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월의 추천 전시, 도서, 영화, 공연
- ◇ exhibition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사진과 명화 이야기 일정 10월 7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창간 125주년을 맞은 잡지 의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이미지들로 패션 사진과 명화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로 불리는 파울로 로베르시, 피터 린드버그, 어빙 펜 등의 작품들을 통해 고흐, 달리, 클림트 등의 명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사진의 대상이나 구성, 기술은 피카소의 입체파 회화에서 앤디 워홀의 팝 아트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특별 섹션으로 마련한 ‘보그 코리아’에서는 전통 수묵화의 절제미와 여백이 드러나는 패션 이미지들을 소개한다. 김영태의 편지들: 문인교신전 일정 7월 12일까지 장소 영인문학관 초개 김영태 시인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았다. 아울러 시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이들의 자료까지 대여받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문인들의 편지인 데다가, 두 사람 간 주고받은 편지가 모두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그 의미와 특별함을 더한다. 특히 마종기 시인과 주고받은 편지는 160통에 달한다. 안수길, 어효선, 김구용, 박재삼 등 작고한 문인들의 편지뿐만 아니라 초개 선생이 직접 그린 이병주, 최인훈, 최인호 등의 캐리커처까지 만날 수 있다. ◇ book 인생의 재발견(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 저·스몰빅인사이트) 탐사 전문기자로 30년간 지낸 저자가 중년을 둘러싼 8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직접 파헤친다. 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상실을 경험한 이들의 사례를 통해 중년 이후 삶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전문가와 함께 준비하는 스마트 라이프 디자인(삼성생명 은퇴연구소·미래의창) 연금, 재테크, 상속 문제에서부터 건강, 여가, 관계, 자기계발에 이르기까지 노후 대비에 관련한 전반적인 정보를 담았다. 중장년은 물론 2030세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전문가의 현실적인 조언이 실려 있다. ◇ movie 플립(Flipped) 를 연출한 롭 라이너 감독이 2010년 미국에서 발표했던 영화로, 네티즌의 성원에 힘입어 국내 개봉을 확정지었다. 공식 개봉 전부터 네이버에서 영화 평점 10점 만점의 9.45점을 기록하는 등 호평을 얻었다. 포스터 속 ‘누구나 일생에 한 번 무지개처럼 찬란한 사람을 만난단다’라는 문구는 영화 속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는 대사로 애틋한 감성이 묻어난다. 개봉 7월 13일 장르 로맨스 감독 롭 라이너 출연 매들린 캐롤, 캘런 맥오리피, 존 마호니 등 프란츠(Frantz) 상실을 경험한 독일 여자와 비밀을 간직한 프랑스 남자 사이의 거짓과 진실, 용서와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그렸다. 프랑스와 독일이 겪은 전쟁의 아픔을 실질적으로 담아내는 등 리얼리즘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표현한 여주인공 폴라 비어는 이 영화로 2016 베니스영화제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흑백과 파스텔 톤으로 담아낸 영상은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봉 7월 20일 장르 드라마 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피에르 니네이, 폴라 비어 등 ◇ stage 김씨네 편의점 캐나다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미스터 김’의 인생 후반전과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자식을 통해 이어지길 바라는 부모 세대, 그리고 그런 부모와는 다른 정체성으로 살고자 하는 자녀 세대의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일정 7월 13~23일 연출 오세혁 출연 장용철, 최현미, 이화정 등 나폴레옹 나폴레옹과 그의 연인 조제핀, 노련한 정치가 탈레랑, 세 사람을 주축으로 한 나폴레옹의 웅장한 여정이 펼쳐진다. 객석과 무대에 40문의 대포가 설치될 ‘워털루 전투’, 다비드의 명화 ‘나폴레옹의 대관식’ 등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장소 샤롯데씨어터 일정 7월 15일~10월 22일 연출 리처드 오조니언 출연 임태경, 한지상 등 캣츠 화려한 무대와 음악으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뮤지컬 의 오리지널 팀이 내한한다. 이번 공연은 더욱 역동적인 군무와 더불어 의상의 색깔이나 패턴, 헤어스타일 등이 업그레이드돼 이전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 일정 7월 11일~9월 10일 출연 맷 안토누치, 애덤 배일리, 로라 에밋 등 1945 동아연극상에 빛나는 작가 배삼식이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1945년 해방 직후, 위안소를 탈출한 명숙과 미즈코의 역경을 통해 요동치는 시대 속 민족의식과 생존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장소 명동예술극장 일정 7월 5~30일 연출 류주연 출연 박윤희, 김정은, 성여진 등
- 2017-07-07 14:55
-
- 상상여행 중인 우리 반 학생들
