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바둑의 기초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비교적 좋은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승부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50대 중반이 넘어서자 승부욕이 현저히 줄어들어 두기보다는 구경하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어쩌다 바둑을 두어도 전과 같이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연히 승률도 많이 나빠졌다.
이럴 때쯤인 1999년에 필자의 고교 총동창회가 기별 대항 바둑대회를 시작하였다. 필자는 5명으로 구성되는 단체전 대표보다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예비선수로서 주로 개인전에 거의 매년 출전했는데, 우리 동기들은 다른 기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승을 많이 했다.
2002년 3월에 기우회장을 맡게 된 필자는 김인 국수를 초청하여 지도대국을 가지도록 하고 저녁 후에는 2차까지 같이 가기도 했다. 유명한 애주가이자 필자보다 생일이 몇 달 빠른 김인 국수와는 대학 다닐 때 관철동의 한국기원 부근에서 한두 차례 술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못 만나다가 바둑학과 관련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종종 술을 같이 하는 사이가 되었다. 또 2007년 11월의 제 1회 김인국수배 국제시니어바둑대회 때는 친구들과 더불어 전남 강진까지 가서 대회에 참여하고 같이 술을 들며 축하해 주기도 했다.
2002년 가을쯤인가 정동식 한국기원 사무국장이 남치형 초단과 식사자리를 마련하였다. 남 초단은 16세 때인 1990년에 입단한 후 서울대 영문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여류기사이자 재원이다. 예상대로 남 초단은 바둑학과 교수직에 관심을 보였고, 그를 적임자 중의 한 명으로 생각한 필자는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남 초단은 명지대학교에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당시 교무위원회에서 정한 교수채용 우선순위는 바둑학과가 최하위여서 교수를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위원회의 면담에서 남 초단이 얼마나 답변을 잘 했는지 만장일치로 채용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2003년은 또 앞에서 썼던 것처럼 한국바둑학회가 설립된 해이기도 하다. 학회는 정수현 교수가 총무이사를 맡았고, 학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는 또 한명의 프로기사 한철균 6단(당시)이 감사를 맡았다. 회장인 필자와 학회 임원들과는 정기적으로 모였기 때문에 회의를 전후하여 정 교수나 한 6단에게도 지도를 받을 기회가 자주 있었다.
필자는 또 1년 여 연상이자 매우 서글서글한 윤기현 국수와도 별 허물없는 사이였다. 필자 생각에 윤 국수는 거짓말 같은 것을 할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가 바둑판 소송에 말려들고 또 패소까지 하여 바둑계에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었는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창호 국수는 좋아하는 테니스를 치러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에 여러 번 왔으나 돌부처라는 별명답게 묻는 말에만 대답할 뿐 워낙 과묵하여 별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했다. 이에 비해 필자가 왕 팬인 유창혁 국수는 전에도 좀 알고 지냈지만 최근 자주 만날 일이 생기면서 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져 필자를 무척이나 즐겁게 하고 있다.
2004년에는 필자가 졸업한 대학교에서도 바둑대회를 시작하였으나 필자는 이 대회에 나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회 개최 얼마 전, 아마추어 고수로서 이 대회 개최에 관여하고 있던 후배 S씨가 바둑학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대회가 열리는 일요일은 마침 등산이나 다른 일정이 없어 개막식 시간에 맞춰 대회 장소에 나갔으나 개막식이 시작될 때까지 S씨는 오지 않았고 필자를 찾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필자가 스스로 걸어 나가 바둑학회 회장이라고 VIP석에 앉기도 곤란하였고 그냥 돌아오자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기왕 온 김에 바둑이나 몇 판 두고 갈 생각으로 개인전 A조에 출전신청을 하였다. 바둑은 5판중에서 2~3판 이긴 것으로 기억된다.
본래 사람을 잘 사귀는 편인 필자는 그 과정에서 고교까지 후배인 C씨, EBS에 근무하던 H씨 등 몇 사람을 새로 사귀게 되었다. 대회 후에는 자연스럽게 대여섯 명이 술도 한 잔씩 나누며 다음해를 기약하였다. 다음해부터는 이들과의 약속 때문에 죽 대회에 참석해 벌써 10년이 되었다. 모이는 사람도 열 명 가까이로 늘어 이들 중 C씨나 H씨는 평소에도 종종 만나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2008년경부터 필자는 바둑 벤처기업을 하는 S사장의 제안으로 한국기원 사무국장을 지낸 유건재 8단, 바둑기고가 이광구 선생 등과 함께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우리나라를 세계 바둑의 중심국가로 만들기 위한 세계 바둑표준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필자는 사정상 이 모임에서 한동안 빠졌으나 그 후 다시 만나 얼마 전까지도 양재동에 있는 가백기원에 모여 원장인 김일환 9단에게 바둑도 배우고 어울려 식사나 약주도 같이 했다.
바둑이 늘려면 바둑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가장 먼저 읽은 바둑책은 조남철 국수의 ‘위기개론(圍碁槪論)’이었다. 지금도 이 책은 참 잘 짜여진 바둑계의 명저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 칭위엔(吳淸源) 9단의 ‘신포석법’ 등과 같은 저서를 읽고 있으면 새로운 진리를 찾아가는 도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우 칭위엔 9단의 스승이기도 한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 9단의 ‘모양과 급소’ 등과 같은 저서를 읽으면 바둑수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높은 예술적 경지를 느끼게 한다.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9단의 저서는 마치 일본무협소설 같고 린 하이펑(林海峯) 9단의 저서는 중국무협소설 같다.
