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스승을 하늘로 떠나보낸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느 해 같았으면 활기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분위기는 엄숙했고, 숙연했다.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리지만 길지 않다. 한국 연극계 큰 별이고 원로였던 故 윤조병(1939~2017) 극작가가 살아생전 죽을힘을 다해 정성을 쏟았던 희곡교실의 마지막 수업 현장. 제자들은 조명 켜진 무대에 올라 객석을 주시한다. 아이 볼에 입꼬리 닿는 것처럼 해맑게 웃던 윤조병 선생이 저만치 객석에 앉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또… 바라본다.
배우 입김을 불어넣은 희곡, 무대에 오르다
과천시설관리공단의 ‘극장에서 쓰는 희곡’ 프로그램은 2006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글쓰기 교실이다. 말 그대로 연극의 주재료이면서도 기초인 희곡을 극장에서 배우며 써보는 특별한 수업. 과천시민극장의 상주 단체인 극단 모시는사람들(대표 김정숙)과 함께 기획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작년 12월 5일 과천시민극장 소극장에서 가진 낭독회를 끝으로 2017년 전 과정을 마무리했다. 23명의 수강생 중 총 10명의 희곡이 낭독회 무대에 올랐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배우 3명(문상희, 신문성, 이재훤)과 수강생이 무대에 나와 앉아 배역을 나눠 실제 연기하듯 희곡을 읽었다. 세월호를 주제로 한 ‘갈매기가 전해준 편지(현재경 작)’를 시작으로 그로테스크한 반전이 돋보이는 ‘어디만치 왔어요(박수자 작)’, 노부부의 허망한 이별을 다룬 ‘늦은 오후에 병을 만나니(김영희 작)’, 연천 GOP 총기난사 사건을 생각하게 만드는 ‘나는 GOP 병장입니다(정진영 작)’ 등 작가 10명의 작품이 무대 조명 아래 빛을 발했다. 다양한 주제와 각기 다른 연령에서 담아낸 작품은 전문가 못지않았다. 글을 꾸준히 써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재수강이 가능해 오랜 시간 희곡을 쓰고 배우면서 나날이 성장한 결과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희곡을 알게 되고 또 작가로도 활약하는 수강생도 꽤 되는 내공 깊은 글쓰기 모임이다.
극작가 윤조병의 후학(後學)이 꽃피다
이날은 수강생의 희곡 발표와 함께 그리움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극장에서 쓰는 희곡’ 교실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극작가 겸 연출가 윤조병 선생이 마지막 수업 한 달여를 남기고 타계했다. 윤조병 선생은 수업이 하고 싶은 마음에 진통제를 먹어가며 최선을 다한 진정한 스승이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극작가의 꿈을 꾸는 제자들에게 용기 북돋워주는 말은 물론이고 거침없는 독설까지 뱉어내면서 애정과 열정으로 가르쳤다. 제자들은 스승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희곡을 써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였다. 희곡교실 전체가 슬픔에 빠지고 말았다. 제자들은 침통해했고 상황을 버거워했다. 이날 낭독에 앞서 추모글을 읽은 현재경 씨는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 글 한 줄을 적을 수 없었다”며 애끊는 마음을 전했다.
2011년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열두 번의 강의를 한 윤조병 선생. 이를 통해 제자 240명을 만나 희곡을 가르쳤고 함께 성장했던 노장이자 현역 극작가였다. 윤조병 선생 사후 그가 각색한 연극 ‘위대한 놀이’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올라 죽어서도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윤조병 선생은 드라마센터연극아카데미 1기 출신으로 극작가 노경식과 함께 유치진, 차범석의 계보를 잇는 한국 사실주의극의 계승자였다. 윤조병 선생을 대신해 남은 수업을 진행해온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김정숙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윤조병 선생님이 틀림없이 이곳 어딘가에서 앉아 여러분이 갈고닦은 보석 같은 작품을 함께 들어주실 것”이라면서 “밑거름이 돼주신 선생님이 더욱더 생각나는 밤”이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조용한 가운데 낭독회를 마친 수강생들은 시원섭섭한 마음과 함께 윤조병 선생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강생 강수정 씨는 “살아오면서 글 쓰는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작가라고 부르고 싶은 한 사람이 윤조병 선생님이고, 글쓰기를 즐길 수 있게 가르쳐주신 그분이 오늘 많이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현역 극작가인 정승진 씨는 “2015년부터 희곡교실을 다닌 덕에 희곡을 쓰며 살고 있는 것에 감사드리며 거짓 없는 글을 쓰겠다고 마음속으로 선생님과 약속했다”고 밝혔다.