- 우리 반 학생들은 매우 오래 사신 분들이다. 평균 연령이 72세 정도이니 그야말로 아주 오래된 학생들이다. 이분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열심히 듣는 과목은 영어다. 왜냐하면, 필자가 그분들께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목표는 입시나 공시가 아니다. 오로지 ‘배우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다. 그래서 진도도 없고 시험도 없다. 그렇다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멋진 세계여행을 설계하고 계신다. 그래서 강의 내용도 여행에 써먹을 만한 표현들을 많이 다룬다. 수업시간에 보여주는 그분들의 빛나는 눈동자는 상상여행 중임을 증명한다. 빛나는 눈동자와 함께 낡은 피부는 홍조를 띠고 어조는 들뜬다. 마치 고목에 새싹이 돋듯 교실 안은 생기로 가득 찬다. 아, 상상! 그렇다. 우리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 종종 다람쥐가 한여름 더위도 잊고 열심히 도토리를 주워 모아 보관해둔 곳을 겨울이면 까맣게 잊어버리듯 우리도 상상이라는 풍요한 창고의 존재를 잊고 현실에 찌들어 산다. 상상의 즐거움을 일깨운 공로로 상상여행을 안내한 가이드에 대한 감사의 팁이 심심치 않게 답지한다. 연희 할머니는 채소 담당이다. 마당에서 키운 고소한 상추를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게 갖다 주신다. 그날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야 한다. 정순 할머니는 장류 담당이다. 가끔 된장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 오신다. 손수 담그신 귀한 된장은 그야말로 ‘금된장’이다. 그 맛이 놀랍게 맛있어 식구들이 그 할머니 된장만 기다린다. 유난히 조용하고 태가 고운 소원 할머니는 마늘 담당이다. 가끔 마늘을 갈아 한 통씩 가져다주신다. 그러고 보니 모두 식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들이다. 옛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반장 주도하에 학생들이 돌아가며 아침마다 교탁에 놓았던 커피 우유, 오렌지 주스 따위들에 비하면 얼마나 정감이 넘치고 영양가 풍부한가! 역시 연륜은 인간을 이해하게 만든다. 청일점 남학생은 명문대 출신이다. 사실 대졸 출신이 들을 만한 강의는 아닌데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몸이 불편하면서도 보행기에 의지해 매번 열심히 출석하신다. 가벼운 영어회화나 가르치는 복지관 강의에 이분들이 이토록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것을 배우면 치매 예방에 좋기 때문일까? 어쩌면 배움이란 인간 생명의 원동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이 들면서 낡아가고 있다는 자각 때문인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점점 커진다. 모험이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육중한 메타세쿼이아가 세월이라는 두꺼운 껍질에 싸여 있듯이 오랜 시간 쌓여온 삶의 무게가 도전의 의지를 누르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 반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생기를 마주하고 있으면 상상이라는 작은 모험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볼 수 있다. 몇 달 전부터 소원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 못 사실 것 같다는 가족의 전언이다. 할머니께서는 그동안 새로움에 대한 열정과 상상여행 속에 무척 행복하셨으리라 확신한다. 마늘을 찧을 때마다 소원 할머니가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 2017-07-05 13:55
-
-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인생 후반전
- ‘글을 잘 쓰는 패션 디자이너’ 필자의 후반생 꿈이다. 2012년 퇴직한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봤다. 패션 디자인, 패션 모델, 발레와 왈츠 그리고 탱고 배우기, 영어회화, 서유럽 여행하기, 좋은 수필 쓰기, 오페라와 발레 감상하기, 인문학 공부하기 등 많기도 했다. 사람이 살아갈 때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필자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선생님이 되어 30여 년을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일했다. 퇴직을 했어도 공무원 연금이 나와 최소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은 정말 심각하단다. 절반이 빈곤층이라고 한다. 그래도 필자는 평생 원하던 일을 하고 퇴직 후에는 최소한의 생활까지 보장이 되니 이처럼 다행스런 일이 없다. 지금부터는 필자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 공부는 주로 집에서 한국방송 통신대 강의를 통해 충족한다. 요일별로 국문학과 철학, 역사와 서유럽 문화기행,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창 자랄 때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의지만 있다면 TV와 인터넷 그리고 서울 각 구의 문화원에서 무료로 혹은 가성비 높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TV를 바보상자라면서 멀리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자는 제자들에게 ‘정보의 바다’라고 표현했다. 인터넷에서 전복을 구하느냐 미역을 건져 올리느냐는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요즘엔 방송대 강의도 그렇고 교양 프로그램과 양질의 다큐멘터리 등 좋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방송대 강의가 너무 재밌어서 외출을 못할 때도 있을 정도다.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의욕에는 세월도 못 당한다. 필자는 퇴직 후 제일 먼저 강남 라사라 학원에 등록했다.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릴 때 선생님 다음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패션디자인이었다. 이곳에서 패션디자인 과정 초급 3개월, 중급 3개월을 마치고 서울시 창업스쿨에서 2개월간의 패션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패션에 대한 열정은 아마 평생 가지고 가게 될 것 같다. 발레는 어려서부터 필자의 로망이었기에 패션디자인 과정을 마친 후 바로 시작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발레를 할 때마다 얼마나 큰 행복을 느끼는지 모른다. 발레가 어린 시절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취미 정도라면 왈츠와 탱고는 능숙하게 아주 멋들어지게 추고 싶다. 운동할 때는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왈츠와 탱고를 출 때는 어느새 끝나는 시간이 되곤 한다. 건강을 위해, 바른 자세를 위해, 힐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에서는 팔십이 넘은 노인들도 발레를 한다. 