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시작으로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 속 작은 빛이 보이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백신이 국내에 원활하게 수급되는 시기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백신 접종 전까지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면 개개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이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을 소개한다.
도움말 서울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면역력은 이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각종 병원균에 대응하는 힘을 의미한다. 이 힘을 길러주는 면역 시스템은 몸의 특정 세포가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계를 담당하는 체내 기관과 세포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할 때 유지된다. 평소 면역력이 강하다면 병원균에 노출되더라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는 눈 염증, 구내염, 감기, 설사, 배탈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약해지는 중장년층은 대상포진을 비롯해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워,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 언제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수면이 보약
면역력과 직결되는 몸의 특성 중 하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이다. 일주기 리듬이란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생명체의 생리학적 흐름으로, 쉽게 말해 인간의 생체시계를 의미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잠드는 것은 이 원리에 의해서다. 이 리듬이 깨지면 면역 세포가 세균을 죽이는 활동량이 떨어져 몸이 약해진다.
일주기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수면 습관을 규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수면 시간이 7시간이라면 이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단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으로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9시간 이상인 경우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수면을 비롯해 식사, 운동 등 생활 전반에서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어나간다면 면역력이 강해짐은 물론이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움직여야 근육이 산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노쇠’(frailty)의 대표 증상이다. 노쇠는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약해져 신체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40세 이후 해마다 1%씩 근육이 감소해 80세가 되면 젊은 시절 근육 양의 절반 수준이 되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합병증이 찾아와도 이겨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몸을 움직이며 신체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일주일에 150분 이상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7:3의 비율로 병행하는 것이 좋다. 숨이 찰 만한 속도로 빠르게 걷고, 밴드나 의자 등을 활용해 낮은 강도의 근력 운동을 하는 식이다. 매일 30분씩 나눠서 해도 좋다. 무엇이든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백질과 비타민D 섭취
단백질은 우리 몸의 근육을 만들어내는 원료이자 면역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영양소다. 그러나 국민건강영양조사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노인은 4명 중 1명, 여성 노인은 절반 가까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튼튼한 몸을 유지하고 싶다면 단백질 섭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체중 1kg당 최소 0.8g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예컨대 체중이 60kg인 남성은 하루 최소 50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이는 고기 200~250g 정도에 해당한다. 치아가 약해 씹는 것이 불편하다면 장조림이나 수육 등 부드러운 고기나 콩, 계란 등 단백질 함유량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방법도 있다. 단백질뿐 아니라 비타민D도 근 손실을 비롯해 각종 노인성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이기 때문에 보충제 등으로 채워주는 것이 좋다.
가짜 뉴스 그만! 마음 보살피기
‘코로나 블루’가 넘실대는 시대에는 마음의 건강도 함께 챙겨야 한다. 특히 타인과의 접촉이 적어 정서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년층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 블루의 대표 증상은 우울함, 불안 등 심리적 변화를 비롯해 가슴 답답함, 두통, 어지러움, 이명, 소화불량 등이 있다. 일시적인 우울감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 증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평소 불안이 심한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마음을 잘 살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우울함을 털어내려면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으로 몸에 활력을 주고, 가족끼리 자주 대화를 하며 소통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짜 뉴스 검색을 피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는 불안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을 때는 정부나 신뢰할 수 있는 공적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2021년 성공적인 금연을 위한 3STEP
면역력 회복을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다. “이 나이에 끊어봐야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하는 시니어가 많지만, 10년간 금연을 지속했을 때 담배로 인한 질환 발생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금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STEP1. 마음 다잡기 “시작이 반이다”라는 마음을 갖는다. 금연의 이익이 무엇이며, 흡연으로 인한 손해는 무엇인지 따져본다. 나의 금연으로 행복해할 가족과 주변인을 생각한다. 함께 흡연하던 지인들에게 금연 결심을 널리 알리고 시작한다.
STEP2. 습관 바꾸기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바로 씻으러 간다. 식후에는 금연 구역으로 이동해 흡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초콜릿, 오렌지 주스, 우유 등으로 흡연 욕구를 떨어트린다. 입이 심심할 때는 채소나 견과류로 저작운동을 한다. 흡연을 하게 만드는 술자리도 자제한다.
STEP3. 전문가 도움 받기 의지가 점점 약해진다면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홀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 확률은 10% 미만이지만, 전문가의 상담과 약물 처방을 받는다면 성공률이 40~70%로 높아진다. 보건복지부 국가금연지원서비스,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흡연 습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점차 줄여나간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도연명(陶淵明, 365~427)은 중국 동진(東晋) 말기부터 남조(南朝)의 송대(宋代) 초기까지 살았던 사람이다. 지금부터 1600여 년 전 인물인데, 하지 않은 말이 뭐가 있을까 싶을 만큼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노래한 시인이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평담(平淡)한 그의 시는 후세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평담은 평범하면서 담담하고 평이하면서 담백하다는 뜻이다. 도연명과 동시대 사람들은 그의 시가 너무 쉽다고 깔보기도 했다지만 시든 서예든 음악이든 모든 예술이 지향하는 최고 경지는 평담과 천진이 아닐까. 남송의 주희(朱熹, 1130~1200)도 “시는 평이하고 담백하게 하는 데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연명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벼슬을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쓴 산문시 ‘귀거래사’(歸去來辭)다. “돌아가리라. 전원이 바야흐로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라고 시작된다. 이 시 이후 귀거래는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감’이라는 뜻으로 정착됐다.
귀거래사는 전문 334자 모두가 보석같이 빛나지만, 그중에서도 서두 부분의 다음 몇 줄이 특히 유명하다(이치수 번역).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悟已往之不諫]
앞으로의 일은 바른길 좇을 수 있음을 알았다네[知來者之可追]
실로 길을 잘못 들었으나 아직 멀리 가지는 않았으며[實迷塗其未遠]
지금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깨달았네[覺今是而昨非]
마지막 줄을 요약한 금시작비(今是昨非)는 그 뒤 삶의 반성과 전환, 깨달음과 새로운 출발을 상징하는 성어가 됐다. “책을 보다 지난날이 잘못됨을 깨닫고, 술잔 잡고 지금이 옳음을 아네[觀書悟昨非 把酒知今是]”. 이것은 명나라 말기에 장호(張灝)라는 사람이 옛 경전의 좋은 글귀를 전각가들에게 새기게 해서 엮은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 1629년)’에 나오는 시다. 여기에 실린 건 아니지만 앞부분이 “나를 성찰하니 어제가 그른 줄 깨닫겠네[省己悟昨非]”라고 돼 있는 시도 있다. 둘 다 출전은 몰라도 도연명의 시에서 유래된 표현임은 분명하다.
조선조의 문신 이광진(李光軫, 1513~1566), 임의백(任義伯, 1605~1667) 같은 분들은 당호를 금시당(今是堂)으로 짓기도 했다. 이광진의 별서(別墅)였던 밀양의 금시당은 수령 400여 년을 헤아리는 은행나무로 유명하다. 또 2015년 제68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도 제목의 뿌리는 도연명이다.
그런데 이 ‘금시작비’는 전에 저지른 일을 덮어 변명하는 변절의 둔사(遁辭)로 쓰이거나 내 잘못을 제쳐두고 남을 비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정치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은 금시작비(今是昨非)의 자세와 어긋난다”고 한 말에 뱀의 독이 묻어 있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냈다고 정홍원 국무총리를 호되게 닦달하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추 장관은 “정부를 공격한다든지 정권을 흔드는 것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고 미화돼선 안 된다”는 말도 했는데, 그에게는 모든 일이 금시작비가 아니라 금시작시(今是昨是)인 것 같다.
