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날, 부산역에 도착했다. 위쪽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부산은 아직 초겨울 같았다. 평소대로라면 부산역 옆 돼지국밥 골목에서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여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오늘은 초량이바구길에서 시래깃국을 먹기로 했다. 구수한 시래깃국을 호호 불어가며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걷기 코스
부산역 ▶ 옛 백제병원(브라운핸즈백제) ▶ 남선창고 터 ▶ 동구 인물사 담장 (초량초등학교) ▶ 이바구정거장 ▶ 168도시락국 ▶ 168계단과 168모노레일 ▶ 전망대 ▶ 이바구놀이터와 6·25막걸리 ▶ 이바구충전소 ▶ 당산 ▶ 이바구공작소 ▶ 장기려더나눔센터 ▶ 스카이웨이전망대 ▶ 유치환의 우체통
부산의 산동네와 산복도로
한국전쟁 발발 두 달 뒤, 최후 방어선이었던 부산이 피란수도가 되었다. 전국의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왔다. 전쟁 전 40여 만 명이었던 부산 인구는 100만 명으로 늘었다. 전체 면적의 절반이 산지인 부산은 폭증한 인구를 수용할 만한 땅이 부족했다. 피란민들은 부산항과 부산역에서 가까운 산동네로 몰려들었다. 산비탈을 깎아 판잣집을 짓고 부두 노동자로, 자갈치 시장 일꾼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산동네에 정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 동네가 지금의 감천문화마을, 아미동 비석마을, 영도 흰여울마을, 초량동 산복도로 마을 등이다.
부산에 산동네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산중턱을 지나는 산복도로(山腹道路)가 생겼다. 실핏줄처럼 산동네를 연결하며 부산의 상징이 되었다. 부산 동구에서 산복도로가 처음 개통된 초량동에 부산의 근대 역사를 담은 ‘초량이바구길’을 조성했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이다.
‘까꼬막이 천지삐까리’ 초량이바구길
초량이바구길은 부산역에서 산복도로까지 걷는 길이다. 짧은 코스이지만, 부산말로 “까꼬막(오르막길)이 천지삐까리다(아주 많다).” 급경사 계단에는 모노레일이 있으니 앞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산역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첫 목적지인 옛 백제병원에 도착한다. 백제병원은 1927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종합병원이었다. 폐원된 이후 여러 용도로 사용되다가 현재 1층에 카페 브라운핸즈백제가 입점했다. 근대 건축물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 1900년에 지은 부산 최초의 창고인 남선창고 터와 부산 동구의 근현대사와 인물을 소개한 초량초등학교(1937년 개교) 담장을 지나면, 이내 이바구정거장이 나타난다. 이바구정거장은 초량이바구길의 안내소로서 캐리어 보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바구정거장 옆에 있는 바람개비로 장식한 계단에서 본격적인 까꼬막 여행이 시작된다.
초량이바구길의 명물 168모노레일
바람개비계단 끝에서 분식집처럼 생긴 168도시락국 식당이 반긴다. 추억의 도시락을 주문하면, 달걀부침을 얹은 양철 도시락과 진한 멸치 육수 맛이 일품인 시래깃국을 맛볼 수 있다. 시래깃국을 들이마시다시피 하니, 주방을 지키던 할머니가 빈 국그릇을 가득 채워준다. 배불리 먹은 밥값은 단돈 5000원. 감사 인사가 절로 나온다. 168도시락국 식당을 비롯해, 이바구놀이터(영진어묵&공감카페), 6·25막걸리, 게스트하우스인 이바구충전소, 커뮤니티 센터인 이바구공작소 등에는 동구 지역 시니어가 근무한다.
168도시락국에서 조금 올라가면 경사 45˚의 168계단이 기다린다.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다행히도 2016년, 계단 옆에 무료 모노레일이 생겼다. 운행거리는 약 60m. 모노레일에 함께 탄 아주머니가 168계단을 가리키더니 “이 계단이 부두 노동자들이 일하러 갈 때 다녔던 지름길이라. 계단 밑에 있는 우물도 봤지요? 할매들이 이 계단으로 물 뜨러 다녔는데, 한 계단 오르고 한 번 쉬고, 고생이 말도 몬했다꼬. 모노레일이 생겨서 얼매나 좋은지 몰라요. 여름에도 시원코. 저짝 아래 함 보소. 갱치가 울매나 좋은지”라며 추억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바구길 최고 전망은 이곳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바로 전망대로 이어진다. 비탈에 층층이 자리 잡은 초량동 주택가와 멀리로는 황령산, 해운대 마린시티, 부산항과 부산항대교, 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모노레일 승강장 옆에 있는 이바구놀이터도 전망대만큼 훌륭한 뷰를 자랑한다. 이곳은 야경 감상에 최적화된 장소다. 통통하고 쫄깃한 부산어묵으로 끓인 어묵탕을 먹으며 야경을 감상하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인정 넘치는 시니어 직원들이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하면, 음식이 식을세라 살뜰히 살피기도 한다. 이바구놀이터 맞은편 6·25막걸리에서는 막걸리와 해물파전을 맛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갈 때는 모노레일 대신 계단을 추천한다. 걸어 내려가면서 빵집, 아트숍, 카페, 갤러리, 추억의 물건을 파는 다락방장난감BOX, 김민부 전망대에 들를 수 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로 시작하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작사한 이가 바로 시인 김민부다. 전망대와 마주보고 있는 이바구충전소를 지나 마을 수호신을 모신 당산 쪽으로 올라가면 산복도로와 만난다.
부산에서만 가능한 산복도로 투어
산복도로 턱밑에 자리한 이바구공작소는 방문객 안내센터 겸 주민커뮤니티센터다. 이곳에 근무하는 시니어 문화해설사에게 초량의 근현대사를 들을 수 있다. 이바구공작소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장기려더나눔센터도 들러볼 만하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칭송받는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환자를 돌보는 데 일생을 헌신한 의사이며, 의료보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 장기려더나눔센터에서 유치환의 우체통으로 가는 길에 산복도로를 지나다 보면, 독특한 풍경이 눈에 띈다. 도로 폭이 좁아 건물 옥상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한쪽 차바퀴를 들어 주차하는 ‘개구리 주차’를 볼 수 있다.
