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현빈, 장근석, 송승헌, 이영애, 송혜교, 고현정, 전지현, 손예진, 이병헌 등은 드라마 회당 출연료로 5000만~2억 원을 받는 스타들이다. 김태희, 수지, 유재석, 이승기 등은 광고 한 편 출연하는 데 모델료로 10억 원 안팎을 받는 톱스타들이다. 김수현, 이민호는 중국 CF 한 편 출연료로 20억 원 정도를 받는 한류스타다. 송강호, 하정우 등은 영화 한 편 출연료로 6억~7억 원을 받는 스크린 스타다. 엑소는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고척돔 하루 공연으로 티켓 수입 등 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스타 아이돌그룹이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스타화의 경로나 연예인으로 발탁되는 유형이 모두 다르다. 이병헌은 KBS 탤런트 공채를 통해 발굴된 스타이고 이영애는 연예기획사 백기획에 의해 발탁돼 스타가 됐다. 고현정은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이 계기가 돼 방송사 연기자가 되면서 스타가 됐고 전지현은 정훈탁 싸이더스 대표가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고 발굴해 스타로 부상했다. 이처럼 이들은 연예인 지망생에서 스타로 부상하기까지 과정은 각각 다르다. 이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에 개입한 스타 시스템도 차이가 있다.
이병헌은 “나는 KBS 탤런트 공채가 없었으면 연예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KBS 공채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고 이름이 알려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고, 이영애를 발굴해 스타로 키운 백기획의 백남수 대표는 “잡지에 실린 이영애의 모습을 보자마자 스타 재목감임을 직감하고 영입했다. 연기 훈련부터 드라마 데뷔까지, 그리고 스타가 된 뒤로도 기획사가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제 재능과 끼, 외모, 노력, 그리고 운이라는 변수에 의존해 우연히 스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정교하게 체계화한 체제로 움직이는 스타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으면 스타는 탄생할 수 없는, 스타는 만들어지는 시대다. 수많은 스타 뒤에는 엄청난 투자와 장기간의 교육, 치밀한 데뷔 전략, 주도면밀한 이미지 조형, 막대한 홍보 마케팅이 자리한다.
스타 시스템은 스타와 시스템의 합성어로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중 일부를 발탁해 연기자나 가수로 키워 스타로 부상시키는 시스템이다. 즉 스타의 생산, 거래, 활용, 관리, 소비의 전체적인 순환 메커니즘을 주관하는 체계를 스타 시스템이라고 한다. 저자 김호석 박사는 “스타 시스템은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최단 시간에 최대한 인기를 얻는 스타로 부상시켜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체계”라고 설명한다.
문화산업 시장의 규모, 대중매체의 판도, 팬 층의 규모와 구성 분포 등에 따라 스타 시스템의 구조와 주체가 변해왔다.
KBS, MBC 등 방송사가 연기자와 개그맨 등 연예인을 선발해 전속제를 실시하던 1960~1980년대까지는 방송사가 연기자를 발굴, 유통, 관리하며 스타 시스템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스타의 신변이나 스케줄 관리 등 부차적 업무를 수행했던 연예기획사와 매니저는 1990년대 방송사 연기자 공채가 사라지면서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부상시키고 스타의 이윤창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스타 시스템의 핵심적인 주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95년 가수 출신인 이수만 대표가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가 CAA(Creative Artist Agency) 등 미국 유명 스타 에이전시와 쟈니스(ジャニ-ズ )프로덕션을 비롯한 일본 프로덕션 등 스타를 양성하고 매니지먼트를 하는 선진 스타 시스템을 일부 도입하면서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안착하게 됐다.
이수만 SM 대표는 “미국에 유학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고 스타를 키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체계화하고 전문화된 스타 시스템을 도입해 만든 것이 바로 SM엔터테인먼트”라고 SM 설립 배경을 말했다.
SM 설립 이후 DSP미디어,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가수와 아이돌그룹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연예기획사가 속속 등장했다. 한편으로 영화배우, 탤런트 등 연기자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싸이더스, 에이스타스 등 연기자 전문 연예기획사도 지속해서 생겨났다.
2000년대 들어 한 연예인이 연기, 음악, 예능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이 일반화하면서 스타 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연예기획사들도 가수와 연기자, 예능인 등 다양한 연예인을 양성하는 종합 연예기획사로 변모했다. 연예기획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드라마, 영화, 음반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명실상부한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다.
