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유망 직업을 소개한다. 취업 시장에서 기업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기술자격증은 지게차운전기능사로 나타났다. 이에 많은 시니어들이 은퇴 후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50세 이상 남성들이 가장 많이 딴 국가기술자격증은 지게차운전기능사였다. 1만 616명이 취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게차는 다른 중장비에 비해 장비 조작이 비교적 쉽고,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취업이 용이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더욱이 올해부터 지게차운전기능사는 과정 평가형으로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원래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은 시험으로 취득하는 검정형이었다.
과정 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은 실무 중심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후 평가를 거쳐 합격 기준을 충족한 사람에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산업현장에서 지게차운전기능사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실무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같이 자격 취득 방법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지게차는 소형 지게차와 일반 지게차로 구분할 수 있고 취득 과정도 다르다. 3톤 미만 소형 지게차는 별도 시험 없이 이론 6시간, 실기 6시간 등 총 12시간의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국토교통부에서 발행하는 소형 지게차 면허 취득이 가능하고, 조종이 가능하다.
반면에 일반 지게차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필요로 한다.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소형 지게차뿐 아니라 3톤 이상 지게차도 운전할 수 있다.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 취득 방법
기존의 검정형 자격증 시험은 필기·실기시험으로 구성돼 있다. 필기와 실기 모두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만 받으면 합격할 수 있다. 필기시험 난이도는 일반적인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으로 생각하면 큰코다치기 쉽다. 필기시험 합격률이 50% 정도밖에 안 되므로 공부는 필수다.
특히 신중년들은 공부를 오랜만에 하고, 글씨도 잘 보이지 않기에 학습이 어렵다는 호소가 줄을 잇는다. 때문에 젊은 층보다 공부를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
다행히 2020년 1월부로 출제 문제가 이론 중심에서 실무 중심으로 개편됐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지게차 주행, 화물 적재, 운반, 하역, 안전 관리에 대한 문제가 출제된다.
실기시험은 4분 이내에 정해진 코스를 주행하며 화물 적재, 운반, 하차 등을 해야 한다. 실기시험의 포인트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작업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지게차를 여러 번 운전해보며 잔 실수와 긴장감을 줄이는 것이 좋다.
지게차운전기능사 시험은 상시 검정 시행 종목으로 상세한 시험 일정 정보는 큐넷(Q-net)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큐넷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며, 국가 자격시험 원서 접수, 합격자 발표, 시험 일정 등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다.
다양하게 취업 가능해
지게차운전기능사를 요구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주로 각종 건설업체 및 제조업체에서 수요가 높다. 그뿐 아니라 물품을 상하차해야 하는 배송 및 운송, 항만업체에서도 지게차 운전면허를 소지한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더불어 알아야 할 것은 기업은 지게차 운전뿐 아니라 다른 업무도 병행 가능한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목표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개발할 것을 추천한다.
현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입의 나이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20~30대 젊은 층도,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한 50대도 많아지고 있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다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다만 3년 정도 일을 해야 업계에서 경력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70대 고령자도 일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게차운전기능사로 경력을 쌓으면 개인 사업자로 전환해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비 지원 중장년 교육 활짝
사회적으로 퇴직 후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따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도 40~60대를 위한 지게차 운전 양성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항만공사(IPA)와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도 생활기술학교가 인기 있다.
이들 세 곳에서는 전액 국비로 전문 교육이 이뤄지며, 자격증 취득에 이어 취업이 이뤄지도록 지원해준다. 단점은 1년에 한 번 교육을 실시하며, 보통 15~20명으로 교육생을 소규모로 모집한다는 점이다. 지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고 빠른 취득을 원한다면 중장비 전문 교육 학원을 찾아 교육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민내일배움카드가 있으면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이밖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일자리지원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으니 거주지를 고려해 자신에게 꼭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지게차 운전 교육기관
인천항만공사(IPA)
인천항만공사(IPA)와 노사발전재단이 공동으로 ‘중장년 생애경력설계 및 지게차 운전원 인력 양성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1기, 2021년 2기 교육이 진행됐다. 중장년층의 항만 물류 기능인력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다. 교육은 2주간 지게차 이론 및 70시간 실습, 생애 설계 교육 6시간 등 자격증 취득과 중장년의 새로운 경력 설계에 특화된 내용으로 구성됐다.
실제 제1기 교육생 13명은 전원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그중 6명은 일자리 연계를 통해 물류업체 취업에 성공했다
한국폴리텍대학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에서는 제2의 직업으로 새 출발을 원하는 40~60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 및 취업 지원을 4개월 과정으로 해준다. 자동차과 안에 지게차 운전 교육 과정이 있고, 지난해 18명이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캠퍼스에서는 연령에 상관없이 실업자를 대상으로 전기지게차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생활기술학교
경기도 생활기술학교는 경기도 지원으로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다. 경기도 생활기술학교는 5060세대를 위해 자동차진단평가 전문가 과정과 지게차운전기능사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주말에 진행돼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은퇴 후를 준비하는 이들도 자격 취득 및 취업 연계가 가능하다.
지게차운전기능사 과정은 2021년 개설됐는데 20명 정원 모집에 43명이 접수해 2.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게차운전기능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새삼 입증됐다.
◇“지게차 운전 자격증, 활용도 높아”
경기도 생활기술학교 지게차 교육 과정 1기 수료생 최명종(53) 씨
최명종 씨는 앞서 얘기한 경기도 생활기술학교 지게차운전기능사 교육 과정 1기 수료생이다. 그는 무역 회사에서 15년 동안 근무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그 영향을 받아 실업자가 됐다. 회사의 총책임자였던 그는 현장 근무도 했기 때문에 지게차 자격증 취득이 이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는 예전 직장에서 지게차 운전을 했었어요. 그때는 자격증이 없어도 운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안전사고 때문에 자격증이 필수가 됐잖아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다른 공부를 하는 와중에 아내가 이런 교육도 있다고 알려줘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수업을 듣게 됐어요.”
교육은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주말 동안 이뤄졌다. 그사이 최명종 씨는 7월에 새로운 회사에 취직했고,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 취득 공부를 계속해 약 한 달 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최 씨는 “필기시험은 교육을 들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고, 실기시험은 과거에 지게차를 탔던 경험 덕분인지 어렵지 않았다”고 후기를 전했다. 그는 현재도 일을 할 때 지게차를 타면서 자격증을 잘 활용하고 있다.
