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외섭 동년기자 bravopress@etoday.co.kr
손녀, 손자 쌍둥이와 외손자가 있다. 그중 태어난 지 10일 된 손녀에게 신종플루 증상이 나타났다. 노약자와 영유아는 별다른 대책 없이 공포에 떨고 있던 때였다. 병원마다 “치료가 어렵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 한 병원에서 천사 같은 의사가 지극정성으로 치료하여 이를 극복하였다. 세 손주는 건강하게 자랐고 그때부터 행복 시작이었다.
살아 있는 천사를 만나다
2009년 10월 쌍둥이 손녀와 손자가 온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 조리 중 손녀가 고열과 설사, 식음 전폐로 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 토요일 오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조리원에서 동네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오쯤 모 대학병원으로 갔으나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아이는 힘이 없어 축 늘어져 있고, 몸은 불덩이 같았다. 대책 없이 내쫓김을 당하고 보니 자신의 무력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아이가 출생한 ‘제일병원’으로 전화를 하였다. “신종플루 감염 위험이 크다. 빨리 데려오라.”는 천사의 음성을 들었다. 그때처럼 사람의 목소리에 감격해 본 적이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보통 때면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왜 이렇게 차는 밀리는지 숨이 막혔다. 아내와 며느리는 눈도 뜨지 못한 아기를 안고 초주검 상태다. “내 생명이라도 바치겠소. 손녀를 살려주오” 무언가를 갈구하였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었다. 이때보다 애탔던 기억은 없다.
토요일 오후 제일병원 응급실! 채혈하느라고 주사기를 찌를 때마다 아이는 아파서 자지러졌다. 당직근무 중인 여의사는 아기의 궁둥이에 코를 대고 대변의 냄새를 맡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3일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경험상 세균 감염으로 보이니 치료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천사의 모습을 보았다.
병원 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의사에 대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극정성을 다하는 담당 의사를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정성어린 치료로 열도 차차 내리기 시작하였다.
며칠 후 나온 검사결과도 다행이 신종플루가 아니라고 하였다. “세균에 감염되었으나 경과가 좋다”고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세균 감염이 자주 발생하여 사회문제가 되던 때였다.
이 일을 계기로 다섯 달 후에 외손자가 태어났을 때는 산후조리원 대신 필자의 집에서 6주간 딸의 산후조리를 하게 하였다.
한 주일 치료결과 체온도 정상으로 되고 젖도 잘 먹으면서 무사히 퇴원하였다. 퇴원 후 한동안은 손녀의 건강을 항상 걱정하였다. 다행히 별 이상 없이 건강하게 자랐다. 이제는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손녀를 구해준 의사선생님에게 다시 감사드린다.
세 손주 보살피기
쌍둥이가 어렸을 때는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가까이 사는 아들 집으로 갔다. 잠에서 덜 깨 칭얼거리는 아이들 달래려고 목마가 되어 무동 태워주고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고 씨름상대 되어 주면서 한바탕 즐겁게 논다.
아이들의 기분이 어느 정도 좋아지면 얼굴 씻기고, 밥을 먹여서 옷 입히고 등교 준비하는 과정은 한마디로 조그만 전쟁터다. 아침 이때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가족만이 할 수 있는 제일 어려운 어린이 보살핌이라고 본다.
쌍둥이는 길거리 간판의 글씨를 익히면서 질문하기 바쁘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재미있게 구경한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그네, 미끄럼 타고, 술래잡기 놀이까지 하고 기분 좋은 상태로 어린이집에 도착한다.
외손자는 오후에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있다. 가끔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애교 떠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아이들 돕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
쌍둥이는 올해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독후감을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손녀는 그림을 선물하고 손자는 미니 야구를 하자고 한다. 외손자는 솜씨를 자랑하여 종이접기 작품을 선물로 내민다.
손주, 가슴으로 안아라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표정 하나에도 민감하다. 손으로만 만지는지 가슴으로 안아주는지 금방 알아차린다. 외가에서 산후조리를 하였던 외손자는 외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자는 걸 지금도 제일 좋아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서 배우면 친해진다. 터닝메카드 놀이를 잘 모른다고 밀어내지 말고 하나씩 배우는 자세로 무릎을 맞대보라! 틀림없이 친구가 된다.
칭찬하라! 장래 귀중한 자산이 손주이다. 수만금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더 큰 보물이 된다. 사랑을 먼저 주면 행복은 저절로 돌아올 것이다. 씩씩하고 명랑한 아이들! 생각만 해도 입이 귀에 붙는다.
만나면 반갑지만 막상 함께 있다 보면 서로 지지고 볶다, 헤어지면 그리워하기를 반복하는 대상이 바로 손자와 손녀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손자 손녀를 책임지고 뭔가 해야 한다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까?
그래서 서울 S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 26명에게 물었다. 할아버지·할머니와 어떤 것을 하고 싶고, 좋았는지.
어떨 때 할아버지·할머니가 미운지도 들었다. 그들의 생각이 궁금하기 전에 한 가지 알아둘 것! 체력은 필수다.
(*주관식으로 이루어진 설문으로 중복 대답한 어린이가 다수 있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요!
