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그해의 산업 동향과 혁신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행사로 손꼽힌다. 올해도 1월 8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최돼, 45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했다. 이번 CES에서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다양한 첨단기술의 접목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고령자 대상 제품은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엿보게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봇이 심박수 재며 주치의 역할
CES에서 고령자를 위한 제품으로 포문을 연 기업은 우리에게 친숙한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7일(현지 시간) CES 2019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프로젝트로 개발된 ‘삼성봇 케어(Samsung Bot Care)’를 처음 공개했다.
‘삼성봇 케어’는 실버 세대의 건강과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사용자의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등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복약 시간과 방법에 맞춰 약을 먹었는지도 관리해준다. 가족, 주치의 등 사용자가 승인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건강관리 일정을 설정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급 상황을 감지하면 119에 긴급히 연락하고 가족에게도 알려준다. 이외 스트레칭 등 집에서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을 제안하거나 선호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일상 대화도 나누며 정서관리 기능도 지원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대화를 나누듯 말로 명령하면 대부분의 기능이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시연을 통해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혈압과 심박수를 측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활동적인 삶 위한 ‘잔소리 로봇’ 등장
고령자를 위한 인공지능 제품이 또 있다. 이스라엘 기업인 인튜이션 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가 고령자를 위해 제작한 로봇 엘리큐(ElliQ)다. 지난 CES에서 대중에 공개되며 스마트 홈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머리만 움직이는 인형 옆에 액정 화면이 달린 형태의 엘리큐는 마치 감정이 있는 생물처럼 생동감 있게 반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제품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단순히 명령을 실행하는 것 외에 운동이나 사회활동을 제안하거나 취향을 바탕으로 음악이나 영상을 추천하기도 한다. 약 복용 일정 등을 챙기는 기술은 기본이다.
이 제품의 시험 사용에 참여한 제럴드 만코 씨는 “엘리큐와 대화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뉴스를 보거나 독서할 때 기분 좋은 방해도 즐겁다”며 “엘리큐는 이제 친구가 됐고, 엘리큐가 없었던 이전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인튜이션 로보틱스는 올여름 미국을 시작으로 판매를 시작 한다고 밝혔으며, 가격은 1499달러로 책정됐다.
인공지능이 생활 패턴으로 질환 파악
케어프리딕트(CarePredict)가 출시한, 고령자를 위한 예방 의료 솔루션 ‘케어프리딕트 홈’도 이번 CES에서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센서와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구성된 장비는 식사나 음주, 보행, 수면, 목욕, 화장실 사용 등 고령자의 다양한 활동을 관찰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고령자가 활동을 자제하면서 우울증 징후를 보인다거나, 잦은 화장실 출입으로 비뇨기 질환이 의심되면 건강 정보를 고령자와 가족에게 제공한다.
케어프리딕트의 사타시 모바 대표는 “이 제품은 (요양시설의 신세를 지지 않고 늙어서도) 변함없이 자신의 집에서 지내고 싶어 하는 고령자를 위한 것”이라며 “걱정하는 가족을 안심시키고 미리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7명 중 1명 ‘인공지능과 대화’
첨단기술의 고령자 친화적 접근은 한 가지 의문을 낳는다. 고령자들이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는 데 적극적일까? 혹은 이런 제품 구입을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열까?