노인분들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인다. 서초문화원에서는 수필을 잘 쓰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으며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쓴 글이 96편이 될 정도로 글쓰기가 생활화되어 있다. 틈틈이 압구정역에 있는 무지크 바움에 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몇 해 전에는 강남시니어플라자의 모델워킹반에도 등록했다. 주 1회 모델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2년 동안 패션쇼도 다섯 번 했다. 개성 강한 동료들의 기상천외한 옷차림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옷차림은 전략이고, 옷 입는 것도 일종의 예술 행위’다. 기왕이면 예쁘게 입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훌륭한 액세서리는 젊음이다. 젊은이들을 값싼 옷을 입어도 예쁘지만 나이 들면 옷차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물기 빠진 피부에 옷차림까지 추레하면 볼품이 없기 때문이다. 녹화가 있는 토요일은 될 수 있으면 여의도로 간다. 서포터즈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5포세대, 혼밥, 실업문제, 4차 산업혁명 등 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며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메인 브로드캐스터가 강연한 후 미래참여단 서포터즈들이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녹화에 참여하면 더 생생한 공부가 된다. 20대 젊은이에서 7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와의 만남도 즐거움 중 하나다. 주 2회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주관하는 서울 둘레길 걷기에 참여한다. 둘레길 걷기는 주 3회 30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하는 시니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배움이 이어지면 기회가 이어진다’고들 한다. 지금 같아서는 지구촌에서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식을 것 같지 않다. 이래도 되는 거야? 삶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거냐고요! 어제는 너무 좋아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올해 4월부터 활동하게 된 온․오프라인 잡지 에 필자 글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온라인에만 꾸준히 실렸는데 잡지사에서 정해준 주제 ‘으이구! 주책이야!’에 맞춰 쓴 글 ‘교재를 망가트려 죄송합니다’가 7월호에 실린 것이다. 제시한 주제에 맞춰 처음 써낸 글이었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필자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다. 에서 주관한 시니어 헬스 콘서트에 필자와 함께 온 사람들은 대부분 필자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성과 남성들이다. 모두들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인 분들이다. 하는 일도 인터넷 기자, 사회복지사, 공예가, 모델, 시인, 수필가, 교수 등 다양하다. 서초문화원 문화기행 프로그램에서 만난 분도 있고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구두매장에서 필자 스타일에 필이 꽂혀 인연을 맺게 된 분도 있다. 평택여고에 재직할 때 필자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사람을 대할 때는 정성껏 대하라.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인연으로 맺어질지 모른다.” 서둔야학 단톡방, 서민동 단톡방, 서울시 낭송회 시음 단톡방, 왈츠 단톡방, 명견만리 서포터즈 단톡방, 꿈방송 단톡방, 뉴시니어 리더스포럼21 단톡방, 강남시니어프라자 해피미디어단 단톡방, 모델워킹 단톡방, 서리풀 문학회 단톡방, 오페라 동호회 모임,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친구들 등 단체회원 단톡방만 해도 만만치 않은 인적 네트워크다. 살아보니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다. 2년 전 메르스 사태로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에서 녹화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느라 고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필자가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모델워킹하는 동료들과 해피미디어단 회원들을 왕창 모시고 갔다. 담당 PD가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모른다. 필자는 바람잡이 역할을 즐긴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행사를 할 때는 담당 PD를 초대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필자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각자의 재능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시니어 헬스 콘서트에 참석한 분들도 너무 재밌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필자에게 말했다. 다음 행사에도 초대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아자아자! 이런 것이 바로 윈윈이다. 날개를 달아준 에 감사해하며 오늘도 필자는 저 푸른 하늘을 향해서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지금 필자의 삶은 글자 그대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다. 이런 삶이 수어지교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기쁨! 따봉, 원더풀!
- 2017-07-03 11:43
-
- 주책과 주책바가지의 차이
