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꽃기타 모임에 나갔다. 꽃기타란 꽃피는 기타의 줄임말이다. 중년 이후를 즐겁게 보내자는 의미로 결성된 모임인데 구성원 중 기타를 잘 치는 분이 거의 무보수로 가르쳐준다. 처음엔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기타를 배우는 게 어렸을 때 꿈이라 참여했는데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열 명 넘는 인원이 기타를 치려면 꽤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방음이 잘되는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공간을 이용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확산되고 캠퍼스 문이 닫히면서 우리는 기타를 메고 만나는 일이 없어졌다. 가끔 번개처럼 일정을 잡아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지냈다.
살아온 시간들이 있어 이야기는 늘 풍부하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연명치료 같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 "우리 꽃피는 만물상 어때요?" 하면 모두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한다. 별로 웃기지도 않은데 왁자지껄 깔깔대는 나이. 확실히 중년을 지나는 중이다.
오늘은 인문학 특강을 듣기로 했다. 이 역시 지난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다. 기타가 없어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모였다고 할까? 강사는 서평가로 나를 포함한 몇은 서로 아는 사이다. 애초에 편한 내용으로 부탁을 해서인지 두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흘렀다. 우리를 위한 맞춤 특강이었다. 65세는 청년이라는 말에 딱 그 기준에 걸리는 회원 한 분이 자신은 이제 겨우 청년이라며 엄청나게 즐거워했다.
사실 인문학은 그 특성상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강사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서평 잘 쓰는 법뿐 아니라 일상에서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나열하고 퀴즈를 푸는 시간을 군데군데 넣는 센스를 발휘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이따 봬요”가 있는데 회원 일곱 사람 중 세 사람이나 “이따 뵈요”로 잘못 사용하고 있었다. '봬요'가 맞는데 '뵈요'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선지 오히려 ‘봬요’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 한 분은 자신은 제대로 사용하는데 한 번씩 맞춤법 지적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요즘은 편하게 ‘뵈어요'라고 쓴다고 했다. 지혜로운 사람이다.
모임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지난번 꽃피는 만물상 운운하던 분이 툭 던지듯 말한다. "우리 오늘은 인문학과 함께한 꽃피는 인생 아니에요?" 다시 와르르 나이 든 사람들 특유의 걸걸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참 싱겁기도 하다.
아무렴 어떤가. 인문학이든 만물상이든 꽃피는 인생이니 다 좋다.
주식 앱을 설치하고 돈이 일한다는 의미를 알았다. 주식의 생리를 알기 위해 이리저리 호가창을 보다가 실감했다고나 할까. 엄밀히 말하면 숫자가 오르락내리락할 뿐이지만 그 숫자가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니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를테면 요망한 숫자다. 어쨌든 저 혼자 참 열심히도 일한다. 그렇다고 모든 숫자가 바쁜 건 아니다.
어떤 숫자는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숨 고르기 하듯 헐떡대다 다시 달음박질치기도 하고 또 어떤 숫자는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넘듯이 아주 힘겹게 한 칸 한 칸 오르기도 한다. 제 자리에 멈춰 있는 숫자도 있다. 행여 그 종목을 한 주 보유하고 있으면 어서 올라가라고 슬쩍 손을 당겨주고 싶다.
멈춰 있는 숫자는 그래도 낫다. 아예 내려가는 숫자도 있다. 마치 산 정상을 밟고 뿌듯하게 하산하듯 절대 올려다보지 않고 바닥까지 내려가는 숫자도 있다. 그런 종목이 하나 있으면 괜히 서운하다. 아직 크게 투자하지 않아서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숫자가 그저 재미있지만 보고 있으면 크게 손실 보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다.