살아생전 마지막 수업 날 몸이 너무 아파 목에 뭐가 넘어가지 않는다며 힘들어하던 윤조병 선생.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에도 끝까지 수업을 이어가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 라이프@이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개하고 싶은 동창회, 동호회 등이 있다면 bravo@etoday.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6월 녹음이 짙어지면서 자잘한 풀꽃들은 흔적도 없이 스러집니다. 이른 봄 숲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봄꽃들이 사라진 자리엔 어느새 산앵도나무와 때죽나무, 쪽동백, 박쥐나무 등 나무 꽃들이 붉거나 노랗거나 하얀 꽃들을 풍성하게 피우며 숲의 주인 행세를 합니다. 이에 질세라 큰앵초와 감자난초 등 제법 키 큰 풀꽃들도 우뚝 솟아나 벌·나비를 부르는 경쟁 대열에 합류합니다. 민백미꽃도 그중 하나입니다. 큰 것은 1m 이상 자랍니다. 훤칠한 키에 꽃송이를 가득 달고 선 줄기가 곧고 단단해 얼핏 키 작은 관목으로 착각하지만 엄연히 풀꽃입니다.
“연분홍 꽃 색을 처음 보는 순간 심장이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그 어떤 목석같은 사내라도 연분홍 민백미꽃의 아름다운 충격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 꽃 동무가 홍색(紅色)의 민백미꽃을 본 감동을 이렇게 말합니다. 흰색 꽃만 있다고 생각한 민백미꽃이 연분홍 꽃을 피운다는 말에, 그리고 ‘심장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는 찬사에 구미가 당겨 물어물어 자생지를 찾았습니다.
꽃 찾아다니면서 겪는 일이 있는데, 꽃마다 만나게 된 사연이 다르고 또 일종의 징크스 같은 게 얽히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민백미꽃이 ‘세상사, 인연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해주었습니다. 보고 싶어 한다고, 찾는다고, 찾아간다고 다 만나지는 게 아니고 인연 따라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전국의 산과 들에 흔히 자생한다는 민백미꽃.
그런데 초기 수년간 이 산 저 산 다녔지만 단 한 송이도 보지 못해 꽤나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다 수년 전 6월 중순 영실에서 윗세오름까지 한라산을 오르는 동안 초록의 숲에 눈이 내린 듯 핀 민백미꽃을 숱하게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5월 서울에서 가까운 연천의 지장산에서 다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색색의 변이종 민백미꽃까지 만났습니다. 역시 한 번 보기가 어렵지, 길 트면 수시로 만나게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민백미꽃은 본디 꽃 색이 아니라 뿌리가 희고 가늘어서 백미(白薇)란 약재로 쓰이는 백미꽃의 유사 종으로, 열매에 털이 없다는 뜻에서 ‘민’ 자가 붙었습니다. 그런데 털의 유무뿐 아니라, 꽃 색도 다릅니다. 백미꽃은 이름의 이미지와 달리 흑자색 꽃을, 민백미꽃은 흰색 꽃을 피웁니다. 또 다른 유사 종인 푸른백미꽃은 녹색이 감도는 꽃을 피웁니다. 그런데 분홍색과 자주색, 살구색 그리고 옅은 녹색 등 색색의 꽃이 피는 민백미꽃이 있다는 말에 “그럴 리가…”라는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흰색 일색이 아닌, 다양한 색의 꽃이 달린 것을 확인했습니다. 민백미꽃은 꽃대와 꽃자루가 꽃보다 길어 꽃들이 대롱에 매달린 채 우산처럼 공중에 떠 있다고 하는데, 실제 본 모습은 도감 설명과 똑같습니다. 덧붙여 애간장을 녹인다는 찬사, 더도 덜도 아닌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Where is it?
