을 별도로 바라보지 않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은 이 때문이에요. 다른 암도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는 거죠.”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방사능이다. 방사능에 노출된 적이 있거나 어렸을 때 방사선 치료를 받았을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갑상선암도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노화와 관련이 있다. 55세 이후 발병하면 경과가 좋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권 교수는 말한다.
“잘 알려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인근 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증명됐어요. 이 밖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소아·청소년 비만이나 당뇨, 유방암, 폭음 등이에요. 또 갑상선암의 한 종류인 수질암은 20% 정도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갑상선암 중 유전과 관련이 있는 경우는 매우 낮은 편이에요.”
발견 늦으면 평생 호르몬제 먹어야
갑상선암을 발견하는 최선의 방법은 초음파 검사다. 아주 작은 조직도 일찍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 주변에서 종양이 만져지거나 물을 마실 때 목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목소리가 변하기도 한다. 이런 자각증상이 있을 땐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치료 상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사 과정이 복잡하지 않으니 미리 검사해두는 것이 좋다.
고령 등의 이유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치료는 갑상선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권 교수는 수술 방식이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이전만 하더라도 갑상선에 암이 생기면 거의 대부분 전절제 방식을 선택했어요. 재발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후 환자의 삶을 고려해서 수술 범위를 줄이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종양의 크기가 4cm 이하로 작을 경우 암 발생 부위만 제거하는 반절제술도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과 반만 제거하는 수술은 단순히 난이도의 문제로만 볼 것은 아니다. 모두 절제해버릴 때는 방사선 요오드 치료가 뒤따르고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호르몬을 분비할 기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반절제술을 할 경우는 수술 후 일정 기간만 호르몬제를 복용하다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과가 좋으면 약을 끊기도 한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생략하는 경우 많다. 치료 후 환자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암의 조기발견은 매우 중요하다.
암 성질 변하면 1년 이내 사망할 수도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암의 성질에 있다. 갑상선암의 종류는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 역형성암 등으로 구분하는데 대부분은 유두암이다. 유두암은 성장이 느려 가장 온순한 암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데, 생존율도 95~100%라서 치료도 쉽다. 문제는 유두암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어느 순간 역형성암으로 변한다는 데 있다. 역형성암의 평균수명은 6개월 정도이고 대부분 1년 이내에 환자가 사망한다.
권 교수는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 중 전이도 있다고 말한다.
“치료를 제때 하지 않으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데, 절반 정도는 폐로 갑니다. 뼈로 전이되는 경우는 20%, 뇌에 발생하는 사례도 15% 정도 됩니다. 일반 유두암은 대부분 생존할 수 있지만 폐로 전이되면 생존율이 50% 정도로 떨어져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죠.”
최근에는 로봇을 활용한 수술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다빈치’로 대표되는 로봇 수술기는 전립선암과 같이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장기가 모여 있는 복잡한 부위를 수술하는 데 활용한다. 갑상선은 그런 부위는 아니지만 수술 도중 주위의 신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합병증을 줄일 수 있고, 작은 흉터만 남겨 호응도가 높다.
흔히 알고 있는 갑상선암에 대한 상식 중 하나는 요오드 섭취를 위해 다시마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속설이다. 권 교수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한국인은 이미 요오드 섭취량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김치만 먹어도 요오드 섭취량은 차고 넘쳐요. 요오드 섭취량이 부족한 이들은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의 일부 사람들 정도로 보면 됩니다. 최근에는 요오드를 너무 많이 먹어도 갑상선암의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다시마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거두셔도 됩니다.(웃음)”
여름은 무더워 신체가 상하기 쉬운 계절이다. 누구나 기진맥진해하고 힘들어한다. 선풍기나 에어컨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몸이 허약하면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도 싫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절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더 힘들다. 고산이나 북쪽의 서늘한 곳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한두 달 피서를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의 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신체 내부의 환경을 바꿔 열을 식혀야 한다. 여름 무더위는 한의학적으로 습열이라 하는데, 폐가 이 습열을 식혀준다. 그런데 몸이 약해지면 폐가 손상되어 습열을 제거하지 못해 비위와 콩팥 기능까지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여름 병증이다.
이번 호에는 무더위를 이기는 맛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무더위를 이기는 맛은 약한 신맛과 약한 짠맛, 그리고 단맛이다. 이미 우리의 음식 문화에는 이런 맛이 여름 먹거리로 녹아들어와 있다.
