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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아래 신조어 중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썸타다 □광탈 □정주행 □금사빠 □문송합니다 □고답이 □불금 □일생가? □멘붕 □솔까말 썸타다: 서로 호감은 있지만,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닌 상태. A 둘이 매일 붙어 있는데 무슨 사이야? B 아직 사귀는 건 아니고… 썸타는 중이야. 광탈: ‘빛의 속도로 탈락’의 줄임말로 그 누구보다 빠르게 탈락한 경우를 표현함. A 운전면허시험 통과했어? B 시작하자마자 앞차 박고 광탈했어. 정주행: 드라마나 웹툰 등 밀린 작품을 첫 회부터 차례대로 보는 행위. A 이번 휴가 때 어디 놀러 가? B 아니, 집에 있으면서 그동안 못 본 드라마 정주행할 거야.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줄임말. ‘금방 사랑이 식는 사람’은 금사식이라 부른다. A 지금 쟤가 몇 번째 애인이지? 57번째…? B 금사빠, 금사식이라 그래. 조만간 58번째 애인이 나타나겠지. 문송합니다: ‘문과라 죄송합니다’의 합성어로 최근 인문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A 취업은 했니? B 문과인데요. 문송합니다. 고답이: 고구마를 먹은 듯 속이 답답한 사람을 일컫는다. A 손이 부러진 거 같은데 병원가기 귀찮다! B 아휴 이 고답아. 병원을 가야지 그냥 두면 되냐! 불금: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 주말을 앞두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금요일을 뜻한다. A 오늘 바로 집에 가? B 무슨 소리야. 불금인데 첫차 뜰 때까지 놀아야지! 일생가?: ‘일상생활 가능?’의 줄임말. 엉뚱한 상상에 빠지거나 자기만의 생각에 푹 빠져 사는 사람에게 사용한다. A 호빵 두 개… 엉덩이처럼 생겼네. 히히. B 친구야 일생가…? 멘붕: ‘멘탈 붕괴’의 줄임말. ‘정신이 어떠한 이유로 붕괴됐다’는 의미다. A 그 선수 지난번에 꼴등하면서 멘붕 온 거 같더라. B 하긴 매번 일등만 하다가 꼴등했으니 그럴 수도 있지. 솔까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줄임말. A 이 가방 좀 봐. 일…십…백…천…! 천 만 원이야! B 솔까말 그 가격은 말도 안 된다! 내가 발로 만들어도 저렇게는 만들겠다.
- 2017-09-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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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주 KBS 아나운서, 하루를 여는 <행복한 시니어>로 일상의 행복을 나누다
- 흔히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한다. 멀뚱멀뚱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려보지만 세상은 아직 단잠에 코골이 중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일찍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다정한 목소리가 있다. “안녕하세요. 박영주입니다.” KBS 1라디오 의 박영주(朴英珠·57) KBS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아침 97.3MHz의 라디오 주파수를 타고 들려오는 그녀의 모닝콜은 전국 방방곡곡 시니어 애청자들에게 비타민주스처럼 신선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새벽 4시, 평범한 사람이라면 침대에 누워 여전히 어제의 꼬리를 붙잡고 있을 법한 시간이다. 그러나 이토록 이른 시각에도 활기찬 하루의 포문을 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의 애청자들이다. 상냥하고 은은한 박영주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덩그러니 놓인 새벽의 허전함을 사뿐히 채운다. 이미 애청자들과 끈끈한 교감을 이루고 있지만, 방송을 놓치고 있을 이들을 위해 박 아나운서에게 직접 소개를 부탁했다. “새벽 4시부터 4시 40분까지, 시니어를 위한 종합 매거진 프로그램입니다. 새벽잠은 없고 그 외로움과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듣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라는 이름으로 방송했어요. 청취자 층을 50대까지 확장하려는데, 그들을 실버라 부르긴 어울리지 않아 ‘시니어’를 사용하면서 가 됐죠. 이름이 바뀌고 얼마 뒤에 제가 진행을 맡아 3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건강, 추억의 음악, 영화 그리고 한시까지 새벽 프로그램인지라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리라 예상했다가 코너 편성표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9988 치매완전정복’, ‘행복밥상’, ‘낭독으로 읽는 고전소설’, ‘유성기로 듣는 우리 음악’, ‘그 시절 그 노래’, ‘추억의 영화’, ‘꿈꾸는 책방’ 등 건강을 비롯한 문화 전반에 대한 14가지의 콘텐츠가 한 주를 가득 채운다. 그녀가 소개한 ‘종합 매거진 프로그램’이라는 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매일 리포트와 더불어 두 가지의 주제를 40분 동안 꾹꾹 눌러 담아 들려주니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거기에 친근한 박영주 아나운서의 목소리까지, 그야말로 빈틈이 없다. 그중 청취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코너는 무엇일까? “치매에 관한 정보 제공과 상담까지 해드리는 ‘9988 치매완전정복’이 반응이 좋아요. 또 ‘한시 산책’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고요. 요즘 젊은이들은 한자를 잘 모르지만, 시니어 세대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한자를 다 배웠잖아요. 다들 그런 향수가 있는데, 일반 방송에서는 잘 안 다루죠. 그런 주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각양각색 코너를 마련하는 데 제작진을 비롯한 진행자의 노고도 상당할 터. 여느 교양 프로그램 못지않은 탄탄한 구성은 시니어 청취자를 향한 그들의 깊은 고민에서 비롯됐다.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제작진과 함께 논의해요. 우리 작가는 20여 년 문화 쪽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는데, 나와 또래도 비슷하고 취향도 잘 맞아요. 그래서 문화에 관해서는 속속들이 다 다룬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책, 음악, 영화, 시, 소설 등 미술이 빠지긴 했는데, 아무래도 라디오라서 미술이 지닌 시각적 요소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평소 일주일에 두 번은 영화를 보고, 한 달에 두세 번, 많게는 대여섯 번 음악회, 발레, 오페라 등을 즐긴다는 박 아나운서다. 그녀의 폭넓은 문화적 소양과 더불어 어린 시절 추억은 다채로운 코너 구성에 힘을 실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급 배정을 받아 교실에 가보니 담임선생님께서 커다란 전지에 윤동주의 ‘서시’를 써서 붙여놓으셨어요. 매일 조회, 종례시간이면 ‘차렷, 경례’를 하고 그 시를 다 함께 낭송하곤 했죠. 한 달 동안 매일 하나의 시를 외우다시피 읊다가, 다음 달이 되면 또 다른 시를 그렇게 써놓으셨어요. 그 순간이 굉장히 좋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죠. 그렇게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사회에 시가 넘쳐나면 보다 더 좋은,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 코너를 넣게 됐어요. 그건 제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코너라 남다른 애착이 있죠.” 사연 속 사연이 담긴 ‘부모님 전 상서’ 요일별 달라지는 코너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토요일 방송분인 ‘부모님 전 상서’다. 청취자가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를 성우가 낭송하는 시간인데, 매주 애잔하고 감동 어린 이야기로 많은 이의 가슴을 적신다. “부러웠던 사연이 있어요. 