SM, YG, FNC, JYP, 싸이더스, 키이스트, 나무엑터스, 웰메이드 예당, DSP미디어, BH엔터테인먼트,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등 중대형 연예기획사들이 한국 대중문화 판도를 주도하는 스타 시스템의 주역들이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과거에는 영화사나 방송사가 신인을 발굴해 스타를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스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연예기획사가 전문적인 스타 양성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며 “우리 대중문화계에서 톱스타로 활동하는 전지현, 김태희, 비, 이민호, 김수현, 수지, 엑소, 빅뱅, 소녀시대 등이 모두 연예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스타들인 것만 봐도 연예기획사의 위력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연예기획사들이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스타로 만드는 스타화 경로 역시 근래 들어 전문화하고 체계적으로 변모했다. 오디션, 길거리 캐스팅, 미인대회, 오디션 프로그램,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연예인 지망생을 연습생으로 뽑은 뒤 2~6년 동안 연기, 댄스, 노래, 예능 개인기 등을 교육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친 뒤 TV, 광고,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을 통해 신인으로 데뷔시켜 연예인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인기를 얻는 사람을 스타로 키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투여된다.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방송무대를 통한 데뷔까지 비용은 엄청나다. 지난해 10월 보고서 ‘스타가 되기까지’를 발표한 흥국증권 최용재 연구원은 “5인 멤버의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는 데 약 1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5인이 2~3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보내는 데 5억 원 정도 들어가고, 사전 마케팅부터 KBS, MBC 등 지상파 3사 음악방송 활동까지 6주간의 데뷔 활동 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이 5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연예기획사들은 신인을 스타로 키우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스타들의 위기 관리도 담당한다. 대중의 비난을 불러왔던 스캔들로 추락할 위기에 몰렸던 이병헌 등 수많은 스타가 연예기획사의 뛰어난 관리로 스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중국,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 연예기획사를 통해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2PM의 닉쿤, 미쓰에이의 지아·페이,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엠버, 트와이스의 쯔위 등이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을 통해 교육받고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다.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로 활동하다 탈퇴를 선언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크리스, 루한, 타오도 SM엔터테이먼트에서 육성됐다.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스타를 육성하는 체계화된 한국 스타 시스템은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다.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은 외국으로까지 수출되고 있는 한류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스타 시스템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노예계약’으로 명명되는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권침해, 미성년자 연예인의 학습권 미보장, 소속 연예인과 연습생에 대한 성폭행 등 일부 소속사 관계자의 범죄 등이 연예기획사 주도의 스타 시스템이 명실상부한 선진 스타 시스템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다.
#1.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비 오는데 전화도 안 받네. 워런 도사님 거기는 어디야?” BJ(Broadcasting Jockey) 오작교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혼잣말을 하다가 채팅창을 보며 대화를 한다. 아프리카TV 최고령 BJ 진영수(74)씨의 최근 인터넷 1인 방송이다.
#2. BJ 슈기(최슬기·21)가 떡볶이 네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는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쩝쩝 소리를 낸다. 이어 치즈 스틱을 먹는다. 끊임없이 “후루룩 쩝쩝”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먹는다. 인터넷 1인 방송 ‘슈기 잘 먹는 먹방’이다.
#3.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중계방송하는 양띵(양지영·25)은 1인 방송 구독자 및 애청자가 201만 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온라인 게임에 관심 있는 10~20대에게는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진영수씨는 인터넷 1인 방송을 통해 인생 상담도 하고 자신의 힘든 상황을 전달하며 네티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1인 방송을 하면서 우울증도 극복하고 삶이 활기차다고 말한다. 최슬기씨는 먹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 대기업 임원 월급 수준인 월 15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양지영씨는 게임방송으로 연예인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KBS 진행자로 진출했다.
인터넷 1인 방송 열풍이 상상을 초월한다.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하는 사람만 22만 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1인 방송을 하는 사람이 수십만 명에 달하고 1인 방송 시청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 1인 방송자(BJ), 시니어층까지 다양
인터넷 1인 방송은 특별한 기술 없이 카메라와 마이크 등 간단한 장비로 PC와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1인 미디어다.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 혹은 주문형(VOD) 방식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1인 방송자(BJ)들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다음-카카오, 네이버,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해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1인 방송은 대화창이 떠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쌍방향 방송을 할 수 있다. 먹방, 쿡방, 게임방송, 증권방송, 인생상담, 스포츠 중계, 공부방송, 뷰티방송 등 방송 콘텐츠는 제한이 없다. 방송하는 사람 역시 일반인부터 연예인 등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론 젊은 10대나 20대가 1인 방송을 많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진영수씨처럼 중·장년과 시니어에서도 1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19~50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터넷 개인방송 관련 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4%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1인 방송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64.3%는 1인 방송을 시청자의 다양한 욕망을 표출해주는 창구로 인식하고 있다. 1인 방송을 시청하는 이유(중복응답)로는 50.2%가 ‘콘텐츠가 재미있어서’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고 다음은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37.2%), 실시간 참여가 가능해서(24.8%), 전문가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21.3%), 누군가와 소통하는 느낌이라서(18.3), 함께 댓글을 달면서 참여하는 재미가 있어서(14.5%) 누군가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서(11.7%), 대리만족하려고(1.7%) 순이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진이 2016년 내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꼽은 소비 트렌드 10가지 중 하나가 바로 1인 방송을 비롯한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1인 방송을 하는 BJ 중 양띵, 악어, 대도서관, 허팝, 최군, 슈기, 김이브, 영국 남자, 소프, 쿠쿠크루 등 유명 BJ들은 연간 2억~4억 원의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네티즌의 눈길을 끌면 누구나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BJ가 될 수 있다.
◇ MCN 사업자들 국내의 콘텐츠 내보내
1인 방송 BJ의 수입 창출원은 크게 두 가지다. 아프리카TV의 1인 방송처럼 방송을 본 네티즌이 100원짜리 별 풍선을 구입해 마음에 드는 1인 방송자에게 주면 이것이 수입으로 직결된다. 또 하나의 이윤 창구는 유튜브 등 1인 방송에 붙는 광고를 통한 수입이다.
외국의 경우는 1인 방송으로 연간 135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등장했다. 미국 경제잡지 10월 14일자에 게재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유튜브 스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유튜브 1인 방송 스타 중 게임방송을 하는 퓨디파이(방송자 펠릭스 셀버그) 채널은 구독자가 4000만 명에 이르고 수입이 1200만 달러(135억원)에 달한다. 코미디 패러디를 전문으로 하는 스모시(방송자 이언 해콕스, 앤서니 파딜라) 채널은 구독자 2136만 명, 수입 858만 달러이다.
