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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 데뷔 박영혜 영화감독, 완전한 나로 사는 용기 있는 삶
- 인생에서 온전히 나로 사는 순간은 언제일까.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할머니… 삶의 대부분은 가족의 이름 뒤에 자신을 수식해왔다. 예순셋 나이에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난 후에야 ‘박영혜’라는 이름을 앞세우게 됐다. 홀로 우뚝 서 오롯이 자신을 마주한 뒤에야 깨달았다. 가족으로부터 놓여나는 것이 아닌, 가족 안에 놓여 있어야 ‘완전한’ 내가 된다는 것을. 박영혜 감독이 대중에 얼굴을 알린 건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였다. 아들인 배우 이태성과 손주 한승 군이 출연하며 덩달아 유명세를 탄 것이다. 한동안 ‘이태성 엄마’, ‘한승이 할머니’로 불리던 그는 영화감독 데뷔 소식과 함께 프로그램 패널을 하차했다. 당시 예순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 행보는 놀라웠다. 첫 작품 ‘짜장면 고맙습니다’가 50여 개 국내외 영화제 초청작 선정에 이어 40여 개에 달하는 트로피를 거머쥔 것. 개봉 후 영화의 성과를 공유한 박 감독의 SNS 프로필은 쉴 틈 없이 바뀌었고, 현재도 기록은 경신되고 있다. 데뷔작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이 믿기지 않는다는 박 감독이다. “꿈만 같은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어요. 내 얘기가 아니라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주변에서 영화감독 ‘데뷔’했다고 말하는데, 그것도 실감이 안 나요.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듯 보이잖아요. 그저 ‘인생에서 또 하나의 경험을 했구나’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많이들 인정해주시고 호평해주셔서 조금씩 성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련히 피어오른 용기, 도전으로 불태우다 세간에는 박영혜 개인보다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로 알려졌기에 그가 영화감독이 된 정황을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는 신성훈 영화감독과의 공동 작업물이다. 신 감독이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영화 관련 이력이 전무한, 그것도 어머니 연배인 박 감독에게 손을 내민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실제 주인공인 최종만·정명숙 부부는 제가 오래전부터 봉사를 통해 인연을 이어왔는데요. 신 감독이 이분들의 사연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 제 역할이 필요하다더군요. 실화 소재 작품은 그 이야기에 관련된 사람이 스태프로 참여해야 진정성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서요.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데 마음속에 아련한 용기가 피어오르더라고요.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전까지 영화감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꿈도 아니었어요.” 꿈꿔온 일은 아니라 했지만, 지나온 삶을 듣노라면 그리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무용을 전공한 박 감독은 결혼 후엔 육아에 전념했다. 그러다 다시 전공을 살려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심각한 허리 통증 때문에 이내 그만두고 말았다. 크리스천인 그는 기도로 심신을 치유해나갔다. 차츰 종교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 박 감독은 ‘선교무용’을 접했다. “단순히 찬양만 하는 게 아니라 무대 예술로 종교적 가르침을 전하는 활동이에요. 전공도 살릴 겸 한동안 선교무용을 하다가 손주가 태어나고 다시 육아의 길로 접어들었죠. 한승이 키우면서 구연동화랑 마술을 배웠는데, 정말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내가 줄 수 있는 이 즐거움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선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마구마구’라는 매직아동극단을 만들었습니다. 마술 퍼포먼스에 동화 줄거리를 입혀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해나갔죠. 주로 장애아동 어린이집이나 복지시설 등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아이들이 행복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마구마구의 대표였던 박 감독은 무대를 올리기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극본을 위한 글쓰기부터 무대 연출, 음악 선정, 소품과 의상 준비 등을 직접 해내며 한땀 한땀 정성껏 공연을 완성시켰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해온 극단 활동은 영화감독이 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잠재된 능력에 그치지 않고 세상 밖으로 표출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성향도 한몫했다. 차분한 외모와 달리 모험과 도전을 즐긴다는 그다. “예전에 카세트 같은 게 고장 나면 무작정 드라이버 갖다가 뜯어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밖에서 맛있는 거 먹고 오면 꼭 직접 만들어보고, 뭐든 새롭게 해보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심지어 난타 자격증도 있답니다.(웃음) 그렇게 무모한 제게도 영화감독은 크나큰 도전이었죠.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남편의 격려에 용기가 많이 생겼어요.” 감독으로 인생 2막, 반쪽 가면이라도 즐거워 박 감독과의 인터뷰 중 현장 한쪽에 놓인 여러 가면이 눈에 들어왔다. 가면은 그리스어로 ‘페르소나’인데, 최근 여러 사회적 가면을 통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현상을 일컬어 ‘멀티페르소나’라고 한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이자 이제는 영화감독이라는 새로운 가면을 얻게 된 그의 상황이 오버랩됐다. 박 감독 역시 공감했고,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가면을 소품 삼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가면을 고르라 주문하자, 반쪽짜리 가면이 그의 손에 들렸다.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내가 아내이고 엄마이고 할머니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요. 평범한 주부로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정의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탈바꿈하는 건 쉽지 않죠. 저 말고도 인생 2막을 사는 많은 중년 여성이 그럴 거라고 봐요. 그런 점에서 아직은 온전히 변신할 수 없기에 반쪽 가면을 골랐어요. 그렇다고 서글픈 건 절대 아니에요. 박영혜 감독으로 내 이름이 타이틀이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태성이 엄마, 한승이 할머니라고 불리는 게 여전히 기분 좋고 행복하니까요. 또 그 모든 것이 합쳐졌을 때 완전한 ‘나’라고 볼 수 있고요.” 아직은 ‘감독’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단다. 영화 촬영 초반만 해도 누군가 “박 감독님” 하고 부르면 자신인지 모르고 딴청을 피우곤 했다. 그런 그가 처음 자신의 새 가면을 체감한 건 영화 편집 막바지쯤이었다. “시나리오 쓰고 촬영할 때만 해도 내가 감독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영상들이 하나둘 모이고 편집되면서 작품의 형체가 갖춰져가니 그나마 와 닿았죠. 나중에 최종본이 나왔을 때 집에서 가족끼리 첫 시사회를 했는데, 좀 더 실감 나더라고요. 그 후 영화관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작품을 마주하니, 아 내가 감독이 되긴 했구나 싶었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마중물로 관객과 소통한다.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자 재능이라 하겠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는 장애인 인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로맨스 장르로 풀어냈다. 박 감독은 장애인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실화가 바탕이긴 했지만, 장애인이 처한 상황이나 그들의 사랑을 어떤 기교나 과장 없이 진솔하게 담는 데 충실했다. 