산복도로 가에 위치한 유치환의 우체통은 부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 유치환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2층 시인의 방에서 엽서를 써 3층 전망대에 설치한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 다음 목적지로 가려면 유치환의 우체통 앞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주변 명소 & 맛집
초량차이나타운
1884년 초량에 청국 영사관이 설치된 뒤, 중국 상인들이 점포를 겸한 주택가를 형성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93년 중국 상해시와 부산시가 자매결연을 해 상해문을 건립하는 등 상해 거리를 조성했다. 고기만둣집인 신발원이 유명하다. 차이나타운 일부 구역에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들어선 텍사스 거리가 있다. 두 곳이 한길로 이어져 있는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동구 중앙대로 196번길 8.
밀면과 돼지국밥
부산에 여행 와서 밀면과 돼지국밥을 먹지 않으면 서운하다. 부산역 근처에 있는 초량밀면과 본전돼지국밥이 소문난 식당이다. 밀면은 피란 온 이북 사람들이 원조 물자로 공급된 밀가루로 냉면을 대체할 음식을 만든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돼지국밥도 피란민들이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돼지 뼈를 이용해 국을 끓인 것이 시초라 한다. 밀면과 돼지국밥은 싼 재료로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게 만든 피란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초량밀면 동구 중앙대로 225, 본전돼지국밥 동구 중앙대로214번길 3-8.
돼지갈비와 돼지불백거리
초량은 돼지갈비로 유명하다. 한국전쟁 직후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는 부두 노동자들이 작업을 마친 뒤 초량시장에서 돼지갈비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는 초량 육거리 부산고등학교 앞에 돼지불고기백반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검정 프라이팬에 달달 볶은 매콤한 돼지불고기가 없던 입맛도 살아나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싼값에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초량돼지갈비골목 은하갈비 동구 초량중로 86, 초량불백거리 원조불백 동구 초량로 36.
초량1941
초량1941은 초량동 산복도로 위에 자리한 우유 전문 카페다. 1941년 지어진 일본 적산가옥을 개조했다. 이색적인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이 눈길을 끈다. 커피와 말차우유, 홍차우유, 커피바닐라우유, 동백우유 등 다양한 병우유를 판다. 고소하고 진한 우유와 쫀쫀한 생크림 속에 과일을 콕콕 박아 만든 과일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면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동구 망양로.
여행 정보
➊ 찾아가는 길 전철 1호선 부산역 7번 출구에서 ‘백제병원(브라운핸즈백제)’ 또는 ‘이바구길모노레일’ 방면으로 이동
➋ 이바구자전거 시니어 도슨트(문화재 해설사)가 운전하는 전동 자전거에 타고 초량이바구길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도슨트가 이바구길의 명소 소개와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산역 분수대 옆에서 출발/ 10시, 11시, 12시, 13시, 14시, 15시 출발. 예약 070-8224-0122/요금 어른 1만 원. 초등학생 7000원(미취학 아동 무료) 우천 시 운행하지 않음
➌ 이바구버스투어 가이드와 동행하는 이바구버스 투어 상품도 있다. 요금 어른 1만6000원, 초등학생 9000원
레트로는 단순히 오래된, 옛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령 50년째 장사를 이어온 노포와 1970년대 인테리어로 새로 문을 연 식당. 전자는 전통이라 말하고, 후자가 ‘레트로’라 하겠다. 이러한 레트로 콘셉트의 가게들은 중장년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자녀와 함께 데이트 즐기기 좋은 레트로 핫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 익선동 한옥섬을 한눈에 ‘낙원장’
옹기종기 기와지붕 아래 레트로풍 맛집과 아틀리에가 즐비한 익선동 거리. 부티크호텔 ‘낙원장’에서는 골목을 가득 메운 한옥 150채의 전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1980년대 지어졌던 ‘그린필드’라는 낡은 여관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매입,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해 탄생시킨 공간이다. 클래식한 건물 외관과 달리 세련되고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레트로 플레이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객실은 일반뷰와 한옥뷰, 프리미엄 한옥뷰 총 3단계로 나뉜다. 그중 LP플레이어가 있는 한옥뷰 룸을 선택하면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익선동 풍경과 함께 LP음악까지 만끽할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5 숙박비 평일(일~목) 7만~9만 원, 주말(금~토) 9만~11만 원
◇ 아날로그 선율에 빠지다 ‘바이닐 앤 플라스틱’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바이닐 앤 플라스틱(VINYL&PLASTIC)’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음반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음악체험형 공간이다. 노출콘크리트와 나무 소재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입구 왼편으로는 턴테이블이 놓인 긴 탁자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바이닐 앤 플라스틱이 선정한 200장의 LP명반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에서는 클래식, 재즈&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LP음반 9000여 장과 다양한 음향장비를 전시, 판매한다. 2층은 1만6000장에 달하는 CD와 더불어 음악감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 공간으로 꾸며져 여유를 즐기기 좋다.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이용시간 화~토요일 12:00~21:00, 일요일 12:00~18:00 (현대카드 미소지자도 입장 가능)
◇ 한국·태국의 퓨전 레트로 맛집 ‘동남아’
태국요리전문점 ‘동남아’의 입구. 세월이 켜켜이 쌓여 낡은 검푸른색 철문을 활짝 열면 레드벨벳 커튼과 이국적인 샹들리에가 맞이한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 오묘한 식당은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한옥을 개조한 실내는 태국 연회장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로, 동남아 여행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밤을 표현했단다. 메인 홀 외에 공간을 다양하게 나누었는데, 룸마다 강렬한 색감의 독특한 벽지가 눈길을 끈다. 특히 대중탕 욕조(?)를 연상케 하는 앞마당의 테이블은 겨울철 식사를 즐기기엔 다소 불편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인기 메뉴인 꽃게와 커리로 맛을 낸 ‘뿌빳 퐁 커리’와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타이’ 등 현지 셰프가 요리한 다양한 오리지널 로컬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3-6 이용시간 매일 12:00~22:00, 브레이크타임 15:30~17:00(주말 제외)