첫째 약한 신맛은 약간 시큼한 맛이다. 황매실차, 오미자차를 먹어보면 새콤한 맛이 느껴지면서 침이 고인다. 그리고 전신의 피부가 닭살처럼 일어난다. 새콤한 맛은 피부의 땀구멍을 닫아주는 효과가 있다.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폐의 기운이 부족해 피부의 땀구멍이 열려 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기운이 떨어지고 밥맛도 없어진다. 새콤한 맛은 땀구멍을 닫아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중국 명의인 손진인 선생이 “여름철에는 늘 오미자를 복용해 오장의 기운을 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실차는 3년쯤 묵힌 황매실차가 좋다. 갓 담근 매실차는 강하게 시큼한 맛이라 체했을 때 소화제로는 좋지만 여름 보양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장수 음식으로 꼽히는 흑초도 좋다. 현미식초를 먹어보면 강하게 시큼한 맛이 느껴지다가 끝 맛이 쓴데, 이런 맛은 체한 것을 풀어주지만 여름 보양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흑초나 홍초는 약간 시큼하다가 끝 맛이 달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맛이라야 여름 보양 음료라 할 수 있다. 또 당연히 오래 묵힌 것일수록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오미자가 들어간 생맥산(生脈散)을 여름 보양 음료로 추천한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물에 달여 여름철에 늘 마시면 좋다고 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유명한 보신탕도 약한 신맛이 나는 음식이라 구분할 수 있다. 보신탕에 넣는 부추도 약한 신맛을 낸다.
둘째 약한 짠맛이다. 약한 짠맛이란 처음에는 약간 짭짜름하다가 단맛이 나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맛을 말한다. 찌는 듯이 더운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은 소금을 늘 먹어서 기운이 땀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약한 짠맛을 먹으면 진액을 끌어당겨 땀이 덜 나가게 한다.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도 있다. 음식점에 가면 보통 고춧가루나 식초가 놓여 있다. 그런데 여름에만 특별히 놓이는 양념이 있다. 바로 소금이다. 여름철에 콩국수를 주문하면 소금이 따라 나온다. 보신탕, 삼계탕을 주문해도 소금을 준다. 여름철 별미인 우무에도 소금이 들어간다. 뱀장어도 여름에는 소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운동하고 나서 땀을 많이 흘린 후 마시는 미네랄 음료도 약한 짠맛이다. 약한 짠맛은 흡수가 빠르고 소변을 잘 보게 해 열을 가라앉혀준다.
그런데 어떤 소금을 쓰는가가 중요하다. 정제염이나 갓 만든 천일염은 아니다. 이들 소금은 매우 짜면서 끝 맛이 쓰고 입이 말라 물이 당긴다. 3년 이상 묵힌 천일염이나 구운 소금, 죽염, 함초 소금은 약간 짜면서 끝 맛이 달고 입에 침이 고인다. 여름에 기운이 없을 때는 생수 1ℓ에 죽염 4g 정도를 녹인 물을 한 모금씩 마시면 좋다. 기운이 나고 땀도 덜 난다. 너무 싱겁게 먹으면 여름이 힘들고 기운이 없어진다.
셋째 단맛이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 소모가 많아,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단것을 많이 먹는다. ‘동의보감’에서도 “더위는 기를 손상시키니 진기를 보하는 것이 요체다”라고 했다. 더운 동남아와 중동 사람들은 단것을 엄청 많이 먹는다. 수박과 참외, 야자 등 여름철 과일과 열대 과일류는 대부분 달다. 이때의 단맛은 정제 설탕 맛과 다르다. 정제 설탕을 먹으면 달달하다가 입이 텁텁해지면서 물이 당긴다. 초콜릿을 먹어도 달다가 입맛이 쓰면서 물이 당긴다. 이런 맛은 여름 먹거리로 적합하지 않다. 야자즙, 망고 등 천연과일은 달달하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단맛이라야 여름 더위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참외나 수박처럼 차가운 과일은 적당히 먹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더워서 겉으로는 땀이 나지만, 속은 반대로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땀을 과도하게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를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워도 위장은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 얼음물과 차가운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가을철에 추웠다 더웠다 하면서 배변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현대인은 에어컨 때문에 여름에 오히려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면서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따뜻한 음료를 마셔야 한다.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을 쓰면 효과가 있다.
여름은 콩팥이 가장 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과도한 성생활이나 음주를 주의해야 한다. 콩팥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더울 때 갑자기 찬물로 세수를 하면 눈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력이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인체 내부로 갑자기 찬물이 들어가면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정년을 맞이하고 나면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다. 시간 부자가 된다. 직장에서 근무하던 시간이 오롯이 한가한 시간으로 변해서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날마다 일요일’이라 부른다. 일요일은 편히 쉴 수도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 특히 직장이나 하던 사업에서 물러나면 특정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기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가다. 특정한 시간이란 생리적 필수 시간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시간으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그렇다. 또 은행을 가는 일도 의무적인 시간에 속한다. 이러한 시간을 제외한 한가한 시간이다.
