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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남의 효도
-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스위스에서 삶을 마감한 호주의 생태학자(데이비드 구달)가 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점심때까지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다가 약간의 점심을 먹고 다시 의자에 붙어 있어야 하는 삶이 더는 쓸모가 없다고 보고 올해 5월 자기의 삶을 안락사로 마감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며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원초적 욕망을 창조주의 거룩한 섭리도 가로막지 못했다. 8년 전, 시골에 계신 노모의 허리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단순한 허리 병으로 알고 근처 큰 병원에서 수술했다. 2개월 후 갑자기 소변을 제대로 못 보고 배가 불러온다 해서 이 병원 저 병원에 다니며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최종 결과는 자궁경부암. 말기까지 진행된 암 덩어리가 크게 자라 복수가 찼고 그것이 허리까지 아프게 했을 것이라 한다. 맞춤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설명과 고령이라 힘든 치료 과정을 견디기 어렵고 완치도 장담할 수 없으니 치료보다는 여생을 고통 없이 잘 보내 드리는 것이 진짜 효도가 아니겠냐는 충고를 덧붙였다.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그 병원은 호스피스 병동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치료를 포기하고 가시는 날까지 고통을 줄이는 진통제만 처방하는 것이 마땅한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치료를 하다 보면 혹 기적이라 일어날지 모르니 포기하지 말아야 할지,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가족들 모두 눈치만 보며 장남인 내게 결정을 위임했다. 결론은 자녀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병약해진 한 여인의 생명 연장을 포기했다. 성급하게 결정했다는 후회와 심한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지만 그래도 차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진 어머님은 20일쯤 유명을 달리했다. 임종 3일 전까지 정신도 멀쩡하고 행동에도 평소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 늘어나는 간호비를 은근히 걱정했었다. 문병 다음 날 새벽에 임종했다는 간호인의 전화를 받았다. “올라가서 가족들하고 잘 살아라”라는 희미한 목소리의 어머니 말씀이 남은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유언이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당시의 선택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이 늘 무겁다. 매년 5월만 되면 가슴에 깊이 박힌 원죄의 통증으로 가슴을 부여잡을 때가 많다. 낙인처럼 찍힌 원죄의 업보는 그 어떤 것들로도 대신할 수 없고 오직 운명이 다하는 그 순간에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음을 이순에 이르러 알게 되었다. 처방전이나 진통제를 찾으러 여기저기 다리품 팔지 말고 마음을 잘 보듬으면서 가야 하는 숙명인 것이다.
- 2018-06-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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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다잉 연극단'의 무대 위 웰다잉 수업
-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의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의 커뮤니티 ‘웰다잉 연극단’. 단원 모두 웰다잉 강사 자격을 갖춘 이들로 2009년 3월 창단해 올해로 10년째 자원봉사 형태로 활동 중이다. 웰다잉 연극 ‘춤추는 할머니’, ‘행복한 죽음’, ‘소풍가는 날’ 등을 통해 공감대를 일으키며 더욱 쉽게 죽음의 의미와 준비 방법에 대해 전파하고 있다. 최근 공연작인 ‘아름다운 여행’(장두이 작·연출)은 존엄사 유언장과 사전장례의향서, 버킷리스트를 준비하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암 투병 중에도 항암치료를 견디며 무대에 선 최명환 단장은 “100회 공연을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는데, 이미 초과 달성했다”며 “웰다잉 연극단 10년사를 잘 엮어 책으로 남기는 것이 새로운 버킷리스트다”라고 말했다. 김희숙 부단장은 “단원 모두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둔 상태”라며 “웰다잉 전문가들이지만, 죽음을 주제로 연극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강의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내용을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웰다잉 연극단 총무를 맡은 홍재응 씨는 “연극을 통해 관객은 자기 마음속 이야기와 마주한다. 특히 언젠가 떠나리라 인정하면서도 멀리만 느꼈던 죽음의 문제와 직면하며 실천을 미루거나 망설였던 일들을 상기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통해 연극의 효과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여행’에서 저승사자 역의 방성희 씨는 “웰빙과 웰다잉은 하나이지, 분리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나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 즉,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라고 조언했다. 연극의 주인공인 노인 역의 유한권 씨는 “죽어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간접적으로 죽음을 체득하게 됐다. 그러면서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을 위한 과정임을 깨달았다”며 관객뿐 아니라 연극 단원으로서 느낀 소회를 들려줬다. 단원들은 입을 모아 “우리는 웰다잉을 위해 웰빙하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웰다잉을 실천하길 바란다는 그들의 웰빙 무대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웰다잉 연극단은 올해 2월 4일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인복지관, 평생교육원 등 10곳을 선정하여 무료로 찾아가는 공연을 진행했다.
- 2018-06-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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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마지막 계획 유언, 남긴 대로 이뤄질까?