◇ 도도한 모던걸의 화려한 외출 ‘경성의복’
익선동 골목을 걸어가다 보면 개화기풍의 원피스와 정장을 입은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궁 일대에서 한복 체험을 하듯, 이곳에서는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 레트로 감성을 한껏 즐기는 것이 트렌드. ‘경성의복’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복고 의상과 셀프 촬영을 위한 포토존이 구비돼 있다. 고풍스러운 원피스와 장신구로 치장하고 모던걸이 되어 거리를 누벼보는 것 어떨까?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30길 56 2층 이용시간 매일 10:00~20:00
가격 의상대여(의상·장신구·모자·기타소품) 3시간 3만 원/6시간 4만 원/하루 4만5000원/1박2일 5만 원
◇ 딸과 데이트하는 날엔 ‘경양식 1920’
1980년대 전후, 가족외식 하면 떠오르는 경양식집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 ‘경양식 1920’. 레트로 거리로 유명해진 인선동 골목에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와 함께 올 수 있는 외식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를 꾸미고 추억의 메뉴들을 불러왔다. 24시간 숙성한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실제 방문한 고객들을 살펴봐도 젊은 연인부터 엄마와 딸, 노부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사이드 메뉴로는 1980년대 경양식집에서 맛보던 수프와 멕시칸 사라다(샐러드)를 선보인다. 특별한 날에는 하우스 와인 한 잔 곁들여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17-30 이용시간 평일 12:00~22:00, 주말 11:0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주말 제외)
◇ 뒹굴뒹굴 잠시 쉬어가는 ‘만홧가게’
과거 만화잡지 ‘챔프(CHAMP)’를 비롯해 ‘우주소년 아톰’, ‘스타워즈’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과 그래픽노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평일에 방문한다면 런치스페셜(라면·즉석밥·계란·김치/단무지+만화 1시간, 6000원)로 이용해보자.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33-7 영업시간 11:00~23:00 가격 1인 기준 10분당 500원, 좌석(주말 및 공휴일) 2000원
동년기자가 직접 다녀온 레트로 핫 플레이스
◇ 최원국 동년기자/ 돌고 도는 레트로 액티비티 ‘자이언트 롤러장’
부천의 레트로 명소 ‘자이언트 롤러장’. 방문한 날은 휴일이라 인파가 붐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부천의 ‘자이언트 롤러장’이 유명했는데, 장소는 다르지만 복고풍에 맞춰 추억의 이름을 다시 불러왔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부천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30년 전 롤러를 타던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아이들과 많이 찾는 듯하다. 롤러장의 경쾌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DJ가 있어 음악에 맞춰 롤러를 타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곳곳에 간식을 판매하는 매점을 이용하면 시장기를 해결할 수 있다. 과거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시절의 낭만을 다시 느끼고 싶은 시니어라면 친구 또는 아이들과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위치 경기도 부천시 장말로 376 지하 1층 1일 입장료 성인 1만1000원, 유아~고등학생 9000원 영업시간 평일 12:00~22:00(무제한 이용), 주말 10:00~22:00(3시간 이용)
◇ 윤영애 동년기자/ 시간이 머무는 곳, 우유 카페 ‘희다’
논현동 주택가 골목에 하얀 3층집, 카페 희다. 낮은 계단을 테라스 삼아 나무 소반에 왕골방석이 놓인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언젠가 분명 와본 듯 너무나 친숙한 느낌!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 냄새도 나는 듯하다. 높다란 1인용 앤티크 의자, 사각밥상 테이블, 양은 개다리소반, 자개문양 화장대와 거울, 낡은 찬장과 괘종시계까지. 곳곳을 돌아보며 낡은 물건들에게 속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 있다가 여기로 왔니?’ 메뉴를 보니 우유가 주다. 기본 우유에 커피, 홍차, 말차, 페퍼민트, 미숫가루까지 6가지다. 사이드 메뉴로 옥춘당 때때사탕과 큼직한 레몬 마들렌도 있다.
프런트의 젊은이에게 주문을 하고 대표님이 누구시냐 물으니 본인이란다. 긴 생머리가 멋진 나두리 대표 역시 작년 7월 오픈 이래 가장 연로한 리포터가 왔다며 빙긋 웃는다. 주고객은 복고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고, 우연히 동반한 부모님이 친구들과 다시 와서 단골이 된단다. 대부분의 물건은 나 대표 할머니가 집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것들이다. 때문에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다”는 고객의 평이 가장 맘에 든단다.
느슨한 공간에서 익숙한 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이 콘셉트였다는 나 대표의 의도는 조용한 음악과 소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갓 씌운 백열등, 도자기, 왕골바구니, 낡은 찬장 속 오래된 커피 잔과 유리컵까지 모든 것이 눈에 익어 정겹다.
‘희다’는 기쁘다[喜]와 많다[多], 즉 기쁨이 넘치는 곳 혹은 우유의 하얀 빛깔을 뜻한다. 오래됨과 잘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다. 카페 한편에 ‘검다’라는 글자가 쓰인 화분을 가리키니, 개업 후 “희다인지, 검다인지 카페는 잘돼가냐?” 했다던 아버님의 조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창밖 현관 옆에는 ‘웃다’라는 이름의 화분도 있다. 잠시 후 혼자 들어온 고객은 동네 주민이라며 아이를 기다리다 들렀는데 편안하고 조용하다면서 레트로풍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흡족해한다.
바람 불고 서늘한 가을의 어느 날, 논현동 도심 한복판에서 어릴 적 시골집을 본 듯하다. 500㎖의 대용량 미숫가루우유는 인심만큼 넉넉하다. 남겨온 때때사탕을 구순 노모에게 드리니 어디서 이런 사탕을 사왔냐며 좋아라 하신다. 시간이 멈춘 나만의 비밀 아지트에 다녀온 것처럼 왠지 마음이 따시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주흥15길 16-4층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올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한 달 넘도록 열대야와 40℃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싸워야 했다. 폭염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열사병으로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매년 여름 이런 더위와 싸워야 한다면 서울 사람,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의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여름마다 이렇게 사람 지치게 하는 원인이 열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캐나다, 미국, 케냐, 호주에 가보면 기온이 40℃라 해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당연히 열대야도 없다. 습기가 없기 때문이다. 습기는 열기나 한기를 더 잘 전파한다. 한국이나 일본은 여름에 그늘에 들어가도 덥다. 추운 날도 마찬가지다. 습기 많은 계곡을 가면 햇볕 속에 있어도 뼈가 시릴 만큼 춥다.
