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느 단체에서 어르신 무료취업 상담실을 운영한다고 광고를 이곳저곳에 내 걸었다. 모집직종을 보니 경비,청소,주차관리,요양보호사,식당보조,지하철택배,치과기공배달,기타직종이라고 적혀있는데 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직종이 총 망라되어있다. 더 추가한다면 농어촌 일손 돕기 외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어르신을 모신다고 하면서 나이제한으로 70세까지만 뽑는다고 한다. 70세 초과는 명함도 내밀지 말라고 미리 공고문에 못을 박았다. 다른 말로 하면 70세가 넘으면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말이다.
아침에 테니스장에 나갔더니 여기저기서 수근 거린다. 무슨 말인가 들어봤더니 올해나이 70세인분이 우리 동호회 테니스모임에 가입해서 함께 운동을 하겠다고 어제 찾아왔단다. 일차적으로 회장이 면담을 해보고 반승낙을 한 상태인데 며칠 후 코트에 나와서 실력이나 인품 등 이런저런 것을 검증받기로 한 모양이다. 너무 나이 많은 분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 회원들이 수군대는 요지다. 여기가 무슨 양로원이냐! 왜 그렇게 나이 많은 분을 받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테니스장도 그냥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꾸어야 한다. 눈이 오면 눈도 치워야 하고 테니스코트를 평탄하기 위한 솔질도 하루 두 번은 해야 하고 라인기로 줄도 수시로 그어야 한다. 소금도 뿌리고 석회석도 들고 와서 라인기(line機)에 채우는 등 잡다한 일도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아직까지는 나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번잡한 일을 아무리 신입회원이라 하더라도 나이 많은 분에게 막 시키기는 어렵다. 또한 테니스는 과격한 운동이고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데 마음은 앞서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다칠 우려도 있다. 과거 아무리 운동을 했다하여도 젊은 애들을 실력으로 당하기 어려울 텐데 누가 한편이 되어서 게임을 해 줄 것인가도 현실적인 고민이다. 자칫 동호회 분위기를 잡칠 우려도 있다는 걱정이다.
젊은 회원들이 우려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요즘 70대의 나이에 펄펄 나는 사람도 있다. 나이로 군림하려는 생각을 이미 버리고 젊은이와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달릴 각오가 된 ‘액티브시니어’도 많다. ‘나이로 그럴 것이다’ 하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편견이고 잘못이다.
사람이 70세가 넘으면 정신적 신체적 변화가 정말 어떻게 오는가. 주위에 있는 분들에게 물어봤다. 우선 81세의 우리 동네 호텔 대표님에게 물어봤다. 이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도 하지만 매일 두 시간씩 헬스클럽에서 건강관리를 하는 분이고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신체적 변화를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이 사람아 다른 것은 다 먹더라도 나이만은 먹지 말게”하시면서 80이 넘으니 식욕이 좀 떨어지는 것 말고는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나이가 들면 신체적 정신적 노화는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이를 나이라는 칼날로 두부 자르듯 자르지 말고 21세기 의료과학의 힘으로 개별 맞춤으로 검증하여 건강한 사람은 건강상태를 인정해줘야 한다. 고령운전자라고 무조건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성검사기간을 단축하여 검증된 사람은 계속운전을 허락하는 것이 좋은 예다. 스스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서 계속 일을 하도록 해주는 세상이 정의로운 나라다, 당연히 그렇게 바뀌도록 해야 한다.
토요일 아침에 회원들과 테니스 시합을 하면서 운동은 물론 덕담과 웃음이 오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여성회원들이 가벼운 먹을거리도 갖고 오니까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석이조 (一石二鳥)가 아니라 일석 오조 정도는 된다. 이런 날 아침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문자 한통이 날아들었다. 예전에 함께 운동하던 K씨가 자신의 아내가 이침에 사망했다는 비보다. K씨는 55년생이니 아직 60대 중반이 못되었고 그의 아내는 이제 겨우 60대 초반나이에 들어섰다.
부랴부랴 병원에 달려 가보니 K씨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반쯤 넋이 나가 멍하니 앉아 있다. 힘없이 아주 수동적으로 문상객을 맞이하고 있다. 돌아가신 분은 어젯밤에도 아들하고 밤 열두시까지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다고 한다. 아침에 코피가 나는데 멈추지 않는다고 하여 119 구급차를 불러서 대형병원으로 기는 도중 절명했다고 한다. 이미 죽어서 병원에 왔기 때문에 최종 사인(死因)은 '불명'으로 기재되어있다고 한다. 이런 허망한 일이 어디 있나!
남편이자 상주인 K씨도 더 이상 사망원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없고 자꾸 물어본다는 것도 고문에 가까운 질문으로 보여 더 묻기가 어려웠다. 문상 간 우리 일행들이 모여서 과연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추리형식으로 추정해 보았다. K씨는 공기업에서 퇴직 후 작은 빌딩의 관리인으로 취업하여 대부분의 주야 시간을 빌딩에서 먹고 자고 지낸다. K씨의 아내는 착실한 크리스천으로 교회 일에 매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교회에서 보내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평범하고 모범적인 가정이다.
남편이 집에 없으니 아내는 식사를 부실하게 먹거나. 라면 등으로 대충 때우거나 건너뛰기도 하면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짐작들을 했다. 주위에 혼자 사는 여자들을 보면 남편이 있고 없고에 따라 여자의 식사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옆집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티격태격 부부 싸움도 했지만 늘 시장을 봐오는 모습을 봤다. 하지만 남편인 할아버지가 죽자 늘 빈손으로 집에 들어오고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 간다. 보살펴줄 사람도 없고 간섭할 사람도 없으니 대충 먹고 대충 지내는 것 같다. 서로 보호해주기도 하고 눈치도 봐야하는 가족의 보이지 않는 힘이 대단하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기러기아빠들이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본다. 친구 P씨는 지방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혼자 근무했다. 저녁에 라면에 소주 몇 잔으로 저녁을 대신하는 날도 많았다. 그리고 몇 년 후 아침에 죽어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63세에 불과했다.