이에 대해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CES를 통해 의미 있는 발표를 했다. 협회가 지난해 11월 온라인을 통해 50세 이상의 미국인 1546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50세에서 64세 사이의 미국인 중 80%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50세 이상 미국인 7명 중 1명은 구글 홈이나 아마존의 알렉사 같은 인공지능 비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은 인터넷 접속 기능을 결합한 스마트 TV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협회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50세 이상의 미국인 약 1억3200만 명이 인공지능 기술 제품에 연간 84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곳이 많다. 지하철 2개 노선이 지나고 시외버스정류장까지 몰려 있어 정신이 없는 사당역에서 가까운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이 바로 그런 곳 중 하나다. 이곳에서 ‘확장된 매뉴얼’ 전(2018년 12월 11일~2019년 2월 17일)이 열리고 있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적벽돌 건물의 미술관은 들어설 때부터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번 전시회의 흥미로운 제목을 설명하기 전 현대미술의 경향부터 살펴봐야겠다. 최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놀랄 만한 일이 발생했다. 예상 낙찰가 한화 1000만 원 정도였던 작품 ‘에드먼드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가 5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에 낙찰된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인공지능(AI)이 그렸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3명의 청년이 개발한 인공지능 화가 ‘오비어스(Obvious)’가 14~20세기에 그려진 초상화 1만5000점의 데이터를 학습한 뒤 그린 초상화다. 이 작품을 보면 프랑스 미술평론가 니콜라 브리오가 그의 책 ‘포스트 프로덕션(Post Production)’에서 언급한 “현대 예술은 어떤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고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확장된 매뉴얼’ 전은 이러한 현대 예술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작품을 변화 발전시켜 확장한 새로운 창작물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회의 독특한 제목은 그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대상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현재 화단에서 독보적인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여류작가 4명의 것이다.
먼저 감상할 작품은 정소영(1979) 작가의 ‘잉크 드롭(Ink Drop 2007)’, ‘물질’, ‘라이트 콜렉터(Light collector)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술 공부를 한 뒤 2007년 귀국한 작가는 우주 공간에 관심이 많다. 또한 그 사이에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현상의 유동성을 표현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주 공간의 수많은 존재는 생성·발전·소멸한다는 것을 상기하고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강서경(1977) 작가의 ‘검은 유랑’과 ‘정(井)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의 특징은 ‘사각형’과 ‘쌓기’다. 동양화를 전공한 강 작가는 사각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고 표현하기도 한다. 2018년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발루아즈 예술상’을 받았다.
맞은편 전시실에는 이은우(1982) 작가의 ‘3, 5, 8, 9mm/W R B Y G NO NR NP NG (2008)’, ‘붉은 줄무늬(2016)’, ‘오뚝이(2018)’가 있다. 이 작가는 물건과 작품의 차이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물건이든 작품이든 그 안에 사회를 담고 공들이는 과정은 차이가 없다는 걸 주장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관람객이 작품을 일상의 물건처럼 편하게 대하길 바라는 마음도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김민애(1981) 작가의 ‘화이트 큐브를 위한 구조물(2012)’, ‘네 모서리(2018)’, ‘바퀴로 움직이는 조각(2018)’, ‘자립조각(2018)’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자화상이자 사회 현상에 대한 풀이다. 주어진 환경과 시스템의 영향으로 개인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벽에 못을 박지도 못하고 창문의 빛도 막지 않은 채 작품을 전시한다. 그래서 새로운 구조물을 세우거나 나무나 신주 등으로 작품 고정 방법을 바꾸다 보니 작품까지 저절로 변화 발전해 확장된 매뉴얼이 됐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을 하도록 해준다. 스마트폰이 두뇌의 확장이듯 개인이 갖고 있는 재능과 장점을 확장한다면 우리 인생의 의미도 더 폭넓어지지 않을까?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보기는 이미 일상적인 문화가 되었다.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이제 새로운 문화에 발맞추어 의미가 퇴색한 ‘경로석’보다 차라리 ‘스마트폰 안 보는 자리’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보곤 한다. 요즘 사람들이 스마트폰에만 열중하자 지하철 창문 위쪽의 광고란이 텅 비어 버렸다. 그러자 틈새를 노린 새로운 광고 수법이 등장했다.