1주일 후 추 장관은 “(윤 총장이) 대권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1위로 등극했으니 차라리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는 말도 했다. 언론이든 정치인이든 대권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 게 좋지만, 등극은 아예 맞지도 않는 표현이다. 등극(登極)이란 문자 그대로 더 오를 곳이 없는 상태, 임금이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뜻하는 말이 아닌가.
이런 정도의 문자 지식과 언어 실력으로 장관직을 수행하려니 얼마나 힘이 들까. 허난설헌(許蘭雪軒)과 허균(許筠)의 아버지 허엽(許曄, 1517~1580)은 동·서인이 대립할 때 김효원(金孝元, 1542~1590)과 함께 동인의 영수가 됐던 사람이다.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그에 대해 “자신은 선을 좋아한다고 했으나 시비가 분명치 못하고 사람을 취하는 데에도 착오가 많았다”고 썼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차라리 학식이 없었다면 착한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추 장관을 보며 이런 이야기도 생각했다.
중국 춘추시대 위(衛)나라의 거백옥(蘧伯玉)은 공자가 그 행실을 칭찬했던 사람이다. 겉은 관대하지만 속은 강직한 성품으로, 잘못을 고치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고 한다. ‘회남자’(淮南子) 원도훈(原道訓)에는 그가 “나이 50에 49년의 잘못을 알게 됐다[行年五十而知四十九年之非]”고 했다는 말이 나온다. 줄여서 오십세지비(五十歲知非)라고 하는데, 도연명이 이 말에서 금시작비를 생산해냈는지 모르겠다. 정조 임금도 이 말을 본받아 “나이 50이 다 돼서야 재위 24년 동안에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해놓은 게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또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묘비명에 “나이 90에 89년의 허물을 알겠구나[年九十而知八十九非]”라는 말을 삽입한 바 있다. 추 장관은 김 전 총리를 당연히 좋아하지 않을 텐데, 아직 일흔도 안 된 1958년생이니 앞으로도 작비(昨非)를 저지르다가 금시(今是)를 깨닫게 될 시간은 충분하다 하겠다. 그런데 추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 같다. 그가 금시작비라는 말을 되뇌면서, 가슴을 치면서, 귀거래사를 읊으면서 드디어는 어디론가 평담하게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분리배출해온 쓰레기가 재활용이 안 되고 있었다면? 그 노력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노력이 되어버렸다면? 당신의 필환경 습관을 점검해보자.
O : 신문지와 종이컵, 우유팩을 모아 ‘종이’로 분리배출했어요
X : 신문지와 종이컵, 우유팩을 모아 ‘종이’로 분리배출했어요
먼저 ‘종이’와 ‘종이팩’을 구분해야 한다. 종이는 신문, 책자나 노트, 상자류 등을, 종이팩은 종이컵, 우유팩 등을 이른다. 특히 종이컵과 우유팩은 한 번 더 나눠 버리는 게 좋다. 종이컵은 안쪽만, 우유팩은 안팎 모두 코팅이 되어 있다. 이렇듯 코팅 정도가 차이 나면 재활용 공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O : 플라스틱 소재라도 부피가 작다면 일반쓰레기로 버려요
X : 칫솔, 볼펜 등을 분해해 작은 플라스틱까지 모아 배출했어요
분리배출 대상이 아닌 플라스틱 생활용품은 크기를 기준 삼아 종량제봉투로 배출한다. 애써 분리했더라도 부피가 작으면 결국 쓰레기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가령 볼펜을 분해해 스프링은 고철로,
심은 쓰레기로, 나머지는 플라스틱으로 각각 배출하더라도 선별장에서 걸러지기엔 너무 작다.
O : 업소용 랩과 알루미늄 포일 모두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버려요
X : 음식 포장에 쓰인 랩과 알루미늄 포일을 분리배출했어요
랩을 비닐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질에 따라 다르다. 흔히 배달음식에 사용되는 업소용 랩은 절대 비닐류로 버리면 안 된다. PVC 재질에 열을 가하면 염화수소 가스가 발생해, 재활용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정용 랩은 PE 재질이므로 비닐로 분리배출 가능하다.
O : 주방용 내열유리, 크리스털유리, 도자기류는 신문지에 싸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요
X : 주방용 유리 용기와 냄비 뚜껑, 와인잔, 사기그릇 등을 유리로 분리배출했어요.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유리로 된 ‘락OO’ 반찬통은 내열유리 제품이다. 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다석회유리와는 다른 재질인 붕규산유리로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 또 고급 식기나 와인잔 등에 사용되는 크리스털 유리나 도자기류 그릇 역시 재질이 달라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시골에 내려가 민박집이나 펜션을 운영하는 이가 많지만 뜻대로 순항하는 사례가 드물다. 이를 모르지 않았던 이정형(60, 희양산토담펜션 대표) 씨는 불운한 운명이 도래한 걸 깨달은 사람처럼 심오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기어이 펜션을 짓겠다고 기세를 돋우는 남편 강인구(66) 씨를 보기 좋게 꺾을 묘한 수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형 씨는 실패했다. 그녀가 아는 인구 씨는 좀 과장하자면 지구인 77억여 명 가운데 가장 끔찍한 옹고집쟁이. 결국은 남편이 이겼다. 정형 씨는 실의와 불안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잉, 이게 웬일? 펜션 사업이 썩 순조롭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
정형 씨가 반기를 든 건 펜션 문제에서만은 아니었다. 인구 씨가 귀농을 제안했을 때부터 열렬한 반대운동에 나섰으니까. “혼자 내려가시옵소서!” 처음엔 그리 심드렁히 답하는 걸로 기선 제압을 도모했다. 하지만 애당초 한 번 먹은 뜻을 쉬 굽힐 남편이 아니었다. 지구별에 존재하는 동종 옹고집들의 빛나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는 투로, 인구 씨는 불퇴전의 고집을 부려 마침내 아내를 대동하고 귀농을 실현하는 혁혁한 전과(戰果)를 거두었다. 포성이 지축을 흔드는 전쟁은 아닐망정, 나름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전략이 아니고선 승리할 수 없는 게 부부싸움이다. 인구 씨는 그간 축적한 투쟁 자산 혹은 고집의 막강 위세를 총동원해 성공, 어쩌면 가족사에 길이 남을 치적(?)을 세운 건지도 모른다.
물론 인구 씨 입장에선 누구에게나 지지받기 어려운 서푼짜리 생고집을 부린 게 아니었다. 어엿한 합리에 기반을 두고 귀농을 선창했으니까. 반평생 근무했던 주방기구회사에서 은퇴한 그는 ‘어서 오라!’ 속삭이는 시골의 유혹을 물리칠 길이 없었다. 은퇴자의 쓸쓸한 삶의 오후를 견디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편의점 삼각김밥과 저지방우유를 사들고 서울의 여기저기 공원이나 야산을 배회하다 해 저물면 털레털레 귀가하는 나날들. 그는 자신의 모습이 늙은 거북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고 한심했으며, 마침내 영혼까지를 다한 고뇌와 모색을 하다 고향으로의 귀농을 발상했던 것이다. 외로이 홀로 계신 고향집의 노모님도 모시고, 놀려둔 농토로 일감을 만들고, 아내와 둘이 전원의 낭만도 즐기고, 이래저래 귀농보다 더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노후 대책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니, 여기엔 아무런 오류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아내 정형 씨는 왜 귀농에 반기를 번쩍 들었나. 보나마나 생고생할 게 빤해서였다. 날마다 풀이나 뽑다가 손가락 관절염에 걸릴 테고,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어쩌다 한두 번이지 허구한 날 올려다보자면 뒷목만 뻐근할 테고, 마트나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대신 죄 지은 것 없이 시골집에 얽매이는 옥살이를 해야 할 게 아닌가. 게다가 모기나 파리 따위 해충은 또 어떻고? 최악의 경우, 집 안으로 스며든 뱀이 소파에 똬리를 틀고 앉아 TV 시청을 하는 엽기적 정경을 목도할 수도 있는 게 시골생활이다. 이래저래 정형 씨는 귀농하자는 소리를 듣는 순간 오만정이 떨어졌던가보다.