26명의 아이들은 조부모와의 경험이나 해보고 싶은 것으로 여행이나 놀이공원을 많이 대답했다. 특이한 점은 조부모와 함께 공놀이나 배드민턴 등을 했던 경험을 말한 어린이가 다수였다는 점.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뛰고,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기타 의견에서 대중목욕탕에 갔던 것, 보드게임 했던 기억 등을 꼽기도 했는데 어린이 자신에게 집중해 주고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는 마음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손자 손녀들은 일단 부모 없이 조부모와 있는 동안만큼은 약간의 일탈을 꿈꾸는 것으로 드러났다. 2번 문항의 ‘조부모와 몰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1위가 바로 영화와 TV 보기. 평소 부모 제재가 아이들에게 있다는 의미다. 기타 의견에 ‘숙제 안 하기’나 ‘아이스크림 먹기’ 등도 부모가 들으면 싫어할만 한 행동 아닌가. 적어도 조부모를 부모보다는 편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이들이 조부모와 하고 싶은 것은 참으로 다양했다. 윷놀이, 오목, 보드게임 등 앉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야외 활동은 기본이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등산이나 캠핑을 가고 싶다는 어린이, 태국이나 프랑스 등 해외 여행을 하고 싶다는 어린이도 있었다. 여름방학을 의식해서인지 바닷가나 수영장에 함께 가고 싶다는 의견도 많다. 손자 손녀와 뭔가를 하고 싶다면 체력 먼저 꼭 길러야 할 것 같다.
조부모가 싫을 때는 단연 화내거나 혼 낼 때였다. 기타 의견에서 ‘공부한다고 칭찬할 때가 싫었다’라고 응답한 어린이도 있었다. 혹시 공부를 막 시작한 손자를 보고 칭찬한 적이 있다면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싫어하는 것을 먹으라고 할 때’, ‘할머니 혼자서 힘들게 어디 갈 때’가 싫다고 답한 어린이도 눈에 띄었다.
◇ Skittles Sour Cocktail(새콤한 스키틀스 칵테일)
재료 스키틀스, 소주, 토닉워터, 라임주스
HOW TO MAKE
추잉캔디 ‘스키틀스’를 활용한 칵테일이다. 스키틀스를 색깔별로 구분해 소주에 넣고 냉동고에 반나절 정도 보관한다(소주 반 병에 스키틀스 10알). 스키틀스의 색과 맛이 녹은 살얼음 소주(소주잔 1~2잔)에 얼음, 라임주스(소주잔 1/2잔), 토닉워터 적당량을 넣어 완성한다.
Tip. 스키틀스 소주에 얼음만 넣어도 캠핑장 등에서 즐기기 간편한 칵테일이 된다.
◇ Rainbow Sangria(레인보우 상그리아)
재료 화이트 와인, 수박, 키위, 파인애플, 오렌지, 포도 등 과일 5가지
HOW TO MAKE
모양도 예쁘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파티 음료로 즐기기 좋은 칵테일이다. 색깔이 다른 과일 5가지를 준비해 작게 썰어 둔다. 길고 투명한 잔에 과일을 차례로 넣고, 화이트와인을 채운다.
Tip.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사용하고, 스파클링을 쓰는 것도 좋다. 음료를 먼저 마시고 과일을 꺼내 먹는다.
◇ Wine Ice Cream Cocktail(와인 아이스크림 칵테일)
재료 아이스크림, 레드와인, 롤 과자 또는 믹스베리
HOW TO MAKE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디저트 ‘아포가토(Affogato)’처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둥글게 파인 접시에 아이스크림을 담고 롤 과자나 믹스베리 등을 얹는다. 아이스크림 위에 레드와인을 부어 완성한다.
Tip.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맛으로만 사용한다. 기호에 따라 탄산수를 첨가해도 좋다.
장영희 동년기자 bravopress@etoday.co.kr
요즘 ‘손주 얼굴을 보는 값’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만남에 식사값을 내야 하고, 데리고 나온 자녀에게 차비를 쥐어주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손주의 교육에 참여한다는 것은 감히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없다.
외할머니가 손자를 아기 때부터 다섯 살 때까지 보살폈다. 왕자 기르듯 받들면서 길렀다.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가 뭐든지 가져다주었다. 여섯 살 아이를 밥도 먹여 줬다. 외동딸에 손자가 태어났으니 오죽한가. 거기에 아들 내외는 맞벌이를 하니 미안한 마음에 벌벌 떨었다. 나는 못마땅했지만 내가 맡아 키우지를 않으니 손자교육에 간섭하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몸이 안 좋아져 손자를 돌보지 못하게 되었다.
손자에게 말했다. “성범아, 아파트에 동네친구들 있지? 이 사탕 좀 친구들에게 나눠 줄까?” 무슨 좋은 생각이 있을까. 길에서 만나거나 집으로 갖다 주든지 그렇게 해보자고 했더니 쟁반까지 가지고 온다. 냅다 밖으로 나갔다. 강아지도 따라 나선다.
그때 네댓 살 여자아이가 엄마와 걸어온다. 얼른 다가가서 망설이지 않고 반지사탕을 준다. 그런데 손자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내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일단 처음에 성공을 했다. 그러더니 옆 라인으로 간다. 현관문에서 ‘딩동’ 누르고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힘차게 내려왔다.
이제 두 번째도 성공했다. 이번에는 어린애를 안은 남자군인을 만났다. 이미 탄력이 붙은 손자는 다가가서 “이 사탕을 드리고 싶어요” 웃음까지 띠고 상냥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현관문을 쾅 닫고 들어간 그 집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났다. 왜 울지? 그 집에는 아이가 둘이니. 사탕이 하나밖에 없어서 우는 것은 아닐까. 손자는 금세 알아듣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사탕을 주고 보무당당하게 내려온다. 울음소리는 그쳤다. 마치 온 동네를 돌아다니라고 해도 다닐 기세다.
마지막으로 1층을 두드렸다. 손자 이름을 아는 걸로 봐서 아는 집인 듯했다. 그 집안으로 들어오라 하니 신발을 벗고 강아지와 함께 들어선다. 그 집 할머니와 딸과 주고받는 소리가 들린다. “너 혼자 왔니?” 이렇게 묻는 소리가 들리고, “바래다줄까?” 5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밖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손자는 나왔고, “이야, 우리 범이 최고다. 할머니도 못하는 일을 네가 해냈구나.”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며, 마치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왔다.