한 아줌마가 재빠른 솜씨로 출입문 옆에 광고지를 붙이고 지나간다. 제목은 ‘떼인 돈 받아줍니다!’ 밑에는 ‘밀린 이자까지’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좀 있으니 허름한 행색의 청년이 바람같이 지나가며 그 옆에 또 다른 광고지를 붙인다. 이번 제목은 ‘월수익 300 보장! 하루 6시간 나이 불문’이란다. 이른바 ‘광고지 돌리기’에서 진화한 새로운 일자리다. 어느새 그 자리에는 서너 개의 광고지가 지저분하게 붙게 되었다.
그런데 10분이나 지났을까. 유니폼 비슷한 걸 착용한 아줌마가 나타나 무자비하게 광고지를 뜯더니 횡 하고 사라진다. 아마도 지하철에 고용된 비정규직 미화원일 것이다. 그 광경 속에서 잠시 ‘밥벌이’로서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광고지를 붙이는 일도 사소하지만, 나름대로 일이고 그것을 떼어내는 비정규직도 버젓한 일이다. 두 개의 절실한 일자리가 충돌하여 순간 일의 의미가 ‘무’로 환원하는 희한한 경험이었다.
현재 온 나라가 일자리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바늘구멍이 되었다. 최근 정부가 일자리 부족을 메우려고 길거리 쓰레기 줍기 같은 단기 일자리라도 만드는 것을 보며 자업자득이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둘째 치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면 일의 개념이나 형태가 이미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초연결사회’가 되어가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다. 일의 형태도 이미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끼리의 일자리 경쟁은 의미가 없다.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 현실에서 시간의 제약은 무의미하고, 휴양지에서 노트북만 있으면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공간은 무제한이다. 그러니 같은 시간,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은 사실 20세기 산업사회의 유물인 셈이다.
아마도 더 큰 문제는 AI라는 괴물의 출현일 것이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얼마나 더 소멸할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말끔한 정장으로 안락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이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어쩌면 AI가 모든 일을 주도하고 인간은 부스러기 같은 일자리에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수백 년 전 영국에서 양털 깎는 기계에 반항하던 노동자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수천 년 전 그리스에서 시시포스가 준 교훈처럼 인간은 본디 무의미한 일을 형벌로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무의미해도 연명을 위해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정부가 시행하는 쓰레기 줍기 아르바이트가 가치 있으려면 사전에 쓰레기 버리는 아르바이트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과거엔 필요한 지식은 전수조사해 모조리 공부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새로운 지식이 업데이트되는 요즘, 박형주(朴炯柱·54)아주대 총장은 지식의 시대를 넘어 통찰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방대한 정보 중에서 유의미한 결론을 끄집어내고 취사선택하는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것. 나아가 이러한 통찰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가 다가오리라 예측했다. 그는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닌 ‘잘 배우는 사람’이 살아남는 미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박 총장은 ‘연결의 시대’에는 각종 전문지식으로 무장했다는 자신감보다는 살아가며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는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런 점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보편적인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책을 통해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두고 어른 세대가 함께 고민해보길 바랐어요. 우리가 젊은 시절엔 대학만 나오면 어느 정도 취업이 보장됐고,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할 수 있었죠. 이제는 학교에서 배운 전공만으로 평생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뭐든 금세 옛 지식이 되어버리거든요. 때문에 전처럼 한 우물 파는 건 무모한 거예요. 요즘은 기업에서도 특정 부서가 필요성이 적어지면서 축소되거나 완전 새로운 분야로 대치되기도 하죠. 다양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들을 연결할 줄 알아야 자기 분야가 대세에서 물러나도 다른 분야로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우리 시대 중장년의 경우 수십 년을 한 분야에 종사하다 은퇴한 경우가 적지 않다. 박 총장의 말대로라면, 100세 시대 노후준비를 위해 재취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생 이모작, 삼모작이라는 말들 많이 하잖아요. 어떤 일을 몇십 년 해왔는데 그 분야가 예전보다 덜 중요해지거나, 파이가 적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예전처럼 ‘내가 하던 일 평생 하다가 은퇴할 거야’라는 생각이 이젠 안 통하는 거예요. 결국 원하지 않더라도 커리어 체인지는 앞으로 많은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나겠죠. 과거보다 대학 평생교육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기존 취미 개념의 문화교양 강좌에서 제2직업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해요. 최근 아주대학교를 포함한 많은 대학에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꼰대로부터 탈피하는 대화의 프레임