“남편에겐 어머님을 모실 수 있는 낙향이자 귀농이라는 좋은 뜻에 의한 결심이었겠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반대를 했다. 그러나 도저히 이길 수 없더라. 결국은 꾹 참고 져줬다. 이런 내가 시골생활 대비 차원에서 준비한 건 운전면허증을 따둔 거 하나였다. 운전을 할 줄 알아야 답답할 때 바람이라도 쏘일 수 있을 거라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펜션 사업 반대
정형 씨 내외가 여기 문경시 가은읍 산골로 귀농한 건 2016년 초. 내려오자마자 남편은 벼농사를 시작하더란다. 벼농사에 덤벼든 속도보다 더 신속하게 착수한 건 펜션 짓기였다. “우리 펜션이나 해보더라고!” 그렇게 툭 던져놓고 산 아래 논의 일부를 터로 다져 건축에 나섰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을 초고속 질주였다. 이쯤이면 인구 씨의 특기가 고집부리기 맞나? 그게 아니라, 가령 필요하다면 뒷산도 헤딩으로 부수고 나설 슈퍼 울트라급(級) 박력의 보유자라 봐야 하지 않을까. 여하튼 파랗게 질린 정형 씨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금 투쟁 전선에 나섰다.
“이번엔 사생결단을 하고 반대를 했다. 펜션은 무슨? 기어이 저지하고 말리라! 꽤나 독을 품었던 거다. 그러나 또 졌다. 원통하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웃음)”
펜션을 왜 반대했지? 잘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잘될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나? 아무리 날고뛰더라도 자리 잡히기까진 고전할 게 분명해보였던 거다. 게다가 자금 사정도 변변치 않았거든. 건축비 외에 운영비도 많이 들어갈 텐데, 그러고 나면 밥은 뭐로 먹고? 근심과 불안이 아주 많았다.”
부군의 펜션 사업 착수가 충동적인 건 아니었겠지?
“나 몰래 충분히 구상해온 것 같았다. 건축의 초벌 설계까지 직접 해서 설계사무소에 맡긴 걸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펜션에 꽂혔다는 걸 알겠더라. 남편이 뭐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무슨 일을 해서든 가족들 밥은 굶기지 않을 남자다.”
봄에 펜션 건축을 시작해 여름에 오픈했다지? 일사천리로 진도를 뺐구나.
“양가 형제들이 많이 도와줘 일이 순조로웠다. 남편이 건축을 주도하는 사이에 나는 부지 곳곳에 꽃을 부지런히 심었다. 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전에 아파트에 살면서는 꽃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귀농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라곤 개울에 나가 다슬기를 줍거나 꽃을 심는 방법밖엔 없었거든.”
드디어 펜션을 오픈한 뒤엔 어땠나? 손님이 얼마나 오던가?
“처음엔 지인들만 간간이 왔다. 그러다가 차츰 문경 지역을 여행하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주말에 좀 들어오더라. 이듬해 3, 4월에도 비슷한 추세였다. 5, 6월엔 거의 찾는 이가 없어 객실이 늘 비었다. 그런데 7월 말쯤부터 2주 동안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방 여덟 개가 다 찼다. 아하, 이게 성수기라는 거구나! 여름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사는 게 펜션이라는 얘기가 실감으로 다가오더군. 이후 손님이 꾸준히 늘어 초기의 불안감에서 성큼 벗어날 수 있었다. 상당히 빠른 성장 속도로 자리가 잡혀나간 셈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기대보다 흡족하게 안도할 만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얘기다. 매우 따분한 날들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으나 정반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걸 보며 정형 씨는 비로소 재미와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처음의 격렬했던 반대 시위의 기억을 내심 멋쩍어하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 비수기를 제외하고는 무자비한 불황에 진저리를 칠 일이 없었다는 게 아닌가. 펜션 개업 만 4년이 지난 현재, 해마다 점증한 손님의 수효로 이미 궤도에 올라섰다. 재방(再訪) 비율은 무려 90%. 한 번 찾아왔던 고객 대부분이 다시금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탄탄한 단골층을 형성했으니 귀농 성공사례라 쳐도 무방하겠다.
고객들 위해 심은 배추 500포기
이와 같은 일련의 성취는 거저 굴러들어온 행운의 산물이 아니다. 비결이 무엇일까. 우선 정형 씨네 펜션이 들어앉은 자리의 경관부터가 빼어나다. 낮에는 물론 달빛 부서지는 오밤중에도 장엄한 암봉을 허옇게 드러내는 명산 희양산이 지척에 있어 상서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반딧불과 가재가 서식하는 맑은 개울이 펜션 앞을 흐르니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물에 들어가 놀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사방에서 넘실거리는 야산들이 주는 싱그러움과 적당한 적막감 역시 도시에 지친 나그네들의 마음을 보듬어준다.
그러나 이 모든 수려한 자연 경관보다 펜션의 쾌조에 더욱 기여한 건 정형 씨 부부의 노력과 수완이다. 인간사의 인과(因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붓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막막했다. 그저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객실 청소를 비롯한 미화 작업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내가 꽃을 많이 심었다. 부지가 넓은 편이라 꽃밭, 꽃길 외에 텃밭 공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유용했다. 거기에 온갖 야채를 심기 시작한 건 손님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그저 우리 집을 찾아준 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뜻으로 고객들에게 야채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내놓고 보니 그 소소한 선의의 표시가 고객의 환심을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는 걸 알겠더라. 누구나 필요한 만큼 야채를 채취해 가져가도록 했다. 아침이면 방방마다 옥수수나 감자를 쪄 돌리기도 했다. 얼마 전엔 배추 500포기를 심었다. 모두 손님들을 위한 물량이다.”
이 펜션은 작은 놀이동산 같은 구색을 갖추었다. 왜 이렇게 꾸몄지?
“영업을 시작하고 얼마쯤 지나 고객층의 경향에 특징이 있다는 걸 알았다. 어린 자녀를 대동한 30, 40대 부부들이 주로 투숙했으니까. 그래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과 시설을 보강했다. 작은 수영장을 만드는 식으로. 텃밭 체험에도 아이들은 신나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장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의 공간으로 입소문이 난 모양이다. 도시의 한정된 공간으로부터 아이들을 해방해 한때나마 자연 속에 풀어놓고 싶은 젊은 부모들. 정형 씨는 그들의 니즈에 적극 부응했으며, 그게 펜션의 안정세를 북돋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면 줄수록, 마음을 쓰면 쓸수록 돌아오는 것도 많은 게 인간관계다. 그러다 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잘나가던 영업집들이 도중에 망가지는 게 그 욕심 때문이지 않던가.
“초심을 유지하게 위해 자제한다. 돈 냄새 풍기지 않는 영업집을 지향하면서. 우리 부부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일이 고되지만 그저 즐기자. 무리할 거 없다, 그냥 먹고사는 정도에서 만족하자!’ 지금 무난하다고 앞으로도 잘될 거라 방심하지도 않는다.”
어려운 점도 많을 테지?
“좋은 접객을 위해서는 친밀감을 자아내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했는데 내겐 그게 쉽지 않았다. 서비스가 지나쳐 오히려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지 고민도 많이 했다. 컴맹이었던 내가 뒤늦게 블로그를 배워 펜션 이야기를 올리는 일도 만만치 않아 진땀을 뺐다.”