아들에게 전화로 이야기했더니 며느리에게 전해졌다. 아들은 “엄마 잘했어요” 며느리는 퇴근해서 하는 말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입이 쩍 벌어졌다.
손자가 밖에서 놀고 있는데 또래의 아이가 집으로 들어오고 싶어 해서 들어오라고 했다. 그래서 집에서 놀다가 그 집으로 손자는 다시 놀러갔다. 그랬더니 며느리가 퇴근해서 하는 말이 “어머니 그러시면 안 돼요” 이런다. 퇴근길에 돼지고기 한 근을 사서 그 집에 갖다 주고 왔단다. 약속을 해서 가야 하고 불쑥 아이만 보내는 것이 아니란다. ‘내 생각은 그럴 수도 있지’ 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문화가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 손주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기나 혀’ 이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의 집을 혼자 방문해서 1시간 정도 머물렀다. 내가 데리고 나올 때 그 집 주인은 “아이가 정리정돈을 잘 하네요” 기분 좋은 소리를 한다. 남의 집에 혼자서 오랫동안 머물다 오는 일도 손자가 처음 해본 일이다. 새가 둥지를 떠나 날기를 연습하는구나 !
상봉역에서 전철을 타고 춘천역에 내려 놀이방에 도착했다. “우리 집까지 걸어갈까?” 손자에게 의견을 물으니 좋다고 한다. 집까지는 1.5km정도 되는 거리다. “그런데 할머니가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는데 너 혹시 아니?” 그랬더니 앞장을 선다. 고사리 손으로 내 손을 잡고, 혼자서 설명을 한다. 나무가 많은 집이 나오고, 그 다음에 닭을 기르는 집이 있다고 했다. “할머니가 닭 구경하고 싶다” 했더니 조금 기다리라며 닭장 앞에서 수탉이 몇 마리, 모이를 쪼아 먹는다느니 싸움을 한다느니 하며 이야기한다.
빵집에서 손자가 좋아하는 오징어먹물 빵도 샀다. 길을 건너 방앗간에서는 한참 동안이나 기름을 짜는 풍경, 자루에 담긴 고추를 구경했다. 김을 구울 때 바른 들기름을 여기서 샀다고 했다. 통닭집을 지나 손자의 얘기를 들으면서 기웃거리며 왔다.
아침에 놀이방에 갈 때 배웅하는 이가 있어야 된다. 오는 시간에도 마중하는 이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버스가 그냥 아이를 태우고 놀이방으로 간다. 그래서 오후 4시 버스를 정확하게 기다려야 한다. 잠시 잠이 들거나 하면 일이 커진다.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손자가 올 때까지 일부러 기다렸다. 분리수거한 몇 개의 백을 들고 손자에게 말한다. “너 쓰레기장 어디인 줄 아니?” 씽씽카 고리에다 그중 하나를 걸더니 앞장을 선다. 한참을 가야 했다. 며느리가 퇴근해서 왔다. “오늘 범이 일 좀 시켰다”했더니 “어머니 잘하셨어요” 속으로 별일이네 했다.
아이에게 천천히 이야기로 설명하면 된다. 할머니생각은 이런데 어때? PX매점에 갈 때도 할머니가 이것을 사고 싶어. 달팽이크림이 필요해. 너는 뭘 고르고 싶은데.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고 이것을 사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좀 시간이 걸릴지라도. 새로운 과자가 나왔는데 사볼까. 지금 콧물이 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사지 않아야 된다는 것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렸다.
아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다른 아이들보다 1년이 늦는다고 조바심쳤다. 내가 3개월 동안 춘천을 다니며 내 교육방법대로 아이와 자연스럽게 지냈다. 며칠 전에 아들이 와서 하는 말. “엄마 이제 범이가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정상이래요.”
결국은 아이가 ‘혼자서도 잘해요’가 되었다. 이런 행동은 내가 두 아들을 길러 봤고, 지금 현재 제 몫을 해내는 어른으로 성장시킨 체험이 있어서다. 문화가 변해도 아이들을 키우는 근본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제르보(GERBEAUD)는 1858년에 개업한 150년 역사와 전통의 디저트 카페다. 세계 14대 명문 카페 중 하나이며 헝가리 관광객들 사이에 명소로 손꼽히는 제르보를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제르보는 150년 전부터 유럽 왕실과 귀족들이 즐기던 최고급 케이크와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헝가리 제르보 본점에는 연간 20만여 명 이상의 방문객을 비롯한 세계 유명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오스트리아 엘리자베스 여왕은 제르보를 ‘헝가리의 보석’이라 칭하며 극찬했다. 또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등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북돋아 준 특별한 장소로도 잘 알려졌다.
단 1%의 레시피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제르보만의 프리미엄 케이크와 음료를 이제는 서울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본점, 일본 도쿄에 이은 세계 세번째 매장이다. 지난해 10월 잠실 롯데월드몰 에비뉴엘 2층에 자리 잡은 제르보는 2013년 11월 론칭이 결정된 이후 약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문을 열었다. 제르보 본사의 졸탄 셰프(헝가리 3대 셰프)가 한국으로 파견돼 제르보의 엄격한 레시피를 전수하고, 그들만의 운영 노하우 등을 접목해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고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주한 헝가리 대사와 함께 직접 서울 제르보 매장을 방문해 티 타임을 즐기기도 했다. 실제 헝가리 본점을 방문했던 관광객이나 헝가리인들이 찾아와 현지와 다름없는 디저트 맛에 찬사를 표하고 있다.