퇴직하고 제2의 직장은 급여가 적어도 근무조건이 나빠도 ‘나이든 나를 채용 해주는 것도 고맙지’ 하고 감지덕지 한다. 평생현역이라는 말도 듣기 좋고 월 100만원의 수입은 은행에 10억 가까운 돈을 정기 예금한 것과 같다며 일을 하라고 부추기는 사회적 요구에 K씨처럼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렵지 않는 은퇴자도 일자리에 내 몰리고 너도 나도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나이든 남편이 일을 하니 나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아내도 봉사활동이나 몇 푼 밖에 못 받는 싸구려 허드렛일에 매달린다. 나이든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거의 막노동수준의 일이다. 남편이 어렵게 돈을 버는데 나만 잘 먹을 수는 없다는 자격지심에 절약이 도를 지나치어 굶기까지 한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사는가! 가족들에게 유언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나는 것은 비극이다.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의식 없이 무조건 일만하는 것도 문제다. 나이에 맞게 적당하게 일하고 영양보충에 돈도 쓰면서 인생을 즐겁게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 죽은 뒤에 아등바등 많이 번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늙어갈수록 부부란 함께 살면서 때로는 힘을 내는 엔진역할도 하고 때로는 몸을 쉬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도 하고 더러는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서로 대신 해 주어야 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을 다섯 군데나 갖고 있는 올해 환갑을 지낸 K 사장은 나와 테니스 동호회원이다. 이분은 30대 초반부터 이런 피복장사를 해왔으니 이 방면에서는 알아주는 베테랑이다. 한때는 본사에서 매출을 가장 많이 올려주는 가맹점이라고 특별대우와 표창장도 받았다고 한다. 본사에서 경쟁브랜드사와 맞장 뜰 지역에는 K 사장에게 적극 지원을 전제로 점포를 개설하도록 권유하다고 하니 본사에서도 인정하는 장사꾼이다.
여러 곳의 점포를 혼자 운영할 수는 없다. 각 점포마다 팀장이라는 직책의 책임자를 지정하고 그 밑에 알바들을 고용하여 장사를 한다. 알바생중에서 경력이 있고 장사수완은 물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을 선발하여 팀장이라는 책임자 직책으로 키워간다. 팀장은 급여대신 매출액의 몇 %를 갖고 가는 소 사장이다. 물건을 많이 팔아도 알바들은 시간당 임금을 받아 가는 것으로 끝이지만 K사장이나 팀장은 직접적인 이익이 많이 생긴다. 반면 장사가 안 되면 팀장은 급여를 못 받는 것으로 끝나지만 K사장은 가게임대료와 관리비등 직접적 손실이 생기는 구조다.
K사장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는데 직원들은 별로 귀담아 듣는 기색이 아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팀장이 말하길 ‘사장님이 가게에 있으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으니 앞으로 여기는 나오지 마세요.’ 라고 했단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인지는 몰라도 손님에게 물건을 팔아본 기억이 없다. 손님들이 젊은 종업원하고만 이야기 하려고하지 사장이지만 늙은 자신에게는 아무도 말 붙여오는 사람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가게에 가도 동태만 살피고 나와야하고 자신의 신세가 물위에 기름 뜬것처럼 점포에서 겉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P는 과장급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하여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고객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통 손님이 없다. 누가 귀 뜀을 해줬다. 늙은이 그것도 남자 늙은이 혼자 있는 부동산점포에 아무도 가지 않으니 참한 아줌마를 실장급으로 한사람 체용 하라고 했다. 결국 여성실장을 체용하고 이익금을 절반씩 나누기로 하면서 손님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옛날 어른들이 자주 말씀하시길 호박은 늙으면 쓰임새가 많으나(호박죽, 호박범벅. 호박꼬지, 약초 넣고 호박다림 등) 사람은 늙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했다. 노인이 죽으면 동네 도서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처럼 노인은 지혜의 샘이라는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사장이면서도 종업원에게 까지 배척당하고 자격 있는 공인중개사임에도 무자격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이 노인의 현실이다.
그렇다하여 세태를 원망만하고 뒷방 늙은이로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다. 100세 시대에 70대는 너무 젊다. 영원한 현역이 좋다. 걸음을 걸어도 몸을 꼿꼿이 치켜세우고 힘차게 빨리 걸어야 한다. 몸에서 노인 냄새가 아니라 향기가 나도록 청결을 유지한다. 오늘도 힘차게 구두끈을 졸라매며 ‘아빠 출근한다’라며 크게 외치고 현관문을 나선다.
화장은 여성의 전유물이고 남성은 세수나 면도를 하고나서 피부 당김을 막아주는 로션정도만 바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야외활동을 하는 테니스 동호회원들을 보면 여성 회원들은 얼굴을 복면강도처럼 꽁꽁 싸매지만 남자회원은 선크림 정도만 바른다. 운동경기를 할 때도 햇볕을 얼굴에 정면으로 받는 위치에는 남자들이 서고 여성들은 햇볕을 등지도록 해야 매너 있는 남자고 따봉 소리를 들으니 남자들은 자연히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어 얼굴이 검다.
남자 얼굴 좀 타면 어때하는 심정으로 젊었을 때는 로션도 제대로 바르지 않았다. 유행가 노래 ‘내 얼굴이 검다고 깔보지 마라 이래봬도 바다에는 멋진 사나이’ 라는 노래를 십팔번으로 불렀다. 이렇게 얼굴피부에 등한시해서 그런지 요즘 와서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에 주름이 신경 쓰인다. 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남자도 외출할 때 선크림을 바르는 사람과 바르지 않는 사람이 50대를 지나면 얼굴나이가 10살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주위에 보면 실제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사람과 더 늙어 보이는 사람이 분명 있다. 젊을 때 피부에 좀 더 신경을 쓸 걸 하고 아쉬운 생각을 하는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다.
사람들은 나보고 늙지 않는다고 기분 좋은 소리를 해주지만 거울을 보거나 사진을 찍어보면 주름진 얼굴에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스스로 느낀다. 좀 더 얼굴이 팽팽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가져본다. 주름개선 수술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수술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눈가나 입가에 자작거리는 주름은 없애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다리미로 주름살 주위를 팍팍 누르고 문지른다.
어느 백화점이나 1층에는 화장품 코너가 있다. 오늘 가까운 백화점에 갔더니 화장품 세일 안내표시판이 붙어있다. 호기심에 들어가 살펴보니 주름개선과 미백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광고 문구가 유혹한다. 그러고 보니 얼굴에 바르면 주름개선 효과가 있는 화장품이 있다는 광고를 들어 본적이 있는 것 같고 주름이 완화되는 화장품이 실제 있다면 발라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말에도 벗은 거지는 굶지만 입은 거지는 얻어먹는다고 남의 눈에 깔끔하게 보이는 동안도 경쟁력이고 입은 거지에 해당된다. 이런 판에 화장품을 발라 주름이 개선되고 젊게 보인다면 당연히 발라야 하고 효과를 본다면 쾌재를 부를 일이다.
