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모론(oxymoron)은 수사학 용어로 ‘모순(당착)’을 뜻한다. 뜻이 대립되는 어구를 나열함으로써 새로운 뜻이나 효과를 노리는 수사법이다. 예를 들면 ’an open secret‘은 ’공공연한 비밀‘로 번역된다. ‘청순하면서 섹시하다는 말’도 그렇다. 일반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청순과 섹시는 관계가 먼데 섹시하기도 하다니 어쩌라는 말인가.
유치환의 ‘깃발’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도 그렇다. 아우성은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소리가 없단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도 겉으로는 웃고 있는데 속으로는 눈물이 난다는 의미다. ‘군중 속의 고독’도 그렇다. 군종 속에 있는데 고독하다니 말이 안 된다. 그러나 고독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나 고독을 느낀다. 반대로 혼자 있어도 전혀 고독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똑똑한 바보’도 겉과 내용이 다른 경우를 말한다. 겉보기에는 하는 일마다 잘되고 나무랄 데 없이 잘났고 똑똑해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가 왔다면 바보인 것이다. 조선시대에 젊은 날을 술과 여자에만 탐닉하던 인물들 중 나중에 왕이 되거나 큰 권력을 잡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일부러 바보 또는 난봉꾼 행세를 했던 것이지 숨은 뜻은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옥시모론’을 ‘표층적 역설’이라고 풀이하는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 부자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권력이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다. 간혹 자살하는 재벌, 권력의 상층부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꼭대기보다 원래부터 낮은 데 있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많다.
극과 극은 통한다. 아포가토(Affogato)가 그렇다. 하얀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서 먹는 커피 메뉴다. 흰색과 검정색이 잘 어울리는 것이다. 커피의 쓴맛과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을 함께 향유하는 즐거움이 있다.
세상 사는 요령은 옥시모론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가 싱글이라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필자는 싱글이어서 외로울 틈이 없다.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인들이 쉴 새 없이 연락을 해오기 때문이다. 스케줄이 없는 날은 더 바쁘다. 새로 나온 노래도 배워야 하고, TV에서 하는 영화나 스포츠 중계도 봐야 한다. 책도 읽어야 하고 당구 방송도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누가 돌봐줄 사람이 없으므로 빨래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그야말로 과로사를 걱정해야 하는 백수인 셈이다. 이런 삶도 옥시모론이다.
곁에서 밥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잘 못 먹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다니며 더 잘 먹는다. 배우자가 있으면 아침에 남은 김치찌개를 다 먹어치울 때까지 내 놓을 것이다. 그러나 싱글은 메뉴를 겹치지 않는다.
‘외롭다’고 생각하면 정말 외로워진다. ‘차라리 혼자 쉬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질 때면 ‘외롭다’는 사치처럼 들린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반대편을 보면 된다. 옥시모론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동네 버스정류장에 빨간 우체통이 하나 서 있다.
처음 생겼을 땐 산뜻한 빨강으로 깨끗했는데 요즘은 바로 옆에 생긴 쓰레기통 때문인지 좀 어둡고 지저분해 보여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편지를 넣는 사람이 드무니 더욱 쓸쓸해 보이는 우체통이다.
어떤 사람은 쓰레기를 넣기도 하고 먹다 만 아이스크림을 집어넣어 안의 편지에 얼룩을 남기기도 하는 몰상식한 일도 벌어진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편지는 언제나 생각해도 가슴 떨리는 아련한 그리움을 동반한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곱게 접어 봉투에 담고 보낼 곳을 적어 우체통에 넣을 때는 가슴이 떨린다.
이메일이나 휴대폰의 문자를 사용하게 된 후부터 손편지는 거의 쓰지 않게 되었지만, 예전엔 필자도 이 우체통에 종종 편지를 넣어보았다.
애절한 연애편지는 아니어도 대전에 계신 외삼촌께 안부편지를 보낸다거나 모처럼 친한 친구에게 장난처럼, 그리고 잘 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어떤 단체에 이력서를 보낼 때 이용했다.
우표가 잘 붙었는지 확인하고 몇 번씩 쓰다듬으며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체통 속에 편지를 밀어 넣을 때의 기분은 두근두근 설렘이다.
젊었을 때의 편지는 달콤한 러브레터가 주를 이룬다.
어른이 되어 받은 첫 편지는 대학 새내기가 된 어느 날 생애 처음으로 단체 미팅을 한 필자 파트너로부터 받은 것이다.
유능한 우리 과대표 덕에 대학생이 되자마자 첫 미팅을 할 수 있었다.
신촌의 어떤 큰 다방 2층에서 테이블을 길게 연결하고 우유에 커피를 진하게 탄 밀크커피 한잔과 함께 연대 수학과 학생들과 30여 명이 단체로 만났다.