1인 방송의 잠재적 사업성과 문화적 파급력에 주목한 기업과 방송사들이 앞다퉈 1인 방송자를 양성하고 관리해 이윤을 창출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s)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선두주자는 CJ E&M에서 운영하는 ‘다이아TV’다. 다이아TV는 현재 417개 1인 개인 방송을 운영, 관리하고 있으며 구독자 수가 2701만 명에 달한다. CJ E&M의 다이아TV 다음 규모의 MCN 사업자는 ‘트레저 헌터’다. 양띵, 악어, 김이브 등 유명 BJ가 속한 트레저 헌터는 채널 수 38개에 구독자 수가 850만 명에 이른다.
이밖에 최근 아프리카TV와 연예기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조인트 벤처 ‘프릭’역시 인터넷 1인 방송을 관리하는 MCN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이아TV 등 국내 MCN 사업자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MCN사업자와 제휴해 1인 방송 콘텐츠를 해외에도 내보내기 시작했다.
◇ 1인 방송이 대중문화 판도를 바꾸다
급부상하고 있는 1인 방송은 미디어 산업 지형도를 바꿀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독창적이면서도 무궁무진한 콘텐츠로 무장했을 뿐만 아니라 네티즌의 참여로 방송이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이용과 인기가 급증하면서 1인 방송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우선 MBC, KBS 등 지상파 TV와 1인 방송의 결합이 눈에 띄는 변화다. 요즘 인기가 높은 MBC 프로그램 은 바로 1인 방송과 TV 방송을 결합한 포맷이다. KBS도 최근 1인 방송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KBS가 8월부터 방송하고 있는 는 1인 방송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1인 방송 콘텐츠는 방송을 비롯한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문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김영주 박사는 “MBC, KBS 등 지상파 TV에 유입되기 시작한 1인 인터넷 방송이 언젠가는 전통적인 방송 프로그램과 방송 사업자들을 능가하는 빅파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1인 방송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구글은 2020년이면 전통적 방송사 스튜디오들은 25%에 그치고 75%를 1000여 개의 1인 채널과 MCN 사업자들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디어와 IT 전문가들은 “1인 방송은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방송, 대중문화의 흐름도 선도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엄청나다”고 진단한다.
최근 들어 정부도 1인 방송 지원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1인 방송 제작자 양성에 나섰다. 신중년도 이제 주류 미디어로 부상하며 수입과 보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1인 방송과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진영수씨를 비롯한 신중년 1인 방송자들은 “신중년이 1인 방송을 하면 생활에 활력이 생길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와의 교류와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의 접촉 기회가 많아져 삶의 스펙트럼도 확장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높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 벽두부터 올 한 해 문화 콘텐츠 흐름을 주도할 키워드는 무엇이냐는 전망이 쏟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 에선 올 한 해 유행할 문화 키워드로 ‘스마트 핑거 콘텐츠’를 첫손에 꼽았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10∼15분 내외로 간편하게 소비하거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지칭한다.
스낵 컬처는 시장 잠재력과 이용자 급증, 무엇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제작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크게 성장하고 있다. 스낵 컬처의 대표 콘텐츠는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 웹예능 등이다.
‘엽기적인 그녀’ 등 1990년대 온라인 게시판에 연재됐던 로맨스, 판타지 소설, 팬픽 등 인터넷 소설이 진화와 변모를 거듭하다 ‘웹소설’로 자리 잡았다. 2013년 1월, 네이버에서 ‘웹소설’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웹소설’이라는 용어가 보편화했다.
◇웹툰·웹소설 시장 급성장, 스낵컬처 ‘돈 되네’
네이버, 다음카카오, 문피아 등 웹소설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이들 업체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 1월 웹소설 출시 2주년을 맞아 공개한 ‘네이버 웹소설 콘텐츠 현황’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글을 올린 작가는 전업 작가에서부터 학생, 주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6만7000여 명에 달하고 작품 수는 전년 대비 115% 증가한 12만3000여 편이었다. 하루에 183명의 작가가 약 340편의 작품을 올린 셈이다.
네이버는 “원고료와 미리 보기 수익만으로 한 해 2억8000만 원을 번 작가를 비롯해 1억 원 이상 수익을 올린 작가가 7명이다. 이들의 직업은 평범한 주부부터 20대 대학생, 교사 등으로 다양하다. ‘로맨스 소설계 스타’로 불리는 이지환 작가는 현직 중학교 교사다”고 밝혔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신중년이라면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웹소설이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인기 웹소설 작가들을 영입하는 등 서비스를 개선해 인기 앱으로 부상했다. 또한 조아라, 북팔, 문피아 등 웹소설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북팔은 2014년 35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2000년 온라인 소설 사이트로 창업한 조아라는 매출액이 최근 3년간 313%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출판 소설과 달리 웹소설은 매해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2013년까지 100억 원 규모도 되지 않던 국내 웹소설 시장이 2015년 올해는 200억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tvN드라마 과 출간돼 220만 부가 판매된 만화책 의 원작은 바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이었다. 이처럼 웹툰은 최근 들어 대중문화의 강력한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웹툰은 웹사이트 만화를 의미한다. 이미지 파일 만화를 총칭하며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다. 웹툰은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로 출판만화 시장이 침체하고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만화들이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연재되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다음이 2003년 ‘만화 속 세상’이라는 웹툰 코너를 신설해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를 소개하면서 포털들이 앞다퉈 웹툰을 게재했다. 2009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웹툰은 또 한 번 도약하면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웹툰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500억 원에 달했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2015년 올 한 해 웹툰 시장 규모는 3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부터 카카오페이지 등 모바일, 통신사 사이트, 신문사 포털,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웹툰 전문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이 수많은 웹툰을 게재하고 있다. 2014년 한 해 네이버의 웹툰은 연재작품 159편, 완결작 318편에 달한 것을 비롯해 다음은 연재작품 99편과 완결작 403편, Kt(올레마켓)는 연재작품 52편과 완결작 20편, 카카오 페이지는 연재작품 70편과 완결작 1편, 레진코믹스는 연재작품 170편과 완결작 80편이다.