그의 노력과 진심은 다행히 관객들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었다. “부산가치봄영화제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시·청각 등 장애와 무관하게 누구나 감상하도록 자막과 화면 해설 등을 더해 제작한 영화)로 상영했는데, 그날 장애인 관객이 많았어요.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분들이 계시니 더 떨리더라고요. 유심히 살펴보니 상영하는 동안 같은 장면에서 함께 웃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동시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어요.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뿌듯했죠. 상영을 마치고 한 관객께서 자신의 감상평을 시로 적어주셨는데 저 또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통한 소통의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깨달았죠.” 후회보다는 차라리 실패가 낫다 관객이 적어준 시의 제목은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하여’다. 시에는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하여 세상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인생 후반전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한 박 감독에게도 울림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혹시 시니어 소재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눈을 반짝이며 화답하는 박 감독이다. “왜 없겠어요. 우리 중장년들이 어린 시절에 했던 놀이들 있잖아요.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자치기 등을 주제로 잡아 뭔가 해보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당장 영화까지는 무리이고, 짤막한 글들을 써두었다가 나중에 옴니버스(여러 에피소드를 한데 묶은 영화)나 시리즈로 연출해보면 어떨까 해요.” 첫 영화도 잘된 데다, 아이디어도 좋고 열정도 있다. 차기작 제안도 들어왔다. 모든 조건이 그를 감독의 삶으로 강하게 충동질하지만, 그는 오히려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체력 고갈.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 줄곧 말해왔지만, 젊은 스태프도 힘들어하는 영화 작업을 수개월간 매진하다보니 몸무게가 9kg이나 빠졌단다. 당분간은 외적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내면의 허기도 달래볼 계획이다. “지금의 감독 박영혜를 있게 한 건 마구마구 극단 활동이 컸다고 봐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해볼 참입니다. 영화감독으로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것도 좋지만, 예전에 작은 무대에서 봉사하며 느낀 기쁨과는 맛이 또 다르더라고요. 뭔가 내 안의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게 느껴지죠. 그렇게 내적 에너지가 충만해져야 영화든 글이든 다시 꽃피울 수 있다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박 감독. 그는 끝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네요. 연말이 오면 이런저런 후회가 들곤 하죠. 그런데 인생 말년에도 그런 후회가 들면 큰일이잖아요. 너무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하고 싶다’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중간에 있으면 결국 아무 것도 못 하거든요.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보세요. 안 하면 후회할 거고, 해서 안 돼봐야 실패인데, 후회보다는 실패가 낫지 않을까요? 어느 쪽이 됐든 경험이라는 산물이 인생을 충만하게 해줄 테니까요. 용기를 내서 내년에는 꼭 도전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 2022-12-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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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이 빚어낸 시대의 목소리, 성우 배한성
- 한 시대를 풍미한 작품, 혹은 배우가 한국 땅을 밟기 위해서는 성우 배한성(78)의 목소리를 거쳐야 했다. 가제트나 맥가이버, 콜롬보 외에도 영화 ‘아마데우스’(1985)의 모차르트, ‘대부’ 3부작의 주연 배우 알 파치노, 배우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레드포드, 성룡 등. 1966년 동양방송(TBC) 2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그는 목소리로 시대를 제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에서 듣던 것과 똑같다고요? 그러면 출연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름 석 자만으로 생김새를 떠올리고, 대표적인 대사까지 읊을 수 있는 성우가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목소리가 곧 명함인 성우 중 배한성은 독보적이다. 가제트, 맥가이버, 형사 콜롬보. 세대에 따라 기억하는 목소리는 다르지만 모두 배한성 성우가 소화해 새롭게 탄생시킨 배역들이다. 성우로 활약한 시간만 어언 56년이지만, 그는 추억 속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여전히 재치 있고 엉뚱했다. ‘타고난 배우’의 철학 그가 애니메이션과 외화 판을 호령하던 시절에는 제작사 측에서 직접 성우들을 만나곤 했다. 성우의 연기와 원작의 결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과정을 통과해야 성공적으로 더빙 작업을 거쳐 방영할 수 있었다. 제작사가 특히 신경 쓰는 작품은 감독이 직접 찾아와 성우의 연기를 듣고 판단하기도 했다. 외국인 감독이 까탈스럽게 구는 경우가 많아 더빙 자체를 포기하는 성우도 더러 있었다. 애니메이션 ‘컴퓨터 형사 가제트’(1987)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그는 나름대로 연구한 코맹맹이 목소리의 가제트를 감독 앞에서 선보였다. 결과는 불합격. ‘가제트 형사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당신과 가제트 형사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통역사한테 잘 전해달라고 부탁하고서 감독에게 말했어요. ‘프랑스 말은 한국어와 어감이 다르다. 프랑스어의 뭉실뭉실한 어감만을 살리기 위해 부드러운 말씨로 연기한다면 가제트라는 인물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요. 감독이 잠자코 듣더니 연기를 다시 해보라고 하더군요. 준비해온 연기를 다시 하니까 그제야 ‘당신의 연기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라면서 OK 사인을 줬어요. 그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감독이 한마디 하더군요. ‘You are born to be an actor.’(당신은 타고난 배우군요.)” 감독의 지시, 원작에 구현된 인물만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에 따라 연기할 줄도 알아야 함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이었으며 영화배우를 꿈꿨던 그로서는 칭찬이 남다르게 느껴졌을 터. 더불어 애니메이션이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만능 로봇팔을 꺼내던 가제트의 목소리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최애’(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동양방송(TBC)에서 방영한 ‘야망의 계절’(1978)과 ‘태양의 계절’(1979)의 주인공 루디 조다쉬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잘 떠올리는 작품이나 인물은 아니다. 고개를 갸웃할 수 있으나 그로서는 명분이 충분하다. 데뷔 후 장편 영화 시리즈의 주연을 처음 맡은 작품으로,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기 때문. 게다가 소설가 강유일의 한줄평은 신인 성우의 심금을 울렸다. ‘보통의 외국 영화들은 더빙 성우가 외국 배우의 덕을 보는데, ‘야망의 계절’과 ‘태양의 계절’은 피터 스트라우스(루디 조다쉬 역)가 배한성의 더빙 덕을 봤다.’ 그 뒤로도 몇십 년째 성우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이상 가슴 뛰고 뿌듯한 평가를 받아본 적은 없단다. 수많은 배역 중 루디 조다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음성에 뿌듯함이 묻어났다. 어수룩한 코맹맹이 형사(드라마 ‘형사 콜롬보’)부터 기괴한 웃음소리의 천재 음악가(영화 ‘아마데우스’), 가업을 멀리하려다 결국 비정한 대부가 되어버리는 남자(영화 ‘대부’), 무저항 독립운동으로 인도의 국부로 추앙받는 간디(영화 ‘간디’)까지. 