- 주책이라는 말은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뜻하는 말이다. 놀림조로 이야기할 때는 ‘주책없다’를 써야 옳다. 그런데 요즘은 반어법(?)처럼 ‘주책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언어는 시대 상황에 따라 그렇게 변화해가는 것 같다. 주책이 없는 사람을 예로 들라면 대표적인 인물이 세르반테스의 소설 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닐까?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가끔씩 보인다. 그런 사람이 있기에 우리 삶이 재미있고 또 그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다. 역사적으로 주책없는 인물을 꼽으라면 고대 희랍의 철학자들 중 궤변학파 사람들을 빠트릴 수 없을 것 같다. 소피스트(Sophist)로 불리는 그들도 한편으로는 주책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해준다. 고등학교 때 필자와 한동안 친했던 K는 모범생이고 성실한 친구였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적은 늘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평소 친구의 말과 행동을 보면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였다. 그런 일이 계속 발생하다 보니 친구들은 그를 주책이 없는 친구로 생각했다. 필자가 아는 지인 중에도 주책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는 정말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다. 어찌 보면 주관이 확실하고 판단력도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왜 주책이 없는 행동을 한다고 여겨지는 것일까. 매사에 현실적이지 못하고 꿈만 꾸는 이상주의자로 보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느 날 그는 단시간에 마스터할 수 있는 영어 회화 교재 ‘노걸대’를 저술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했다. 노걸대란 우리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옛날 중국과 무역하던 상인들을 위한 중국어 회화 교재 이름이었단다. 하지만 그 후 교재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없었다. 어느 날은 조용히 지내는가 싶더니 영화 제작을 위해 감독 일을 시작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진짜로 상업영화 한 편을 제작했다. 어떻게 된 사연인가 들어봤더니 대학 다닐 때 KBS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부터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제작에 자신이 있다던 그는 얼마 후 유통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했다. 또 어느 날은 모 정당에 가입 신청서를 내더니 갑자기 국회의원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쯤 되면 그는 주책이 없는 사람을 넘어 주책바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를 이해하고 한편으로는 그의 도전정신을 부러워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희망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능력자다. 단지 그의 행동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주책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가 꿈을 실현하는 날이 온다면 비범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주책과 주책바가지의 차이는 그래서 상식과 비상식의 차이가 아닐까? 우리는 갈릴레오 같은 천재나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듯한 천재들을 무시하거나 비웃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책바가지도 주변 환경이 바뀌면 대성할 수 있다. 소피스트의 의미가 ‘지식이 있는 현명한 자’를 뜻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주책이 없는 사람을 두둔하는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누가 보면 주책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 2017-07-03 11:43
-
- 서울시립미술관, 까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전시
- 2017년 5년30일부터 8월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은 올해 열리는 전시 중 손꼽히는 주요 전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하는 필자의 전시 도슨트를 원고로 옮겨, 현장감을 느끼며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글 옥선희 동년기자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프랑스의 까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소장전은 서울시립미술관과 끼르티에 현대미술 재단의 공동 기획전입니다. 즉 까르티에 재단 작품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까르티에 측 제안을 받고 2015년부터 전 과정에 서울시립미술관이 참여하여 기획된 전시입니다. 카르티에 현대 미술재단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은 까르티에라는 명품 기업 후원으로 출발했지만, 100% 독립된 비영리 재단입니다. 프랑스에서 현대 미술을 지원하는 첫 기업 재단으로 출발했습니다. 설립자이자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알랭 도미니크 패랭이 프랑스 문화부 의뢰로 만든 기업의 미술 후원 보고서 초안 ‘레오타르법’이 현재 프랑스에서 공식적인 예술 후원법 기초가 되었습니다. 기업 메세나의 혁신적 모델인 재단은 1984년 베르사이유 궁 근처 조각공원에서 다양한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10년 간 운영했다. 젊은 작가 발굴 - 지속적 지원 - 세계적 작가로 키우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페이 다웨이, 후 한루 같은 큐레이터와 비평가 배출/ 학제적(學際的) 접근, 즉 다양한 분야 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을 꾀했는데요. 전시 디자인을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식이 그것입니다. 