물건을 사려면 예비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화장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내에게도 루즈 정도만 선물해 봤지 기능성 화장품에 대해서는 선물할 생각자체를 하지 않았다. 아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사도록 금전지출기 역할만 늘 상 해 왔다. 화장품 판매원의 설명도 듣고 제품설명서나 내용물 목록을 꼼꼼히 살핀다면 물건 고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용기를 내어 화장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백화점의 화장품 판매아가씨는 젊고 예쁘다. 판매아가씨는 내가 아내나 딸에게 선물용 화장품을 사려고 왔나보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내가 쓸 주름개선용 화장품을 사려고한다고 하자 ‘이거 아주 효과가 좋아요’하면서 달팽이 점액이 들어있다는 크림 한통을 내 놓는다. 설명서 상단에는 주름개선과 미백2종의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쓰여 있다. 내가 원하던 화장품이 틀림없다. 밑에 작을 글씨로 달팽이점액과 글리세린과 기타 수 십 가지의 내용물이 들어있다고 적혀있다. 화공약품 같은 이런 내용물이 어떤 기능과 효과를 연출하는지는 모르겠다.
화장품은 용량에 비해 엄청 비싸다는 것을 알기에 망설이지 않고 샀다. 사도록 충동질한 설명서 문구가 맘에 든다. ‘쉽게 지치고 건조해지는 피부에 충분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여 탄력 있고 윤기 있는 건강한 피부 연출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다. 그 말에 내가 뿅 갔다. 나이 먹을수록 용모에 신경을 써야 된다는 말이 이제는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알 나이가 되었다.
테니스라는 운동을 즐기고 있다. 동네 가까운 곳에 테니스장이 있다 보니 접근성도 좋고 골프보다 돈도 적게 들고 언제나 나가면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점이 장점이다. 테니스는 혼자 할 수 없으니 동호회에 가입하여 회원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
같은 취미를 매개체로 하여 똑 같은 권리와 의무를 함께 지는 동호회원은 어떤 때는 가족보다 더 친밀하다. 운동을 하고 국밥도 같이 먹고 맥주 한잔씩을 하다보면 쌓인 세월만큼 새록새록 정이 깊어진다. 길흉사에도 참석하고 야유회를 함께 다녀오기도 한다. 우리 테니스 동호회는 회원만 80여명에 이르는 매머드급 동호회다. 같은 동호회원이라 하여도 친밀도가 똑 같지는 않다. 더 친한 회원이 있고 꼴 보기 싫은 진상 범주의 회원도 있다.
‘진상’의 원래 의미는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특산물을 윗사람에게 바치는 행위’를 의미했으나, 진상이 지닌 폐단이 부각되면서 ‘허름하고 나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진상’은 이 말의 부정적 의미를 차용하여 ‘못생기거나 못나고 꼴불견이라 할 수 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진상 떨다’라는 말은 ‘유독 까탈스럽게 굴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인용)
테니스회원 중 진상회원은 슬프게도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많다. 나이 들면 말로는 성격이 유해지고 손해 보며 살고 남을 배려해야 된다고 하면서도 실제는 그렇지 않다. 과거에 내가 어땠는데 하는 자존감으로 남에게 지지 않으려하고 별것 아닌 것에 고집 부린다. 더구나 마음이 여려 툭하면 잘 삐침이 있다.
왜 남들이 싫어하는 진상회원이 되는가! 첫 번째가 지나친 승부욕이다. 라인 언저리를 빠르게 지나간 공은 인, 아웃 시비가 자주 일어난다. 세계적인 선수도 비디오판정을 요구할 정도인데 동호인들은 잠 못 볼 수가 있다. 여러 사람이 아웃이라고 판정을 하면 인저응ㄹ 하면 편하다 그런데 나이든 사람은 고집을 피운다. 끝까지 물러서지 않으려고 한다. 몇 번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회원들로부터 기피 인물로 간주되고 진상회원으로 결국 왕따를 당한다.
두 번째가 파트너에 대한 매너다. 복식게임은 파트너가 매우 중요하다. 좋은 파트너를 차지하고 싶지만 추첨으로 결정되기도 하고 원하는 파트너가 다른 사람을 택하기도 한다. 결정된 파트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하고 파이팅을 외칠지언정 잔소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잘못 했다는 것을 인정해도 막상 지적을 받으면 기분이 상한다. 기분이 나빠지면 몸이 위축되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 지적하는 파트너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세 번째가 자기공은 아끼고 남의 공으로 치려는 사람, 청소나 주변정리에 소극적인 사람, 인사성이 없고 비협조적인 사람,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진상회원이다. 젊은 회원들은 나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이든 회원을 진상회원의 범주에 넣고 같이 놀아주지 않으려 한다. 진상회원이 되지 않으려면 아니 함께 어울리려면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젊은이로 변해야 한다.
세상사 마음먹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늙어보지 않은 젊은 사람이 늙은 사람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젊은 시절을 살아본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쫓아가야 한다. 불평등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그들은 아직 늙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5070세대는 먹고살기 힘들었던 헝그리(hungry) 세대다. 악착같이 모으고 아끼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신보다는 가족, 소비보다는 저축이 몸에 배어 있다. 자식과 가족을 위해서는 아까운 줄 모르지만 ‘나’를 위해 쓰는 것은 몇 번이나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5070세대다. 필자의 부모님도 평생 자신을 위해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은 적이 없는 분들이다. 어쩌다 자식들이 좋은 옷을 선물로 드리면 “이건 얼마짜리냐?”, “환불은 안 되냐?” 하며 자식들 눈치를 본다.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나’를 위해 소비하는 것에 인색하고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5070세대가 모으고 아끼고 저축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꼈다면 이제는 ‘나’를 위해 투자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누리면 어떨까? 이에 이번 호에서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이하, 나·행·소)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원칙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유가 아닌 경험을 위해 소비하라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호 교수는 “행복의 기준이 과거에는 돈을 어떻게 버느냐에서 이제는 돈을 어떻게 소비하느냐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즉 지금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나눌 수 있는 소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는 크게 ‘소유를 위한 소비’와 ‘경험을 위한 소비’로 나눌 수 있다. 과거 5070세대는 소유하기 위한 소비가 대부분이었다. 가령 자동차, 집, 옷 등을 소유하고 사용하면서 행복을 느꼈다. 그러나 이런 소비의 행복감은 단발적이고 일시적이다.