필자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반드시 ‘월간바둑’을 휴대한다.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부피에 비해 가장 오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을 배워서 좋은 점은 지인들과 바둑을 즐길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둑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 “아직 꿈에서 깨지 못했어요.” 인터뷰 1주일 전 유라시아 자전거 횡단을 마치고 돌아 온 그가 꺼낸 한마디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 교수,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임상교수. 지난해 8월까지 이병달 씨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화려했다. 엘리트 중 엘리트. 갑(甲) 중에서도 상갑(甲)이다. 그러나 자신의 위치를 내려놓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훌쩍 여행을 가버리거나, 달리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이 좋다. 거기에 젊은이들과 보드카라도 한잔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봐야 하는 이 괴짜 의사는 지난해 8월부터 석 달간 다녀온 유라시아 횡단의 꿈에서 아직 깨지 못했다. 철인 3종 경기, 마라톤, 클라리넷 연주에서 유라시아 횡단까지 했으면서 아직까지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하고 싶다”며 멈춰있는 것이 죽어도 싫은 이 사람. 노후에 놀 거리가 무궁무진해서 천 억원 자산가도 부러워하는 이씨를 만났다.
◇14시간 57분
철푸덩. 철인이 되기 위한 여정은 바다에서 시작된다. 겁 없이 바다에 뛰어든 사나이는 호흡은커녕 바닷물 마시기에 여념이 없다. 바다와의 사투가 끝나고 뭍으로 올라와 소금기 가득한 몸으로 사이클에 앉는다. 시간이 지나자 호흡이 안정세로 돌아오나 싶더니 이내 오르막길이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하나 둘 하나 둘. 그는 다시 안장에서 박차고 일어나 페달에 온몸을 싣는다. 그러나 허벅지는 이미 폭발 직전 더블 다이너마이트. 이쯤 되니 ‘철인’이라는 수식어가 이씨에게 조소를 퍼붓는다. ‘넌 안 돼! 그러니 이쯤 되면 돌아가’. 이씨의 귓가에 맴돌며 포기를 종용한다.
한 발 두 발 세 발…. 무거운 발걸음이 더해지자, 천 발, 구백구십구 발, 구백구십팔 발…. 목적지와의 발걸음이 줄어든다. 이씨의 몸놀림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성실하게 뛰다보니 어느새 깜깜한 밤이다. 어둡고 고요한 적막을 그의 거친 숨소리가 깨운다. 그 숨소리의 끝은 철인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이다. 10미터, 9미터…그리고 피니시 라인. 이곳에 도착하자 긴장이 풀리며, 바닥에 널브러진다. ‘철인’이다. 바다에 뛰어든 지 장장 14시간 57분 만에 얻은 쾌거다.
사실 이씨는 자신이 처음 도전한 철인 3종 대회를 완주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몇 달을 철저히 준비했고, 틈만 나면 체력 훈련을 했어도 말이다.
“대회 전 날은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두려움이 더 컸지. 나 자신도 80% 이상은 중도 포기할 줄 알았으니까요. 근데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보니 피니시 라인이더라고요. 17시간 안에 완주를 해야 철인 등록증이 나오는데, 14시간 57분이라는 기록으로 완주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했어요.”
생각보다 쉽게 결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이후에도 4번이나 더 완주에 성공했던 그였지만, 첫 완주 후에는 허무함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 허무함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것은 클라리넷. 그러나 타고난 괴짜 철인 기질이 어디 가겠나. 결국 돌아온 곳은 트랙 위였다.
“뛰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그 순간의 희열은 말로 표현 못하죠. 거기에 남들 하지 않는 것을 먼저 시작하니 성취감도 2배였습니다. 조물주가 움직이라고 사람 만들었지 가만히 있으라고 만들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 모두 저처럼 살아야 될 것 같아요. 땀 흘렸을 때 이렇게 행복한데 왜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달리는 의사들과 팀 닥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가 막 마라톤에 눈을 떴을 때 즈음. 의사들에게도 때아닌 마라톤 열풍이 불었다. 그때 이씨와 함께 춘천마라톤에 출전했던 이들이 뜻을 모아 의사 마라톤 클럽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 때만해도 단순 친목과 운동을 위한 모임이었지 이 후 뜻 깊은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하나 둘 대회에 참여하면서 ‘달리는 의사들’의 마음속엔 이미 눈에 거슬리기 시작하는 것이 스멀스멀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마라톤 마니아이기 전에 어쩔 수 없는 의사였다.
그 당시에 일반인 마라톤 붐이 일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주최측은 외형꾸미기에만 바빴지, 참가자들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땅에 떨어진 동전이 녹을듯한 여름 아스팔트를 달리는 레이스에서는 참가자들이 쓰러지기도 했고, 레이스 중간에 넘어져 다치는 사람도 비일비재 했지만 결승선을 밟을 때까지는 사실상 주자 자신의 책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였다.
그래서 이씨와 달리는 의사들이 생각해 낸 것이 ‘레이스 패트롤’이었다. 2001년 동아마라톤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며 응급 상황을 대처하는 봉사를 시행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달리는 팀 닥터를 자처한 것이다. 레이스 패트롤에서 시작한 달리는 의사들의 활동은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으로 이어졌다. 행사에서 8년 동안 3억 원을 모아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다.