제르보의 대표 메뉴 ‘에스테르하지 토르타’는 17세기 오스트리아 원수를 지낸 에스테르하지 가문을 기리기 위한 제르보의 헌정 케이크다. 에스테르하지 장군이 생전에 즐겼던 코냑과 호두를 사용해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 디저트가 나온 지도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리잔에 담긴 디저트 ‘송로이 케헬리’는 제르보의 현대적인 스타일 케이크 중 가장 인기 있는 송로이 갈루슈커를 베이스로 한 메뉴로, 바닐라, 초콜릿, 호두 세 가지 아이스크림의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몰 에비뉴엘 2층
영업시간 (평일)10:30~20:00 (주말) 10:30~20:30, 백화점 휴무일 휴무
문의 02-3213-2222
주차 10분에 800원 (발레파킹 무료)
제2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며 입소문을 타는 골목이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에 위치한 일명 ‘방배사이길’이다. 소박하지만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방배사이길 사이사이를 둘러봤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1. 꽃향기가 솔솔 나는 편집숍 ‘세그먼트(Segment)’ & ‘키마(Kimma)’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조금씩 들여놓는 여느 편집숍과는 다르게 세그먼트는 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다양하게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세그먼트의 한쪽에는 100년 전통의 스웨덴 브러쉬 브랜드 이리스 한트베르크의 제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그 벽면을 지나면 이곳의 또 다른 공간 ‘키마’가 연결된다. 키마는 잡지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정기적으로 꽃을 배송해주는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동 796-27
문의 (세그먼트) 02-533-2012, www.segment.kr (키마) 070-7644-1413, www.kimma.kr
2. 흰 우유 아이스크림과 하얀 도자기의 만남 ‘방배목장’& ‘세라워크’
나만의 도자기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 세라워크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방배목장이 함께 있는 숍인숍(shop in shop) 매장이다. 초벌한 도자기 위에 연필로 스케치해 안료를 채색한 뒤 1250℃의 가마에 굽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도자기가 탄생한다. 세라워크 공방에서는 일일체험부터 60여 가지 세라워크의 고유 디자인을 마스터할 수 있는 정규 취미반, 전문가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한 날을 위한 생일파티나 이벤트 체험 신청도 가능하다. 방배목장에서 판매하는 천연우유로 만든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진한 우유 맛이 일품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11
문의 02-796-4498, www.ceraworkcafe.com
3. 한 땀 한 땀 힐링이 되는 가죽공방 ‘알라맹(a la main)’
불어로 핸드 크래프트라는 뜻의 ‘알라맹(a la main)’은 그 이름답게 가죽 가방과 각종 소품을 전부 가죽을 이용해 수공으로 만들고 있다. 가죽 클래스를 신청하면 가죽 선택부터 실, 내피 그리고 재단과 바느질까지 전 과정을 손수 해내게 된다. 매주 월·수·목·토요일에 진행되는 수업에 오는 이들은 가죽 공예를 배우는 것과 더불어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소박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20
문의 070-8832-7735, blog.naver.com/jimy0003
4. 나만의 향기를 찾는 공간 ‘향수공방(GN Perfume Studio)’
국내 1세대 조향사가 설립한 향수공방은 150여 가지의 조합향료와 향수베이스, 20여 가지의 천연향료를 이용해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시향해보고 맞춤향수 설문지, 심리테스트지 등을 작성한 뒤 퍼퓸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향수를 제작할 수 있다. 체험 비용은 완성된 향수(50ml) 한 병을 포함해 5만 원이다. 일반 향수 가격대에 질 좋은 재료로 직접 원하는 향을 골라 첨가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24
문의 070-4521-7737, blog.naver.com/diyperfume
5.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명품 디저트의 조화 ‘카페 라리(Cafe La Lee)’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앤틱 가구들이 돋보이는 카페 라리는 고품질의 원료를 사용한 100% 냉장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냉동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일품인 치즈케이크는 단골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저트 중 하나다. 계절별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과일 치즈케이크를 선보이는데, 7월에는 체리의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체리치즈케이크와 달콤 상큼한 오렌지치즈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3
문의 02-3477-7223, www.lalee.com
6. 마음을 담아 굽는 프랑스 빵집 ‘리블랑제(Lee Boulanger)’
제빵용 첨가제, 인위적 팽창제, 광택제, 저급 제과점용 가공유지 등을 사용하지 않고 신선하고 정직한 재료만을 사용하는 베이커리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보이는 오픈 키친에서 매일 정성껏 소량의 빵을 만들어 판매한다. 때문에 일반 빵집에 비해 진열된 빵이 적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직한 맛으로 승부하는 만큼 인기 있는 빵은 금세 동나기 때문에 시간대를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로 빵이 나오는 시간은 오후 1시께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46
문의 02-532-6410
이탈리아는 크고 넓었다. 온 도시마다 문화유적지의 보고이며 풍치가 빼어나다. 특히 토스카나(Toscana) 지방은 이탈리아 여행지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토스카나 여행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피렌체를 시작으로 가까운 ‘빈치(Vinci)’, ‘피사(Pisa), ‘루카(Luka)’, 고대 중세도시의 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시에나(Siena), 성프란체스코와 성 클라라가 몸소 고행하던 ‘아시시(Assisi)’ 등. 그 어느 곳도 놓치면 아쉬울 곳들이다. 더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친퀘테레(Cinque Terre) 국립공원이다.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중부의 아펜니노(Appennino) 산맥과 티레니아(Tyrrhenia) 해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고대 에트루리아(Etruria) 문명의 발상지로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모든 것을 다 갖췄다. 가는 곳마다 유명 예술가들을 만나게 돼 놀라운 건축양식에 입이 쩍 벌어진다. 산간지대가 아니더라도 올리브 나무는 지천이고 떫지 않은 와인 맛에 매일 길이 들여진다. 무엇보다 한국음식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맛있는 메뉴가 지천이다.