민백미꽃은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의 산지에서 자생한다. 키가 1m 정도까지 자라고 5~7월 흰색 꽃이 우산 형태[傘形]로 달리는데, 녹음이 짙은 숲에서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6월 제주도 한라산을 오르면 숲 위로 돋아난 흰색의 민백미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연분홍 및 진한 자주색, 살구색, 연두색 등 다양한 색의 변이를 보여주는 민백미꽃은 강원도 홍천 내면의 한 야산에 자생한다. 인근 지역에서 분홍색 은방울꽃이 발견되는 것으로 미뤄, 홍천 지역의 석회질 지질이 꽃 색 변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느덧 세모(歲暮)의 달 12월입니다. 2016년 한 해도 이제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져가니 아쉽기는 하지만 해가 기운다고 속상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스러짐이 마냥 슬픈 것은 아닙니다. 석양이 만드는 저녁노을은 그 얼마나 황홀합니까. 얼마 전 흘려보낸 만추의 가을은 얼마나 화려했습니까. 만산홍엽의 단풍 사이로 난 오솔길이 갈수록 그윽하고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듯, 나이를 먹을수록 그만큼 삶도 농익고 완숙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한겨울이면, 그리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랫소리가 들릴 즈음이면 유난히 소개하고픈 야생화가 있습니다. 경기·강원·충북·경북 등 여기저기서 가을에 피는 좀바위솔입니다. 바위솔·정선바위솔·연화바위솔·포천바위솔·둥근바위솔·가지바위솔·울릉연화바위솔·난쟁이바위솔 등 국내에 자생하는 8~9종의 바위솔 중 하나로, 바위솔에 비해 전초도 꽃차례도 작아서 ‘좀’이란 접두어가 붙었습니다.
그런 좀바위솔이 유독 세모에 생각나는 까닭은 천지가 울긋불긋 물든 깊은 산중 커다란 바위 겉에 오뚝 꽃대를 세우고 있는 모습에서, 황혼 무렵 세상이 제아무리 요동을 쳐도 아랑곳없이 의연히 자신의 길을 가는 작은 거인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인생 2막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만추의 계절 좀바위솔이 자생지인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에 무더기로 활짝 피어 있는 광경은 그 자체가 멋진 가을 풍경화가 되기도 합니다.
좀바위솔은 끝이 뾰족한 비늘 모양의 녹색 잎 수십 개가 빙 둘러 난 정중앙에 9~10월쯤 길어야 어른 손가락만 한 이삭꽃차례를 곧추세웁니다. 여러해살이풀이어서 뿌리가 다치지 않으면 해마다 연분홍색의 꽃을, 벼나 보리 등의 곡식 이삭처럼 다닥다닥 피웁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각종 바위솔 식물들이 암 치료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암암리에 뿌리째 남벌되는 수난을 겪고 있는 게 우려스러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실제 깎아지른 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옥색의 강물, 불이라도 붙을 듯 붉게 물든 단풍 등 3박자와 어우러져 최고의 좀바위솔 자생지로 꼽히던 한탄강 변의 좀바위솔 자생지가 몇 해 전 괴멸되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자연은 스스로 대단한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 작년부터 하나둘씩 좀바위솔이 다시 피어나고 있어, 또다시 못된 손만 타지 않으면 수년 내 집채만 한 바위를 가득 덮었던 장관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Where is it?
경기·강원·충북·경북의 몇몇 좀바위솔 촬영지가 야생화 동호인에게 알려지면서 자생지가 그 주변 지역으로 국한된 듯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폭이 넓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에서 말했듯 강원도 철원 한탄강 변 자생지(사진)는 지금은 많이 훼손된 상태다. 철원의 상해계곡에서도 수는 많지 않지만 만날 수 있다. 경기도 연천의 지장산과 고대산, 가평의 화야산 등에는 제법 많은 개체가 자생한다.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계곡, 충북 단양의 송림사와 경북 봉화의 청량사 등의 주변 바위에서도 좀바위솔이 앙증맞게 핀 모습을 볼 수 있다.
상고대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미세한 물방울로 변한 뒤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것을 말한다. 밤새 내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었다는 의미에서 ′수상′ 또는 ′나무서리′라고도 한다. 우연한 기회에 잠시 만났던 상고대의 장관을 감상하면서 올 여름 무더위를 이겨보자.
경기 남양주군에 있는 군립공원 천마산(812m)에는 상고대가 엄청 크게 자랐다. 전날 녹아내리다가 밤에는 고드름으로 변하여 솜사탕처럼 매달려 있다.