소위 옛날 방식으로 젊은 사람에게 고리타분한 말을 하는 시니어를 일컬어 ‘꼰대’라고 부른다. 박 총장은 이러한 꼰대 마인드는 현시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이나 직관에 따라 충고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앞두고 있을 때, 본인들의 젊은 시절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요. 가령 무작정 공부 잘하면 의대 가라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원격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예전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겁니다. 물론 병원 방문자가 줄어든다고 의사가 사라진다는 말은 아녜요. 그만큼 연구를 하는 의사가 늘어날 거라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하루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유능하다 하지만, 미래에는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환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능력이 의사의 소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렇게 계속 직업의 속성과 내용이 바뀌고 있죠. 아직 어린 자녀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려면 10년, 15년 뒤인데 직관만으로 조언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박 총장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대해 자녀와 의논할 때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부모 세대의 조언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사유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끊임없는 사유의 과정을 거쳐 어떠한 결론에 다다르는, 즉 합리적 사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끄집어내는 건 모든 세대에게 통하는 방식이에요. 또, 서로에게 접점이 생기는 유일한 방법이죠. 이러한 프레임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기본 데이터가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데이터를 갖고 대화를 하면 소통이 안 되는 거죠.”
박 총장은 기성세대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실수해도 괜찮다’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프랑스 교육을 모범사례로 들었다.
“프랑스식 수능 ‘바칼로레아’는 나폴레옹 시대 때 만들어져 200년이 넘은 제도인데, 100% 서술형 평가입니다. 답이 틀리더라도 풀이 과정에서 부분 점수를 주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시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요. 그에 반해 우리는 객관식, 단답형 평가이기 때문에 모험을 했다가 실수로 답이 틀리면 손해를 봐요. 즉, 모험이 리워드를 주는 게 아니라 패널티를 주는 셈이죠. 겉으론 모험심 강한 아이들로 기른다고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거예요.”
그는 프랑스의 교육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이 한 가지 더 있다고 했다. 바로 12학년(고등학교 3학년) 때 철학 과목을 가르치는 방침이었다.
“프랑스는 대학 진학률이 낮은 편이라 대부분 학생에겐 12학년이 마지막 교육 과정이에요. 그때 철학을 가르치죠. 그렇게 중요한 과목이라면 왜 1학년 때부터 진작 가르치지 않는지 의아했는데, 그 이유를 들으니 납득이 가더군요. 12학년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학, 과학, 역사 등 정규 수업 과정을 거치죠. 공부하다가 어려우면 좌절도 하고, 내가 이걸 왜 배워야 하냐며 짜증도 내요. 그 고달픈 시간의 끝에 피니싱터치, 즉 화룡점정을 철학이 찍어줘요. 철학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과목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그것이 우리 세계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죠. 배움의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겁니다.”
유연성으로 키우는 문제해결력
지난 과정을 겪기 전에는 철학을 배워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끝나기 때문에 미리 가르치지 않는단다. 박 총장은 프랑스 아이들이 10여 년 동안 배운 것들을 철학 과목을 통해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한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특별한 계기나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것에도 관심을 두다 보면 언젠가 그것들이 꿰어지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는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유연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살다 보면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죠. 난제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분야의 방식을 가져오는 겁니다. 이 분야에서는 어렵지만 엉뚱한 분야에서는 쉬운 해결책이 있기도 해요. 여러 영역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있어야 재빨리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호기심을 유지하는 데서 길러져요. 분야를 편식하지 않고 잡독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터뷰 내내 “여러 우물을 파야 한다”고 강조한 박 총장. 수학자로서 한 우물을 파고 있는 듯 보이는 그가 현재 파고 있는 또 다른 우물은 무엇일까?