-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2위를 차지한 ‘유언 작성(웰다잉)’에 대해 유언 공증 전문 이상석 변호사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도움말 유언 공증 전문 공증인 이상석 변호사 사망 후 재산, 신분 등 법률관계를 생전에 미리 정해놓은 자기만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를 ‘유언(遺言)’이라 한다. 유언은 상대의 수락이 필요 없는 단독 행위이기 때문에 물려받는 사람(수증자)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 능력’이 있는 유언자가 ‘법적 유언 사항’에 관해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야 하므로 혼자 임의적으로 작성한 유언은 무효가 되고 만다. 가령 일기나 편지처럼 써놓은 고인의 바람은 유족 간 갈등이나 상황에 따라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이미 작성했다면, 자기 삶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의미에서 주기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실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언은 본인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철회나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 유언 가능한 항목 체크하기 ‘유언 사항’은 법에 낱낱이 규정돼 있어 아무 내용이나 쓴다고 다 유언이 아니다. 예컨대 ‘형제간 화목하라’ 등의 유훈(遺訓)이나, ‘사망 시 화장하지 마라’ 등의 유지(遺志)는 도의적인 의무일 뿐, 따르지 않는다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유언 사항이 아니다. ‘사망 시 내 재산을 누구에게 주겠다’는 유증(유언증여)도 유언의 전부가 아닌, 여러 유언 중 하나다. 1)유증 2)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3)상속재산 분할금지 4)상속재산 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5)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출연행위 6)미성년후견인의 지정 7)미성년후견감독인의 지정 8)친생부인 9)인지 10)신탁의 설정 11)저작권의 등록 12)상속의 준거지법 지정 13)장기 기증에 관한 동의 14)우편계좌 가입자의 권리의 양도 15)유족보상 받을 유족의 순위 16)산재보상 보험급여 받을 유족의 순위 17)선원 사망보상금 받을 유족의 순위 18)전사, 순직 군인의 장례의식의 일부 또는 전부의 생략 19)군 수용자 시신의 인도승낙 유언 방식 결정하기 민법은 다음 5가지 유언 방식만을 인정한다. 그밖에 민법상의 전형적인 유언 방식은 아니지만, ‘신탁법’에 의한 ‘유언대용신탁’ 계약 방식도 있다. #공정증서 유언(유언 공증)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증인 2명 참여하에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여러 유언 방식 중 가장 공신력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공증인은 판사, 검사, 변호사로서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국가(법무부)가 엄격히 심사해 임명한 법률전문가다. #자필증서 유언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 간편하지만 사망 후 무효로 판명될 위험이 높다. 유언 내용 전문, 주소, 성명, 작성 연월일을 자필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 성립된다. 또 인쇄·복사본이거나 필체가 달라도 무효이며, 유언장을 발견한 자가 찢어 없애거나, 위조·변조 시 원본 확인이 불가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녹음 유언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방식. #비밀증서 유언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구수증서 유언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인해 다른 방식에 따라 유언할 수 없는 경우, 유언자가 2명 이상의 증인 참여로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구수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존엄사 유언장까지 작성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임종을 앞두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등)를 받지 않겠다’며 건강할 때 본인이 미리 써두는 ‘존엄사 유언장’의 법정 명칭이다. 일반적인 유언장에 기재하는 유언 사항이 아니므로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법적 양식에 따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언론인 출신 최철주 웰다잉 전문가는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내용이 다르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할 때 또는 노인 증세가 나타난다고 자각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둬야 한다. 그저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작성하고, 그 뜻을 밝혀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유언 공증의 장점 1)법원의 검인절차 생략 유언공정증서는 곧바로 진정한 공문서로 인정된다. 따라서 자필 유언장처럼 상속인 전원이 몇 달 동안 법원에 불려 다니며 번거로운 검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2)상속세 절세에 유리 10억 원 내의 재산의 경우 생전증여보다 유언 공증으로 유증받는 게 상속세 공제 폭이 넓다. 생존 배우자가 유증받지 않더라도 형식상 ‘배우자 공제 5억 원+일괄공제 5억 원=합계 10억 원’을 공제받아 유증으로 인한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3)최대 500억 원 가업상속공제 망인이 기업인으로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미리 상속인들에게 가업이나 주식 전부를 유언 공증으로 물려주면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4)유산 기부 가능 사후 재산을 사회복지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에 기증하거나 재단법인 설립 및 공익신탁을 설정하고 싶다면 유언 공증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을 물려받을 상속인이 없는 경우, 전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므로 기부를 원한다면 미리 유언 공증을 해둬야 한다. Q&A로 알아본 유언 작성 이모저모 Q. 치매에 걸려도 유언이 가능한가? 의사 능력이 없는 중증 치매 환자(피성년후견인)는 유언이 불가능하다. 단, 치매에 걸렸더라도 정신이 일시적으로 돌아와 의사 능력을 회복하고 있는 때라면 의사가 유언서에 ‘심심 회복의 상태’를 부기(附記)하고 서명날인한다면 유언할 수 있다(민법 제1063조). 그러나 아무리 의식이 또렷하고 필담이 가능하더라도 말로 대화할 수 없다면 유언 공증이 어렵다. Q.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했는데, 자녀가 먼저 죽게 된다면? 수증자가 먼저 사망하면 유언의 효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다시 유언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유언자와 수증자가 같은 비행기를 탔다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유증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유증이 무효, 실효되면 유증 대상은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Q. 유언장에 전 재산을 준다고 썼는데, 기재하지 않은 유산은 어떻게 찾아낼까?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 모르게 비밀리에 유언하면서 재산 내역을 꼼꼼히 기재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나 대리인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 안심상속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소유, 자동차 소유, 국민연금, 국세, 지방세 등 총 6가지 재산조회가 가능하다.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7~20일 정도 걸린다. Q 유언을 하며 ‘효도계약서’도 작성할 수 있나? ‘조건부 유증’을 하면 된다. ‘유언자 여생 동안 수증자가 효도를 다하면 사망 시 유산을 넘겨주겠다’는 식으로 ‘효도계약’을 이행하도록 조건부 유증을 하는 것이다. ‘한 달에 몇 번 손자녀를 데리고 찾아오라’거나 ‘매월 부모 용돈으로 얼마씩 지급하면 그의 10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주겠다’ 등 효도계약 조건을 어떻게 할지는 공증인과 의논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Q 보험금과 연금도 유언을 통해 물려줄 수 있나? 보험금과 연금은 유언 공증 대상이 아니다. 보험금은 보험수익자가 수령하도록 되어 있고, 상속재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수익자가 수증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미리 보험회사에 말해 보험수익자를 수증자 명의로 바꿔놓아야 한다.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의 연금수급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유언 공증이 안 된다. Q. 유언 공증을 할 때, 추가로 녹음이나 촬영을 해두면 도움이 될까?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 유언공정증서는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고 아주 강력한 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음에 의한 유언을 했더라도 그 녹음을 유언자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민법 제1091조).