그렇다면 경험을 위한 소비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가령 학습하며 강의를 듣는 것, 여가활동, 여행을 떠나는 것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직접 체험하며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소유보다는 경험을 위한 소비가 훨씬 행복감이 크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경험은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가활동으로 가장 선호하는 여행([자료1] 참조)을 예로 들어보자. 여행을 떠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왜 그럴까?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여행이라는 경험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가 생기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서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5070세대에게 ‘경험하고 체험하는 소비’는 익숙하지 않다. 경험을 위한 여가활동은 기껏해야 TV 시청 정도뿐이다. 5070세대가 성장해왔던 과거 1970년대에는 마땅한 여가 활동도 없었다. 화투 정도가 전부였고 1980년대에 와서야 도심에서 탁구, 당구, 볼링, 테니스 등을 즐겼다. 최근에는 골프와 캠핑 등도 여가활동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경험을 위한 소비’가 반드시 여가활동이나 여행일 필요는 없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의 좌표를 배움에서 찾는 5070세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60세 이상 학점은행제 등록자는 2만2915명(대학학점인정 과정 기준)이며, 55~64세의 평생교육 참여현황은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교육과학기술부 국가평생교육 통계조사). 또한 지난 2013년에는 1972년 방송통신대 개교 이래 최고령자인 정한택(입학 당시 91세)씨가 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5070세대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를 위해서는 ‘갖고 싶은 것’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일본에서도 여가활동의 주역이 10대에서 60대 이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고수입의 활동적인 70대가 레저시장의 주도세력이다.
유병장수시대 행복하게 하는 소비
과거 학창 시절 무조건 외우기만 했던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이론’을 기억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따르면, 사람은 의식주와 안전의 욕구가 해결되면 상위 욕구로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받고 더 나아가 자아실현을 궁극적으로 꿈꾸고 싶어 한다고 한다. 물론 모든 욕구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 이론이자 경험론이다. 나·행·소 관점에서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1단계 생리 욕구는 의식주 관련 소비로, 2단계 안전 욕구는 건강 예방을 위한 소비로, 3단계 소속감 욕구는 친구/동호회 활동을 위한 소비로, 4단계 존경 욕구는 학습/교육 활동을 위한 소비로, 5단계 자아실현 욕구는 여행을 위한 소비로 매칭할 수 있다([자료2] 참조).
앞서 필자는 ‘경험을 위한 소비’가 나·행·소 첫 번째 요소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매슬로우 욕구 이론에 따르면 모든 5070세대가 ‘경험을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제아무리 빼어난 경치라도 당장의 배고픔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은퇴생활을 하는 5070세대의 소비 성향과 욕구도 동일하지 않다. 은퇴 후에 소득이 중단되어 의식주 관련 소비가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자료3] 참조). 여기에 의료, 간병을 위한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험을 위한 소비’는 사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5070세대가 나·행·소를 위한 소비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소비욕구 5단계에 따르면 1, 2단계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화와 건강과 관련된 소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은퇴재무설계 관점에서, 자산을 모으는 웰스(wealth)가 아닌 건강을 지키는 헬스(health)에 관심을 갖는 50대가 많아지고 있다. 건강이야말로 최선의 노후대책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건강하지 못하면 노후생활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준비된 노후자산은 조금 부족해도 몸이 건강하면 긴 노후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산의 품질이 아닌 몸의 건강품질을 높이는 소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건강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 될지 모른다. 건강을 통해 더 젊게 살고, 더 즐겁게 살며, 더 행복하게 사는 궁극적 가치에 한발 다가서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먹고, 건강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소비야말로 나를 지키고 행복하게 하는 소비가 아닐까?
Clean & Dress up 소비에 인색하지 말라
몇 년 전 개봉한 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퇴직 후 은퇴생활을 즐기다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는 70세 노신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주인공(로버트 드 니로)은 다운타운에 방 여럿 딸린 자택을 소유한 나름 성공한 중산층이다. 비록 아내와 사별했지만 자녀도 별 탈 없이 잘 자라 독립했고, 취미로 요가나 화초 재배를 하며, 가끔 손자 재롱 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평범한 은퇴세대다.
주인공은 혼자 사는 은퇴세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소 옷매무새 하나도 빈틈이 없다. 그는 언제나 젊은 사람보다 더 깨끗하고 말끔한 시니어다. 옷차림새뿐만 아니다. 항상 주변을 깨끗이 한다(Clean up).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 경험은 CEO뿐만 아니라 젊은 직장 동료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액티브시니어들도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옷은 비즈니스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편한 게 좋은 것이여!”라며 집에서도 외출할 때도 늘 입는 아웃도어 복장은 아닌지 살펴보라. 이왕이면 깔끔하게 잘 갖춰 입고(Dress Up) 다니자. 나이 들수록 깨끗하게 잘 차려 입어야 한다. 옷이 날개란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반듯하게 차려 입은 상대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 손주들도 좋은 향기가 나는 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무엇보다 잘 차려 입은 옷은 자신감을 더해준다. 그러므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Clean & Dress Up 소비’에 절대 인색하지 말자.
다른 큰 사고들과 마찬가지로 발단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은행 전산실에서 근무하는 이경호(李京浩·48)씨는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그래머다. 업무에서는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업무의 특성상 여러 대의 컴퓨터를 다뤄야 하는 그의 주변은 당연히 복잡한 케이블이 얽혀 있었다. 임시로 가설해놓은 전선이 문제였다. 바퀴가 달린 의자로 몸을 모두 움직여 좌우의 다른 컴퓨터를 조작해야 했지만 케이블이 걸리적거리면서 손과 목만 움직여 다루는 습관이 생겼다. 말 그대로 사소한 것이었다. 별것 아니라 여겼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의 몸에 피로를 쌓았고,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어느 순간 활을 밀어내듯 통증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어느 날 자리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는데 갑작스럽게 목이 아프더라고요. 마치 담 걸린 것처럼. 별것 아니라 생각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낫지 않았어요. 나중엔 두통까지 와서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키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됐어요.”
이씨의 근무환경은 영화 속 펀드매니저를 상상하면 된다. 4대의 모니터가 눈앞에 펼쳐져 있고, 각각의 모니터는 별개의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상태. 이메일 등 일반 용도의 컴퓨터와 프로그램 개발용, 서버관리용 컴퓨터 등은 철저히 분리되어 관리된다. 수많은 고객의 예금이 관리되는 만큼 사소한 보안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목과 상체만 돌려 이런저런 업무를 오래 보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탈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허리 때문에 이미 고생해본 적이 있어, 운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일 있겠나 싶었죠. 그게 오만이었나봐요.”
파스 몇 장으로 낫지 않는 병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이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 병을 해결해 줄 사람을 마음속으로 결정해놓은 상태였다.
오랜 시간 그들을 이어준 라뽀
세연통증클리닉의 최봉춘(崔鳳春·58) 원장과 이경호씨의 인연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20년의 시간이다. 1997년 이씨는 허리가 아파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다 최봉춘 원장 덕분에 겨우 정상생활을 할 수 있었고, 관리를 위해 계속 인연을 유지했다. 최 원장은 이씨와는 이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약속을 잡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의사와 환자 사이로 만난 시간이 워낙 오래되었으니까요. 지금 자리가 아닌 초창기 개원 시절부터 환자로 저를 찾아주었어요. 누구보다도 몸 상태를 잘 알고, 함께 늙어가는 과정을 오롯이 지켜보고 있습니다(웃음).”