여가란 여가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시간 자체를 의미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생리적 필수 시간과 의무적으로 하는 시간을 빼고 난 시간으로 하루에 11시간쯤 된다. 남아도는 것은 시간이고 이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다. 생리적 필수 시간 중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어 여가는 더 늘어난다. 단순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시간으로 비칠 수 있다. 날마다 그런 시간이 눈앞에 펼쳐지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11시간을 분 단위로 환산하면 660분이다. 숫자로 보면 짧은 시간으로 보인다. 칫솔질하는데 가장 적정한 시간은 3분이다. 실제 3분을 사용하여 양치질하는 경우는 드물다. 3분도 길게 여겨지는 데 무려 660분은 긴 시간일 수밖에 없다. 정년 후 살아가야 할 햇수가 40, 50년이 될지 모르는 장수 시대를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만 뜨면 일요일이 되는 정년 후의 시간 관리가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어떠한 유형의 여가활동이 바람직할까? 여가 학자들은 그 방법으로 ‘5.35.11 법칙’을 권유한다. 여가활동으로 취미, 자기계발과 학습, 봉사활동으로 나눠진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너 개 이상의 여가활동을 하고 있으나 더욱 고상하고 거창한 종류나 분야만을 여가활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여가는 심리적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시간으로 정의한다. 세부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음을 보여준다. 5.35.11 법칙의 5는 5가지 이상의 여가활동을 의미한다. 5가지 중에서 1개 이상은 배우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종류를 개발함이 좋다. 35는 일주일에 하는 여가활동 시간이다. 하루에 5시간을 여가활동으로 보내기를 제안한다.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즐거운 여가활동으로 보내면 암을 49% 예방한다는 통계가 있다. 2시간 반이면 39% 예방한다. 11은 35시간 중에서 11시간 이상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보내는 시간을 나타낸다. 사회적 건강을 챙기는 활동이다. 동호회에 참가하거나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으로 보람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 건강을 챙길 방법이다. 건강은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영적 건강과 사회적 건강이 함께 해야 한다. 장수 시대에 가장 힘든 일은 돈 없이, 아프면서 장수하는 것보다 하릴없는 무료한 생활이다. 5.35.11 법칙을 실현하는 일이 즐겁고 보람 있는 노후 여가를 보내는 바람직한 여가활동 유형이다.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당신 어제 혹 좋은 꿈을 꾸지 않았느냐”고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말한다.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얼굴이다. “아니 아무 꿈도 꾸지 않았는데 무슨 좋은 일 있어?” 하고 물어보았다. 자꾸 말을 빙빙 돌리기만 하고 통 말할 생각을 안 한다. 표정으로 봐서는 좋은 일이 분명한데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말하라 독촉하면 재미있어서 더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럴 때는 관심 없는 표정을 짓는 것이 특효약이다.
“알았어!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하면서 별 흥미 없어 했더니 그제야 아내가 정색을 하고 말한다. 시집간 딸이 전화가 왔는데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첫 외손자가 지금 4세인데 둘째 소식이 없었다. 요즘 시대는 아이를 낳지 않는 분위기라 자신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딸의 임신이 신기한 일도 아니고 깜작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냥 무덤덤했다. 오히려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할 딸이 걱정되었다.
요즘은 결혼이 늦어지다 보니 여지도 30세 넘어 결혼하는 추세다. 임신한 딸의 나이가 35세인 점도 마음이 쓰인다. 또 입덧을 심하게 하는 편이어서 첫아이를 낳을 때 고생을 심하게 했는데 잘 견뎌낼지도 걱정되었다. 더구나 큰애도 돌봐야 하는 부담도 있다. 천금 같은 내 딸이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래서 딸이 말하기를, 입덧이 시작되면 엄마가 자기네 집에서 기거하면서 큰애도 봐주고 몇 달 고생을 해달라고 했단다. 친정엄마로서 입덧하는 딸을 돌봐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친정집에 와서 몸조리하면 좋을 텐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큰놈 때문에 아내가 딸네 집으로 출장을 가야 한다. 그래도 흔쾌히 승낙을 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며느리가 내년에 복직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친손녀랑 그 밑에 두 살 터울의 동생들 둘을 우리가 또 돌봐줘야 한다. 아들네와 딸네 집은 수원과 일산이어서 먼 거리다. 이런 점을 감안해 양쪽 집을 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우선은 며느리의 복직 전에 딸애의 입덧이 끝나야 한다. 그 후에는 아내가 일산 아들네로 가서 아이들을 돌봐주면 된다. 머리를 굴려가며 방법을 찾아보니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을 것 같다.
빈틈없는 계획이다 보니 누가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난리가 난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어야 한다. 할아버지는 아이들 돌보는 일에 있어서는 예비군이다. 필자가 직접 아이 돌보는 일의 일선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할머니는 찾아도 할아버지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인기가 없다 해도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이 생기면 5분대기조처럼 뛰어나가야 한다. 전에도 필자가 자주 아이들 돌보는 일에 나섰다. 운전하는 며느리가 교통사고를 내서 운전을 못하게 됐을 때도 대리운전을 해줬고 아이들 돌봐달라고 SOS를 보내오는데 아내가 마침 다른 일로 바쁠 때도 필자가 뛰어갔다.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직은 신체건강하게 버티고 있어 친손자 외손자 양육에 개입하고 자식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것이 다행이고 사는 보람이다. 큰손녀가 유아원에 다닐 때는 아기 같더니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부쩍 어른처럼 행동했다. 막내 놈들도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만 봐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럭무럭 빨리 잘 자라라. 한 다리 건넌 내 새끼들아!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든든하게 보살펴줄게!