수많은 등산객의 발길로 반질거리던 북한산 백운대(836m)가 두툼한 솜이불을 덮었다. 백운산장까지 눈이 녹아서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상고대다. 평소 줄을 서서 오르내리던 등산로는 사람의 발길이 멈추었다. 겨우 등산객 한분 만나서 사진 한 장 남기고 하산을 서둘렀다. 내려오다가 뒤돌아보니 정상을 감쌌던 서리 이불은 온데간데없었다.
건너편 인수봉(811m)은 지나가는 짙은 안개 위에 솟았다가 가라앉는 뱃놀이를 하고 있었다. 멋있는 유람선을 타고 대양을 가로지르는 환상에 젖어보았다. “기다리자. 복스럽게 내린 눈이 내년의 풍년을 부른다는데!”
봄, 여름, 가을 암벽 등반가들이 북적거렸던 인수봉!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광경에 경외감이 들었다.
경기 연천군에 있는 고대산(832m)은 북 쪽으로 철원평야와 비무장지대를 관망하고 있다. 경원선 신탄리역까지 기차여행이 재미있는 곳이다. 뜨끈한 커피 한잔으로 추위를 달랬다. 태양이 머리 위로 오르자 온산에 있던 상고대가 이불이 걷히듯 잠깐 사이에 사라져가는 황홀한 광경을 보았다.
눈이 많이 내렸던 몇 년 전 겨울에 이 친구들을 만났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상고대! 올 여름 더위를 이겨낼 마음의 선물이다.
낙동강 700리 길 위에서의 셋째 날이 밝아왔다. 말간 햇살이 창틈으로 스며들 때쯤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연이틀 강행군했으니 그 고단함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마는 목표가 코앞에 있으니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가 보다. 예약해 둔 우거지해장국으로 아침을 잘 챙겨 먹고 부산 낙동강 하굿둑을 향해 출발을 서둘렀다. 수면 부족으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할 터인데도 모두 싱싱해 보였는데 그만큼 공기가 맑고 좋다는 뜻일까, 아니면 의지가 넘쳐서일까? 아침 9시에 차를 타고 펜션을 떠나 부산 을숙도를 향해서 출발했다. 30여 분을 달리니 드디어 낙동강 하굿둑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원하게 펼쳐진 강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낙동강하굿둑인증센타에서 단체로 인증 샷을 찍고 드디어 서울을 향한 라이딩의 첫발을 뗐다.
미세먼지에 대비해 모두 마스크를 꼼꼼하게 착용하고 달리기 시작했으나 달리다 보니 강바람에 실린 뿌연 미세먼지와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어 자전거 타기에 썩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육십 고개 중반을 막 지나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우리에게 그 정도의 장애쯤이 문제도 아니었다.
낙동강 하굿둑에서 시작한 라이딩은 출렁이는 강물 따라 이어지는데 강물에 그림자 드리운 초록 세상 속으로 금세라도 빨려들 듯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경관을 만끽하며 신나게 페달을 밟아 나갔다. 출렁이는 낙동강 강물의 굽이 따라 오늘 이 순간 필자 인생도 멋지게 흐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는 시원하게 출렁이는 낙동강의 풍경은 아스라이 멀어져간 그리움 같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낙동강 강변의 풍경은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강 양쪽의 잘 정돈된 고수부지에는 많은 시민이 나와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텐트를 치고 야영하기는 족속들과 강물에 낚싯줄을 드리운 강태공, 가족들과 손에 손잡고 산책하는 사람들, 무리 지어 격한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얘기하는 환경론자들이 있는가 하면 잘 가꾸어진 강변에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으니 아이러니하기 그지없었다. 훗날 역사가 판단해 주겠지.