파트너는 필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학교로 편지나 엽서를 보내왔다.
단체미팅이어서 우리 과 친구들도 모두 알고 있었으므로 교내 우편함에서 “편지 왔다.”하며 친구들이 필자의 편지를 가져다주었다.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계속 편지를 받으니 친구들이 좋겠다며 부러워했을 때 좀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편지는 그렇게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 주기도 했던 소통의 수단이었다.
전달해야 할 편지가 너무 적으니 무용지물이라 우체통을 없애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도 있었지만 아직은 버스정류장에 건재한 우리 동네 빨간 우체통이 고맙기만 하다.
요즘 전국 곳곳에 느린 우체국이 생겼다는 소식이다.
느린 우체국은 빠름을 중요시하는 현대에 기다림의 의미를 일깨워 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추억을 기념할 장소에 설치한 우체통이라 한다.
우체통이 위치한 곳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엽서나 직접 가져온 우편물에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6개월이나 1년 뒤 적어놓은 주소로 배달된다는데 우정사업국에서 운영하는 정식우체통은 아니지만, 그 기능이 독특해 사람들이 벌써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한다.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 느린 우체통을 운영하는 이유는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남겨 다시 찾아오게 하자는 취지가 있다.
여행지에서 그때의 감정을 담아 자신에게 쓸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 친구 누구에게라도 부칠 수 있으니 진솔하게 쓴 편지를 1년 후 받아 볼 수 있다는 건 의미가 깊을 것이다.
빠른 것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태에 오늘 쓰고 1년 후 받아보는 느린 우체통의 존재는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고 소중한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느림보 우체통에 파이팅을 보낸다.
막냇동생이 동부이촌동 한강 변에 산다. 가끔 놀러 가면 한강에 내려가 산책을 즐긴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빌딩이 눈에 띈다. 빌딩의 1층부터 3층 정도까지 공간이 뻥 뚫린 구멍이 있는 것이다. 왜 빌딩 한가운데를 비워두고 저런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일까? 궁금했다. 그 자리에 몇 채의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한 채의 가격만 해도 엄청날 텐데 굳이 빈 공간으로 남겨놓은 이유는 뭘까? 혹시 한강 변의 이 빌딩도 몇 해 전 여행했던 홍콩의 바닷가에 있던 아파트처럼 어떤 전설을 갖고 있는 것일까?
대학 동창 7명이 함께 떠난 홍콩 여행은 즐거웠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우리의 여행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은 워낙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라 어떤 날은 컨벤션센터 앞쪽에 내려서 구경했고 그 다음 날은 뒤편 바닷가 쪽 스타광장에서 관광을 했다. 좋은 친구들과의 단체여행이라 어떤 상황이라 해도 다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스타광장에서는 유명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아름다운 왕조현과 우수에 찬 모습이 눈앞에 선한 장국영의 것은 찾을 수 없어 서운했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스텐리 마켓이라는 예쁜 카페에서 사 먹은 망고 주스와 아이스크림도 맛있었고 풍광도 아름다웠다. 우리는 그날 바닷가 빌딩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도 들었다.
홍콩의 리펄스 베이라는 해변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빌딩이 있었다. 바로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빌딩이었는데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의아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건축주가 바닷가에 빌딩을 지으려 하자 홍콩의 유명한 풍수학자가 그 자리엔 빌딩을 지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한다. 빌딩이 세워질 자리는 x월 x일 x시에 용이 승천하기 위해 지나야 하는 곳인데 빌딩이 세워지면 용이 승천을 못해 재앙이 내릴 것이라 했다 한다.
건물주는 그 자리에 빌딩을 세우지 못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어 난감했는데 깊은 고민 끝에 좋은 해결책을 찾아냈다. 빌딩을 짓되 용이 지나는 자리를 비워두고 빌딩을 짓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리펄스 베이라는 해변의 아름다운 빌딩에 용이 지나갈 자리가 빈 공간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용이 정말로 그곳을 통해서 승천했을까? 미신 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건물주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이 아름다운 전설로 빌딩은 더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한강 변에 있는 빌딩도 용이 지나야 할 길목이어서 승천할 공간을 비워놓은 걸까?
리펄스 베이는 홍콩의 바닷가이고 이곳은 아름다운 서울의 한강 변이다. 비슷한 형태의 빌딩을 보고 같은 전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한강 변의 빌딩도 용을 무사히 승천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빌딩 근처 팻말에는 용이 아닌 ‘바람이 지나는 곳’이라 쓰여 있었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마음 설레게 한다. 가족여행이면 더욱 좋다. 10월의 마지막 주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와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휴가를 떠났다. 가기 전 그쪽 날씨를 검색해보니 우리가 가는 3박 4일 내내 계속 흐리거나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한 달 전부터 계획하고 예약한 상태라 날씨가 흐리다고 안 갈 순 없었다. 흐리면 흐린 대로 즐거운 게 여행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햇살이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론 좀 추운 날씨다. 그런데 오키나와는 10월의 막바지인데도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한여름 옷과 카디건을 챙겼다.
