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의 주연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인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다.
다우니 주니어는 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5년 넘게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던 아버지가 뉴욕 자택에서 별세했다”면서 “어젯밤 잠결에 평화롭게 돌아가셨다”고 소식을 알렸다.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미국 할리우드의 이단아로 불리는 감독이었다. 1960~70년대 반체제적이고, 급진적인 시각을 담아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다수 제작했다.
미국 뉴욕의 광고업계에서 근무하는 흑인의 삶을 그려낸 코미디 영화 ‘퍼트니 스워프’(1969)와 신약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생애를 서부극으로 풀어낸 ‘그리서스 팰리스’(1972) 같은 작품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퍼트니 스워프’는 2016년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문화적, 역사적, 미적으로 중요한 작품”으로 미국 국립 영화 등록부에 선정됐다.
그는 아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파운드’를 통해 5살 때 아역배우로 데뷔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영화 제작을 집안일처럼 가족과 함께한 아버지 다우니 시니어 덕분에 아버지가 만든 영화 8편에 출연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버지가 “진정한 매버릭(maverick) 영화 제작자”였다는 헌사를 바쳤다. ‘매버릭’은 미국에서 개성이 강하고 신념이 뚜렷한 스타일의 인물을 묘사할 때 쓰이는 말이다.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별세 소식에 그의 아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동료 배우들이 애도를 표했다. 클라크 그렉과 기네스 팰트로, 제레미 레너 같은 다수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출연 배우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댓글을 남겼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팬들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명대사 ‘I love you 3000’(3000만큼 사랑해)를 변형해 “아버지도 3000만큼 사랑 받으셨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기며 추모했다.
시니어 추억 속의 영웅인 슈퍼맨을 만들어낸 감독이 별세했다. 뉴욕타임스·롤링스톤 같은 미국 매체는 감독 겸 제작자 리처드 도너가 향년 91세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도너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는 5일(현지 시간) 그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과 사망 장소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도너는 1970~1990년대에 살았던 시니어들이 제목만 들어도 알 법한 인기 작품을 다수 제작한 할리우드 흥행 제조기였다. 1976년 개봉한 그레고리 펙 주연의 공포 영화 ‘오멘’으로 이름을 알렸고, 1978년 연출을 맡은 영화 ‘슈퍼맨’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슈퍼맨은 세계적으로 3억 달러(약 3400억 원)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렸다. 제5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과 음악, 음향 부문 후보에 올랐고, 시각효과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특히 슈퍼 히어로의 대명사로 부르는 슈퍼맨은 마블이나 DC의 히어로 시리즈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어린이 모험 영화 ‘구니스’(1985), 멜 깁슨 주연의 ‘리썰 웨폰’ 시리즈로 10억 달러 티켓 판매액을 기록한 감독 반열에 올랐다. 능력 있는 제작자였던 그는 마블 코믹스 창시자 스탠 리와 ‘엑스맨’ ‘엑스맨 탄생: 울버린’ 등을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도너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에서 많은 영화인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는 영화를 장악하면서 수많은 장르를 넘나드는 재능을 가진 영화인이었다”며 “그의 웃음이 늘 생각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감독이자 ‘앤트맨’ 각본가인 에드거 라이트는 트위터에 “도너 감독은 스크린에 마법을 펼쳐내는 법을 알았다”고 애도했다.
젊은 시절부터 외화를 즐겨 본 시니어라면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에 대한 옛 기억이 하나씩은 있다. IQ 75의 순수한 청년 ‘포레스트 검프’부터 아폴로 13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떠난 ‘진짜 사나이’, 시애틀에서 사랑에 빠진 로맨티스트까지. 그는 장르 불문 다양한 역할로 스크린을 통해 시니어를 만났다.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중년이 되었지만 연기 열정은 예전 못지 않은 그.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톰 행크스의 최근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뉴스 오브 더 월드 (News of the World, 2020)
“오늘 밤, 온 세상의 멋진 뉴스를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남북전쟁이 끝난 1870년, 한 남자가 군중 앞에서 신문을 읽는다. 그는 제퍼슨 카일 키드 대위(톰 행크스).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가 아니라 인쇄소를 운영하다 전쟁으로 가족과 일자리를 잃은 방랑자다. 전후의 혼란한 상황 속 뉴스를 접하기 어려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뉴스를 전해주는 일을 한다. 어느 날도 어김없이 길을 가던 키드는 피습당한 마차에서 살아남은 인디언 소녀 조애나(헬레나 젱겔)를 만나고, 소녀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 ‘뉴스 오브 더 월드’는 톰 행크스 연기 인생 최초의 서부극이다. 그러나 기존 서부 영화와 달리 전투보다 평화에 주목하고, 액션보다는 휴머니즘을 담으려 한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백인과 인디언, 두 사람의 동행을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소통’이란 대안을 제시한다. 서부극에 빠질 수 없는 황야와 거친 들판을 러닝 타임 내내 비추지만, 마냥 쓸쓸하고 황량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톰 행크스가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가 그랬듯, 결국 인류애의 실현을 희망하는 작품이다.