그런데 통증클리닉이라는 병원명이 좀 생소해 보이기도 한다. 통증클리닉은 어떤 곳일까. 최 원장은 “말 그대로 통증의 원인을 찾아 환자를 안 아프게 해주는 것이 목적인 곳”이라고 설명한다.
“통증의 원인은 다양해요. 근골격계 통증일 수도 있고, 신경 통증일 수도 있어요. 환자의 환부를 진찰해 통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찾습니다. 정형외과와 다른 부분은 외과적 치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씨의 증상은 전형적인 목디스크로 치료가 그리 어려운 경우는 아니라고 했다. 목디스크는 왜 생기는 것일까.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는 추간판, 그러니까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것이 쿠션 역할을 해줘요. 목뼈에 걸리는 무게를 분산시켜주는 거죠. 그런데 간혹 이 디스크가 삐져나와 목의 신경을 누를 때가 있어요. 디스크가 삐져나오는 경우는 매우 흔한데, 그중 일부가 통증을 유발합니다. 디스크가 삐져나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통증이 있지는 않아요. 대부분의 디스크 질환은 퇴행성입니다. 허리디스크도 마찬가지고요. 노화 과정에서 디스크에 변형이 오는 거죠.”
최 원장은 최근 목디스크 환자의 증가를 의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달라진 생활환경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과거엔 책과 서류 볼 때를 제외하면 앞을 보면서 생활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주위를 보세요.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심지어 걸을 때도 말이죠. 이러다 보니 당연히 목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죠. 또 잘못된 자세도 큰 원인 중 하나예요. 평소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스크 수술, 이럴 때만 해야 한다
이쯤 되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디스크, 수술 해야 하나? “대부분 수술이 필요 없습니다.” 최 원장은 잘라 말한다.
“허리디스크나 목디스크 환자 중에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정해져 있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마비 증세가 왔을 때, 대변이나 소변을 보는 데 문제가 생기는 배뇨장애가 왔을 때, 6개월 이상 치료를 했는데도 통증이 지속될 때입니다. 그 외에는 수술이 아닌 치료 방법으로 충분히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어요.”
최 원장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운동이다. 척추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디스크로 인한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가끔 디스크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만 듣고, 아픈 허리를 운동으로 혹사시키는 분들이 있어요. 이러시면 절대 안 됩니다. 척추 주위 근육을 강화시키기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어요. 바로 치료입니다. 정상적으로 치료를 받아 디스크 증세를 어느 정도 안정시켜놓고 의사가 안내하는 운동법에 따르는 것이 중요해요. 무턱대고 운동을 무리하게 하다간 오히려 더 악화되기 십상입니다.”
치료 미루다 삶의 질 떨어져
최 원장은 목디스크로 다시 찾아온 이씨에게 목신경성형술을 실시했다. 최 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대단한 수술이 아닌” 시술이다. 척추뼈 사이의 구멍을 통해 척추 경막외강에 1mm 두께 바늘 모양의 카테터를 삽입해 통증이 발생하는 부위에 약물을 주입한다. 이를 통해 신경 주위의 염증과 유착을 사라지게 만든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고 회복도 빠르다. 시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최 원장은 목이나 허리디스크 치료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치료 시기라고 조언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정상생활로의 복귀시간도 단축된다는 이야기다.
“통증이 느껴지는데도 마비 증세가 올 때까지 참고 버티는 것이 최악이에요. 통증이 지속되어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불면이 계속되면 피곤함은 물론 우울증까지 올 수 있어요. 결국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겠죠. 작은 통증이라도 멈추지 않으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디스크 환자들이 쉽게 하는 실수 중 하나는 통증의 위치로 잘못된 진단을 스스로 하는 것. 허리디스크의 대표적 증상은 다리저림인데 다리가 아프다 보니 척추의 문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 원장은 “다리가 저리면 허리디스크일 수도 있고, 협착증일 수도 있고, 고관절의 문제일 수도 있고, 엉덩이 주변 신경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부터 가야 합니다. 스스로 잘못된 진단을 내리고 방치하면 병만 키우게 됩니다.”
부주의가 큰 병 불러와
이씨가 처음 최 원장을 찾은 것은 허리 때문이었다. 그때도 부주의가 문제였다고 이씨는 말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예요. 당시 테니스에 푹 빠져 지냈는데, 집에 있어도 코트 생각만 났죠. 1997년 겨울이었어요. 빨리 손맛을 보고 싶은 생각에 몸을 제대로 풀지 않고 덤볐다가 사달이 났죠. 추운 날씨에는 충분히 준비운동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허리를 삐끗한 뒤 용하다는 한의원과 정형외과 등을 전전했지만 낫질 않아 고생하다 스포츠신문 기사를 보고 최 원장님을 찾게 됐어요. 병원에 와 보니 프로농구 용병 선수 몇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여기서는 허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씨는 허리 치료 후 최 원장 추천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 덤으로 모든 영법도 마스터했다. 이후 웨이트 트레이닝도 시작했다. 이제는 테니스 라켓을 다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정상이 됐다.
“허리가 아팠을 때는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아침에 지하철로 출근하는데 20m도 걷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렇게 고생을 하고 나니 몸을 제대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는 테니스도 한동안 쉬고 몸을 위한 운동에만 집중했죠. 효과가 있었는지 이후에는 최 원장님을 가끔씩만 봬도 될 만큼 호전됐어요.”
몇 년 동안의 투병 때문인지 이씨는 자신이 허리 박사가 다 됐다고 말한다.
“한 가지 질환 때문에 20년 고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박사 수준이 돼요. 허리에 좋은 바른 자세나 운동 방법 등은 훤히 꿰고 있어요. 아무래도 앉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간혹 통증을 호소하는 동료가 있어요. 그럴 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줍니다.”
이씨는 디스크로 인한 ‘두 번째 고생’을 마치고 나서 다시 한 번 ‘바른생활’을 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한동안 운동도 열심히 하고 관리도 잘해왔는데 방심했다가 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을 샀어요. 계속 앉아서 일하는 게 몸에 좋지 않은 것 같아서 틈틈이 서서도 일하려고요. 물론 걸리적거렸던 케이블도 진작에 치웠습니다(웃음). 아파보지 않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짐작조차 못할 거예요. 겪어보니 몸은 방심을 참아주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평소에 제대로 관리하셔서 건강하게 지내시면 좋겠어요.”