◇시청 100만건은 기본, TV없이 잘 나가는 웹드라마
KT 경제경영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3명 중 1명이 웹툰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으며 윤태호 작가의 ‘미생’등 적지 않은 웹툰 작품들은 조회 건수가 10억 건을 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시청을 많이 하는 것이 웹드라마다. 많은 업체들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웹드라마는 대중문화의 킬러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KBS, MBC, CJ E&M 등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 SM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오아시스픽처스 같은 영상콘텐츠 제작사, 교보와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손안의 극장’, ‘모바일 무비’, ‘SNS 드라마’, ‘인터넷 드라마’로도 불리는 웹드라마는 스낵 컬처의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다.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는 웹드라마는 정해진 포맷이 없다. 지상파 드라마 제작비 10~20분의 1선인 회당 제작비 2000만 원 정도로 만들어진다. 대체로 6~20회로 회당 3분짜리 짧은 것도 있지만, 회당 10~20분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웹드라마는 포털과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 모바일 등을 통해 이용자와 만나고 있다. 웹드라마 시대의 서막을 연 작품은 2013년 2월 조윤희, 정겨운 주연의 ‘러브 인 메모리’다. 이후 웹드라마 제작이 본격화하면서 2014년 한 해에 ‘아직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생’, ‘무한동력’, ‘스무살’, ‘후유증’, ‘방과후 복불복’, ‘어떤 안녕’, ‘연애세포’ 등 30여 편의 웹드라마가 쏟아졌다.
지난 4월 SM과 라인이 공동제작한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는 재생 건수가 10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웹드라마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TV드라마가 다루기 힘든 소재나 형식을 과감하게 도입한 것이 웹드라마의 인기요인이다.
김태옥 네이버 TV캐스트 부장은 지난 7월 열린 ‘2015 넷트렌드 콘퍼런스’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출시하는 웹드라마 중에서 3분의 1 정도만 100만 재생 건수를 넘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이 기본 100만 건은 넘는다. 웹드라마 저변이 빠르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예능까지도 웹으로...대중문화산업 판도변화 진행중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에 이어 웹예능도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 등 스타들이 출연하고 나영석 PD가 연출한 ‘신서유기’가 웹예능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지난 9월 4일 네이버 TV캐스트와 모바일을 통해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9월 4일부터 10월 2일까지 조회 건수가 무려 5000만 건에 달했을 정도다.
‘신서유기’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웹예능이라는 분야가 워낙 생소하지만, 웹과 모바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해 웹예능을 만들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웹예능을 많이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서유기’에 출연한 강호동은 “웹예능이라는 말을 ‘신서유기’를 하면서 처음 들었다. 웹예능은 TV예능 프로그램보다 제약이 덜해 정말 편하게 촬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웹과 모바일기기를 통해 유통되는 스낵 컬처의 대표주자인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 웹예능은 콘텐츠 자체로도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일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등 외국에 수출돼 한류 콘텐츠로도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웹툰&웹소설은 영어·중국어·태국어 등 다양한 언어권 독자들도 웹툰과 웹 소설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다음카카오도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텐센트의 QQ닷컴 등에 다음 웹툰 콘텐츠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방과 후 복불복’ 등 적지 않은 웹드라마가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 수출돼 인기를 얻고 있으며 웹예능 ‘신서유기’도 중국 QQ닷컴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무엇보다 ‘뱀파이어의 꽃’, ‘올드맨’을 비롯한 웹소설과 ‘미생’, ‘이끼’,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 등 웹툰이 영화와 드라마, 출판물로 만들어지는 등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스낵 컬처의 대표적 콘텐츠인 웹소설, 웹툰, 웹드라마, 웹예능은 대중문화 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 글 배국남 논설위원 겸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etoday.co.kr
글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
“드림걸즈가 당신의 꿈을 이뤄줄게.”
새봄에 드림걸즈라는 이름의 요정들이 나타나서 이렇게 속삭여 노래해 준다면 누구나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 받게 될 것이다.
뮤지컬 ‘드림걸즈(Dreamgirls)’는 그런 에너지가 넘치는 뮤지컬이다.