또한 최명종 씨는 하반기 실시된 2기 교육에는 보조 강사로 함께했다. 뿌듯함을 느끼는 한편, 교육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실기 실습을 할 때 보니깐 여성분들도 계셨는데 긴장하고 겁을 먹는 분이 많았어요. 시험 시간이 4분으로 제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코스도 잘 지켜야 하고 선도 밟으면 안 되잖아요. 운전면허시험과 같다고 보면 되는데 지게차 운전사로 활동하는 분들도 면허 코스를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이와 함께 최 씨는 많이 개선됐지만, 교육 장소가 협소하고 지게차가 2대밖에 없어 연습을 충분히 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최명종 씨는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은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면서 취득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장점으로 “재취업이 쉽지 않은데, 자격증이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특히 3톤 이상 중장비 운전은 필수인 시대가 됐다”고 꼽았다.
반면 단점으로는 “꼬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지게차라는 한 카테고리로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중장비 자체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과 같은 신중년에게 자격증이 좋은 이유에 대해 “일에도 활용되고,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귀농·귀촌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저는 자격증을 꼭 활용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과정이 좋았고, 자기 성취감이 컸다”고 강조했다.
중년은 삶의 인터미션이자 새로운 기로에 선 시기다. 늦은 때는 없다지만 새로운 도전은 겁이 난다. 가슴 뛰는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 연극 연출가 안은영(55)도 평범한 중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연극에 마음을 빼앗기기 전까지는. 불의의 사고로 인한 시련도 있었으나, 연극은 활기찬 2막을 위한 불쏘시개가 됐다. 아마추어 극단을 이끄는 연출가로서 연습실에 들어설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를 만나 연극의 매력과 도전하는 중년의 삶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코로나19 이후 막을 펼치지 못한 채 굳게 닫힌 극장이 수두룩하다. 시니어 배우들과 함께 극단을 이끄는 그녀도 연출가로서 고심이 깊었다.
“아마추어 극단이라 아직 연습실과 극장이 없다. 지난해에 연습실과 극장이 문 닫으면서 한동안 참 힘들었다. 대안으로 단편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찍거나 UCC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면서 단원들과 영상 분야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50·60대분들이 반사판을 들거나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스태프로 임했다. 하지만 할수록 연극에 대한 갈증이 더 커졌다. 줌(ZOOM)으로도 연습을 했는데 한계가 많았다. 그래서 현재는 조심스럽지만 일전에 무대에 올렸던 ‘강 여사의 선택’을 바탕으로 대본을 보고 진행하는 입체 낭독극을 준비 중이다. 대본을 보고 하는 연극이지만, 80% 이상을 암기한 상태로 진행하고 실제 연극과 유사하게 음향이나 조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우리가 찾은 현실적 대안이다. 지금도 매주 연습을 하고 있다.”
여성의 이름을 되찾는 일
연출가로 시작한 인생 2막. 이전에는 직장 때문에 10년 넘는 세월을 미국과 멕시코에서 보냈다. 타지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찰나, 큰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을 잠시 밟았다가 돌아왔다. 그 교통사고 때문에 척추 쪽에 심각한 장애가 생겼다.
“정말 고통스러워서 밤마다 울었다. 살아 있다는 게 기적과도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심리적 절망에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정말 무서웠다. 타지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너무나 준비 없이 귀국했다. 중장년의 재취업을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취업도 안 되고 경제적 형편도 어려웠다.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심지어 삶을 비관하고 저버릴 마음도 품었었다. 귀국해서 심리적 바닥을 제대로 찍었다.”
연극은 고통의 나날 속에 찾아온 멋진 반전이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홈페이지에 뜬 연극교실 모집 공고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공고를 보는 순간 파노라마처럼 지난날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동화 ‘의좋은 형제’로 연극 놀이를 하던 장면이 퍼뜩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학교, 직장, 행사 등 어디서든 필요할 때마다 연극을 연출하고 있었더라.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즐거움을 다시금 내 삶에 등장시키고 싶었다. ‘내일 죽어도 오늘은 연극 한바탕 하고 죽자!’는 마음이었다. 물론 성치 않은 몸 탓에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후회는 없다.”
이를 계기로 연극교실에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강 여사의 선택’, ‘말괄량이가 길들이기’와 같은 창작극 2편을 무대에 올렸다. 평균 나이 55세 배우들과 함께 이뤄낸 결과였다.
“몸을 생각하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오히려 연극을 하면서 체력이 많이 길러졌다. 버티는 힘이 생긴 것이다. 연극이 정말 좋은 재활치료가 됐다. 또한 연출가로서 중년의 목소리를 연극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 우리 사회는 중년 여성에게 ‘여성다움’을 요구할 뿐, 정작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묻지 않더라. 이름은 있으나 누구의 엄마, 누구의 딸로 불리며 무명(無名)이 된 그녀들에게 연극으로나마 다시금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하나의 꽃이 된다는 어느 시인의 시처럼 말이다.”
창작극 ‘강 여사의 선택’은 늙어가는 부모와 커가는 자녀들 사이에서 중년의 주인공이 겪는 애환과 동시에 존엄사를 둘러싼 선택에 관한 내용이다. 존엄사를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중년 여성인 주인공의 목소리를 통해 묻는다. 덧붙여 ‘말괄량이가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달리 미혼의 중년 여성이 길들여지는 객체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배필을 찾는다는 얘기로, 그 과정에서 중년 여성의 주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오롯이 중년에 의한 그리고 중년을 위한 창작극이다.
문화적 게릴라를 꿈꾸며
그녀는 2019년부터 단원들과 함께 표현하는인생연구소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 협동조합의 대표이자 치유적 글쓰기와 표현력UP 훈련 강사로 활동 중이다.
“삶에서 표현이 정말 중요한데, 우리나라 중년들은 표현에 서툴다. 나 역시 그랬다. 표현이 서툴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쌓이면 불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연극을 바탕으로 표현력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극은 표현의 예술이고, 배우는 하나의 캐릭터를 통해 삶을 배우지 않나? 이처럼 창작극을 통해 다양한 역할을 체험하면서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면서 서로의 다름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말로 힘들면 글로 써보게끔 한다. 그 과정에서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다시금 배운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다양한 표현을 익힐 기회다. 표현이 다채로울수록 중년의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그렇다면 연출가와 대표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그녀의 희로애락은 무엇일까?
“협동조합의 대표보다 연출가란 말이 좋다. 물론 대표로서 늘 책임감을 느낀다. 조합원인 우리 단원들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책도 쓰고, 강연도 다닌다. 아직 수익 모델이 없기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현실의 벽이란 게 참 무섭다. 연극을 위한 살림을 꾸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연습실에 올 때만큼은 정말 행복하다.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구현하고자 하는 캐릭터에 대한 견해를 나눈다. 물론 서로 조금씩 어긋날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나의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고 또 설득한다. 완벽히 역할에 몰입한 배우를 보면 정말 아름답다.”