이번 서울전은 이세영 -논 스탠다드 스튜디오가 전시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재단이 출범한 1984년은 백남준 작가가 3부작 위성 시리즈 첫 작품 을 선보인 기념비적 해입니다. 은 파리 퐁피두센터에서도 생방송 중계되어, 비서구권 미술, 타자가 서구에서 가시화되는 출발선이 되었습니다. 주목하지 않았던 비 유럽계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 전시를 갖지 못했던 젊은 작가가 방향을 설정하도록 도와온 재단 출범 년도가 1984년이란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이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천안문 사태 발생 등으로 젊은 작가의 분출은 가속됩니다. 재단 건물 1994년 몽빠르나스14구 라스파일 대로에 재단 건물을 지어 이전했는데,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Jean Nouvel이 설계한 재단 건물은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절제미와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나무가 무성한 중정을 품은 강화 유리와 메탈로 지어진 사각형 건물로, 1층은 정원으로 완전히 열려 있으며, 천정 높이가 7미터에 이르는 모듈 형식이라, 프로젝션이나 비디오 설치 작업을 위해서는 공간을 어둡게 조정할 수도 있고, 대작 전시도 가능합니다. 유리로 된 구역을 옆으로 밀어 시야를 트이게 만들면, 건물이 정원 쪽으로 열린 경사로에 놓인 거대한 구조물로 변형됩니다. 건물의 유리 표면을 통해 전시 중인 작품을 볼 수 있게 하였고, 반대로 구름이나 도시 공간을 반사시켜 시간대에 따라 건물이 변화하게 만들었습니다. ‹밤까지› 전시의 경우 건물 전체가 검게 덮였고, ‹자연으로 존재하기› 전시 기간에는 완벽하게 투명함을 유지했으며, 이세이 미야케는 건물을 거대한 디스플레이 윈도우로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인공과 자연과 변환 가능한 건축미를 높이 사 1995년, 이탈리아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에 이어 독일 중견 빔 벤더스가 완성한 옴니버스영화 에서 장 르노의 저택으로 등장했습니다. 1994년 부임한 에르메 샹데스 Herve Chandes 관장이 현재까지 관장 직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긴 재임이 말해주듯 큐레이팅도 직접 하는 문화 권력이자, 외교관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작가나 주제를 선택해 작가에게 시각화해달라고해서 독창적인 커미션 작품을 탄생시키고 전시 기획, 최종 소장 결정까지 하는 것이지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도록 시각화해달라고 주문하는 커미션(commission) 방식은 까르티에현대미술재단의 특징입니다. 작품 의뢰에서 완성품까지 3년 정도 기간을 주고 5억원정도를 지원하는 등, 기간과 제작비 구애를 받지 않도록 자유를 주며, 한 번 관계를 맺으면 가족 개념으로 관계를 유지합니다. 즉 경매를 통한 구입이 아닌, 직접 작가 발굴과 작품 의뢰를 통해 수집품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1년에 다섯 번 정도 큰 전시가 있는데요. 개인전과 기획전을 번갈아 여는 데 디자인, 사진, 회화, 비디오아트, 조각, 설치 , 미디어아트, 패션, 퍼포먼스 등 현대 예술의 창조적 분야와 장르를 아우릅니다. 인문과학, 환경, 생태학, 도시학, 경제, 생태, 이주 등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시 청각화하므로 미술가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대중음악가, 도시학자, 생태음향가, 디자이너, 과학자, 사상가, 철학자, 인류학자, 수학자, 사회학자 등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유지합니다. 1층에서 보게 될 작품 처럼, 도시학자의 아이디어를 디자인 건축가 그룹이 시각화하는 식입니다. 30년 간 200회 전시를 열어 전 세계 350여명 작가의 1,500점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작품 소장 기준은 엄격함과 탁월함의 결합/ 풍부한 독창성과 위험 감수 성향 고려/ 평범하고 예견가능하며 상식적인 가치 대신 전 방위적 개방성을 추구합니다. ‘흥미로운 현대 예술 작품으로 전시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세계를 향해 질문 던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전시 작품을 봐주었으면 한다’는 것이 까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디렉터 그라치아 콰로니 Grazia Quaroni의 전언입니다. 서울 전시작은 사라 지, 론 뮤익, 뫼비우스 등 재단을 대표하는 작품은 물론 국가, 인종, 젠더를 초월하는 공통 관심사를 반영한 사회 현상을 다룬 100점을 골랐습니다. 한국을 위한 특화된 선택 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장 미셀 알베롤라와 마크 쿠르티에 등이 내한하여 직접 벽면 작업을 했습니다. 아시아 투어 중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게 되었고, 내년 초 상하이, 홍콩을 거쳐 도쿄 올림픽에서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 2017-06-14 11:06
-
- 헝가리 도나우 강변의 예술인 도시, 센텐드레
- 헝가리는 부다페스트를 기점으로 도나우 강 근교 지역(약 45km)을 묶어 도나우 벤트(Danube Bend)라 부른다. 도나우 벤트 중 ‘센텐드레’는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다. 1000년의 역사가 흐르는 고도로 사적과 문화유산이 많고 17~18세기의 화려한 건축물들이 도시를 빛낸다. 특히 도시 전체에는 예술미가 넘쳐난다. 1920년대,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시골 마을로 숨어 들어온 예술가들이 만든 도시답게 말이다. 신성로마제국 때의 건축물이 남아 있는 도시 부다페스트에서 센텐드레(북쪽으로 약 20km)까지는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혹은 배)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도시의 ‘카노노크(kanonok)’ 거리를 따라가면 시 청사를 만나고 곧 메인 광장에 이른다. 메인 광장으로 다가설수록 골목길의 운치는 깊어진다. 반질반질 윤기 나는, 자갈돌 박힌 골목의 양 옆으로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이 도시는 약 1000년 전, 고대 때부터 사람들이 정착했다. 