“물론 수학에 대한 사랑은 유지하겠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빅 데이터나 인공지능 문제에 기여할 기회를 찾고 싶어요. 실제 세상의 많은 일을 해결하는 데 수학이 유용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의사들과 함께 의료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도 하죠. 수학과 유관하면서도 다른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다 보니 제가 하는 일의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연결인데, 앞으로도 더 활발하게 여러 우물을 파볼 계획입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MRI기반 암 치료장비인 ‘메르디안 라이낙(MRIdian LINAC)’을 도입했다고 11월 5일 밝혔다.
메르디안 라이낙은 MRI(자기공명영상)와 방사선 치료용 선형가속기(LINAC, Linear Accelerator)가 융합된 실시간 자기공명영상유도 방사선 치료장비. 기존 방사선 치료기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엑스레이로 종양 위치를 파악한 후 방사선을 쬐어 치료하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치료 중 환자가 움직이거나 호흡을 하게 되면 종양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치료 범위를 실제 종양의 크기보다 넓게 잡아야하고, 종양 주위의 정상 조직까지 방사선에 피폭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
메르디안 라이낙의 경우 치료 전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해 더욱 정확하게 암세포에 조준한 후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정상조직의 피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방사선 치료 중에도 연속으로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표적 종양의 위치와 해부학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메르디안 라이낙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암의 위치뿐 아니라 크기나 형태 변화도 수시로 점검해 치료계획을 수정하며 정확하게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치료 계획을 변경한다.
인천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계철승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기 전과 치료하는 동안 MRI를 통해 실시간으로 종양을 추적하면서 방사선의 강도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환자의 호흡에 따라 위치가 변하는 폐암과 간암, 조직이 예민해 세밀하고 정확한 방사선량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위암 등 다양한 암 치료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막상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너무 멀게 느껴진다.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 클라우스 슈밥은 자신의 책 에서 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하였다. 당장 이 말만 들어서는 무슨 얘기인지 와닿는 사람이 그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먼 얘기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은 당장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얘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카카오의 카풀 사업 진출이다. 카카오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ICT기술을 활용한 카풀 앱을 통해 출퇴근 시간 택시를 구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택시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 카풀이 기존 택시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택시 대체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은 분명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여 인간의 여러 수고로움을 크게 덜어줄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이 장밋빛 미래인가는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다. 카카오의 카풀 사업 건처럼 이전 수많은 사람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수행하게 되어 더 이상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 직무 종사 근로자의 경우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력수요 전망’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9.8%이며, 청년 체감실업률은 22.8%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2030년까지 172만여 명의 고용변화가 예상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편의를 주겠지만 동시에 가뜩이나 고용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에 고통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 이러한 대전환에 대비하여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적자본을 육성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와 교육·훈련기관에서도 교육제도 개편 및 재교육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드라이빙할 수 있는 고숙련 인력의 수요는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숙련 인력 육성 지원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미래 유망 분야인 로봇, 바이오화학 등 신사업 분야의 자격 종목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3D프린터운용기능사 등 5개 종목을 대상으로 수시검정 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며, 내년 1월에는 로봇기구개발기사, 바이오화학제품제조산업기사 등 12개 종목을 신설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2016년 7월 개발이 완료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과정평가형 자격을 도입하여 국가기술자격의 현장성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5년차를 맞는 과정평가형 자격은 특성화고, 전문대학, 폴리텍 등 직업훈련교육기관에서 교육훈련을 이수하고 내·외부평가를 거쳐 자격을 취득하는 제도이다. 올해 부산권역에서는 56개 기관 39개 종목 3092명이 교육훈련에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참여자 수가 확대되고 있다.