큰손녀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집에 왜 안 오세요? 오셔서 우리를 돌봐주셔야죠.” 그 말이 보약처럼 힘이 된다. “암 돌봐줘야지!” 이 맛에 산다.
살아가는 데 음식은 꼭 필요하다. 요즘은 과잉 섭취 때문에 고민이거나 다이어트가 큰 관심사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집 안 물건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간소하게 먹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TV를 틀면 넘쳐나는 쿡방, 먹방 프로그램. 과거의 요리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나와 요리법을 시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음식점을 컨설팅해주거나 여행과 결합해 외국의 맛집까지 탐방하는 등 계속 진화 중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미식과 여행에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먹는 즐거움이 영원히 가능하면 좋겠지만, 시니어는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로 식생활에 제한이 생긴다. 그래서 최근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며 시니어를 위한 식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 식품 시장 규모 갈수록 늘어
바나나, 두유, 두부, 청국장의 공통점은? 고령화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식품들이다. 1인 가구와 고령화로 간편식을 찾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식품의 매출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일도 깎지 않고 씻기만 해서 간편하게 먹는 과일이 인기다. 유통회사나 식품 관련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매장 진열은 물론 시니어 식품 시장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7명 중 1명인 고령화 사회다. 또 황혼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노인 1인 가구도 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삼시 세끼는 필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시니어 식품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시니어의 식생활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유명한 욕구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하위 단계에서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즉 가장 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인 안전 욕구가 충족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들의 식생활 사정은 심각해 보인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노인 28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6명 중 1명은 영양 섭취가 부족했다. ‘영양 섭취 부족’은 1일 권장 열량 섭취량(남성 2000kcal, 여성 1600kcal)의 75% 미만에 해당하고, 칼슘 등의 섭취량이 평균에 못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칼슘은 전체의 약 82%, 지방은 약 71%나 부족했다. 단백질이 부족한 노인도 약 31%나 됐다. 이렇게 영양이 부족하면, 신체의 대사기능이 저하되고 면역체계에 이상이 온다. 최근 한 기업에서 40~80대 부모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절반이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귀찮다(26%), 소화가 안 된다(22%)는 이유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시니어는 연령대에 따라 건강상태도 다르다. 스스로 식재료를 준비하고 식사를 챙길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노화로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혼자 식사를 챙기지 못할 경우가 문제다. 나이가 들면 왜 식사하는 데 불편함을 겪게 되는 걸까. 그것은 몇 가지 신체 변화 때문이다. 우선 미각의 변화다.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미뢰가 크게 줄어들면서 미각이 둔해지는 탓에 짜거나 달게 먹게 되어 당뇨와 고혈압 위험이 커진다. 그다음으로는 저작(咀嚼) 장애다. 치아와 잇몸 손상으로 음식 씹기가 힘들어 영양 섭취가 어려워진다. 또 연하(嚥下) 장애(삼킴 장애)로 음식물이 기도나 폐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소화액이나 연동운동 감소로 인한 소화 장애도 생긴다. 이러한 여러 장애 때문에 고령자를 위한 별도의 식품과 서비스 개발이 시급한 것이다.
실버 푸드가 발달한 일본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은 ‘노인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및 급식 서비스’로 정의된다. 건강기능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 두부류 및 묵류, 전통 및 발효식품, 인삼과 홍삼 제품이 여기에 포함된다.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는 출하액 기준 2011년 5104억 원에서 2015년 7903억 원으로 약 55%나 급증했다. 2015년 국내 전체 식품 시장 규모로 보면 아직 1.5% 수준으로 비중이 미미하지만, 고령화 속도로 볼 때 급성장이 예상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친화식품은 영양분과 소화 용이, 저작과 연하 용이 순으로 중요했다. 또 60세 이후 건강한 간식을 챙겨 먹거나, 영양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식품의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시니어를 위한 식품과 서비스 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다. 일본은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노인이다.
이들을 위한 고령친화식품을 일본에선 개호(介護)식품이라 표현한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는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DF, Universal Design Food)로 식품의 굳기와 점도를 고려해 규격에 맞춘 식품을 판매한다.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는 쉽게 씹을 수 있는 1단계부터 삼킬 수 있는 4단계까지 구분된다. 이후 2014년부터 개호식품은 스마일케어식(Smile Care Foods)으로 명칭을 바꿔 판매 대상을 넓혔다. 개호 예방을 위한 식품부터 무스나 젤리 상태의 식품까지 범위도 넓다. 이런 음식들은 외관상으로는 차이가 없이 물성을 변화시킨다.