이 씨의 팀 닥터 생활은 이 시기부터 시작 됐다. 레이스 패트롤 이 후 원정단, 청소년 극한 체험, 그리고 최근의 유라시아 횡단을 포함해 총 6번의 크고 작은 팀 닥터를 하며 여러 팀의 건강을 책임져왔다. 이 또한 생기 넘치는 활동을 좋아하는 그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팀 닥터만 6번이면 의사 중에도 많이 없을 거예요. 뭐 이젠 팀 닥터에 특화된 의사라고 보면 되죠. 그 동안 노하우도 많이 쌓였고요. 팀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개인의 컨디션을 극대화시키는 일. 이게 팀 닥터의 매력이자 달리는 의사의 매력이죠.”
◇모두가 부러워하는 노후의 먹잇감
“친구 중에 천 억 넘게 재산을 가진 친구가 있어요. 나는 그 친구 보면 참 답답해. 40대부터 쳐온 골프를 아직까지 치고 있다니까? 나이가 먹으니까 타수도 줄지 않아서 스트레스만 늘어난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재미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그 친구는 저를 매우 부러워해요. 난 즐길 수 있는 먹잇감들이 아주 많거든.”
자신이 괴짜인지 모르고 친구들이 답답하다는 이씨다. 아무리 취미라도 결과가 재미있게 나와야 할 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그는 오랜 시간 골프만 쳐 온 친구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보통의 50대, 60대라면 즐기는 스포츠인데도 말이다.
노후 즐길 거리를 ‘먹잇감’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노후 생활에 걱정이 없다. 활기찬 노후를 위한 먹잇감들이 다채롭게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에 재직할 당시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마라톤·자전거·수영 등 3개의 동호회와 철인 3종 경기를 하면서 끌고 온 철인클럽은 웃음으로 가득 찬 노후를 위한 포석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마라톤 대회를 열어 기부를 실천하는 ‘달리는 의사회’를 합쳐도 일주일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렇게 이씨가 동호회에 쏟은 열정은 고스란히 자산으로 되돌아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테니스 동호회 창립회장으로 12년, 자전거 동호회 창립멤버와 수영 동호회의 멤버로서 빠짐없이 참여하자 후배 의사들은 그에게 “종신회원이니 퇴직한다고 안 나오면 섭섭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후배 의사들도 이씨의 먹잇감을 챙겨주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한 셈이다.
놀거리, 즐길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음에도 이씨는 새로운 먹잇감을 찾기에 분주하다. 이렇게 기발한 놀거리는 어디서 생각을 해냈는지 기자는 얘기를 듣는 내내 감탄하기 바빴다. 아마도 이 사람. 남들보다 먼저, 남들과는 다른 취미를 가지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인 게 분명하다.
“에이~. 마라톤, 자전거, 수영을 합친 철인 3종은 50대 초반에 한 것이고, 이제는 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처음 할 때는 50대는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50대 이상이 반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다른 먹잇감을 찾고 있어요. 몸도 예전만큼 말을 듣지 않는 게 느껴지고 말이죠. 그래서 가족과 즐기는 것을 찾고 있어요. 앞으로의 먹잇감은 아마 트라이 사이클(Tricycle:삼륜 오토바이)가 아닐까 싶어요. 아내와도 즐길 수 있고 말이죠. 매의 눈으로 1~2년 정도 더 지켜볼 것입니다.”
※ 수상스키, 카약,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여름에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수상스포츠에서 공중스포츠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여름스포츠는 쉽게 즐길 수 없고, 배우는데 제약이 많다는 고정관념이 신중년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윈드서핑 또한 그런 스포츠 중 하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싸고, 쉽고, 재미있는 스포츠다.
무덥다. 지긋지긋한 여름을 이기기 위해 목욕을 수 없이 해도 소용없다. 온몸을 얼릴 듯한 차가운 물로 목욕을 해도, 이내 다시 땀으로 목욕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땀으로 달궈진 불덩이 몸을 진화하기 위해 에어컨으로 향한다. 내 몸을 간질이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은 시원하지만, 불쾌하기 그지없다. 자! 떠나야 할 때다.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반긴다. 방 한 구석에 쳐 박혀 에어컨 바람을 쐬며 냉방병을 맞이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여름이면 땀으로 목욕해 외출을 꺼려하는 신중년을 위해 소개한다. 바람을 느껴라. 강과 바다에 몸을 실어라. 여름 수상스포츠의 꽃 ‘윈드서핑’이다. 물 위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여름 한철은 문제없을 것이다.
윈드서핑은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소한 스포츠일 수도 있다. 어쩌면 신중년에게 생소한 스포츠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친숙하지 않고, 멀게만 느껴지는 스포츠가 바로 이 윈드서핑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는가. 윈드서핑을 즐기는 동호인들 중 대부분이 40~60대라는 사실을 말이다. 80대의 늦청년 또한 이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 않은가. 이제 결심만 하면 된다. 이 스포츠는 돈이 많이 들거나 어렵지 않다.