시대의 변혁기에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불안한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만 찾는다. 최근 시니어들은 공인중개사에 열중하여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전국 33만 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청년층은 공무원에 몰두하여 공무원 시험은 기본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다. 그러나 이런 편중 현상이 국가적으로 과연 옳다고 여길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앞서 말했듯 4차 산업혁명은 단순 직무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공인중개사와 공무원의 역할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서 어떻게 변화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할 부분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쓰게 된지는 아직 10년이 채 안 됐지만 이미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의 많은 것을 바꿔버리지 않았는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고도화는 분명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것에 안주하기보다는 新국가기술자격을 통해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시간 부자’라 말할 정도로 4차 산업혁명과 수명 연장으로 인간에게 한가한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일주일에 52시간 일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미래학자들은 머지않아 주 10시간 근로로 충분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 로봇이나 3D프린터 등이 대신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힘든 것은 할 일이 없는 경우다. 한마디로 무료한 생활. 장수가 축복이 아닌 고통으로 바뀐다. “하루가 열흘 같아요~”라던 100세를 훨씬 넘긴 어느 장수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해된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그러한 희망으로 산다. 날로 늘어가는 시간을 잘 활용할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근본적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니어 세대는 대체로 생업에 매달렸고 은퇴 후 여가를 보내는 방법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라는 말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낼 준비나 훈련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여가를 재미있게 보낼지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나는 여가를 보내는 방법을 강의하는데 카메라,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 취미를 권유한다. 스마트폰 사진은 취미로 삼았을 때 따로 장비를 사지 않아 비용이 적게 들고 혼자서 잘 놀 수 있는 문화라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선명도나 화질 등이 카페, 블로그 등 SNS 활용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진은 이미 대중화해 남녀노소가 따로 없고 영상 언어로 실시간 활용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이 담긴 사진이 필요할 때도 생긴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찍을 수 있으나 누군가 주변에 없으면 스스로 촬영해야 한다. 주로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찍거나 셀카봉을 활용한다. 이 경우는 한계점이 있다. 자기 전신이나 특정 행동은 촬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때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 중 ‘타이머 설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타이머는 셔터를 누르면 설정한 시간 후 촬영된다. 가령 카메라 설정에서 10초로 했을 때는 셔터를 누르고 10초 뒤 촬영되는 기능이다. 자기 전신이 잡힐 수 있는 범위에 구도를 잡고 적정한 위치에 스마트폰을 고정해 셔터를 누른 다음 그 위치로 10초 안에 이동하여 자세를 취하면 된다. 나는 거치대 대용으로 빨래집게를 활용한다. 스마트폰을 빨래집게로 집어 고정하면 훌륭한 거치대가 된다(사진 참조).
물론 삼각대를 활용하면 편리하나 일상에서 삼각대를 휴대하기가 쉽지 않다. 빨래집게는 호주머니나 손가방에 넣고 다니기 수월해 쓸모가 많다. 지난봄 초등학교 동창회모임으로 지리산 청학동 계곡에 있는 하동호에 다녀왔다. 친구들이 곤히 잠에 빠져 있는 이른 아침에 혼자서 하동호 언덕배기에서 사진 촬영 장면을 호수 풍광 속에 담았다. 타이머 기능과 빨래집게를 거치대로 사용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한가한 시간을 홀로 보내며 고향의 추억을 되새겨보았다.
여럿이 여행을 떠나 기념사진을 찍으면, 누군가 한 명은 셔터를 눌러야 하기에 모두 함께 담기는 쉽지 않다. 이때 역시 타이머 기능과 거치대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타이머 설정 법은 스마트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타이머를 사용한 후에는 다시 기본 설정으로 바꿔둘 필요가 있다. 특별한 순간을 바로 찍어야 하는데 타이머가 작동하면 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타이머 기능을 해제해 두는 것이 좋겠다.
