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까지 직계가족을 포함한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는 방역대책이 유지되면서 이번 설 연휴는 삼삼오오 모이지 않고, 전화로 안부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설명절, 연로한 부모님을 직접 챙기지 못해 걱정스럽다면 세 가지 간단한 질문으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자.
“잘 안 들리세요?” 질문을 반복할 땐 난청 의심해보기
청각이 저하 또는 상실된 상태인 난청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화에 의한 노인성 난청·직업성 난청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귀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환경으로 돌발성·소음성 난청 환자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전화 통화 간 목소리가 커지거나 반복해 되묻는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며 “노화로 인해 청각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기보다는 삶의 질과도 밀접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병원 방문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 이외에도 혈관계의 변화, 유전인자, 스트레스, 소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유전적 인자와 소음이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치료는 보청기다.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빨리 착용할수록 난청의 악화를 늦출 수 있고, 일상생활에 활력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여승근 교수는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대화를 꺼리게 되고, 이는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보청기 구입 시에는 반드시 환자의 청력 정도, 나이, 귀 질환 유무, 외이도 상태, 일상생활에서의 불편감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착용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화장실은 몇 번 가세요?” 전립선 질환 증상 확인하기
전립선 질환은 50~6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질환이다. 전립선암, 전립선 비대증이 가장 대표적인데, 평소와 달리 빈뇨, 지연뇨 등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전립선암과 비대증은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검진은 필수다.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전승현 교수는 “스트레스, 피로 등 자의적인 판단으로 전립선 질환을 방치하면 방광, 신장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전립선암의 경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뇨에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60~70대에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5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검사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폐암, 위암 등 다른 암과 비교해 진행속도가 느려 비교적 온순한 암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조기발견만 한다면 생존율이 높고 완치까지 가능하다. 조기 검진만큼 중요한 것은 생활 속 예방이다. 전립선 질환은 유전 못지않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동물성 지방과 육류의 과다섭취를 피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과 운동 등을 통해 비만과 당뇨 등을 피해야 한다.
”그때 기억하세요?“ 옛날이야기로 치매 진단하기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치매 발병 원인 중 70%는 알츠하이머병이다. 초기에는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되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력, 이해력, 계산능력 등 인지기능 문제로 이어진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는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주변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힌트를 제시해 기억해내는지 여부를 확인해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망증은 뇌에 각종 정보가 입력된 상태이기 때문에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정보 입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인지 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기정 교수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약물·비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이라며 “알츠하이머병의 명확한 발병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으나 우울증, 혈관 위험인자, 유전적 요인 등이 위험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전 예방에 힘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배종빈 교수팀이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에 활용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치매 환자의 약 60-80%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알츠하이머병은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증상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기능이 점점 더 저하되고 신체적 합병증까지 동반되며 일상생활을 유지가 불가능해 지기도 한다.
안타까운 부분은 많은 환자가 좀 더 일찍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와 관리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완벽한 예방 및 치료가 불가능한 만큼, 알츠하이머 치매는 조기 진단을 통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뇌 MRI 영상 자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판별해 내는 알고리즘 개발에 나섰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촬영한 뇌 MRI 영상 자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도출해내는 딥러닝 모델을 설계했다. 이 모델을 가지고 한국인 390명과 서양인 390명의 뇌 MRI 자료를 4:1의 비율로 학습용과 검증용 데이터셋으로 구분, 학습용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동양인과 서양인 각각의 알츠하이머병 판별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후 검증용 MRI 자료로 해당 알고리즘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얼마나 정확하게 판별하는지 정확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동일 인종에서의 판별 정확도는 곡선하면적(AUC) 0.91-0.94 한국인 MRI 자료 기반의 알고리즘에 한국인 자료 대입: 판별 정확도(AUC) 0.91, 서양인 MRI 자료 기반의 알고리즘에 서양인 자료 대입: 판별 정확도(AUC) 0.94로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 사람의 뇌 MRI 분석에 소요된 시간도 평균 23-24초 밖에 되지 않았다. (*AUC=정확도를 판별할 때 사용하는 지표. 1에 가까울수록 그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
이어 한국인의 MRI 자료를 학습해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서양인의 MRI 자료를 분석한 경우 정확도가 AUC 0.89였으며, 반대로 서양인의 자료를 학습해 만든 알고리즘으로 한국인의 MRI 자료를 분석했을 때는 AUC 0.88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뇌 MRI 자료를 학습해 만들어진 딥러닝 알고리즘은 서로 다른 인종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알츠하이머병을 판별해 냈다”며 “이번 딥러닝 모델을 계속해 발전시킨다면 다양한 인종에서도 뇌 MRI를 분석해 알츠하이머병을 판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딥러닝 모델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임상시험이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배종빈 교수는 “두통,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일 경우에도 뇌에 이상이나 병변이 있는지 보기 위해 MRI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때의 영상을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한다면 알츠하이머병 여부도 쉽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딥러닝 모델의 활용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은 물론, 치료와 관리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소프트웨어 닥터앤서(Dr.Answer) 기술개발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으며, 네이처(Nature)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12월 17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9월 21일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자 '치매 극복의 날'이다. 치매는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도 경제적, 심적 고통을 주기 때문에 많은 중장년이 이를 염려하고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의 도움말로 치매의 주 원인으로 손꼽히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알아보자.