강이나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대부분 윈드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국윈드서핑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동호회 약 250개, 25000여명이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번 이상의 경험만 했던 사람들까지 추산하면 그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만큼 주위에서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 강습 받고, 요령만 터득하면 누구나 즐기기 쉬워
윈드서핑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위에서 언급했듯 40~60대 동호인이 많은 것도 이것을 증명한다. 이들이 윈드서핑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강습을 받고 요령만 터득하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도 하루 3~4시간 정도 지상훈련을 받으면 바로 물 위에서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3일 정도 강습을 받으면 물에서 방향 조절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강습료는 윈드서핑 클럽마다 다르지만 보통 5만원선 이상이다. 별다른 면허나 자격이 필요 없다. 본인이 하고 싶다는 의지와 여름을 깨부숴야겠다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 초보자들은 물에 빠져 허둥지둥 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겠지만, 윈드서핑의 보드 밑에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가 있어 생각보다 많이 빠지지 않는다. 행여 물속으로 빠지면 좀 어떤가. 풍덩 물속으로 빠지는 모습은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은 물론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까지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윈드서핑을 처음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윈드서핑 클럽에 가입 할 것을 권한다. 다양한 분야의 회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즐긴 베테랑 회원을 통해 더욱 재미있게 윈드서핑을 즐기는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클럽은 장비도 잘 갖춰져 있어 베테랑이 되기 전까지 굳이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 즐길 수도 있다. 대부분 실력이 향상되면 자신의 장비를 구입 할 테지만 말이다.
◇ 어디에서 즐겨야 할까
서울 윈드서핑의 메카는 뚝섬유원지다. 수도권에 산다면 굳이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쉽게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 2번 출구에서 길 따라 15분 정도 걸어가면 테니스장이 나오는데, 이 곳에서 강 쪽으로 보면 수상레저코너가 줄지어 있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클럽 중 입맛에 맞는 곳을 선택하면 색다른 취미인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마포 한강변도 수도권에서 뚝섬유원지의 뒤를 잇는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윈드서핑 마니아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밖에도 고양시 윈드서핑장도 많은 수상스포츠 마니아들이 찾는 곳이다.
한강이 서울과 수도권 윈드서핑의 메카라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윈드서핑의 요람이다. 부산, 울산, 제주뿐만 아니라 목포에서 인천까지 가장 가까운 바다가 있다면 자동차 핸들을 그쪽으로 돌리기를 권한다. 바다가 있고, 사람이 있고, 즐거움이 있는데 이 행복을 어찌 그냥 지날 칠 수 있는가.
◇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TV에서 보는 서퍼들의 모습을 보면서 복장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장에 대한 규정은 '구명조끼 작용 의무화'를 제외하면 사실상 자유롭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해당 시기의 온도에 따라 체온유지에 적합한 복장을 선택하면 되는데, 여름의 경우에는 수영복 착용도 가능하며, 3월과 11월의 경우에는 수트를 착용하면 별 추위를 느끼지 않고 서핑을 즐길 수 있다. 가능하면 아쿠아 슈즈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한 서핑을 즐기는 지름길이다.
윈드서핑과 같은 수상 레저스포츠를 즐길 때는 비치슬리퍼, 썬 크림, 썬 스프레이 등이 필수 아이템이다. 바닥이 뜨거워 발이 데일 우려가 있고, 뜨거운 태양에 살이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전 시간 보다는 바람이 많이 부는 오후 시간을 선택해 즐길 것을 추천한다.
◇ 윈드서핑의 기본예의
자연에서 즐기는 스포츠 윈드서핑. 자연에서 얻는 즐거움인 만큼 자연에 대한 예의는 지켜줘야 한다. 그래야 쾌적하고 깨끗한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스스로 처리, 불법주차 하지 않기 등의 기본적인 예의부터 어항ㆍ선착장 근처에서 윈드서핑 하지 않기, 어장의 그물망 횡단하지 않기까지 타인에게 금전적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모터보트나 어선과 접촉에 주의하도록 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도움을 받으면 가벼운 감사 표시라도 하도록 한다.
◇ 윈드서핑 안전수칙
윈드서핑시 부상을 당하거나 본인의 부주의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의할 점이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부상을 당하거나 심하게는 목숨을 위협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선박 가까이는 접근 금지
- 해수욕장의 수영객 에게 접근 금지
- 낚시꾼, 스쿠버들에게 접근 금지
- 3인 이상의 그룹으로 탈 것
- 일몰 1시간 전에 철수
- 폭풍우가 내릴 때 운행 금지
- 운행 간의 접촉 사고 시엔 육상에서 그 잘잘못을 가릴 것
’액티브(Active) 5060’. 사회 활동과 소비 활동에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행동하는 5060세대를 이르는 말로 이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5060세대와 그 이상을 겨냥해 서비스와 상품을 쏟아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시니어 산업. 그 중심에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에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있다. 이들은 자산과 소득이 높고, 능동적으로 소비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활동적이면서 건강한 소비그룹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들을 겨냥 하는 것에 군침을 흘릴 만하다.
2006년과 2011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가계자산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의 순자산이 2006년 평균 2억6381만원에서 2011년 3억1116만원으로 18%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결과는 베이비부머의 자산이 늘어나면서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 시니어 산업의 전망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산업의 전망도 밝다.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OECD국가 중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83.8세로 6위(2009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시니어 산업의 수요자가 많아지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도 시니어 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김신영 교수가 발표한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은퇴가 시작된 2010년부터 시니어산업이 성장하는 시기로 봤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과 소득이 은퇴 이후 활발한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개막도 희소식이다. 선진국의 경우, 시니어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기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달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니어산업의 규모도 점점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2011년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기존 실버세대보다 높은 경제력을 지닌 베이비부머가 65세에 진입하면 국내 시니어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향후 10년간 연평균 14.2%씩 시니어산업이 성장할 것이며, 2020년에는 2010년(약 33조원)의 3.8배인 약 125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치로 본 시니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국내 기업들의 시니어 층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나둘씩 이 산업에 발을 들이미는 이유다.