주인공이 어린 시절 동네에 전염병이 퍼졌는데 아무도 그 시신을 거두지 않아 아버지께서 홀로 수습하시다가 결국 전염병에 걸려 돌아가셨대요. 비록 아버지를 여의었지만 자녀들의 우애가 대단했죠. ‘의좋은 삼 형제’라고 불렀는데, 큰형이 나무를 하면 꼭 두 동생의 집에 몇 단씩 놓고 가고, 작은 형이 시장에서 뭘 사면 그것을 셋으로 나눠 형과 아우의 집에 주고…. 결혼해서도 윗집 아랫집 다 같이 살았죠. 그러고도 아쉬워서 나란히 묻힐 곳을 마련하고 묘비명도 미리 써두었다는 거예요. ‘우리 삼 형제는 한평생 함께 살면서 우애를 나눴는데 그 정을 두고 가기 아쉬워, 밤하늘의 별을 보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고자 여기 나란히 묻힌다. 후세들도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억하며 잘 지내라.’ 그런 이야기를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들으신다면 얼마나 뿌듯하실까요. 참 부러운 마음으로 사연을 소개했어요.” 이 코너는 편지의 내용에서 오는 감동뿐만 아니라, 편지 그 자체에서도 특별한 정을 느낄 수 있다.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휴대폰 문자로도 라디오 사연을 받는 요즘, 의 청취자들은 젊은 시절 라디오 사연을 보냈던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정성 어린 손편지를 보내온다. 한평생 일하던 회사에서 쓰던 누런 갱지, 신문지 사이에 들어 있는 광고지 뒷면, 아들의 회사 로고가 찍힌 기안용지 등 빳빳하고 깨끗한 종이가 아닌 저마다의 알뜰함이 묻어나는 편지지가 인상적이다. 또 한글을 잘 몰라 구술을 해서 아들이 대신 적어 보낸 편지부터, 할아버지가 늘 하는 이야기를 타이핑해서 사연으로 보낸 손주, 손에 힘이 풀려 삐뚤빼뚤 쓰인 필체 등 그들이 보낸 사연에는 또 다른 사연이 담겨 있다. 청취자를 위하여, 그리고 청취자로부터 온기 어린 사연들만 보아도 어딘가 모르게 시니어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듯, 청취자의 특징이 드러나는 몇 가지 귀여운(?) 오해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가볍게 넘기기보다는 청취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하고자 노력한다는 박 아나운서다. “우리 방송 이름이 ‘행복한 시니어’인데, 어떤 청취자께서 사연을 보내면서 ‘행복한 신녀’라고 써서 보내셨더라고요. 아마 ‘선녀’처럼, ‘신나는 여(女)’ 이런 식으로 의미를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우리는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모를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려 해요. 또 제 이름을 ‘백영주’라고도 하고, ‘박영희’라고도 하고, 청력이 약해지셔서 그런 건데 더 또박또박 말씀드리려고 신경 쓰고 있죠. 가끔 리포터가 현장에 나가 청취자를 만나면 (코너가 많다 보니) ‘박영주 아나운서가 참 똑똑하다, 어떻게 그 많은 것을 아느냐’고 칭찬하신대요(웃음). 그러면 작가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해드리곤 하죠.” 그 외에 대표적으로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새벽 4시 생방송 진행으로 안다는 것이다. 대체로 라디오는 생방송이지만, 새벽 시간대 방송의 경우 사전 녹화로 만들어진다. 박 아나운서가 실제 방송을 녹음하는 시각은 오전 9시 출근시간 이후다. 그러고 보니 그녀도 벌써 33년째 KBS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몇 년 후면 은퇴를 맞이하게 될 박 아나운서에게 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85년에 입사해서 초창기에는 TV 프로그램을 많이 했죠. 15~20년쯤 지나면 TV 프로그램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시니어 아나운서들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주력하게 돼요. 이제 퇴직이 4년이 채 안 남았는데, 선배들도 그랬고 아마 이 프로그램을 하다가 떠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젊어서 한참 아이 키우고 할 때는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거든요. ‘음미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말이 있죠. 이제는 상당 부분이 온전히 나의 시간이거든요. 일상의 성찰도 있지만, 지난날을 되새겨보는 시간이 참 많아요. 아주 느린 호흡으로 참되게 나를 위해 집중해서 살 수 있는 시간을 복되게 가꿔나가 보려고요.” 현재도 시간을 내서 사단법인 ‘공감인’에서 진행하는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의 집단 치유 프로그램 치유활동가로 활약하는 그녀는 은퇴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며 시각장애인 녹음 봉사자 교육 등에도 힘쓰고 싶다고 했다. 또 한 가지, 곁에 계시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릴 계획이다. 이러한 다짐에는 ‘부모님 전 상서’ 코너가 교훈이 됐다. “부모님은 늘 거기 계시고, 당연히 뒷바라지해주는 분들로 여겨왔는데, 이 코너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여러 사연 속 공통 메시지는 ‘살아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뵀더라면, 식사 한 끼 함께할 수 있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거예요. 저는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그걸 할 수 있는 처지거든요. 원래는 냉랭한 딸이었는데, 가능하면 더 자주 찾아뵙고, 더 살갑게 하려고 노력하죠.” 행복한 시니어, Just Do it! 는 청취자들의 노후뿐만 아니라 다가올 박 아나운서의 노후까지 행복으로 이끌어가는 듯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행복한 시니어’는 어떤 모습일까? “글쎄요, 사람들은 행복을 어떤 특별한 상태라고 생각해요. 여행할 때, 친구와 대화할 때, 좋아하는 활동을 할 때 행복을 느끼죠. 그런데 진짜 그럴까요? 춤출 때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가 춤을 출 때는 단지 춤추고 있고, 춤에 몰입해 있을 뿐이에요. 그럼 정확하게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춤을 추고 나서 아닐까요? 그건 이미 춤을 추는 행복에서 벗어난 상태죠. 궤변 같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행복은 어떤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요. 삶은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고, 아마 삶이 끝나는 순간에는 ‘아! 그래도 행복했구나’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 지금 ‘살아 있다면’ 행복한 시니어가 아닐까 해요.” 끝으로, 의 청취자와 독자를 위한 응원의 한마디를 부탁했다. 영화 마니아답게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영화 의 대사를 언급했다. “영화에 이런 내용이 나와요. ‘네가 신에게 이 난국을 헤쳐갈 용기를 달라,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랑을 달라고 기도했을 때, 신이 과연 어떤 형태로 용기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용기? 사랑? 그게 뭔데? 네가 행동을 하면 거기에 용기가 얹어진다. 또 네가 작은 호의를 베풀었을 때 거기에 사랑이 얹어지는 거다. 신이 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무언가를 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 용기이고 사랑이다.’ 나이 들면 뭔가를 하려다가도 못할 이유와 핑계를 찾거든요. 그럴 땐 그냥 무엇이든 일단 해보셨으면 해요. 무언가를 했을 때 거기 길이 있고 답이 얹어질 거예요. 자신을 믿고 저질러보세요. 저스트 두 잇(Just do it)!” >박영주 아나운서 KBS 11기 아나운서로 입사이후, KBS 제3라디오 , , KBS 1TV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현재는 를 진행하며 KBS 편성본부 KBS한국어팀 팀장을 맡고 있다.