경남 밀양시를 앞에 두고 가쁜 숨을 잠시 고르면서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하던 중 구릿빛 얼굴에 건강미가 철철 넘치는 어떤 분이 자전거를 멈추고 손을 흔들었다.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출발해 며칠째 달려오고 있다고 한다. 연세를 물으니 나이가 좀 많다고 하시면서 금년도 자신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부산까지 달린다고 했다. 헬멧에 마스크를 착용한 그분의 위풍당당한 외모에 얼핏 우리보다 젊으신 분일 것으로 예측했는데, 여지없이 깨진 것이다.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그분의 모습에서 모두 ‘삶의 생동감’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부디 그분이 원하시는 대로 부산까지 무사히 라이딩을 마치고 모두의 축복을 받는 행복한 칠순잔치를 맞았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마음속으로 해본다. 아울러 불과 얼마 후면 우리에게도 밀물처럼 닥쳐올 칠순까지 변함없이 이 길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떠올리면서 다음 목표를 향해 힘을 내서 다시 또 달리기 시작했다.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3월 물이 오르기 시작한 봄이 4월을 거치면서 농익을 대로 농익어가자 어느덧 사람들의 발길이 물가를 향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지 갈수록 봄은 실종되고 여름이 일찍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기온이 솟구친다 해도 벌써부터 물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연한 홍자색 꽃이 천변에 한 무더기 피어나 옷깃을 잡습니다.
송이풀, 흰송이풀(사진), 한라송이풀(사진), 구름송이풀, 만주송이풀, 큰송이풀 등 10여 종의 송이풀속 식물 가운데 유독 ‘애기’란 접두어가 붙은 애기송이풀. 그 연유를 쫓다 보면 애기송이풀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애기가래에서 애기황새풀에 이르기까지 각종 식물도감에 나오는, 40여 종의 ‘애기’ 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전초나 꽃의 크기가 작거나 여린 데서 연유할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애기송이풀은 결코 잎이나 꽃이 다른 송이풀에 비해 작지 않습니다. 쑥갓처럼 생긴 잎은 길이가 20~30cm에 이를 정도로 넓고, 5월 초순 피는 홍자색 꽃도 지름이 4~5cm에 이를 만큼 대형입니다.
게다가 꽃도 많게는 십여 송이가 뭉쳐서 피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들어올 만큼 화려하고 화사합니다. 다만 뚜렷한 줄기가 없이 키가 크지 못하고 잎이 땅바닥으로 퍼지기 때문에 다른 송이풀에 비해 왜소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또한 클로즈업한 꽃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막 태어난 병아리나 어린 새가 부리가 달린 고개를 내밀며 세상을 살피는 듯한 윗입술, 어린 새 생명이 날갯짓을 하는 듯한 아랫입술의 모습은 애기송이풀 꽃이 가진 특유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기송이풀. 세계적으로 경기 연천과 가평, 강원 횡성, 충북 제천, 경북 경주, 경남 거제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연천에서 거제도까지 비교적 넓은 지역에 분포하지만, 전체 자생지가 10개에도 못 미치는 데다 자생지 개발과 남획 등으로 훼손 가능성이 높아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보호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개성의 천마산에서 처음 발견돼 당시엔 ‘천마송이풀’로 불렸던 데서 알 수 있듯 북한에도 자생합니다.
Where is it?
멸종위기종 희귀식물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애기송이풀의 자생지는 대개 사람들의 거주 지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다. 경기 연천과 가평, 충북 제천의 경우 반경 100~200m 내에 인가가 있고 도로도 지나간다. 특히 경기 연천군 신서면 내산리 절골계곡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계곡의 애기송이풀 자생지의 경우 홍수 등으로 계곡물이 넘치면 바로 휩쓸려 갈 수 있는 저지대인 데다 인근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행락지까지 있어 각별한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으로 200km쯤 떨어진 덕동계곡과 절골계곡을 2년 전 5월 5일 하루에 둘러봤는데 양쪽 모두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첫눈이 온다며,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며 겨울 찬가를 부른지 얼마나 됐다고 너나없이 봄 타령을 합니다. 2015년 새해 첫 해돋이를 보겠다며 새해맞이 축제에 환호작약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꽃피는 봄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사람들의 이런 간사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꽃이 바로 변산바람꽃입니다. 해서 아직 엄동설한인 2월에 누구보다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며 꽁꽁 언 얼음장 밑에서 봄이 이미 저만큼 오고 있음을 전합니다.