2.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2019)
내면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가시를 세우며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잡지 기자 로이드 보겔(매튜 리즈)이다. 날카로운 성격으로 고발 기사를 써 상도 받았지만, 그로 인해 취재원의 기피 대상 1호가 된 그. 이달은 영웅 특집을 준비해야 하는데, 인터뷰에 응해주는 이가 없어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 프레드 로저스(톰 행크스) 취재를 맡는다. 비리 폭로 전문인 로이드는 미담뿐인 로저스의 이야기를 써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한 마음으로 그를 만난다. 그런데 웬걸, 정신을 차려보니 인터뷰의 주도권을 뺏긴 채 속내를 털어놓고 있는 것 아닌가.
푸근한 미소와 눈빛 때문일까. 만남이 거듭될수록 로이드는 그 앞에서만 ‘무장해제’가 되어간다. 연륜 있는 시니어가 젊은이의 아픔을 다독여주는 서사는 영화 ‘인턴’을 떠올리게 하지만, ‘휴머니즘 장인’ 톰 행크스만의 연기가 ‘인턴’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물 간 주고받는 대사에 잔잔한 위로를 얻고, 마침내 톰 행크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작품. 로저스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오프닝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돼 쇼 한 편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3. 홀로그램 포 더 킹 (A Hologram for the King, 2016)
인생이 이렇게 꼬여도 꼬일 수 없다. 한때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망했고, 아내와 이혼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에게 3차원 홀로그램 장비를 팔고 오라는 고난도의 미션을 받는다. 세일즈맨 ‘엘런 클레이’(톰 행크스)의 이야기다. 영업을 위해 도착한 타국에서의 생활은 사막 한가운데 낙오된 것처럼 힘겹고 낯설기만 하다.
와이파이는 물론 배를 채울 만한 식당도, 에어컨도 없으며 미팅 관계자는 나타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등에 정체 모를 혹까지 생겼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클레이는 왕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 2막을 열어나간다. 영화 ‘홀로그램 포 더 킹’은 인생에 위기를 맞은 세일즈맨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머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지만 실적 압박,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등 중년 남성이 겪는 현실적인 고충과 불안을 타국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로 극대화한다. 장면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 이슬람 문화권의 이국적인 풍경이 재미를 더한다.
TV, 라디오, 영화 등 어디선가 우연히 흘러나오는 옛 노래에 누구나 한 번쯤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진한 향수를 경험한다. 한때 지겹도록 들었던 음악이 어느 순간 들리지 않고, 익숙한 멜로디가 가물가물해지는 나이가 되면 반가움은 더욱 크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추억 여행이 고픈 시니어를 위해 그때 그 시절의 팝송을 실컷 들을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맘마미아! (Mamma Mia!, 2008)
지중해 코발트빛 바다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세 명의 소녀들. 이내 주인공 소피가 폭탄 발언을 한다. “아빠를 결혼식에 초대했어.” 놀랄 일은 아니지만, 소피에게는 놀랄 일이다. 엄마 도나의 옛 일기장에 적힌 세 남자 중 누가 진짜 아빠인지 알 수 없기 때문. 소피의 충격 고백으로 소녀들의 수다는 뜨거워지고, 찬란한 풍광을 배경으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허니 허니, 하우 유 스릴 미~” 곧이어 장면이 전환되고, 도나의 ‘허니’일지 모를 세 남자가 섬으로 도착한다. 결혼식을 앞둔 소피가 엄마의 옛 연인을 섬으로 초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맘마미아’는 시니어의 추억을 똘똘 뭉쳐놓은 작품이다. 잊고 지낸 첫사랑이 생각나는 서사는 물론, ‘아이 해브 어 드림’ ‘댄싱퀸’ 등 러닝타임 내내 울려 퍼지는 팝그룹 아바(ABBA)의 노래가 젊은 시절의 추억을 선물한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세월이 흘러도 낡지 않는 아바의 명곡,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등 할리우드 원로 배우의 퍼포먼스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지는 작품.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맘마미아!”를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2. 예스터데이 (Yesterday, 2019)