요즘은 일부러 주식 관련 글을 찾아 읽는다. 영상을 볼 때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내가 주식에 관심을 가지니 세상 모든 사람이 주식을 하는 것 같다. 그동안 눈에 안 보인 게 신기할 지경이다. 투기만 아니면 좋은 점도 있다. 경제에 대한 지식이 쌓인다. 그뿐인가. 이 회사는 무엇을 만드는 곳인지, 왜 이 회사의 주가가 오르는지 혹은 떨어지는지, 상한가는 왜 나오는지 바닥을 치는 이유는 뭔지 다양한 것들을 알 수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의 우량주를 하나씩 매수해 적금이라 생각하고 그냥 묻어두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주식 초보는 매매일지를 쓰는 것도 좋다고 한다. 언제 어떤 종목을 얼마에 매수해서 얼마에 매도했는지, 손익은 얼마였는지, 손절을 했으면 그 이유는 뭔지 메모해두면 다음 매매 때 참고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새로운 용어도 알았다. 단타 매매라는 것인데 하루에 사고파는 것이란다. 발 빠른 젊은 층에서 단기 수익을 바라고 하는 방법으로 투기성 매매로 알려져 있다. 요 며칠 호가창을 보면서 터득한 것도 있다. 숫자들이 바쁘게 움직일 때는 구경만 해야 한다. 나 같은 초보가 고점인 줄도 모르고 매수하는 순간 바로 하락세로 돌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물려 있다가 깡통 차기 십상이다. 실제로 시장가로 한 주 샀다가 바로 손실을 보기도 했다. 연습 매수라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다. 숫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원칙을 세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고 안전하게 오래 할 수 있다. 더 늘어나겠지만 지금까지 세운 원칙은 이렇다.
1. 여유 있는 자금으로 할 것
2. 매수, 매도 적정가를 정해둘 것
3. 매매일지를 기록할 것
동기들과 춘천여행을 했다. 코로나19가 신경 쓰였지만 모든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50+ 세대 열두 명이 4대의 차에 나눠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차로 이동하니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가을처럼 푸르렀다. 춘천에 들어서기 바쁘게 그 유명한 닭갈비를 먹었다. 춘천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는데 입맛이 다르니 각자 판단할 일이다.
우리가 간 곳은 2001년도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된 곳이다.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관광지도 아닌 이곳을 찾은 이유는 동기 중 한 사람의 지인이 폐교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데 장소가 넓어 모임하기 좋다는 점이 컸다.
서울이 고향인 나는 이렇게 작은 학교도 있구나? 할 만큼 교실이 몇 칸 안 되는 건물이었다. 신기했다. 주인의 인심을 말하듯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서자 지금은 보기 힘든 옛 물건과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주로 서양화였다. 인수한 지 얼마 안 되어 구상한 인테리어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미완성이라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더 좋았다. 잔디가 있고 풀과 꽃이 함께 자라는, 예전엔 운동장이었을 너른 공간이 좋았고 차에서 내렸을 때 여기저기 피어 있던 계란꽃으로 불리는 개망초도 많아 좋았다. 낮은 폐교 앞뒤로 보이는 넓은 하늘도 좋았다. 폐교를 사방이 둘러싼 형태라 마치 따스한 엄마의 자궁처럼 느껴졌다. 뜻 모를 그리움도 스멀스멀 피어났다.