“급하기도 하셔라/누가 그리 재촉했나요,/ 반겨줄 임도 없고/차가운 눈, 비, 바람 저리 거세거늘/행여/그 고운 자태 상하시면 어쩌시려고요/살가운 봄바람은, 아직/저만큼 비켜서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어쩌자고 이리 불쑥 오셨는지요./언 땅 녹여오느라/손 시리지 않으셨나요./잔설 밟고 오시느라/발 시리지 않으셨나요…”(이승철의 ‘변산바람꽃’ 중에서) 복수초와 함께 봄의 전령사로 꼽히는 변산바람꽃의 발 빠른 개화에 대해 이승철 시인은 “남들은 아직 봄 꿈 꾸고 있는 시절 첫 계절을 열어 고운 모습으로” 서둘러 온다며 “누가 이름이나 기억하고 불러줄까”하고 반색하면서도 안쓰러워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변산바람꽃이 학술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변산반도 내변산에서 채집된 표본을 근거로 한국특산종으로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이에 따라 학명에 첫 발견지인 변산(byunsanensis)이 속명으로 들어갔고, 선 교수(B.Y.Sun)도 발견자로 그 이름이 표기됐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자생지가 변산반도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누구나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손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멀리 바다 건너 제주는 물론 전남 여수에서부터 북으로 강원도까지 거의 전국에서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는 것이지요.
제주 한라산과 여수 금오산 등 남부 자생지의 경우 이르면 2월 중순부터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는데,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가 거의 그렇듯 허리를 숙이고 낙엽 더미나 돌 틈 사이를 세심하게 살펴야 방긋 웃는 ‘변산아씨’의 환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키는 물론 굵기 또한 콩나물 줄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가냘픈 줄기에 달덩이처럼 희고 둥그런 꽃을 한 송이씩 달고 있는 변산바람꽃은 지역에 따라 2월부터 4월 사이 북풍한설이 주춤하는 사이 잠깐 피었다가 이름 그대로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5~7장의 둥근 흰색 이파리는 사실은 꽃받침 잎으로, 깔때기모양의 자잘한 녹황색 꽃잎(4~11개)을 대신해 벌, 나비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변산바람꽃 외에도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꿩의바람꽃 남바람꽃 만주바람꽃 태백바람꽃 들바람꽃 등 여러 종의 바람꽃이 자생하면서 봄철 산지 계곡 주변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일 주일여 간격으로 흰색의 꽃을 연달아 피웁니다. 다만 ‘원조 바람꽃’이랄 수 있는 바람꽃만은 한여름인 7~8월 홀로 피어나 설악산 정상을 하얗게 물들입니다.
where is it?
신종 발표 표본을 채집했다는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가 가장 널리 알려진 자생지. 특히 부안군 상서면 청림마을은 십수 년 전부터 변산바람꽃의 자생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년 전부터는 제주도 절물자연휴양림과 여수 금오산 등이 변산바람꽃의 조기 개화지로 알려져 찾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국내 최고의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여수 향일암 1km 전에 차를 세우고 금오산으로 들어서면 무성한 칡넝쿨 아래 돌 틈 사이 곳곳에서 수십, 수백 송이의 변산바람꽃이 ‘여수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경기도 안양시 수리산의 병목안 계곡은 수도권 인근의 변산바람꽃 자생지로 야생화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자생지이다. 경남 거제도, 전남 고흥의 봉래산, 울산 무룡산 등 남부 지역은 물론 전북 마이산과 내장산, 경북 주왕산, 그리고 멀리 설악산 신흥사 주변 등 강원도에서도 변산바람꽃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연천 지장산 원심원사 계곡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됐다. 접경지역에 가까운 지장산의 경우 3월 중순 이후에나 꽃이 핀다. 경기도 안산의 작은 섬 풍도에서 피는 꽃은 꽃잎이 조금 더 크고 모양이 다소 다르다는 이유로 풍도바람꽃이란 신종으로 등록되었다.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 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④]
한여름 폭염과 장맛비에도 꽃은 핀다 '한탄강 꽃장포'
불면 날아갈세라 만지면 터질세라 가냘픈 풀꽃이 핍니다.
학명은 Tofieldia nuda Maxi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한여름 찜통더위에도 꽃은 핍니다. 태풍과 장맛비에도 꽃은 핍니다. 든든한 뒷배를 가진 나무 꽃이 아니라, 불면 날아갈세라 만지면 터질세라 가냘픈 풀꽃이 핍니다.