9시 반 비행기라 우리 가족은 새벽 6시 좀 지나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까봐 우려했지만 마침 빈자리가 있어 주차 걱정 없이 산뜻하게 떠날 수 있었다. 아시아나 항공기로 일본 오키나와 ‘나하’ 공항까지 가는 데는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오키나와는 제주도처럼 남쪽에 있는 섬이라 본토 사람들이 우리가 제주도로 휴양가듯 찾는 섬이라고 한다. 원래 오키나와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독립적인 섬으로 일본이 아닌 류큐 왕국이었는데, 일본의 침략으로 일본 식민지가 되었다 또한 태평양전쟁 땐 미군이 점령해 지금까지도 곳곳에 미군 기지가 남아 있는 아름답지만 슬픈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하’ 공항에 도착하니 하늘이 너무나도 파랗고 깨끗해서 여행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일본 기상청의 틀린 예보가 좀 우스워졌다. 공항 밖은 정말 들은 대로 매우 더웠다. 한여름 옷을 입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찾아 나가니 도요타 렌터카 회사 사람이 팻말을 들고 있었다. 렌터카 회사로 가는 셔틀버스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타고 있었다. 렌터카 회사는 공항 가까운 곳에 있었고 우리 가족은 예약한 대로 7인승 차를 빌렸다.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도로도 우리나라와는 달라서 좀 걱정되었지만 아들이 능숙하게 운전해서 다행이었다.
먼저 ‘나하’에서 꼭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며 목적지를 ‘류보’ 백화점으로 잡았다. 마음에 든다는 예쁜 그릇을 고르고 오키나와 브랜드인 블루씰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여행은 시작되었다.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오키나와 남쪽 ‘나하’ 공항 중부 쪽에 있는 예약 숙소 몬테레이 호텔은 코앞에 바다가 멋지게 펼쳐진 곳에 있었다.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눈이 시릴 정도여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호텔은 모든 방이 바다 쪽으로 나 있었고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결혼식을 주로 한다는 하얀색의 교회당과 수영장 너머로 아름다운 바다가 끝없이 보이는 정말 예쁜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였다. 아직 어린 아기가 있어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고 고른 호텔이어서 모든 것이 안락하고 깔끔했다.
하루 한 끼는 호텔에서 제공하는데 뷔페와 일본 가정식 중에서 고르면 되었다. 그런데 숙소로 오는 도로가 엄청 막혔다. 지나다 보니 버스 한 대가 다 타버린 사고가 있었다. 좀 늦은 시각 도착한 우리는 방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으니 맛이 있든 없든 귀부인이 된 듯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이들도 여행이 즐거운지 재롱을 부리며 늦도록 잠을 안 잤다. 이렇게 오키나와 여행 첫날이 지나갔다.
살면서 참 잘한 일이구나 생각되는 일이 있다. 10여 년 전 어느 날 국민연금 가입하라는 안내장을 받았다.
연금의 개념도 잘 몰랐고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닌 주부의 입장에서 관심이 가지 않았다.
쓰기에도 바쁜데 매달 일정한 금액을 10년간 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위층 사는 선배 언니가 가입해 놓으라고 권했다.
직장인으로 수입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줄 알았지만, 경제생활 하지 않는 사람도 들을 수 있으니 가입해 놓으면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이었다.
필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런데도 참 경제 활동엔 무심해서 별로 달갑게 들리진 않았어도 언니의 조언대로 가입신청을 했다.
처음엔 5~6만 원대로 시작했었지만 해가 갈수록 금액이 늘어나 마지막 몇 년간은 매달 10만 원가량을 내야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10년이 지나 더는 돈을 내지 않게 되었는데 필자가 60세 되는 해부터 연금이 나왔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공돈이 생긴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 적은 금액을 냈었기 때문에 많이 나오진 않지만 3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필자가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니 연금이란 제도가 참으로 고맙다.
그런 만큼 연금에 얽힌 이야기도 많이 있고 연금 사기라는 말도 들어 보았다.
필자는 미드(미국 드라마) 마니아다.
예전에 TV라면 KBS, MBC, SBS, 그리고 EBS밖에 몰랐는데 위성방송을 설치하고부터는 몇백 개나 되는 채널이 방송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 번도 안 본 채널이 대다수이고 선호하는 채널이 몇 개 생겼다. 그때부터 손쉽게 미드를 보기 시작했는데 CSI 범죄 수사 시리즈물부터 인기 있다고 소문 난 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가 위기의 주부들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 시절 영부인이 인터뷰하다가 위기의 주부 할 시간이라며 자리를 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드라마이다.