1960년대 미국 시카고의 시골뜨기 흑인 소녀 에피는 디나, 로렌과 그들의 작곡가인 남동생 C.C.와 함께 무작정 상경하듯 뉴욕으로 가 백업 코러스 가수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고 매니저 커티스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의 아이도 갖게 되지만 성공만을 좇는 커티스는 리더 보컬인 에피 대신 외모가 뛰어난 디나를 리드 보컬로 세우고 결혼까지 한다. 상처 입은 에피는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을 피를 토하듯 열창하며 팀을 떠나 홀로 딸을 키우며 재기하려 하지만 번번이 냉혹한 쇼비즈니스 세계와 커티스의 방해와 부딪히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음악으로 자신의 자아를 되찾는다. 커티스의 실체를 알게 된 디나는 에피를 위로하고 화해하며 ‘Listen’을 함께 노래하고 마지막 콘서트를 연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1981년 12월 20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되어 1982년에 토니상 6개 부문, 드라마데스크 5개 부문에 그래미상까지 휩쓴 화제작이다. 2006년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9년 한·미 합작 글로벌 프로덕션으로 다시 제작되어 한국에서 재공연, 올해 또 재공연된다. ‘One Night Only’를 열창하는 뮤지컬 ‘드림걸즈’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인생의 봄, 청춘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일정 2015.02.26.~05.25.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데이비드 스완
출연 차지연, 박혜나, 최현선, 윤공주, 박은미, 유지 등
제작 오디컴퍼니주식회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글 영화평론가 윤성은
강제규는 (1996), (1998), (2003) 등으로 한국영화계의 큰 이정표를 세운 감독이다. 하지만 명성에 비할 때, 강제규 감독의 연출작이 몇 편 안 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는 (2011) 이후 약 3년 반 만에 개봉되는 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로, 액션이 빠진 순수 멜로드라마다. 작년 가을, (단편)에서 보여준 그의 촉촉한 멜로 감성이 이번에는 아기자기한 유머와 함께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에게로 옮겨간다.
까칠한 성격의 70세 ‘성칠’ 앞에 외모도 마음씨도 고운 ‘금님’이 나타나면서 스크린에는 봄바람이 살랑댄다. 처음에 성칠은 퉁명스러운 태도로 일관하지만 늘 친절하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금님에게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금님이 저녁 식사를 제안하자 성칠이 장수마트 사장으로부터 꼼꼼하게 데이트 지도를 받는 장면에서는 절로 웃음이 난다. 사랑 앞에선 누구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해지는 법. 성칠과 금님의 만남은 모든 싱글들의 연애 세포를 깨워줄 만큼 풋풋하고 설렌다. 산뜻한 파스텔톤 의상을 입고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과연 지금부터 ‘백년해로’할 수 있을까?
(2014)에서 76년째 연애 중인 어르신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던 게 불과 한두 달 전이다. 비현실적일 만큼 순애보를 간직한 노부부가 인스턴트식 사랑에 길들여진 젊은이들과 권태기에 빠진 중장년층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는 여느 두 남녀의 보편적 연애에 노인의 특수성을 결합시킴으로써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자아낸다. 사랑에 어찌 장애가 없고 고통이 따르지 않겠는가. 그래도 화창한 봄에는 역시, 새콤한 러브 스토리 한 편이 필요하다.
일정 2015년 4월 9일 개봉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감독 강제규
출연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문가영 등
제작 ㈜빅픽쳐, CJ 엔터테인먼트
글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은 누구라도 일탈로의 비밀 통로를 상상 속에서라도 품고 살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데올로기와 산업 격변기를 온몸으로 치러냈고 가장의 책무감과 세계 최고라는 격무시간을 감내하는 데다 고령 사회 진입 세대라 수명은 길어지지만 60세 이후 정책적인 노후 대책이 전혀 없는 미래에 내몰리는 현실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마음속에 ‘하이드’ 한 명쯤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국 작가 R.L.B.스티븐슨이 1886년에 발표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인간의 이중성인 선과 악을 약품으로 분리할 수 있다고 믿고 스스로를 생체 실험하다가 자신 속의 숨은 자아인 하이드(영어로 hide, 숨다)에게 영혼을 잠식당하고 마는 지킬박사 이야기다. 하이드는 살인과 범죄를 사이코패스처럼 저지른다.
그 명작 소설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있다. 바로 ‘지킬 앤 하이드’다.
티켓 오픈을 하면 반나절 만에 60억 원어치의 티켓을 매진시키는 놀라운 배우 조승우의 신화와 중장년 남성들이 사랑하는 테마곡 ‘지금 이 순간’을 탄생시킨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보는 재미는 크게 세 가지다. 웰 메이드 스토리에 내 삶을 반추하는 재미. 화려한 메커니즘에 눈이 즐거운 재미, 주옥같은 노래들로 귀까지 호강하는 재미인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중장년 남성들이 공감하기 좋은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인상적이고 서정적인 뮤직 넘버가 특히 많아 오감을 만족할 수 있다.
요즘 다중인격자를 다루는 TV 프로그램도 성행하던데 분출하지 못하는 우리 속의 ‘하이드’를 달래는 일탈을 공연장으로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한국 사회의 장하고 위대한 주역들답게 다시 건강한 에너지로 삶을 더 풍요롭게 누려보자.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일정: 2015.04.05 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출연: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조강현, 소냐, 리사, 린아 등
제작: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디뮤지컬컴퍼니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화무(花無)는 십일홍(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 아니 놀지는 못 하리라. 차차차~ 차차차~”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노래가락 차차차’ 의 1절이다. 시들지 않는 꽃이 없는 것처럼 달은 보름이 되자마자 기울기 시작한다. 꽃피는 봄날, 만물이 소생하는 젊은 지금 마음껏 놀지 않으면 언제 놀겠느냐? 놀자, 놀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놀자. 참 맞는 말이 아닌가?