심화되는 고령화, 실버 푸드 시장 온다
나물 종류의 채식을 좋아하는 시니어도 있고 육식을 선호하는 노인도 있다. 또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식단 조절이나 영양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고령자를 위한 식품은 만성질환을 위한 건강식, 끼니를 챙기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간편식, 저영양 상태를 보충하는 영양식, 건강이 악화된 사람의 간병식 등 세분화되어야 한다.
신체가 쇠약해져 이동이 어려우면 식재료를 사러 다니기도 힘들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구매 난민, 쇼핑 난민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노인을 위한 식품을 판매하거나 이동 점포까지 운영한다. 또 상품배달뿐 아니라 고령자 혼자서 하기 힘든 전구 교체 등의 집안일까지 지원해 인기다.
우리나라도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고령친화식품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했다. 식품기업들도 고령자를 위한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 시니어는 미식과 간편식을 즐긴다. 고령친화식품 시장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상태이지만, 시니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과 서비스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우아하다는 건 무엇일까. 직장이 우아할까? 가정이 우아할까? 부대끼는 현실 속에서 ‘우아’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인간이 스스로 우아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에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의 저자 박홍순(朴弘淳·55)은 “무언가를 창작하거나, 창작된 것을 접할 때”라고 답한다. 즉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삶이 우아해진다는 것. 더불어 인생에서 가장 우아할 수 있는 시기는 내면의 가치가 풍부해지는 노년이라 말한다. 나이 들수록 체력은 고갈되지만, 시간에 비례해 쌓이는 지혜가 바로 우아한 노후의 밑거름이다.
‘미술관 옆 인문학’, ‘생각의 미술관’ 등으로 미술을 통한 성찰과 인문을 이야기해온 박홍순 작가. 그는 새 책 ‘나이 든 채로 산다는 것’에서도 그림과 문학, 예술 작품 등을 매개로 노년의 삶을 그렸다. 아직 노인이라고 하기엔 이른(?) 50대 중반인 그가 황혼의 인문학에 성큼 다가선 까닭은 무엇일까?
“노년이 꼭 생물학적 나이를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삶의 방식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요. 동년배를 보면 공무원이나 자영업자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퇴직했어요. 그들의 일상은 노년의 삶과 다름없더라고요. 집에서 TV 보며 시간을 때우고 할 일 없이 공원에 가거나 산에 올라요. 그때 느끼는 상실감, 박탈감, 당황스러움 등이 노인들이 갖는 정신적 공황과 비슷하더군요. 나이는 멀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노년은 제게 바짝 다가와 있는 셈이죠.”
노년기 내면의 거울 ‘예술’
박 작가는 박수근의 ‘노인’, 김대섭의 ‘삶(生)-회(回)’, 고야의 ‘노파의 시간’ 등 작품 속 노인의 모습을 통해 노년의 삶과 죽음, 성(性)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그림이란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사회가 수치화한 노인의 삶보다 더욱 정확하게 현실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중 노년 주제 도서 대부분 수치, 통계, 정책 등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론적 접근은 개인의 상황 고려 없이 한데 뭉뚱그려 일반화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거치죠. 그 결과 값이 유용하긴 하지만 현실을 나타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누군가의 인생이 수치로 표현 가능한 건 아니니까요. 한 개인의 삶으로서 바라보지 않는다면 노인 문제는 계속 피상적으로 겉돌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책에서 다룬 작품들은 주로 작가가 직접 노년을 겪으며 부딪히는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에는 저마다 한 인간이 노인이 되기까지 그동안 쌓아온 삶의 내력이 녹아 있다. 박 작가는 여러 수단 중에서도 이러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노년의 삶을 성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권한다.
“그림은 생각의 여지를 가장 많이 준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무협 만화는 재미있는데 같은 내용의 영화는 유치할 때가 있죠. 만화는 칸과 칸 사이 상상의 여지를 주잖아요. ‘얍!’ 하고 다음 장면에 죽어 있는데, 독자가 그 과정을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모든 걸 다 보여줘버리니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죠. 그런 점에서 그림은 정지된 화면 속에 수많은 메시지를 압축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폭넓게 발휘됩니다. 그만큼 생각도 깊어지고요.”
여가도 훈련이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한 우탁의 시조 속 ‘늙는 길을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을 막대로 치려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서 지름길로 오는구나’라는 글귀에 공감한다는 박 작가. 그는 막을 수 없는 늙음을 거부하며 젊음에 집착하는 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언제부턴가 안티에이징이 트렌드잖아요. 우리 사회는 젊음을 추구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늙어버린 것 같아요. 요즘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공무원이라고 답합니다. 생활의 안정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거죠. 청년, 노년 할 것 없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주하는 경향이에요. 젊음의 상징은 도전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는 신체적 노화보다 정신적, 심리적 노화가 심각하다고 봐요.”