게브리얼, 브리, 수잔, 르넷 등 매력적인 4명의 주부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우리 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가 나를 사로잡았다. 위기의 주부들은 시즌 8로 종영되었으니 내가 다 본 에피소드는 100여 편이 넘는다. 다 통쾌하고 재미있지만, 그 중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동네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다가 이웃의 매클러스키 할머니 집의 지하실로 숨어들었다. 아이스크림이라도 꺼내먹으려고 냉동기를 열어보니 그 속에 할아버지 시체가 냉동되어 있었다. 살인자인 줄 알았는데 경찰에 잡혀간 할머니에 의해 밝혀진 진실은 20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혼인신고를 못 하고 살아온 할머니는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게 두려워 남편이 죽은 사실을 숨기고 20년간을 냉동된 남편과 살며 연금을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때는 그 할머니가 살인자가 아닌 것에 안심했고 불쌍하다고 생각되어 이해를 해주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있다고 한다. 신문에 보니 유령과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부산의 한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3년 가까이 남편의 사망신고를 안 하고 연금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 드라마에만 있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다니 놀라웠다.
그런데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새 나가는 세금의 액수가 엄청나서 각종 복지비를 지급하는 기관이 유령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부정으로 받은 돈은 환수한다고 한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심란하다.
안됐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법을 어겼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할지...물론 잘못한 일이니 바로 잡아야 하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튼튼히 해서 미리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드라마로는 재미있었지만 참으로 씁쓸한 연금에 대한 이야기다.
파란 하늘빛으로 상큼한 9월이 시작된 첫 주말에 모처럼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샤갈, 달리, 뷔페 전시회에 다녀왔다.
초대권이 있어 나서긴 했지만 어린 손녀, 손자와 그림을 감상한다는 게 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는 했다.
꼭 보고 싶은 그림전시회인데 아기들이 소란을 피우거나 지루해하면 빨리 퇴장해야 할 테니 아쉬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예술의 전당 광장에서는 시간에 맞추어 분수 쇼도 펼쳐지고 있으니 꼭 그림 감상만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나들이에 나섰다.
주말이어선지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으며 미술 공부하는 학생들인 듯 단체로 온 사람도 꽤 보였다.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베르나르 뷔페. 이들은 세계 현대 미술을 이끈 거장들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유화, 판화, 드로잉, 조각 작품으로 총 128점이 전시되었는데 수채물감과 비슷한 ‘과슈’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세 사람의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평생 독창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유지하며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중 샤갈과 달리는 익히 들었던 이름이고 작품도 많이 보았지만, 솔직히 뷔페는 생소해서 작품을 보기 전에 미리 검색해 보았더니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생전에 상업적 성공으로 부유하게 살았지만, 말년에 파킨슨병을 앓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라 한다.
그런데 전시회 퇴장하는 문 앞에 감동한 세 거장에게 스티커 붙이는 판이 있는데 뷔페의 판에 가장 많은 사람이 스티커를 붙여서 그의 인기를 알 수 있었다.
전에 마크 로스코 전시회 때는 도슨트가 있어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했었지만 이번 전시회에 도슨트는 따로 없어 설명문을 열심히 봐야만 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은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고 말한 샤갈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등 폭풍 같은 세계사를 온몸으로 맞으며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겪었고 고난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만은 좌절의 수렁에 빠트리지 않고 꽃과 동물, 자유로운 연인들의 모습 등으로 오늘의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냈다. “나에게 그림은 창문이다. 나는 그것을 통해 다른 세계로 날아간다.” 샤갈의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 떠오르는 말이다.미친 사람 같다는 평을 들은 광기 어린 천재 화가 달리는 ‘나는 미치지 않았다’며 세간의 편견을 일축했다. 그가 매우 독특한 인물로 비친 것은 강렬한 콧수염과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표정,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예술적 성취에서 비롯되었는데 달리가 말했다. “나는 매일 내가 살바도르 달리라는 최고의 희열과 함께 눈을 뜬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 나 살바도르 달리는 어떤 놀라운 일을 할 거냐고.”
매우 자신감 넘치는 매력적인 작가로 느껴진다.베르나르 뷔페는 1950년대 당시 ‘모던아트의 모차르트’라는 평을 받으며 피카소의 대항마로 여겨졌다는데 그의 작품은 쓸쓸하고 메말랐으며 삭막하기 짝이 없다. ‘가감 없는 직시와 표현, 쓸데없는 화장으로 희망을 고문하지 말자’가 작품 속에 표현되어 있고 또한. 뷔페는 자신의 화풍에 대해 ‘즐거우려면 서커스에 가라. 미술이 세상을 즐겁게 할 필요는 없다.’ 고 한마디로 정리해 주었다고 한다.다섯 살 어린 손녀의 손을 잡고 감상을 시작했다. 달리의 유명한 늘어진 시계 작품을 본 우리 손녀가 “할머니, 저 시계가 잠자나 봐요, 아니면 녹아내리고 있나?”라고 한다.