- 2017-08-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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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아래 신조어 중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이거 실화냐? □고흐흑 바흐흑 □뉘예뉘예 □현타 □뇌섹남 □극혐 □-잼 □흠좀무 □문센 □동공지진 이거 실화냐?: ‘이게 진짜냐?’ 혹은 ‘이게 사실이냐?’라는 뜻으로 믿기지 않는 내용의 글이나 사진 또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쓰인다. A 치킨 다리 한입도 못 먹고 떨어뜨렸다. 이거 실화냐…? B 주워서라도 먹어야 하는 거 아냐? 고흐흑 바흐흑: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천재 화가 고흐의 이름에 우는 소리를 의미하는 ‘흑흑’을 붙여 ‘바흐흑’, ‘고흐흑’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웃긴 상황엔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이름 끝에 ‘키키’를 붙여 사용하는 자매품 신조어도 있다. A 소개팅 갔다가 차였어. 고흐흑 바흐흑. B 괜찮아. 내가 다른 사람 소개시켜줄게…. 뉘예뉘예 알겠쭙니다: ‘네. 알겠습니다’를 약간 비꼬듯이 늘여서 쓰는 말. A 방구석이 이게 뭐니? 엄마 나갔다 올 때까지 청소해놔! B 뉘예뉘예 알겠쭙니다~ 현타: 욕구 충족 이후에 밀려오는 무념무상의 시간을 일컫는 ‘현실자각타임’의 준말. A 오늘 햄버거 먹고 피자 먹고 라면 먹고 먹기만 했어. 현타 온다. B 인생 뭐 있니~ 원하는 거 하면서 사는 거지. 뇌섹남: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 주관이 뚜렷하고 유머러스하고 지적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 A 네 이상형은 뭐야? B 요즘은 똑똑한 사람이 멋있어 보이더라. 뇌섹남이라고나 할까? 극혐: ‘혐오하다’라는 말에 정도가 심함을 나타내는 ‘극’을 붙여 ‘극도로 혐오한다’는 뜻을 강조할 때 쓰는 말. A 어제 자는데 천장에서 뭐가 뚝 떨어지는 거야. 봤더니 바퀴벌레였어. B 윽 극혐. 꼽등이, 바퀴벌레같이 더듬이 달린 생물은 다 싫어. -잼: ‘재미’를 줄인 단어 잼을 활용해 재미의 정도를 나타낼 때 쓴다. 예) [안 웃김] 핵노(NO)잼, [웃김] 꿀잼 A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 진짜 핵노잼이더라. B 왜? 난 꿀잼이던데! 흠좀무: ‘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의 줄임말로 무서움을 느낄 때 사용. A 오늘 뉴스 봤어? 거기서 또 살인사건 일어났다잖아! B 흠좀무…? 앞으로 일찍 다녀야겠다. 무서워서 다니겠나. 문센: ‘문화센터’의 줄임말. A 요즘 문센에선 다양한 수업이 많이 열리더라. B 오 정말? 무슨 수업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동공지진: 당황했을 때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린다는 의미로 쓰이는 신조어. A 너 거짓말하면 동공지진 일어나서 금방 알 수 있어. B 눈을 감고 말할까봐….
- 2017-07-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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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신 정주영 vs. 마쓰시타>를 읽고
- 화원 김진수 선생님의 오랜만의 역작 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출판사 북오션 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기업인을 함께 잘 아는 분을 알아보다가 화원 선생님에게 제의를 해 3년여의 과정을 거쳐 출판이 되었다.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저자 김진수는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자동차(주)의 부사장을 지냈으며, 정주영 회장의 경영철학을 집약하고 구현해 ‘현대인’을 육성하는 기관이었던 현대인재개발원 원장을 역임했다. 생전의 정주영 회장과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을 가까이에서 만났던 경험과 두 사람의 마지막 장례를 찾아봤던 인연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현재 ‘한글과 선비 리더십 세계화 포럼’, ‘선비 리더십 아카데미’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상징적 경영인 고 정 회장과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의 상징적 인물인 마스시타를 서로 비교하면서 더 깊이 이해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걸출한 당대의 두 경영인을 소개하는 책이었지만 대한제국의 몰락과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배경을 조명함으로써 대하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두 경영인은 비록 20년 차이를 두고 태어났으나 격변기의 시대에 창의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난국을 극복하고 국가 정치,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애국한 점은 유사했다. 일본은 개국 정책으로, 한국은 쇄국정책으로 가면서 나라의 운명은 틀을 달리했지만 두 기업가의 롤 모델 사카모토 료마와 이순신 장군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마스시타의 정책 싱크탱크 창설 및 일본 미래를 위한 투자 마쓰시타 정경숙 개설, 수돗물 경영철학과 250년 사업계획은 시대를 앞서가는 구상이었고 정 회장의 전 국 민에게 의료복지혜택을 주고 북한으로 하여금 금강산을 개방하게 하고 개성공단을 개설함으로써 남북통일을 구상하고 실천했던 일은 먼 훗날 두고두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스시타 회장의 주 5일제 근무, 임금인상계획, 사업본부제도, 정가판매제도 고객제일주의 등 경영기법은 경영의 신으로 추앙될 만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기업가의 공통된 점은 “기업은 사람이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영의 신을 읽으면서 필자는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읽은 느낌을 받았다. 경영의 신 마스시타, 불굴의 인간 정주영, 그리고 동아시아 (선비)리더십이 그것이다. 저자는 두 경영의 대가를 통해 동양사상의 격물, 치지, 성의, 정심의 셀프 리더십과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서번트 리더십을 완성시킨 것이다. 굳이 옥의 티를 지적하자면 정 회장의 네 번의 가출을 네 번의 도전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모든 경영자들이 본받아야 할 한국과 일본의 ‘경영의 신’을 통해 21세기 ‘동양의 새로운 리더십’이 전 세계의 평화를 구가하는 기틀이 되길 기원해본다.