그는 외면의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내면의 젊음은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앞서 언급한 젊음의 상징 ‘도전’을 통해서 말이다.
“공자는 논어에 30대를 ‘입지(立志)’라 했어요. 단순한 한자 풀이로는 ‘뜻을 세운다’이지만, 유가적 덕목으로 봤을 때는 ‘뜻을 세워 세상에 나아가 실현한다’는 의미죠. ‘실현’까지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지는 곧 도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공자 시대는 차치하고 조선시대만 해도 평균 수명이 50세도 안 됐을 거예요. 이제는 100세 시대잖아요. 당시 30대와 비교해 현재는 입지가 몇 살일까요? 60대겠죠. 그런데 40대부터 변화를 두려워해요. 한창 입지일 때 이미 불혹(不惑)에 도달해버린 거죠. 내면의 젊음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유지된다고 봅니다.”
박 작가는 다음 10년을 위한 준비가 안 된 노후는 한마디로 ‘꽝’이라 말한다. 특히 ‘여가를 즐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다.
“여가 없는 노년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다고 여가활동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오랜 훈련이 뒷받침돼야죠. 한국 사람이 미식축구를 보면 재미없잖아요. 살면서 본 적도 없고 룰도 모르니까요. 즐기는 방법이 훈련돼 있지 않은 거죠. 그렇듯 다른 여가활동도 마찬가지예요. 하루아침에 재미가 붙지는 않아요. 습관이 되어 쌓이고, 쌓인 것 위에 또 다른 게 더해질 때 점점 즐거워지죠.”
보는 만큼 알게 된다
미술에 관한 여가를 꿈꾸지만 자칫 어렵게 여기고 실천하지 못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미술에 일가견이 있는 박 작가에게 미술을 여가에 접목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한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유행했는데,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본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현실에서는 일종의 엘리트주의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거든요. 앎이 전제되고 행위가 뒤따른다는 거니까요. 예술은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보는 행위가 먼저이고, 봄으로써 감동하잖아요. 수영을 배우려 할 때, 수영 관련 책 10권을 읽는다고 잘하게 될까요? 재미가 있을까요? 수영을 하려면 일단 물에 들어가야죠. 몸으로 먼저 익히고 지식이 결합됐을 때 묘미가 생기는 거지, 처음부터 지식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수영도, 예술도 아는 게 아니라, 하는 거거든요.”
그는 여가로 미술을 즐기려면 자주 보고, 경험해야 하는데 아직 사회적 여건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일상에서 미술을 접하는 공간이 부족해요. 개인 소장 예술품이 많다는 것도 문제이고요.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이 원래부터 국가 소유였을까요? 처음엔 개인 소유였죠. 예술품은 저마다 역사를 지니고 있어요. 100년, 200년 지나면 그 작품은 어느덧 나라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죠. 한때는 개인의 재산일 수 있지만, 그쯤 되면 공공의 성격을 띠는 거예요. 그럴 때 소유자들은 작품을 기증하는데, 우리는 개인이 쥐고 있는 작품이 너무나 많습니다.”
박 작가는 공적인 의미에서 사회 구성원들과 예술의 가치를 나누듯 노년에는 개인보다 사회를 위한 활동을 시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후엔 사적인 이익보다 공적인 가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대표적인 활동이 정치입니다. 개인의 신념과 소신에 의한 정당활동이나 시민활동 등 자기 정신을 객관화하는 일들이 좋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가치 있는 노후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내면의 젊음을 유지하길 바랍니다.”
# 퇴직한 김 모(68세) 씨의 취미는 피규어 모으기다. 최근엔 3D 프린터로 직접 그의 얼굴을 본뜬 피규어를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피규어라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손주에게 줄 장난감도 미리 설계도를 다운받아 만들 계획이다. 손주가 좋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흐뭇하다. 오후엔 충치치료 때문에 치과에 다녀왔다. 구강을 스캔한 후 바로 3D 프린터로 출력하기 때문에 손쉽게 보철물을 씌울 수 있었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같지만 현실이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이미 상용화된 제품들의 사례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지만 그간 눈치채지 못한 제품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은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3D 프린팅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는 올해 삶에 큰 영향을 줄 10대 기술 중 하나로 ‘3D 금속 프린터’를 꼽았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금속으로 프린트하면 더 가볍고 강한 부품을 만들 수 있다. 3D 프린팅은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미국에서 1983년에 개발되어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 기술은 주로 산업체에서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그런데 최근 3D 기술 관련 주요 특허가 만료되며 3D 프린터가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다.
제작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단축하는 ‘3D 프린팅 기술’
그동안 사용해온 2D 프린터는 종이에 잉크로 글자나 그림을 출력해왔다. 이와 비교할 때 3D 프린터는 3차원 그래픽 설계도로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한 층씩 쌓아올려 입체적인 물체를 인쇄한다. 과연 3D 프린팅 기술이 제조업에 혁신을 가져올까?