한 대학 동창회의 초청을 받아 강의를 갔더니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어 보였다. 최연장자로 소개받은 103세 되신 분도 앞자리에 꼿꼿하게 앉아 계셨다. 그래서 초반에 냅다 ‘노래가락 차차차’를 다 같이 부르자고 청했다. 처음엔 “야~ 인마, 너나 젊었지. 우린 나이 먹을 만큼 먹었거든.”하는 뜨악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여러 선배님들이나 저나 오늘이 가장 젊습니다.”하면서 어느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를 했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하는 일이지 다리 떨릴 때 하는 일이 아니다.” 청취자가 보내준 메시지라면서 MC가 읽어주는데 무릎을 치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로 이어가다가 끝내기 전에 다시 한 번 ‘노래가락 차차차’를 부르기로 했다. 이번엔 박수를 크게 치면서 목청껏 불러보자고 했다. 여럿이서 부르기에 딱 어울리는 ‘노래가락 차차차’가 아닌가? 결과가 어땠을까? 마지막 후렴구인 ‘차차차~’가 끝도 없이 이어질 정도로 흥겨운 자리가 되었다. 오랜만에 마음껏 박수를 치면서 신명나는 노래를 불렀다면서 젊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강의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하냐는 칭찬을 수도 없이 받았다.
필자가 자화자찬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니, 그런데 우리가 놀아봤어야 놀지. 평생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하다가 아이들 치우고 손주 봐 주다 보니까 이 나이가 된 거예요. 소장님은 좋으시겠어요!”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은퇴교육을 하고 나서도 “아니, 그래 이 좋은 강의를 은퇴하기 전에 들었어야 하는 건데, 우리 때는 은퇴교육이란 말도 없었어요.”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여기서 질문 하나. 동양의 5현(賢) 또는 5자(子)라고 할 수 있는 공자·맹자·순자·노자·장자의 영원한 스승은? 이분도 자 자(字) 돌림이다. 정답은 ‘놀자’이다. 필자는 나이 든 사람, 가진 사람, 윗사람들이 존경과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3가지 자, 3자를 잘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놀자, 쓰자, 주자(베풀자)’이다. 잘 놀고 잘 쓰고 잘 베푸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 싫어하는 가족과 사회는 없다. 여기에다 잘 웃고 잘 걷는 사람이 되면 공자(孔子)를 포함한 동양의 5자도 부러워할 5자, 즉 ‘놀자, 쓰자, 주자, 웃자, 걷자’가 되는 것이다. 잘 놀고 잘 쓰고 잘 주고(베풀고) 잘 웃고 잘 걷는 사람을 누가 싫어하고 욕하겠는가?
그중에서도 잘 놀거나 아니면 잘 놀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머지 4자(쓰자, 주자, 웃자, 걷자)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잘 놀기 위해서는 잘 써야 하고 잘 베풀어야 하고 잘 웃어야 하고 잘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잘 쓰지도 베풀지도 웃지도 걷지도 못하는 사람과 누가 놀려고 하겠는가? 더욱이 노는 것은 혼자 놀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어울려 노는 재미가 훨씬 더 크다.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과 친척, 친구들과 놀아야 잘 놀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간 놀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잘 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일만 하느라고 수십 년 동안 놀아보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시간과 돈이 있다고 잘 놀 수 있을까? 오죽하면 ‘놀아본 놈이 잘 논다’는 말이 나왔을까? 사실 좀 놀아본 놈은 잘 노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왜냐고? 그간 잘 놀기 위해서 시간과 돈, 에너지를 엄청 퍼부었기 때문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고, 노는 놈 위에 즐기는 놈 있다’는 말도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주 없으면 안 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사는 것이 인생이다. 더욱이 나이 들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뭔가 해야겠다고 무리하면 스트레스만 쌓일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If you can't avoid it, you might as well try and enjoy it.)”라는 말이 있다. 은퇴와 노후 또한 피할 수 없으므로 즐겨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은퇴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retire’는 뒤로 물러나 숨는 것[隱退]이 아니라 말 그대로 타이어를 새로 갈아 끼우는 것(re-tire), 즉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은퇴라는 새로운 시작을 우리 스스로 즐기지 않으면 누가 즐기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은퇴 또는 노후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나 염려는 접어두는 대신 놀고 쓰고 베풀고 웃고 걷는 연습을 해 보자. 돈이 많아 흥청망청 놀고 쓰고 베푸는 게 아니라면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만이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좋은 연습은 좋은 성적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우리의 인생도 은퇴도 노후도 모두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연습으로 끝나는 게임이다.
두 번째 질문. 인생에 필요한 세 가지 금은? ‘황금, 소금, 지금’이다. 이 셋 중에서도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은퇴 후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 놀고 쓰고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웃고 걸어야 5자도 부러워할 5자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지금 잘 놀고 잘 쓰고 잘 베풀고 잘 웃고 잘 걸어야 지금은 물론 은퇴 후도 즐거울 수 있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런 연습 한번 해 보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조촐한 식사를 하면서 술 한 잔 앞에 놓고 서로를 향해 외치자. “소취하 당취평!” 소주에 취하니 하루가 즐겁고, 당신에 취하니 평생이 즐겁다. 그게 소주든 막걸리든 와인이든 무슨 상관이랴? 온 가족의 웃음과 박수 속에 하루 저녁이 즐거울 것이다.
즐거운 오늘 하루가 즐거운 내일과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다. 즐거워야 인생이다!