사진은 예술의 한 분야다. 무엇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피사체에 몰입하는 순간 때론 무아지경에 이른다. 촬영을 위한 여행도 곁들이면 더욱 좋다. 나아가 사진을 통해 재능기부도 할 수 있으니, 여가를 보내는 것 그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1840년에 발표한 ‘독일 이데올로기’에 이렇게 썼다. “사냥꾼, 어부, 목동, 비평가가 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이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물고기를 잡고 저녁에는 가축을 기르면서 하루를 마치며 비평을 하는 날이 올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경제 이론이 있다. 때로는 그 이론이 바뀌고 사라진다. 또한, 그 적용이 세계적으로 일반화하며 관심 밖에 있기도 하다. 환경의 변화가 큰 요인이다.
최근에 이르러 마르크스의 경제학 메시지의 하나인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개념이 관심을 끌고 있다. ‘TECH TREND 2018’(조선비즈)에 따르면 자본주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 적용을 위한 실험이 한창이라고 한다. 스웨덴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같은 정책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며, 멀지 않은 시기에 기본소득 개념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올지 모른다.
기본소득이란 정부가 국민에게 매달 조건을 달지 않고 인간으로서 기본적 생활을 할 수 있는 돈을 지급하는 제도다. 수입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금액을 주고 그 돈의 사용도 간섭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생산을 비롯한 생활의 전반에서 사람의 힘과 역할이 그 주요 바탕이었다. 농경사회에는 가축의 힘을 활용했으나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한 톨의 벼를 수확하는 데도 그랬고 한 켤레의 운동화를 만드는 데도 그랬다. 산업화 시대에 들면서 그 일손 일부를 기계가 도왔다. 근래엔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의 로봇이나 3D프린터, 사물인터넷 등이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일자리나 일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경우 소득 창출의 바탕인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생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이루는 부(富)를 재분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최소한의 소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60세에 배우기 시작하였다. 조기 퇴직 후 금융위기 등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해 고정 소득이 없던 시기였다. 다행히 예순이 되던 해에 국민연금을 받게 되어 취미생활로 사진을 배울 수 있었다. 수령액은 80만 원 내외로, 충분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기본 생활은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기본소득이 된 셈이다. 만약 연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사진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을까? 특히 감성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진의 특성상 그 가능성은 더더욱 적었지 싶다. 최소한의 생계수단인 기본 소득과 같은 연금을 매달 받은 덕분에 사진을 취미로 둘 수 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다. 먹고사는 일이 최우선이 된다는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으나 전문가들이 예측한 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 싶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발생한 경제적 가치를 나눠주는 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겠다. 어느 순간 급속하게 다가올지 모르는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자세히 검토해보아야 할 시점 아닐까? 유비무환이라 했다. 미리 준비하면 우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양반 시대가 부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는 양반과 상민 시대가 있었다. 양반은 하인을 두고 노동력이 들어가는 일은 직접 하지 않고 하인에게 시켰다. 주로 학문을 하거나 벼슬에 올라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했다. 또한, 벼슬에서 물러나면 야인 생활을 하기도 했고 후진 양성에 심혈을 쏟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풍류를 즐기는 데 사용했다. 서예, 그림 등의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게 된 배경일 수도 있다. 골프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양반 측의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을 직접 하느냐 반문했다는 우스개도 있다. 골프 자체는 하인이 하고 구경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몸으로 하는 일은 양반의 몫이 아니었다. 양반 시대의 전형적인 생활 모습이다.