◇ 시니어 산업의 깃발을 선점하려는 기업들
국내 최대 인구집단. ‘베이비부머’는 동시에 가장 큰 소비력을 가진 집단으로 통한다. 잠재적인 거대시장의 기회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여러 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유한킴벌리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2월 액티브 시니어 전문 브랜드인 ‘골든프렌즈’를 열었다. 편리함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시니어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시니어들의 불편사항을 철저히 분석해 이를 상품에 반영·생산한다.
GS샵의 시니어 전문 인터넷 쇼핑몰 ‘오아후’도 지난 해 4월 문을 열었다. ‘오아후’는 TV홈쇼핑처럼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전화로 상품의 상담,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GS샵은 ‘오아후’에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경제력을 지닌 50대 젊은 시니어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내의 전문 기업 쌍방울도 시니어 시장에 발을 들였다. 쌍방울의 시니어 기능성 속옷 브랜드 ‘올쏘(ALSSO)’는 18일 대구 대백프라자를 시작으로 30여개 품목이 전시, 판매될 예정이다.
기능성 속옷 올쏘는 요실금이 있는 시니어를 위해 강력한 흡수성과 빠른 건조 능력을 갖췄다. 세련된 디자인과 우수한 기능으로 옷맵시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쌍방울은 최근 고령화 사회의 빠른 진행이 향후 시니어 기능 제품의 수요로 이어 질 것으로 판단했다. 시니어 속옷에 힘을 쏟아 올해 전체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내 시니어 산업의 한계, 주목할 만한 해외 사례는?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시니어 산업의 선봉장이 되기 위한 깃발 탈환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한계도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시니어를 겨냥한 산업이 건강 보조 용·식품, 생활 보조 용품 등 시니어 용품에만 국한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시니어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일본과 미국의 성공사례는 국내 시니어 비즈니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 가스’는 독거노인의 가스 사용량, 사용 시간 등을 IT기술로 체크해 자녀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해준다. 나눔 지원 비즈니스도 있다. 일종의 재능 기부 형태다. ‘경영지원 NPO클럽’에서는 평균연령 70.5세의 은퇴한 대기업 간부 160명을 구성해 중소기업에 경영 노하우를 전수 하고 있다. 시니어 세대의 숙련된 기술과 지식을 은퇴 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수개월을 예약·대기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헌츠먼 월드 시니어 게임즈’(Huntsman Wolrd Senior Games)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목적 분명 여가 상품을 개발했다. 테니스, 골프 등을 올림픽처럼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을 만들어 약 4천만 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이러한 해외 성공 사례는 국내 시니어 산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니어 산업을 창조하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시니어 산업, 시니어 커뮤니티와의 연계 필수
시니어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사업적으로 뚜렷하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 LG 경제연구소 고은지 연구위원은 자료를 통해 시니어 산업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를 몇 가지 제시했다. 첫째, 고령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이해 부족이다. 고 위원은 다수의 기업이 고령화를 통한 사업 기회를 당장의 화제가 아닌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한다고 했다. 때문에 시니어 시장의 수요나 구매력에 대한 분석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시니어 소비자의 양면성이다. 시니어 중 어떤 사람도 ‘올드(Old)’라고 표기된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육체적인 노화로 발생하는 독특한 수요를 만족시켜주는 제품을 원한다는 것이다. 셋째, 잘못된 의사소통이다. 고 위원은 시니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때의 소통 방법이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때의 소통방법보다 더 정교하고 섬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 커뮤니티와 연구기관, 관련 협회단체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시니어 시장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있고, 더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커뮤니티 활동이 많은 시니어 소비자들을 겨냥해 기업들은 지역사회와 연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소비자 저변을 넓히는 활동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니어 산업의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 시니어가 곧 미래다 - 유한킴벌리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길은 아니지만. 이 길을 개척하기 위해 닻을 올린 기업이 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 킴벌리이다.
유한 킴벌리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인식했다. 이러한 인식의 결과물은 지난 2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전문 브랜드인 ‘골든프렌즈’를 통해 실현됐다. 골든프렌즈가 기존의 시니어 브랜드와 차별화 된 것은 시니어를 능동적인(Active) 주체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반영한 것이 골든 프렌즈의 대표상품 ‘디펜드 스타일 요실금 팬티’다. 요실금 팬티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불편사항을 받아들여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고, 활동성이 뛰어난 요실금 팬티를 고안했다.
오프라인 매장도 2012년 10월부터 2곳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종로와 안산에 있는 실버영화관 내부의 골든프렌즈 매장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기능성 신발, 가스차단기, 요실금 팬티 등 시니어들의 활동적인 생활을 도와주는 상품을 판매한다.