- 2017-07-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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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아래 무르익는 막걸리, 그리고 우리들의 소소한 이야기
- 7월 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니, 바로 장마다. 꿉꿉한 날씨 탓에 기분까지 축 늘어지는 날엔 노릇하게 구운 부침개에 뽀얀 막걸리가 생각난다. 깔깔한 목구멍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메마른 땅에 퍼붓는 빗줄기처럼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축축한 장마에도 싱그러운 기분으로 한잔할 수 있는 막걸리 맛집, ‘달빛술담 문자르’를 소개한다. 캐주얼하게 즐기는 막걸리 한잔 막걸리가 지닌 친근함만큼이나 옛 정취를 간직한 맛집이 많지만, 최근에는 모던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막걸릿집도 주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달빛술담 문자르(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38, 이하 달빛술담)’다. 이곳의 정체성은 그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달빛, 술, 그리고 이야기[談]를 뜻하는 ‘달빛술담’. 그리고 달(moon) 항아리(jar)를 뜻하는 ‘문자르’. 이렇게 뜻만 나열했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도 있지만, 한글과 한자, 영어가 섞인 조합이 오묘하다. 다양한 언어를 모아 만든 이름만큼이나 이곳에서는 여러 장르의 음식과 주류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낮에는 산뜻하게, 밤에는 달빛 아래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것 또한 매력이다. 낮술도 좋고, 밤술도 좋아요 달빛술담에 도착하면 ‘술집이 이렇게 예뻐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모던한 외관에, 작은 앞마당 테라스의 연둣빛 잔디와 알록달록 꽃들이 화사함을 더한다. 이곳에 방문했을 때 오른쪽 입구로 먼저 들어선다면 ‘술집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옹기종기 화분들과 꽃을 다듬는 여인들이 보일 테니 말이다. 달빛술담과 상생하는 꽃집 ‘먼데이 플라워’가 사용하는 공간이다. 가게 구석구석을 보면 화분과 말린 꽃다발 등이 장식돼 있는데, 모두 먼데이 플라워에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예쁜 꽃들과 더불어 많이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유리창이다. 가게 1, 2층 벽면을 둘러싼 유리창은 낮에는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저녁에는 은은한 달빛을 가득 비춘다. 자연으로 어우러진 이곳만의 분위기는 낮에도 밤에도 술 한잔에 이야기꽃을 피우기 안성맞춤이다. 비가 오는 날에 찾게 된다면, 1층 테라스나 창가 가까운 자리에 앉을 것을 추천한다. 각양각색 막걸리와 안주를 한 번에 막걸리와 곁들이기 좋은 치즈 김치전, 파마산 치즈 감자전 자체도 퓨전 음식이지만 보쌈과 어묵탕, 샐러드와 파스타, 깐풍기와 탕수육 등 한식·양식·중식 등 각양각색 메뉴가 퓨전을 이룬다. ‘막걸리엔 빈대떡’이라는 절대공식(?)이 무색하리만큼 어느 안주에나 조화를 이루는 막걸리의 친화력을 한껏 느낄 기회다.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외에,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막걸리 샘플러다. 이곳에서는 달빛막걸리, 하얀 연꽃 막걸리, 소백산 검은콩 막걸리, 백제원 알밤 막걸리, 문경 오미자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 해창 막걸리 등 특색 있는 막걸리들을 판매하는데, 이 중 6가지를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한 메뉴다(한 종류당 100mL씩). 막걸리에 익숙하지 않거나, 새로운 맛을 경험해보고 싶을 때 맛보기식으로 부담 없이 주문하기 좋다. 마음에 드는 막걸리를 발견했다면, 통째로 양은주전자에 따라 제대로 분위기를 내보자. 사실 이곳은 막걸리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문배술, 고소리술, 죽력고 등 우리 전통술은 물론, 연태고량주, 공부가주 등 중국 술과 맥주, 와인까지 폭넓게 마련돼 있다. 술 좀 마실 줄 아는 주당이라면 갖가지 안주와 술을 늘어놓고 꽤 오랜 시간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2017-07-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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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배운 신조어를 활용해 휴가철 가족과의 소통에서 헤매지 말자! □댕댕이 □1도 모르겠다 □텅장 □싸펑피펑? □피꺼솟 □상메 □궁예질 □하태핫태 □지름신 □낄끼빠빠 댕댕이: ‘멍멍’ 글자와 ‘댕댕’ 글자 모양이 비슷해서 멍멍이 대신 댕댕이라고 부른다. 같은 예로 ‘멍청하다’를 ‘댕청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A 오늘 너희 집 댕댕이 보러 가도 돼? B 너도 우리 집 댕댕이의 댕청한 매력에 빠졌구나. 1도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는 의미다. 중국계 캐나다인 가수 헨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퀴즈의 정답을 ‘모라고 하는지 1도 몰으갰습니다(뭐라고 하는지 1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적은 것이 유행됐다. A 이 문제 어떻게 푸는 거야? B 응 그건 말이야, 나는 1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물어보면 싸우자는 뜻으로 받아들일게. 텅장: 텅텅 빈 상태의 통장을 의미 A 친구야, 내 통장이 텅장이 되는 이유가 뭘까? B 술을 그렇게 마시니깐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가지. 싸펑피펑?: 예능 프로그램 에서 나온 유행어로 ‘싸우고 시펑? 피나고 시펑?’의 줄임말이다. A 아니 근데 있잖아. B 뭐야 왜 말 끊어! 싸펑피펑? 피꺼솟: ‘피가 거꾸로 솟는다’의 줄임말이다. (아직 탑승하지 못한 승객은 서둘러 5번 게이트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A 아! 피꺼솟! 여권 집에 두고 왔어! 상메: SNS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기능 중 ‘상태 메시지’의 줄임말이다. A 도대체 하루에 카톡 상메를 다섯 번이나 바꾸는 사람의 심리는 뭐예요? B 후~ 자기의 심정을 알아달라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궁예질: 궁예가 정적들을 도륙할 때 대표적 명분으로 삼았던 관심법을 비꼬아 만든 표현이다. ‘멋대로 판단하지 마라’, ‘추측하지 마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A 오늘 신나보이네~ 데이트 있나봐? B 아니거든. 궁예질하지 말아줄래? 하태핫태: 가수 지코가 CM송으로 부른 노래가사 중 ‘하얗게 태우자 핫하게 태워’의 줄임말. ‘반응이 뜨겁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A 저 고깃집은 매일매일 사람이 줄 서 있네. B 저 집 방송에 한 번 나오더니 인기 장난 아니야. 완전 하태핫태. 지름신: ‘충동구매’를 의미하는 표현 ‘지른다’와 초인적 힘을 가진 존재를 의미하는 ‘신’의 합성어.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가상의 신을 뜻함 A 나 이번에 또 신발 질렀어. B 이번 달은 왜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역시 지름신 강림했구나~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라는 말로 눈치 없는 사람을 지적하는 용어다. A 여어~ 여기 다들 모여 있었네! 왜 나는 연락 안 해줬어~ 같이 놀아도 돼? B 아, 오늘은 여자끼리만 놀기로 했는데. 가…같이 놀자 그럼. 하하. (아 좀 낄끼빠빠)
- 2017-06-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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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에도 퀄리티가 있다, 장수학자 박상철 교수 “하자, 주자, 배우자”