나이‧국적 불문 전 세계가 사랑한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 어느 날 세상에서 비틀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비틀스를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비틀스의 명곡을 기억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나 하나밖에 없다면? 영화 ‘예스터데이’는 이 같은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무명의 뮤지션 잭이 비틀스 없는 세상에서 스타가 될 기회를 맞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무명생활을 이어오던 잭이 작은 공연을 끝으로 꿈을 포기하려는 순간, 전 세계에 정전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잭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퇴원한 뒤 친구들 앞에서 퇴원 기념 ‘예스터데이’를 부른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은 어리둥절한 표정.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잭이 비틀스를 언급하자 친구는 말한다. “무슨 비틀즈를 말하는 거야. 곤충, 자동차?”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잭은 이날로 제2의 비틀스가 되어 성공가도를 달린다. 영화는 ‘헤이 주드’ ‘렛 잇 비’ 등 20여 곡의 비틀스의 노래를 잭의 목소리로 재구성한다. 원곡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반가운 멜로디가 두 귀를 즐겁게 한다. 그야말로 비틀스의, 비틀스를 위한, 비틀스에 의한 영화다.
3. 로켓맨 (Rocketman, 2019)
‘로켓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이름처럼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갈 듯한 4차원적인 의상에 알록달록한 안경을 쓰고, 피아노로 록을 하는 천재 뮤지션 엘튼 존이다. 영화 ‘로켓맨’은 그의 지나온 인생과 음악, 숨겨진 고뇌를 오롯이 담아낸다. 영화는 알코올 중독 상담에 참여한 존이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시작된다. 대중이 기억하는 무대 위 화려한 모습보다는 부모의 무관심과 친구의 배신, 약물 중독 등 알려지지 않은 그의 어두운 개인사를 내밀하게 다룬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전기 영화의 형식을 취해 외로운 유년을 보낸 천재 소년이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전개해나간다. 같은 감독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는 달리 음악보다 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지만, ‘유어 송’ ‘크로커다일 록’ 등 적재적소에 흐르는 명곡들이 감정을 극대화하며 제 몫을 다한다. 감각적인 연출과 엘튼 존을 완벽 재현한 태런 에저튼의 열연도 재미를 더하는 포인트. 러닝타임 120분간 엘튼 존의 인생을 간접 체험하는 듯한 생경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990년대,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금발의 여인이 있었다. ‘귀여운 여인’ 줄리안 로버츠다. 시니어라면 아찔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싸이 하이 부츠 신은 채 발랄한 매력을 뽐내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스타와의 설레는 로맨스를 꿈꾸게 만들었던 ‘노팅힐’은 또 어떠한가. 두 작품의 흥행으로 줄리아 로버츠의 이름 뒤에는 ‘로코 퀸’이란 수식이 붙기 시작했지만, 이후 그녀는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영원한 귀여운 여인, 줄리안 로버츠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적과의 동침 (Sleeping With The Enemy, 1991)
무명배우이던 줄리아 로버츠는 ‘귀여운 여인’으로 1990년 스타덤에 오르고, 맥 라이언과 함께 로코 퀸으로 부상하는 듯했지만 다음 해 전혀 다른 장르로 찾아와 관객을 놀라게 한다. 바로 ‘적과의 동침’이다. 영화는 미모의 여인 로라(줄리안 로버츠)가 결혼 후 돌변한 남편 마틴(패트릭 버긴)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언뜻 보면 행복한 부부 사이 같지만, 마틴은 극도의 의처증을 앓고 있다. 로라의 별 뜻 없는 행동에 외도를 의심하고,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뒤 곧바로 사랑을 속삭이며 자신만을 바라볼 것을 강요한다. 그렇게 가학적인 폭력에 시달린 로라는 탈출을 결심하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후 로라는 ‘사라’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아가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영화는 장르의 본분을 잃지 않고 다시금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며 반전을 예고한다. 줄리안 로버츠는 이 영화에서 ‘귀여운 여인’과는 다른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각인되며 배우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한다. 내용은 다소 공포스럽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의 리즈 시절 미모가 감탄을 자아낸다.