시골에 내려와 펜션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펜션 사업이란 게 쉽지 않다. 이곳 주변의 펜션들 대부분이 부진하거나 사실상 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권장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는 땅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수월했지만 투자비도 많이 들고 부대비용도 수시로 발생해 고난에 빠질 수 있다. 오직 돈벌이를 목적으로 뛰어들 경우에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당신은 처음엔 귀농을 결사반대했다. 이젠 귀농에 호의적일까?
“내가 귀농으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마음의 여유다. 도시에서와 달리 느긋하고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으로 좀은 변했거든. 그러나 여자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시골이 도시보다 좋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손발 걷어붙이고 진흙탕에도 뛰어들어야 하는 게 귀농생활이다.”
이왕지사 시작한 일,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몰라도 일단 최선을 다해 한번 가보자. 정형 씨는 그런 심정으로 진력했다.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고 진지하게 관여했다. 정형 씨 내외가 그간 쏟은 땀의 총량이 몇 톤에 달할지는 저 고매한 희양산 바위봉이 알려나. 그런데 정형 씨의 펜션이 궤도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스스로 선의를 끌어내는 힘에 있는 게 아닐까. 타인의 호의를 기대하기 이전에 나의 선의로 먼저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는 능력의 진실. 이는 단지 펜션 운영에만 적용될 공리이랴. 타인을 찍어 누르고서야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미신마저 횡행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법일 수 있다. 그나저나 정형 씨는 아직도 단단히 벼르고 있단다. 남편의 고질적인 옹고집을 단 한 번이라도 와지끈 무너뜨리기 위해.
“어휴, 단 20분만 같이 있어도 혈압이 오른다. 선의도 통하지 않더라. 남편 성질이 불이거든. 늘 내가 패하고 마는 거다. 언젠가는 한 번쯤 이기고 말겠다는 결의를 전혀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하하.”
정형 씨가 주는 귀농 Tip
•무작정 내려왔다가 시행착오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미리 귀농·귀촌 교육을 받는 등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하자.
•마을과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거처를 마련하자. 그게 차라리 원주민들과 더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방법이다. 지나친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
•펜션을 구상한다면 무엇보다 위치 선정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일단은 경관이 좋은 곳이어야 승산이 있다.
•인근의 귀촌·귀농인들과 긴밀히 사귀자. 단 한 사람하고라도 우정을 나눌 경우 시골생활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크게 덜 수 있다.
일본의 에세이스트 이노우에 가즈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50대부터 덧셈과 뺄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지나간 관계에 대한 집착은 빼고, 비운 공간을 필요한 것들로 채워나갈 때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빼고, 잘 더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인생에 필요한 여러 정리법을 3회에 걸쳐 안내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우리가 사는 집, 주거 공간이다.
추억의 물건에 집착하지 말자
나이가 들면 지나간 세월만큼 추억도 많아진다. 하지만 그 추억들은 흘러가버리기 마련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건으로 그 시절을 기억한다. 간만에 대청소를 하기 위해 집을 한바탕 뒤집었다가도 결혼할 때 입었던 예복, 10년 전에 사용한 휴대폰, 연애 시절 주고받았던 편지 등 빛바랜 물건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고 찬란했던 그날의 모습이 떠올라 다시 보관함으로 집어넣는다. 자녀들을 위해 사둔 이런저런 철지난 혼수품도 아까워서 끼고 사는 중장년층 부모도 많다.
소중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이해도 되지만, 사소한 추억까지 다 안고 살면 오히려 현재의 삶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청소할 때마다 일일이 쓸고 닦을 생각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모든 물건을 관리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오래되고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이 공간을 모조리 차지하고 있으면 그 집은 현재의 내가 사는 공간이 아니라 과거를 사는 곳이 된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원한다면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물건만 남기라는 얘기다. 당장 필요한 물건을 정하고, 그중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통제할 수 있는 만큼만 소유해야 한다. 특히 중장년층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집 안의 물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리고 떨어지는 체력을 고려해 가벼운 물건 위주로 써야 한다. 그릇이나 컵 하나를 고를 때도 예전과는 다른 기준과 시선으로 봐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거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처럼 큰 변화가 있을 때 물건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리는 언제든 해도 된다. 특히 요즘같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을 땐 집 안을 간단하게라도 정리해보는 게 좋다. 기분이 산뜻해지면서 답답함도 해소된다. 큰맘 먹고 대청소 한번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면, 정희숙 정리컨설턴트가 제안하는 공간별 정리 팁을 참고하자.
아늑한 침실의 비결은 ‘옷장 정리’
침실을 정리할 때 가장 처리하기 힘든 ‘빌런’(악당)은 다름 아닌 옷장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구매하는 옷들이 생기지만, 옷장 공간이 한정돼 있어 걸어둘 데가 없다. 이런 상황에는 침대나 의자 위에 어수선하게 옷과 물건을 쌓아두게 되고, 침실은 자연스레 난장판이 된다. 따라서 아늑한 침실을 만들려면 옷장 정리부터 해야 한다. 정리 방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 침실의 구조부터 살핀다. 별도의 드레스룸이 있는지, 옷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다. 그다음 어디에 무엇을 넣을지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본다. 평소 입을 일이 없는 한복이나 민방위복 같은 옷들의 자리도 정해두면 좋다.
그다음 옷장에서 옷을 전부 꺼내 입을 옷과 입지 않을 옷을 가려낸다. 10년 전에 유행하던 원피스, 사이즈가 맞지 않는 바지 등 자주 입지 않는 옷들은 모두 버린다. 아깝더라도 오늘의 나를 돋보이게 해줄 옷으로 옷장을 채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남겨진 옷들은 종류별로 나눈다. 우선 상의, 하의, 세트복(등산복·운동복 등), 원피스로 분류하고 계절별로 나눈다. 그리고 현재 입는 옷 위주로 옷장에 건다. 지금은 겨울철이므로 두툼한 옷을 앞에 배치한다. 옷을 걸 때는 두꺼운 옷걸이를 피하는게 좋다. 옷장의 공간이 금세 줄어들기 때문이다. 니트는 세로로 반을 접어 겨드랑이 부분에 옷걸이를 놓고 양팔 및 몸통 부분을 옷걸이 안쪽에 넣어 고정하면 늘어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얇은 옷걸이를 사용하자.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거실은 가족의 소통 공간으로
이상적인 거실의 기능은 가족들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의 일을 공유하는 데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거나 말없이 TV를 보는 공간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런저런 물건들을 잔뜩 쌓아놓아 마치 창고처럼 보일 때도 있다.
어떤 공간이든 잡동사니로 어수선해지면 본래의 기능을 잃는다. 거실을 소통의 장으로 되돌려놓으려면 먼저 잡다하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야 한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도 품목에 따라 분류해 제자리에 갖다놓는다.
어린 손주와 함께 사는 집이라면 거실이 매일 장난감으로 어질러져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럴 땐 TV 서랍장 한 칸을 손주 장난감 등을 넣어두는 수납장으로 쓰면 좋다. 평소 아이가 자주 갖고 노는 장난감과 적정량의 책만 두고 나머지 물건은 손주 방에 보관한다. 손주 방이 없다면 학습 관련 물품이나 장난감을 수납하는 장소를 따로 지정해두고 쓴다.
책이 많은 집은 거실 여기저기에 읽다 만 책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책 놓을 공간이 부족하면 책장을 가로로 눕힌 뒤 책을 꽂고 그 위에 수납함을 올려보자. 공간 분할 효과가 생긴다. 이런 방법들로 비좁은 거실을 정리해 사용 범위를 넓혀나가면 가족들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주방은 청결이 핵심
주방은 식생활을 하는 공간이므로 어떤 곳보다 청결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방 정리의 핵심은 청소인데, 요리 도구와 주방 물건들이 잘 정리돼 있어야 청소가 쉽다. 주방은 크게 싱크대, 조리대, 가스대로 구성돼 있다. 요리가 펼쳐지는 이 세 곳을 중심에 두고 정리를 하면 깨끗하면서도 효율적인 주방을 만들 수 있다.