여러 지역 중에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 친퀘테레 국립공원이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리구리아(Liguria) 주에 위치한 친퀘테레는 국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단 한 지역을 일컫는 게 아니다. 라 스페치아(La Spezia) 지방의 5개 해안 마을을 철도와 도보용 도로로 연결하고 있다. 한국을 예로 들자면 ‘한려해상국립공원’처럼 남해안 일원을 함께 부르는 것과 같다. 친퀘테레의 5개 마을을 천천히 즐기려면 넉넉하게 시간적 여유를 갖고 가야 한다. 단 하루 만에 5개 마을을 섭렵할 수 없다.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와 베르나차(Vernazza), 코닐리아(Corniglia), 마나롤라(Manarola), 리오마지오레(Riomaggiore) 등이 마을 이름이다. 리비에라(Riviera) 해안마을을 잇는 거리는 총 18㎞. 직선으로 이어진 길이라면 어려울 게 없고 관심 또한 끌지 못했을 터. 눈부시게 푸르른 청빛 바다와 기암, 그리고 마치 기암 위에 들어선 듯한 형형색색의 가옥들. 이곳의 가옥들이 색칠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더 이어졌는데, 바다로 조업 나간 남편이 집을 잘 찾아오라고 아내들이 건물에 색칠을 덧칠했단다. 형형색색 빛깔을 달리하는 작은 건물들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이제는 오랜 세월이 흘러 벽면 군데군데 색이 벗겨지고 바랬지만, 그 자체로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친퀘테레 여행 시작은 대부분 리오마지오레부터다. 이른 아침, 첫 마을의 느낌은 경이롭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길을 빠져나와 아침 햇살이 마을 안쪽으로 조금씩 스며드는 모습에 그저 할 말을 잃는다. 특히 필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은 자그마한 항구에 매어 있는 조각배. 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바다색 위에 형형색색, 이국적인 향기를 물씬 자아내는 배들이 정박해 있다. 어부와 지역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우러지면 자꾸만 영화를 보는 듯 착각하게 된다. 아름다움을 넘어서 여행객의 마음을 묘하게 뒤흔들어 놓는다.
한참을 할 말 잊고 앉아 있다가 다음 마을로 가는 행로는 기차가 아닌 보트였다. 배를 타고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끄는 네 번째 마을을 비켜 다섯 번째 마을인 몬테로소 알 마레에 발을 내디뎠다.
몬테로소는 해안을 따라 가옥들이 가로로 길게 펼쳐져 있다. 첫 느낌은 생각보다 큰 마을이라는 것. 어느 마을에나 있음직한 성 프란체스코 교회. 마을은 마치 두 개로 나뉜 듯 해안을 따라 날개처럼 가옥이 이어진다. 해안 길은 동굴로 이어지는데 어둑한 동굴 끝자락에서 흘러나오는 길거리 음악가의 노랫가락이 마음을 흔든다. 봄부터 가을까지도 낮 햇살이 따가운 이곳. 사람들은 으레 수영을 즐긴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집에서 산 달짝지근한 아이스크림의 맛이 혀끝을 감싼다.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마을 길이 끝나는 지점, 눈길을 끄는 바위 조각이 있다. 안내표시 없는 그 바위 위에 만들어진 조각의 표정은 온갖 고행의 흔적으로 일그러져 있다.
해안가에서 잊히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해물파스타를 먹고 이어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베르나차로 향한다. 울릉도 도동 산책로를 연상케 하는 해안가의 아름다움에 빠져 절로 걷게 된다. 트레킹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과 해안선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에 어김없이 오랜 세월 만들어진 소로. 먹고 살기 위한 사람들과 노새들의 땀 흘림으로 만들어진 길. 깎아지른 벼랑길의 쓸 만한 땅에는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가 심어져 있다. 우리나라 남해의 가천 다랭이 마을이 연상되는 곳.
하지만 이 길은 걷기에는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야 한다. 여행정보서는 분명히 ‘걸으면 좋은 길’로 소개할 테지만 현실에서는 마치 산행을 하는 듯하다. 무더운 땡볕, 마음을 비우고 걷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동양 여행객.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후들후들해질 지경에 이르렀을 때도 3분의 1도 가지 못한 지점. 결국 되돌아오는 길이 더 낫다는 것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절대적으로 기차를 타고 베르나차로 이동하는 게 나을 것이다.
베르나차(네 번째 마을)는 몬테로소와는 모습이 다르다. 기차역에서 항구로 이어지는 길목은 관광객들로 넘실댄다. 다섯 마을 중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베르나차는 약 1000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여느 곳과 다르게 고대 성곽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기에 다섯 마을 중 유일하게 항구가 있다. 항구에서는 어김없이 아름다운 배들을 볼 수 있고 수영,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것으로 베르나차는 끝이 아니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에 만들어진 요새가 있다. 마을 전체를 조망하거나 멋진 바다 풍경을 보려면 기꺼이 올라가야 하리. 입장료도 비싸지 않다. 사방팔방 펼쳐지는 풍경에 후들거리는 발걸음의 피로가 녹아내리는 듯하다. 성곽의 역사를 굳이 모른들 어떠하리. 그곳에서 하객 한 명 없는 미국인 커플의 결혼식 장면이 더 오랫동안 기억된다.
주례, 사진사, 들러리, 그리고 성혼이 끝나면 신부가 내미는 종이에 사인을 하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이 난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짐작한다. 미국서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고 그들은 이탈리아 친퀘테레 바닷가의 한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말이다. 오후 햇살을 벗 삼아 그들은 키스로 성혼이 되었다. 어떤 사랑이야기가 있든, 어떻게 살아가든, 그게 이 순간 무어 중요하리. 그저 하객 없는, 간단한 예복을 입은 막 결혼한 커플의 행복하고 감격에 겨운 신부의 눈물이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을. 그것을 지켜보는 여행객의 마음속에도 또한 추억 한 자락이 새겨졌다.