유한킴벌리는 고령화 문제 해결과 시니어사업의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니어 기금’을 조성하고, 소기업 육성을 통해 시니어 일자리와 시니어 비즈니스를 창조한다는 계획이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는 인터뷰에서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시니어가 된다. 결국 시니어 비즈니스 산업 육성은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안에 있는 건축물을 영화관, 게임방, 학원, 골프연습장, 미술관, 자동차영업소 등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지난 40여 년 동안 묶어놨던 그린벨트 내 용도변경을 대대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완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는 기존 건축물을 용도변경할 수 있는 범위를 30여종에서 90여종으로 늘리는 내용의 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새로 허용된 건물 용도는 공공도서관, 마을회관, 노인·아동복지시설, 영화관·극장 같은 공연장, 골프연습장·체력단련장·에어로빅장·실내낚시터·테니스장 같은 체육시설, 미술관, 박물관, 자동차영업소, 게임업소, 학원, 소개업소, 일반업무시설, 목욕탕, 방송국, 출판사 등이다. 지금까지는 소매점, 음식점, 이·미용원, 의원 등 33가지 용도로만 변경할 수 있었다.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기존 건축물은 그린벨트 안에 신축이 금지돼있는 건축물로 공장, 창고, 종교시설, 공공청사, 박물관, 미술관, 복지시설 등이다. 다만 개발제한구역이 훼손되지 않도록 용도 변경만 허용하고 건축물의 면적 증가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위락시설, 숙박시설, 제조업 공장 등 주변에 영향이 큰 시설은 지을 수 없다. 또 이미 신축이 허용돼있는 축사, 농업 창고, 온실, 공동 구판장 등은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것을 계속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헤택을 보는 대상은 그린벨트 내 기존 건축물 12만동 가운데 7만2000동(60%)이다.
다만 최근 그린벨트 해제나 그린벨트 해제지 상업지구 허용 등 규제 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한 실버타운에 사는 김문경(가명ㆍ72)씨. 그는 최근 아내의 손에 이끌려 동네 비뇨기과를 방문했다.
사연은 이렇다. 김씨는 7살 연하 아내와 요즘도 일주일에 2~3회 부부관계를 한다. 정작 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내가 딴지를 걸었다. 그녀가 "정상이 아닌거 같다. 비뇨기 검사를 해보자"라며 그의 병원행을 종용하자 어쩔수 없이 동의했던 것. 20대 청춘도 아닌데 이틀에 한번꼴로 부부관계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핀잔을 듣다가 결국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병원 검사 결과 이후 김씨는 아내 앞에서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다닌다. 신체,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에도 나이에 비해 정정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괜한 의심만 받았다"며 "기 체조부터 테니스까지 안하는 운동이 없다. 아직 건강한데 부부관계를 못할 이유가 않다. 요샌 아내에게 당당히 요구한다"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봉인해제 된 황혼의 성…비뇨기과 찾는 부부 늘어
이는 분당 일산 등 은퇴한 시니어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비뇨기과에서 종종 볼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최근 50ㆍ60세대 이상 시니어들의 세상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이들은 노년의 삶을 단순히 수명연장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특히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시니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랑과 성생활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실제 노년층이 소수집단에서 다수집단으로 옮겨가며 이른바 '젊은 노인'들이 '황혼의 성(性)'에 크게 눈을 뜨고 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의 규칙적인 성생활은 건강에도 좋다. 노인 남성은 고환과 음경의 위축이 방지돼 전립선 질환이 예방된다고 한다. 노인 여성은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노화도 방지되고 자신감도 높아지며 심폐기능까지 향상되고 면역기능도 상승한다고. 그야말로 만병통치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전국의 65세 이상 남녀 500명(2011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성생활을 한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66%로 나타났다. 노년층 3명중 2명 이상이 지속적인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80대 이상 노인들의 노익장이 대단하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60세 이상 노인 500명(2012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84세 노인의 36.8%가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년층의 섹스라이프는 대략 10년전까지만 해도 당사자나 주변에서 숨기고 싶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영화 '죽어도 좋아'와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노인들의 성생활과 성욕구를 공론하는 영화 등 문화 콘텐츠들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노인 아닌 노인'이 증가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들이 할배나 할매라고 불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 특히 꽃노년들의 문화 활동이 증가하면서 시니어들의 연애시장도 활짝 꽃이 피고 있다.
◇사회복지관서 사랑 싹 틔워…함께 집으로!
그 시작은 지역 '사회복지관'이다. 복지관 관계자와 시니어 전문가 등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팔팔한 노인들의 일상은 대부분 복지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최근 들어 복지관에 골수 매니아들이 늘어나면서 노인 집단도 자연스럽게 서열화되는 일이 비일비재다는 전언이다. 이들도 서로 외모나 능력을 따지며 관계를 맺는 것이다.
2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경기도 용인에서 홀로 사는 박완대(가명ㆍ70)씨도 사회복지관에서 연애를 시작했다. 부인을 잃은 마음을 달래려고 댄스 커뮤니티 활동에 나섰다가 우연히 최숙경(가명ㆍ66)씨를 만나 열애에 빠지게 된 것이다. 특히 최씨도 남편과 사별한 사실을 알아내고 박씨가 프로포즈해 연인관계까지 이르렀다. 재밌는 점은 이들의 주된 데이트 장소는 바로 박씨의 집이라는 것. 그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엔 집이 최고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해서 여자친구한테 대접하기도 한다"라며 "주말엔 기분도 낼겸 잠자리도 함께 한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이런 정상적인 연인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관 속엔 불륜 등 부적절한 관계도 적지 않다는 것. 여기서도 전적인 선택권은 거의 꽃할매가 쥐고 있다. 잘 생기고 유머러스한 할배들이 환영을 받지만 조건이 부실한 할배들은 집단 중심에서 소외된다. 즉, 꽃할매들의 눈 밖에 나면 연애는 커녕 복지관에서 제대로 기조차 펼수 없는 셈이다. 진정한 실세는 꽃할매들인 셈이다.