- 2018-06-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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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돌아보게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 이야기다. 오늘날 ‘돈키호테’라는 말은 현실을 무시한 공상가에 비유하거나 그런 인물의 유형을 ‘돈키호테형’이라 부르며 쓰이고 있다. 돈키호테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 자신이 기사라 생각하며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어릴 적 동화책을 통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산초라는 좀 모자라는 듯한 하인을 거느리고 돌아가는 풍차를 악마라 여겨 공격하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이날 뮤지컬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돈키호테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심히 나아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점점 무더워지는 초여름, 멋진 공연을 보러 나서는 길이 즐거웠다. 주인공으로 뮤지컬 전문 배우 오만석 씨가 캐스팅되어 그가 그리는 돈키호테는 어떤 과연 모습일지 기대되었다. 공연장에는 돈키호테를 보려는 관객들로 층마다 성황을 이루었다. 가족 또는 연인들이 짝을 이루어 무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포토존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심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구석진 곳에 있는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포스터 속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글귀가 마음에 닿았다. 돈키호테는 남이 이해해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좇아 나아가는 용감한 기사도 정신을 가졌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살면서 몇 가지의 꿈이 있었다. 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실행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적이 여러 번이다. 돈키호테와 나를 비교하는 건 우습지만 나도 돈키호테처럼 용기를 갖고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공연을 기다리면서 지나간 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무대가 시작되자,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 천장의 문이 열리고 새로운 죄수가 감옥에 들어온다. 그들은 바로 소설 ‘돈키호테’를 쓴 미겔 데 세르반테스와 그의 시종이었다. 세르반테스가 교회에 세금을 추징하려고 압류 딱지를 붙였다가 신성모독으로 기소당해 감옥에 와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감옥의 왕초 격인 ‘도지사’는 세르반테스를 위선자라 비웃었는데, 이에 세르반테스는 죄수들을 배우로 삼아 즉흥극을 벌이며 자신만의 방식대로 변론에 나선다. 라만차에 사는 늙은이 알론조는 자신이 돈키호테라 착각하고 시종 산초를 데리고 모험을 찾아 떠난다. 여관을 성이라 여기고 그곳에서 일하는 알돈자를 꿈에 그리던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믿어버린다. 결국 자신이 돈키호테가 아니라 나약한 노인임을 깨달은 알론조는 쓰러지고 만다. 임종을 앞둔 알론조에게 알돈자는 ‘그 꿈 이룰 수 없어도’라는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에 알론조는 그녀를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다시 일어나라고 소리치다가 숨을 거둔다. 이렇게 그들의 연극이 끝날 무렵 세르반테스의 재판 차례가 되어 밖으로 나간다. 이어 죄수들은 ‘임파서블 드림(Impossible dream)’을 합창하는 장면에서 콧날이 시큰했다.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1인 2역을 소화한 배우 오만석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손뼉이 절로 쳐졌다. 각자의 역할을 멋지게 보여준 다른 배우들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내며 감동의 공연 관람을 마쳤다. 이번 뮤지컬은 이전에 보았던 돈키호테와는 색다른 연출이라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돈키호테의 절규에 많은 이가 공감하고 열심히 살아가길 바라본다.