끝으로 중년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설명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중년에게 필요한 건 존중과 에너지다. 늙어갈수록 자신을 하찮게 여기기 쉬운데 이러한 태도는 남을 대할 때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반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아낄수록 남도 귀하게 대한다. 또한 우울감에 빠져서 혼자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오기를 추천한다. 밖에서 어울리며 창작활동을 통해 자신 안에 감춰진 에너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그랬다. 중년도 할 수 있다는 걸 꾸준하게 보여주고 싶다. 최종적으론 문화적 게릴라가 되고 싶다. 중년으로 구성된 문화집단으로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
자기다움의 아름다움
사랑과 감기는 숨길 수 없다고 했나? 연극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열정은 인터뷰한 소극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안에는 중년을 바라보는 깊은 사유와 자신의 성찰을 바탕으로 한 내공이 존재했다. 그녀에게 연극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연극을 통해 중년‘다움’, 남성‘다움’, 여성‘다움’ 등 규격화된 이해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움을 좇고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시간을 통해 일종의 아마추어리즘(Amateurism)을 엿볼 수 있었다. 흔히 아마추어를 초보자로 비견하지만, 아마추어리즘의 핵심은 가능성과 순수한 열정이다. 물론 가능성과 열정으로 해결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을 때도 있다. 하지만 삶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좋아하는 것만큼 귀한 재능은 없다. 그녀가 가진 아마추어리즘의 아름다움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기대하며 마친다.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스포츠, 바로 골프다. 골프는 사실 중년 남성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됐다. 그러나 현재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통한다.
이 같은 변화는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TV조선에서는 김국진의 '골프왕', JTBC에서는 박세리의 JTBC '시니어클럽'이 각각 방송 중이다. SBS 이경규의 '편 먹고 공치리'는 시즌2가 방영을 앞두고 있다. 고정 출연진뿐만 아니라 게스트 또한 화려하다. 배우 이성경, 이완, 엄지원, 이연희, 최수영 등, 취미 생활과 관련된 예능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내려놓고 출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연예계를 대표하는 골프왕으로는 개그맨 김국진과 배우 박선영이 뽑힌다. 김국진은 골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예계 골프왕으로 꼽힐 정도의 실력자다.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박선영은 지난 2000년부터 골프를 시작한 경력 21년 차의 베테랑이다. 그는 "비거리로 최대 230m를 친다"고 밝힌 바 있다. 워낙 여러 운동을 섭렵해서 체력이 좋은 것이 그의 비법. 골프지도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주변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자 골프를 즐기는 인원도 늘어나고 있다. 골프가 그간 중년층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아마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골프 장비를 사다 보면 돈이 많이 들 것 같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든다.
현재는 그러한 편견이 많이 녹아내렸고, 전 세대를 사로잡은 골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바로 연습한 만큼 실력이 나온다는 점이 아닐까. 골프는 특히 꾸준한 연습 없이는 실력이 늘 수가 없다. 그래서 목표를 갖고 연습하다 보면 일정한 루틴이 생기고, 점점 골프에 진심으로 몰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둘 이상이 하면 승부를 위한 경기도 할 수 있다.
이처럼 노력에 비례하는 특징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더욱 골프를 즐기기 좋은 여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시니어 세대에게도 골프는 취미 생활로 확대되고 있다. 골프를 하던 중년층이 나이를 먹은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 시작하는 시니어들도 많다고 전해진다.
시니어 골프 대회도 쏠쏠한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의 베른하르트 랑거(64)는 시니어 골퍼 최강자로 통한다. 그는 지난 10월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만 64세로 역대 최고령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스는 만 50세를 넘긴 선수만 출전할 수 있는데, 랑거는 노령의 힘을 보여준 것. 한국에서는 김종덕(60) 선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시니어들에게는 '파크골프'를 추천한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공원에서 치는 골프로, 푸른 자연을 보면서 부담스러운 장비 없이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여럿이서 함께 하기 때문에 무료함을 잊고 즐거움을 배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 그리고 먼저 해 본 시니어들의 말처럼 시니어들은 파크골프부터 골프를 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앞서 말한 대로 시니어에게 골프가 좋은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육체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아 취미 생활로 즐기기 좋은 스포츠라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100세 시대에 스포츠 취미 생활로 심신의 건강을 찾아보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사교 활동이 줄면서 음원이나 동영상 서비스 등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 ‘방구석 취미’ 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뱅크샐러드가 코로나19 전후 시기인 2019년과 2021년 각 상반기의 디지털 콘텐츠 결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전체 이용자의 평균 지출금액은 약 3.4배가 늘어난 18,343원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콘텐츠는 멜론, 유튜브, 넷플릭스, 밀리의 서재 등 음원, 도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또는 플랫폼 결제 내역이다.
2021년 상반기 디지털 콘텐츠의 평균 결제 건수는 1.66건으로, 0.49건인 2019년 상반기보다 3배 이상 높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구독 이용이 비교적 적었던 40대와 50대 이상 이용자의 결제 건수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20년 결제 건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50대 이상(110%), 40대(107%)로 30대(93%), 20대(92%)보다 높은 수치다.
더불어 온라인 ‘취미 플랫폼’ 수요도 부쩍 늘었다. 클래스101, 탈잉, 하비풀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은 다양한 활동을 배울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다. 재테크, 글쓰기, 홈트레이닝,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등 하고 싶은 취미에 따라 강의와 재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 예컨대, 뜨개질 강의를 신청하면 코바늘, 실 등 수업 과정에 맞는 재료를 받아볼 수 있다.
신한카드의 매출 데이터를 보면 취미 플랫폼 사이트(온라인 3곳ㆍ오프라인 4곳ㆍ소셜모임 3곳)의 2020년 3월 기준 이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8%에 달했다. 특히 온라인 클래스의 이용은 8000건으로 2020년 1월보다 95% 늘었다.