한탄강변에 피는 꽃장포가 그 주인공입니다. 잎새는 난초의 잎 못지않게 날렵합니다. 청초하고 풍성한 연록색 잎 사이에서 길게 뻗어 나온 꽃대에 촘촘히 달린 순백의 꽃은 단아하기가 소심이니 석란이니 하는 난 꽃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해마다 7월 폭염이 시작되고 태풍과 장맛비로 인해 강물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면 하얀색 꽃무더기가 한여름 밤하늘에 총총히 별이 뜨듯 위험천만한 강원도 철원 한탄강 바위절벽에 어김없이 피어나 숱한 야생화 동호인들을 어서 오라고 유혹합니다. 와서 꽃장포 만나러 오는 바람, 꽃장포 만나고 가는 바람이 전하는 여름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손짓합니다.
한여름 우리 땅에는 꽃장포 외에 숙은꽃장포(사진)와 한라꽃장포 등 모두 세 종류의 꽃장포가 핍니다.
모두 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인데, 숙은꽃장포는 백두산과 가야산 등에, 한라꽃장포는 한라산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높은 산 정상 근처 바위틈에 자라고 있으니, 그야말로 전형적인 북방계 고산식물이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현재 꽃장포를 만나는 경기·강원 접경 지역이 꽃장포의 남방한계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백두산 천지 바로 아래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평원에서 만난 숙은꽃장포는 꽃장포보다 짧지만 더 굵고 튼실한 꽃대 끝에 붉은색이 감도는 횃불 모양의 꽃송이를 당당하게 곧추세우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야생의 꽃장포, 숙은꽃장포, 한라꽃장포는 희귀 고산식물이어서 만나기 쉽지 않지만, 화원 등지에서 분재로 거래되는 꽃장포는 흔하게 볼 수 있다니 한탄강변 꽃장포도 혹여 수난을 당하기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붓꽃의 일종으로 잘 알려진 꽃창포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Where is it?
경기도 연천, 강원도 양구·화천 등 휴전선 인근의 내륙 골짜기나 냇가에 핀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자생지는 철원의 한탄강변이 거의 유일하다. 꽃 피는 시기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장맛비가 내리는 7~8월로, 강물이 불어나면 위험하다. 실제 폭우로 물이 불면 접근이 차단되기도 한다. 한국전쟁 전 북한이 공사를 시작해 전후 남한이 완공했다는 교각인 승일교(사진)로부터 한탄강을 따라 100m쯤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강기슭 바위틈에서 만날 수 있다.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여름 꽃인 물레나물(사진)과 패랭이꽃(사진) 이 무더기무더기 활짝 핀 것도 볼 수 있다.
전문위원/야생화 칼럼니스트│김인철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산 타기 좋은 계절입니다. 곧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고 너도나도 산으로 들로, 강으로 바다로 자기만의 휴식처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해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과 동해 바다를 찾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엄청난 교통 체증에 오고가는 길 오히려 심신이 피로하고 짜증나는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자주꿩의다리
: 학명 Thalictrum uchiyamai Nakai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이미 지난 6월 초 연휴 당시 많은 이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보통 1~2시간 걸리는 거리를 가는 데 네다섯 시간 이상 소요되는 교통 대란을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합니다. 자유로와 제2자유로를 따라 경기, 강원 북부의 산과 들과 강으로 쾌적한 휴식처를 찾아 떠날 것을 제안합니다.
그곳에는 고대산과 금학산, 광덕산, 국만봉, 명성산, 명지산, 천마산,화악산 등 크고 작은 명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그 어느 곳보다 한적한 산행을 보장할 것입니다.
특히 그 산들은 손때 덜 묻은 야생화의 보고로서, 하늘나리와 털중나리 등 각종 나리꽃은 물론 돌양지꽃과 산수국, 동자꽃 등 각양각색의 여름 꽃들을 만나는 각별한 기쁨을 안겨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고대산 칼바위 능선에서 만나는 자주꿩의다리 군락은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장쾌한 풍광을 함께 선사합니다. 경기도 연천군 신탄리에 위치한 고대산은 등산이 허용된 남한 내 최북단 산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민통선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라는 뜻입니다.