- 2018-06-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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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복쟁이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제2 인생을 살다
-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세상이 시끄러워지는 뉴스가 있다.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 이야기다. 젊은 주민이 나이 많은 경비원을 폭행하지를 않나, 경비원을 마치 머슴쯤으로 생각하고 자기 집 허드렛일을 시키지 않나, 주민이 잘못하고도 경비원에게 뒤집어씌우지를 않나.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면 보기도 좋고, 편안하련만. 군대에서 부하가 상관에게 바짝 긴장해서 거수경례를 강요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경비원이 사는 모습도 별반 다를 게 없는데 말이다. 세상이 왜 이럴까. 경비원의 삶은 어떤지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서 지인이 사는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A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50대 중반에 시작한 게 벌써 60대 중반이 됐습니다. 10년이 조금 넘었군요. 처음엔 잠깐 하면서 다른 더 좋은 일을 찾아보려던 것이 이렇게 오랫동안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는 부인과 슬하에 1남 1녀를 둔 올해 나이 66세 가장이다. 딸은 결혼했고, 아들과 세 식구가 함께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다. 고향은 충북 청주라고 했다. “시골에서 살았는데 어릴 때는 잘 살았습니다. 양반집에 형편도 좋고요. 외가댁이 마을 유지였어요. 제가 마흔 살 때쯤까지만 해도 어머니를 ‘아기씨’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그 시대에도 대학 나온 엘리트였고 농협 임원으로 사택에서 살았다고 했다. 아버지 나이 서른아홉 되던 해에 병을 얻는 바람에 더는 직장에 다닐 수 없어 사표를 냈다. 당연히 사택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병명을 몰라 용하다는 병원이 있다면 전국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했다. 그 많던 땅도 하나둘씩 팔다 보니 가세는 점점 기울어만 갔다. 나중에는 하나도 안 남더란다. 얘기하다가 깊은 한숨을 쉬고는 이야기를 멈춘다. 경비원 A 씨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인다. A 씨는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다. 아버지 일만 생각하면 지금 일처럼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다. 그 옛날이야기가 바로 눈앞에 닥친 현실처럼 아픈 상처로 남아있었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삶이 순조롭게 흘러갔다면 A 씨도 의사가 됐을 것이다. 아버지 병은 고치지도 못했고 20년간 병석에 누워 계시다 추석날 임종했다. 그때 A 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남은 건 작은 전셋집 하나에 여섯 식구뿐이었다. 5남매 장남인 A 씨는 졸지에 가장이 됐다. 어머니는 양반집 귀한 막내딸로 태어나 아무것도 할 줄 모르셨다. 자존심이 강해서, 양반 체면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누나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입이라도 하나 덜려고 일찍 시집을 보냈다. A 씨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대학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대학 진학은커녕 고등학교도 담임 선생님 도움으로 겨우 졸업했다. 그해 봄, 온 식구가 서울 강북구 삼양동 산동네로 이사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양복쟁이가 돼 새로운 삶을 꿈꾸다 서울에서 얻은 첫 직장은 이모부가 경영하는 소공동의 유명 양복점이었다. 이모부 밑에서 잔심부름과 허드렛일부터 하기 시작했다. 어깨너머로 조금씩 익혀 나중에는 디자인, 재단, 재봉까지 정식으로 배우면서 일했다. “월급이라야 그땐 쥐꼬리만큼도 안 됐어요. 그래도 일 다 배우고 나면 기술자로 대우받을 수 있잖아요. 그 희망 하나로 아무리 힘들어도 참아 낼 수 있었어요. 삼십 대 후반에 양복점을 열었어요. 초반에 꽤 괜찮았는데 기성복이 아주 잘 나오다 보니 맞춤 양복이 점점 사양길에 접어들었습니다. IMF 때문에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니 양복을 맞춰 입던 사람들도 발길을 멈췄어요.” 적자가 불어나기 시작했고 나이가 들어 눈도 점점 침침해졌다. 양복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A 씨 나이 50대 중반이었다. “평생을 양복쟁이로 살아온 내가 다른 걸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요.” 아파트 경비원 제2 직업이 되었다 양복점 문을 닫고 한 달쯤 쉬고 나니까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평생 쉬어 보지 못했던 삶이었다. “일만 하다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니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나중에는 밥도 잘 안 넘어가더라고요. 뭐라도 해야 마음 편할 것 같아서 구인·구직신문을 가져다 열심히 살펴봤습니다.” 아내와 진지하게 의논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하면 어떻겠냐고. “집사람이 ‘지금까지 사장님 소리 듣던 사람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도 힘들 텐데 자존심 상하는 일이 얼마나 많겠냐’고 그러더군요. 그런 걸 견뎌낼 수 있을까. 다른 일을 좀 더 찾아보다가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하더군요.” 아내의 말도 일리는 있었지만,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자존심 꾹꾹 눌러 접어 두고 이력서를 들고 가서 경비원 면접을 봤다. “대기실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나보다 훨씬 돈 많고, 형편 좋은 사람도 많더군요. 자기 소유 건물이 있어서 임대수입만으로도 생활을 충분한데 집에서 놀면 뭐하냐는 생각이 지원한 사람이 있더군요. 고등학교 교감, 공무원 국장, 육군 장교 출신도 있고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다행히 그때 만난 사람들과 함께 합격해 경비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경비원을 초기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억울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가면 달리할 것도 없으니 그러지도 못했다. 죽을 맛이었다. 경비원 생활하면서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용역회사 횡포 심해요. 간혹 나쁜 주민이 와서 억지 부리고 몰상식하게 행동할 때도 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할 때 주민들과 마찰이 잦아요. 재활용 안 되는 쓰레기를 잔뜩 담아 와서 억지 부리기도 합니다.” 자신이 경비원이 된 이후 낙엽과 하얀 눈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아내가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낙엽이건 눈이건 제가 다 치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맘 놓고 좋아할 수가 없대요. 그런 집사람을 보면, 내 맘도 짠합니다. 저도 물론 낙엽이나 눈을 쓸 때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요. 온몸이 쑤시고 아프죠.” 나의 직업은 경비원,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 올봄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취직을 못 해 걱정이라는 A 씨. 아들에게 미안해 취직 얘기는 물어보지도 못한다. 그래도 마음은 어서 빨리 아들이 취업했으면 한다고. 서로 눈치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여유 있는 삶을 꿈꾼다고 했다. “이제 점점 나이도 먹고 힘도 달리고요. 사실 그만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집사람과 같이 여행 다니고 느긋하게 살고 싶어요. 맛집도 다니고요.(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그 안을 들여다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다를 게 없다고 말이다. 주민이 경비원에게 ‘갑’질을 해대는 뉴스가 가끔 들린다. 주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급료를 지급하면 ‘갑’이 될 수 있을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아파트 단지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낯선 자의 방문 제한, 주차문제, 택배 보관, 이사 들고 날 때, 이웃 간의 소음문제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일을 주민 대신하는 이가 경비원이다. 주민 편의를 위해 많은 일을 하는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 인사’ 한마디 건네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다.