2. 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 2000)
‘귀여운 여인’, ‘적과의 동침’으로 눈부신 미모를 자랑한 줄리안 로버츠는 약 10년 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자신감 넘치는 싱글맘 역할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그녀가 연기한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은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실존 인물의 실화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름을 딴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 업무를 하는 에린(줄리아 로버츠)이 우연한 계기로 마을에 유해 물질을 방출한 거대 기업의 실태를 파헤치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내용을 다룬다. 평범한 싱글맘과 거대 기업의 싸움은 시작부터 승패가 예상되는 불리한 게임이다. 그러나 에린은 정의에 대한 투지와 끈기로 기업의 부조리함을 입증하고, 사회를 바꿔낸다. 왼손잡이인 줄리안 로버츠는 에린 브로코비치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연습을 하며 캐릭터를 향한 아낌없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노력의 결실은 200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 자리를 공고히 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는다.
3. 원더 (Wonder, 2017)
2010년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후 눈에 띄는 흥행작이 없었던 줄리안 로버츠는 2017년 따뜻한 가족영화 ‘원더’로 호평을 받으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원더’는 선천성 안면기형으로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와 그를 둘러싼 가족,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10살이 되던 해, 홈스쿨링을 하며 헬멧 속에 숨어 살던 어기가 학교로 첫 발을 내디디며 시작된다. 전체적인 서사는 어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각 챕터 별로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친구 잭(노아 주프), 비아 친구 미란다(다니엘 로즈 러셀) 등 서술자가 달라지며 주변 인물을 함께 조명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비아의 결핍과 잭이 어기와 친구가 된 계기 등 저마다의 사연이 밝혀지고, 이야기는 계속해서 확장된다. ‘원더’는 공동체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사람 간 관계 맺음에 주목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차별적인 시선으로 상처 입은 어기를 향해 “너는 기적 같은 아이”라며 응원을 실어준 줄리안 로버츠의 대사가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하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얇은 옷차림으로 몸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봄바람처럼 살랑대는 음악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과거에는 음악 한 곡을 듣기 위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타이밍 맞춰 녹음해야 했지만, 요즘은 유튜브 하나만으로 그 시절 추억의 무대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흥겨운 리듬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나이를 잊은 듯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춤과 노래, 서사가 한데 어우러진 음악 영화도 흥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영화 ‘더티 댄싱’의 베이비처럼 춤바람에 흠뻑 빠져볼 독자를 위해 춤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그리스 (Grease, 1978)
한때 할리우드 배우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라볼타가 당대 최고의 이상형으로 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뮤지컬 영화 ‘그리스’는 시니어의 추억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이다. 영화는 1950년대 말, 여름방학 동안 해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대니(존 트라볼타)와 샌디(올리비아 뉴튼 존)가 방학이 끝난 후 고등학교에서 재회하며 시작된다. 하지만 여름날의 설렘도 잠시, 학교에서 다시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는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학교 서클의 리더인 대니가 친구들 앞에서 허풍을 떨기 위해 반가운 마음을 애써 숨기고, ‘나쁜 남자’로 변신한 것. 달라진 대니의 태도에 상처받은 샌디는 톰과 친하게 지내고, 대니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 뒤에도 다소 예상 가능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그때마다 장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뮤지컬 넘버가 지루할 틈을 없앤다. 특히 ‘유아 디 원 댓 아이 원트’ 등 시니어에게 익숙한 로큰롤 멜로디는 롤러장에서 신나게 춤을 추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1950년대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엿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2. 브링 잇 온 (Bring It On, 2000)