올림픽공원은 집 근처라서 자주 가 본다. 몇 십 년을 근처에 살면서 올림픽 공원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올림픽 공원에는 대표적 조각 작품 ‘대화’ 등 대형 조각상들이 약 180개 정도 있는데 어디 어떤 조각 작품이 있는지 외우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에 숨겨진 구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못 들어가게 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길의 구조가 그 쪽으로 갈 일이 없어 못 본 것이다.
‘평화의 문’에서 남2문 사이는 한성 백제 박물관이 가로 막고 있어 거기까지만 보고 돌아서게 되어 있다. 장미 공원에서 남 2문까지는 수영장, 체조 경기장, 역도 경기장 등으로 가는 큰 길이 있다. 장미공원은 아름다운 화원으로 눈길을 빼앗기게 되어 있다. 그 길은 테니스장으로 통한다. 남2문으로 들어가면 밸로드롬 경기장이 있다. 종종 경마처럼 사이클 경기가 열리는 곳인데 이쪽에는 갈 일이 없다. 그리고 벨로드롬 서쪽으로 애매한 언덕 공원이 있다. 주변에 이렇다 할 시설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차장도 소마미술관 쪽에 있으므로 멀다. 순전히 걸어서 가야한다. 평화의 문에서 올림픽공원 사거리 방향으로 걸어 가다보면 왼쪽에 속한다.
그러니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 구역에 조각상들이 대거 있다. 여기까지 둘러 본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인근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 사는 지인들에게 물어도 엉뚱하게 다른 조각상을 얘기하거나 잘 모르겠다고 헸었다.
여기 여러 가지 조각 작품 중 숨겨진 조각, ‘길’과 ‘마마’가 있다. ‘길’은 우리나라 작가가 만든 조각품인데 남자의 나신과 남근이 그대로 되어 있다. 아이들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통로에 놓자니 민망하기도 하고 해서 잘 안 보이는 곳에 위치하게 한 모양이다. 이 조각 작품에 대해 소문은 들은 적이 있으나 정작 아는 사람은 없어서 갈 수가 없었다. 필자도 이번에 처음 가본 것이다. 남자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표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남자 나신 4개가 나란히 걷는 모습으로 되어 있는데 맨 마지막 것에는 목이 없다. 예술 작품이므로 예술로 보면 문제가 없지만, 남근이 너무 적나라하다. 서양에는 이런 조각품이 도심에 있어도 전혀 문제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기피 대상이다.
‘마마’는 러시아 작가의 작품이다. 임신한 어머니를 표현한 작품 같은데 탱탱한 유방과 불룩 나온 배, 그리고 다리를 벌리고 있는 하반신, 세 부분으로 나눠 뉘어 놓았다. 역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예술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있을 법해서 여기 위치해 놓은 것 같다. 그러나 예술 작품으로 보면 이해는 된다.
그길로 소마 미술관 앞을 지나게 되는데 소마 미술관에 가려 안 보이는 조각상들이 몇 개 있다. 대개는 소마 미술관 앞 큰길로 지나치게 되거나 소마미술관을 구경하고 나면 바로 큰 길로 나온다. 그러니 뒷편에 있는 조각상들을 못 보는 것이다. 여기는 중국 조각가의 작품 등이 다른 서양 조각가들과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소마 미술관 위에 스카이 작품이 있다. 공중에 해놓은 것이라 시선을 밑으로만 하고 다니는 사람은 못 본다. 공중에 얇은 철사를 엮어 물고기 모양도 만들어 놓고 다른 형태의 작품도 있다. 얼핏 보면 잘 안 보이고 햇빛이 강렬하면 더 못 본다.
여름을 청춘의 계절이라 부른다. 그러나 시니어들에게 여름이란 때때로 가을 혹은 겨울보다 더 가혹하게 춥고 쓸쓸하다. 나이에 대한 실감이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세상의 조연으로 내몰린 듯한 기분까지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다시 한 번 여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섹시한 패션 팁이 있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섹시함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시청자분들이 선생님 다리가 섹시하다고 해요.”
얼마 전 종영한 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이서진이 윤여정에게 한 말이다. 70세를 넘긴 여자(배우)에게 ‘섹시하다’는 표현은 ‘곱다, 아름답다’는 말과는 완전히 다른 레벨의 의미다. 육체적이든 심리적이든 여전히 여자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이니 이보다 더한 칭찬이 있을까. 은 휴양지 발리를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꿀처럼 윤기가 흐르는 젊은 여인들이 10초가 멀다 하고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 속에서 바닷가가 오랜만이라는 70대 여인은 어떤 모습으로 섹시하다는 평을 받았을까. 무작정 헐벗은 것은 아니다. 블랙 속옷이 살짝 비치는 화이트 티셔츠, 허벅지를 드러내는 쇼츠, 쇄골이 보이는 보트넥 블라우스 등 우린 이 여배우를 통해 여름을 나는 섹시한 팁을 얻을 수 있다.
20대는 온몸에서 산도 높은 섹시함이 뿜어져 나온다. 때론 너무 과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30~40대가 되면 뭘 좀 아는 것 같은 능글능글한 섹시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재미가 덜하다. 하지만 시니어는 적당한 농도의 섹시함을 발휘할 수 있다. 너무 시큰하지도, 과하게 느끼하지도 않은 섹시함. 물론 20대나 30대보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여름이면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속옷이다. 좋지 않은 예이지만, 엄마의 옷장을 열어보면(엄마는 평균적인 60대의 여자다) 모든 속옷이 ‘살색’이다. 여름에는 꼭 러닝을 입어 속이 비치지 않게 하는 게 여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서 윤여정은 블랙 속옷이 자연스럽게 비치도록 거즈처럼 얇은 화이트 티셔츠를 입고 있다. 만일 이 티셔츠가 깊은 브이넥에 가슴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직접적인’ 노출로 이어졌다면 섹시함보다는 천박하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시니어 노출의 핵심은 ‘직접’이 아닌 ‘간접’ 노출에 있다! 여전히 ‘나는 속옷까지 신경 쓰는 여자예요’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노출 말이다. 면 100%의 기능성 속옷이 아니라 레이스로 범벅된 블랙 속옷이 그런 표현이다.
이 공식은 하의에서도 적용된다. 윤여정처럼 태생적으로 얇고 예쁜 다리를 가졌다면 허벅지가 드러나는 쇼츠를 입어도 괜찮다. 중성적인 스타일의 면 팬츠라면 고상하면서도 섹시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샌들 대신 테니스화처럼 클래식한 슈즈를 선택한다면 더더욱 멋질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니어는 발목은 가늘고, 종아리는 굵고, 허벅지는 절인 오이처럼 힘없이 말라 있다.