여름철에 대관령이나 태백 같은 고산으로 피서를 가는 것은 습기가 없어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기 때문이다. 습기가 많은 물가에 살면 관절이 약해진다. 습이 몸의 순환을 막아 관절을 붓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습기는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
힘들 때 우리는 몸이 마치 물먹은 스펀지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운이 순환되지 않고 정체되어 막히면 몸에 습이 쌓이기 때문이다. 습기는 바깥에서 들어오는 습이 있고, 인체 내부에서 생긴 습이 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 이슬, 안개 등이 많으면 외부에서 습기가 들어오는데, 다리가 무겁거나 각기병이 생긴다. 이럴 때는 땀으로 습기를 배출해야 하는데, 오래된 습은 소변으로 빼줘야 한다. 날것, 습한 것, 밀가루, 유제품 등을 많이 먹거나 술을 자주 마시면 인체가 습해지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메슥거리며 온몸이 붓는다. 이때는 대소변을 통해 습을 제거해줘야 한다.
몸속의 습기를 제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주거 환경 개선, 음식 조절이 그것이다. 몸이 무거울 때는 대관령이나 태백, 백두대간 등 고산으로 가 쉬면 좋다. 습이 낮은 환경에 있어야 몸속의 습이 빠져나간다. 높은 산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개운한 것은 그 때문이다. 반대로 물가나 호숫가는 피해야 한다. 그러나 바닷가는 얼핏 보면 습기가 많은 것 같지만 소금기를 띤 습이라서 오히려 인체의 습을 제거해준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삼투압 때문에 몸의 수분과 습기가 빠져나간다. 그래서 장수마을이 고산과 바닷가에 많은 것이다. 습이 적어야 장수할 수 있다.
자연에서는 바람이 안개와 습기를 흩어지게 한다. 몸속에서는 향기가 바람의 역할을 하며 습을 없애준다. 술 먹은 다음 날 몸이 무거운 건 술로 인해 습이 몸속에 생겼기 때문이다. 이때는 유자, 모과 등 향이 나는 과일이나 깻잎, 배초향 등 향이 강한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칡꽃, 팥꽃, 국화로 만든 차도 좋다. 귤껍질이나 허브티를 달여 마셔도 도움이 된다. 안개의 나라 영국에서 향기 좋은 커피와 홍차가 발달한 이유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중국의 사천 요리는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사천 지방은 왜 매운맛을 즐겨 먹는 것일까? 중국 속담에 “촉나라의 개는 해를 보면 짖는다”는 말이 있다. 어쩌다 해를 보게 되니 개가 이상해서 짖어댄다는 의미다. 촉나라는 사천 지방에 있던 나라인데, 이 지방은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어 해를 보기 힘들다. 당연히 습이 많고 이 습을 제거하기 위해 매운맛의 화초(花椒)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한 거라 한다. 동남아 등 습도가 높은 지방에서도 향신료를 즐겨 먹으며 습기를 극복한다. 숙취를 깨기 위해 사람들이 얼큰한 해장국을 많이 먹는 이유도 매운맛이 술로 인해 생긴 습을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덩굴 식물도 몸속의 습기를 잘 뽑아내준다. 술을 마시고 칡즙, 칡차, 수박, 키위, 방울토마토, 포도 등을 먹으면 습 배출에 효과가 있다. 식물의 넓은 잎도 습기를 제거해준다. 연잎밥이나 호박잎밥, 바나나잎밥, 쌈밥은 습기 제거, 특히 여름철 습기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몸속에 습기를 쌓이게 하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인공적인 식품은 대부분 습기를 조장한다. 미원 등 인공 조미료를 많이 넣은 음식을 먹으면 갈증이 나고 다음 날 몸이 찌뿌둥하고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음식, 정제 음식, 탄산음료, 튀긴 음식 등도 습을 조장한다. 또 음식이 아닌 에어컨이나 온풍기, 인공적인 빛과 소리도 몸속에 습을 조장해 몸을 무겁게 하고 머리도 띵 하게 만든다.
방 안에 숯을 갖다 두면 습 제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식은 담백한 것 위주로 먹고 먹을 때는 10번 이상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을 너무 싱겁게 먹으면 습이 쌓이고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몸이 붓는다. 적절히 죽염으로 간을 해서 먹어야 습이 제거된다. 미역국, 다시마, 퉁퉁마디 등 해조류나 염생식물의 약한 짠맛은 습 제거에 좋다. 여름에 콩국수나 우뭇가사리를 먹는 것도 같은 이치다. 붕어, 잉어, 미꾸라지, 게, 조개류 등 연못이나 갯벌에서 사는 생물들도 습 제거에 도움을 준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영화가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가 플랫폼(platform)이다. 요즘 이 단어가 IT 기업의 용어로 변질되어 그 낭만성이 많이 퇴색했지만, 본래는 기차역의 승강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기차역은 서로 무관한 사람들이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무심한 공간이다. 어찌 보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그들이 각기 자기 나름의 삶의 애환과 사연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스토리의 공간이기도 하다.
플랫폼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나는 남편과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이별의 공간이고 군대 가는 연인을 배웅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깃든 공간이다. 철없이 가출했다가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는 모정의 공간이기도 하고 죽은 남편이 돌아올 것을 굳게 믿고 눈 오는 플랫폼을 서성이는 애절한 공간이기도 하다. 조금 다르지만, 의 이별 장면은 최고의 플랫폼 장면으로 기억된다.
플랫폼은 무정하고 건조하게 늘 그 자리에 있기에 인간의 격정과 대비되며 그 낭만성을 극대화한다. 인간들의 모든 사연을 알고 있지만, 말없이 홀로 삭이며 든든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때문에 줄곧 의인화되며 삶을 관조하는 상징이 된다. 인간들의 삶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표현할 때 플랫폼이 즐겨 활용되는 이유이다. 영화 은 바로 플랫폼 영화의 전형이다.
카페의 탁자는 아무 연관 없는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사물에 불과하다. 감독은 이 가구를 플랫폼 삼아 스쳐 가는 인간들을 관찰한다. 오늘 이 테이블에는 총 8명의 등장인물이 네 번에 걸쳐 머물다 간다. 그들의 사연은 연결성이 없으며 극히 사소한 삶의 단면만 노출할 뿐이다. 그러나 감독은 이 맥락 없는 이야기에 각기 색깔을 입혀 사랑에 관한 기승전결을 엮어낸다.