베르나차 옆 마을은 코닐리아다. 방향을 어디에서 시작하든 중간에 낀 마을이다. 다른 마을은 기차역에서 내리면 바로 마을을 만나지만 이곳은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마을 또한 다섯 마을 중 아주 작고 바닷가 마을이라기보다는 산촌 같은 느낌이다. 이는 마을이 포구가 아닌 가파른 언덕 위에 터전을 잡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 마을만의 매력이 있다. 두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도로에서 만나는 숍들이 그 어느 마을에서 보는 것보다 아름답다.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화분으로 장식된 유리창도 이곳에서는 예술적이다. 바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흥얼거리며 몇 발자국 더 떼었을까? 길은 끝나고 벼랑길 아래로 바다가 정원처럼 펼쳐진다. 바다가 지척이 아니어서 새롭다. 그 자리에 어김없이 자리한 작은 바. 지는 해를 보면서 와인 한잔을 마시면서 듣는 팝송가락이 살갑게 가슴팍을 후벼온다.
하루에 다섯 마을을 돌아보는 사이 해가 지고 있다. 마지막 마을은 마나롤라다. 이곳은 기차역에서 내려 포구로 길이 이어진다. 포구로 가는 길목에서 오래된 사진을 만난다. 거의 포도가 주제가 된 사진이지만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에는 인간미가 물씬 배어 있다. 주름진 얼굴, 햇살에 찌든 검은 피부, 무겁고 힘겨워 보이는 포도 농장, 희미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이 이 해질녘에 특히 정겹다. 어쩌면 1338년 지어졌다는 고딕 양식의 산 로렌초 성당도 이들과 삶을 같이 하고 있을 것이다. 항구까지 이어지는 짧은 길. 그 길 끝에는 어김없이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 펼쳐진다. 조금씩 마을 건물색이 해거름에 진해지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길 밑, 큰 바위 밑으로 난 소로에는 어김없이 조각배가 정박해 있고 그 바닷길 끝에 자그마한 기암이 있다. 그 시간에 지는 해는 묘하게 심장을 떨리게 한다.
이어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자리를 틀고 앉는 시간, 필자는 기차시간에 쫓겨 급하게 레스토랑에 앉아 해물스파게티를 시켜 먹었다. 기차시간과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이해 못하는 웨이터는 내게 속삭인다. “저녁 9시부터는 라이브 음악이 울려.” 언제쯤에나 이런 아름다운 정서에 내가 흡입될 수 있을까? 다섯 마을 중에서 필자의 가슴속에 깊게 새겨진 곳. 풍치였을까? 아니면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 맛있는 해물스파게티 맛이었을까?
교통편 피렌체나 밀라노, 제노아 등지에서 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라스페치아 역을 비롯해 5개 역에서는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친퀘테레 카드(Cinque Terre Card)를 판다. 하지만 기차 말고도 걷거나 보트를 타거나 하는, 제각각 여행패턴이 다르므로 사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먹거리 친퀘테레 바닷가 마을에서는 아주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마다 맛이 제각각.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을 찾는 것도 요령이다. 레스토랑에는 칠리가 있어 우리 입맛에 맞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또 포카치아(Focaccia)라는 지역 특산 빵이 있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아주 짜다. 이탈리아 전역의 레스토랑에서는 테이블 커버 차지를 받는다. 거기에 서비스 요금을 함께 내야 한다. 레스토랑에서 한 끼 식사를 하게 되면 원래의 가격보다 훨씬 웃도는 돈을 내야 한다.
숙박정보 친퀘테레 바닷가 마을은 대부분 숙박비가 비싸다. 라스페치아에 숙소를 정해놓고 다녀도 무관하다. 대부분 숙박지에서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필자가 머문 고지대에 있는 호스텔은 가격이 저렴하고 조용했다. 분지처럼 움직이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저녁이면 하루 세 번씩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어 편리했다.
△ 글ㆍ사진 이신화 여행작가
이립(而立)에 여행작가로 시작해 어언 지천명(知天命)에 다다랐다. 그동안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on the camino’ 등 여행서 총 14권을 출간했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지난해 홀로 197일간 30개국의 유럽 배낭 여행을 했다. ‘살아 있을 때 떠나자’가 삶의 모토다.
세상은 어제보다 오늘 더 빠르게 변한다. 의학이 날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늘어가고 있고 있고, 전 세계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속도 빠른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발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젊은이와 그렇지 못한 노인을 갈라놓고 있다. 노인은 노화에 따른 건강악화와 현대 지식과 기술습득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급격한 사회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에 민첩하지 못하다 해서 과거에 머무르기만 하고 욕구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인 역시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욕구를 갖는다. 그들의 욕구는 노인 자신의 노력과 의지, 사회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실효성 있는 노인복지정책 등에 의해 충족된다.
하지만 누더기처럼 실속 없는 노인복지제도와 그들을 대하는 차가운 젊은이들의 시선은 그들의 욕구를 허구로 만들어 버린다. 사회의 잉여로 전락해 공원 등의 퇴적공간에만 머물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노인. 그 현상과 문제점 그리고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 짚어봤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도입부에는 한 노인복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노인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환경과 선입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거북이, 너무 느리다”, “얼굴이 두껍다, 나이 들면 창피한 게 없어진다”, “쾨쾨한 냄새가 난다” 등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 학생이 “탑골공원이요. 거기가면 노인들이 많으니까요”라고 답한다. 영화에서처럼 언젠가부터 ‘노인’하면 ‘탑골공원’, ‘탑골공원’하면 ‘노인’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 당연하다는 무의식이 노인을 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군집. 이른바 노인들의 섬으로 불리는 종로 탑골공원을 찾아가 그들의 표정을 살펴봤다. 10여명의 노인이 공원 입구로 들어서는 삼일문 그늘 아래에서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하루 중 해가 가장 뜨겁다는 오후 2시. 이 무더위에 노인들은 신문지 한 장을 깔고 누워 낮잠을 자는가 하면,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손부채질을 하며 땀을 식히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안부는 이곳에서 ‘그래도 이런 날엔 집이 더 편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탑골공원인가. 이곳에 오면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을까. 노인들이 많이 있기만 했지 특별히 모여 무언가를 즐기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들의 표정은 전혀 흥미롭지 않다는 듯 내리쬐는 태양 아래 한껏 이맛살을 찌푸린 모습이다. 대화를 하는 이도 거의 없다. 대부분 홀로 공원을 찾아와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낸다. 인근에 회사와 학원이 많아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종로에서 탑골공원을 찾아와 쉬는 젊은이는 없었다. 공원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지만 공원에는 노인뿐이었다.