- 장수는 누릴 수 있으면 축복이고 누릴 수 없으면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장수하라는 말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나빠지고 삶의 질은 하락한다고 생각하기에, 차라리 병들기 전에 깔끔하게 죽는 게 좋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 장수학계의 전문가인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석좌교수는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백세를 만나봤을 그가 밝히는 얘기는 충격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구했다. 고령화시대 백세청풍(百世淸風)의 기운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의 패러다임을 박 교수의 시각으로 들여다봤다.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석좌교수는 2000년에서 2009년 사이에 국내 최초로 백세인구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해 장수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인물이다. 그가 백세인구를 조사하게 된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고 당연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됐다. “사람이 늙으면 신체기능이 점점 떨어지는데 아주 늙었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가 되어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사는 게 가능할까? 저는 그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습니다.” ‘100세 정도 되면 생활이 형편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막상 조사를 하면서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만나자마자 힘자랑하던 백세인 “전남 곡성에서 만난 홍순갑 어르신은 당시 102세였는데 만나자마자 힘자랑을 했습니다. 마당에서 팔굽혀펴기 100개를 하고 계시더군요. 구례 산동면에 사는 101세 임종철 어르신은 뵈러 갔는데 지게를 메고 오시더군요. 그리고 손자가 100세 어르신을 모시는 게 아니라, 100세인이 쉰 살 손자를 데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분은 쇼지 사부라 박사입니다. 102세 때, 저녁에 식사를 하다가 이 양반이 갑자기 한국말로 ‘한국에서 왔습니까?’ 하고 묻더군요. ‘예’라고 대답하니 ‘그럼 우리 한국어로 이야기합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65세 정년에 딱 퇴직하여 ‘한글을 배워야 한다’ 싶어 한글을 배웠고 80세에는 중국어를 배웠습니다, 100세 때 러시아어를 배웠고 104세 때 브라질에서 이분을 초청했는데 그때부터 포루투칼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90대가 인터넷을 하는 마을 박 교수가 조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만난 국내 장수인들은 대략 250여 명에 이른다. 백세인들의 사례를 보니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새로운 깨달음이자 분명한 성공 좌표들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젊었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공동체마저 만들고 있었다. “도쿠시마에 가미가쓰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농업학교를 막 졸업한 젊은 사람이 농협의 직원으로 들어갑니다. 가서 보니 마을 주민이 2000명인데 65세 이상이 1000명이 넘었던 겁니다. 50% 이상의 인구가 노인인 초고령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인들은 자주 티격태격 싸웠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손쉽게 얻으려고만 했습니다.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우리 일을 합시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도쿠시마 산속 마을에 있는 재료들로 일본 요리 장식용 패키지를 만들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동네 어른들이 단번에 그런 일을 하겠다고 했을 리가 없다. 겨우 3명이 시작했는데 이게 팔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건이 팔리자 할머니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뺏어가려고 했던 거죠. 젊은 사람이 70~80세 사람들의 싸움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그래서 이 사람이 꾀를 냈죠. ‘주문은 인터넷으로 받아가시오’라고. 그러자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무슨 인터넷이냐며 난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딱 버텼고, 2년이 지나니 70~90대 마을 주민들이 컴퓨터를 하게 됐어요. 세계 최고령 인터넷 마을이 돼버린 거죠. 그렇게 해서 마을이 발전한 지 30년 이상이 됐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흉내를 내려고 해도 게임이 되지 않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 돈이 많이 든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며 걱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반대로 생각한다. 저비용 장수사회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장수인이 건강하게 일하며 생산 인력으로 생활할 수 있으면 되는 일이다. 앞서 소개된 고령화 마을의 기업화가 그 좋은 모델이란다. 그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슈퍼 노인의 시대가 오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잘 살 수 있는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당당할 수 있는가?’ 있습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생기는 많은 문제점들만을 생각했었는데 위에서 소개한 분들을 보면 안 그렇습니다. 그러니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온 거예요. ‘패러다임 시프트(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가 일어나야 합니다.” 박 교수는 ‘지금 놀라운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슈퍼 노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일본이나 유럽에는 100세인의 육상대회가 생겼습니다. 영국의 파우자 싱은 102세의 나이에 마라톤 풀코스를 8시간에 걸쳐 완주했습니다. 그는 단축 마라톤인 10km를 1시간 30분 만에 완주하기도 했습니다. 나가오카 미에코라는 100세 할머니는 수영 마라톤 1500m를 완주했습니다. 미국 돌푸드 사의 데이비드 머독 회장은 94세 때, 캘리포니아의 자기 목장에서 아침마다 한 시간씩 말을 타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99세인데 아직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100세 장수가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은 여러 통계 지표로도 증명되고 있다. 제대로 장수하며 일하는 사람들 빠른 속도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평균 수명이란 것은 어디까지 갈 것이냐. 실제 사람들이 많이 죽는 나이인 최빈사망연령은 0세부터 100세까지 중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연령의 개념으로 평균수명보다 더 길다. 최빈사망연령은 1950년부터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2세, 최빈사망연령은 90세가 넘었다. 