추억여행도 좋지만, 젊음의 열기와 10대의 상큼 발랄한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땐 ‘브링 잇 온’도 괜찮은 선택이다. 영화 ‘브링 잇 온’은 미국 고등학교 치어리더를 소재로 한 고전 하이틴 영화다. 치어리더 경연대회를 몇 주 앞두고, 5년 연속 우승한 최강 응원팀 ‘토로스’의 안무가 도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응원팀 ‘클로버스’와 경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장르 특성상 설정과 대사 등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회 우승을 향한 주인공들의 열정과 몸을 아끼지 않는 연습, 묘기에 가까운 고난도의 치어리딩을 보고 있으면 그저 시시한 하이틴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꿈을 향해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전해 받은 듯 불끈 기운이 솟는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노래 ‘미키’에 맞춰 파워풀한 군무를 선보이는 치어리딩 장면이 영화의 명장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헤이 미키’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 스텝 업 (Step Up, 2006)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스텝 업’이 바로 그 원조 격이다. 2000년대 초반 불어 닥친 비보이 열풍도 이 영화의 영향이 크다. ‘스텝 업’은 반항심 가득하지만 스트리트 댄스 하나는 끝내주게 잘 추는 타일러(채닝 테이텀)가 사고를 치고 근처 예술학교에서 사회봉사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최고의 춤꾼들이 모인 곳에서 타일러는 아름다운 발레리나 노라(제나 드완)를 만나고, 다리 부상을 당한 그녀의 파트너를 대신해 함께 춤 연습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연습 과정에서 장르와 환경 등의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지만 거듭되는 연습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춤으로 하나가 된다. 파워풀한 비보잉과 우아한 발레가 한데 어우러진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색다른 무대로 보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여기에 청춘남녀의 짜릿한 로맨스까지 더해져 두근거림은 배가 된다. 스텝 업과 비슷한 짜임새를 갖춘 영화 ‘더티 댄싱’과 비교하며 봐도 좋다. 더티 댄싱은 열일곱 소녀가 댄스 강사를 만나 춤의 신세계에 눈을 뜨는 이야기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SF 영화 ‘승리호’가 화제를 모으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주 영화는 시공간의 초월성이 선사하는 공포감과 끝을 알 수 없는 신비로움, 자연에 대한 압도감 등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장르 중 하나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넷플릭스 스트리밍 1위를 달리고 있는 ‘승리호’를 비롯해 함께 비교하며 즐길만한 우주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승리호 (SPACE SWEEPERS, 2020)
SF 장르 불모지인 한국에서 우주 영화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컸다. ‘승리호’는 그 편견을 깬 국내 최초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다. 승리호는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우주에서 쓰레기를 치우며 살아가는 승리호 선원들이 엄청난 돈벌이 수단인 ‘도로시’를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반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이곳의 선원들은 ‘캡틴 마블’이나 ‘제다이’처럼 엄청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능력은 없고 갚아야 할 빚만 산더미라 세계 평화보다는 돈이 먼저인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한국인 특유의 악바리 정신과 근면성실함으로 우주에서 먹고사는 모습은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함을 선사한다. 된장찌개부터 화투까지 한국적인 정서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소품도 관람 포인트다. 무엇보다 SF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는 앞으로 개봉할 ‘K-SF’ 영화들에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태극기가 그려진 낡은 우주선이 광활한 우주 한가운데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된 말로 ‘국뽕’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마션 (The Martian, 2015)
‘승리호’에서는 4명의 선원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마션’의 ‘마크’(맷 데이먼)는 혼자다. ‘마션’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대 아레스3가 거대한 모래폭풍을 만나 탐사대원 마크와 교신이 끊기면서 시작된다. 탐사대는 마크가 파편을 맞고 사망했다고 판단해 그를 두고 복귀하지만, 기적적으로 생존한 마크는 물, 불, 산소도 없는 화성에 홀로 고립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며칠도 버티지 못할 상황이다. 하지만 마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주 비행사인 동시에 식물학자인 그는 자신의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로켓 연료의 수소로 물을 만드는가 하면, 화성의 토양에 지구의 흙을 섞어 감자의 싹을 틔워낸다. 그렇게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을 감자로 버티면서 구조대를 기다린다. 그야말로 극한의 환경이지만, 마크는 흥겨운 디스코 음악을 들으며 절망적인 하루를 씩씩하게 버텨나간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마크의 무사 기원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 고난 속에서도 긍정을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작품이다.