가장 대표적인 혁신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전 시제품 제작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보통 시제품 제작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그런데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몇 시간만으로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또 부품을 조립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완성품 제작도 가능하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대로 소량 맞춤 생산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얼굴을 본뜬 피규어나 예술 작품도 제작 가능하다.
유통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공장에서 규격대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했다. 그런데 3D 프린터가 가정에 보급되고, 출력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나 동네 가게가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언제 어디서든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재고도 없어진다. 무엇보다 제조 과정이나 운송에 드는 노동과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임플란트에서 인공 장기까지, 의료와 3D 프린팅 기술의 만남
3D 프린팅 기술은 의료, 식품, 건축, 교육, 자동차 등 이미 많은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은 아니다. 그렇다면 시니어는 어떤 분야에 주목해야 할까.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떠오르는 헬스케어와 3D 프린팅 기술의 만남도 혁신이 기대되는 분야다.
인간은 신체 구조가 다 다른데 지금까지는 정형화된 보형물을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정교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벨기에 연구자들이 83세 환자의 턱에 3D 프린터 기술을 적용한 티타늄 뼈를 이식하는 데 성공해 큰 화제를 모았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치의학과 보청기 분야에서 대중화되었다. 시니어는 임플란트나 틀니 등으로 치과에 갈 일이 많다. 그동안 치과기공사가 치아의 본을 뜨고, 금형을 제작하던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제 구강을 스캔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하루 만에도 시술이 가능해진다. 보청기 또한 일대일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족과 의수도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 코스 요리도 뚝딱! 버스도 하루 만에 찍어내!
# 평소 양식을 좋아하는 최 모(65세) 씨는 동창들을 초청해 샐러드와 스테이크를 점심으로 먹었다. 디저트로 만든 케이크에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예쁜 장식을 올렸다. 먹고 싶은 음식은 레시피를 다운받으면 푸드 프린터가 알아서 만들어준다. 최 씨가 운전하는 자동차도 맞춤 주문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전기차다. 이번 주말에는 친구 딸 결혼식에 가야 해서 옷과 신발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대로 설계도를 다운받아 3D 프린터로 출력할 예정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식품산업에까지 번지고 있다. 영양가 있고 멋지게 장식된 음식을 이제 3D 프린터가 만들어주는 시대다. 다운받은 레시피를 3D 푸드 프린터로 인쇄하면 시간도 단축되고, 정교한 장식도 가능하다. 만약 만성질환이 있다면 식이요법대로 건강식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기술로 3D 프린터는 피자, 초콜릿, 케이크, 치즈, 초밥을 출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다.
한편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서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기업인 바이오준(Biozoon)은 고령자들을 위한 3D 프린팅 식품을 개발했다. 이젠 유명 요리사들이 디자인한 부드러운 식품으로 영양가 있는 맞춤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3D 프린터가 냉장고처럼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자동차나 패션산업도 3D 프린팅 기술을 피해갈 수 없다. 최근 자동차산업은 자율주행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이었지만, 최근 미국의 로컬모터스(Local Motors) 사는 자동차를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맞춤형 주문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큰 공장도 필요 없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 버스도 하루 만에 제작했다.
패션은 신소재나 트렌드에 적극적인 산업으로서 3D 프린터 도입 역시 활발하다.
집이나 항공기 부품 등 3D 프린터로 만드는 제품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물론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불법으로 총기를 제작하거나 지적재산권, 3D 프린팅으로 만든 물건의 안전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이 그렇다. 그러나 출력 소재가 다양해지고, 기술 개발이 빨라지면 3D 프린터가 시니어에게 많은 혜택을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날이 진화하는 3D 프린터가 가져올 미래가 기대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싫어, 끊어!” 서울 상계동에 사는 A(56) 씨가 거칠게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요즘 그녀의 일상 중 하나는 얼굴 좀 보자는 지인들의 전화를 거절하는 것이다. 최근 생긴 고민인
요실금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가벼운 기침만 해도 소변이 조금씩 새어나온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이제는 생리대형 패드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앉아 있던 자리가 젖거나 소변으로 인한 악취를 상대가 알아차리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공포로 다가온다. A 씨가 두려움에서 탈출할 방법은 무엇일까. 강서미즈메디병원 김종현(金宗鉉·55) 비뇨기과 과장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사회적 암(癌)입니다.” 김종현 과장은 요실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요실금 증상이 심각해지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스스로 대외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심하면 우울증을 앓게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실금은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증상이 아니라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배출될 것 같은 응급상황 넘어가려면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이 배출되는 증상을 말한다. 소변이 몸 밖으로 나오는 상황이 신체적으로 크게 위해를 주지는 않지만, 위생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심각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남성에게도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여성에게 나타난다. 발병도 매우 흔하다. 김 과장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40% 이상은 크고 작은 요실금 증상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요실금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전체 환자 중 90% 이상은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에 속한다. 이 두 가지만 알면 요실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김 과장은 조언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골반 근육이 약화돼서 기침을 하거나 웃을 때, 뛰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소변이 새어나오는 증상을 말해요. 심하면 걷거나 살짝 자세만 바꿔도 소변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가장 흔한 요실금인데, 출산과 노화로 인해 소변이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골반근육과 요도 괄약근이 손상되고 약해졌기 때문이에요. 특히 자연분만 과정에서 아이가 커서 난산을 하거나 다산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발병률이 더 높아요.”