로마제국의 통치 시절에는 ‘늑대성’으로 불리며 군사적인 요충지 역할을 담당했다. 9세기에 마자르족이 장악했고 16세기부터는 오스만투르크(1541~1686)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때 원주민들은 대거 이 도시를 떠났다. 17세기 말, 16년간의 질긴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1683~1699)을 끝내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의 신성로마제국이 이 도시를 점령한다. 이때부터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슬로바키아인 등 지중해 연안 사람들이 이주해오면서 바로크 스타일의 주택과 지중해풍의 교회 등을 건축한다.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었던 센텐드레는 1872년에 도시로 승격됐고 2010년에는 인구가 2만5000명이 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독립을 선언한 예술인들 모여들다 센텐드레의 메인 광장은 오래전부터 부다, 비셰그라드, 필리스의 시골길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였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1763년에 만들어진 ‘페스트 십자가’가 서 있다. 세르비아 상인들은 페스트에서 구제된 것에 감사해하며 바로크 양식의 그리스 정교 십자가를 도시에 헌정했다. 십자가에는 그리스도의 이콘(Icon)이 새겨져 있다. 십자가 밑에는 세르비아 남자가 거꾸로 묻혀 있다는 전설이 흐른다. 옛날 세르비아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위로 올라온다고 믿는 관습이 있어 시체가 나오지 못하도록 머리를 밑으로 매장했다는 것이다. 광장 주변으로는 합스부르크 지배 시절에 만들어진 17~18세기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1752년에 건축된 바로크 양식을 가진 블라고베스텐슈카(Blagovesztenszka, 성 수태고지) 세르비아 정교회가 눈길을 끈다. 베이지색 건물에 청록 뾰족 지붕이 돋보인다. 그것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작은 개인 갤러리, 다양한 기념품 숍, 부티크, 액세서리 가게, 레스토랑 등이다. 특히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숍에 진열된 전시품들. 예사롭지 않은 ‘예술감’이 느껴진다. 그 이유가 있다. 헝가리 공산주의 정권 시절인 1929년부터 예술가(화가, 음악가, 시인, 문학가)들은 이 도시에 울타리를 만들었다. 독립이 필요했던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집단으로 대거 이주한 것이다. 이후부터 이 도시의 트레이드마크는 ‘예술과 예술인’이 됐다. 헝가리의 대표 도예 작가인 코바치 머르기트(Kovacs margit, 1902~1977)의 도자기 박물관이 유명하다. 18세기의 건축물인 ‘소금 상인의 집’을 개조해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11개 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300개 이상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온 도시에 퍼져 있는 예술적인 제품들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든다. 도시 가장 높은 곳의 플레바니아 교회 센텐드레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플레바니아(성 요한) 교회로 향한다. 약간 경사진 언덕의 좁은 골목에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건물이 많다. 이 교회 자리는 원래 성채였다. 중세 때는 성 안드레(Saint-Andre´)를 위한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작은 교회가 있었다. 성 안드레는 ‘센텐드레’라는 지명과 무관하지 않다. 이후 몽골의 침공으로 파괴됐다가 1241~1280년 사이에 재건됐고 14~15세기에는 고딕 양식의 석조 성당이 최초로 건축됐다. 16세기에 터키 침공으로 파괴됐고 지금 건물은 18세기의 것이다. 교회는 작고 소박하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결혼식이 한창이다. 실내를 기웃거리는 여행객을 위해 성당 안을 보라고 친절을 베풀어주는 헝가리인의 마음씨가 살갑다. 교회에서 구시가를 내려다보면 매력적인 지붕들이 돋보인다. 숍이 된 주택 안쪽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러나 야트막한 언덕이라서 도나우 강을 훤하게 조망하지는 못한다. 교회 입구에는 헝가리의 전위 예술가인 초벨 벨라(1883~1976)의 박물관이 있다. 초벨 벨라가 죽기 한 해 전인 1975년에 개관했다. 내부에는 초벨과 그의 부인 마리아 모독(1896~1971)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 일로스바이 바르가 이스트반(Ilosvai Varga Istva´n, 1895~1978)의 작품도 상설 전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성공한 초벨 벨라는 1930년대 중반부터 센텐드레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옛 향기가 물씬한 토록(Torok)식 좁은 골목을 헤집으면서 18세기에 건축된 베오그라드 교회로 간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첨탑(48m)을 가진 베오그라드 교회는 성 요한 교회보다 훨씬 크고 화려하다. 1756~1764년에 체코의 둥근 천장이 있는 본당으로 확장했고 탑을 기점으로 중간은 ‘남성 교회’, 그 아래를 ‘여성 교회’로 나누었다. 주교들의 묘소는 본당 지하에 있다. 도나우 강변과 보그다니 골목 언덕을 내려와 도나우 강변으로 향하면 먼저 ‘보그다니(Bogda´nyi)’ 거리에 이른다. 도나우 강변과 가장 가까운 이 골목엔 해묵은 분위기가 켜켜이 배어 있다. 선착장이 인접한, 내륙의 첫 골목이니 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18~19세기의 낡은 건물들은 숍으로 이용되고 있다. 오래된 유적들은 긴 역사를 증명해준다. 로마 때 이용되던 공중목욕탕도 발견됐다. 현재의 와인 박물관도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도시의 와인 만들기는 수세기 동안 오랜 전통을 이어왔다. 오스만투르크 침략 이후 이주민(세르비아인, 달마시아인, 그리스인)들은 적포도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19세기의 펌프는 아직 남아 있고 당시 집집마다 갖고 있던 코챠뇨(kacsa´rnya, 포도주 저장실)도 많이 발견됐다. 코챠뇨 1호집은 신성로마제국 황제 요제프 2세(1741~1790, 재위 1765~1790)가 치안 판사의 비리를 조사하라고 조사관에게 준 집이다. 