이럴 때는 간접 노출이 절실하다. 즉 슬릿이 들어간 와이드 팬츠로 착시 효과를 주는 것! 하늘거리는 린넨이나 실키한 소재에 무릎 위까지 슬릿이 과감하게 들어간 바지는 우리가 원하는 ‘고상한 섹시함’이라는 아이러니컬한 과제를 잘해낼 수 있게 해준다. 아!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발목을 살짝 드러내는 길이의 묘미다. 가느다란 발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섹시함이 농축된 부위라는 걸 잊지 말자.
슬릿 팬츠와 궁합이 잘 맞는 상의는 가슴보다는 등을 드러내는 블라우스나, 쇄골이 슬쩍 드러나는 보트넥 티셔츠다. 노화의 기운이 천천히 드리우는 등과 쇄골은 젊은이의 가슴이나 엉덩이만큼 시니어들의 핵심 노출 부위다.
수영복을 선택할 때도 이 공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등이 깊게 파인 원피스형 수영복을 고르고, 여기에 긴 스카프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살짝 가려주자(더불어 자신 없는 뱃살도). 스카프의 매듭이 앞이 아니라 허리 옆쪽으로 오게 해 슬릿 같은 효과를 주는 것도 잊지 말자.
얼마 전 영화 전문지 가 선정한 섹시한 배우 100인에 이름을 올린 샬롯 램플링. 그녀는 윤여정보다 한 살 많은 1946년생이다. 샬롯 램플링은 여전히 젊은 여배우의 독무대 같은 뷰티 광고에 등장하고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으로도 활동한다. 나이가 들면 여자가 아니라는 공식이 그녀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녀를 보면 맘이 설레는 남자들이 지금도 많다.
샬롯 램플링의 이름 앞에는 ‘섹시한’이라는 형용사가 20대부터 줄곧 따라다녔다. 20대에는 몸매가 섹시했다면 70대의 그녀는 눈빛과 에티튜드가 섹시하다. 블랙 셔츠를 입어도 20대의 그녀가 그랬듯 단추를 자연스럽게 풀어헤친다. 나이가 들어 바짝 말라붙은 가슴을 부끄러워하며 ‘뽕브라’ 같은 억지스러운 것을 더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가르마,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 입가로 번지는 우아한 미소, 주름마저도 당당하게 느껴지는 자연스럽게 노화한 얼굴. 이 모든 것이 섹시하다.
억지로 노출을 하고, 빵빵한 젊음을 탐하지도 않는다. 느슨하지만 여유롭게, 그 수많은 틈들 사이에서 시니어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게 하는 20대의 섹시함과는 다른 농후한 섹시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 일본에서는 현대인의 나이에 0.7을 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보다 더 기준이 낮아져(?) ‘0.6 곱하기 세대’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즉 요즘 20세는 옛날 기준으로 보면 12세, 30세는 18세, 35세는 21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60세는 과거의 36세 정도의 나이가 된다. 60세가 과거의 36세처럼 젊게 살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 아닌가. 더구나 섹시함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번 여름, 해변에서든 휴양지에서든 당신은 여전히 섹시함을 보여줄 수 있는 여인이라는 사실만 기억하자!
미국은 세계에서 실버타운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독립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독립적인 가족문화 때문일 것이다. 은퇴 후 자식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시니어들의 의식도 한몫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실버타운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규모 은퇴 단지만 3000여 곳, 이 중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작은 해안도시에 있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한인들에게는 꿈의 은퇴촌으로 불린다. 365일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입맛대로 골라 즐길 수 있는 클럽활동,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년 친구들, 무엇보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서로를 ‘아름다운 동행자’라 부르는 이곳,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한인들을 만나봤다.
미스터&미세스 손
“입구를 잘못 들어왔네요. 거기서 기다려요. 미스터 손한테 나가보라고 할게요~”
은퇴촌이라고 만만히 봤다간 낭패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총면적은 2100ac(약 250만 평). 라구나우즈 시(市)의 90%를 차지한다. 여의도 전체보다도 크다.
알려준 9번 출입구를 못 찾아 8번 출입구로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9’에서 ‘8’이 멀어봤자 얼마나 멀겠냐 했지만 결국 길을 잃었고 기어이 80세의 주인장을 마중 나오게 만들고 말았다. 나무 그늘 밑에 자동차를 대놓고 5분 정도 기다리자 언덕 위에서 골프카트 한 대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흐트러진 흰머리를 단정히 하며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노신사. 미스터 손이었다. GPS를 손에 들고도 길을 잃은 젊은이(?)에게 위로의 말도 잊지 않는다.
“여기가 원래 넓어서 찾기가 좀 힘들어요. 하하하.”
손기용(80), 손종숙(75) 부부. 빌리지에서 이들은 미스터&미세스 손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와 정반대 쪽에 있는 오하이오에서 40년 넘게 소아과 의사, 병리과 의사로 각각 일하다 은퇴를 했고 6년 전 캘리포니아로 이주,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주민이 됐다.
“오래 살았던 오하이오가 익숙하긴 했지만 겨울이 추웠어요. 따뜻한 플로리다로 갈까, 아들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갈까 고민하던 중에 집이 덜컥 팔려버린 거예요. 어디로든 떠나야 했죠. 일단 아들 집과 가까운 이곳 라구나우즈 빌리지에서 월세로 살면서 천천히 결정해보자 했는데, 두 달 만에 집을 샀습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찾던 파라다이스였어요!”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2300ft2(약 65평)의 크기로 거실과 주방, 그리고 두 개의 침실과 화장실이 있는 예쁜 단층집이다. 2011년 당시 80만 달러에 구입했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손씨 부부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 외에도 콘도와 아파트가 있는데 한인들이 선호하는 어바인이나 플러턴에 비해 주택 가격은 다소 낮은 편이라고.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는 부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여름엔 더워도 습도가 낮아 상쾌했고 겨울엔 눈이 내리지 않아 운전하기가 좋았다. 10분이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라구나 해변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가 있었다. 인근 플러턴과 어바인에는 한국 식당과 상점이 넘쳐나니 한국 음식이 그리울 틈도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유 넘치는 빌리지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한마디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골프, 수영은 물론이고 젊은 시절부터 취미였던 사교댄스도 더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였죠. 빌리지에는 200개가 넘는 클럽(동호회)이 있어요. 원하면 어떤 클럽이든 가입할 수 있고 직접 만들 수도 있어요. 여기서는 심심할 일이 없어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서로 얼굴도 못 보는걸요. 젊은 시절보다 더 바쁘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남편은 독서와 골프를 즐기고 아내는 하이킹과 합창을 좋아한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부부는 각자 활동하는 클럽이 다르지만 이것만큼은 꼭 같이하자고 정해놓은 세 가지가 있다. 손을 잡고 거니는 저녁 산책, 같은 침대 쓰기, 그리고 벌써 20년을 함께해온 볼륨댄스가 그것이다.