- 2018-05-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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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페르시아의 양탄자다”
- 수원의 공군부대 110대대 라운지에서 근무한 지 몇 개월이 지나서 필자는 사표를 냈다. 공부하려고 백화점 일도 그만두었는데 근무가 끝난 다음에 시간을 갖는 것으로는 아무래도 양에 차지를 않았다. 그래서 전적으로 공부에만 매달리기로 결심하고 과감하게 일을 포기했다. 그런 다음 새벽에 서둔야학에 가서 혼자서 공부를 했다. 연습림의 새벽 공기는 차다. 그리고 신선하다. 공기가 맑아서인지 머리 또한 맑았다. 도서실에 있는 헌 참고서를 뒤적이며 공부를 했다. 어쩌면 공부가 그렇게도 재미있고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오는지…. 몇 개월 동안 만져보지 못한 책, 그리고 공부에 대한 갈증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니었기에 필자는 목마른 사슴 처럼 정신없이 마셨다. 지식이라는 단물을. 오랜만에 책을 잡는 기쁨이 칠년대한에 단비를 만난 듯한 기쁨이었고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감격이었다. 공부를 한참 하다가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는데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서 그런지 그럴 때도 강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선생님들이 보시던 것을 혹은 당신 친구들에게 얻어다가 도서실에 마련해주신 각종 참고서가 무엇보다도 요긴하게 쓰였다. 참고서 하나 변변히 사볼 형편이 못 되었던 필자는 야학 도서실에 있는 참고서만을 의존해 공부를 한 것이다. 그즈음 야학 도서실에 있는 책 중에서 우연히 손에 쥐고 보게 된 것이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였다. 책을 보던 중 ‘인생은 페르시아의 양탄자다’라는 구절이 필자의 머릿속으로 전광석화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필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별안간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나는 내 나름대로의 무늬를 짜 가면 되는 것이다. 남이 뛰어간다고 초조해하지 말자. 나는 걸어가면 된다. 나는 나 나름대로의 삶의 형태가 있는 것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다. 보다 잘 죽는 것이다. 임종의 침상에서 웃으며 죽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결코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 생각하며. 웃자. 밝게 살자.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자. 감사하며 살자.’ 그렇게 필자 나이 열아홉 살, 그때부터 인생관을 확립하게 되었다. 그동안 남과 비교하며 좌절하고 열등감에 빠지곤 했던 자신이 우습게 생각이 됐다. 더 이상 초조하지도, 괴롭지도 않았다. ‘이젠 웃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부터 웃으며 살 수 있었는데 이따금씩 사람들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항상 웃으면서 살아요?’ 그러면 그냥 웃었다. 필자의 웃음은 그냥 얻어진 웃음이 아니다. 10대의 혹독한 시련과 모진 아픔 속에서 얻어진 웃음이다. ‘인생은 페르시아의 양탄자다’라는 말의 뜻을 후에 분석해보니 그 당시 필자가 생각했던 의미가 아니었다. 필자는 각자 나름대로의 무늬, 즉 각자의 삶에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읽었는데, 페르시아의 양탄자 무늬가 아무 의미가 없듯이 인간의 삶도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지구상에 생겨난 그 많은 생물 가운데 하나인 인간에게 의미 따위가 있을 리 없다’는 ‘인생의 허무’에 초점을 맞춘 말이다. 필자가 단단히 오해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설을 읽고 소화할 때 작가의 의도대로 이해를 하든 오해를 하든 그것이 문제 될 일은 없다고 본다. 무엇이든 얻는 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갈등과 의혹에 빠져 있던 필자가 길고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살아가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될 때 기쁘다. 요즘에는 가르치는 데 필요해서 컴퓨터 관련 서적을 보다 보니 참 재미있다. 제자들에게 “어때 공부하기 재미있지?”라고 물으면 “아니요, 재미없어요. 지루해요”라고 대답한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소리는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그럴 때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건데요. 불행히도 여러분은 너무 좋은 부모님을 만나 배움에 굶주려본 적이 없으니 그렇게 소중한 기쁨을 느껴 볼 새가 없는 거예요. 공자님도 말씀하셨죠. 인생삼락을. 삶에 있어서 공부하는 즐거움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에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기억력이 왕성한 여러분 나이에 하나라도 더 알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정말 필요해요.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것이 없어요. 그렇다면 인생의 봄을 보내고 있는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요즘 아이들은 배고픈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서러운 일인지 모른다. 