또 하나의 주된 원인인 절박성 요실금도 노화와 관련이 있다.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의 신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소변이 마려울 때 느껴지는 요의(尿意)가 느닷없이 찾아와 이를 참지 못하고 소변을 지리는 증상이다.
“보통은 40대 후반 50대 초반, 갱년기를 겪고 난 후에 많이 나타납니다. 이 시기의 호르몬 변화와 신경 불안정이 주된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다 문 앞에서 실례를 해버린다거나, 설거지나 샤워를 하다가 소변이 새어나오는 경우는 절박성 요실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김 과장은 이럴 때 서두르면 더 낭패 보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일단 동작을 멈추세요. 그리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항문과 질을 최대한 오므리세요. 이 상태를 잠시 유지하면 배뇨근의 수축을 막고 이완시켜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습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 크게 달라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은 비슷해도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완전히 달라진다. 쉽게 표현하면 복압성 요실금은 고장난 수도꼭지를 고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절박성 요실금은 상수도 펌프가 제대로 조절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복압성 요실금은 골반 근육이 약화돼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이 골반근육 강화 운동이에요. 흔히 케겔운동이라고 하는 질과 항문을 오므리는 운동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운동을 말로 설명해도 제대로 따라 하는 환자는 절반도 안 돼요. 평상시에 사용하는 근육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인위적으로 해당 근육을 운동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체외 자기장 치료나 전기 자극 치료가 대표적이죠. 이 중에서 옷을 벗거나 질 안에 전극을 삽입하지 않아도 되는 체외 자기장 치료가 최근에는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의자 형태의 기구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되니까요. 바이오피드백 장비를 통해 질과 항문 주위 근육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제대로 훈련이 되면 집에서도 수시로 운동할 수 있습니다.”
복압성 요실금이 심하거나 단기간에 효과를 얻길 원한다면 약해진 요도괄약근 부위를 수술로 보강하는 방법도 있다.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수술시간은 30분 정도이고 하루만 입원하면 된다. 근육 부위에 뒤쪽에 테이프를 삽입해 떠받치는 ‘중부요도슬링’ 수술이 그것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근육이 아닌 신경계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주로 약으로 치료한다. 방광의 배뇨근이 과도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소변 저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약으로 완화하는 방법이다. 소변이 충분히 저장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정상적인 배뇨가 이뤄지게 한다.
“환자 나이가 젊다면 3개월 정도 복용하면서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세가 좀 있으신 경우에는 혈압약처럼 계속 드셔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요즘 약은 주로 방광에만 작용해서 부작용 없고 오랜 기간 드셔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요실금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복압성과 절박성의 치료 방법이 다른 만큼 비뇨기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많은 시니어의 경우 복압성과 절박성 요실금이 함께 올 수도 있어요. 이럴 때는 한 가지 치료만으로 효과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환자 상태에 맞게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치료 안 하고 미루면 악순환 반복
골반 근육의 퇴화를 막기 위해서, 혹은 요실금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 때때로 케겔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질과 항문을 오므리는 운동으로 5초 정도 힘을 주었다가 빼는 식으로 30번 정도 반복한다. 이렇게 하루 두 번 내지 세 번 정도 하면 효과적이다. 이외의 다른 운동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는다.
“살이 쪄서 복강 내 지방이 많아지면 복압이 높아져서 복압성 요실금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줘요. 문제는 이런 분은 운동할 때 소변이 새니까 집 안에만 있게 되고 그러면 살이 더 쪄서 요실금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죠. 이런 경우 수술치료를 해야 운동을 할 수 있어요.”
소변이 자주 나온다고 해서 무턱대고 마시는 물의 양을 줄이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방광의 공간을 확보해 요실금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분이 부족하면 방광염과 요로결석의 원인이 되고 신장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김 과장은 요실금이 발생하면 삶이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실금이 생기면 이제 노화가 시작됐다는 생각으로 우울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또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죠. 이제 기저귀를 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요실금 팬티 같은 보조적인 도구를 써도 악취나 피부염 등은 모두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시니어가 존엄성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무라 생각해요. 만약 요실금을 앓고 계시다면 치료를 통해 젊을 때와 다름없는 삶을 사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