취미 플랫폼 이용자 증가는 40대 이상 연령층이 이끌었다. 2020년 1월에 비해 3월 40대 남녀 고객 증가율은 각각 97%, 86%에 달한다. 50대 여성도 79% 늘었으며 60대 남성도 온라인 취미 플랫폼 이용자로 등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의 강세에 대해 “인생의 활력소를 찾기 위해 여러 방향을 모색하고 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경우”라며 “위드코로나로 전환된다 해도 이미 비대면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못지않게 잘 정비돼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지금은 40대의 온라인 클래스 결제 상승 폭이 가장 크지만, 앞으로 취미 플랫폼이 더욱 대중화된다면 50·60세대의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요즘 방송가가 노리는 주요 시청층은 시니어, 즉 중장년층이다. 젊은 세대는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OTT 프로그램으로 시선을 돌렸기 때문에 TV 앞에 남은 세대는 시니어가 된 것. 이에 방송가에서는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방송의 트렌드를 보면, 트렌디하고 재밌기보다는 시니어들이 보기 편한 프로그램들이 많은 편이다.
그 프로들을 보면 공통점이 많다. 먼저 장치적인 부분을 보자면, 자막은 보통 시니어들이 알아보기 편하게 크고 강한 편이다. 소리를 잘 못 들었을 경우의 시청자를 위해 이해를 돕는 자막도 찾아보기 쉽다. 사회자도 톤이 높고 큰 목소리로 알아듣기 쉽게 얘기한다. 다인원의 패널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들의 큰 리액션은 시청자도 함께 반응하게 하고,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제작진의 노력에 시니어들은 응답했다. 물론 앞서 말한 장치적인 부분은 부가적인 것이고,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어떤 콘텐츠의 프로그램이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공통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오디션 프로의 식지않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젊은 세대가 열광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미스-미스트롯' 이전에 트로트는 기성 세대의 전유물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젊은 세대가 간드러지게 트로트를 부르자, 시니어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푹 빠져버렸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는 긴장감과 함께, 덧붙여지는 참가자들의 사연이 시니어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심지어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참가자를 아들, 혹은 딸을 보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고, 팬덤까지 형성하게 된다.
최근 '미스-미스트롯' 제작진은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국민가수'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트로트가수가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K-POP스타, 국민가수를 뽑는다. 1회 16.1%, 2회 15.4%(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미스-미스터트롯' 시청자들이 '국민가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로트'에서 'K-POP'으로 주제가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구성이 이전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앞서 말한 자막, 진행자, 패널 등 장치적인 부분 역시 비슷하다. 아무 정보 없이 '국민가수'를 본 시청자는 '새로운 트로트 오디션인가?'라고 착각하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미스-미스터트롯'과 달리 이번에는 다양한, 시니어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는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여러 번의 오디션을 거치면서 시니어들도 실력자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길러졌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 중장년층은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오디션이 특히 그러한데, 한 번 빠지면 끝까지 보고 진심으로 출연자를 응원하게 되는 것. 때문에 '국민가수'가 더욱 대박나려면, 송가인, 임영웅과 같이 시니어들을 확 사로잡을 출연자가 필요해 보인다.
# 전원생활도 예능으로
나이가 들수록 전원 생활에 대한 욕망이 강해진다. 과거에는 드라마 '전원일기'가 있었다면, 현재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니어들은 대리 만족하고 있다. 전원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힐링하게 되는 것. 특히 이러한 프로들은 잠깐만, 어쩌다 봐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이다. 2012년부터 방송된 스테디 인기 프로그램으로 중년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현재도 평균 시청률 4%대가 나오고 있다. 여성 중년들은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마음을 뺏겼다. 현재 세 번째 시즌이 방영 중이고, 수요일 저녁 방송인데도 5~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 중인 혼자 사는 중년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전원생활과 함께 같이 밥 해 먹고 수다 떠는 것이 거의 전부이지만, 오고 가는 아줌마 입담이 웃음을 자아낸다. 리얼하고 현실적이어서 공감하면서 보기 좋다.
# 스포츠 예능의 감동
스포츠 예능도 시니어들이 사랑하는 TV 프로그램이다. 시니어들이 올림픽 경기에 열중해서 보는 것과 유사한 심리다. 스포츠 예능의 인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것과도 비슷하다. 시니어들은 출연자들을 자신의 자녀를 보는 듯이 보고 응원하게 되는 것. 또한 '왕년에는 나도 저랬는데'라는 생각으로 이입해서 예능을 보기도 한다.
시니어들에게 인기를 끈 대표적인 스포츠 예능으로 JTBC '뭉쳐야 찬다'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시즌2가 방영 중이며, 6~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은 물론, 웃음과 감동이 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다. 지난 6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또한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업이 축구선수인 것처럼 연습하고 임하는 출연진을 보면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재밌거나 공감이 되어서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웃음보다는 감동과 서사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보여진다. 시니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다음 프로그램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손효정 기자 shjlife@etoday.co.kr
나이가 들면 신체의 여러 기관에 이상이 생기는데, 청각기관 역시 그렇다. 노년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소리를 듣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큰 소리도 또렷하게 듣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겪는다. 청력 저하를 노화로 인한 자연적 현상으로 내버려 두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하게는 치매로 이어지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영양평가조사에 따르면 70대의 66%가 양쪽 귀에 경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으며, 그중 26%는 보청기와 인공와우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난청이다. 난청 환자의 대부분은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져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의한 고막, 달팽이관 등의 청각기관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것으로, 청력이 지속해서 저하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개 고음역부터 서서히 청력 저하가 진행되어 시간이 갈수록 저음역까지 확대된다. 한쪽 또는 양쪽 귀가 먹먹해지거나 이명이 생기기도 한다.
노인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환자 본인이 질병을 인식하기 어렵고, 난청임을 알게 되더라도 단순한 노화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져 소외감과 우울증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 치매까지 앓게 된다. 노화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외부 자극이 대뇌로 전달돼야 하는데, 난청으로 인해 청각 정보를 통한 자극이 단절된다.
실제로 2011년 발표된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정상 청력과 비교해 경도·중도·고도 난청일 때 치매 발병률은 각각 1.89배, 3배, 4.94배나 높았다.