이외에도 특별히 애정하는 배역 하나를 꼽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작품을 소화해냈다. 그는 이 모든 역할을 다 다르게 연기해냈다고 자부한다. 당연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임하는 성우는 흔치 않다. 그런 그를 보며 친구들은 ‘배한성은 예나 지금이나 배극성이다. 아직도 극성을 떤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란다. “가제트는 가제트대로, 모차르트는 모차르트대로, 베토벤은 또 베토벤대로 다르게 연기를 해야 해요. 배우는 같아도 다른 영화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면 그에 맞게 새로운 목소리를 내야 하고요. 모니터링을 하고 계속 연구해야 하니 사실 나 스스로는 좀 고단했지요. 하지만 이만큼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잖아요. 더빙이 단순한 녹음이 아니라 대중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면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밖에 없지요.” ‘배극성’의 더러운 대본과 골동품 흥미와 목표를 향한 ‘극성’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돈이 없어도 담치기를 해서 초등학생 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57)를 세 번이나 봤을 정도다. 장래 희망을 영화배우에서 성우로 수정한 뒤,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성우 시험을 봤다. 고졸자 이상만 응시할 수 있어 육촌 형 졸업장까지 빌렸다고. 지금 생각하면 엉뚱하기 그지없는 행동인데, 당시의 그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채 시험장에 들어섰다. 불합격 통지서를 받는 바람에 크게 실망했지만, 성우를 향한 열정을 해치기엔 역부족이었다.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어요. 당시엔 데모도 많고 거리에 대자보나 성명서가 많이 붙어 있었는데, 지나가다 벽보에서 ‘목소리 성’(聲) 자만 봐도 성우 생각이 나서 미친놈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지요. 아직도 후배들에게 ‘성우 일을 하려면 이 정도로 미쳐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저 말고는 글자만 봐도 가슴이 뛸 정도로 미쳐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그가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성우라는 일 자체에 미쳐서 살았던 성우 배한성을 대변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영화 더빙을 앞두면 영화 원본 테이프와 대본을 미리 받아와 눈이 빠지도록 봤다. 인물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잡아내 대본에 적어두기 위함이다. 어찌나 메모를 많이 했던지 방송가에선 배한성의 대본이 더럽기로 유명할 정도였다. 당시 번역 작가가 적은 외화 대본에는 대사만 적혀 있을 뿐, 주인공이 어떤 표정으로 무슨 행동을 하며 대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반면 그의 연기에는 주인공이 애인을 기다리며 동동거리는 발끝, 고민할 때마다 입맛 다시는 습관 같은 작은 요소들이 녹아 있다. 지저분한 대본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외국인 배우 속에 한국인이 들어앉은 것 같다’는 호평을 듣는 비결이다.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데에는 취미도 한몫 거든다. 고미술품, 고가구나 올드카를 수집하면서 빚어진 미적 감각이 연기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분명히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노년에 친구로 두면 좋은 직업인 중 하나로 골동품 수집가를 꼽습니다. 미적 감각이 살아나니 삶이 풍부해져서 지루하지 않고 좋다는 거죠. 저 역시 오래전부터 골동품에 관심을 갖고 수집한 덕에 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급스러운 배역, 고급 배우의 연기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심미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둘 다 중년 남성이라도 동네 아저씨나 한 나라의 수상 혹은 왕족을 연기할 때는 분명 다르게 표현해야 하지 않겠어요?” 즐거운 빚을 갚기 위하여 요즘 그는 일주일에 두어 번 녹음을 한다. 그 외에 들어오는 제안은 최대한 후배들에게 넘기는 편이다. 이제는 나이가 있고, 한창 활동하던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스케줄이 적으니 한가하게 사는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외부 강연도 쉬지 않고 나가고, 건강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틈틈이 책을 읽는다. 기존에 하던 경영 공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시 정지된 상태다.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이제 그는 새로운 걸 벌이는 대신 벌여놓은 것을 잘 정리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중 하나는 ‘우리말 더빙 법제화’다. 한국성우협회의 이연희 이사장이 물꼬를 튼 것인데, 인터뷰한 당일 저녁에도 송도영, 송도순 등 유명 원로 성우와 관련 미팅 일정이 잡혀 있을 만큼 활발히 논의 중이다. 성우들 주머니만 채우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요즘은 영화를 수입해도 제작비를 줄이려고 번역 자막만 달아요. 자막 작업이 성우를 고용해서 더빙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니까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눈으로 보는 대신 귀로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시각장애가 있을 수도 있고, 노화로 인해 시력이 나빠졌을 수도 있지요. 시각장애인에 노인 인구까지 합치면 그 수가 천만 명은 된다고 해요. 그래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는 더빙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기 위해 대한노인협회나 시각장애인연합회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성우로서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방법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언해피’한 시대를 살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 성우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혜택을 누린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의 전성기는 라디오 드라마와 TV 외화 시리즈가 일반인이 누릴 수 있는 오락거리의 전부였던 시절과 겹친다. 남다른 노력과 재능이 없었다면 지금의 스타 성우 배한성도 없었겠지만, 오디오 콘텐츠가 수많은 오락거리 중 하나로 전락해버린 오늘날에 비하면 좋은 시절을 누린 것도 맞다. 후배들의 앞날과 성우라는 직업의 미래를 위해, 그는 마음에 진 ‘즐거운 빚’을 갚고 있다. 배한성 성우는 예나 지금이나 지루하게 멍때리는 시간이 아깝고, 틈날 때마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한다. 외부 강연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은 바를 알려주기도 한다. 역시나 메모해뒀던 글귀를 자주 활용하는데, 노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老인도, no인도 아닌 know인이 되겠다’는 문구를 꼭 인용한다. 그러면서 나이가 든다고 해서 머리나 몸을 편하게 두지 말고 계속 공부하며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의 생애 내내 그러했듯, 솔선수범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다짐이자 조언이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한 제자가 ‘이제는 나이를 먹었으니 쉬엄쉬엄 사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자 ‘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결승점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천천히 가거나 멈추면 되겠냐’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젊을 때처럼 신기록을 세우지는 못하더라도 생산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매사 고민하고 공부하며 살고 있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 아닐까요?”