불과 몇 시간 전 괜히 나섰나 했던 마음이 떠올라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실 하루 전만 해도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자리가 남아 얹혀간 것이나 다름없다. 때마침 아이와 콩닥대고 마음도 복잡한 상태였다. 집에 있으면 더 나빠질 게 틀림없었다. 피하고 싶었다. 아이도 나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잘한 선택이라고 토닥이며 나선 길이었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일이었다. 한때는 마을 아이들의 작은 숨소리가 들렸을 교실을 둘러보는 동안 마음이 안정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짐을 풀고 한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를 했다.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니어서 오는 길에 장을 봤던 터라 음식이 푸짐했다. 고기는 양껏 먹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나중에는 집주인이 기르는 두 마리의 풍산개도 거들어야 했다. 직접 담근 된장을 풀어 끓인 된장국은 두부와 호박과 파만 듬뿍 넣었을 뿐인데 세상 어느 요리보다 꿀맛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어선지 행복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장구를 챙겨온 동기들이 있어 돌아가며 장구의 기본을 익혔다. 잠시 몰두했는데도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장구를 치면 절로 체중이 줄 것 같다. 한번 해볼까? 자꾸 마음이 동했다. 역시 여행은 마음의 여유를 준다. 춘천에 있다는 사실이 집에서의 북적임을 잠시 잊게 해줬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별이 보인다는 말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르르 운동장으로 나갔다. 커다랗게 빛나는 샛별 하나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밝게 보이던 샛별 하나가 “너였구나? 나야 나” 하며 아는 체하는 것 같았다. 불빛에서 좀 더 벗어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더 많은 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밤하늘 가득 보석이 박혔다. 누군가 한 줌 집어 뿌린 것 같았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북두칠성이 고개를 들 때마다 보였다. 그저 별을 본 것뿐인데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하며 찌릿함이 올라왔다. “별은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어느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센스 있는 동기가 준비한 폭죽으로 운동장은 금세 파티장으로 변했다. 폭죽을 하나씩 손에 든 어른들이 까만 운동장을 콩콩 뛰어다녔다.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저마다의 행복이 몸을 뚫고 까만 세상에 퍼져나갔다.
불쑥 떠난 여행인데 오래 계획한 여행보다 좋았다. 마음에 말을 걸 듯 ‘둥둥’거리던 장구소리도 잊히지 않았다. 춘천에서 돌아오는 내내 장구를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마침내 장구를 시작할 것을 알았다. 다시 춘천을 찾을 것도.
얼마 전부터 지인이 하는 경제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말은 그렇지만 지인 중에 주식 고수가 있어 한 수 배워 주식투자를 해보려는 스터디다. 주식시장에 입문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그녀는 처음 한동안은 손실이 많았지만 3년쯤 지나 수익으로 돌아서 요즘은 교사인 남편보다 수입이 많다고 했다. 무턱대고 주식시장에 뛰어들면 대개 손실을 보고 접는다는데 조심조심 따라가면 괜찮겠다 싶어 안심이 된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다른 모임을 통해서다. 4시 이후로 일정을 잡아야 편하다는 그녀의 말에 개인투자자라는 걸 알았다. 장이 열리는 시간에는 모니터에 집중한다는 그녀. 중요하게 외출할 일이 생기면 미리 적정가에 매도 혹은 매수를 걸어둔다고 했다. 심심풀이로 하는 게 아니라 그녀에게는 하나의 직업인 셈이다. 돈 많이 벌었다며 밥을 사준 적도 있다.
현재 스터디 인원은 나를 포함해 다섯이다. 첫날은 경제 관련 영상을 함께 보고 주식투자를 하기 위한 앱 설치를 했다. 알고 보니 나를 제외한 모두가 이미 앱을 통해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이제 막 발을 들인 나와 달리 손실 없는 투자를 하기 위해 스터디에 참여했다고 할까. 앱을 열자 말로만 듣던 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숫자들은 저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돈이 일하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수십 년 전 은행을 통해 공모주 청약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경쟁률이 엄청났던 그 청약에서 배당받았던 한국전력 주식을 중간에 팔아버렸는데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주식을 투기로 생각해 그동안 눈길 한 번 안 줬는데 실력이 검증된 지인을 통해 경제 공부를 하면서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주식의 매도 혹은 매수 시점을 안다는 것은 전문가라도 쉽지 않다. 상한가에는 더 오를 것 같아 쥐고 있다가 매도시기를 놓치고, 하한가에는 더 내릴 것 같아 망설이다 보면 다시 상한가로 돌아서 원하는 가격에 사지 못하고 만다. 시기를 모르면 매수하자마자 바로 하락세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스터디를 통해, 일단 주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슈가 되거나 등락폭이 심한 종목을 관심목록에 올려두고 주가 변동을 확인했다. 등락이 큰 이유에 대해 듣다 보니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당 가격 최대 1만 원대의 종목을 선택해 5만 원에서 최대 10만 원어치를 매수하거나 매도해봤다. 분할 매수와 분할 매도 방법도 터득했다.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해도 큰 액수가 아니라 평정심을 지키며 바라볼 수 있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수업을 위한 것이니 많이 오를 것 같아도 최대 10만 원 단위로 끊어 매수하라고 했다. 주식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전반적인 경제의 흐름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미 가격이 형성된 것보다 미래에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종목을 찾아야 하는데 안목을 기르려면 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주린이(주식에 막 입문한 어린이라는 뜻)지만 좋은 스승을 만났으니 노후에 소소한 용돈벌이는 하지 않을까 하는 야무진 꿈을 꿔본다.