이명 동반한 ‘돌발성 난청’, 뇌질환 신호일 수도
갑작스러운 이명과 함께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면, 치명적 뇌질환인 뇌종양의 징조일 수 있다.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을 동반한 난청 증세가 갑자기 찾아온다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돌발성 난청은 건강했던 귀가 갑자기 청력 저하 현상을 겪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발병 연령대가 다양하다. 중년층에서 가장 많이 발병된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 연구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 환자 535명의 뇌 MRI 영상을 분석한 결과 3.4%(18명)에서 뇌종양이 발견됐다. 이들은 난청 외에 뇌종양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단순 이명으로 착각하기 쉽고, 결국 뇌종양이 치료되지 않고 악화할 위험이 크다. 김 교수는 “돌발성 난청이 나타날 때는 바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면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중요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 이외에도 소음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 고막 안쪽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중이염’ 등이 청력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원인에 따른 적절한 대처와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회복될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청력저하 자가진단을 통해 증상이 의심된다면 신속히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청력과 귀 건강을 지키고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청각에 좋은 음식들은 대체로 심장 건강에 좋은 식단이다. 먼저 브로콜리, 시금치 등의 녹황색 채소가 좋다. 녹황색 채소에 들어있는 엽산은 세로토닌을 합성하는 데 사용되는 영양소인데, 2009년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발표에 따르면, 엽산 수치가 높은 60대 이상의 남성에게서 난청 위험이 약 20%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 고등어, 삼치 등의 생선도 좋다. 오메가3 지방산은 노화에 따른 청력 손실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런 생선들을 섭취하면 청력에 도움이 된다. 또 호두, 땅콩 등의 견과류에는 청신경의 활동을 돕고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아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귀 건강의 유지를 돕는다.
또 난청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큰 소음과 압력을 피해야 하며 이어폰, 헤드셋을 이용할 때는 낮은 음량으로 단기간 사용을 권한다. 전체 볼륨의 60% 미만으로 줄여서 듣고, 50분마다 10~15분 정도 귀가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소음이 큰 노래방이나 클럽 이용도 자제하는 게 좋다. 또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음주, 흡연, 기름지거나 짠 음식은 청력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양한 SNS를 통해 소통하고 이를 활용하여 덕질을 하는 중년들이 점차 늘고 있다.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SNS를 통한 소통이 중요해진 가운데, SNS 사용 시 주의해야 할 나쁜 습관을 돌아보고 좋은 매너를 살펴본다.
비대면 시대, 남자를 부탁해
“문자 메시지나 카톡 대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어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가 있는데 여자들과 소통할 때 특히 그렇지요. 수다 떠는 느낌 같아 거부감이 듭니다.”
“저는 칭찬을 해올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보내온 것을 읽기만 해요. 상대로선 머쓱하고 뻘쭘하고 때론 서운할 거란 생각도 들지만.”
“저는 묻는 것에 대해서만 답을 해요. 나머진 내용을 확인만 하지요. 가령 ‘2시까지 오세요’란 문자를 받았을 때 회신을 안 하는 거죠. 그러곤 2시까지 가지요. ‘알았다’고 간단하게라도 답하면 손가락이 부러지냐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습관이 그렇게 굳어져버렸어요. 상대는 무시당했다거나 불쾌할 수 있겠다는 걸 최근에 느꼈어요.”
바야흐로 비대면 소통의 시대다. 코로나19와 맞물려 좀 더 가속화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중년의 SNS 대화 풍경도 다양하다. 주고받는 내용은 차치하고, 전달하는 방식과 대화 스타일이 달라 관계가 서먹해지거나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얼굴 보고 얘기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을 비대면이라는 한계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SNS상이 아니라도 일상적인 소통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불리하다. 중년층 이상에서 그런 경향은 더욱 도드라진다. 팩트 위주의 전달 훈련을 주로 받아온 세대로서 감성적 언어 구사에 익숙하지 않고 감정 표현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주변 이성 간의 대화를 비롯해 아내, 딸, 며느리 등 가족관계에서 소소한 안부나 잡담을 나눌 때 중년 남성들은 당황한다.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버겁기 때문이다.
이모티콘 남발, 자제를 부탁해
“이모티콘을 중복해서 날리거나, 한 텍스트 내에 이런저런 이모티콘을 섞어서 쓰는 사람, 문장마다 ‘ㅋㅋ, ㅎㅎ’를 붙이는 사람을 보면 경박하게 느껴져요. 특히 저는 ‘ㅋㅋ’는 자제하는 편이죠. 연장자나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에겐 사용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전혀 안 쓰면 무뚝뚝하거나 다소 무례한 인상을 주기도 해요. 업무 전달을 받을 때 상사의 센스 있는 이모티콘 하나가 아랫사람의 긴장을 풀어주죠. 하지만 분위기에 맞게 쓰지 못할 바엔 아예 안 쓰는 게 나아요. 부모상을 당한 지인이 받은 카톡 위로의 말끝에 ‘ㅠㅠ’가 붙어 있어서 진정성이 의심됐다고 하더라고요.”
SNS상의 대화에서는 면대면에서 드러나는 얼굴이나 목소리에 실린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뉘앙스와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는 애매하지만, 단체 대화방에서는 그마저 무시되기 쉽다.
“단체 대화방에 내가 뭘 올리는 순간 나가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종교나 정치 등 예민한 사안도 아닌데, 내가 뭘 잘못했나 당혹스럽죠. 다른 사람이 글을 올릴 때는 바로 나가지 말고 타이밍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탈퇴할 때는 간단히 인사를 하고 사유를 밝혔으면 해요. 그게 예의가 아닐까요? 아, 그리고 사전 언질도 없이 별 관심도 없는 단톡방에 초대받는 것도 불쾌하고 황당하더라고요.”
이것만 말아줘, 소통을 부탁해
비대면 시대일수록 만남이 더욱 소중하고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 이상과 같은 지적과 의견을 중심으로 대화의 만족감과 의사 전달 극대화를 위한 효율적인 SNS 소통법을 정리해보자.
➊ 이모티콘을 적절히 활용하자. 남발이나 부적절한 이모티콘 사용은 역효과나 불쾌감을 낳지만 적절한 사용은 대화의 윤활유가 된다. 여러 가지를 섞지 말고 한 종류의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센스 있게 만들어갈 수 있다. 끝맺음을 이모티콘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
➋ 맞춤법을 체크하고 내용을 다시 읽어본 후 보낸다. 지성과 품격이 드러날 것이다.
➌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사람의 글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나가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괜한 오해를 사거나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➍ 종교나 정치 등 예민한 주제는 피하자. 대부분 설전으로 번진다.
➎ 되도록 자기 자랑은 삼가자. 누구에게도 별 도움 안 된다.
➏ ‘소중한 인연,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있어 행복해요. 오늘도 당신을 응원합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등 입에 발린 문구를 유치한 그림에 새겨 보내는 것은 결코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격이 낮고 무성의해 보인다. 단 한 줄의 안부라도 자신이 직접 써서 보내자.
➐ 가까운 사이라 해도 긴 동영상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은 가급적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안 보면 부담이 된다. 그것에 대한 감상을 물을까봐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다.
➑ 펌글은 되도록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할 것이며, 글쓴이나 출처가 엉터리인 경우가 많아 나중에 망신스러울 수 있다.