우선 싱크대 옆 조리대에 펼쳐져 있는 잡다한 물건부터 정리한다. 주방 가전 필수품인 밥통과 전자레인지 정도만 놔두고 조리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한다. 비타민 같은 건강보조식품은 정수기 가까운 곳에 두면 매일 잊지 않고 챙겨 먹을 수 있다.
상부장과 하부장으로 나눠져 있는 수납부도 정리할 물건이 꽤 많다. 개수대 바로 위 상부장은 설거지한 그릇이 물기가 마르면 넣고 다시 꺼내 쓸 수 있도록 가급적 비워둔다. 상부장에 그릇이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와이어 랙(철사 선반)에 그릇이 가득 쌓여 싱크대 주변이 혼잡해진다. 따라서 이곳엔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그릇들만 놔두고 나머지는 상부장에 올린다.
하부장은 미어터지는 주방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마법의 공간이다. 개수대 아래 파이프가 지나가는 경우는 선반을 만들기 어렵지만, 파이프가 없다면 선반을 설치해 냄비, 프라이팬 등을 보관하면 좋다. 단, 개수대 쪽은 물을 많이 사용해 습하므로 양념 종류는 놓지 않는다.
신발은 구성원별로, 눈높이에 맞춰
현관은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이다. 또 풍수지리학적으로 외부와 내부의 기운이 만나는 곳이므로 가급적 깔끔한 게 좋다. 현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발장만 잘 정리해도 넓고 쾌적한 현관을 조성할 수 있다.
신발도 옷과 마찬가지로 계절에 따라 분류한 뒤 가족 구성원별로 나누고, 종류별로 정리한다. 크게 운동화, 단화, 하이힐, 등산화로 구분하면 된다. 이때 치수가 맞지 않거나 잘 신지 않는 신발들은 버린다. 이렇게 과감하게 정리해야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신지 않는 신발은 따로 보관하거나 세트로 정리해둔다.
관리가 가장 까다로운 신발은 부츠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모양도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지 않을 때는 작은 생수통이나 신문지를 넣어둔다. 투명 케이스 등 사이즈가 맞는 수납공간이 있으면 그곳에 보관한다. 장소가 마땅치 않으면 부츠 살 때 받은 박스에 보관해도 된다. 신발장은 가득 채우기보다 손님이 방문할 때를 대비해 한 칸 정도 빈 공간을 남겨두는 게 좋다. 쇼핑백이나 상자, 우유팩, 커피 캐리어 등 소품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도움말 정희숙 정리컨설턴트
자료 및 정보 제공 가나출판사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그동안 환경을 위해 분리배출해온 쓰레기가 재활용이 안 되고 있었다면? 그 노력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노력이 되어버렸다면? 모호한 단계를 넘어서, 아예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의 필환경 습관. 오답노트를 통해 함께 점검해보자.
도움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참고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슬로비), ‘재활용품 분리배출 가이드라인’(환경부)
[X] 신문지와 종이컵, 우유팩을 모아 ‘종이’로 분리배출했어요
[O] 신문지는 ‘종이’로, 종이컵과 우유팩은 각각 묶어 ‘종이팩’으로 배출해요
[해답노트]
먼저 ‘종이’와 ‘종이팩’을 구분해야 한다. 종이는 신문, 책자나 노트, 상자류 등을, 종이팩은 종이컵, 우유팩 등을 이른다. 특히 종이컵과 우유팩은 한 번 더 나눠 버리는 게 좋다. 종이컵은 안쪽만, 우유팩은 안팎 모두 코팅이 되어 있다. 이렇듯 코팅 정도가 차이 나면 재활용 공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화문제]
• 물기만 닦은 핸드타월은? 종이류로 배출
• 감열지 영수증은? 일반쓰레기
• 프링OO’ 감자칩 통은? 일반쓰레기(통 안쪽과 바닥에 포함된 알루미늄 때문)
• 종이 컵라면 용기는? 일반쓰레기
• 종이 포일과 기름종이는? 일반쓰레기
• 물감으로 그림 그린 종이는? 일반쓰레기 (크레파스, 물감 등은 재활용 공정에서 이물질로 구분)
[우유팩 모아 휴지로 바꾸기]
① 주민센터 지자체마다 담당부서나 교환 방식이 다르므로 각 주민센터에 문의한다. 보통 500㎖ 30개당 휴지 1개로 교환해준다.
② 한살림 상시로 수거하며, 900㎖ 10개당 2겹 휴지 1개로 교환해준다.
[X] 칫솔, 볼펜 등을 분해해 작은 플라스틱까지 모아 배출했어요
[O] 플라스틱 소재라도 부피가 작다면 일반쓰레기로 버려요
[해답노트]
분리배출 대상이 아닌 플라스틱 생활용품은 크기를 기준 삼아 종량제봉투로 배출한다. 애써 분리했더라도 부피가 작으면 선별 작업이 어려워 결국 쓰레기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가령 볼펜을 분해해 스프링은 고철로, 심은 쓰레기로, 나머지는 플라스틱으로 각각 배출하더라도 선별장에서 걸러지기엔 너무 작다. 칫솔 역시 솔 부분을 따로 버린다고 해도 같은 이유로 재활용 과정에서 일반쓰레기로 분류된다.
[심화문제]
• 휴대폰 케이스나 안경집은? 일반쓰레기
• 젖병이나 실리콘 주걱 등은? 일반쓰레기
• 문구나 완구, 악기는? 일반쓰레기 or 대형쓰레기 (재사용 가능하다면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부하기)
• 복합 재질의 텀블러는? 일반쓰레기
• 샴푸 등 펌핑식 용기는? 본체는 플라스틱, 펌핑 부분은 일반쓰레기
• 껌이나 알약 포장재는? 일반쓰레기
[플라스틱 재활용 커뮤니티]
① 플라스틱 방앗간(ppseoul.com/mill) 플라스틱 재활용 작업 공간.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시민과 나눈다.
② 피프리미(pfree.me)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플랫폼. 전국의 제로 웨이스트 관련 장소를 표시한 ‘플라스틱 프리 방방곡곡 대동여지도’ 및 행사와 자료, 일상 실천법 등을 망라한다.
[X] 음식 포장에 쓰인 랩과 알루미늄 포일을 분리배출했어요
[O] 업소용 랩과 알루미늄 포일 모두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버려요
[해답노트]
랩을 비닐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질에 따라 다르다. 흔히 배달음식에 사용되는 업소용 랩은 절대 비닐류로 버리면 안 된다. PVC 재질에 열을 가하면 염화수소 가스가 발생해, 재활용 기계를 부식시키고, 재활용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정용 랩은 PE 재질이므로 비닐로 분리배출 가능하다. 알루미늄 포일도 간혹 ‘캔류’(알루미늄) 쪽으로 잘못 버리는데 이 역시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된다.