한국은행,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현)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겸 은퇴연구소장
현)고려대 국제대학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글 윤성은 영화평론가
‘트윈폴리오’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에게, 아니 청바지와 통기타, 포크송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모든 이들에게 즐거운 선물이 될 영화가 개봉한다. 김현석 감독의 신작 은 윤형주, 송창식, 조영남, 이장희 등 60~70년대 포크 음악 열풍을 일으켰던 가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볼 거리와 들을 거리 등을 준비해 놓고 있다. ‘아주 멋지다, 매우 훌륭하다’는 의미의 ‘쎄시봉 (C ´est Si Bon)’은 이들의 활동무대였던 무교동 음악감상실의 이름이면서 영화의 주요 공간이기도 하다. 좋은 음악을 통해 수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쎄시봉 멤버들의 진한 우정과 첫사랑이 바로 여기서 펼쳐진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은 5년 전,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다시 한 번 통기타를 유행시킬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던 만큼, 영화의 흥행 가능성은 그린 라이트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 지난 2~3년간 ‘응답하라 1997/1994’, ‘, 등 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들이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복고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킨 것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배우들과 감독의 이력이 믿을 만하다. 트윈폴리오 제3의 멤버였던 오근태 역에는 정우와 김윤석이 각각 20대와 40대로 분해 열연했고, 강하늘(윤형주), 조복래(송창식), 진구(이장희), 김인권(조영남) 등이 합류했다. 이들의 뮤즈 민자영 역은 한효주와 김희애가 맡았다. , 등을 통해 로맨스와 코미디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던 김현석 감독은 에서 60년대 젊은이들의 세레나데를 다시 한 번 섬세한 감각으로 지휘한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마모된 그 청춘은 기억에서조차 아련해지고 마는 법. 그래서 더욱 그립고 소중한 그 시절이 간절해진다면, 한 편의 영화가 기꺼이 타임머신이 되어 줄 것이다. 참 다행이다, 우리에게 영화가 있어서.
영화
감독: 김현석
출연: 김윤석, 김희애, 정우, 한효주, 장현성, 진구, 김인권, 강하늘 등
제작: 제이필름, 무브픽쳐스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연극
죽음을 동경하는 열아홉 소년과 자유로운 영혼의 팔순 노인의 범상치 않은 러브 스토리
콜린 히긴스의 소설 를 원작으로, 자살을 꿈꾸며 죽음을 동경하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과 두 사람 사이의 우정, 사랑을 다뤘다. 소년과 노인의 사랑을 다룬 이 이야기는 단순히 흥미 유발을 위한 엽기적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죽음’이라는 테마를 다루면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과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되짚어보게 한다.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기간: 2015년 1월 9일 ~ 2월 28일
가격: VIP 6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주최: ㈜샘컴퍼니, 국립극장
출연: 박정자, 강하늘, 홍원기, 우현주 등
연출: 양정웅
제작: 돌꽃컴퍼니
문의: 02-6925-5600
#연극
사랑, 그 진실을 찾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불륜’ 그 안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갈등과 우리사회 ‘사랑’에 대한 본질
“당신은 실수일지 몰라도 나는 운명이에요.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행복해보고 싶어요.”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기간: 2014년 12월 31일 ~ 2015년 2월 15일
가격: 지정석 5만원, 자유석 3만5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이다엔터테인먼트
출연: 박원상, 배해선, 홍은희, 최대훈 등 연출 장유정
문의: 02-580-1300
#뮤지컬
전 연령대가즐길 수 있는 영웅이야기
왕위를 둘러싼 끊임없는 음모 속에서, 정의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혁명이 시작된다.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공연기간: 2015년 1월 23일 ~ 3월 29일
가격: VIP석 13만원, R석 11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주최: SBS
출연: 유준상, 서영주, 이건명, 홍경수, 엄기준 등
연출: 왕용범
문의: 02-764-7857~9
#뮤지컬
시간으로 지워지지 않을 명작의위대한 울림
남북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네 연인의 운명과 사랑의 대서사시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기간: 2015년 1월 9일 ~ 2월 15일
가격: R석 14만원, OP&S석 12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
주최: ㈜쇼미디어그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유)
출연: 바다, 서현, 주진모, 김법래 등
연출: 유희성
문의: 070-4489-9550
#뮤지컬
가혹한 운명, 진실한 사랑을 통한 구원
시대의 운명에 의해 거세당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성공을 이루어낸 카스트라토 ‘파리넬리’ 이야기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기간: 2015년 1월 17일 ~ 1월 25일
가격: R석 7만 7000원, S석 5만 5000원, A석 3만 3000원
주최: ㈜HJ컬쳐
출연: 고유진, 루이스초이, 안유진, 이준혁 등
연출: 김민정
문의: 02-588-7708
#뮤지컬 내한공연
1482년, 파리를 뒤흔든 욕망과 사랑 이야기
에스메랄다를 향한 안타까운 사랑의 콰지모도, 집착의 프롤로, 욕망의 페뷔스. 한 여인을 향한 이들의 엇갈린 사랑
장소: 세종문회화관 대극장
공연기간: 2015년 1월 15일 ~ 2월 27일
가격: VIP석 20만원, R석 15만원, S석 12만원, A석 9만원, B석 6만원
주최: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출연: 맷 로랑(Matt Laurent), 리샤르 샤레스트(Richard Charest), 로베르 마리엥(Robert Marien)
연출: 질 마으(Gilles Macheu)
문의: 02-541-6236
해외 CEO들이 우리나라에 올 때마다 놀라는 장면들이 있다. 바로 아침 7시 부터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는 게 일종의 문화가 된 한국 경영자들의 모습이다. 단순히 인맥을 쌓는 게 아닌, 800~900여 명의 경영자들이 모여서 열띤 배움을 추구하는 모습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같은 세계적 CEO들에게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은 바 있다. 세계미래포럼(이사장 이영탁) 조찬회에서 만난 두 모자(母子)의 모습도 그런 강렬한 아우라가 있었다. 앞 좌석에 앉아 강연에 귀 기울이며 바쁘게 메모를 하는 그 모습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어떤 동기가 있는 것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상이 비범해 보이는, 보통 할머니 같지 않은 느낌. 1960년생인 아들과 함께 세계미래포럼 조찬회에 참석한 1938년 생 이득해 씨는 첫눈에도 보통이 아니라는 인상을 줬다. 그 인상처럼, 그녀는 범상치 않은 삶을 갖고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대학은 서울에서 나왔어요. 법을 공부했는데, 친구들은 전교 1, 2등 하던 내가 판사나 검사가 안 된 것에 대해 의구심이 많아요. 동생들 키우느라 그랬죠. 그런데 내 자식들은 내가 법 공부 계속했으면 시집도 안 가고 일하다가 정의를 위해 싸우는 투쟁가가 됐을 거라고, 하나님이 도운 거라고 해요.”