"말도 마. 지난번 네가 조언한 대로 했다가 딸하고 싸워서 요즘 말도 안 해."
오랜만에 전화한 친구가 작정한 듯 하소연을 시작했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지난 모임 때 황혼육아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그녀에게 딸이 심정을 모를 수도 있으니 솔직히 말해보라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던 해 열한 살 나이 차 나는 남편과 결혼했다. 중매나 마찬가지였는데 친정아버지가 평소에 눈여겨보다가 합격점을 준 사람이란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사윗감의 첫 번째 조건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었고 그녀의 남편은 당시 안정된 사업체의 대표였다. 스무 살이면 참 어린 나이이지만 그 시절에는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남동생만 둘 있던 그녀는 싫다는 말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결혼했다.
결혼 후에는 연년생으로 딸 둘을 낳았다. 그때부터 한 남자의 아내와 두 딸의 엄마로 살았다. 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다 자라 독립하면 그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하면서 살아야지 생각했다.
시간은 흘러 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과 대기업에 각각 취직했다. 일이 척척 풀려 무리 없이 둘 다 결혼도 했다. '이제는 자유다!' 그녀는 드디어 자신의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곧 손자가 태어났다. 딸의 직장은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 아기가 생겼다고 그만두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었다. 딸은 당연히 '친정엄마가 봐주겠지' 기대를 했고, 결국 손자 돌보는 일은 그녀 차지가 되었다.
첫손자가 어느 정도 자라 편해질 무렵 이번엔 손녀가 태어났다. 손녀도 그녀가 맡아 키웠다. 그토록 원하던 자유는 주말에야 겨우 주어졌다. 처음엔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말에도 아이들을 맡기는 상황이 잦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회식이 있거나 볼일이 있으면 밤늦도록 아이들을 돌봐줘야 했다. 친정엄마이니까 편해서 그러겠지. 한동안 이해도 했다. 그러나 두 딸은 차츰 육아를 그녀가 해야 할 당연한 일처럼 생각했다.
어쩌다 한 번씩 친구들 만나는 낙으로 살았는데 손자들 보느라 모임에 나갈 수도 없었다. 손자를 데리고 나가면 민폐란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녀는 점점 우울해졌다. 육아에 지치고 딸들을 향한 서운한 마음이 깊어져 결국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모임에서 만난 그녀에게 딸과 솔직히 대화를 해보라고 했다. 그러면 딸도 엄마 마음을 이해할 거라고. 그녀는 딸에게 힘든 이야기를 했고 딸은 결국 휴직을 했다. 그러나 친정엄마를 이해하면서 내린 선택이 아니었다. 딸은 아이를 키우며 보내기엔 자기 인생이 너무 아깝다면서 엄마에게 섭섭함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 말이 그녀를 화나게 했다. "그럼 내 인생은?", "내 자식은 내가 키웠으니 네 자식은 네가 키워!" 했단다. 이후 그녀는 자유를 찾았지만 딸하고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그녀는 두 시간 넘도록 하소연을 하더니 조만간 만나서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마치 네 조언을 들어서 생긴 일이니 이 정도 하소연은 들어주라는 것 같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누군가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육아. 시간이 흐르면 딸도 엄마 입장을 이해할 것이다. 당장은 서운하겠지만 혼자 속으로 곪느니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녀는 얼마 후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네 말대로 하길 참 잘한 거 같아!"