매우 정확하고 귀여운 표현에 놀라며 우리 어린 손녀가 벌써 미술 보는 눈이 있는 건가? 팔불출이 발동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직은 작품을 만지려 하기도 해서 통제하느라 힘들었지만 이런 전시회나 공연에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손자가 지루한지 보채기 시작해 좀 일찍 퇴장했다.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멋진 음악에 맞춰 피어오르는 분수의 화려한 모습에 아이들과 함께 매우 즐거웠다.
먼 훗날 손녀가 할머니와의 미술전시회 나들이를 즐거웠다고 기억해 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
크루즈 여행의 현지투어로 로마를 갔다. 로마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많이 알려진 곳이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영화「로마의 휴일」의 배경이기도 하다. 2000년 가까이 보존되어 있는 콜로세움이 눈에 들어 왔다. 이곳은 독립하기 위해 로마 지배에 반역한 이스라엘이 멸망하면서 끌려 온 포로들에 의해 8년에 걸쳐 세워졌다고 한다. 포로들의 피와 땀의 결실물이다. 시민의 불평과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사용된 원형경기장이다. 그곳에서 기독교인들을 신앙 때문에 맹수의 밥으로 희생되었고 검투사는 시민의 오락을 위해 목숨을 걸고 맹수와 대결하였다. 관람하고 싶었으나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입장을 포기했다. 대신 로마가 세워진 언덕과 시가지를 관람했다.
시가지에는 로마의 옛 건물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파리의 개선문이 로마의 개선문을 모방한 것이고, 시저는 러시아 쟈르, 나폴레옹, 히틀러가 닮고 싶어한 우상이었다. 그는 모든 전쟁에서 모두 승리한 전쟁의 신이라고 한다. 로마는 도로, 법률, 건축에서 실용적인 모범을 보였다. 길에 남겨진 단단한 돌에서도 실용성을 엿볼 수 있었다. 로마는 거의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보존된 유적과 유물과 거리를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논리가 적용되지 않았다니. 옛 건물과 유적을 헐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것에 시민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독재자 무솔리니조차도 새로운 건물을 건축하고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 문화의 가치를 인식하는 시민의 힘이 전통 보존의 토대가 되었다고 여겨졌다. 오래 된 건물에 진열되어 있는 유명 회사의 명품은 왠지 가치가 더 있게 느껴진다. 문화의 가치에 명품의 가치가 혼합되어 상승효과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영화 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데이트 하던 계단이 보인다. 이곳에서 유명 패션쇼가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되었다고 한다. 관광객이 오드리 헵번을 흉내내어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너무 많이 걸어다녀 흘린 크림으로 인해 파손되어 현재는 보수 중이었다. 조금 더 가면 분수 중 최고의 걸작이자 가장 인기 있는 분수인 트레비 분수가 나온다. 세 갈래 길(Trevia)이 합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동전을 던졌다. 분수를 뒤로 한 채 오른손에 동전을 들고 왼쪽 어깨 너머로 1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2번 던지면 연인과의 소원을 이루고, 3번을 던지면 힘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영화 에서 오드리 헵번이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이곳을 한층 낭만적인 장소로 기억하게 한다.
로마는 문화유적으로 인해 천문학적 관광수입을 얻는 반면 상당 부분을 문화재 보존에 재투자한다. 서구화, 근대화를 위해 문화재와 유물을 포기한 나라들과 대비가 되었다. 전통과 문화는 뿌리이다. 이를 바탕으로 창조가 가능하다. 행복은 물질이 아닌 문화적인 힘에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인 풍요는 어느 정도 이상 되면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이스털린 역설이 있다. 문화의 시대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힘이다.
집에 모카포트나 반자동ㆍ,자동ㆍ수동커피머신이 없어도 커피 여름음료 즐길 수 있다.
우선 에스프레소 1샷, 혹은 도피오(2샷).을 테이크아웃해서 집이나 원하는 장소에 갖고 간다. 에스프레소 테이크아웃 잔이 따로 제대로 있는 매장이 별로 없어서 집에 있는 빈병이나 텀블러를 갖고 가서 넣어가지고 오면 더욱 좋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텀블러나 본인 갖고온 용기에 커피를 테이크아웃할 경우 할인해준다)
1>아포카토[ Affogato ]
아포가토(Affogato)는 이탈리아 어로 '끼얹다', '빠지다'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식사 후 후식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뜨거운 에스프레소(Espresso)를 얹어 내는 것 고급레스토랑에서 호텔레스토랑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제공된 메뉴다. 이젠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가지고 만들어 먹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의 하모니가 환상적인 맛의 결과를 내는 메뉴이다.http://blog.naver.com/mefun/120203677547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만들어서 아포카토완성하는 내용도 참고하시기 바란다. 아이스크림 어느종류던지 간에 좋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나 호두아이스크림이 가장 맛있는 아포카토를 느끼기 쉽다.