이 산 정상 고대상(해발 832m) 턱밑 사방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바위 능선에 자생하며, 북으로 철원평야와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백마고지 등 접경 지대를 굽어보는 자주꿩의다리를 만나는 것은 이 시기 이 일대 야생화 탐사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남으로는 금학산과 지장봉, 북대산과 향로봉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숱한 세월 분단의 현장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자주꿩의다리가 반목과 갈등, 대립과 적대감을 떨쳐내고 어서 빨리 통일을 달성하라고 채근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산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등 여러 꿩의다리속 가운데 자주꿩의다리는 유독 높은 산 정산 가까이 바위틈 등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꿩의다리속의 다른 종들에 비해 키가 50cm 안팎으로 비교적 작습니다.
6월에서 8월 사이 한여름 폭죽이 터지듯 자잘하고 다닥다닥 붙은 원뿔 모양으로 피는 꽃은 전체적으로 흰빛이 도는 자주색을 띤다고 해서 자주꿩의다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방망이 형태의 연한 자주색 수술은 많은 경우 한 송이에 40~50개가 부채살 퍼지듯 달리는 등 그 수가 매우 많지
만, 암술은 3~5개로 길이가 짧고 통통합니다.
보통 전국 어느 산에서나 높고 깊지 않은 숲에서 흔히 만나는 것은 그냥 꿩의다리 또는 산꿩의다리인데, 키가 1m 이상으로 비교적 크고 흰색의 꽃이 자잘하고 풍성하게 달립니다. 충청도 이남의 산에서는 자주꿩의다리와 비슷하지만 키가 더 크고 잎과 꽃이 더 엉성해 보이는 은꿩의다리가 자생합니다. 특히 꽃대 등 줄기의 색이 자주꿩의다리는 진한 자주색, 은꿩의다리는 녹색으로 차이가 납니다. 수술도 은꿩의다리가 더 가늘고 길어 보입니다.
자주꿩의다리를 만난 날 고대산 산행에서 돌양지꽃과 노루발풀, 산골무꽃, 털중나리도 함께 만났습니다.
Where is it?
높은 산, 그중에서도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생태 특성상 바위가 많은 산등성이에 가야 만날 수 있다. 다른 말로 땀을 흘리고 산정 가까이 올라야 자주꿩의다리와 해후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가까이 서울 북한산에서도 자생한다. 국민대를 지나 북악터널 입구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1시간여 오르면 형제봉인데, 그 주변 바위 절벽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해 능선을 따라가면서 종종 만날 수 있다. 물론 군락지 규모나 주변 경관 등을 감안한 최고의 모델은 경기도 연천 고대산의 자주
꿩의다리. 자유로 경기도 경계 지점에서부터 100km로 거리는 다소 멀지만 언제든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 1시간 반 정도로 도착할 수 있다. 모처럼 경원선 기차를 타고 가도 된다. 신탄리역에서 내려 10여 분 걸으면 고대산 입구. 3개 등산로 중 2코스를 택해 1시간여 오르면 전망이 탁 트인 바위
능선에 자리 잡은 자주꿩의다리 군락을 마주할 수 있다. 경남 합천의 가야산과 충북 괴산 이만봉의 능선 길에서도 볼 수 있다.
전문위원/야생화 칼럼니스트│김인철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서울신문사에 들어가 환경부 출입기자, 한국환경기자클럽 회장, 행정뉴스부장, 논설위원, 제작국장 등을 지내는 등 기자로 만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http://ickim.blog.seoul.co.kr)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야생화의 생태 및 사진 촬영을 공부하
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가족 주말농부'를 기존 월1회에서 2회로 확대해 10월까지 운영에 들어간다.
지난해 5월 첫 시행된 '도시가족 주말농부'는 시민들이 경기도 연천, 양평 등 서울근교의 농촌지역을 방문해 농사체험도 하고 직접 수확한 농작물로 요리실습도 하는 가족단위의 1일 농촌체험프로그램이다.
유치원생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한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모집인원은 20여 가족 80명 내외이며 참가비는 1인당 1만원이다.
다음달 1일부터 서울시(www.seoul.go.kr)와 食사랑農사랑(www.식사랑농사랑.com)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다음달부터 둘째, 넷째 토요일 진행하며 방학기간인 7,8월은 매주 토요일 운영된다.
정광현 시 민생경제과장은 "서울시는 도시가족 주말농부가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한 어린이에게 올바른 식생활 문화를 가르치고,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가족에게는 마음의 안식을 주는 행복한 주말나들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