이 집에서는 헝가리의 유명한 작가 모르 요커이(Mo´r Jo´kai, 1825~1904)가 러브 러비(Rab Raby)라는 작품을 집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보그다니 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도나우 강에서는 옛 로마시대의 돌다리 흔적, 센텐드레의 섬, 포도원의 아름다운 언덕 등을 볼 수 있다. 토요일마다 예술 시장이 열리는 예뉴 둠챠 거리 보그다니 거리를 거슬러 올라오면 다시 메인 광장을 만나고 곧추 직진하면 예뉴 둠챠(Jeno″ Dumtsa) 거리다. 1897년, 시 승격 25주년을 기념해 당시 시장인 예뉴 둠챠(1838~1917)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인 예뉴 둠챠는 부모를 따라 20세에 이곳으로 이주해와 79세까지 거주했다. 대법원장을 지냈고 시민에 의해 선출된 도시 최초의 시장이었다. 그는 부다와 센텐드레를 연결하는 ‘통근열차’를 만든 것 외에도 도시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이 거리의 특별한 재미는 주말에 열리는 장터다. 마치 잔칫날을 만난 듯 흥겨워진다. 생선, 소시지는 물론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들이 등장한다. 할머니는 전통 빵 리테쉬(Retes, 얇게 편 반죽에 과일을 말아 넣어 구워낸 빵)를 구워 내온다. 체리, 스트로우베리 등 다양한 잼이 들어간 ‘리테쉬’는 달달한 게 맛이 좋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전통 방식으로 굽는 키르토쉬칼라취(일명 굴뚝빵)도 좋은 간식거리다. 또 이 거리에는 예뉴 바르차이(Jeno″ Barcsay, 1900~1988) 화가의 컬렉션이 있다. 그는 여러 차례 센텐드레를 방문하다가 결국 이곳에서 살았다. “나는 센텐드레에서 살았고 센텐드레에서 회화의 길을 창조했다. 센텐드레에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삶과 예술이 있다. 모든 것이 살아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 센텐드레에서 가장 큰 정교회인 바로크 양식의 1753년에 건축된 성 피터 앤 폴 교회가 있다. 교회 안에서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동상 등을 볼 수 있다. 또 19세기의 유명한 세르비아 작가이면서 산문 작가인 야코프 이그냐토빅스(Jakov Ignjatovic´, 1822~1889)의 생가(No. 5)도 근처에 있다. 러시아의 ‘고골’과 자주 비교되는 그는 고향 센텐드레를 많이 언급한다. 작가는 책 속에서 묻는다. “당신은 아는가? 센텐드레가 어디 있는지?”라고. Travel Data 현지 교통 부다페스트 바티아니(Battiany) 역이나 테르(ter) 역에서 센텐드레행 초록색 교외 열차(www.bkv.hu)가 수시로 운행한다. 30~40분 소요된다. 버스(www.volanbusz.hu)나 유람선(www.silver-line.hu)을 이용해도 된다. 대형 유람선은 7~8월 주말에는 매일 운항한다. 비수기나 물 수위가 낮을 때는 작은 배가 정기적으로 운항된다. 센텐드레 관광 사이트 www.iranyszentendre.hu/en 기타 센텐드레 시내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민속촌이 있다. 약 100년 전 헝가리 각 지방의 가옥과 생활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한국의 민속촌'과 비슷하다. 60ha의 면적에 여덟 개 지방의 312채 건물들이 있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복잡한 부다페스트보다는 센텐드레에 숙소를 정하고 여행을 다니면 좋다. 현지 주민처럼 살아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헝가리는 부다페스트를 기점으로 도나우 강 근교 지역을 묶어 도나우 벤트라 부르는데 센텐드레 외에도 비셰그라드, 에스테르곰이 있다. 모두 센텐드레와 인접해 있는 소읍들이다. 특히 에스테르곰은 볼거리가 많고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와 바로 인접해 있다. 날짜를 잘 나눠서 살면 제법 유용한 여행이 될 것이다. 꼭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은 한 달 여행 방식에 잘 어울린다.
- 2017-06-09 11:52
-
- [문화공간]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 하슬라아트월드
- 짙푸른 동해 바다. 저 멀고 깊은 곳으로 눈길이 따라가면 하늘이 시작된다. 바람과 파도소리도 경계가 흐려져 귓가에는 하나의 소리로 들릴 뿐이다. 구름 아래 뻗은 손가락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주황색 빛이 몸을 감싸 내린다. 그곳에 서 있는 기분? 이게 바로 축복 아닐까. 산과 바다, 하늘이 이어진 예술가의 놀이터 멀리 바다에서 시야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청록색 소나무 숲길과 다양한 형상을 한 조각상이 자유로이 서 있다. 한적한 해안도로 옆, 예술가의 숨길과 손길이 쉼 없이 스쳐지나가는 하슬라아트월드(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발길이 머무는 순간 관람객이 아닌 설치된 미술작품의 한 소재로서 존중받는 곳이다. ‘하슬라’는 고구려·신라시대에 사용됐던 강릉의 옛 지명으로 ‘해와 밝음’이라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여기에 ‘아트월드’를 붙여 ‘강릉에 세워진 예술가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강릉 출신 미술가 박신정·최옥영 부부의 예술가적 기질이 이 공간을 채웠다. 박신정 대표는 하슬라아트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에 작품 전시를 다니면서 예술품뿐만 아니라 전시 장소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받아왔다”며 “모든 것이 조화롭게 화합하는 곳을 꿈꿨다”고 공간 건립 배경을 설명했다. 2003년 조각공원을 시작으로 2009년 뮤지엄 호텔(24개 객실), 2010년 현대미술관, 2011년 피노키오 박물관과 마리오네트 미술관을 순차 개관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연간 약 15만 명이 찾는 강릉의 관광 명소다. 최근 SBS 드라마 와 영화 촬영 장소로 이용됐고, MBC 드라마 의 주요 무대가 됐다. 하슬라아트월드의 크고 작은 모든 공간이 예술가들의 작업 현장이자 방문객의 관람 장소다. 이곳은 뭐든 다중적인 감각과 의미가 부여돼 있다. 호텔일 수도, 전시실일 수도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 보는 사람에 따라 자유로이 생각하고 상상을 즐기는 곳이다. 작가들은 이곳에 상주하면서 작품 활동도 한다. 취재를 갔던 4월 초에는 마침 최옥영 대표가 전시에 필요한 작품을 손보고 있었다. 