얼마 전부터 화상채팅 기능이 있는 줌(Zoom)이라는 앱(app)으로 수업을 듣는다.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신청해놓은 상반기 강좌들이 대부분 취소되었는데 그중 살아남은 유일한 강좌다. 줌의 장점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최대 100명이 동시접속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사용법도 어렵지 않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단순 참여자들은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호스트(회의 주최자)의 초대를 받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호스트가 되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절차는 어렵지 않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이메일 계정이 있으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로그인을 하면 방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작성을 해야 한다. 방 이름과 진행시간, 참석자 수, 비디오와 오디오 기능, 녹화와 대기 룸을 사용할 것인지 등을 순서에 따라 입력하면 초대 링크가 생성된다. 1대 1 이용은 시간 구애 없이 무료이지만 3인 이상이 이용할 때는 기본 40분이 무료이고 이후는 호스트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초대 링크로 들어온 참여자도 미리 자신의 상태를 설정할 수 있다. 입장 후 흔히 사용하는 기능은 비디오와 오디오 끄기다. 내 모습을 보이기 난처한 상태일 때, 시끄러운 장소일 때 등등 필요에 따라 비디오와 오디오 설정이 가능하다. 오디오는 주로 호스트가 강의를 진행할 때 잡음을 막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디오는 입장할 때 미리보기로 확인 가능하고 방에 들어간 뒤 활성화되었어도 수업 중 잠시 자리를 뜨거나 할 때 비디오 끄기를 체크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업을 듣다가 영상 저장이나 화상 공유도 가능한데 영상 저장은 호스트의 수락이 필요하다. 이밖에 자신의 프로필을 이미지로 띄워놓는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줌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업무, 온라인 수업이 늘어나면서 세계적인 인지도가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이후 대학 강의를 비롯해 많은 교육 프로그램에서 이용하고 있다.
부작용도 많다. 일명 ‘줌 폭격’(ZoomBombing)인데 불특정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부적합한 영상을 공유해 회의를 방해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줌의 창업자이자 CEO는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미국 국적자인 '에릭 위안'인데 암호 키 서버 5곳을 중국에 두었고 실제로 미국에서 열린 테스트 결과, 암호 키가 베이징으로 전송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일부 개인정보가 중국에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에릭 위안은 보안상 취약한 줌의 허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해킹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온라인 수업에서 줌을 배제하는 추세다.
편리함을 선택할 것인지 부작용을 고민할 것이지는 결국 이용자에게 달려 있다. 줌과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구글의 행아웃(hangouts)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스(Teams)가 있다.
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 실태를 방영했다. 우연히 본 내용은 다소 충격이었다. 좁은 골목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파출소에 데려다 놓고 없어진 딸은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들에게 연락해도 모실 여력이 안 된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결국 노인은 보호시설로 인계되었다.
취재를 위해 예전 옷가게를 찾아가 주변 상인에게 확인하니, 엄마가 치매를 앓자 딸이 와서 가게를 처분하고 장사하며 번 돈으로 장만한 집까지 수억 원에 판 뒤 정작 치매에 걸린 엄마는 외면했다. 집을 판 돈도 자식들이 가져간 것 같다며 방 한 칸이라도 엄마 앞으로 남겨두었으면 저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숫자는 대전광역시의 인구를 훌쩍 넘겼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노인 비율(전체 노인 중 홀로 사는 노인 비율)이 2015년 18.4%에서 2018년 19.4%로 높아지면서 같은 기간 혼자 사는 노인이 120만 명에서 143만 명까지 늘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혼자 사는 사연도 다양하다. 남편의 부재로 홀로 아들을 키웠는데 아들 내외와 다투고 혼자 산다는 노인은 가끔 아들이 보고 싶지만 이제는 연락도 안 된다고 한다. 서로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야 편하다면서. 혼자 사는 게 어떤 마음이냐고 묻는 말에 "혼자 산다는 건 아무도 없다는 거죠 뭐"라고 한다.