자신감, 몰입과 고지식함, 그리고 승부욕. 그녀도 인정하는 자신의 특징이었다.
“어떤 직업을 해도 내 적성에 맞아요. 수학학원, 레스토랑… 한솥도시락은 전국에 200개 체인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1, 2등을 했었죠.”
몰입·강직·승부욕으로 인생을 경영하다
그녀는 현재 광고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4년 전에 세상을 떠난 남편은 물수건을 단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했었다. 말하자면 부부가 함께 경영자였던 셈이다.
“남편 집안이 잘 살았던 건 아니고, 저와 같이 맨땅에 일군 거예요. 애초에 결혼할 때 양쪽 집에서 굉장히 반대가 심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내기 싫었고, 시댁에서는 내가 예수를 믿는다고 아주 싫어했어요. 좀 내가 키도 작았고…. 이해돼요. 그런데 막상 결혼하니 내가 시어머니한테 잘못한 적 없고 시어머니도 나에게 대놓고 뭐라 하신 적 없어요. 하긴 야단을 쳐도 내가 뭐를 모르니까. 그냥 칠푼이같이 해맑았던 거죠.”
독실한 크리스찬으로서 그녀는 네팔에서 선교사업과 함께 교회를 짓고 있다. 힌두교 쪽에서 작업을 저지해서 힘들지만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4년 전에는 네팔 아이 세 명을 한국에 데려와서 공부시켰어요. 중학교 아이를 고등학교에 보내고 세 명 다 대학도 보냈어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간 아이가 있는데, 걔는 자기 나라 가면대통령도 할 수 있겠죠. 그 아이들을 무섭게 키웠죠. 내 아이처럼. 그래서인지 엄마라고 불러요.”(웃음)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공부는 할수록 나를 발견하는 일이죠. 공부는 하고 싶은 게 아니고, 해야할 거예요.” 그녀는 앞으로 배우고 싶은 분야로 미래가 들어가는 미래 지향적인 학문이나 건강 관련 분야를 꼽았다. 나이가 80이 다 되어 가는데 공부를 하다보면 피곤하지 않을까?
“피곤해도 공부할 땐 몰라요. 졸면서도 재밌고. 뭐 존 적은 없는데, 내가 피곤해도 새벽부터 내내 공부하니까.”
공부는 그녀의 에너지 넘치는 삶의 동력원이었다. 평생교육, 경영자과정, 일본어, 네팔어, 영어 등등, 그녀의 지적 욕구는 끝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그런 기질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제 어머니가 동생들이 많아서, 동생을 업고 학교를 갔다고 해요. 가서는 당시에 문도 없던 교실의 밖에서 안을 쳐다보면서 공부하셨다고. 그리고 동네에 간이역이 있는데 거기에 앉아서 사람들이 시계를 보고 ‘몇 시 몇 분이네’ 하면 그걸 보고 시계 보는 법을 익히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가 일제 때여서 어머니가 일본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보니까 너무 잘하게 돼서 일본 부대에서 통역을 맡았었어요. 거기에 저를 항상 데리고 다니셨죠. 그때 부대에 가면 먹을 게 많으니까 이것저것 주는데 저는 누가 주는 건 안 먹고 어머니가 손에 쥐어주는 것만 먹었대요. 지금도 좀 그런 성격이 있긴 합니다.
너무 가난하니까 어머니가 올 때 통에 짬밥을 한 동이 이고 오시는데, 그 속엔 먹던 군인들 침도 들어 있고 코도 있었지만 그냥 끓여서 먹었어요. 근데 내가 그걸 먹을 수 있겠어요? 그걸 봤는데…. 못 먹으니까 난 안 먹었고 그래서 키가 안 자란 거 같아요.”
그녀는 자신의 교육비를 한 달에 백만 원을 쓰고 있단다. 많이 들 땐 300만 원도 드는데, 연평균 1200만~1500만 원 가량이라고,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게 교육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문화비, 경조사비 순. 한 달 용돈은 1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배움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후회 없는 삶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돌이킬 때, 이런 삶을 살았다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되는 점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라 그러면 싫어요. 지금이 좋다기보다는 그렇게 살아올 자신이 없어요. 너무 힘들게 살아왔고, 그렇게 가난했고, 하지만 그래도 한 번도 부잣집 아이를 부러워했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내 공부하고 내가 하는 것들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3남2녀 자식들에게 얘기한다고 한다.
“‘차선만 다해라, 최선을 다하면 사람이 간다’라고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말이 돼버리는 거 같아요. 그보다 저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을 믿거든요. 그걸 위한 차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