- 2022-11-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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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형주, ‘Lost In Memory’ 개최 기념 코로나 의료진‧봉사자에 티켓 기부
- ‘원조 팝페라 월드스타’이자 국민 애창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의 원곡 가수로 알려진 세계적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라는 타이틀로 이달 12일(수)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이번 콘서트에는 뉴저지 신포니에타 음악감독 출신의 마에스트로 이태영의 지휘와 코리안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함께 할 예정이다. 이번 음악회는 서울특별시 산하 25개 자치구에 거주 중인 코로나19 관련 의료진, 자원봉사자, 구급대원, 관계공무원 등의 ‘국민 영웅’들에게 티켓 기부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천주교서울대교구와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총괄후원을 통해 진행되는 이번 기부는 이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자 마련되었으며, 공연 관람을 원하는 신청자에 한해 티켓을 제공할 예정이다. 임형주의 소속사 ㈜디지엔콤은 공연의 제목을 ‘평화콘서트’로 정한 점에 대해 “완벽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 대감염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혼란스러운 요즘”이라며 “오랜기간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UN,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로 활약한 바 있는 임형주가 수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 발매될 자신의 팝페라 정규 8집 ‘Lost In Memory’(잃어버린 추억 속으로)와 동명의 타이틀을 부제로 붙임으로서 새 앨범의 발매를 기념하는 의미도 함께 살렸다는 후문이다. 임형주는 이번 공연에서 이태영 마에스트로의 지휘와 50인조의 ‘코리안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할 예정이다. 1960~1980년대 한국음악계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패티김, 펄 시스터즈(배인숙), 트윈폴리오(윤형주, 송창식) 등과 같은 국민 가수들의 대표 대중가요들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선구자’, ‘비목’ 등 정규 8집의 수록곡들은 물론 임형주를 위해 작곡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꽃 한 송이’까지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클래식, 팝, 재즈, 뮤지컬 등 장르를 총 망라한 팝페라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할 것으로 알려져 뜨거운 호응이 예상된다. 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의 ‘2022 산레모 국제 신인 가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팝페라가수이자 테너 박종수(HUNKTENOR)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배출한 예능인 겸 작곡가 유재환(UL)이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다. 더불어 해당 콘서트 티켓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세계평화를 위한 기금으로 지정 기부 될 예정으로 밝혀져, 관객들에게 여러모로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음악회로 기억될 것으로 기대된다. 총괄후원을 담당한 천주교서울대교구 산하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천주교서울대교구 산하의 비영리 NGO 단체로서 해외 원조 및 국내 각종 불우이웃 지원사업, 장기기증, 자살예방 등 생명 존중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경촌 주교는 “코로나 시기에 사회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긴급 모금과 지원을 진행해왔다”라며 “이번 기회로 마음을 위로하는 ‘천상의 목소리’의 소유자 임형주와 함께 코로나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분들을 초대하는 ‘평화콘서트’를 총괄후원하고, 서울시청과 협의해 공연 티켓 기부를 진행하여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공연의 티켓은 인터파크, 예스24, 예술의전당 공식 홈페이지에서 절찬 예매 중에 있다. 한편, 임형주는 지난 2021년 5월 개신교 신자에서 천주교 신자로 개종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부터 현재까지 cpbc 가톨릭평화방송 FM 라디오 종합음악프로그램 ‘임형주의 너에게 주는 노래’의 메인 DJ 로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4시에 팬들을 만나고 있다.
- 2022-10-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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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문의 영광” 김신영, 故송해 이어 ‘전국노래자랑’ MC 발탁
- 방송인 김신영이 고(故) 송해의 뒤를 이어 KBS1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는다. KBS는 29일 “송해 선생님을 잇는 ‘전국노래자랑’ 후임 MC로 김신영을 선정했다”며 “김신영은 10월 16일 방송을 시작으로 ‘전국노래자랑’을 이끌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방송을 시작한 KBS 대표 장수 예능프로그램이자 국내 최장수 가요 경연 프로그램이다. 송해는 1988년부터 34년간 진행을 맡으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 ‘국민 MC’로 거듭났다. 그가 지난 6월 8일 세상을 떠나면서 ‘전국노래자랑’ 측은 후임자를 물색해왔다. 송해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자라온 제가 후임 진행자로 선정돼 가문의 영광이다”라며 “앞으로 전국 팔도의 많은 분과 소통하고 열심히 배우겠다. 전통에 누가 되지 않게 정말 열심히 즐겁게 진행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상미 CP는 “김신영은 데뷔 20년 차의 베테랑 희극인으로 TV, 라디오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계에서도 인정하는 천재 방송인이다”라며 “무엇보다 대중들과 함께 하는 무대 경험이 풍부해 새로운 전국노래자랑 MC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섭외 이유를 밝혔다. 김 CP는 이어 “송해 선생님의 후임이라 어깨가 무겁겠지만 잘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신영이 보여 줄 새로운 ‘전국노래자랑’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2003년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신영은 올해로 데뷔 20년 차 방송인이다. 12년째 MBC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진행을 맡고 있다. 더불어 현재 ‘셀럽파이브’ ‘둘째 이모 김다비’ 등 부캐릭터로 음악 활동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 2022-08-3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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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도록 뜨겁게 푸를, 팝페라 테너 임형주
- 반짝이는 것은 늙지 않는다. 일을 향한 열정,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반짝이는 이 역시 늙지 않는다. 춘삼월 여린 잎 같던 목소리는 푸르다 못해 영글었고, 소년은 단단한 어른이 되었지만 반짝이는 두 눈은 24년 전과 다르지 않다. 예술과 사람을 사랑하며 오래도록 푸른 청년(靑年)으로 남을 임형주(37)의 이야기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최연소’, 하나 덧댄다면 ‘최초’를 꼽겠다. 2003년 만 17세 나이로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헌정사상 최연소 애국가 독창자가 됐다. 같은 해에 세계 남성 성악가 사상 최연소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단독 데뷔 독창회를 가졌다. 국내 3대 공연장에서 독창회를 여는 대기록은 10년 전에 세웠다. 데뷔 15주년에는 앨범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스승의 날을 기념한 독창회를 열면서 세종문화회관의 모든 무대(대극장, M씨어터, S씨어터, 체임버홀)에 서본 최초의 음악가가 되었다. 음악가로서 세울 수 있는 기록은 전부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두 살 소년이 상상 못한 숫자들 수집하듯 온갖 기록을 쓸어 담은 세월이 24년이다. 지금의 임형주는 데뷔 25주년을 앞둔 대한민국 대표 팝페라 테너지만, 1998년 데뷔 당시 열두 살 소년은 이 모든 기록적인 숫자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24년이 ‘꽃길만 걷는’ 시간이었을 것 같지만, 그는 스스로 ‘영광과 고난의 역사’를 거쳐왔다고 평가한다. 선배가 없는 팝페라 장르에서 활동하는 건 흙길에 아스팔트를 까는 작업과도 같았다. 지쳤던 걸까. 언제부터인가 국가 기념식이나 올림픽,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만 등장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노래하는 모습조차 보이고 싶지 않았다. 유명세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뜬소문에 지쳤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로마시립예술대학 성악과 석좌교수, 미국 그래미상 심사위원, 음악평론가 임형주로 살았다. 