혼자 남은 노인들은 주로 쪽방촌으로 모인다. 200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 사는 한 쪽방촌. 등이 굽은 노인들이 좁은 골목에 삼삼오오 앉아 있다. 사연을 들으니 대개 홀로 아이들을 키운 노인이 많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일 텐데 왜 나이 들어 외면당해야 할까 마음이 답답하다.
40년간 쪽방촌에서 살아온 분도 있다. 94세의 이 노인은 아들이 둘이지만 멀리 있어서 거의 못 온다고 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에서 가정부로 일하다가 근로정신대에 강제 징용됐고 해방 후에야 노역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왔다는 이분은 외로움과 싸우며 살고 있다. 근처에 산다는 동생 연락처를 찾다가 “어디로 갔지?” 하며 혼잣말을 하는 이 노인도 치매라고 한다.
독거노인들이 모여 사는 여인숙도 있다. 이들은 아침마다 서로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는다. 행여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자녀를 수소문해 연락을 해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인숙에 사는 한 노인에게 자녀가 있냐고 물으니 있어도 없는 것과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자기들끼리 잘살면 바랄 게 없다면서 해준 것 없으니 바랄 것도 없다는 노인은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그저 외롭고 쓸쓸하다고 한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대개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있어도 연락이 끊긴 노인이 많다.
누구나 나이가 드는데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자식들의 사정은 무엇일까. 사정이 어떻든 자녀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마음에 묵직한 돌 하나 얹힌 듯 답답한 시간이었다.
노인이 되어 혼자 산다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쓸쓸한 일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진 세상, 노년을 잘 살아내려면 미리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 같다.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물론이고, 재산도 자녀에게 미리 물려주지 말고 지인들과 관계를 지속하면서 바깥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싱싱한 토마토가 도착했다. 지난주, 4만 원짜리 농협몰 포인트로 구매한 것이다. 농협몰 포인트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자치구가 초·중·고‧특수‧ 기타 학교 등 학생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지원한 '친환경 급식 식재료 바우처'로 받았다. 우리 집에도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고등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5월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자치구가 서울에 있는 초·중·고· 특수‧ 기타 학교 등 86만여 명의 학생이 있는 가정에 10만 원 상당의 식재료 바우처를 제공하는 ‘학생 식재료 꾸러미 지원사업’을 공동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을 위한 친환경 급식 식재료 꾸러미 사업은 서울시 긴급재난지원금과는 다르게 학생 1인당 10만 원(꾸러미 쿠폰 6만+농협 포인트 4만)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한다. 한 가정에 학생이 두 명이면 쿠폰과 포인트가 각각 10만 원씩 20만 원이 지급되는 구조다.
나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알리미를 통해 식재료 바우처를 신청했다. 신청할 때 식재료 꾸러미를 어떠한 방식으로 수령할 것인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번은 모바일 쿠폰 6만 원(친환경 쌀 3만 원 + 식재료 꾸러미 3만 원) + 농협몰 포인트 4만 원. 2번은 쿠폰 없이 가정으로 직접 배송(친환경 쌀 3만 원 + 식재료 꾸러미 7만 원)한다. 참고로, 식재료 꾸러미는 임의로 구성되어 품목 선택이 불가능하다. 나는 1번을 선택했다.