[심화문제]
• 라면수프가 담겼던 봉지는? 세척 후 비닐로 배출(수프 속 나트륨에 염소 성분이 재활용을 방해한다. 세척이 어렵다면 일반쓰레기로 배출)
• 프레임을 분리한 우산천은? 일반쓰레기(우산천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이지만 따로 모으는 체계가 없어 일단은 일반쓰레 기로 배출)
• 아이스팩(냉동팩)은? 속 재질을 분리했다면 비닐로, 통째로는 일반쓰레기로 배출
• 비닐과 종이가 합쳐진 쌀 포장재는? 단면이 비닐 코팅됐다면 종이류, 양면이 비닐 코팅됐다면 비닐류로 배출
• 상품을 포장한 뽁뽁이(버블랩)는? 비닐로 배출
[분리배출 만점 위한 4단계 공식]
① 비운다(용기 속 내용물 깨끗이 비우기)
② 헹군다(재활용품에 묻은 이물질, 음식물 등은 닦고 헹구기)
③ 분리한다(라벨 등 다른 재질 제거하기)
④ 섞지 않는다(종류별, 재질별로 구분해 배출하기)
[X] 주방용 유리 용기와 냄비 뚜껑, 와인잔, 사기그릇 등을 유리로 분리배출했어요
[O] 주방용 내열유리, 크리스털유리, 도자기류는 신문지에 싸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요
[해답노트]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유리로 된 ‘락OO’ 반찬통은 내열유리 제품이다. 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다석회유리와는 다른 재질인 붕규산유리로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안전한 유리 용기, 직화 냄비와 뚜껑, 믹서 유리 등이 해당된다(제조사마다 상이할 수 있음). 또 고급 식기나 와인잔 등에 사용되는 크리스털 유리나 흙을 구운 도자기류 그릇 역시 재질이 달라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심화문제]
• 재활용 가능한 유리가 깨졌다면? 일반쓰레기
• 거울이나 식탁용 유리는? 작으면 일반쓰레기, 크면 대형쓰레기
• 전구나 전등 유리는? 일반쓰레기 (주의! 형광등은 유해 물질을 포함해 전용 수거함에 배출)
※ 재활용이 가능한 형광등의 종류
직관형 형광램프(FL), 환형(원형)형광램프(FCL), 안정기 내장형램프(CFL), 콤팩트형 램프(FPL)
[소주병, 뚜껑을 닫아버려야 좋다?]
흔히 소주병, 맥주병 등에는 ‘빈 용기 보증금’ 라벨이 있어, 이를 마트 등에 가져가면 표시된 금액만큼 돌려받는다. 이러한 유리는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수된 빈 병은 주류 회사 등에서 세척 및 살균을 거쳐 재사용한다(수입 맥주병은 불가). 깨진 병은 재사용이 안 되므로, 가급적 입구 훼손 등을 막기 위해 소주병 등은 마개를 닫아 내놓는 것이 좋다고 한다(뚜껑은 캔류이지만!). 물론 각각을 분리배출해도 된다. 또, 기름병으로 썼던 소주병은 재사용 불가이니 유념하자.
[X] 음식물 건조기를 이용한 덕분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지 않아 좋아요
[O] 아무리 바싹 건조돼도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해요
[해답노트]
음식물 건조기로 말린 음식물쓰레기는 종량제봉투 배출이 금지돼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면 좋다. 최근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는 음식물 처리기의 경우(싱크대로 바로 음식물을 흘려보내는 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 후 사용한다. 건더기거름망 장치를 제거하거나 형식적으로 달아, 자칫 하수구가 막혀 역류하거나 하수처리장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심화문제]
• 한약재나 차(茶)의 찌꺼기는? 일반쓰레기 (티백 역시 마찬가지!)
• 양파, 마늘, 생강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 어패류와 갑각류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복어내장도 일반쓰레기)
• 메추리알과 달걀 껍데기는? 일반쓰레기
• 생선가시나 육류와 털은? 일반쓰레기 (털도 일반쓰레기)
[치킨 먹고 남은 ‘목’ 어떻게 버릴까?]
엄밀히 따지자면 치킨 튀김옷과 닭살은 음식물쓰레기, 뼈는 일반쓰레기가 맞다. 하지만 알다시피 닭목에는 살이 얼마 없다. 그렇더라도 살과 뼈를 발라 분리해 버리는 게 맞을까? 물론 틀리지 않겠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쓰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홍수열 소장은 “음식물쓰레기는 단속이나 구분이 어려워 정작 사료 등으로 재활용이 어렵다. 사실상 요즘은 웬만한 껍데기나 뼈 등은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식사할 때 나오는 모든 음식물은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해도 큰 문제가 없다”며 “그보다는 재활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섞어 버리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재활용업체 관계자들은 실제 비닐, 식칼, 수세미 등 누가봐도 음식물이 아닌 걸 버리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라 토로한다”고 당부했다.
[X] 보풀이 심해 못 입는 옷과 속옷, 침구를 아파트 의류수거함에 넣었어요
[O] 손상됐거나 낡은 옷, 위생상 재사용이 어려운 속옷, 침구는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요
[해답노트]
수거함에 모인 의류 대부분은 선별 작업을 거쳐 수출된다. 그러니 입을 수 없는 옷을 넣으면 안 된다.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찢어진 옷이나 보풀이 심한 옷, 음식물이나 페인트 얼룩으로 손상된 옷 등 누가 봐도 낡은 물품은 내놓지 말아야 한다. 속옷이나 이불, 베개 등 침구류도 마찬가지다. 이는 위생 상태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누군가의 속옷이나 베개 등을 가져다 쓰고 싶은가? 상태가 괜찮더라도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그 외 부피가 큰 이불이나 커튼 등은 대형쓰레기로 배출한다.
[안 입는 옷에 날개 달기]
멀쩡하지만 ‘안 입는 옷’은 필요한 이웃에게 나눈다.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해 ‘구세군희망나누미’, ‘굿윌스토어’, ‘행복한나눔’, ‘녹색가게’ 등을 통해 취업 준비생을 위한 나눔 서비스 ‘열린옷장’에 정장을 기증하면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준다. 또 최근에는 의류를 포함한 중고품을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헬로마켓’ 등 앱을 통해 사고팔 수 있으니 활용해보자.
[X] USB, 전자담배, 휴대폰, 이어폰 등을 모아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했어요
[O] USB와 이어폰은 일반쓰레기, 배터리가 내장된 전자담배나 휴대폰은 전용 수거함이나 대리점에 반납해요
[해답노트]
USB나 이어폰 등은 잘 분리하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일반 가정에서 소량으로 발생하는 것들은 따로 모을 방법이 없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부피가 작아 선별장에 보낸다 해도 골라내기 어렵고, 자칫 기계가 고장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나 휴대폰 등 배터리가 내장된 제품의 경우에는 주민센터 등에 마련된 전용 수거함에 내놓거나 대리점에 보낸다. 휴대폰의 경우 ‘폐가전품 배출예약시스템’(www.15990903.or.kr)을 통해 기타 소형 가전과 함께(5개 이상) 모은 뒤 예약 신청하면 수거해간다.
[고장 난 가전제품 되살리는 마법 같은 서비스]
① 인라이튼: 배터리 재생을 통해 제품의 기능을 복구하는 특화 서비스 제공.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커피머신 등 전자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② 리페어라이프앤디자인: 고장 난 유·무선 키보드를 세척, 수리하는 서비스. 잔고장으로 쉽게 버려지는 키보드를 재생해 플라스틱 쓰레기 감소에 일조한다.
③ 에코티앤엘: 휴대폰 및 배터리를 재생하는 사회적 기업. 버려진 휴대폰 중 사용 가능한 것을 알뜰폰, 선불폰, 중고폰으로 재생하거나 배터리를 보조배터리로 되살린다.
④ 나눔폰: 폐휴대폰 기기의 자원재활용을 위해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서 운영하는 휴대폰 수거 서비스. 수익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된다. 수거된 휴대폰은 파쇄 처리하므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다.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을 위한 건강 식단, 업사이클링 원단을 쓴 컨셔스 패션…. 환경 관련 뉴스를 읽다 보면 종종 낯선 용어가 등장해 이해하는 데 애를 먹는다. 정확한 의미를 모르면 그 뜻을 유추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채식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으며,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은 어떻게 다를까? 어렵고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생활 속 환경 용어를 알기 쉽게 정리해봤다.