대중과 멀어지면서 ‘세월호 추모곡 가수’, ‘애국가 소년’쯤으로 이미지가 축소됐다. 그러다 가수 임형주가 지난 5월 JTBC ‘뜨거운 씽어즈’로 안방극장에 얼굴을 비췄다. 출연자도, 시청자도 예상 못 한 깜짝 등장이었다. “음정, 박자, 테크닉은 다 차치하고 진정성을 전하는 노래가 최고의 노래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출연진의 도전을 응원한 그는 시니어 합창단과 함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다. 겸손한 자세와 청아한 목소리가 갖는 힘은 여전했다. ‘뜨거운 씽어즈’에서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부르는 장면의 유튜브 동영상은 두 달 만에 134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중의 관심이 전보다 덜하리라는 예상을 뒤엎은 수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가수로서 노래하는 제 모습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데뷔한 지 오래되다 보니 ‘왕년의 스타’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도 잘 출연하지 않았으니 더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그의 데뷔 무대이자 첫 방송 출연이었던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 영상은 ‘온라인 탑골공원’(1990~2000년대에 유행한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계정을 총칭하는 신조어)에 게재됐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하지 않느냐며 너스레 떨지만, 대중의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있는 그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 사랑을 위한 노래 그는 노래를 고를 때도 대중을 생각한다. 스스로 청중이 되어보고, ‘팝페라 테너’라는 정체성을 되새기며, 이 시대의 대중이 무얼 가장 원하고 듣고 싶어 하는지 고민한다. 심혈을 기울여 고른 곡들로 그는 사랑을 노래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이 주제가 되기도 한다. 연인의 애정보다는 인류애에 가깝다. “연인의 사랑을 다루는 가수는 워낙 많잖아요. 그래서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 휴머니티를 다루었어요. 대중이 가장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인 팝을 통해서 인간애를 노래하죠. 사실 예술은 무한하기 때문에 장르로 구분 지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는 향유, 즐기는 데 있거든요. 저는 세상에 듣기 좋은 음악과 듣기 싫은 음악, 딱 두 가지 음악만 있다고 이야기해요. 예술가는 대다수가 공감하고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할 줄 알아야 하죠.” 고고하고 우아한 음악을 한다는 생각에 괜히 으스대는 클래식 전공자들을 종종 봤다. 그 역시 정통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그들만의 음악’을 하기 싫었기에 팝페라 테너로 전향했다. 정치·경제만큼이나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 그는 뿌듯한 한편으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전부터 ‘문화예술의 일상화’를 주장하던 입장에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전하기 위함이다. 즐기기 위해선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콘텐츠가 일상에 스며들 자리는 없으니까.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예술을 향유하며 영감을 얻는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감상은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보고, 활자중독이라 할 정도로 책을 읽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쓰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등. 좋아하는 작가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세계 유수의 작가와 작품명이 쏟아졌다. 최근 그의 마음을 동하게 한 책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다. 지난해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도 그 책에서 한 구절을 인용했다. “타인을 돌보는 마음, 그 사랑이 있기에 사람은 오늘도 살아 있다.” 인간애를 노래하는 가수다운 모습이다. 숲을 만드는 일을 꿈꾸다 올해로 서른일곱의 나이지만, 데뷔한 지 24년이 지났다. 인생의 3분의 2를 올곧이 음악에 바친 셈이다. 인간 임형주의 삶은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지만 흘러간 과거가 아쉽지는 않다. ‘음악과 이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몇 시간 지나면 새로운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앨범 제작 작업은 뼈를 깎는 고통 그 자체지만, 사람은 죽어도 앨범은 세상에 남아 있을 걸 생각하면 열심히 임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요즘 들어 점점 은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굉장히 일찍 데뷔했기 때문에 다른 음악가들보다 조금 이르게 은퇴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커리어상 최정상을 누리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지금이 제 목소리의 전성기임이 느껴지거든요.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른 뒤에는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에 순응하려고 해요. 돌이켜보니 데뷔하던 때도 왠지 ‘나는 일찍 은퇴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네요.”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끝을 떠올리자니 가수 임형주를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태도다. 현역에서 은퇴한다 해도 문화예술계에 일조하려는 계획은 확고하다. 그는 예술감독으로 행사를 직접 연출해보고 싶다고 했다. 노래가 꽃이자 나무라면, 가수로서 노래 부르는 것은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를 가꾸는 일이다. 예술감독은 행사에 쓰이는 모든 음악을 심고 가꾸며 배치한다. 국가 기념식이나 올림픽 개·폐막식이라는 하나의 숲을 만드는 작업이다. 숲을 울창하게 만들어줄 묘목을 가꿀지도 모른다. 그는 최근 국내 대학에서 제안한 교수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팝페라’의 길을 걸을 후배들이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또한 풍부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행정가로도 활약하고 싶다. 인생 2막에 대한 계획을 늘어놓는 모습이 장래 희망이 너무 많아 고민인 어린아이를 닮았다. 바빠 나이 들 시간조차 없는 청년 차차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지만, 당장은 9월에 발매될 정규 앨범 8집 ‘Lost In Memory’를 제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번 앨범에는 1970~1980년대 한국 문화의 르네상스 시기 대중가요를 담을 예정이다. 독립군 애국가나 ‘봉선화’, ‘사의 찬미’ 등 1920~1960년대 노래를 수록한 정규 7집 ‘Lost In Time’과 시대적으로 연결되는 앨범이다. “지난 앨범에서 1920년대부터 1960년대의 음악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으니, 이번에는 ‘잃어버린 추억’에 대해 다뤄보려고 해요. 1970~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에는 트로트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작곡가 길옥윤, 박춘석, 이봉조와 그들의 뮤즈인 패티김, 혜은이, 정훈희나 이미자의 가요를 녹음하고 있어요. 패티김의 ‘이별’이나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정훈희의 ‘안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빠질 수 없죠.” 10월 12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신보와 같은 이름의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8집에 실린 노래 외에도 가을에 어울리는 추억의 팝송이나 연주곡을 함께 선보이려 한다고. 50인조 오케스트라 반주를 곁들일 예정이라, ‘사랑은 생명의 꽃’(패티김)처럼 음역대가 굉장히 넓은 곡을 듣다 보면 특히나 코끝이 찡해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우선 첫 베스트 앨범을 내려고 한다. 그의 모든 대표곡을 앨범 한 장에 담을 예정이고, 앨범 발매 기념 독창회 역시 진행하려 한다. 내년에 코로나19가 완화되면 국내나 해외 순회공연도 떠날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전국 25개 도시를 돌아보고 싶어요. 숫자 맞추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TV 프로그램이나 매체 인터뷰 등 섭외 제안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해요. 순회공연을 돌다 보면 한 해가 다 지난 뒤겠지만, 내년은 인간 임형주이자 음악가 임형주로서 제 인생을 결산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요?” 그의 계획을 듣고 있자니 “바빠서 나이 들 시간이 없다”던 유명 배우의 발언이 떠올랐다. 임형주는 배움을 멈추고 안주하려 할 때 사람이 비로소 ‘늙는다’고 생각한다. 고로 꿈이 있는 자는 늙지 않는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잠을 설치고,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받고 싶은 상이 남았는가”라고 물으면 “당연히”라고 대답한다. 오래도록 푸르를 청년일 수밖에.