치매환자 4명 중 3명은 알츠하이머병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상 추정 치매 유병률은 약 10%가 넘는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남성은 38%, 여성은 62%로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5~69세 4.2%, 70-74세 9.0%, 75-79세 23.3%, 80-84세 27.2%, 85세 이상이 33.7%를 차지한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는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생 빈도는 높아진다”며 “다양한 발병 원인이 있겠지만, 알츠하이머병은 75%를 차지할 만큼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에 대해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지 않다. 소위 나쁜 단백질이라 말하는 아밀로이드 혹은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신경세포들이 손상되고 뇌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머리 손상, 우울증, 저학력 이외에도 최근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혈관 위험인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자꾸 깜빡깜빡, 일시적인 건망증일까?
초기 증상은 사소한 기억력 감퇴다. 최근의 기억이 저하되고 새로운 이름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 사고력, 이해력, 계산능력 등 인지기능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혼자서는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박 교수는 “익숙하게 사용하던 도구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성격의 변화나 이상 행동이 관찰되기도 한다”며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다수의 환자들은 무심코 넘기기도 하는데, 특정 단서를 제시했을 때 기억을 해내는지 여부로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건망증은 뇌에 각종 정보들이 입력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정보 입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힌트가 제시되더라도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단, 인지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약물·비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 완치는 어렵다”며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조절, 더 나아가 혈관 위험인자를 적극 관리하는 노력을 통해 치매를 사전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령의 치매 환자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뇌연구원 주재열·임기환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를 통해 고령의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코로나19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가 증가하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ce2 유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통로로 사용되는 수용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해 세포 내 침입을 돕는 수용체가 많은 것은 감염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질환을 앓는 고령 환자의 뇌조직과 혈액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일반 노년층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는 노년층에서 Ace2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며 “알츠하이머 생쥐의 뇌 조직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주재열 박사는 “알츠하이머 질환과 코로나19의 상관관계를 새로 보고함으로써 고령의 치매 환자가 일반 노인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이라면 코로나19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하고 사회에서도 치매 고령 환자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감염저널’(Journal of Infection) 6월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Elevation of Ace2 as a SARS-CoV-2 entry receptor gene expression in Alzheimer's disease’이다.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치매 환자도 증가하고 있어 예방과 극복을 위한 방법에 대한 관심이 크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15년 약 63만 명에서 지난해 79만여 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108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치매 원인의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60대 후반의 유병률은 2% 정도인데 70대 후반에는 10%로 크게 오른다.
가족력과 생활습관도 발병 요인이다. 부모형제 중 한 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면 유병률이 약 3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이해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찾아봤다.
◇병원을 찾기 위해 고려할 점들
환자 혼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고령자 혼자 병원에 오면 진단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본인 스스로 인지저하 정도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진료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이 함께 방문해 자세히 설명해줘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숙련된 의료진을 찾아가야 한다. 비전문가는 잘못된 치매 증상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어서다. 다른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혈액검사나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결과보다 숙련된 의료진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신 검사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10~20%의 경우 뇌 위축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때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돼 있는지 확인하면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절주 노력해야
아쉽게도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치매의 원인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약은 없다. 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것을 고른다면 규칙적인 운동일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술은 한 번에 한두 잔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술을 많이 마시면 뇌세포가 파괴돼 뇌가 치매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절주 노력은 젊어서부터 실천할수록 좋다.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었더라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해야 치매 극복에 도움이 된다.