특히 배움에 대한 굶주림이 얼마나 절망스러운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기가 싫어 몸을 뒤트는 제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 시간에 청계천 평화시장 한 모퉁이에서는 그들 나이의 봉제공들이 불과 4~5평의 공간에서 먼지를 들이마시며 하루 종일 재봉틀을 돌린다. 밤잠도 제대로 못 자며 중노동에 시달리는 소녀들이 있는 것이다. 교복이 입기 싫어 될 수 있으면 사복을 입으려 하는 제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교복 입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소원이었던 필자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다. 요즘 아이들은 필요한 것을 요구하기 전에 미리미리 다 채워지니 아쉬울 것이 없다. 부족한 것 없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삶과 어려운 항해를 마친 필자가 바라보는 삶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 2018-03-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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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대백과사전을 떠나보내던 날
- 이사할 때마다 무수히 책을 버렸건만 끝내 버리지 못한 책이 있다. 바로 30권짜리 세계대백과사전이다. 젊은 시절 직장 생활할 때 우연히 책 외판원을 하던 지인으로부터 장기할부로 산 책이다. 두꺼운 장정에다 몹시 무거워 한 번에 세 권 이상을 드는 것조차 힘에 부친다. 한 번 옮기려면 열 번은 왕복해야 하고 자주 펼쳐 보지도 않는 책인데 버리지 않고 끼고 다니는 것은 불가사의다. 물론 자신을 과시하는 듯이 중후한 외관 때문이기는 하다. 책장의 맨 아랫단에 일렬로 가지런히 세워 놓으면 품위도 있거니와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들어 그 무거운 녀석들을 막무가내로 끌고 다닌 혐의가 짙다. 그러나 그런 이유만으로 이삿짐 옮기는 인부들의 눈총을 참아가며 보관을 고집한 것은 아닐 터이다. 어쩌면 거기에는 미처 생각지 못한 심오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와서 그리도 버리지 못한 이유가 어쩌면 그것이 내 몸의 일부 같은 느낌 때문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비록 읽지는 못했으나 언제나 거기에 머리를 대신하는 무수한 지식이 놓여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 말이다. 마치 요즘 스마트폰이 없으면 잠시도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그런 심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세계대백과사전은 아날로그 시대에 나의 신체 일부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미 시대가 달라져 지금은 손안의 작은 스마트폰 속에 그의 수십 배에 달하는 지식이 들어 있으니 방대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세계대백과사전은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어느덧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한 시대를 대표하던 스승의 죽음 같다고나 할까.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눈칫밥을 먹고 있는 스승의 모습이 안쓰러워 마침내 장례를 치러 드리기로 결심했다. 장례의 결단은 내렸지만 치우기도 만만치 않아 일단 고물을 취급하는 곳을 검색했다. 혹시 약간의 금전을 받고 무거운 것을 처치하면 일거양득이란 얄팍한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를 해 보니 옷가지면 몰라도 책은 가져가 봐야 돈이 되지 않고 무겁기만 해서 안 가져간단다. 어쩔 수 없이 재활용 처리장을 장례식 장소로 정했다. 책장에서 빼내 문 앞으로 옮기면서 문득 시신 기증이 떠올랐다. 언젠가 ‘죽으면 썩어질 몸! 태우는 데 돈을 쓰느니 자손들 편하게 시신 기증을 하면 어떨까.’ 하고 고민했던 적이 있다. 우리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면 아무 쓸모 없는 몸뚱이에 불과하듯 방대한 지식으로 가득 차 구텐베르크 이후 근대의 가장 찬란했던 성과물인 세계대백과사전도 어느덧 흘러가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듯 시신 기증을 하는 처지로 전락했구나 생각하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한 시대의 거인도 이젠 한낱 미용 티슈로 전락하겠구나 생각하며 마치 임종을 지키는 비장한 얼굴을 하고 남편과 낑낑대며 재활용 처리장으로 향했다. 늘 처리장을 지키며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노인과 눈인사를 하고 종이 수집망 앞에 책을 놓았다. 순간 노인의 눈이 빛나는 것을 눈치챘다. 노인은 슬며시 책을 따로 챙겼다. 짐짓 모르는 체하고 “아, 책은 분리수거 대상이 아닌가요?” 하고 물었다. 노인은 멋쩍은 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아니 이 책은 귀한 것 같아 손주 녀석들 공부하라고 주고 싶어서.” 아! 이런 걸 기사회생이라고 하는구나! 아직 구시대 스승을 존중하는 사람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정중히 시신을 인계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남편과 집으로 돌아왔다.
- 2017-12-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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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시작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알고 계시나요?