- 2022-08-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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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소리부터 아이돌까지…'음악 영화' 봇물
- 한파가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다가오면서 극장에서도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음악'과 관련된 영화가 많다. 우리의 소리부터 아이돌의 세계까지 다양하게 다뤄졌다. 먼저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광대: 소리꾼'은 2020년 개봉한 조정래 감독의 판소리 영화 '소리꾼'을 새롭게 편집해 내놓은 작품이다. 영화는 조선 영조 10년을 배경으로 한다. 최고의 소리꾼 학규(이봉근)는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딸 청이(김하연)와 함께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광대패를 만들고 민초의 흥과 한을 소리로 담는다. 이 과정에서 '심청가'가 탄생한다. 우리나라 대표 판소리인 '심청가'의 탄생이 조정래 감독의 상상력으로 재해석 된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가 쉽고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북한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매미소리'도 우리의 소리, 다시래기를 소재로 했다. 다시래기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된 진도 지방 전통 초상 풍습이다. 출상 전날 밤 초상집 마당에서 광대들과 상여꾼들이 벌이는 민속놀이를 말한다. '매미소리'는 2009년 '워낭소리'로 29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거둔 이충렬 감독의 13년 만의 신작이다. 이 감독은 다시래기와 부녀의 갈등과 화해를 엮어 이야기를 풀어냈다. 초상집을 찾아다니는 다시래기꾼 아버지(이양희)와 매미소리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살 중독자가 된 딸(주보비)이 20년 만에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삶과 죽음,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휴먼 영화다. 그런가 하면,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리프레쉬'는 가수 KCM이 주연을 맡은 그의 자전적 영화다. 한물 간 가수 'K'가 국립 마음 치유센터 환자들의 음악치료를 담당하게 되고 그들과 음악 경연 대회를 준비하면서 서로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힐링 무비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안겨준다. 아이돌 세계를 다룬 영화도 3월에 나온다. 20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한 이호성 감독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가수 이지훈, 달샤벳 출신 배우희와 함께 엘리스 소희, 소나무 출신 김나현, JBJ95의 켄타, B.A.P의 문종업 등 실제 아이돌 가수들도 총출동한다. '아이돌레시피'는 청춘 뮤직 드라마 영화로 해체 위기에 놓인 무명 아이돌 그룹 '벨라'와 이들을 다른 회사에 팔아 넘기려는 매니저가 깊은 갈등 끝에 한 팀이 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돌 멤버들의 연기력이 궁금증을 자아내며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2022-02-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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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기다리며" 2월 문화 소식
- ●Exhibition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일정 3월 1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출품작은 174점으로 박수근 전시 사상 최대 규모다. 전시는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 2부 ‘미군과 전람회’, 3부 ‘창신동 사람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으로 구성됐다. 유화 7점, 삽화 원화 12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박수근 작품 33점 중 31점이 출품됐는데, 그중 ‘세 여인’, ‘마을풍경’, ‘산’ 등 3점은 최초 공개작이다. 미국 미술관에 소장됐던 ‘노인들의 대화’(1962년), ‘귀로’(1964년)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박수근의 은사인 오득영 유족이 소장해온 ‘초가’를 비롯해 개인 소장품 ‘웅크린 개’, ‘노상의 소녀’ 등도 첫 공개 작품이다. 2007년 5월 경매에서 45억 2000만 원에 낙찰된 이후 8년간 한국 미술 최고가 자리를 지킨 ‘빨래터’도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은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해 18세 때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어 화단을 풍미했지만, 박수근은 시종일관 서민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을 고수했다. ◇가야인, 바다에 살다 일정 2월 6일까지 장소 국립김해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가야 유물 57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1부 ‘남해안의 자연환경’, 2부 ‘관문: 타고난 지리적 위치’, 3부 ‘교역, 가야 제일의 생업’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각종 유물을 통해 바다에 깃든 가야 문화의 다양성, 개방성, 역동성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은 특히 바다와 흥망성쇠를 함께한 가야인의 발자취를 집중 조명했다. 또 옛 김해만의 자연경관 복원에 대한 연구 성과는 물론이고 남해안 일대에 축적된 고고학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해상왕국’으로도 불리는 가야 문화의 특성을 관람객이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Book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에디 제이쿠·동양북스) 저자 에디 제이쿠는 1920년생으로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사람이기도 하다. 책은 그의 인생을 집약해놓은 회고록으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에디 제이쿠는 19세이던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7년 동안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폴란드의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죽을 고비를 수십 번 넘겼다. 부모를 가스실에서 잃고, 나치 간수가 되어 수용소를 관리 감독하는 대학 동기도 만나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며 민가에 도움을 청하다 다리에 총을 맞기도 했다. 특히 수용소 안에서 친구와 동료가 날마다 죽어나가고, 부모를 학살한 자들을 위해서 중노동을 해야 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면서 날마다 모멸감을 느꼈던 하루하루가 책 안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참혹한 일을 겪었지만 에디 제이쿠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운이 오더라도 자신의 삶을 사랑해보세요”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 집에 가서 당신의 어머니를 꼭 안아주세요’, ‘내가 누군가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등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얘기한다. 이 책은 그가 100세가 되던 해인 2020년에 출간된 후 호주 아마존 1위에 올랐고 미국, 영국 등에서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면서 전 세계 37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2021 올해의 자서전상, 2021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유럽에서 대한민국만세(송일국·상상출판) 배우 송일국이 유럽에서 삼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를 직접 찍고 글로 쓴 유럽 여행 화보 에세이다. 1년간 생활한 프랑스부터 스위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아이슬란드까지 총 8개 나라의 여행기가 실렸다. ◇오십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좋다(오츠카 히사시·한스미디어) “50대는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고민한다.” 저자는 수십 년간 50대 1만 명의 이야기를 듣고 ‘후회하지 않고 50대를 사는 법’을 정리했다. 50대는 ‘인생의 디톡스 기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일, 업적, 인간관계를 결산하고 앞으로의 50년을 계획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스필버그의 말(스티븐 스필버그·마음산책)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74년부터 2021년까지 48년 동안 그의 인터뷰 스물한 편을 소개하는 책에는 ‘죠스’, ‘쉰들러 리스트’,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유명 영화의 제작기도 포함돼 있다. 또한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그의 개인적 삶까지 담았다. ●Stage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일정 2월 25일 ~ 3월 13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질 마으 출연 안젤로 델 베키오, 막시밀리엉 필립, 엘하이다 다니, 젬므 보노 등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인 ‘노트르담 드 파리’가 대구, 부산 공연에 이어 서울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 세종문회회관 대극장에서 유료 점유율 99%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가 원작이다. 추한 외모의 꼽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대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그 안에서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시기의 사회상과 이교도들의 갈등, 부당한 형벌제도, 인간의 욕망, 삶과 죽음까지 다각도로 담아내며 시대를 뛰어넘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스루’(Sung-through) 작품의 백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뮤지컬로, 낭만적인 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안무, 30톤의 거대한 무대 세트가 감동을 전해준다. 1998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 1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만난 세기의 역작이다. ◇프리다 일정 3월 1일 ~ 5월 29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추정화 출연최정원, 김소향, 전수미, 리사, 임정희, 정영아 등 ‘프리다’는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이는 첫 중소극장 작품이다.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멕시코의 위대한 여성 화가이자 혁명가인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그린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살았지만, 자신의 지난한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에게 세리머니 같은 최고의 쇼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추정화 극작가는 프리다의 마지막 생애를 쇼라는 독특한 콘셉트와 형식으로 풀어낸다. 또한 주인공 프리다 칼로 역에 배우 최정원, 김소향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높였다. ◇B클래스 일정 2월 25일 ~ 5월 15일 장소 브릭스씨어터 연출 오인하 출연 최정헌, 이지현, 지호림, 김찬종, 노태현, 류찬열, 한선천 등 2017년 초연 이후 매 시즌 관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연극 ‘B클래스’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연극의 배경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제들만 갈 수 있는 예술인 양성학원 ‘사립 봉선예술학원’이다. B클래스에 속한 학생 네 명이 실력이 아닌 능력과 조건만으로 평가받는 봉선예술학원의 기준을 넘어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합동 졸업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청춘의 자화상이 큰 울림을 안겨줄 예정이다.