# 지난 4일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68세 A 씨가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뇌경색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A 씨의 상태를 볼 때 범죄행위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 지난해 11월 83세 B 씨는 운전 중 신호 대기 중인 택시와 추돌하는 사고를 낸 B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고로 승객 등 3명이 다쳤지만, 법원은 B 씨가 고령이고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고령화와 함께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고민도 늘고 있다. 특히 치매와 같이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전체 교통관련 범죄가 줄어든 반면, 고령범죄자는 늘어난 게 특징이다.
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동향리포트에 따르면 고령 범죄자(65세 이상) 수가 지난해 14만여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중 △교통범죄가 4만759명으로 가장 많았고 △재산범죄 3만8557명 △폭력범죄 2만1163명 △강력범죄 2356명의 순이었다.
◇“원인에 따라 치료 가능하다”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매는 노화나 질병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점차 상실되고 행동에 이상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과 같은 퇴행성 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가 있다. 이외에도 알코올과 같은 중독성 질환과 각종 감염성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초기에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치매를 진단하는 검사로는 혈액 및 소변 등 내과검사와 인지기능을 알아보는 신경심리검사, 뇌MRI와 같은 영상검사가 있다. 최근에는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선별검사(MMSE-DS)를 받아볼 수도 있다.
김동희 서울척병원 뇌신경센터 과장은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원인에 따라 회복이 가능하다”며 “감염이나 내과질환, 종양이나 수두증을 원인으로 하는 가역적 치매의 경우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퇴행성 치매의 경우 인지기능과 행동증상 개선을 목표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
고령자가 일으킨 범죄나 사고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발생할 수 있다. 기억력 및 인지 기능이 연령이나 교육 수준에 비해 유의하게 저하됐는데도 일상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주의를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동희 과장은 “경도인지장애의 증상으로 기억장애나 언어능력 저하, 성격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여겨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매년 10~15%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전환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고령의 가족이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있는 식사, 적극적인 사회활동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술, 담배, 스트레스 등 무절제한 생활을 줄이고 평소에 건강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잠을 자면서 코골이를 하다가 순간 숨을 멈추는 이른바 수면무호흡증.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뇌 조직 손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팀는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뇌 영상검사 결과 대뇌백질의 변성은 물론 뇌 세포 사이사이 연결까지 손상된 것을 확인했으며, ‘수면무호흡증 환자와 증상이 없는 일반인의 뇌 영상 분석한 결과’를 미국 수면연구학회(Sleep Research Society) 공식저널 ‘SLEEP’을 통해 발표했다.
수면무호흡증 계속 방치하면 합병증 유발 가능 커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우리 뇌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뇌 세포 간의 연결성이 손상되면 결국 뇌기능이 저하되고 뇌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성인 인구 4~8%가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수면 중 기도의 막힘이나 호흡조절의 어려움으로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짧은 시간 동안 호흡이 멈추는 식이다. 신체 내 산소공급이 중단되고(저산소증), 뇌가 수시로 깨는 수면분절을 초래해 주간졸음, 과수면증, 집중력 저하를 유발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부정맥, 심근허혈, 뇌졸중의 발병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수면무호흡으로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다양한 기전을 통해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는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과 같은 ‘집행기능의 저하’, 해마의 ‘신경세포 손상’,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침착’, 수면 중 혈압 상승으로 인한 ‘미세 뇌경색’을 일으킬 수도 있다.