형태는 조금 다를 수 있으나 새로운 양반 시대가 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한 곳에는 인공지능에 의한 로봇이 대신 자리해가고 있다. 특히 힘들고 위험한 일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로봇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고 생산성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 스포츠 용품업체인 아디다스가 동남아 지역 공장에서 본국인 독일로 회귀하였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동남아 지역으로 공장을 옮겼던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로봇으로 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어 해외에 공장을 둘 필요성이 사라졌다. 300명의 종업원이 일하던 같은 규모의 생산량을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하여 상주 인력 10명 정도로 해결하고 있다.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해가고 있다. 드론도 한몫한다. 앞으로 자동주행 자동차도 그럴 예정이며 일반화할 시기도 가까이 왔다. 그뿐만 아니라 3D프린터도 그렇다. 최근 미국에서 총을 3D프린터로 만드는 기법이 공개되었다. 스탠퍼드대학교 제리 카플란 교수는 그의 저서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인조노동자라 쓰고 있다. 사람은 그 인조노동자를 예전의 하인을 부리듯 하고 그 시간을 학문, 문학, 음악, 춤, 여행 등에 사용하게 된다. 노동하는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가히 여가 혁명 시대라 할 만하다. 이러한 모습은 예전의 양반과 상민의 시대를 방불하게 한다. 다만, 하인 대신에 인공지능 로봇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새로운 양반 시대의 부활이 아닐까? 신(新) 양반 시대다. 많은 사람이 기계, 로봇에 종속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편리와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하여 인간이 만들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되리라 여긴다.
전철을 타면 자리에 앉았거나 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승객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몰입해 있다. 길을 걸으면서도 상황은 같다. 친목이나 가족 모임에서도 다르지 않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페 등 온라인 네트워크가 확대되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페이스북에 수백 명, 수천 명의 ‘친구’나 팔로워를 가진 사람들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 함께 하려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음은 아니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 한 사람도 수천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친구를 두고 있으나 늘 외로워 보인다. 때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위로와 격려의 댓글이 달려도 가슴 속에 쌓인 외로움을 해소하지는 못하는가 보다.
SNS의 관계망이 크게 넓어지고 친구가 늘어날수록 깊이는 더 얕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정작 참된 친구를 꼽으라면 열 손가락을 넘지 못한다. 수천의 온라인 친구들과 여유롭게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서 형식적으로 흐르기 쉬운 점도 있다. 다시 말해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수록 직접적인 교류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가끔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싶으나 문자가 대신해가고 있다. 편지도 사라진 지 오래다. 결혼 청첩장도 정성 들여 쓴 봉투 대신에 온라인 청첩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서로 얼굴 보며 부대끼는 관계에서 진정한 친구가 만들어진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교류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두터워지고 관계를 풀어가는 역량이 자연스럽게 훈련되기 마련이다. 요즘의 상황은 그 반대이다. 기계화를 우려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기계화를 좇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은 얼굴도 모르는 수백 명의 온라인’친구’가 아닐 터이다. 가정과 직장, 사회생활에서 직접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다. 직장의 상사와 부하, 동료와 고객 등은 SNS로 진실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런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아도 직장 상사를 친구로 대하기는 거북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상과 같다.
사물 인터넷을 비롯한 SNS 기술이 발달하여 사이버 네트워크는 확대되었으나 직접 접촉의 욕구는 오히려 줄어들지 않는다. 일부 젊은 층은 다른 사람과 직접 접촉과 대화를 꺼리는 현장을 손쉽게 본다. 부부 싸움도 카톡으로 한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아 상대방의 말 듣기를 거부한다. 젊은이들이 이어폰을 끼고 있음은 음악이나 방송을 듣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방편의 하나라 실토함을 들은 적이 있다. 근래에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라는 말이 부상하고 있다. 하이테크 시대에 하이터치, 즉 직접적인 대화와 만남을 요구하는 물결이 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직장인이 장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인간은 과소평가 되었다’의 저자, 포천지의 제프 콜빈이 그 저서에서 답을 주고 있다. “앞으로 기계가 대체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위로해주고 같이 기뻐하는 공감 능력은 인간만이 갖고 있다. 이러한 능력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결코 따라갈 수 없다. 이러한 공감과 관계의 능력을 갖추기만 하면 인공지능의 등장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인간을 위로하는 도라에몽이 등장했어도 상대방과의 공감 능력은 인간을 넘어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진심 어린 인간관계망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다가온다. 행복한 삶은 직장, 가정 등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대면적 관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역량은 인공지능이 퍼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