2>핸드드립으로 아이스커피 만들기
얼음을 먼저 넣고 그 위에 필터와 커피를 갈아낸 것을 올리고 핸드드립으로 원두커피를 추출하여 맛과 향을 잡아주는것이 포인트. 원두커피에 뜨거운 물로 적셔준뒤에 50원짜리 원만큼 돌려주고 100원짜리 이렇게 원을 크게 하면서 핸드드립합니다. 물줄기는 일정하게 드립해준다. 점드립(점을 찍듯이 천천히 한 방울 한방울 뜨거운물을 부어줌)으로 뜸을 들 인후 하면 더욱 좋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못해도 된다. 핸드드립 도구가 없다면 역시 테이크아웃 하여 갖고 온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이용하는 게 좋다..
3>아이스카페라떼완성
테이크아웃 하여 커피를 카페에서 갖고 오거나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렸을 경우 우유만 즉석에서 거품 내어 섞어주셔도 아주 좋다. 커피도구의 하나인 우유거품기가 없다면 힘좀 잠깐 쓰면 멋진 아이스카페라떼 가능하다. 계란 거품 내는 도구로 냉장고를 부탁해 에서 쉐프님들 머랭치듯이 거품 내어서 살짝 올린다. 정성이 느껴지고 실제 에스프레소를 써서 못마시는 경우에도 부드럽고 제대로 커피맛을 즐길수 있다.
4>술성분들어간 커피
시원하게 에스프레소테이크아웃한 것 1샷20~30ml 본인기호에 따라 양조정해서 혹은 배달원두커피도 좋습니다. 설탕20g과 정도를 쉐이커에 넣고 흔들거나 집에서 쓰는 믹서에 설탕, 양주위스키1/2ts과 에스프레소를 넣고 갈아준 뒤 우유거품낸 것을 풍성하게 얹고 설탕을 맛조정하면서 경우에 따라 위스키대신 커피와 술의 조화로운 맛이 인기 좋은 깔루아를 넣어도 좋다. 술은 인터넷에서 살수 없으니 성인이라면 백화점이나 주류전문매장에서 구매하시면 된다. 격식이나 꼭 고가의 커피머신이나 홈카페도구가 없어도 즐길수 있다.
서울 개포동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어릴 때부터 한 동네서 자랐고 나이도 같으니 같은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가 필자는 1999년 말에 퇴직했고 그때부터 16년간 퇴직자의 길을 걸은 셈이다. 그러나 이 친구는 그 당시 마지막 직장을 퇴직하고 6년을 집에서 놀았다. 내 한 몸 간수하면 그만인 필자와 처지가 다른 것은 처자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인은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댔다. 필자도 노는 처지라 놀지 말고 돈을 벌라고 할 처지가 못 되었으나 보기 안쓰러웠었다. 그러다가 치킨 집을 인수하고 부부가 운영하게 된 것이다.
개포동은 그런대로 장사가 잘 되었다. 브랜드도 잘 알려져 있고 맛도 있어서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점포 내에는 4인용 작은 테이블이 2개 있을 뿐이고 대부분 배달 주문이다. 그간 다른 치킨 브랜드들이 7개나 새로 생겼지만, 여전히 이집은 매출이 꾸준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큰 이벤트가 있으면 매출이 급증하며 중계시간에 맞춰 밤을 새우기도 했다.
다른 치킨 브랜드와 맛의 차이를 물었다. “닭고기는 어떻게 조리하든 원래 다 맛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 닭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맛이 있다. 필자가 가면 맛있는 윙을 주로 골라 주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더운 여름 날, 기름에 닭을 튀기느라고 땀 흘리며 고생하는 부부의 모습을 볼 때 좀 미안했다. 나는 도와준다고 손님으로 가서 여유롭게 먹고 앉았고 그들 부부는 닭고기 튀기느라고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친구인 필자에게는 돈을 많이 받지도 않았다. 생맥주 무한 리필에 닭고기도 무한 리필이다. 바쁘니까 생맥주는 아예 필자가 따라 먹는다. 처음에는 안 받으려 하다가 일인당 1만원을 받았다. 그래서 갈 때마다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갔다.