◇가짜 비아그라 성매매 성병 불륜 등 부작용 만만치 않아
성 욕구가 커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노인들은 속칭 박카스 아줌마(공원, 지하철 일대에서 성을 파는 여성)와 매춘을 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기구와 약물을 사용하다가 오히려 큰 병을 얻기도 한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주로 노신다는 남성관(가명ㆍ72)씨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얼마전 비뇨기과를 찾은 남씨는 지난 3월 봄 꽃놀이를 위해 단체관광에 참여했다. 마음에 끌리는 할머니의 연락처를 알아낸 남씨는 집으로 돌아온 뒤 그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만남은 자연스럽게 잠자리로 이어졌고 문제는 그 이후 터졌다. 얼마전부터 성기 주변에 뾰루지 같은게 올라오고 콧물같은 점액이 팬티에 자주 묻었던 것. 병원을 찾은 남씨는 성병에 걸렸다는 얘길 듣고 망연자실했다. 그는 "공원에서 같이 놀던 박씨도 지하철역 주변에서 5만원 주고 성매매 했다가 성병(요로감염) 걸렸다고 했다. 난 성매매 한 것도 아닌데 (이런게)내 일이 될지 꿈에도 몰랐다"고 허탈해 했다.
성병이면 양반이다. 성병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종묘광장공원 일대 좌판이나 박카스 아줌마, 농촌 재래시장에서 파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잘못 먹으면 돌이킬수 없는 신체 손상을 가져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짝퉁 발기부전제가 시니어들의 성생활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제품 자체가 진품이라고 해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살 수도 먹어서도 안된다. 게다가 진품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두통이나 소화불량 같은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물려 물건의 진의여부는 물론, 그 속에 어떤 나쁜 화학적 성분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것을 속아서 구입해 먹었다가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뇨기과 전문의는 "노인들은 성생활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삶의 즐거움을 느깐다. 특히 성은 단순한 성 관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다양한 교류, 교감이라는 의미를 지닌다"이라며 "노년의 성생활은 삶의 질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방과의 성기의 삽입을 하는 성관계만이 성생활은 아니다. 포옹이나 키스, 애무만으로도 충분한 성생활이 가능하다. 성생활은 본인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정년이 없으며 아름다운 노년생활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벼운 발놀림. 경쾌한 스트로크.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유니폼에 까만 선글라스를 낀 한 신사의 테니스 라켓 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모자 끝으로 살짝 삐져나온 백발과 선글라스 주위에 움푹 패인 주름을 보고 나서야 이 테니스 신사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얼굴에 퍼진 나이테는 족히 70~80대라고 써 있다. 테니스 코트를 쉬지 않고 누비는 그의 모습을 보니 그 판단에 더욱 확신이 든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테니스 신사’ 한상원 씨는 무려 97세.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해도 저렇게 활동할 수 있을까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야말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청춘이다. 곧게 펴진 허리, 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는 패션 센스,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얼굴에서 전혀 90대의 흔적이라고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대외 단체 활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그다. 테니스와 대외 단체 활동은 그의 삶의 원동력이다.
테니스 인생 80년. 사실 그는 테니스계의 대부다. 테니스 동호회 청우회의 동료 김영근(84)씨는 그를 ‘테니스계의 보배’라고 치켜세웠다.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2회 역임, 테니스 단장으로 국가대표팀 선수를 이끌고 아시안게임에도 3회나 나갔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건강의 비결? 적극적인 단체 생활 그리고 테니스죠.”
조금의 헐떡임도 없다. 약 20분간의 테니스 시합 후 인터뷰가 진행 됐지만 힘들어 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인터뷰 내내 귓속에 끼워진 금색 보청기만이 세월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 수 있는 나이에 그는 코트에 당당하게 서 있다. 10~20세 이상 차이나는 후배들과의 테니스 시합에서는 이제 관록이 묻어난다.
“건강의 비결이요? 물론 테니스지. 그리고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대외활동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젊은 시절 몸 담았던 회사동료들 모임에 가거나 국제 키와니스 클럽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또 다른 제 건강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씨의 현재 삶에서 테니스 비중은 60%, 대외 단체 활동이 40%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운동하고, 웃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함께하는 생활. 그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이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하는 그의 활동량을 보면 정정하다는 말보다 활기가 넘쳐흐른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80년을 테니스와 함께 동고동락했기 때문인지 한씨는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할 정도의 테니스 예찬론자다. 그의 몸이 말해주듯 시니어 건강에 있어 테니스가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테니스로 단련한 체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단체 활동도 못했을 것이라는 그다.
“나를 봐요. 어디 아픈 데가 없잖아. 상하전후좌우 모든 곳을 움직이니 이만한 전신 운동이 없죠. 아마 테니스를 안했으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못 만나고 침대에만 누워 있었을지도 모르지.”
건강의 비결은 습관에서도 나온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고, 적게 먹기. 이것은 젊은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그리고 또 하나. 틈만 나면 걷기다. 이것은 아직까지 그에게 철칙이다. 테니스와 걷기운동, 건설적인 친교활동. 그의 건강 비결은 특별한데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삶의 의지를 놓을 수 없는 이유
한씨는 10~20년 전까지만 해도 테니스를 치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지금은 다르다. 테니스 한게임을 하고 나면 몸에 피곤하다는 반응이 금세 온다. 그러나 한씨는 라켓을 놓을 수 없다. 테니스와 사회 활동이 삶의 의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항상 밝은 웃음을 머금고 대답을 이어 나가던 그의 입에서 무서운 말이 흘러나왔다. 얼마 전 라켓을 놓고 삶의 의지를 놓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가 활동하는 단체의 일부 사람에게서 회의감을 느낄 만한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늙었으면 이제 쉬는 게 좋지 않냐’는 말을 어린 후배들에게 들었어요. 그 때 정말 삶의 의지를 놓고 싶더라고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실망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힘이 돼 주는 후배들이 더 많기에 쉽게 삶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나에게 힘을 주는 후배들이 더욱 많은 덕이다.