윤창호 교수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실제로 뇌에 어떤 변화나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고자 수면무호흡증 환자 135명(평균 나이: 59세)과 증상이 없는 건강한 대조군 165명(평균 나이: 58세)을 대상으로 뇌 영상검사(MRI)의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는 실제로 대뇌백질이 변성(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질은 주로 신경세포의 축삭이 지나가는 곳으로 축삭은 우리의 대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백질에 변성이 생기거나 손상된다면 뇌의 한쪽 부분에서 다른 쪽까지의 정보전달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또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뇌 영상에서는 뇌 세포를 잇는 구조적 연결성(네트워크)에도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뇌에서 신경세포 연결의 이상으로 구조적인 변화와 연결성에 이상이 초래되면 뇌의 각 영역 사이에 정보를 교환한다거나 정보를 통합·분리하는 일에도 문제가 발생해 결국은 전체적인 뇌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윤창호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간헐적 저산소증, 교감신경계의 활성화, 잠자는 중간 중간 뇌가 깨는 수면분절은 뇌에 스트레스를 가하고 결국은 각 세포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구조적 연결성에도 이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우리 뇌의 여러 영역에서 정보처리능력을 저하시키는 위험인자인 만큼, 수면무호흡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양압기 치료, 수면무호흡증에 효과 좋아
수면무호흡증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양압기 치료가 있다. 양압기는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기도에 불어넣어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장치로 잠잘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호흡을 한결 편안하게 해 치료효과가 높은 편이다. 윤창호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을 계속해 방치하게 되면 뇌 기능이 떨어지고 뇌 조직이 손상돼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에 코를 골거나 무호흡증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한국연구재단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및 질병관리본부의 지원을 받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미시건대학 이민희 박사, 하버드의대 로버트 토마스 교수, 연세대학교 한봉수 교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 간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예방이 어렵다고 여겨져 온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혈액 검사만으로 사전 진단이 가능해졌다.
지난 7월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막을 내린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에서 아시아 국적 의학자 최초로 기조 발표에 나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기전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중에서 독성이 있는 올리고머 형태만 선별적으로 검출해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증상 전에 발견하여 조절함으로써 인지기능 장애 등의 증상 발현을 예방하여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발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치매 원인 질환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미리 발견하고 대처할 수 있는 검사법에 대한 발표에 60개국에서 모인 6천여 명의 연구자가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증상이 없는 임상 전 상태에서 질환을 진단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증세의 발병 자체를 막거나 지연할 수 있다는 의미한다.
혈액 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해
무엇보다 혈액 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가의 영상 검사 장비나 환자에게 심한 고통을 주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범용적 활용이 가능하다. 2018년 4월 허가 임상 연구를 거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제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김상윤 교수는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해 “아무 증상이 없는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해 기억장애나 인지장애가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적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일시적 증상 호전에서 근본적인 증상 발현의 억제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김상윤 교수가 기조연설을 한 AAIC 알츠하이머병과 그 관련 질환에 관한 연구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모임이다. 각 분야의 연구에서 석학 수준의 권위자만이 기조 발표가 가능하며 그 발표가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거나 향후 연구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자리로 알려져 있다.
치매(癡呆). 한문사전을 찾아보면 ‘치’에는 ‘어리석을, 미련한, 미치광이’ 등의 뜻이 있다. ‘매’에도 ‘어리석다, 미련하다, 어리둥절하다’ 등의 뜻이 있다. 이렇게 사전에 나오는 여러가지 ‘치매’의 의미에서 보듯 좋은 말은 하나도 없다. 치매에 걸리면 뭔가를 잘 까먹다가 기억을 못하는 게 일반적인 증상이다. 그리고 원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성품보다 더 순해지는 치매도 있지만 무척 난폭해지는 치매도 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하고는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달라 어리둥절해 질 때가 많다. 어리석게 보이거나 미련하게 보이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미친 사람의 행동처럼 보일 때도 있다. 치매의 글자 뜻이 좋은 말은 아니지만 사전은 그런대로 적당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얼마 전 치매를 앓던 장인어른이 요양원에서 별세했다.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그 요양원에 치매 어르신이 꽤 있었는데 장인의 경우 종전 보다 양순해졌지만 사위는 물론, 아들딸, 손주들을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떤 어르신은 난폭한 행동과 말 때문에 요양보호사와 자식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2017년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 7,066,201명 중 치매환자 수는 702,436명으로 유병률이 9.9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자는 29.1%, 여자가 70.9%로 남자보다 월등하게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85세 이상에서는 전체의 38.8%가 치매환자로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는 노년층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건강보험평가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6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치매환자 수는 424,239명으로 이 중 초로기 환자는 19,665명이며 30대에서 50대까지의 환자 수도 8,521명이었다. 최근 국회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2017년 기준으로 6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치매환자 수가 18,622명이라고 나와 있다.