이제 고령사회에서는 실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죽는 나이가 중요하다. “최빈사망연령 표준편차를 보면 옛날에는 10년 정도였는데 지금은 6년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들 나이의 표준편차가 작아진다는 것은 죽는 사람들 나이의 차이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장수의 보편화’가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옛날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장수했는데 지금은 ‘somebody’가 아닌 ‘everybody’입니다.” 100세가 넘는 인구는 일본이 6만 명이지만 우리나라는 3000여 명이다. 미국은 7만 명, 중국은 5만 명 정도다.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건강한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지표다. “옛날에는 70이라는 나이는 죽어야 할 나이였죠, 지금 70이란 나이는 일을 못해서 안달 난 나이입니다, 저도 70입니다. 기가 막힌 이야기죠. 건강한 노인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건강한 노인에게 ‘dependent Life(의존적인 삶)’를 가지게 하지 말고 ‘Independent(독립된)’할 수 있게끔 제도적인 문제를 바꾸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장수시켜버리자.’ 그러면 병원비가 안 듭니다. ‘장수인은 일을 시켜버리자.’ 그러면 복지비용도 안 듭니다. 이게 제 주장입니다.” 무조건 부지런하라 박 교수는 사람이 아무리 늙어도 변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그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20대 때 헤어진 애인이라도 딱 들으면 ‘아, 그녀’라고 생각이 납니다. 그다음에 변하지 않는 것은 ‘성격’, 즉 마음 씀씀이입니다.” 박 교수가 제시한 사례들 덕분에 백세가 되어도 인생은 젊을 때와 다를 바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방법을 들어봐야 할 때다.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론을 묻자, 박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산 선생이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그때 만난 사람이 황상(黃裳, 1788~1870)이란 사람입니다. 이분이 글을 잘 쓰셨는데, 라는 문집에 다산 선생과의 일화가 나옵니다. 다산 선생이 이분에게 ‘공부하라’고 말해서, ‘내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습니까?’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다산 선생이 한 말씀이 세 글자였습니다. ‘부지런해라, 부지런해라, 부지런해라.’ 사실 장수라는 것도 이 3근계(勤戒)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장수도 그냥 이뤄지지 않습니다. 건강장수라는 것은 다 부지런해야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많은 장수인들에 대해 연구할 때,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 공통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장수는 성실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백세라도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라 부지런하라는 것은 무언가를 실행하라는 말과도 같다. 박 교수는 그 실행 부분을 간단하게 세 가지로 나눠서 설명했다. “‘무엇이든 해버려라.’ 나이가 들었다고 핑계대지 마라. 못할 이유가 뭐 있냐. 그리고 나이가 들면 ‘받으려고 하지 마라, 줘라.’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면 ‘배워야 한다.’ 배워야 줄 것도 생기고 할 것도 생긴다.” ‘하자, 주자, 배우자. Do it, Give it, Prepare it. 行之 與之 習之.’ 그가 던지는 장수시대의 실천강령이다. 백세인들에게서 ‘움직이고(動), 적응하고(應), 머리를 쓰며(判), 느끼고(感), 절제(適)’라는 공통점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장수를 위해서는 유전자, 성격, 환경 등의 자연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운동, 영양, 관계, 배움, 참여 등의 생활습관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중 ‘관계’가 가장 중요한 비결인 것 같다며 여기에는 부지런함이 포함된다고 했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의존적인 사람이 되지 말고 스스로 독립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는 게 중요하다. “백세인들 중 고혈압, 관절염, 위장병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당뇨는 거의 없어요. 당뇨는 생활습관 질환인데, 결국 장수와 생활습관도 연관이 있다는 거죠.” “98세에 시집을 내서 100만 권이 팔렸다는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쓰신 시 중 ‘비밀’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99살이라도 사랑도 하는 거야, 꿈도 꿔, 구름도 타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100세가 돼도 연애하면 안 되겠습니까? 김형석 교수가 올해 한국 나이로 98세이신데, ‘뭐가 가장 하고 싶으냐?’ 물었더니 ‘연애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박상철 (朴相哲)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생화학 전공으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고 1980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과학기술부 우수 연구센터인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가천의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장을 거쳐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 고문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등이 있다.
- 2017-06-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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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아래 신조어 중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 ㅇㅈ - 시조새 파킹 - 와우내 - 버카충 - 관종 - 더럽 - 말잇못 - #G - 어이가 아리마셍 - -각 ㅇㅈ: ‘인정’의 초성으로 ‘인정하는가’의 뜻 A 따끈한 밥에 버터랑 간장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한 그릇 뚝딱. ㅇㅈ? B 어 ㅇㅈ. 말해 뭐해. 시조새 파킹: 시조새가 날아다니던 시절만큼 오래전의 이야기 A 너 그때 나한테 소개해준 남자 친구랑 잘 지내고 있어? B 빗살무늬토기 빗는 소리 하고 있네. 시조새 파킹하러 왔냐? 헤어진 지가 언젠데. 와우내: 감탄사 WOW(와우)에서 파생된 말로 놀라운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 A 나 이번 시험에서 만점 받았어! B 최고다~ 와우내~ 버카충: ‘버스 카드 충전’의 줄임말 A 엄마~ 버카충하게 만원만 주세요. B 벌써? 너는 하루에 버스를 몇 번 타는 거니? 관종: 타인의 관심을 즐기고 관심에 목매는 사람 ‘관심종자’의 줄임말 A 쟤는 왜 항상 눈에 띄게 행동하는 거야? B 어쩔 수 없는 관종이라 그래. 더럽: ‘The Love’을 소리 나는 대로 쓴 말 A 오늘 부장님이 고기 쏘신대! B 아 부장님… 더럽…♥ 말잇못: ‘말을 잇지 못하다’의 줄임말로 놀랍고 감탄스러운 상황이나 당혹스러운 경우에 사용 A 와~ 이 스테이크 좀 먹어봐. 말잇못. B 진짜 맛있어서 말이 안 나온다. #G: 샵쥐를 빠르게 반복하면 샵쥐… 샵지… 샤압지… 시아브지… 시아버지!! A 며늘아, 메모지에 #G 바보라고 써져 있던데 #G가 뭐니? B 하하~ 아버님… (말잇못) 어이가 아리마셍: 아리마셍(ありません)은 일본어로 ‘없다’라는 뜻이다. 즉 어이가 없다는 뜻 A 너 나 좋아해서 자꾸 따라다니는 거지? B 내가 너를 왜 좋아해? 어이가 아리마셍. 우리 집이 이쪽이라 가는 길이야. -각: ‘~할 상황이다’라는 뜻으로 예상되거나 곧 실현될 상황을 의미함 A 비 오는 날엔? B 파전에 막걸리 각!