그날 오전 테이블이 보는 첫 번째 사랑 이야기는 정유미와 정원준이 펼쳐낸다. 이미 스타가 된 전 여친 앞에서 전 남친인 주인공은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의도와 말은 줄곧 불일치하고 서투르기 짝이 없다. 젊은 시절 우리가 그랬듯이 말이다. 두 번째 사랑은 차분하며 관리할 줄 안다. 급격히 진전한 관계를 뒤로하고 불쑥 인도로 떠난 후 연락 없던 남자가 돌아와 다시 사랑을 이어가려 한다. 정은채와 전성우는 성숙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오후 테이블에 올려진 세 번째 이야기는 사랑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는 전환의 단계이다. 한예리와 김혜옥은 결혼 사기단의 짝이다. 그들은 새로 물색한 대상을 속일 계획을 짜면서 느닷없이 다가온 진짜 사랑에 당혹하면서도 메말랐던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큐피드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돈 많은 사기 결혼 상대가 아니라 돈 없는 직원에게 꽂혀버렸다. 그렇다! 사랑은 기획 상품이 아닌 것이다.
저녁나절 마지막 손님들은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결론이 아니라 사랑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결혼을 앞둔 임수정은 옛 남친인 연우진을 만난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으면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 남았나 보다. 여기서 임수정의 입을 통해 “왜 마음이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라는 우리가 아는 사랑과 결혼에 관한 가장 통속적인 대사와 마주친다.
영화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테이블에 놓인 꽃을 클로즈업한다. 이 꽃은 사랑에 대한 은유이다. 마지막 손님인 연우진은 우리의 젊은 날 애인을 기다리며 성냥개비를 쌓듯 꽃잎을 다 뜯어버린다. 사랑의 죽음을 암시한다. 소설도 좋지만, 가끔은 부담 없이 읽는 에세이도 좋다. 솜씨 있는 독립영화로 이름난 김종관 감독이 써 내린 사랑에 관한 에세이 한 편을 읽은 느낌이다. 영화 속 홍차처럼 입맛이 개운하다.
음식을 삼키면 음식물은 구강을 지나고 인두를 지나 후두상부의 후두개가 닫히면 식도로 넘어가 위(胃)로 들어간다. 이때 위 속에 있는 위산이 역류해 식도와 목을 자극하는 증상을 유발하면 역류성 질환이 된다. 역류성 질환은 식도염과 후두염으로 나눠진다. 서로 가까이 있고 상호 관련이 있어서 함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역류로 인한 인후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매달 40만 명 정도의 인후염 환자가 생긴다. 평소 목이 상쾌하지 않은 당신도 인후염일 수 있다.
역류성 인후염(인후두염)이 무엇인가요?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로 넘어와 후두와 인두로 역류해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위 내용물 중 위산은 강한 산성화 물질인데 위 점막 이외의 점막, 특히 인후두 점막에 상당한 자극을 주어 염증을 유발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은 감염성 후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인데,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20~30%에 해당됩니다. 후두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반 이상은 이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역류성 인후염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목이 아파요”, “가래가 목에 걸려서 잘 안 나와요”, “목소리가 잠겨요”, “코랑 목 사이에 뭔가 붙어 있어요”, “목 안이 자꾸 마르는 느낌이 들어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헛기침 또는 마른기침 같은 잦은 기침과 목에 뭐가 걸린 듯한 이물감이 대표적 증상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을 체크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있나요?
특히 아침에 목이 아프고 쓰린 증상, 목소리가 쉽게 잠기는 증상,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증상, 목이 답답하고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이 느껴지는 증상, 가래는 적지만 만성적인 기침이 계속되는 증상, 명치 부위에서 화끈거리는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증상 등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역류성 인후염에 잘 걸리나요?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술을 자주 드시는 분, 흡연하는 분들에게 많이 생깁니다.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좋아하는 분도 인후염 증상이 나타나요. 인후 쪽이 여성호르몬 영향을 받기도 해서 술, 담배 안 하는데도 역류가 많은 분들이 있어요. 특히 노화가 시작되거나 폐경 증상이 나타나는 여성들에게 역류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위장이나 간이 헐거워져 식도 괄약근이 늘어나면서 역류의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역류성 인후염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CT를 찍어도 이상이 없다는 분도 있는데, 이비인후과에서는 30초 정도 소요되는 후두 내시경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확진은 식도 운동성 검사, 식도 및 인후두의 산도를 측정하는 24시간 산도측정 검사 등으로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미세한 역류나 산의 영향으로 후두가 먼저 손상이 되고 그다음 식도염으로 나타납니다. 후두염인 사람이 식도염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전부 그렇진 않습니다. 증상도 조금씩 다릅니다. 위가 답답한 현상, 신물이 올라오거나 가슴이 타 들어가는 느낌, 음식이 명치 쪽에 머물고 있는 듯한 증상이 느껴지면 식도염일 경우가 많습니다. 인후염이나 식도염의 약은 같기 때문에 식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와도 증상을 호소하면 약을 처방해주기도 합니다. 만약 소화기 쪽으로 다른 증상이 있으면 내과를 더 방문해보라고 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환자분들 중에 “혹시 암으로 발전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방치할 경우 만성기침을 하게 돼요. 회의를 하거나 중요한 미팅을 해야 하는데 기침이 자꾸 나온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또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 문이 열려 공기만 바뀌어도 기침을 하는 사람도 간혹 있어요. 심한 분들은 호흡곤란이 오기도 합니다. 환자 중에 전날 과음을 했는데 호흡곤란이 와서 잠을 못 잤다는 분도 있었어요. 역류성 인후염을 오래 방치하면 성대에 영향을 줘서 목소리 변형도 일으키고 양성 혹이 자라기도 합니다.
주로 제산제 처방을 하나요?
예전에는 제산제 처방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처방을 많이 합니다. 기존 약물보다 야간 속쓰림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열작감(Heart burn) 증상이 거의 없고 초기 치료 효과가 빠릅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환자에게는 소화운동촉진제를 처방하기도 하고, 가래약인 객담 배출약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는 약 처방과 함께 생활요법을 많이 강조하는 편입니다.
어떤 생활습관이 도움이 되나요?
금연, 금주가 제일 중요해요. 담배 피울 때마다 역류가 일어나는 사람은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해요. 저녁에 먹는 술이나 자기 전 습관적으로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는 분도 병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너무 꽉 끼는 옷, 특히 허리 부분이 조이는 옷도 인후에 영향을 줍니다.