빌리지 안에서 손씨 부부는 춤꾼으로 유명하다. 경력 20년의 수준급 솜씨다. 특히 아내 손종숙씨는 전국 경연에도 참가할 만큼 프로급 댄서다. 어느 해 연말파티에서 백인들도 울고 갈 정도로 멋들어지게 춤을 추는 부부의 모습을 보고 이웃에 사는 한인 부부들이 배움을 자청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스 손의 댄스교실은 현재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늦은 춤바람으로 열공 중이다.
부부는 라구나우즈에 들어오기를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 여긴다. 아내에 비해 조금은 소극적인 성격인 손기용씨는 이곳에서 동년 친구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사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평생 쓰고 싶어도 못 썼던 모국어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저녁은 주로 아내가, 아침은 내가 준비합니다.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매일 아침 볼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요. 우리는 현재 생활에 아주 만족해요. 둘이 있어서 좋고 친구가 많아서 즐겁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즐거움이지요. 아내와 나는 이곳이 마지막 종착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지요. 스트레스가 건강에 제일 안 좋다는데 여긴 그럴 일이 없어요. 이곳에 살고 있는 최고령 한인은 90이 넘은 분이에요. 10년은 문제없겠지요? 하하하.”
라우나우즈의 이장님, 한인회 김일홍 회장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한인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98년. 당시 회원은 30명 정도였다. 타향살이 이민자들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님 동생이 되었고 주말이면 다 같이 한집에 모여 바비큐를 먹고 친목을 다졌다. 이후 7명의 한인 회장이 배출되었고 그동안 빌리지의 한인은 700여 가구 1200여 명으로 늘었다. 옛날처럼 오손도손한 분위기는 없어졌지만 한인의 위상은 커졌다.
현재 8대 한인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일홍(79)씨는 초기 한인회가 한인들 간의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커뮤니티 내 타 인종과의 화합과 클럽활동을 통한 자기계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5년간 이곳에 한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어요. 이대로 가면 빌리지의 한인 비율이 전체의 10%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그만큼 커뮤니티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 좋겠습니다. 매년 빌리지 내에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기념식과 만찬을 열고 있는데 참으로 뿌듯합니다. 4년 전 만든 한국어 클래스도 아주 인기가 좋아요. 얼마 전에는 아리랑 코리안 문화축제를 열었는데 주민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동호회 활동을 위한 대규모 연회장인 클럽하우스가 10여 개 있다. 소규모 모임을 위한 크고 작은 미팅룸은 예약만 하면 10~20달러(1만~2만원) 선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한인들이 주축이 된 클럽도 20여 개나 된다. 김일홍 회장은 클럽활동을 단순한 여가생활에서 더 발전시키려 애쓰고 있다.
“목표를 정하고 도전해보자는 거죠. 그 예로 글사랑모임 클럽에서는 2014년부터 라는 수필집을 발간하고 있어요. 회원들의 필력뿐 아니라 편집이나 사진 실력이 매년 발전하는 것을 보며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일홍 회장은 라구나우즈에서 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한인회 관련 일은 물론이고 동호회 활동, 관리사무소나 빌리지 내 시설 사용 등 민원 업무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앞서 만난 손기용씨는 김 회장을 알뜰살뜰한 마을 이장님 같다고 했다. 빌리지 안에서 운전하며 가다가도 아는 얼굴을 만나면 꼭 차를 세우고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짬을 내어 아프거나 홀로된 노인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도 살펴야 맘이 편하다. 때로는 라구나우즈 빌리지 가이드가 되어 투어 서비스도 한다.
미국 전역에서 톱 10에 속하는 명성에, 한인이 많이 살다 보니 은퇴자라면 한 번쯤 꿈꾸어보는 라구나우즈 빌리지. 입주 문의는 늘 이어진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주택 종류에 따라 3만6000달러(약 3600만원)에서 4만2000달러(약 4200만원)가량의 연수입이 있어야 한다. 일정 금액의 자산도 증명되어야 한다. 월 관리비는 650달러로 골프장, 수영장, 헬스클럽, 클럽하우스 등 빌리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시설관리, 조경, 가스, 수도, 케이블TV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김 회장은 빌리지 입주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만 미리미리 은퇴 계획을 세운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재력이 은퇴생활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100세 시대에 은퇴하고 20년,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인들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경향이 있죠. 지나친 헌신으로 은퇴 후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솔직히 우리 나이가 되면 자식보다 배우자, 친구가 더 소중합니다.”
김 회장은 건강과 재력 외에 성공적인 은퇴생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은퇴 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몰라 난감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평소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를 준비해놓는 것도 중요해요. 라구나우즈가 최고의 은퇴촌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놓고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다들 바빠요(웃음).”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많은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포토그래퍼 박성원 작가, 성악가의 꿈을 라구나우즈에서 이루고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소피아 최 회장, 춤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을 모아 7년째 고전무용 춤방을 열고 있는 김영옥씨,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리 좋더냐’ 훈남 이수일로 변신한 연극반 채한경씨,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에서 이제는 라구나우즈 미술선생님이 된 이상락씨, 그리고 여전히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배려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미스터&미세스 손까지….
라구나우즈 빌리지가 꿈의 은퇴촌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막힌 골프코스와 수영장, 럭셔리한 클럽하우스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여전히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라구나우즈 빌리지가 아름다운 이유다.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라구나우즈 시 안에 있는 은퇴 마을이다. 현재 1만2736세대, 3만6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빌리지 안에는 5개의 수영장과 36홀의 골프코스, 테니스코트, 도서관, 극장, 우체국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라구나우즈에 입주하려면 조합(HOA – Home Owner’s Association)에 가입해야 하는데 크게 협동조합(Co-Op)과 상호조합(Mutual)으로 나눠져 있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조합이 소유주로서 입주자는 집이 아닌 조합회원권(Stock Certificate)을 구입하면 된다. 상호조합의 경우는 콘도 내부 수리와 관리를 소유주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상호조합과 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는 구입한 집을 임대해줄 때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1년 동안 6개월 이상 임대를 줄 수 없다. 상호조합은 임대에 대한 제약이 없다. 따라서 투자를 위한 임대 목적으로 은퇴촌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는 상호조합 콘도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라구나우즈에 입주하려면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반드시 55세 이상이어야 하며, 집값은 일시불로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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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나우즈 빌리지 웹 사이트 lagunawoodsvillage.com
한인회 웹사이트 lagunawoodska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