- 2017-05-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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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브랜드 ‘ㄹ’로 한복의 힘 보여주다
- 색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는 상점이 많기로 유명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평일 점심시간이었지만 가로수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듣던 대로 각양각색의 개성들이 넘치는 상점들이 즐비했다. 그중 ‘한복 팝니다’라는 네온사인이 기자 눈에 들어왔다. 유리창 너머로 갓을 쓰고 곰방대를 문 흑인 모델 사진이 보였다. 외국인과 곰방대 그리고 한복과의 조화라니. 이곳의 이름은 ‘ㄹ(리을)’, 전통 한복이 아닌 ‘네오(NEO, 새롭다는 뜻) 한복’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21세기 한복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 “저희는 대학교 선후배도,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에요. 예전에 다른 사업으로 팀이 꾸려졌는데 그때 알게 된 분이 유지연씨예요. 아쉽게도 그 사업이 흐지부지되면서 팀은 해체됐지만, 이후 ‘ㄹ’을 기획하게 되면서 다시 연락하게 됐어요.” ‘ㄹ’은 김종원(25)·유지연(27)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세 때부터 사업을 시작한 5년 차 CEO, 패션을 전공한 유 대표는 ‘ㄹ’을 위해 다니던 교복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다른 누구와 함께 뜻을 맞추고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유 대표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사업가 중에선 혼자 일하는 걸 편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유 대표랑 일하면서 느낀 건 ‘정말 잘 맞는다’는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하는 그런?(웃음)” 두 대표가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ㄹ’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한글과 한복을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매장을 열기까지 순탄치 않은 일들이 많았다.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사업하지 말고 공무원 준비를 하라면서요.” 어느 날 갑자기 자식이 잘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 김 대표의 부모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걱정은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능력껏 준비했죠. 저희 브랜드 취지에 공감해주신 분들이 투자를 해주시는 덕분에 자본금 0원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들의 독특한 아이디어에 매료된 것일까. 매장을 연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스타일리스트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 명성에 힙입어 벌써 10곳 넘게 협찬 의뢰가 들어왔고, 얼마 전에는 가수 솔비의 뮤직비디오 촬영 의상을 협찬하는 등 꽃길을 걷고 있다. 문득 왜 브랜드 이름을 ‘ㄹ(리을)’로 정했는지 궁금해졌다. 만약 자음을 고집했다면 ‘ㄹ’이 아닌 다른 글자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기억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ㄱ(기역)’을 쓸 수도 있고 사람 인(人)을 닮은 ‘ㅅ(시옷)’을 고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브랜드 이름으로 외국인에게 한글을 알리는 동시에 ‘ㄹ’이라는 브랜드는 한복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알리고 싶었어요. 해외에 나가서 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아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하지만 아직 외국인한테 ‘ㄹ’을 보여주면 숫자 ‘2’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외국인이 저희 매장을 들르거나 브랜드가 유명해진다면 다음부터는 2가 아닌 한글 ‘ㄹ(리을)’로 봐주시겠죠.” 한복의 변신은 무죄 이제 한복은 한국인도 잘 입지 않는, 실용적이지 못한, 옛날 옷이 되었다. 최근 서울시에서 ‘일상 속에서 한복 입기’ 장려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경복궁이나 인사동 주변으로 대여를 해주는 매장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을 뿐이다. 참 씁쓸한 풍경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외국인 친구가 한복을 대여해 입어보더니 ‘예쁜데 실생활에서 입기엔 불편해. 너희도 불편해서 안 입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보더라고요. 현대인들에게 19세기 옷을 겨우 알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저 체험에 불과한 일이 되어버린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도 불편해서 안 입는데 과연 외국인이 한복이 예쁘다고 살까? 그리고 입고 다니기는 할까?’ 이런 질문을 해보고 트렌드에 맞춘 한복이 필요하다는 답을 찾았죠. 최종적으로 저희가 선택한 건 한복의 원단을 선택해 옷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실제로 매장 안에서 본 그들의 옷은 놀랍게도 모두 한복 원단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심지어 청재킷인 줄 알고 만져봤던 옷 또한 말이다. “만져보시면 아시겠지만, 한복 원단이에요. 자수도 직접 디자인하고 있고요!” 자신 있게 말하는 유 대표의 목소리에서 ‘ㄹ’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저희가 디자인한 정장의 경우 두루마기처럼 겉옷을 만들 때 사용하는 양단을 사용했고, 미니스커트는 옛날 속치마나 치마 안감으로 사용한 깨끼원단으로 제작했어요. 이렇게 서양 옷 패턴에 한복 원단을 사용함으로써 동양과 서양 문화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네오 한복’이 탄생되는 거죠.”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돌아온 답변은 다소 의외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드는 한복은 한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의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있어서 신경 쓰는 부분은 없어요. 저희는 옷의 패턴에 그냥 한복 원단을 사용할 뿐이거든요. 원단을 보다가 ‘아, 이 색의 원단으로는 반바지를 만들면 예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반바지를 만드는 식으로요. 물론 처음 딱 보면 한복으로서는 약간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죠. 근데 그거 아세요? 김치도 처음엔 백김치였는데 고춧가루가 들어오면서 지금 우리가 먹는 빨간 김치가 됐죠. 한복의 이미지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을 알리는 국가대표 ‘ㄹ’이 되고 싶다 수입이 생기면 돈에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ㄹ’의 대표는 달랐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웃음). 저희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국을 알리는 브랜드가 되자고 했거든요. 사실 지금 인기를 끌면서 수입이 생기다 보니 어떤 디자인으로 똑같이 대량생산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우리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맞춤제작 옷을 많이 만들기로 다짐했어요. 돈 때문에 브랜드의 목적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이들의 초심을 최근에 다시 한 번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ㄹ’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한 혼혈인 학생이 감사 인사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이 학생은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ㄹ’의 옷을 보더니 “너희 나라 옷이냐?”고 물어보면서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줬다는 내용이었다. “뿌듯했죠. 우리가 만든 브랜드로 인해 관심을 받고 또 한복을 알린 거니까요.” 김 대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저는 원래 검도를 했었는데 국가대표가 되지는 못했어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 종목에 출전하는 것도 국가대표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의 의미는 조금 더 넓어요.” 김 대표는 20대 초반에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아 해외에 많이 다녀왔다고 한다. 이런 활동도 국가대표라고 생각하는 그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 국가대표로서 해외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ㄹ’ 브랜드의 한복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서 유명인사나 높은 분들을 만나면 ‘내가 국가대표로 이 자리에 왔는데 한국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한 적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한국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사연을 받아 ‘ㄹ’의 옷을 선물하고 싶어요. 그분들 한 분 한 분이 특별한 국가대표가 되길 희망하면서요.”