식사 후에는 바로 눕지 말고 잠자기 3시간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잘 때는 상체와 머리를 약 15cm 올리고 자는 것이 좋아요.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고,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홍차 등을 삼가고 콜라나 사이다 등 청량음료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의 고향인 경상북도 영주의 설날 음식은 떡국이 으뜸이지만 함께 내놓는 향토 음식이 있다. 바로 붉은 매운맛의 식혜다. 일명 안동식혜라고 하는데 영주와 안동은 이웃한 고을이기에 음식도 비슷하다. 안동식혜는 경상북도 북부지방인 안동, 영주 봉화 지역만의 향토 음식으로 다른 지역에는 없다.
안동식혜는 일반 식혜 만드는 과정에서 추가로 붉은 고춧가루 물과 생강을 다져넣고 무를 잘게 채 썰어 발효시켜 만든다. 고추의 매운맛과 생강의 맵고 싸한 맛을 순화시켜주는 것은 무엇보다 살얼음이 살짝 얼어 있는 차가움이다. 요즘은 냉장고가 있어서 사시사철 안동식혜를 먹을 수 있지만 살얼음이 얼어 있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안동식혜는 대표적인 설날 음식이었다.
필자 고향에서는 설날이면 나이 드신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를 다녔다. 세배객은 설날을 기점으로 2~3일에 집중되었지만 드물게는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졌다. 어른을 모시고 있는 자식들 입장에서는 찾아오는 손님 접대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만만한 것이 붉은 안동식혜여서 요즘의 커피나 홍차처럼 손님상에 내놓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집안 가풍과 가족들의 식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진다. 안동식혜도 집집마다 차이가 있었다.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부자들은 찹쌀 식혜에 고명으로 잣을 넣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찹쌀 대신 차조를 쓰고 잣 같은 고급 고명은 넣지 못했다. 하지만 단맛을 내는 엿기름과 고춧가루와 무는 필수 재료였다.
요즘 시판하는 안동식혜는 설탕을 추가로 넣어 엿기름의 단맛만 이용하던 전통식혜보다 너무 달다. 전통 안동식혜는 설탕을 전혀 쓰지 않는다. 엿기름의 단맛은 미각을 유혹하고 고추의 매운맛과 생강 특유의 톡 쏘는 맛은 입안을 화끈하게 한다. 씹으면 아삭아삭 씹히는 무와 뽀드득 부서지는 살얼음 조각들은 매운맛을 상쇄시켜주고 뱃속에 들어간 뒤에는 든든함을 느끼게 해줬다.
안동식혜를 어려서부터 먹어오던 사람은 거부감이 없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전라도에서 시집온 형수는 안동식혜를 처음 봤을 때 누가 음식을 토해놓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마 고추에서 우러난 붉은 색과 채 썰어서 넣은 무 조각들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안동식혜가 전국적인 음식이 되지 못한 이유에는 처음 봤을 때의 비주얼이 비호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점도 있다. 또한 매운맛, 생강의 맵고 알싸한 맛이 처음 먹는 사람의 입맛에는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주 먹다 보면 푹 삭힌 홍어를 찾듯 중독된다.
최근 들어 안동식혜가 건강음식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심폐기능 강화와 혈소판 응집작용의 억제 기능이 있고, 생강의 진저롤 성분은 체온을 올려 모세혈관을 확장하고 면역력을 증강시켜준다. 또 무에는 비타민 C와 항산화 기능이 있으며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안동식혜는 소화도 잘 되지만 무엇보다 고혈압 완화와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잠 못 이루는 밤
누구라도 한 번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잠을 자고 싶은데 도대체 잠은 안 오고 정신이 더욱 말똥말똥해져서 긴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렇게 밤을 새우고 나면 머리는 무겁고 몸은 천근 만근이 되어 이튿날은 거의 녹초가 되어 버린다.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뭔가 마음의 근심이 있던가 걱정거리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이다. 낮에 커피를 지나치게 마셨다든가 회식으로 과음∙과식으로 자다 깨 화장실을 갔다 와서 잠 못 잔 때도 있다. 어쨌거나 이럴 땐 푹 자지 못해 그 다음 날은 생활의 리듬이 깨져 비실거리게 된다.
2. 인생의 평범한 행복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밤을 새워본 사람들은 안다. 그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를..., 그래서 누군가 행복을 말할 때 가장 쉬운 말로 이렇게 표현을 했다. 인생의 행복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다.’라고. 좀 저속한 표현 같지만, 이것처럼 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모든 고통과 병은 다 이것 세 가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서 오는 병이다. 몸에 맞지 않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다. 술 좋아하던 친구가 건강에 치명적이니 술 담배 다 끊으라 했다고 ‘사는 재미가 없다.’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불면증에 시달려 몸이 바싹 말라 버린 것처럼 체중이 줄어든 친구도 있다. 병원에 가면 배설이 안되어 별도 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 아닌가 싶다.
3. 무엇이 잠 못 이루게 하나?
잠을 잘 못 이루는 원인에는 몇 가지가 있다. 신체적인 요인과 정신적인 요인이다. 신체적인 요인은 보면 개인마다 가진 체질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잠들기 전 커피를 몇 잔 마셔도 전혀 잠자는 데 문제가 없다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낮에 커피 한잔 마신 것 때문에 잠이 안 온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커피가 카페인 성분이 있어 잠을 이루는데 지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낮에 커피 한잔 마셨다고 잠이 안 온다면 커피는 좀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그다음이 정신적인 요인이다. 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고 걱정거리가 쌓이기도 한다. 곱씹을수록 근심 걱정이 되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렇게 불안해했던 경험도 많다. 어쩔 수 없는 걱정이야 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쓸데없는 걱정은 버려야 한다. 옛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우산장사 아들과 짚신장사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비 오는 날이면 짚신장사 아들이 짚신이 안 팔릴 것을 걱정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면 우산 장사 아들이 장사가 안될 것을 걱정하고, 평생을 걱정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였다 한다. 차라리 비 오는 날은 우산장사가 잘 될 거라 생각하고 햇볕 나는 날은 짚신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평생을 즐겁게 살지 않았을까? 이렇듯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걱정 근심 버리고 두 발 쭉 뻗고 잘 수도 있는 것이다.
4. 잠잘 자는 나만의 비결
잠 못 이루는 원인에서 살펴보았듯 거기에 따른 처방도 있게 마련이다. 필자의 경험상 잠잘 자는 나만의 비법을 3가지만 공개하고자 한다.