-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 10월부터 시작된 시범사업이 내년 1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사회적으로 논의된 것은 2009년 ‘김 할머니 사건’ 이후부터다. 당시엔 ‘사전의료의향서’로 불렸고 이후 민간 차원에서 캠페인을 통해 작성되기도 했다. 정부의 공식 사업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제각각 이뤄져 작성을 고려하는 시니어 입장에선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과연 어떻게 써야 할까. 정부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이번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해 희망자와 상담하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작성된 의향서를 등록해주는 기관과 작성된 의향서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이행하는 병원이 지정된 것이다. 정부는 이 기관들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진단해 시범사업 이후 제도를 시행할 때 보완할 계획이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정부가 시범사업을 위해 지정한 기관으로 연락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비공식 기관에서 작성하면 효력 없어 현장 관계자들은 정식 등록기관이 아닌 비공식 민간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유도하는 곳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이들 민간기관들은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 임의로 만들어진 양식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하면서 작성과 보관에 대한 비용 등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시범사업의 공식 등록기관들은 의향서 상담과 작성비, 등록비를 받지 않는다. 관계 기관은 여전히 활동 중인 비공식 민간기관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설립추진단 백수진 부장은 “시범사업 등록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작성된 의향서는 양식이 동일해도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등록 과정에서 진행되는 상담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작성된 의향서들 역시 법적 효력은 없다. 다만 현재 의향서 작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사능력이 없는 환자라면 과거에 작성한 의향서를 추정적 의사로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참고자료일 뿐 효력을 지니진 못한다. 의사능력이 없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가족 2인의 동일한 의사 진술이 있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상 가족 전원의 합의도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시범사업에서는 제외된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각 공식 등록기관이 지방의 다른 협력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한 상담과 작성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등록기관 중 2개의 의료기관을 제외하면 공식 등록기관이 서울에 두 곳, 대전에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타 지역의 수요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문제는 협력기관과 비공식 민간기관을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은 “반드시 공식기관을 통해 주거지 인근의 기관이나 상담사를 안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희망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더 있다. 의향서 효력에 관한 내용이다. 공식 등록기관인 각당복지재단 관계자는 “간혹 의향서를 작성하고 나면 교통사고 등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 등 의학적 처치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을 때만 진행하며 의향서를 작성했다 해도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에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웰다잉 교육과 숙고 필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결정하는 안락사나 존엄사로 이해하는 것도 문제다. 의향서 작성은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할 수도 있는 의학적 처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생을 일찍 마감하고 싶다고 해서 죽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는 아니다. 시행 관계자들이 연명의료결정법이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11월 15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총 1331건. 적지 않은 숫자다. 현장 실무자들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결정하기 전에 관련 기관에서 진행하는 웰다잉 수업 등 교육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결정하는 일은 심사숙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 2017-12-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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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 유명 아이돌 중 한 명의 집 개가 사람을 물어 사망한 뉴스를 접하고 또야 생각이 난다 “다녀 오겠습니다” “미끄럼 조심해” 큰애가 진눈깨비 오는 날 우산 챙겨 외출을 한다 일주일 후 왠 강아지를 안고 들어온다 “아이구 예뻐라 누구네 강아지야“ “엄마 할 얘기가 있어” 왠지 스치는 이상한 예감 “일주일 전 진눈깨비 많이 온 날 아파트 앞에 얘가 흠뻑 젖어 제대로 서지도 못 하고 비틀거리며 있는 거야. 하도 안 되서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해 주라하고 돈도 주고 나왔는데 아까 데려가라고 전화가 온 거야. 우리는 키울 수 없으니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니 요즘 IMF로 이런 강아지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유기견 보호소로 연락할 수밖에 없는데 주인이 안 나타나면 보름 지나 안락사 시킨데 우리가 키우자” 이상한 예감은 늘 적중한다더니 바로 그 꼴이다 지난해까지 강아지를 키우다가 잃어버려 마음이 너무 아파 이제 다신 키우지 않기로 아이들과 약속도 했는데 다른 두 애들이 들어오면 더 큰일이라 단호하게 안 된다 하자 그때부터 어떻게 죽이냐며 울기 시작한다. 띵똥 아이들이 차례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셋이 운다. 우리들이 돌아가며 당번제로 키울 테니 기르게만 해 달란다. “안 돼” 우리 방에서 절대 나오지도 못 하게 하고, 변도 우리들이 치우고, 목욕도 시키고 병원도 우리가 데려가고 모든 비용도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엄마~~ 자식을 누가 이겨 그럼 지난번 나간 애 대신이라 생각하고 이름은 또 들어왔으니 “또야”다 너희들이 약속한 거 하나라도 안 하면 내다 버릴테니 그리 알아 금방 야호 소리가 나고 난리도 아니다 너무 고생하고 힘들었던 스트레스 때문인지 등이 굽은 잡종 또야는 일주일 쯤 적응기간이 끝나 그렇게 한 식구가 되어 집안을 즐겁게 만들기 시작한다 자신을 데려온 게 큰애라선지 집에 큰애만 있으면 그 곁을 떠나질 않는다 아이들 약속은 한 달이 가질 못 하고 모든 게 엄마 몫이 되었지만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밖에 나갔다가도 친구들과 일찍 헤어져 또야 건사하기 바쁘다 식구들이 외출하면 누군가 들어올 때까지 대문 앞에 앉아 아무 것도 안 먹고 기다리고 변은 전 집에서 훈련받은 결과인지 몰라도 제대로 가리고 식구들 외출할 때 차에 태우면 아마 전 주인이 차에 태워 아파트 앞에 놓고 간 기억이 남아 있는지 얼마나 짖어대며 안 탈라하는지 또야는 대단히 호전적이었다. 다른 강아지를 보면 품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내려 자신보다 몇 배는 큰 개에게도 거침없이 달려들어 물고 흔들어 큰 개도 피할 정도로 법석을 떨어 식구들을 난처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세월이 흘러 또야도 나이가 드니 털이 빠지고 이빨도 빠지고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전담으로 먹이고 용변 뉘고 편하게 해 주려 온 정성을 다 한다 아이들도 일찍 들어와 함께 놀아준다. 몇 달이 지났다 갑자기 옆으로 누워 거의 숨을 못 쉰다. 일반 동물병원의 차원을 넘어선 듯하다 동물들의 종합병원 건국대로 달렸다 각종 검사가 실행됐고 임종이 몇 시간 안 남았다는 판정을 받는다. 병원 권고에 따라 더 괴롭지 않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안락사 시키기로 결정하고 온 식구들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할 때 잠시 반짝 하는 듯 했었지만 결국 커다란 문 안으로 사라졌다 화장(火葬)도 병원에서 알아서 해 주고 유해는 목걸이로 만들어 전해 준단다. 얼마 후 목걸이가 도착했다 선산 부모님 산소 곁에 묻어줬다 산소에 갈 때는 또야 제물도 가져가 부모님 산소 잘 지키라 당부하고 온다 반려동물 보호법만 있고 반려동물 키우기 지침이 없는 게 현실에서 또야 생각이 더 난다.