밤 12시쯤 일이 끝나는데 필자가 그 시간까지 있어주면 같이 술 한 잔 할 수 있지만, 그것도 그에게는 사치였다. 하루 종일 고생한 부인을 집까지 태워다 줘야 하는데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술을 안 마신다고 해도 다음 날 장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필자 때문에 수면 부족이 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게 뭐냐고 물으니까, 더운 날 뜨거운 기름 앞에서 조리하는 것도 힘들지만, 배달도 힘들다고 했다. 스쿠터로 배달하는데 그간 교통사고로 몇 번이나 사고가 났었다. 본인이 배달하는 것도 힘들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을 쓸 때 툭하면 지각하거나 안 나오기도 하고 그만두는 일이 속을 썩였다고 한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쉬는 날 없이 일을 했다. 그럼에도 돈이 손에 쥐어지는 재미에 힘 드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학비가 필요했다.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친구들이 모임장소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쉬어가면서 하라고 권고하자 가장 한가한 매주 월요일은 휴무일로 정했었는데 경쟁이 심해지자 2주에 한 번 쉬거나 아예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벼락 선언을 했다. 올해까지만 하고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다. 돈도 벌만큼 벌었고, 아이들도 더 이상 뒷바라지가 필요 없을 만큼 다 컸다는 것이다. 그간 부인 고생 시킨 것도 미안하고 환갑잔치도 못해줬다는 것이다. 몸도 여기 저기 아파서 더 이상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개포동이 재건축으로 사람들이 차츰 빠져 나가서 장사가 덜 될 거라는 생각에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가까운 양평에 전원주택 한 채 사서 텃밭이나 일구며 여생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큰 농사를 지으면 힘드니까 저절로 열리는 과수 정도를 재배하다가 따먹으면 되는 정도로 쉽게 살겠다고 했다.
이제 필자 나이가 정말 은퇴할 나이라는 게 실감 난다. 인생 100세라지만, 앞으로 건강나이만 따지면 정말 많이 남지도 않았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을지 차분하게 주변을 돌아 볼 때라는 생각이 든다.
경희대한방병원 이재동 척추관절센터장은 비만이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오랜 기간 연구를 해왔다. 살 찐 형태에 따라 상체비만, 하체비만, 전신비만 등 세 가지로 구분해 각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알아보자. 한의학적 관점에서의 체형별 비만관리 핵심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번호에는 체형별 다이어트 생활습관.
1. 중년 다이어트의 중요성 2. 체형별 다이어트 생활습관 3. 체형별 다이어트 식이요법 4. 체형별 다이어트 운동요법
비만은 체내에 비정상적으로 체지방이 늘어나 대사 장애가 유발된 상태를 말하는데 사람마다 비만의 유형이 다르게 나타난다. 즉 전체적으로 살이 찐 전신 비만과 등이나 어깨나 팔뚝 쪽으로 살이 많은 상체 비만, 복부나 다리 허벅지 쪽으로 살이 찐 하체 비만으로 비만의 형태를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 중 특히 전신 비만이나 상체 비만은 관절염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전신 비만
가장 흔한 전신 비만의 경우는 심폐기능이 약하여 산소호흡과 혈액순환을 통해 에너지를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대사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노폐물이 전신에 쌓이게 되며 흔히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호소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무겁고 붓는 느낌이 있으며 얼굴이 푸석푸석하며 일어나기 힘들고 오히려 일어나서 움직이면 몸이 가벼워지고 평소엔 항상 눕고 싶어 한다. 또한 감기에 잘 걸리며, 조그만 오르막을 올라도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한다. 성격이 느긋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우도 많아 자칫 방심하면 살이 찌기 쉽다. 하지만 살이 찌기 쉬운 만큼 전신 순환 대사를 촉진하고 식습관, 운동요법을 병행하면 빠지는 것도 쉬우므로 포기하지 말자.
비만의 유형에 따라 생활 요법에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심폐기능이 약해 전신 대사기능이 떨어져 나타나는 전신 비만의 경우 다른 체질에 비해 소화 흡수율이 높아 몸에 축적되는 경향이 강하여 음식 양을 조금만 늘려도 바로 살이 찌므로 식사량 조절이 필수다. 하지만 무턱대고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고단백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신 비만의 체질은 움직임 없이 가만히 쉬면 피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더 무거워지므로 많이 움직여 순환을 돕게 되면 몸이 가벼워지며 기의 소통이 원활해지는 경우가 많다. 사우나, 찜질방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 좋고, 냉온탕이나 조깅,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이 적당하며 긴 시간 지나친 수면이나 낮잠은 대사력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차로는 심폐기능의 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는 맥문동, 오미자 상엽, 폐의 열을 내려주는 율무나 녹차를 평소 즐겨 마실 것을 권장한다.