탑골공원에서 5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다. 이곳 역시 테이블 하나 당 노인한명이 자리 잡고 앉아 조용히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커피 등을 마시고 있었다. 공원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곳에 노인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곳에 노인들이 제각기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는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귀농·귀촌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는 3만2424가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2년에 비해 20% 정도 늘어난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귀농·귀촌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도시의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시골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꿈꾼다. 그러나 시골 생활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낙후된 의료시설과 허술한 치안 속에서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도시에 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덜 풍족한 생활은 필연적이다. 원주민의 텃세도 결코 우습게 넘길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도시보다 더욱 힘겨운 삶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시골인지도 모른다.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전국의 귀농귀촌 현장을 돌아보며 성공적인 귀농에 이르는 길은 무엇인지 그 방안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본다.
한 집 걸러 한 집 꼴로 거리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서울. 이에 반해 지방의 경우 이같은 커피전문점들은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지방하면 다방이나 옛날식 커피숍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이러한 인식을 기분 좋게 깨부순 이들이 있다. 바로 전남 장흥에 위치한 카페 ‘원앤식스’의 이영중(32) 바리스타(Mr.One)와 이정원(40) 쇼콜라이티에다.
2009년 장흥군 건산리에 문을 연 ‘원앤식스’는 5년여 만에 장흥군 주민들을 감미로운 커피 향으로 매료시켰다. 직접 볶은 원두를 사용하고 초콜릿과 와플 등을 손수 만들어 판매하는 등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과 풍미가 이곳만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처음엔 생소하게 느꼈던 주민들도 점차 커피를 알아가고 즐기기 시작하면서 ‘원앤식스’는 장흥군에 없어서는 안 될 커피문화의 사랑방이 됐다.
‘원앤식스’의 성공은 비단 커피문화의 전파뿐만 아닌, 귀농·귀촌에 대한 새로운 사례를 만들었다.
은퇴 이후 지방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것만이 귀농·귀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에게 이들 젊은이의 새로운 시도는 귀농·귀촌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커피에 대한 열정과 남다른 전략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원앤식스’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들었다. ‘원앤식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A. 이영중
"요즘은 대부분 손님들이 입소문으로 먼저 듣고 확인 차 물으시죠. '원앤식스가 무슨 뜻이에요?' 매번 듣는 질문이지만, 항상 웃음이 먼저 납니다. 저희 형제가 1남(ONE) 6녀(SIX)거든요. 그래서 원앤식스라고 이름을 짓기도 했지만, 가용 로스팅 포인트(시나몬 로스팅~프렌치 로스팅)에 따라 다양한 커피 향미가 느껴지듯 다채로운 카페의 형태를 지향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단 먼저 말씀드린 내용을 대부분 기억하고 이제는 단골손님들이 홍보해 주시죠. 원앤식스는 2009년 장흥을 시작으로 서울 성수동, 전남 강진군·영암군에도 포진하고 있습니다. 2년여 간 직영으로 운영하던 서울 성수동 매장을 제외한 강진점과 영암점은 커피 추출 테크닉과 다양한 메뉴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운영하고 있습니다.“
Q. 카페나 커피 문화가 생소할 수 있는 장흥에 내려오게 된 이유와 당시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A. 이영중
"2009년 당시만 해도 장흥군의 커피문화라는 것은 다방이라는 곳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해에만 해도 15곳 이상 되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커피전문점을 연다는 것은 '저 집 언제 문 닫나 내기할래?',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마시지 누가 3000~4000원 주고 커피를 마셔?'라며 비웃음거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절대 망하진 않을 거야!'라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전에 서울 강남권의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매니저를 했던 경력과 개인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도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로스팅분야나 라떼아트, 핸드드립까지 다방면으로 이름난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수학했고, 장흥군에 처음부터 로스터리 카페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2009년 말 수제 와플까지 시작하면 강진군·보성군 등 인근 지역에까지 입소문이 돌았고, 우격다짐 식이었던 저희들을 좋게 봐주시고 찾아주신 손님들께 5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감사해 하며 지냅니다. 커피에 대해서는 새하얀 백지상태였던 이곳에 커피로 한 방울 한 방울 물들이다 보니 이 작은 동네에 이젠 커피집이 10여 곳이 넘습니다.”
Q. 귀농·귀촌하면 나이 드신 분들이 지방에 내려가 농사짓는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원앤식스’의 경우엔 귀농귀촌에 대한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A. 이정원
"장흥에서 그런 게 될까? 라고들 하면서 시도조차 하지도 않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수요가 도시만큼은 많지는 않지만 꾸준한 욕구가 있습니다. ‘귀농했으니 난 농사를 지어야지’만 생각하지 마시고, 대도시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곳에서 구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원두를 볶는 일부터 초콜릿·아이스크림·브라우니 등을 손수 만든다고 들었다. 메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노력은?