3. 패신저스(Passengers, 2016)
우주에서 꽃피우는 로맨스는 어떤 모습일까. 재난 영화보다 SF 로맨스 장르를 선호한다면 위의 두 영화 보다 ‘패신저스’가 취향에 맞을 수 있다. 패신저스는 120년 후 개척 행성으로 떠나기 위해 우주선 아발론 호에서 동면중인 ‘짐’(크리스 프랫)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잠에서 깨어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5000여 명이 잠들어 있는 우주선에서 혼자 90년 일찍 깨어난 짐은 새 행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져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때, 우연히 수면캡슐에서 동면중인 미모의 여주인공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발견하고, 홀린 듯이 그녀를 깨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가까워질 무렵, 평화롭던 우주선에 이상이 생기고, 탑승객 전원은 위기에 처한다. ‘우주판 타이타닉’이라 불리는 ‘패신저스’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속도감 넘치는 전투나 액션보다는 우주선에 고립된 설정을 통해 고독과 외로움, 사랑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근원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을 탐사하는 휴머니즘 드라마에 가깝다.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새해가 되었다고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게임 속에서 ‘리셋’ 버튼을 누르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듯 1월 1일부터는 새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지난해 모두가 고생한 만큼 올해는 희망찬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보면서,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버킷리스트 (The Bucket List, 2007)
병상에서 만난 두 노인 ‘카터’(모건 프리먼)와 ‘잭’(잭 니콜슨)이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앞두고 죽기 전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평생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죽음 앞에서는 공평한 두 사람이 병상을 박차고 나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버킷리스트를 이뤄나가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할리우드 노장 배우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이 영화로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대중화되면서 평생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는 문화가 확산됐다. 새해를 맞아 뜻깊은 계획을 세우고 싶다면, 영화를 보며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iness, 2006)
한물간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와 어렵게 살아가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가 절망 끝에서도 행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군분투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무일푼 노숙인에서 무급 인턴으로, 자산관리회사 ‘가드너 앤 리치 컴퍼니’의 CEO로 거듭난 월가의 신화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쪽잠을 자고,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의 열쇠를 찾아낸 가드너의 굴곡진 삶이 윌 스미스와 그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절절한 부자 연기로 극대화된다. 영화 후반부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가드너가 카메오로 등장하니, 두 눈 크게 뜨고 집중해서 시청해보자.
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16년째 잡지사에서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 사진 에디터 ‘월터’(벤 스틸러)가 잃어버린 잡지 표지 사진을 찾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 매일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시간을 보내던 월터는 여행지에서 자신의 상상들이 현실로 이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인생에 전환점을 맞는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상어와 싸우고, 폭발 직전의 화산으로 돌진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낸 월터는 현실로 돌아와서도 더이상 상상에 갇히지 않고 상상을 눈앞의 현실로 이뤄나가며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 산맥 등 대자연을 넘나들며 성장해나가는 월터의 환상적인 여정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우마 서먼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워 위드 그랜파’의 개봉 소식이 전해지면서 로버트 드 니로의 필모그래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65년 영화 ‘맨해탄의 세 방’으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1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그는 할리우드 최고참급 배우로서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푸근한 미소가 일품인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인턴 (The Intern, 2015)
창업 1년 반 만에 큰 성공을 이루고 완벽한 삶을 사는 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어느 날 동료 직원으로부터 시니어 인턴십 공고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회의에 올라온 안건 중 하나였지만, 고령의 노인을 직원으로 두고 싶지 않은 줄스는 내심 못마땅해한다. 한편 한 직장에서 40년 동안 근속한 뒤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는 70세 ‘벤’(로버트 드 니로)은 시니어 인턴십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내민다. 이후 당당히 재취업에 성공한 벤은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고, 줄스는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마다 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영화 ‘인턴’은 30대 젊은 CEO 줄스가 70세 노인을 인턴으로 채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직원들이 고민에 빠질 때마다 지혜로운 조언으로 더 나은 길로 안내하는 길라잡이 인턴 ‘벤’을 연기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앤 해서웨이와 연륜이 묻어나는 로버트 드 니로의 명품 연기가 나이 차를 초월한 ‘특급 캐미’를 선사한다. 소소한 즐거움과 감동, 위로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 오 마이 그랜파 (Dirty Grandpa, 2016)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딕 켈리’(로버트 드 니로)는 40년간 함께한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손자 ‘제이슨’(잭 에프론)에게 자신을 플로리다로 데려다줄 것을 제안한다. 매년 아내와 플로리다 여행을 가곤 했는데, 면허가 정지되어 운전할 수 없다는 것. 제이슨은 결혼식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었지만, 딕의 막무가내 요구에 하는 수 없이 그와 동행한다. 열정 넘치는 할아버지와 앞뒤 꽉 막힌 손자의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제이슨은 계속해서 골치 아픈 상황에 휘말린다. 결국 딕의 거침없는 일탈에 동참하기 시작한 제이슨은 뜻밖의 추억을 하나둘 쌓아가고, 여행 속에 숨겨진 딕의 특별한 의도를 알아챈다.