LIFE | 제로 웨이스트
0을 뜻하는 ‘제로’(zero)와 쓰레기를 의미하는 ‘웨이스트’(waste)가 합쳐진 단어로,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운동을 가리키는 용어다. 개개인이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인 사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지인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으로는 ▲카페에서 손수건·텀블러 이용하기 ▲장 볼 때 장바구니 가져가기 ▲냉장고 속 남은 재료로 요리하기 ▲옷 수선하기 등이 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 ‘5R’
① 필요하지 않은 물건 거절하기(Refuse)
② 쓰는 양 줄이기(Reduce)
③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품 이용하기(Reuse)
④ 재사용이 불가능할 때는 재활용하기(Recycle)
⑤ 썩는 제품은 매립하기(Rot)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비 존슨은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5R’ 운동을 언급하며, 이 중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거절하는 것이 제로 웨이스트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FOOD | 비거니즘
동물을 착취해 생산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상을 말한다. 그중 완전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은 고기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 꿀 등 동물로부터 얻은 모든 식재료를 먹지 않으며, 식물성 식품만 섭취한다. 또 음식뿐 아니라 동물의 털로 만든 옷이나 액세서리, 동물 실험을 진행한 화장품 등도 이용하지 않는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지난해 기준 150만 명 내외로, 15만 명에 불과했던 2008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BEAUTY | 크루얼티 프리
‘학대(Cruelty)에서 자유롭다(Free)’는 뜻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 또는 이를 나타내는 상표를 의미한다. 화장품이나 의류 등 뷰티 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크루얼티 프리를 추구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는 영국 ‘러쉬’, 미국 ‘닥터브로너스’ 등이 있다. 동물권 논의가 활발한 유럽은 2004년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2013년부터는 동물실험을 거친 제품과 원료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토끼를 기억하세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알아보려면 토끼 그림을 찾으면 된다. 크루얼티 프리를 지향하는 기업 대부분은 제품에 토끼 모양의 상표를 표시한다. 동물실험에서 가장 많이 희생되는 동물이 토끼라는 점을 상징화한 것이다. 크루얼티 프리 상표는 여러 국제 기관에서 발급하는데, 크게 국제 조직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 호주동물실험반대단체 ‘CCF’ 등이 있다.
FASHION | 컨셔스 패션
‘의식 있는’을 의미하는 단어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로,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까지 윤리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의류를 말한다. 재활용 원단을 사용해 옷, 잡화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패션’과 친환경 소재로 의류를 제작하는 ‘에코 패션’ 등 관련 용어를 모두 아우른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 소재를 애용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는 패션 브랜드로는 파타고니아, 아디다스, H&M 등이 있다.
업사이클링 VS 리사이클링
리사이클링은 버려진 제품이나 재료를 수선해 다시 쓰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재’활용을 뜻한다. 반면 업사이클링은 재활용한 물건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거나 활용 방식을 바꿔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폐현수막을 옷감으로 쓰거나 자동차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드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리사이클링보다 한 차원 더 나아간 개념으로, 재활용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코로나19로 계속되는 세계적 위기는 자연스럽게 면역력에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신뢰성 있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에 강한 면역력을 갖추는 것만이 코로나19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산균이야말로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대표적 건강보조제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주목도만큼 수많은 유산균 제품들이 나와 있기에 무엇이 정말 효과적인 유산균 제품인지 알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
국내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이자 청국장의 항암 효과를 발견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홍영재 박사는 기존 유산균의 한계를 극복한 유산균을 발견했다. 해답은 우리에게 친숙한 ‘김치’였다.
김치는 미국의 유명 건강 잡지 ‘Health’에서 세계 5대 좋은 음식의 하나로 선정하였고 사스(SARS)가 우리나라를 피해간 이유로 꼽혔을 만큼 위대한 전통 발효 식품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런 검증된 사실들을 넘어서 홍 박사가 김치 유산균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김치 유산균 자체가 가진 강한 생존력이었다.
김치 유산균,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최고의 유산균
“김치 유산균은 마늘, 고추, 염분 등 산도가 높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번식하기 때문에 생명력이 그 어떤 유산균보다 강합니다. 따라서 서양인보다 더 긴 장(腸)을 가진 동양인의 장에서도 살 수 있죠.”
홍 박사는 이러한 김치 유산균의 특징을 살려 한국 토종 균주 전문 기업 코엔바이오(대표 염규진)와 함께 손잡고 기존 유산균 제품과는 차별화된 닥터홍프로와 닥터홍구르트를 개발하였다. 1500여 종의 균주를 보유하고 있고 10여 개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 허가 진행을 추진 중인 코엔바이오의 염규진 대표는 특히 닥터홍프로를 진정한 플래그십 유산균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기존 유산균과의 차별화를 추구했다고 말한다.
“닥터홍프로는 세계 최초로 김치에서 추출한 지방 및 콜레스테롤 분해력이 뛰어난 균주인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 락토바실루스 퍼멘텀, 락토바실루스 사케이 등 다양한 균주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 들어간 6개 균주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처 FDA의 HUMAN OTC DRUG에 등록 완료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서목태와 하수오, 4년근 인삼 분말 등의 한방 원료를 넣어 항암 효과와 면역력 증가를 추구하였습니다.”
닥터홍프로와 기존 제품과 다른 것은 유산균의 효과, 천연 한방 재료들과의 결합뿐만 아니라 맛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바로 스테비아. 스테비아의 원산지인 남미에서 A급 스테비아를 수입, 사용하여 특유의 달콤한 맛을 내게 된 닥터홍프로는 색소와 방부제 또한 전혀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순수하게 천연 제품으로 이뤄진 유산균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닥터홍프로·닥터홍구르트 유산균 음료에 대량 함유된 균주들
홍 박사가 김치 유산균의 남다른 생명력에 주목한 또 하나의 이유는 현대인의 식생활 때문이다.
장내에는 30%의 유익균과 10%의 유해균, 60%의 중간균으로 구성돼 있다. 홍 박사는 장내 질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닥터홍프로는 김치 유산균에 더해 홍 박사 자신의 ‘전공 분야’라 할 수 있는 재래 시골 청국장 분리 발효균과 발효 물질을 첨가하여 그 효과를 더했다. 그리고 원재료에 분유를 포함하지 않은 100% 식물성 제품으로 우유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시간이 서양인보다 짧은 동양인에게 잘 나타나는 유당불내증을 완화하는 효과도 노렸다. 이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던 산부인과 의사로서, 그리고 암을 극복한 청국장 전도사이자 식당 경영인으로서의 삶을 가진 홍 박사의 해법이 느껴지는 부분들이다. 그야말로 그가 수십 년간 연구한 건강 연구의 결정체가 여기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홍 박사가 김치 유산균 발효액 96.7%를 함유한 ‘닥터홍프로’와 김치 유산균 발효액 93.05%를 함유한 ‘닥터홍구르트’를 만들게 된 이유는 사람들이 더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진단이 나오는 현재, 현대인에게 유산균은 점점 더 각별하게 필요한 영양 성분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현대인의 과도한 인스턴트 식품 의존 성향과 음식에 뿌려지는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은 몸속의 중간균과 유익균까지 몰살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홍영재 박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김치 유산균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 닥터홍프로와 닥터홍구르트가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30팩에 닥터홍구르트는 4만3000원, 닥터홍프로는 9만5000원이며 생유산균이라서 유통기한 3개월, 반드시 냉장으로 보관해야 한다. 생유산균 알갱이들이 들어있는 닥터홍프로는 침전물이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잘 흔들어서 마셔야 한다. 아침에는 닥터홍구르트 저녁에는 닥터홍프로를 꾸준히 마시면 ‘腸 운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유산균 음료에 대량 함유된 균주들이 놀라운 대사순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력이 중요한 시대에 김치에서 찾은 한국형 유산균 음료의 효력이 포스트 코로나에 또 한 번 진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세상이 험하고 정의롭지 못할수록 잘못을 질타하며 옳은 걸 부르짖는 글보다 읽어서 기분 좋고 들어서 흐뭇한 이야기가 더 호응을 얻습니다. 한평생 글을 쓰다(50년이 다 돼가니 한평생이지 뭐!) 나이 들고 보니 그런 걸 더 자주 느낍니다. 즐겁고 흐뭇한 이야기를 모아보겠습니다.