A. 이영중
"‘학교 다닐 때 카페의 열정을 쏟았다면 아마 서울대학교에 가지 않았을까?‘하며 웃곤 합니다. 커피나 초콜릿 등 카페의 식음료는 생각보다 트렌디 합니다. 그래서 Cafe Show나 Salond de Chocolat 같은 커피나 초콜릿 관련 박람회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그때마다 서울과 지방간의 문화 차이를 고려해 접목할 아이템을 취사선택하기도 하거나 조금 비틀어 적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수제 초콜릿은 국내에서 이제 시작 단계인 아이템입니다. 운 좋게도 작년 말 스위스 펠클린사의 세미나에 초청돼 스위기 현지에서도 초콜릿을 공부하고, 전국의 쇼콜라티에들과 교류도 활발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보면 만 5년을 카페에만 불태웠는데도 아직도 저희의 열정은 들끓고 있나 봅니다."
Q. ‘원앤식스는 OOO이다’라고 표현했을 때, 무엇으로 불리고 싶은가? 또, 원앤식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A. 이정원
"‘원앤식스는 가족이다’라고 하고 싶네요. 나도 마시고, 우리 가족도 마신다는 생각으로 좋은 식재료 사용을 기본이자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원앤식스는 ‘가족이다’가 가장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희가 5년간 카페 관련 내공을 꽤 많이 쌓았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이제는 그 내공을 표출해보려고 합니다. 조만간 장흥 매장 확장 계획에 있고, 그 이후에는 대도시를 섭렵하고 나가야겠죠? 아직은 100% 논의 중이기만 합니다."
Q. 요즘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다. 아직 젊지만 카페 이외에 인생2막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A. 이영중
"저는 개인적으로 건축을 공부하다 커피에 빠져 건축을 그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울 성수점이나 강진점·영암점 모두 제가 손수 작업했습니다. 현재 제가 꿈꾸는 미래는 카페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건축 관련 일을 하는 것입니다. 카페 컨설팅부터 인테리어까지 하는 그런 일을 꿈꾸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A. 이정원
"‘무언가에 미치면 결국엔 미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런 열정으로 카페 일과 초콜릿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도시에서도 저희의 노력이 쌓여 커피 분야에서도 초콜릿 분야에서도 장인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종류의 차가 음용 이외에 다양한 요리로 사랑받고 있다. 차를 이용한 요리는 맛이 깔끔하고 담백한 게 특징이다. 녹차가 대표적이다. 녹차는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에 속할만큼 우리 몸에 이로운 식품이다.
녹차를 활용한 요리는 찻잎을 그대로 섭취하기 때문에 차로 마실 때보다 찻잎이 지닌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요즘엔 시중에서 녹차 케이크,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빵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녹차를 활용한 여러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우선 생선을 요리할 때 우린 찻물을 식혔다가 생선에 뿌리면 생선 특유의 비린내와 미끈거림이 사라지고 생선살이 단단해진다. 삼겹살에도 잎녹차를 뿌려 하루 정도 재어주면 노린내가 사라지고 부드러운 육질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 비린내 제거에 녹차만큼 좋은 게 없다.
이러한 녹차에는 비타민류가 풍부하다. 비타민 A 그 자체는 없어도 체내에 들어가면 비타민 A와 같은 작용을 하는 카로틴이 당근의 10배 가까이 함유돼 있다. 이 카로틴은 암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고 해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티민C는 시금치의 3배 가까이 함유돼 있다. 한편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E도 많아 바야흐로 비타민 A, C, E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 것이 바로 녹차다.
무엇보다 녹차는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게 필수다. 왜냐 녹차는 거의 무칼로리 음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실 때 설탕도 우유도 넣지 않는다. 이 점이 커피나 홍차와는 크게 다르며, 차가 이상적인 다이어트 음료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오늘은 봄의 미각을 돋우며 감기예방에도 좋은 녹차를 이용한 ‘오색물김치’를 만들어보자. 물김치는 소금에 절인 무나 배추 따위의 채소를 젓국, 마늘, 생강, 파, 찹쌀풀, 고춧물 또는 고춧가루로 양념해 국물을 부어서 익힌 김치로 봄과 여름에 주로 담가 먹는다. 무엇보다 봄날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마법같은 요리이자, 담가서 바로 먹을 수 있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묵은 김장김치가 지루해지는 요즘 같은 때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물김치는 식욕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특히 물김치의 주인공 무는 변비예방, 식용증진, 간장, 치질 등에 좋으니 봄철 건강관리를 위해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좋다.
물김치에 녹차를 넣어주면 김치가 시거나 무르는 것을 지연시켜 더 오래도록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으니 꼭 기억해두자.
1.재료: 무 1Kg, 풋고추 2개, 홍고추 2개, 표고버섯 4개, 당근 20g, 석이버섯 10장, 우린 찻잎 10g
*김칫국물 : 물 6C, 녹차가루 1/2t, 소금 3T, 설탕 2T, 식초1T, 배즙2T, 양파즙 1T
2. 만드는 방법
-무는 깨끗이 씻어 가로, 세로 2cm, 높이 1.5~2cm, 크기로 원형이나 꽃틀에 찍는다
-밑으로 1cm 남기고 위쪽 면에 5등분의 칼집을 넣는다
-소금, 설탕, 식초 물에 30분 정도 절인다(오래 절이면 무가 짜고 아삭거림이 덜하다)
-표고버섯과 석이버섯은 물에 담가 불려서 부드러워지면 깨끗이 손질해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헹궈서 물기를 닦아 준비한다
-이쑤시개를 이용해 칼집을 낸 무사이사이에 채 썰어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김칫국물을 붓는다
*TIP
-무 보다 알타리무를 사용해도 좋다
-녹차가루 보다 말차가루를 이용하면 색이 곱다
-물을 식히지 않고 녹차가루를 넣으면 색이 변한다
-찻잎을 끓인 물에 활용해도 된다
정리=경기일보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