1) 물리적인 원인과 처방
- 잠자리를 안락하게 한다.
우선 잠자리는 안락해야 한다. 창문은 커튼으로 밖의 가로등 불빛도 들어오지 않게 가려줘
야 한다. 또한, 침실의 벽지 색상도 안락한 분위기를 느끼게 골라줘야 한다.
- 침실은 어떠한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방음이 될 수 있도록 한다
- 침대나 베개는 편안해야 한다.
침대나 베개는 몸에 맞아야 좋다. 요즘은 광고처럼 ‘침대도 과학이다.’라는 말이 있듯 체형
에 맞는 침대와 벼개도 많이 나와 있다, 편안한 침대를 사용하고 베개도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알맞은 것을 골라 사용한다.
2) 신체적인 원인과 처방
- 카페인 성분의 음료는 될 수 있으면 삼간다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 성분의 음료는 저녁엔 주로 먹지 않는다.
- 술 담배 등은 삼가거나 과식을 피한다
술 담배 등은 몸에 맞게 적당히 마시고 특히 과식은 피한다.
- 적당한 운동과 목욕
저녁 먹고 주로 헬스장에 가거나 아니면 아파트 주변이나 공원을 돌며 운동을 한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따뜻한 물로 샤워나 목욕을 하게 되면 잠이 잘 온다
- 밤에 깊은 잠을 자기 위해 될 수 있으면 낮잠을 길게 자거나 하지 않는다. 낮잠을 많이 자
게 되면 밤에 잠드는데 고생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몸 긴장완화를 위해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를 문질러 주고 눌러 주면 좋다고 하여 가끔
은 그렇게 하고 있다.
3) 마음 다스리기
- 잠을 잘 못 자는 원인은 주로 근심과 걱정 또는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이것을 덜어주는 마
음 다스리기를 한다. 만약 걱정거리가 있으면 가벼운 운동이나 호흡조절 등을 하며 긴장을
풀어준다.
- 걱정을 잊기 위해 재미있는 책을 보거나 코미디 프로를 본다
- 명상을 한다.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기도 한다.
- 침대에 누워 편안한 생각을 한다. 특히 잠이 잘 안 오는 날은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눈꺼
풀이 무겁게 느껴지도록 깊은 잠에 빠지도록 생각을 하는 편이다.
- 멍 때리기도 효과가 좋다. 가끔은 이것 저것 생각 다 잊어버리고 멍하니 천정을 바라본다.
아무생갹 없이 다 내려놓고 있으면 어느새 잠이 든다.
- 잠들기 전 자극적인 TV프로 등은 보지 않는다. 잠드는데 지장이 많았던 탓이다
5. 행복한 밤
잠 못 자는 것도 고통이다.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 가끔은 죽은 것처럼. 아이들이 하는 ‘시체놀이’처럼 모든 것을 내 던지고, 있는 그 대로에 자신을 맡겨 보는 것도 좋다. 잠은 생활의 활력소다. 잠을 잘 자야 인생도 즐겁고 행복하다. 마음들 더 느긋하게 먹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편안해진다. 행복한 밤을 위하여 ~ 굿 나잇!
올여름이 심상치 않다. 기상청의 장기 예보 분석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센 북태평양 고기압, 엘니뇨 등 세 요인이 결합하면서 8월까지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무더위는 꼭 수면을 방해하는 ‘열대야’를 동반한다. 시니어 여름철 ‘건강의 적’ 열대야에 대해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이상화(李相和)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이상화 교수
먼저 열대야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열대야란 밤 동안의 최 저기온이 25도 이상이고 일일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한여 름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온다습한 북 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 밤에 복사냉각 효과가 감소하여 발생한다.
이상화 교수는 이 열대야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수면과 연 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들어 열대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증가하 고 있죠. 특히 고령일수록 수면의 질이 낮은, 그러니까 깊게 잠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열대야까지 더해지면 더욱 불면증으로 시달리게 됩니다. 잠은 주위 환경, 특히 기온과 날 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열대야로 기온이 높아지면 잠 자는 동안 몸속의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하면서 중추신경계 가 흥분하게 돼요. 체온을 낮추려는 것이죠. 이러다 결국 몸을 자꾸 뒤척이게 돼고, 꿈을 꾸면 깊은 수면을 취하는 단계인 렘 (REM) 수면이 줄게 되는 것입니다.”
생체 시계 얽히면 만성 불면증 불러
이렇게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밤이 계속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바로 ‘열대야 증후군’이다.
“열대야에 시달린 다음 날 아침은 왠지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온몸이 무거운 것처럼 느끼게 되죠. 게다가 낮에는 꾸벅꾸벅 졸게 되고 심한 경우 두통이나 소화 불량까지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증상을 열대야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낮에 졸립다고 낮잠을 길게 자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를 일으켜요. 사람의 몸속에 있는 ‘생체 시계’가 뒤죽박죽되면서 만성적인 불면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이렇게 한 번 뒤틀린 생체 리듬은 열대야가 끝나더라도 곧바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관련 증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피로감이나 짜증, 무기력, 집중력 장애, 두통, 식욕부진, 소화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있을 수 있죠.”
실제로 육체노동이 많은 산업현장에서는 이런 사소한 증상이 재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열대야 이기는 길은 ‘규칙적인 생활’
그렇다면 열대야 속에서 숙면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이상화 교수는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저녁에도 비교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낮잠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요. 잠들기 한두 시간 전쯤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몸도 식힐 수 있고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찬물은 되레 잠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요.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약주를 드시는 분들도 많은데, 술을 마시면 쉽게 잠들 수는 있어도 잠자는 동안 자주 깰 수 있어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합니다.”
열대야일수록 기상이나 취침시간, 식사시간 등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칙적인 생활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로 인해 무더운 여름에도 생체 리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늦게 잠자리에 들었더라도 기상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낮잠은 1시간 넘으면 되레 ‘毒’
졸음이 몰려올 때 낮잠은 꿀맛일 텐데, 수면에 방해가 된다니 의외다. 하지만 낮잠은 밤에 자지 못한 잠을 보충해주는 효과는 적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낮에 졸음이 오고 낮잠을 자고 싶은 욕망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운전할 때는 졸음이 사고율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이럴 때 낮잠을 자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밤에 숙면을 위해서는 길게 잠을 청해서는 안 됩니다. 낮에 낮잠을 너무 길게 자면 불면의 원인이 되니까요. 만약 낮잠을 자야 한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길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밖에도 커피나 홍차와 같은 카페인이 든 음료나 지나친 운동도 잠드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카페인은 특유의 각성 효과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의외로 초콜릿이나 콜라도 중추신경을 흥분시킨다. 담배도 마찬가지.