➒ 내 흥에 겨워, 혹은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밤 열두시 넘어 새벽 한시, 두시에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는 것은 제발 삼가자. 새벽 네다섯시에 보내는 것 역시 실례이자 무례한 행동이다.
➓ 보내기 전에 수신자를 체크하자. 아내에게 보낼 급여명세서를 지인 여성에게 잘못 보내는 바람에 프라이버시를 스스로 노출한 경우도 있었다.
1991년 한국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동계 등정에 성공했으며, 이후 가셔브룸 2봉을 포함한 여러 고봉을 등정했다. 베테랑 산악인 박경이(57)는 교사, 국제 산악스키 심판, 산악전문지 편집장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고, 현재는 국립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산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를 만나서, 그간의 여정과 더불어 알피니즘(Alpinism)의 가치와 매력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그녀는 1985년 대학교 산악부를 시작으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산악인으로 살아왔다. 최근엔 그간의 세월을 정리하며 책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를 출간했다.
“산악인으로 살았던 시간을 글로 정리하고 싶었다. 직접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고산 등반에 도전했던 동료에 관한 기록, 고산 등반의 의미와 산에서의 죽음의 가치에 대해 논픽션처럼 담담하게 풀어내고 싶었다. 더불어 이 책이 이제는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고산 트레킹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유용한 지침서가 되기를 바랐다. 마스크 없이 트레킹하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얼마 전 김홍빈 대장은 히말라야의 브로드피크 등반 후 실종되는 사고를 당했다. 책의 첫 장에도 나오지만, 추억을 나눈 동료 중에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신 분이 많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김홍빈 대장과 밤새도록 인터뷰를 했었고, 내밀한 얘기를 나눌 정도로 많이 친했다. 동료를 잃는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슬프다. 다만 등반가가 산에서 죽는 것은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글을 쓰다가 책상에 앉아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작가의 숭고함 같은 것이 아닐까? 함께 늙어갈 수 없어서 슬프지만, 이제는 히말라야가 된 그들의 영혼이 부디 그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그리움을 품고 있다.”
어쩌다 산악인의 운명
친척의 권유로 성적에 맞춰서 교대에 입학했는데, 우연히 들어간 산악부는 삶의 이정표를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어쩌다 산악인이 됐지만, 뒤돌아보니 그 선택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산악부라고 해서 계곡 가서 기타 치고 노는 동아리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부원으로 처음 한 것이 암벽등반이었다. 도봉산의 오봉에 올라가 암벽등반을 처음 했는데, 정말로 아찔했다. 선배들은 가느다란 줄 하나를 믿고 올라오라고 하는데 오금이 절로 저렸다. 가뜩이나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엉엉 울다가 내려왔다. 이후에 선배들이 ‘쟤는 곧 나가겠다’고 했지만 오기가 생겨 이 악물고 버텼다. 그때 신입생으로 13명이 들어왔는데, 2학년 때는 나 포함 3명이 남았다. 당시에 선배들한테 끈기와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4학년 때는 한국대학산악연맹 부회장을 맡아서 백두대간 종주를 기획했다.
“84학번 선배들이 백두대간과 조선 시대 지리서 ‘산경표’ 연구자인 이우영 선생님과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만 선배들이 끝내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바로 아래 학번 집행부였던 우리가 이어나갔다. 백두대간 개념이 생소하던 때라서, 집행부가 약 4달 동안 지도 수십 장을 강의실에 깔아놓고 ‘산경표’를 바탕으로 지도의 능선을 잇는 작업을 했다. 지금이야 백두대간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때는 정보도 없고 개인이나 산악회 차원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백두대간을 15구간으로 나눈 후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지도를 들고 7월에 4박 5일간의 종주를 시작했다.”
지금이야 GPS 기술이 발달해서 문제가 없겠지만, 그때는 개념조차 없을 때라 상당히 열악했을 것 같은데 실제론 어땠을까?
“당시 이화령에서 속리산까지 내려가는 구간의 대장이었다. 지도가 있어도 구간의 지형이 불확실한 탓에 나무 위에 올라가서 지형을 살펴봤다. 여름이라 물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덤불 지대를 지나다가 후배들이 배낭에 달아놓은 물통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결국 찾지 못한 채 근처에 있는 오디로 목을 축였다. 구간에서 잠시 벗어나 샘이 있을 것 같은 골짜기로 내려가서 물을 채워오기도 했다. 당시에 수월하게 종주한 팀이 없었다. 종주 후에 우리가 쓴 보고서가 발표되고, 1990년대부터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어났다.”
언니와 형, 그리고 가족을 위해
그녀는 건장한 청년들도 올라가면 쓰러진다는 고봉을 두 번이나 올랐다. 첫 원정은 아마다블람(6856m)이었다.
“첫 원정은 제일 좋아하던 4학년 언니와 84학번 형(선배) 때문이었다. 둘과 정말 친했다. 언니는 나랑 통하는 구석이 많았고, 나중에 꼭 히말라야에 같이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형은 에베레스트에서, 언니는 설악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술만 먹으면 둘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 매일 울었다. 꿈에도 자주 나왔다. 등반을 통해 그들의 못다 이룬 꿈과 한을 풀어주고 싶었다. 정상에 올랐을 때, 꼭 형과 언니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이후엔 그들이 꿈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언니와 형은 히말라야가 됐다.”
신들의 허락이 있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히말라야의 고봉, 그곳에 오르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두 번째 원정은 히말라야 14좌 중 하나인 가셔브룸 2봉(8035m)으로 갔는데, 정상을 앞두고 얼음 화살이 온몸에 꽂히는 기분이었다.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잘려도 정상에 꼭 오르고 싶었다. 학교의 졸업생 대표로 왔다는 책임감, 가족의 희생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질 수 없었다. 흔히 고산에서는 정신을 잃는다고 하는데,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정상을 찍고 무사히 귀환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8000m가 됐다.