- 2017-10-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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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추천 전시, 도서, 영화, 공연
- ◇ exhibition 무민원화전: Moomin Original Artworks 일정 9월 2일~11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핀란드 화가 토베 얀손(Tove Jansson, 1914~2001)의 손에서 탄생한 ‘무민(Moomin)’의 70여 년 연대기가 펼쳐진다. 무민은 1945년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와 더불어 저작권자(얀손의 조카 소피아 얀손)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과 오브제까지 총 3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무민캐릭터스,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던 주요 작품들이 이번 국내 첫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무민 라이브러리, 무민 상영관 등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참여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The Selby House:#즐거운 나의 집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아티스트 토드 셀비(Todd Selby, 1977~)의 작품 40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 사진들뿐만 아니라, 일상 소재에 위트를 더한 일러스트레이션, 영상, 그리고 새롭게 창작한 대형 설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입구부터 시작해 전시장 내부, 정원, 카페까지 미술관 전체가 즐거움으로 가득한 ‘셀비의 집(Selby’s House)’으로 꾸며졌다. 유명인들의 사적 공간을 담은 사진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거실, 침실, 작업실을 재구성한 ‘셀비의 방’과, 그의 유년기 시절 꿈과 기억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셀비의 정글’은 관객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 book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재닛 웨어 저·인물과 사상사 간호사로서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해온 저자가 임종 환자를 지켜보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은 탄생 못지않은 기적임을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 유홍준 저·창비 1993년부터 시작한 답사기가 남도, 제주, 북한, 일본 등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인간사 등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종묘와 더불어 창덕궁, 창경궁 구석구석을 살피며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과 삶의 애환 등을 담았다. ◇ movie 안녕 히어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늘날의 노동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품을 연출한 한영희 감독은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이에 대한 다양한 화두가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현실은 나아지지 못한 실정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노동과 해고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영화의 영문 제목을 ‘굿바이 마이 히어로(Goodbye My Hero)’라고 지으며 “세상의 영웅(노동자)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봉 9월 7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한영희 출연 소년 현우, 아빠 정운 치어댄스 일본 최고의 고교 치어 댄스팀 ‘제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팀의 탄생부터 이후 3년간의 도전기를 담았다. 인생에서 가장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고교 시절을 그린 성장 스토리로 중장년에게는 추억을, 청춘들에겐 용기를 북돋워준다. 한국에서는 로 잘 알려진 히로세 스즈가 몸치 소녀 ‘히카리’ 역을 맡았다. 또 로 익숙한 아마미 유키가 호랑이 선생님 ‘사오토메’ 분을 연기하며 훈훈한 사제지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출연 배우들이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반년 동안 특훈과 합숙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며 영화 속 치어리딩 장면이 기대를 모은다. 개봉 9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가와이 하야토 출연 히로세 스즈, 토미타 미우, 아마미 유키 등 ◇ stage 쿵짝 지난해 초연에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달성했던 뮤지컬 이 1년 만에 재연을 확정지었다. 주요섭 작가의 단편소설 의 옥희를 주인공으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삶의 의미에 대해 재조명한다. 장소 동숭아트센터 일정 9월 30일까지 연출 우상욱 출연 윤여진, 권태진, 조현식 등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신념을 지키려는 선생님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 사이의 대립을 그렸다.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 잘 짜인 논리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일정 9월 8일~10월 15일 연출 이재준 출연 우미화, 박정복 등 틱틱붐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성기윤을 비롯해 의 원년 멤버들이 뭉쳤다. 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작품을 향한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소 대학로 TOM 일정 8월 29일~10월 15일 연출 박지혜 출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등 서편제 소리꾼의 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 유봉과 그의 딸 송화, 의붓 남동생 동호의 50년을 넘나드는 소리 인생을 그린다. 판소리 가락과 함께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이 제작한 서정적인 록, 발라드 등이 독특한 앙상블을 이룬다.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일정 8월 30일~11월 5일 연출 이지나 출연 이자람, 차지연 등
- 2017-09-06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