상체 비만
상체 비만은 하부에 속하는 간, 신장 등의 음기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상부에는 양(陽)에 속하는 화(火)가 있고 하부에는 음(陰)에 속하는 수(水)가 있어 수(水)는 위로 올라가고 화(火)는 하강하여 인체의 생명활동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를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 하는데 만약 하부에 속하는 간신(肝腎)의 수(水)가 부족할 경우 허화(虛火)가 뜨게 된다. 상체 비만의 경우 하초의 음기가 부족하여 기가 자꾸 상승하기 때문에 기를 따라 형이 움직여 하체는 가늘고 어깨, 팔뚝, 옆구리와 같은 상체에는 살이 찌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가슴과 흉곽 부위가 발달하여 어깨가 넓고 크며 엉덩이가 작아서 역삼각형의 체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걸을 때 상체가 흔들리면서 가벼워 보이기도 하며 무릎과 허리가 약해져 시큰거리며 우두둑 소리가 나고 관절염이나 하지의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성격이 급하고 직선적이며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지구력이 남보다 떨어지고 낮보다는 밤에 활동이 많은 야행성 체질이 많다. 또한 음허화동(陰虛火動, 간신의 음허로 인하여 화가 위로 상승함)으로 인해화기(火氣)가 상부로 오르니 상열감으로 관골 부위가 붉어지기도 하며 피부가 건조하고 머리카락이 잘 빠지며 입이 자주 마르고 머리가 무겁고 손발에서 열이 나기도 한다. 상체는 하체에 비해 움직임이 적어 군살이 붙기 쉽고 살이 찐 뒤엔 빠지기도 어렵다. 또 기혈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뒷목에서 어깨까지 결림과 같은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평소에도 올바른 자세를 취해 어깨 쪽으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살이 잘 빠지기 힘든 부위이므로 신경 써서 팔운동을 병행해주는 것이 좋다.
기가 자꾸 상승하기 때문에 하체는 가늘고 상체는 비만해지는 상체 비만의 경우 성격이 급하여 빨리 먹는 경우가 많고 열이 많아 먹은 다음 바로 소화되기 때문에 과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약간 모자라게 먹었다는 느낌이 들도록 평소 먹는 양의 80% 정도만 먹으며 열을 내리고 진액을 보하기 위해 평소 마른 반찬이나 매운 음식보다는 국물이 있는 탕 종류나 해물 등 찬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보리차, 구기자차, 두충차를 즐겨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땀을 빼면 음기를 손상시키므로 사우나 찜질방은 금하며 평소 명상이나 단전호흡을 통해 기를 아래로 순환시켜주는 게 좋다. 천천히 오랜 시간 지구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하체 단련을 위해 천천히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이 도움이 된다. 특히 상체 비만의 경우에 낮잠보다 밤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하체 비만
마지막으로 복부 및 하체 비만은 소화를 담당하는 비위의 기능이 약해 몸이 냉하고 양기가 부족해서 기운이 상승하지 못하고 적체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날씬해 보이지만 복부 및 허벅지등 일명 ‘숨은 살’이 두꺼운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남들에게 “뺄 살이 어디 있느냐” 하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러한 체형의 사람들은 평소 추위를 잘 타는 냉한 체질이고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를 느끼고 활동량도 적은 편이다. 목에 무엇이 걸린 것 같은 매핵기(梅核氣)와 같은 신경성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손발이 차고 쉽게 어지러우며 배에서 꾸륵꾸륵 물소리가 잘 나고 차멀미를 잘 하며 빙수나 아이스크림, 돼지고기 같은 찬 성질의 음식을 먹으면 뒤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체 비만의 경우 음식을 소화-흡수-수송시키는 비위의 기능이 약하므로 소화 장애가 많아 잘 체하고 복통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소화불량성 위염, 위하수, 위산과다증, 상습복통 등 급·만성 위장병의 80%가 모두 이 체질에서 발생된다. 이 상태에서 과식을 하거나 고량진미를 섭취하면 비위의 기능은 더욱 저하되고 기의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은 무엇보다 천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며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고, 식사시간 외에 간식은 줄이도록 한다. 이러한 체형의 사람들은 비위를 보강하고 양기를 북돋워줘야 하는데 매운 음식은 몸에 열을 내고 지방 분해에 도움이 되지만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는 경우엔 주의해야 한다.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음식이 좋다. 원기(元氣)를 보충할 수 있는 인삼차, 비장과 위를 따뜻하게 하는 생강차, 경맥(經脈)을 잘 소통하게 하고 양기(陽氣)를 도와주는 계피차 등이 좋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기력이 떨어져 대사력이 저하되므로 조금 빠르게 걷거나 요가나, 단전호흡,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이 좋다.
이와 같이 비만의 유형에는 일상에서의 생활습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작은 습관부터 조금씩 개선하려는 노력과 우리 몸의 균형을 맞춰나가기 위한 올바른 식이요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호에서는 세 가지 비만 체형에 맞는 한방적 식이요법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
현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기획진료부원장, 척추관절센터장 임상한의학연구소장. 전 대한침구학회 회장, 대한한의학회 편집위원장, KBS 한방의료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