- 2022-02-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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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노인 일자리 제도 속 내 일자리 쉽게 찾는 방법은?
- 정부는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라는 사실을 막연히는 알겠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수행기관도 많고,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노인을 위한 정책인데 정작 노인들이 어렵게 느끼니 접근부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봤다. 우리나라는 2000년을 기점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섰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복지는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됐고, 정부는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2004년에 도입됐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은 노인복지법 제23조에 의거해 시행되고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일자리 창출과 보급을 통해 사회참여와 근로 소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정책이다. 2022년 사업 확대의 중요성 더욱이 2023년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4% 이상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전원 60대 노인 세대로 편입된다. 더불어 2025년에는 예정대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약 50년 뒤인 2070년에는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통계청,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정부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2만 개에서 올해는 84만 5000개로 사업이 확대 추진됐다. 만 60세 또는 만 65세 이상이라면 조건에 따라 참여 가능하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거의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월 30만 원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유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일자리 유형에는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사업이 있다. 먼저 공공형에는 공익 활동(노노케어, 취약계층 지원, 공공시설 봉사, 경륜전수 활동)과 재능 나눔이 있다. 2020년 기준 일자리 참여 노인 76만 9605명 중 공익 활동에 참여한 노인은 55만 4101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27만 원을 받았다. 민간형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이 속한다. 이 중에서는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가 가장 많았다. 2020년 참여자는 6만 879명이었고, 평균 임금은 32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의 경우는 평균 임금이 100만 원을 넘었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노인 일자리는 참여자들의 노년기 소득에 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 증가, 우울감 개선, 의료비 절감 등에서 성과가 있다고 인정할 만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사업 참여 노인 가구는 미참여 가구보다 상대적 빈곤율이 7.3%p 낮고, 가구 소득도 월평균 17만 원 많다. 또 스스로 경제적 상태가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사업 참여 후 14.9%p 상승했다. 이외에도 ‘건강이 좋아졌다’, ‘인간관계가 좋아졌다’, ‘아직 일할 수 있음을 느낌’ 등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노인 일자리 체계 이해하기 먼저 복잡하게 느껴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 체계를 살펴보자. 보건복지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 결정, 관련 법·제도 개선, 예산 지원 등 정책 전반에 대해 관장하며,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05년 12월 설립됐으며, ‘1000만 노인 시대, 100만 노인 일자리 선도기관’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지원, 노인 일자리 사업 종사자 교육 훈련, 노인 일자리에 관한 조사 및 연구, 노인 일자리 종합 정보 시스템 및 노인 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운영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 내 사업을 총괄하며 재정과 행정의 지도·감독을 맡고 있고, 사업 수행기관의 역할도 일부 맡는다. 지자체 외 사업 수행기관으로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등이 있다. “나에게 딱 맞는 일자리, 어디서 찾을까?” 앞서 언급한 다양한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차이가 있을까.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시니어가 어디를 방문하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정리해봤다. 전국 시니어클럽, 대한노인회, 노인복지관, 중장년희망센터, 그리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소개한다. 지역 특화형+시장형 일자리 찾는다면 ▶ 시니어클럽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가장 많이 담당하는 기관이다. 실제로 2020년 시니어클럽을 통해 일한 노인은 25만 6449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0년부터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으로 변경됐고, 노인인력개발센터도 시니어클럽에 포함시켜 참여자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니어클럽은 수행기관 중에서 시장형 사업단을 주도한다. 2020년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는 총 6만 8729명이었는데, 이 중 시니어클럽을 통한 참여자는 5만 3935명으로 무려 78.5%를 차지했다.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출발점이었다. 2001년 보건복지부는 시니어클럽 5개 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2004년 전국으로 확대하며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명명한 것. 시니어클럽은 지역사회 내에서 일정한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노인의 일자리를 창출·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에 17개 지회를 두고 있으며, 회원 기관은 총 189개다. 경비원·청소원 취업 원한다면 ▶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에서는 노인 인력이 필요한 구인처, 60세 이상의 구직자를 모집한다. 취업을 알선해주고, 교육 및 취업 후 사후 관리까지 해준다. 근로 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장한다는 목표다. 대한노인회가 발표한 2020년 취업자 실적을 보면 직종은 총 68개, 3만 7089명이 취업했다. 이 중 남자는 1만 9942명, 여자는 1만 7147명이다. 남자는 경비원이 6539명(여자는 16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여자는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이 6104명(남자는 2803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즐기면서 재능 나눔 원한다면 ▶ 노인복지관 노인들이 노인복지관을 찾는 이유 자체는 무료하지 않게 즐거운 노후 생활을 보내고 싶어서다. 보통의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의 교양·취미생활 및 사회참여 활동이 가능하도록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 노인복지관에서는 보통 노인 일자리 사업 중에서 재능 나눔 활동 지원사업을 주관한다. 재능을 보유한 노인이 재능 나눔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참여를 통해 노후 성취감 및 대인관계 향상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참여자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시간 일하고 10만 원을 번다. 노인 여가 복지시설 및 공공시설 안전 관리 활동, 노인 상담, 학대 예방, 인권 지킴 활동, 박물관 안내, 내외국인 대중교통 안내, 음악·미술·공연·전시·체험 등과 관계된 문화예술 활동 등이 있다. 40대부터 재취업 준비한다면 ▶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노사발전재단에서 운영한다. 만 40세 이상 퇴직자(예정자 포함)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광역 단위에 12개 센터와 업종별 센터 1개를 운영 중이다. 중장년층에 대해 퇴직 이전 단계부터 이후 구직 활동에 이르기까지 전직 및 취업 등 전반적인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맞춤형 인재 추천, 중장년을 위한 생애경력 설계 서비스부터 퇴직 예정 중장년을 위한 전직 스쿨 프로그램, 구직자 재취업 지원을 위한 재도약 프로그램 등이 있다. 앙코르 일자리 원하는 서울 시민이라면 ▶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40대부터 60대까지 50세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서울시 시니어를 위해 사회공헌 일자리, 창업·창직·전직 지원, 종합상담 및 교육 등 노후 준비에 필요한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재단은 ‘앙코르 커리어 일자리’를 추구한다. ‘50+ 세대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되, 사회적 가치와 수익 모두를 적절히 만족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일과 활동거리’를 뜻하며,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일자리로는 ‘서울시 50+보람일자리’가 있으며, 약 3200명을 뽑고 월 57시간 이내 일한다. 시니어 인턴십 유형은 파트타임형인 ‘서울 50+ 인턴십’과 풀타임형인 ‘서울 50+ 뉴딜 인턴십’이 있다. 이 밖에도 창업·창직을 돕는 ‘점프업 5060’ 등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 자신에게 가장 맞는 활동을 찾아 제2의 삶을 시작해보자. 재취업 원하는 55세 이상 서울 시민이라면 ▶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2004년 4월 서울시가 설립,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로 운영했다.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을 위한 상담, 교육, 알선을 담당한다. 2018년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서울시 어르신의 취업과 사회활동 지원을 위한 다양한 기반 조성 사업,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를 위한 다채로운 훈련과 실전 인턴십 등을 개발해 서울시 어르신들의 취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 2022-02-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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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에게 추천, 성탄절 어울리는 넷플릭스 크리스마스 영화