알츠하이머치매, 혈관성치매, 파킨슨치매 등 치매의 원인과 종류도 다양하다. 종전에 주로 노년층에서 발병하던 것이 근자에는 65세 미만 층의 치매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알콜성치매, 디지털치매 등의 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017년 우리나라의 전체가구 수가 2,175만 여 가구라고 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30가구 중 한명 꼴로 치매환자가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여러 자료에서 보듯이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서 치매예방과 치료를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속도는 더디지만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니 기대해 볼 일이다. 최근에는 하버드의대 연구진이 운동효과가 있는 알약으로 알츠하이머치매의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고 보도되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게 한다. 많은 가정에서 치매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과 불신으로 불화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자식이 치매를 앓는 부모를 내다버리는 패륜 사례는 물론, 간병을 하던 배우자가 살인을 한 경우까지도 종종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치매환자 본인의 심리적 상실감과 고통은 말할 것도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간병인을 힘들게 하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어느 시인은 치매에 걸린 노모를 보고 영혼의 정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장인이 계시던 요양원에 드나들면서 치매어르신들을 보고 지은 시조 한 수를 올리며 모든 사람들이 치매걱정에서 벗어나는 때가 속히 오기를 바란다.
망각의 강
저 애가 누구더라
안개 낀 듯 자욱하다
행여나 실수할까
초점 없이 바라볼 뿐
딸인지 며느리인지
아들인지 사윈지
나가려 서있었나
들어오다 섰는 건가
도무지 모르겠네
누가 알까 민망하다
차라리 백지장처럼
하얘져 버렸으면
노후를 어디서 보낼 것인가. 죽기 전까지 어디서 살 것인가는 시니어의 마음 한쪽을 무겁게 만드는,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주제다. 특히 치매나 중풍 같은 질환으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면 더욱 문제다. 한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인보호)시설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설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일반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노후를 맡길,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없는 것일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새 연재는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첫 번째 주자가 된 플로렌스 너싱홈의 문을 두드렸다.
자유로를 따라 파주시 탄현면을 찾아 달린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러 두 번이나 왕복한 길이다. 웬만해선 붐비지 않는 그 길을 따라 서울에서 30분 정도 달려가면 ‘대동리’라 쓰인 출구가 나온다. 달랑 대동리라고만 쓰인 표지판이 다소 생경하다. 거기서부터 중앙선도 없는 국도를 5분 정도 달리면 드디어 플로렌스 너싱홈이 나타난다.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설계된 구조
요양원을 둘러보니 구조가 독특하다. 병실과 식당, 공용시설 등 용도별로 구분되어 있는 병원과는 다르게 어느 곳을 봐도 거실 모양을 한 공간이 눈에 띈다. 사방이 비슷한 풍경이다. 이예선 원장은 유니트(Unit) 단위로 조성된 설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외 너싱홈도 이렇게 유니트 개념을 도입한 곳이 많아요. 1개 유니트에 11~12명 정도가 머무는데요, 어르신들의 침실과 함께 거실과 화장실, 목욕탕이 세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작은 한 집에서 소수의 어르신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며 거주하게 되는 것이고, 이런 작은 집 여러 개를 합친 전체 시설을 운영하는 개념이죠.”
단일 유니트에는 전담 요양보호사들이 배치돼 함께 생활하고, 각 유니트는 성별이나 질환 종류, 개인별 성향 등이 고려돼 환자들이 배정된다.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장기요양보험 4~5등급 정도의 가벼운 치매 환자들은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할 수 있을 만큼 일상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플로렌스 너싱홈의 정원은 총 49명. 2015년 증축 결과 설치 허가 면적 기준으로만 계산하면 56명까지 인가가 가능했지만, 동선이나 생활의 편의성 등을 위해 정원을 축소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삶의 끝이 아닌 연장으로
플로렌스 너싱홈이 지향하는 환자들의 생활은 ‘그동안 살아온 삶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정의된다. 각자 인생을 살면서 갖게 된 기호나 취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개개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자녀에게도 숨겨온 ‘까막눈’을 고치고 싶어 하는 환자에게는 글쓰기나 산수 숙제를 내어주기도 하고, 마비된 모습을 남에게 숨기고 싶은 어르신에겐 태블릿 PC를 통해 침실에서 할 수 있는 전래동화 보기 같은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평생 가사를 해온 사람이 많기에 요리 재료를 다듬고 있으면 잔소리하는 어르신도 많다. “예전 기억이 되살아나 손질법을 알려주시기도 한다”고 전담 영양사는 웃으며 얘기한다. 매번 어르신들의 손을 빌리면 노동으로 비춰질 수 있어 계절별로 날짜를 잡아 실컷 만져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장 속을 버무리거나, 잔뜩 받아온 콩을 다 같이 둘러앉아 손질하는 식이다.