포인트를 받자마자 신청서에 기재한 아이디로 농협몰에 로그인했다. 마이페이지에서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농협몰 포인트는 식재료(쌀, 과일, 채소, 축산, 수산, 김치, 가공식품 등)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용품 구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포인트를 이용해 싱싱해 보이는 토마토 한 박스를 구매했다. 오늘 택배로 받은 토마토다. 농협몰에는 아직 이만여 원의 포인트가 남아있다. 7월 말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학교 신청서에 배송지를 입력한 6만 원의 식재료 꾸러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런데 받는다고 이렇게 좋아해도 될까? 공짜로 얻은 토마토를 먹다 보니 슬슬 국가 재정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작은 의문도 있다. 이번 사업이 어려운 급식업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농협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학교 급식을 운영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5월 마지막 주, 수업을 같이 듣는 동료들과 제주 여행을 했다. 미션이 있는 워크숍 형식의 여행이었다. 첫째 날 조별 미션을 수행하고 둘째 날은 다시 조를 바꿔 자유여행을 했다. 자유여행은 각자 가고 싶은 곳을 확인해 동선이 비슷한 두어 군데를 묶기로 했다. 조 팀원 중 한 사람이 비자림에 한 번도 안 가봤다며 꼭 넣어달라고 한다. 비자림이야 자주 가도 좋은 곳이니 안 될 이유가 없다.
제주 관광지 추천 목록에 빠지지 않는 장소가 바로 비자림이다.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 보호하고 44만8165㎡의 면적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빼곡하게 자라는 비자림은 사려니숲길과 함께 제주의 걷고 싶은 길로 손꼽힌다.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높이 7m 이상의 비자나무들이 군집해 있다.
재질이 좋은 비자나무는 고급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비자열매는 구충제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또한 비자림은 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식물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울창한 비자나무 숲은 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피로회복을 도와 인체의 리듬을 되찾게 해주는 자연 건강 휴양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자림 주변으로 월랑봉,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등이 있어 가벼운 등산이나 운동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동료들과 찾은 비자림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사람이 많다. 키 큰 나무들이 사방을 가린 초록의 숲을 걸었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을까 잠시 유혹을 느꼈다. 여기저기 추억을 가두려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댄다. 처음 왔다는 조 팀원도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두 해 전 여름, 친구와 들렀을 때가 떠오른다. 해가 쨍쨍 내리쬐던 한여름 비자림에서 만났던 청춘들이 생각났다.
스물 초반 여학생으로 보이는 그녀들도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얀 챙 모자에 흰 원피스를 입은 그녀와, 역시 비슷하게 생긴 모자에 디자인만 다른 똑같은 색 원피스를 입은 또 다른 그녀가 서로 포즈를 잡고 깔깔대며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우리는 만났다. 사실 만났다기보다 초록의 숲에서 흰 원피스를 입은 그녀들이 너무 화사해서 친구와 내가 걸음을 멈췄다. 사진을 찍어 확인하면서 깔깔대는 그녀들이 눈부셔 멈추고 바라본 것이다.
"사진 찍어줄까요?"
그녀들이 셀카봉을 들고 이리저리 포즈를 잡을 때 내가 물었다. 그들은 "감사합니다" 하면서 또다시 깔깔 웃었다.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웃을 나이지' 우리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그녀들과 헤어져 비자림을 걷고 주차장으로 막 나왔을 때 우리는 다시 만났다. 흰 원피스는 편한 반바지로, 챙 모자는 야구모자로 바뀌어 있었다.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아니었으면 몰라볼 뻔했다. 그녀들은 비자림에서 기억에 남을 사진을 찍으려고 소품을 미리 챙겨온 거라고 했다. '그랬구나.' 조금 전 초록 숲을 배경으로 서 있던 그들이 꿈인 듯 아득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았다.
"우리도 나중에 원피스 챙겨 사진 찍으러 오자"
친구가 하는 말에 "그전에 살을 빼야 하지 않을까?" 했더니 그녀는 "어우 야~" 하면서 툴툴거렸다. 그날 우리는 한여름 태양 아래 다시는 갈 수 없는 청춘을 애잔해하며 낄낄거렸다. 우리 앞에서 깔깔거리던 그녀들의 청춘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흰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그들의 젊음을 훔치고 싶었던 것 같다.
흰 원피스가 펄럭이던 곳에서 동료들과 사진을 찍었다. 초록을 품고 높이 솟은 비자나무를 배경으로 어색한 포즈를 지으며. 생각난 김에 친구에게 전화해볼까?