먼저 내 이야기부터. 7월 30일 말목회(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만나는 모임) 점심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왜 말목회, 이화회, 삼수회, 초월회 그런 거 많잖아요? 장소는 서울 중부경찰서 인근의 한식집이었는데, 찾기가 나빠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운전기사는 갈 곳을 말해줘도 대답 없이 뚱한 표정이었고, 내비게이터 사용도 익숙지 않아 보였습니다. 잘못 걸렸구나 싶었지만 내릴 수도 없어 참고 갔는데 걱정과 달리 바로 식당 앞에 내려주더군요.
요금을 내고 들어가 보니 내가 1등이었습니다. 10분가량 혼자서 휴대폰 들여다보고 카톡질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했을 때 그 인상 별로 좋지 않은 기사가 들어왔습니다. 문간에 앉아 있는 나에게 대뜸 “아까 택시에서 내린 분인가요?” 하고 묻기에 잘못도 없는데 괜히 졸아서 그렇다고 조그맣게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이거…” 그러면서 신용카드를 주었습니다. 날 내려주고 가다가 보니 바닥에 떨어져 있기에 차를 돌려 다시 왔다더군요.
그러고서 휙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얼떨결에 고맙다고 인사는 해놓고,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쫓아 나갔더니 막 출발하려는 참이었습니다. ‘어떻게 하지?’ 하다가 주머니에서 잡히는 대로 3만 원을 주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는 예상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덤덤한 표정으로 받고는 가버렸습니다. 차번호라도 사진 찍어두어야겠다 싶었지만 휴대폰도 놓고 나와서 32아 4151을 외워 나중에 종이에 적었습니다. 앞은 ‘서울’로 돼 있었겠지요. 회사 택시인지 개인택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 고마운 마음으로는 어떻게든 찾아서 더 보답을 하려 했는데, 시일이 지나고 보니 대충 그냥 넘어가게 됐습니다. 어쨌든 이 일로 나는 사람을 외모나 인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인사는커녕 대답도 잘 하지 않는 택시기사들에 대한 이미지도 좀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음은 인터넷에 떠 있는 이야기. ‘따뜻하고 흐뭇한 이야기’로 검색하면 나오는데,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어느 날 커피가게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내 앞에 남루한 옷을 입은 비쩍 마른 여인이 커피 한 잔 값을 내려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세자 계산대의 남자 직원이 ‘저기 있는 빵도 하나 가져가세요’ 했다. 여인이 잠시 머뭇거리자 직원은 큰 소리로 ‘제가 사는 거예요.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했다. 그 여인은 연신 고맙다면서 빵 하나를 들고 나갔다.”
글은 이렇게 계속됩니다. “내 차례가 되어 그 직원에게 말했다. ‘생일에 남을 위해 빵을 사주다니 멋집니다. 생일 축하해요.’ 그가 고맙다는 시늉으로 어깨를 으쓱하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오는 날은 언제든 이 친구 생일이에요. 하하하.’ 계산대의 직원이 말했다. ‘전 그저 그분이 돈이 모자란 게 안타까워서….’ 나는 커피를 들고 나오면서 잔돈은 필요 없다며 ‘그건 당신 거예요’라고 했다. ‘손님, 너무 많은데요.’ 그때 나는 ‘괜찮아요, 오늘 제 생일이에요’라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생일이 같아졌는데, 앞으로도 생일이 같은 날이 종종 오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어떤 24시점(?) 알바생의 이야기. 올해 2월 중순 인터넷에 올라온 글입니다. “자주 오는 중학생의 졸업식에 다녀옴. 아빠하고만 사는데 졸업식 날 아빠가 일이 있어 못 온다고 속상하다고 얘기함. 아침에 퇴근하고 학교 앞에서 꽃 사서 꽃다발 주고 친구들하고 놀다 오라고 용돈 2만 원 주고 옴.” 그러면서 그는 졸업장과 꽃을 든 패딩 차림의 학생 사진까지 올렸던데, 얼굴을 숙인 데다 가려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생판 남인 학생을 축하해주고 용돈까지 주고 오다니. 그 알바생은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이번엔 평소에 인사 잘해서 목숨을 구한 이야기입니다. 냉동식품 가공 공장의 한 여직원은 어느 날 퇴근하기 전 냉동 창고에 들어가 점검을 하던 중 쾅 하고 문이 저절로 닫히는 바람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목이 터지도록 소리치며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대요. 3시간이나 지나 감각이 없을 정도로 몸이 얼었을 때 냉동 창고 문틈으로 빛이 들어오더니 누군가 문을 열었습니다. 경비원 아저씨였습니다. 그는 이 공장에 온 지 35년이 됐지만 그 여직원 말고는 아무도 인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퇴근시간이 됐는데도 그녀가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공장 안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냉동 창고까지 확인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날 없는 사람 취급했지만 매일 인사를 해주는 아가씨가 기다려졌어요. 내가 그래도 사람대접을 받고 있구나 하고 느꼈거든요.”
다섯 번째는 이름 이야기. “예전에 친구가 자기 이름은 너무 흔한 것 같다고 하길래 ‘흔하다는 건 그만큼 많은 부모들이 그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했다는 거고, 니 부모님도 너한테 가장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그만큼 노력하셨다는 뜻 아닐까?’ 하고 말했더니 예쁘게 말하기대회 우승자 같다며 좋아하더라.”
마지막은 중3 여학생의 글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욕 빼면 말을 하지 못할 정도라서 이런 일도 생기나봅니다. “제 친구가 입이 좀 많이 험한테 볼 때마다 입에 걸레를 문 것처럼 정말 보기 싫어요. 근데 저도 가끔 욕을 해서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일까봐 욕을 줄이려고 하는데요. 욕을 대신해서 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알고 싶어요. 예를 들면 ‘양치하고 귤이나 먹어라!’ 이렇게 좀 귀여운? 장난 같은? 그런 거 위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그 또래의 여학생이 다음과 같이 죽 읊어댔습니다. “자기 전에 침대 모서리에 발 찍혀라, 맨발로 있다가 레고나 밟아라, 우유 마셨는데 나중에 보니 유통기한 두 달 지난 거여라, 너구리 뜯었는데 분말 스프 없고 다시마만 두 개 나와라, 하루 종일 굶었다가 컵라면 첫 끼로 맛있게 먹으려는데 따뜻한 국물이 아니라 찬물이어라, 빵 맛있게 먹다가 안을 들여다보니 바퀴벌레 반만 남아 있어라, 길 가는데 비 와서 다이소에서 우산 사서 나왔는데 바람에 철사만 남기고 다 날아가버려라, 탕수육에 소스 부었는데 알고 보니 짬뽕을 부은 거여라.” 그러더니 “이만할게요” 그러고는 상큼하게 나가버렸습니다. 나도 이만하겠습니다. 세상은 넓고 흐뭇한 이야기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