“가셔브룸 2봉은 결혼 후 다녀온 원정이었는데, 당시 위성 전화로 아이들과 통화할 때 매번 눈물이 날 정도로 보고 싶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공항에서 아이들을 마주했는데,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안 놓더라. 엄마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긴 것 같았다. 만일 내가 혹시 잘못됐을 때 자식들에게 남을 상처를 생각하니 맘이 아팠다. 그때부터는 낮고 안전한 구간의 산으로 다녔다. 산악인이기 전에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산과 사람
8000m를 대신하여 낮고 짧은 구간의 산을 다녔고,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겨울마다 스키를 탔다. 공교롭게도 산악스키 선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한창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스키를 탈 때가 있었다. 우연히 산악계 선배가 그 모습을 보고 산악스키 아시안컵 대회를 권유했다. 등산과 스키를 워낙 좋아했는데, 둘 다 할 수 있는 장르가 산악스키더라. 당시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라서 장비를 어렵게 구했다. 발 사이즈보다 큰 부츠라 경기 내내 물집으로 고생했지만, 3위란 기록을 세웠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국제 산악스키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후엔 실업팀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가르치는 게 천성인 것 같다.(웃음) 내 자식에게는 소고기를 못 사줘도 선수들과는 자주 소고기 회식을 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 산악잡지 편집장, 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했는데,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산에서 단련하고 쌓아온 경험과 교육자로서의 DNA가 많은 도움을 줬다. 교사를 그만둔 후 운명처럼 교수 제의가 왔는데, 그간 교사와 산악인으로 쌓은 내공 덕분에 무사히 할 수 있었다. 다만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제자들과 학교에 미안함이 크다. 편집장 시절엔 전문성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고, 학예사로서는 산악인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자칫하면 사라질 뻔했던 유물을 박물관 수장고로 가져왔다. 이 모든 건 산을 좋아했기에 가능했지만, 무엇보다 산을 통해 연을 맺은 이들의 격려와 신뢰 덕분이었다. 나의 쓰임새를 알아봐 준 이들에게 항상 감사한 맘으로 살고 있다. 그들에게 마음의 빚이 많다.”
현재 그녀가 일하고 있는 국립산악박물관은 2014년에 산악 문화의 대중화를 목표로 개관했다. 매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으며, 유물 수집 및 보존, 연구와 교육, 전시 및 학술 업무 등을 통해 산악 문화의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산악 문화의 역사를 온몸으로 습득한 그녀는 편집장 이력과 교수 시절에 진행했던 전시와 학술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학예 연구에 매진 중이다.
경이로운 삶
하지만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성 위주의 문화 때문에 여성 산악인으로서 힘들었던 경험도 있었을 터.
“대학 시절엔 여자들도 함께 등반했는데, 주위에서 여자들은 졸업하면 나오지 말고 집에서 애들 잘 키우라고 그랬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기와 승부욕이 생겨서, 오히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산에 다녔다. 실제로 언니들은 다 결혼 후엔 등반을 안 했다. 나만 아직 유일하게 등반을 한다. 예전에 산 관련 일을 할 때 여자가 업무 분담과 지시를 한다고 말을 안 듣는 남자 분들이 더러 있었다. 결국 그들의 일도 내 몫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텼다. 언제나 ‘여자’가 아니라 동등한 ‘산악인’으로 평가받고 싶다.”
알피니스트로서 30년 이상 산에 올랐는데, 산은 그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산 덕분에 경이로운 삶을 살았다. 등반은 한계를 넘기 위한 행위이자 몰입도가 높은 스포츠다. 한계가 높을수록 도전하는 짜릿함이 크다. 그것을 극복했을 때 생기는 성취감과 자신감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가 됐다. 올림픽 메달처럼 외적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적 보상이 크다. 도전을 완수하는 과정, 이 자체가 하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일상에서는 평범한 아줌마 박경이라 할지라도, 산에 올라서 정상에 서는 순간 ‘산악인 박경이’로서 깃발을 꽂는 것이다. 한계, 몰입, 성취. 이 3박자가 내 삶에 큰 행복이었다.”
끝으로 트레킹 입문자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고산 트레킹을 꿈꾸는 중년이 많은데 국내에서도 준비할 수 있다. 겨울의 설악산이나 한라산은 히말라야에 버금가는 강추위와 거친 환경을 자랑한다. 실제로 그곳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낮더라도 그런 산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론 마스크가 사라지는 세상이 오면, 가족과 함께 트레킹을 떠나는 것이 소박한 목표다. 공적으로는 여성 산악인의 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관련된 내용을 책으로 엮어서, 역사에 가려진 여성 산악인을 조명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열등감에서 나온 오기였다”라고 말했다. 여자, 작은 체구, 고소공포증. 핸디캡으로부터 생긴 열등감을 그대로 방치했다면 패배감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 오기를 꾸준한 실천으로 옮겼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집념과 끈기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알피니스트의 경험은 그렇게 그녀의 삶을 바꿨다.
진정한 알피니즘의 조건은 “미터가 아니라 태도”라며 “결과보다는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봉우리에 오르는 것이 산악인의 전부가 아니다. 실전을 위해서 훈련을 꾸준하게 하고, 극한의 순간일지라도 동료와의 협동심을 발휘해야 비로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없이는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산이 좋아도, 신뢰할 수 있는 동료와 연습을 통해 쌓은 내공이 없다면 정상에 도달할 수 없다. 그녀의 경이로운 삶은 좋아하는 산과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과정은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결국 유종의 미는 과정의 아름다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아름다운 과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멋지게 완수하기를 응원하며 마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며 영양제와 같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우려가 깊은 시니어들이 영양제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과 주의사항은 무엇일까.
시중에 판매되는 영양제는 종류가 워낙 다양해 어떤 영양제를 골라야 할지 고민이 커진다. 영양제를 고를 때는 안전성과 기능, 복용 방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개선 효과가 입증되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또 식물성 캡슐로 제조되어 목넘김이 편하고 소화가 잘 되는 제품인지도 확인하면 좋다.
그렇다면 체력이 떨어지고 몸 곳곳에 이상이 발생하는 시니어들에게 어떤 영양제가 좋을까. 시니어들이 주로 고민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신체에 필요한 영양제를 소개한다.
① 체력
체력저하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비타민은 음식으로 섭취한 에너지원을 실제 사용하는 에너지로 바꾸는 일을 해 체력 회복을 돕는다. 비타민 중에서도 비타민B 복합제와 비타민C를 복용하면 체력저하와 만성피로에 도움이 된다.
다만 활성비타민은 매일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피로 회복을 돕는 활성비타민은 분자구조를 변형시켜 몸에서 흡수가 쉽도록 만들어 빠른 효능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활성비타민을 매일 섭취하면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신진대사가 고장이 난다. 따라서 비타민을 살 때 활성비타민이 포함된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② 노안
노안은 수정체가 탄력을 잃어서 생기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다. 노안 지연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성분들에는 빌베리추출물, 비타민A, 비타민C가 있다.
또 70대 이상 노인 4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는 황반변성의 진행을 막는데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는 루테인, 아스타잔틴, 지아잔틴이 있다.