"희정아, 흰 원피스 입고 비자림 가자"
방구석 라이브 공연이 있는 서울시50+재단의 서부캠퍼스를 찾았다. 방구석 라이브는 서부캠퍼스의 야심찬 힐링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공연 영상을 찍고 편집해 서부캠퍼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50+세대의 공연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활동이 주춤한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부캠퍼스 1층 모두의 카페에 도착하니 1부 공연을 하게 될 '퍼커션 떼아모' 팀의 준비가 한창이다. 팀원 중 청일점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빨간색의 단체 티셔츠를 입었다. 50+세대는 분명한데 티셔츠 효과 때문인지 나이가 도통 가늠이 안 된다.
연주곡은 '베사메무쵸'와 장윤정의 '사랑아'다. 퍼커션 공연을 마치고 둘러앉은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퍼커션은 두드려서 소리가 나는 모든 리듬악기를 지칭한다. 난타를 떠올리면 된다. 스페인어 떼아모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혹은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직역하면 '퍼커션 너를 사랑해'다. 가까이 앉은 회원 몇 분에게 모임을 시작한 계기와 전후로 달라진 점을 들어봤다.
"2015년 12월에 정년퇴직하고 지내던 차에 2016년 서울시 도심권 50+센터에 '청춘 칸타빌레'라는 음악교실이 열린 걸 알게 됐다. 평소 남미 라틴음악에 관심이 많아 합류했는데 지금까지 ‘카혼’을 두드리며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바쁘게 사회생활만 하다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악기를 배우면서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다. 퇴직하면 사회에 봉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공헌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실현하게 돼 즐겁고 행복하다. 기회가 주어지면 ‘카혼’의 본고장인 남미에 가서 버스킹도 하고 싶다. 나의 버킷리스트다. 제2의 인생을 즐겁게 보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악기 배우기다. 특히 퍼커션은 우리 같은 동년배가 하기에 너무 좋은 악기다. 우선 손으로 두드리는 악기라 치매예방에 좋다. 악기를 배우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퍼커션은 익히기도 쉽다. 신나게 두드리다 보면 모두 친구가 된다. 50+세대에게 퍼커션을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퍼커션이 아니더라도 뭐든 배워서 재능을 기부하면 여생이 즐거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장기숙
"떼아모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 동대문 DDP 행사 때였다. 함께 활동하는 날꽃밴드 공연을 위해 행사장에서 기다리던 중 중장년층으로 보이는 분들이 음악에 맞춰 북을 두드리며 신나게 공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떼아모였다. '저거다!' 그동안 날꽃밴드 파트가 코러스여서 악기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숙제를 푼 것 같았다. 멤버들과 '탑골공원 버스킹', '광화문 아리랑 페스티벌' 등 공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나만의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는 중이다. 앞으론 퍼커션을 통해 소외계층에게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 강의도 하고 싶다. 중장년뿐 아니라 노년층에게도 흥을 드리는 악기 연주자가 되도록 공부하는 중이다. 재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몰두하면 내 것이 된다고 믿는다. 몰입해서 시간과 공간에 빠져보는 악기 연주를 50+세대에게 추천한다."-유영남(떼아모의 청일점)
"떼아모와 동행한 지 5년. 퇴직 후 음악공부를 하고 싶었다. 도심권 50+센터 청춘 칸타빌레 강좌가 열렸을 때 지원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왔는데 어느 사이 몸이 반응하고 익숙해지는 걸 느낀다."- 송영옥
중년 이후 악기를 배우고 활동을 지속하는 게 쉽지는 않다. '퍼커션 떼아모' 회원들은 5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요즘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재능기부까지 하고 있어 회원들에게 삶의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꼭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고 한다. 요즘 새롭게 추가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반려 악기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틀면 누구나 반려 악기와 함께 멋진 인생 이모작을 시작할 수 있다. 서울시 50+재단이 운영하는 서부캠퍼스와 중부캠퍼스, 남부캠퍼스의 문을 두드려보자. 이밖에도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서울시평생학습포털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