- 2017-05-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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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거워라
- 그해 봄부터 매주 목요일 아침 10시, 목동 파리공원에서 우리들은 작은 모임을 가졌다. 연령도 20대에서 60대요, 직업도 틀리지만 쇠귀 신영복(牛耳 申榮福, 1941~2016) 선생의 책과 신문 칼럼 이야기를 듣고,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기탄없는 자유토론의 시간이 즐거웠다.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토론이 격해지면 인근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분위기를 진정시키곤 했다. 신 선생은 잘 알려졌다시피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육군사관학교에서 교관으로 경제학을 강의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어 무기징역에서 20년형으로 감형되고, 1988년 8월 15일 만기 출소했다. 한동안 몸을 추스르더니 11월 말엽,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 건물 지하 ‘세실레스토랑’에서 40여 점의 서예 작품으로 첫 서예전을 열었다. 옥중에서 20년을 정진한 그 서예 작품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과 큰 감동이 가시지 않았다. 연말에는 이라는 옥중 서신들을 책으로 출간해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 1889년 1월에는 결혼을 해 서울 목동에서 가정을 이루고, 성공회대학교에서 경제학 등을 강의하며 가히 생활인으로서 새 출발을 했다. 1993년에는 옥중에서 가족에게 보냈던 엽서들을 모아 를 출간했고, 1995년 11월부터는 중앙일보에 를 기고했다. 1995년 3월 17일부터 26일까지는 인사동 학고재에서 시화전을 열었다. 당시 학고재 사장의 소개로 처음 선생을 상면하고, 50여 점의 서예에 대한 소회를 직접 들었다. 작품을 소장하고 싶었지만 선생을 돕고자 하는 여러 지성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음에 정해둔 작품이 금방 팔려 기회를 잃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다가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은근히 휘호를 받고자 하는 속내도 있었다. 그의 부드럽고 자상한 성품은 누구의 청(請)도 거절 못했다. 필흥(筆興)이 솟아 경오(庚午, 1990)년 황화(黃華, 가을)에 써두었던, 편의 한 구절인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에서 취한 ‘夜深星輝’와 임신(壬申, 1992)년 성하(盛夏, 한여름)에 시필(試筆)한 맹자 진심상(盡心上) 편에 있는 관어해자난위수(觀於海者難爲水)에서 뽑은 ‘觀海難水’의 예서체(隸書體) 두 작품을 받아 소장하게 되었다. 소위 ‘신영복체’, ‘어깨동무체’라는 한글 휘호도 받고 싶었으나 너무 무례한 것 같아 눈치만 보고 있는데, 그해 섣달그믐께 전화를 받고 나가보니 그토록 소망하던 ‘어깨동무체’의 를 말아서 들고 계셨다. 펼치니 먹 향이 그윽하고 관지(款識)의 인주 빛이 선명했다. 이후 선생은 대학 강의와 신문 기고가 늘어나며 일정이 바빠져, 주 1회 모임에서나 잠깐씩 상면했다. 나도 바쁜 일이 생기면 서너 주 거르기가 일쑤였다. 아내를 비롯해 친구들이 선생의 전력(前歷)을 들어 모임 참여를 말렸으나 개의치 않았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의미의 ‘야심성유휘’는 선생이 아주 즐겨 썼는데, 남다른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디어온 원동력이기도 했을 것이다. 맹자(孟子, BC 372~BC 289 추정)가 공자(孔子, BC 551~BC 479)를 언급한,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의 ‘관어해자난위수’는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깊은 함의(含意)가 있는 들어 있는 글이기도 하다. 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선생만의 독특한 서체다. 두 줄의 굵고 납작한 글자들은 서로 부딪치고 얼싸안으며 힘찬 기운을 발한다. 옥중에서 받았던 노모의 한글 글씨체에서 골격을 찾아 변용했다고 말하지만, 한글 서체의 미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목원대학교 미술대 교수인 김태호(1967~) 조각가가 이탈리아 카라라(Carara) 국립미술학교로 유학 떠나기 전에 부인과 함께 우리 집을 찾아왔다. 1996년 여름쯤으로 기억되는데, 식사를 대접하려고 불고기집으로 안내했으나 한사코 냉면만 먹겠다고 하여 조촐한 송별이 되고 말았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젊은 부부의 깊은 속내가 대견했다. 부인이 종교음악을 전공했기에 바흐의 음반을 건네는 게 고작이었다. 김태호의 조각작품과의 인연은 1993년으로 되돌아간다. 인사동 어느 화랑에 놓여 있던, 하얀 대리석으로 깎은 을 눈 깊게 만났다. 까까머리의 동자가 무릎을 두 팔로 감싸고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는 작품이었는데, 기교 없는 순수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화랑의 큐레이터도 ‘동자상’에 반해 매일 한두 번씩 쓰다듬는다며 화랑의 ‘지킴이’라 했다.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막 군대를 다녀온 풋풋한 조각가의 작품이었기에, 몇 주 동안 드나들며 “누구에게 팔지 말라”고 이르고 관찰만 했다. 화랑 주인은 ‘중진 조각가의 작품과 견줄 만한 수작(秀作)이라서 값싸게 팔 수 없고, 상당한 가격에 구입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화랑에서 소장한다’며 애를 태웠다. 아내와 상의해 통장을 비워, 기어이 혼자 들기 버거운 을 택시에 싣고 와 온 식구가 쓰다듬으며 한 가족으로 삼았다. 조각작품 수집의 시작이었다.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주제는 ‘따뜻한 인간애’다. 지치고 고달픈 현대인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려는 예술혼은 얼음처럼 차가운 대리석을 헤집고 인애(仁愛)의 형상을 쪼아낸다. 샐러리맨의 고독과 실직자의 아픔도 용해해 젊은이들에게 힘찬 형상을 선사하기도 한다. 은 2010년 벽두에 서울 서촌의 ‘갤러리 자인제노’ 전시회에서 만난 작품이다. 좌대까지 하나의 대리석으로 깎아낸 수작이다. 어린 남매를 배 위에 얹고 있는 따뜻한 모정이, 작품의 안정감과 리듬감을 균형 있게 전달한다. 세파(世波)에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가족사랑’이 위대한 성(城)을 구축하고 있다. 한낱 돌덩이에 맥이 돌고,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따뜻한 미소가 번지게 된다. 누구나 성(城)에 안주하려 들지만, 그 성을 쌓아가는 고뇌의 노정(路程)을 잊지 말진저. >>이재준(李載俊) 1960년 경기 화성에 태어났고 아호 송유재(松由齋)로 미술품 수집가로 활동중이다. 중학교 3학년 ,을 읽고, 붉은 노을에 젖은 바닷가에서 스케치와 깊은 사색으로 화가의 꿈을 키웠다. 1990년부터 개인 미술관을 세울 꿈으로 미술품 천여 점을 수집해왔다.
- 2017-05-18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