“‘선생님이 목표에요. 그러니 120세까지 건강하셔야 돼요.’ 이렇게 예쁘게 말하는 후배를 두고 어떻게 삶을 내려놓겠어요. 이 친구들을 봐서라도 내가 더 열심히, 오래 살아야지 뭐.”
고인 물은 썩는다. 액티브(Active) 청춘 한상원은 97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은 흐르는 물이다. 그가 행복한 청춘을 유지하는 비결. 그것은 흐르는 물과 같이 멈추지 않는 삶이다.
봉긋 솟은 이두박근을 자랑하며 코트의 오른쪽에서 포핸드 스트로크를 날린다. 금세 코트 앞으로 달려와 발리로 득점을 한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선수는 깊은 숨을 몰아쉬며 땀을 훔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테니스의 모습이다. 격렬하고 운동량이 많다. 빠르고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아마 늦은 나이에는 테니스를 즐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니어가 많을 것이다.
이러한 편견에 코웃음을 치는 사람이 있다. 김두환(73)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회장이다. 그는 테니스 역사의 산 증인이다. 국가대표, 국가대표 감독, 여자 대표팀 감독, 대한테니스협회 이사에 대한테니스협회 회장까지. 이제 그 화려한 이력의 맨 아랫줄에 시니어협회 회장이라는 한 줄을 추가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스포츠 마니아다. 테니스뿐만 아니라 축구, 골프, 스키까지 모두 섭렵했다. 그래도 역시 시니어들이 할 만한 운동은 테니스가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다. “짧은 시간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잖아요. 또 시니어들은 대부분 복식으로 치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깊은 관계를 이어 갈수도 있고요. 돈도 많이 안 들지. 건강관리에도 좋지. 이만한 운동이 어디 있나요?”
◇ 즐거운 테니스 – 랭킹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비슷한 연령과 실력의 매치 업 성사
그가 회장으로 있는 시니어테니스연맹은 주로 시니어 대회를 열고 이를 주관한다. 올해에도 이들이 주관하는 대회만 20개나 된다. 이 대회에 참여하는 시니어들도 점차 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 대회에 참여하는 시니어만 300~400여명. 연 인원으로 따지면 50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시니어 대회는 주로 동호인 위주로 열린다. 여기에 과거 테니스 선수 출신의 시니어들이 참여한다. 단식은 없다. 시니어다 보니 큰 코트를 홀로 누비기엔 여력이 약간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끼리 제비뽑기를 해 복식조를 이룬다. 복식조를 이루면 체력적인 부담이 한결 덜어지기 때문이다.
연맹은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고, 테니스를 더욱 즐겁게 즐기기 위한 장치들을 곳곳에 마련해 놨다. 비슷한 연령과 실력에 맞게 시합을 붙여 소위 ‘시시한 시합’을 줄이려고 했다. 실제로 연맹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대회는 55세부터 5세 단위로 구분해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덕분인지 대회에 출전하는 시니어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2, 3년 후면 100돌을 맞이하는 97,98세의 노신사들도 참가해 뜨거운 코트에 한방울의 땀을 보태기도 한다.
선수 출신 출전자와 동호회 출신 출전자들의 실력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시스템도 도입했다. 바로 랭킹 시스템이다. 일 년 동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성적 데이터를 모아 순위로 매긴다. 이를 통해 상위랭커와 하위랭커를 나눠 이 둘이 대회 제비뽑기를 할 때 짝이 되도록 해 실력의 차이를 줄였다.
이렇게 누적된 랭킹을 기준으로 대회에서는 ‘조’도 나눈다. 대회는 금배조, 은배조로 나눠 운영된다. 이것은 비슷한 레벨의 선수들끼리 결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 룰은 은퇴 후 목표를 잃은 시니어들을 위한 연맹의 배려다. 삶의 활력소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나의 대회에서 두 조의 우승이 나오는 것이다.
“랭킹 시스템은 테니스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고안한 것이죠. 대회를 통해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도 비교할 수 있으니까요. 대회 전날 설레서 잠 못 이루는 회원도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 랭킹 시스템이 은퇴 이후 없어져 버린 목표를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죠.”
◇ 시니어 건강관리에 참 좋은데…지원 아쉬워
김 회장은 테니스를 더 많은 신중년에게 알리고 싶다. 전신운동으로써 테니스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처음 배우기 힘든 탓에 많은 사람들에게 레슨을 하면서 테니스의 저변을 확대하고 싶지만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는 것에 김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 연맹은 대한테니스협회 산하기관인데 주니어 테니스에 투자하는 돈이 많아 사실상 저희에게 내려오는 예산은 거의 없어요. 정부에서 새로운 복지정책을 내놓는 것도 좋지만, 연맹을 지원해 테니스 대회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시니어들 건강관리에 최고니까요”
김 회장은 이러한 연맹의 어려움 속에서도 테니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테니스에 입문하려는 신중년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으면서 말이다.
“테니스는 누구든지 배울 수 있으니 두려워 마세요. 가까운 테니스 코트를 찾아가서 테니스를 한 번 쳐보세요. 조급하게 배우려고 하지 말고 느긋하게 6개월만 해보세요. 그 때가 되면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될 거예요. 재미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유불급. 과하게 하지 마세요. 건강 지키려다 오히려 망쳐버릴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