이외에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수시로 운영된다. 실버체조나 레크리에이션이 운영되기도 하고 분기별로는 가까운 관광지에 나들이를 가거나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종교 역시 ‘살아온 삶’의 범주에 들어간다. 인근 종교 시설에서 찾아와 어르신들을 위한 예배나 미사를 시설 내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또 주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찾아오는 봉사활동도 플로렌스 너싱홈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다. 관계자는 “지나친 포교 목적이 아니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한다.
환자 건강 위해 농장도 운영
음식은 환자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변화가 많지 않은 생활이다 보니, 식사가 오락 중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플로렌스 너싱홈이 자랑하는 부분 중 하나가 여기 있다. 바로 식재료에 관한 것. 플로렌스 너싱홈은 신선한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 자체 농장을 마련했다. 원하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는 식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가 많다 보니, 주변 농가에서 농작물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뽑아가라”는 농민들도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음식을 만들고 나서 대접하는 데도 원칙이 있다. 반드시 어떤 음식을 드시고 있는지 원형을 보여드리고 그 자리에서 먹기 좋게 요양보호사가 잘라주며 식사를 돕는다.
“예전에 어떤 곳에서 아예 음식을 모두 갈아 내오는 경우를 봤어요. 아무리 환자에게 유동식이 좋다지만 섭식이 가능한 어르신들에게는 어떤 음식을 드시고 계시는지, 무슨 맛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리한 그대로의 음식을을 식탁에 올립니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명지병원과 촉탁계약을 맺고, 물리치료실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물리치료실 방문을 나들이 삼아 즐기는 어르신들에게는 단골 놀이 장소다.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는 물리치료사가 직접 찾아간다. 이러한 맞춤형 환자 관리는 운영 전반에 적용된다. 이곳에서 요양보호사들과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모두가 매일 아침 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효과가 좋았던 방법들도 공유한다.
이런 운영 방식에 대해 이 원장은 “1000명의 어르신이 계시면 1000가지의 방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불편함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이나 여러 증상에 대한 대응은 환자마다의 특징이나 삶의 배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풀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회를 하시거나 용변을 만지거나 소변 냄새가 심한 분은 모두 원인이 있어요. 배회와 용변을 만지는 원인을 찾아내야 해요. 소변 냄새로 수분섭취량을 감지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이 원장은 환자 가족들을 위한 조언으로 “그래도 가족만 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가능하면 자주 면회 오시는 것이 좋아요.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대부분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서 견디다 오시잖아요. 어쩔 수 없이 맡기셨다 해도, 엄마 표정이 편해졌다, 건강해졌다는 말 해주실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
요양병원과 요양원 뭐가 다를까?
법적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완전히 다른 개념의 기관이다. 따르는 법도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을,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을 따른다. 적용보험도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구분돼 재원도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료인이 설립하고 상주해야 하는 반면, 요양원은 의료인이 아니어도 설립 가능하다. 요양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대상은 만성질환자 혹은 회복이 필요한 대상으로, 치매 등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원과 구분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이런 시설의 주요 수요자인 치매 환자의 경우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조건을 모두 충족해, 양쪽 중 선택해 갈 수 있다. 현장에서 “결국 가족이 기관을 선택하는 조건은 가격과 입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요양병원은 보험으로 식비 지원이 되지만 간병비 부담이 큰 반면, 요양원은 요양비를 80~90% 보험으로 지원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월 비용은 요양병원이 다소 높다. 요양원마다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은 대부분 식비와 비급여 항목 때문이다.
이예선 원장의 요양원 선택법 "부모님 모실 때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치매실태조사를 위해 전국의 요양병원, 요양원을 다녀본 이예선 원장의 요양원 선택법은 두 가지.
1 직원의 표정을 살펴라 안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직원을 살펴보면 그 기관의 분위기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너무 조용하거나 딱딱하면 사무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다.
2 냄새를 맡아보자 청결 기준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냄새로 확인하는 것이 확실하다. 악취가 나지 않으려면 청소도 자주 해야 하고 환기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역한 냄새 없이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청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