-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이고 캐롤 음악이 들려오더니 결국 성탄절이 돌아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떠들썩한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가족들과 보내는 오붓한 성탄절도 충분히 따뜻하고 즐겁다. 이번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집콕’ 크리스마스를 풍성하게 채워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크리스마스에 로맨스를 빼기는 아쉽다. 매해 크리스마스부터 연말연시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정통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통한다. 2003년 처음으로 개봉한 후 2013년과 2015년, 2017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올해도 12월 23일에 재개봉했다.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부부간의 사랑부터 남매간의 사랑, 영국수상과 직원의 사랑, 소설가와 가정부의 사랑,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 등 저마다의 사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따뜻하게 그려낸다.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키이라 나이틀리 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전하는 여덟 커플의 사랑이야기는 다양한 사연을 담은 만큼 모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꼽힌다. 영화에 삽입된 OST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Christmas is all around’를 시작으로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 노라 존스의 ‘Turn me on’,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1998년 개봉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멜로영화 중 손꼽히는 걸작이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겨울에 죽음을 앞두고 있는 주인공 ‘정원’은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여름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만나게 되고, 잔잔했던 그의 일상에 햇살처럼 불쑥 찾아온 그녀는 정원의 마지막 여름을 함께한다. 뜨거운 태양의 한여름에서부터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지나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시한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영화를 제작한 허진호 감독이 가수 김광석의 활짝 웃고 있는 영정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허 감독은 “생활에서 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일상생활을 더 빛나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영화가 그려내는 90년대의 아담하고 소박한 아날로그적인 배경은 중장년층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빽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1985) 크리스마스에 로맨스 영화가 지겹다면, SF 장르의 ‘빽 투 더 퓨쳐’를 추천한다. 시간여행과 그에 따른 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이 영화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1985년부터 1990년에 걸쳐 총 3편의 시리즈로 제작됐는데, 개봉 당시 전 세계 무려 9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흥행작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별 볼 일 없는 가족사를 가진 소년이 기상천외한 시간 여행을 하면서 개인의 역사를 바꾸고 뒤틀린 미래를 바로잡으려는 모험극으로, ‘시간 여행’이라는 모든 세대가 흥미로워 할 주제 안에 역사, 연애, 가족 등의 요소를 유려한 상상력으로 버무렸다. 중장년층에게는 지금은 없어진 유년의 놀이동산에 지금의 자녀와 노니는 기분을 선사한다. 당시 상상하던 미래의 패션과 지금의 패션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다.
- 2021-12-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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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트 열풍 속 원곡 가수들 '속앓이'
- 어느덧 우리의 삶에 대중가요로 자리 잡은 트로트. 식지 않는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열풍 속에 트로트를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행복하기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실 기존의 트로트 가수들한테 있어 트로트 열풍은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성 트로트 가수들은 트로트가 주목받으니 좋으면서도, 묘한 감정이 든다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유명한 곡은 없는 법이다. 트로트 가수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자신의 노래를 열심히 부르고 알렸는데, 인기는 후배 가수들이 누리니 노래를 뺏기는 기분이 든다는 것. 그렇다면 이를 법적으로 접근해서 보면 어떨까. 노래의 저작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작곡가와 작사가는 모두가 알다시피 저작권을 갖는다. 그리고 실연자(가수, 배우 등 실연을 하는 자와 지휘자, 영화감독 등 실연을 지휘, 연출 또는 감독하는 자를 포함), 음반제작자(음을 음반에 맨 처음 고정한 자), 방송사업자(방송을 업으로 하는 자) 또한 저작권과 비슷한 '저작인접권'을 갖는다. 가수들이 갖는 이 저작인접권의 저작권료는 작곡가, 작사가에 비하면 액수도 적고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기성 가수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래가 히트 치면, 작곡가, 작사가만 많은 돈을 벌어가는 구조다. 현재 스트리밍 전송사용료의 경우 저작료 분배 비율은 이와 같다. 실연자 6.25%(가수 3.25%, 연주 3%), 저작권자 10.5%, 음반제작자 48.25%, 음악서비스사업자 35%로 나뉜다. 실연자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수의 경우, 음원이 100원이라고 할 때 단돈 3원 정도만을 벌 수 있다. 그렇다면 후배 가수가 남의 노래로 경연을 넘어 활동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은 괜찮은 일일까. 이와 관련해 한국저작권위원회 측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저작자이며(저작권법 제2조 제2호),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동법 제46조)"고 말했다. 저작인접권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저작권위원회 측은 "실연자는 본인의 실연에 대해 저작인접권자로서 권리를 가진다"면서 "만약, 가수가 직접 작곡, 작사를 한 것이 아니라 실연(가창)만 한 경우 본인의 실연에 대한 저작인접권만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제3자는 실연자(가수)가 아닌 음악의 저작권자(작사자, 작곡자, 편곡자 등)에게만 허락을 얻으면 될 것이며, 제3자는 본인의 실연에 대한 저작인접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법률 관계자 역시 노래를 부른 실연자는 모두 저작인접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즉 두 사람 모두에게 가수로서의 권리가 생기는 셈이다. 스트리밍의 경우 각자 3.25%의 저작권료도 갖는다. 인기가 많은 후배 가수는 스트리밍이 쌓이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원곡 가수의 노래는 10번 중 1번 찾아볼까 말까 할 것이고, 원곡 가수는 자연스럽게 수익을 내지 못한다. 이는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선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서운하고 속상한 일이다. 대한가수협회 회장 가수 이자연은 선후배들을 위해 나서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자연 회장은 "그동안 가수들이 무대를 하느라 바빴고, 권리 찾기를 등한시해 왔다. 권리 찾기에 관심이 없어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안타깝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노래 하나가 뜨려면 최소 4~5년은 걸리는데, 나중에 후배 가수가 불러서 노래가 히트를 해도 원곡자들은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한다. 가수들의 노력 끝에 미래가 없는 것 같다"면서 "후배들도 히트곡을 많이 내서 명품 가요계가 됐으면 좋겠는데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많은 선후배들이 권리를 찾는 데 앞장 서줬으면 좋겠다. 관련 법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2021-11-03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