영화 ‘오 마이 그랜파’는 할아버지 ‘딕’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손자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즉흥 여행을 제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이 많은 시니어가 젊은 세대의 인생 멘토가 되어준다는 점은 영화 ‘인턴’과 유사하지만, 이 작품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인턴’의 젠틀한 신사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유쾌하고 화끈한 할아버지로 변신한다.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았던 그간의 행보와는 달리, ‘19금 농담’을 마구 쏟아내며 거침없이 망가지는 로버트 드 니로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3.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
1950년대 트럭 운전사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은 트럭으로 운반하던 고기를 빼돌리는 일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어 고소를 당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필라델피아 일대를 주름잡은 마피아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의 도움을 받아 무죄 판결을 받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러셀의 오른팔로 일하기 시작한 프랭크는 뛰어난 일 처리 능력으로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되고, 러셀은 프랭크에게 트럭 운전사 노조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소개한다. 마피아 보스와 행동대장, 노조위원장까지 세 사람은 세력 확장을 위해 서로를 돕지만, 어느 날의 사건으로 인해 속고 속이는 암살극이 벌어진다.
영화 ‘아이리시맨’은 미국의 대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다. 로버트 드 니로는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등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초창기 대표작에 출연했던 배우로, 아이리시맨이 두 사람의 9번째 협업작이다. 로버트 드 니로뿐 아니라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깊은 내공을 갖춘 노장 배우들 대거 등장해 마피아 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할리우드 원조 꽃미남’ 하면 빠질 수 없는 배우들이다. 지금은 중년 배우로서 중후한 멋을 뽐내고 있지만, 30여 년 전 이들은 만화책을 찢고 나온듯한 외모로 전 세계 여심을 사로잡은 전적이 있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이 세 배우의 ‘리즈 시절’(전성기)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탑건(Top Gun, 1986)
해군 최신 전투기 F-14기를 모는 조종사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는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탑건’ 훈련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매버릭은 생도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항공물리학 전문가 ‘찰리’(켈리 맥길리스)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달콤한 나날도 잠시, 어느 날 비행 훈련 도중 매버릭이 몰던 전투기의 엔진이 고장 나고, 탈출을 시도하던 친구 ‘구즈’가 목숨을 잃는다. 구즈의 죽음에 충격에 빠진 매버릭은 사고 트라우마로 인해 조종사의 꿈을 포기할 위기에 놓인다.
영화 ‘탑건’은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는 청년들의 사랑과 열정을 그린 영화로, 실제 항공모함과 전투기, 현역 군인, 조종사 등을 동원해 현실감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 신인이었던 톰 크루즈는 이 영화로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부상했다. 항공 점퍼를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오토바이를 모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2.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 1994)
‘윌리엄 러드로우 대령’(안소니 홉킨스)은 퇴역 후 몬타나의 한 목장에서 세 아들 ‘알프레드’(에이단 퀸), ‘트리스탠’(브래드 피트), ‘새뮤얼’(헨리 토마스)과 함께 산다. 어느 날 유학길에 올랐던 새뮤얼은 약혼녀 ‘수잔나’(줄리아 오몬드)를 가족에게 소개하고, 알프레드와 트리스탠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던 중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새뮤얼은 적군의 총에 목숨을 잃는다. 약혼자를 잃은 수잔나는 돌아갈 채비를 하다 트리스탠과 재회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려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인다. 한편 알프레도 역시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며 세 사람 간 얽히고설킨 관계는 더욱 헝클어져 간다.
짐 해리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가을의 전설’은 평화롭던 한 가족이 사랑과 욕망으로 몰락해나가는 내용이다. 따라서 영화의 원제를 ‘가을(fall)’ 대신 ‘추락(fall)’이라는 뜻의 동음이의어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는 야성적인 매력의 ‘트리스탄’을 연기하며 목선까지 내려오는 금발과 우수에 찬 눈동자로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3. 타이타닉(Titanic, 1997)
자유로운 영혼의 화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도박으로 세계 최고의 선박 타이타닉호의 3등석 탑승권을 따낸다. 막강한 재력의 약혼자와 함께 1등석에 탑승한 ‘로즈’(케인트 윈슬렛)는 사랑 없는 결혼에 비관하며, 배 위에서 목숨을 끊으려 한다.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잭은 극적으로 로즈를 구해내고, 두 사람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한편 잭과 로즈의 관계가 깊어지는 동안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두 사람을 실은 배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영화 ‘타이타닉’은 1912년 4월 14일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3시간 10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긴 여운을 이끌어낸다. ‘리즈 시절’의 대명사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눈부신 미모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