규칙적인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강도 높은 운동을 하거나 잠들기 2시간 이내에 운동을 하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여름나기, 콩으로 만든 음식 좋아
더위가 심해지면 에어컨이나 선풍기 이용이 많아진다. 하지만 열대야를 이기기 위해선 무작정 틀어놓는 것보다 적당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이상화 교수는 이야기한다.
“덥다고 실내온도를 낮추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지 말고, 실내온도는 2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청결한 공기를 위해서 필터는 자주 교환하는 것이 좋아요. 선풍기의 경우에는 타이머를 활용해서 잠자리에 든 시점에서 한두 시간만 작동시키는 것이 좋아요.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쐴 경우 저체온증에 빠져 위험해 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령자일수록 체온조절 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이외에 이 교수는 흰 쌀밥보다는 현미나 잡곡 그리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고, 신선한 우유나 두부 같은 콩으로 만든 음식도 더위를 이기게 해준다고 추천했다.
황사와 꽃가루 피해에는 녹차와 마늘이 특효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 하동녹차연구소가 올해 봄철 황사와 꽃가루 등으로 미세먼지 발생이 잦아지자 몸속 미세 먼지 배출에 녹차가 특효라고 밝혔다.
녹차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몸에 쌓인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연구소는 3일 설명했다. 이어 녹차의 탄닌 함유량은 12~15%로 홍차의 함유량보다 2~5%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녹차는 차로 우려내 마시기 때문에 미세먼지 배출을 위한 수분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약간 미지근한 상태의 미온수로 녹차를 마시면 흡수력이 높고 하루에 8~12잔 정도 꾸준히 마시면 효과가 좋다고 했다.
미세먼지 등으로 얻은 호흡기 질환에 마늘이 좋다고 남해군 농업기술센터가 밝혔다.
미세먼지 속에 포함된 납,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 물질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70% 상당이 체내에 축적된다. 축적된 중금속 등의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마늘이 도움 된다고 덧붙였다.
마늘의 주요 성분인 '알리신'이 비타민 B군의 흡수를 돕는다. 항균 작용 및 오염물질로 생긴 알레르기 반응을 진정시키고 중금속 해독 효과가 있다고 남해군 농업기술센터는 설명했다.
센터의 관계자는 "마늘은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식품이다"며 "식사할 때 매일 1~2쪽의 마늘을 먹으면 개인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다양한 종류의 차가 음용 이외에 다양한 요리로 사랑받고 있다. 차를 이용한 요리는 맛이 깔끔하고 담백한 게 특징이다. 녹차가 대표적이다. 녹차는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에 속할만큼 우리 몸에 이로운 식품이다.
녹차를 활용한 요리는 찻잎을 그대로 섭취하기 때문에 차로 마실 때보다 찻잎이 지닌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요즘엔 시중에서 녹차 케이크,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빵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녹차를 활용한 여러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우선 생선을 요리할 때 우린 찻물을 식혔다가 생선에 뿌리면 생선 특유의 비린내와 미끈거림이 사라지고 생선살이 단단해진다. 삼겹살에도 잎녹차를 뿌려 하루 정도 재어주면 노린내가 사라지고 부드러운 육질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 비린내 제거에 녹차만큼 좋은 게 없다.
이러한 녹차에는 비타민류가 풍부하다. 비타민 A 그 자체는 없어도 체내에 들어가면 비타민 A와 같은 작용을 하는 카로틴이 당근의 10배 가까이 함유돼 있다. 이 카로틴은 암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고 해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티민C는 시금치의 3배 가까이 함유돼 있다. 한편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E도 많아 바야흐로 비타민 A, C, E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 것이 바로 녹차다.
무엇보다 녹차는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게 필수다. 왜냐 녹차는 거의 무칼로리 음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실 때 설탕도 우유도 넣지 않는다. 이 점이 커피나 홍차와는 크게 다르며, 차가 이상적인 다이어트 음료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오늘은 봄의 미각을 돋우며 감기예방에도 좋은 녹차를 이용한 ‘오색물김치’를 만들어보자. 물김치는 소금에 절인 무나 배추 따위의 채소를 젓국, 마늘, 생강, 파, 찹쌀풀, 고춧물 또는 고춧가루로 양념해 국물을 부어서 익힌 김치로 봄과 여름에 주로 담가 먹는다. 무엇보다 봄날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마법같은 요리이자, 담가서 바로 먹을 수 있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묵은 김장김치가 지루해지는 요즘 같은 때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물김치는 식욕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특히 물김치의 주인공 무는 변비예방, 식용증진, 간장, 치질 등에 좋으니 봄철 건강관리를 위해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좋다.
물김치에 녹차를 넣어주면 김치가 시거나 무르는 것을 지연시켜 더 오래도록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으니 꼭 기억해두자.
1.재료: 무 1Kg, 풋고추 2개, 홍고추 2개, 표고버섯 4개, 당근 20g, 석이버섯 10장, 우린 찻잎 10g
*김칫국물 : 물 6C, 녹차가루 1/2t, 소금 3T, 설탕 2T, 식초1T, 배즙2T, 양파즙 1T
2. 만드는 방법
-무는 깨끗이 씻어 가로, 세로 2cm, 높이 1.5~2cm, 크기로 원형이나 꽃틀에 찍는다
-밑으로 1cm 남기고 위쪽 면에 5등분의 칼집을 넣는다
-소금, 설탕, 식초 물에 30분 정도 절인다(오래 절이면 무가 짜고 아삭거림이 덜하다)
-표고버섯과 석이버섯은 물에 담가 불려서 부드러워지면 깨끗이 손질해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헹궈서 물기를 닦아 준비한다
-이쑤시개를 이용해 칼집을 낸 무사이사이에 채 썰어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김칫국물을 붓는다
*TIP
-무 보다 알타리무를 사용해도 좋다
-녹차가루 보다 말차가루를 이용하면 색이 곱다
-물을 식히지 않고 녹차가루를 넣으면 색이 변한다
-찻잎을 끓인 물에 활용해도 된다
정리=경기일보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