③ 갱년기 스트레스
갱년기가 오는 중년은 감정 기복, 무기력증, 우울과 같은 증상을 겪는데, 이때 복용하면 좋은 영양소들이 있다. 갱년기 여성들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우울증, 무기력증은 물론 안면홍조, 건망증, 수면장애와 같은 복합적인 건강 문제를 겪는다.
이소플라본과 승마 추출물은 여성호르몬 수용체를 자극해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갱년기 남성은 남성호르몬 저하로 인한 체력저하와 무기력을 주로 겪는데 이들에게는 아미노산 제제와 비타민B, 홍삼을 추천한다.
④ 영양결핍
영양결핍은 식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고, 식사를 해도 소화를 잘 못 시키는 노인들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이들에게는 아미노산 제제와 멀티비타민 제제가 좋다.
⑤ 뼈와 치아
칼슘은 뼈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 영양제로 손꼽힌다. 뼈와 치아가 약해지기 쉬운 중년 및 노년층에게 특히 권장된다. 칼슘과 같이 섭취하면 흡수율이 크게 상승해 시너지를 내는 성분으로는 마그네슘과 비타민D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성분을 ‘칼마디’라고 칭할 정도다.
⑥ 혈압
오메가3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도와 혈압을 낮추는 효능을 가진다. 중년 이후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감소시켜 40대를 넘어서면 반드시 챙겨먹어야 할 영양제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종류의 약을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양제를 고를 땐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신현영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양제는 다다익선이 아니라 과유불급”이라며 “영양제를 여러 알 복용하거나 기존의 복용하던 처방약이 있는데 동시 복용하면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효능이 증가하거나 감소, 심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혈압을 낮추는 효능을 가진 오메가3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치료 시 먹는 아스피린이나 와파린과 같은 혈액응고억제제와 만나면 혈액이 지나치게 묽어질 수 있어 함께 섭취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영양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소가 풍부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숙면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제일 중요하다. 건강한 일상생활과 함께 부족한 영양소를 영양제로 보충하는 건강한 시니어의 모습이 기대된다.
중년의 부부 생활은 쉽지 않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관계가 소원해진 아내, 머리가 굵어지면서 말을 듣지 않는 자녀들, 고부와 장서 간의 갈등. 이처럼 가족 내의 인간관계가 녹록지 않다. 특히 오랜 세월 함께한 배우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혼의 위기에 놓인 황혼 부부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시니어 이혼 상담 건수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여성의 경우 3.2배 증가했고, 남성의 경우 4.1배 증가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옅어졌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고통스러운 부부 생활을 유지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위한 선택으로 이혼하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혼이혼 사유의 1순위는 바로 ‘성격 차이’다. 첨엔 정반대 성격이라 끌렸지만, 부부 생활을 지속하면서 성격의 차이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부 상담 전문가는 “부부 사이에 성격 차이가 있다면 서로 맞춰가려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상대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자신과 상대의 어떤 기대와 욕구가 좌절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부부 갈등의 씨앗 중 하나다. 고부 및 장서 갈등, 은퇴 후 가족의 외면, 배우자와의 불화 등 가족 간의 스트레스로 중년은 괴롭다. 실제로 한 논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혼의 중년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족 스트레스가 1순위로 꼽혔다. 설경옥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 관계 내에서 개인 스트레스는 부부 공동의 스트레스로 전이되기 때문에 배우자의 스트레스에 부부가 함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거리를 좁히는 친밀감
자녀들은 결혼해서 분가했고, 얼마 전부터 남편이 은퇴해서 둘이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하지만 사소한 일로 다투는 경우가 많아졌다. 집안일을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사사건건 지적과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고맙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커녕 계속된 비난과 명령조 말투에 지쳤다. 예전 같으면 자식들 때문에 참았겠지만, 이제는 참고 싶지 않다.
결국 부부 문제는 당사자에게 달려 있다. 얽히고 꼬여버린 관계의 매듭은 결자해지 자세로 당사자가 풀어야 한다. 논문 ‘부부 갈등이 결혼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갈등의 주제보다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이 결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평소에 소통법을 미리 점검하고, 갈등을 막을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특히 친밀감, 열정, 존중, 이 세 가지 요소를 명심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
일단 정서적 친밀감이 중요하다. 일상 속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자. “귓가에 새치가 많네요”, “오늘 피곤해 보여요”처럼 사소하지만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는 것도 좋다. 가벼운 스킨십도 괜찮다. 아침에 먼저 일어난 사람이 10초간 다리를 주물러주면서 “잘 잤어요?” 하고 인사를 건네거나, 각자 일을 하러 가기 전에 10초간 포옹을 해보는 것이다.
연문희 성산효대학교대학원 가족상담학과 석좌교수는 “친밀감 형성을 위해서 부부간 언어적 소통도 좋지만, 중년 부부는 서로 잘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상대의 시선이나 음성, 표정의 변화를 통해 마음의 상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심리적 거리감은 물리적 거리감에 비례한다”라며 “서로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포옹이나 팔짱 같은 가벼운 접촉을 생활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다가가는 대화
은퇴 이후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중년 부부는 서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은퇴 후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지만, TV 시청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고 부부 사이에 아예 대화가 단절되기도 한다. 이때는 서로 감정이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결혼사진, 자녀들의 돌사진, 가족사진 등을 꺼내놓고 공유할 수 있는 추억과 감정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좋다. 반려견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똥 치우는 법, 사료 등 관련 주제를 얘기하면서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김병수 정신과 전문의는 “중년 부부는 대화가 단절된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서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라며 “중년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함께 먼 곳을 바라보는 관계다”라고 말했다.
중년에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남편은 갈수록 여성화되고, 반대로 아내는 남성스러운 면모를 드러낸다. 갱년기를 같이 겪기 때문에 서로 예민하거나 다투는 일이 많다. 은퇴 후에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집안일이나 자녀 문제로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법이 필요하다.
남편의 경우엔 인정과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잘못한 일을 사과할 때는 자신의 잘못된 점을 명확히 말해주고, 더불어 앞으로 개선할 방법에 관해 말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게 좋다. 반대로 아내의 경우엔 잘한 점이 있으면 “당신이 최고야”라며 남편에게 적극적인 지지와 칭찬을 해줄 필요가 있다. 최성애 HD 행복연구소장은 “비난과 경멸은 원수가 되는 대화일 뿐이다. 대신 ‘정말 힘들었겠네’, ‘우리가 함께 어떻게 하면 좋을까?’처럼 경청하고 수용하는 자세와 더불어 ‘다가가는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