작업복 차림의 최 대표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온몸에 먼지가 잔뜩’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최 대표는 “자연 자체로도 아름다운 곳과 인연이 된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예술가라 타협도 잘 못하고 부족하지만 생긴 대로 오랫동안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말하고는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고래 뱃속을 걷는 피노키오처럼 하슬라아트월드는 정해진 방식은 아니지만 현대미술관, 피노키오 박물관, 마리오네트 미술관 순으로 관람한다. 현대미술관은 호텔 건물 로비에서부터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지상에서 지하로, 다시 지상으로 오르내리며 작품 감상을 하는 구조다. 동해의 파란빛과 자연광, 목조 마루, 겉치레 없는 시멘트벽을 배경으로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건물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마치 어딘가 ‘툭’ 하고 놓아둔 느낌에 시선이 간다. 감각적이고 기발함이 돋보이는 회화와 조각 작품 200여 점도 전시되고 있다. 손자·손녀의 감성자극 미술 공간이 현대미술관 다음에 이어지는 피노키오 박물관이다. 특히 박물관으로 향하는 통로가 매우 인상적이다. 피노키오가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형상화한 공간으로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큰 원형 통로 내부를 플라스틱 비닐로 촘촘하게 감싸놓았고, 형형색색 움직이는 조명을 설치했다. 마치 고래 뱃속을 여행하는 피노키오가 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사각거리는 비닐 소리와 사람의 말소리, 웃음소리 그리고 조명이 마블링되듯 섞여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거듭나는 곳이다. 피노키오 박물관에는 피노키오 관련 작품 500여 점이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작품과 전시 성격을 바꾸고 있다고. 이곳에는 꽃으로 만들어진 피노키오와 유럽에서 들여온 각양각색의 피노키오를 만날 수 있다. 디즈니 만화영화 피노키오 관람은 덤이다. 마리오네트 미술관에서는 센서로 움직이는 하슬라아트월드의 특허품 ‘마리봇’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가까이 오면 팔과 다리를 흔들어 몸을 움직인다. 체코,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가지고 온 특별한 마리오네트가 관람객을 맞는다. 편견 없이 예술작품을 감상할 것 실내 관람을 마치면 조각공원 산책을 한다. 호텔 안 매표소 쪽으로 다시 돌아가 실내 계단을 이용해 조각공원 입구로 간다. 반드시 편한 신발을 준비하라. 빨리 다녀도 최소 30분이고 나지막한 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솔향 가득한 소나무 정원을 지나 무심히 서 있는 조각들을 보며 걷다 잠시 뒤를 돌아보시라. 자연이 내려준 예술작품(?)을 벅찬 마음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동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바다카페와 전망대, 아이들의 체험학습장과 소똥박물관 등이 있다. 자연 속 나 자신이 작품의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 하슬라아트월드 안에 있다. 하슬라아트월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작품의 제목, 작가 이름 그리고 거울이다. 심지어 거울은 화장실에도 없다. 시멘트벽도 골조 외에 별다른 장치가 없다. 이 모든 것에는 편견 없이 작품을 바라보고 집중해달라는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단, 예약제로 진행되는 도슨트 시간에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에 관한 설명이 듣고 싶다면 도슨트 설명을 들어보시라.
- 2017-05-08 09:47
-
- 영어를 잘 하고 싶어요
- 거래 은행 VIP상담실에 일이 있어 갔었다. 담당 여직원이 요즘 회사에서 영어 공부하라며 스트레스를 주는데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입이 안 떨어진다고 했다. 요즘 은행 직원 정도이면 입사 시험 때 토익 점수는 기본이므로 영어를 읽고 듣는 실력은 일정 수준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이 안 떨어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요령을 모르거나 반복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국영화를 자주 보라고 하는데 자막을 보게 되니 효과도 없단다. 모든 일을 영어로 생각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하라는데 실무에 밀려 그럴 여유도 없다고 했다. 필자가 터득한 영어 공부 방식은 일단 그동안 공부한 어려운 단어보다는 초급 수준의 단어로 말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어려운 단어로 회화를 하려고 하면 발음도 어렵고 원어민은 오히려 그런 어려운 단어를 일상에서 쓰지 않으므로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쉬운 단어로 뜻을 표현하는 방법은 일기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단 머릿속에서 한국말과 영어를 번역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준이 되어야 한다. 단어 먼저 생각해내지 말고 말을 하면서 단어를 떠올리라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자주 쓰는 문구는 외워두는 것이다. 외우는 단계에서 영어의 구성을 알게 된다. 그러면 머릿속으로 굳이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땀 빼는 일이 줄어든다. 특히 과학이나 심층 토론에 필요한 단어들은 특정 분야라서 자주 쓰지 않는다. 그런 분야는 몇 가지 중요한 단어를 포함하여 하고 싶은 얘기를 만들어 외워두어야 한다. 외국영화를 자주 보는 것이 도움이 되기는 한다. 필자 또래가 영어 공부할 때는 영어 방송이라고는 주한미군을 위한 AFKN 방송이 유일했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 영화를 방영해주는 영화 채널이 많다. 자막에 의존하게 되지만, 그래도 자주 보다 보면 자막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말이 들리고 귀에 익숙해진다. 생각을 영어로 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 신문을 읽으면서도 영어로 바로 생각해보고 드라마를 보면서도 대사를 영어로 바로 떠올려 보는 것이다. 사람을 상대로 한국말을 하면서도 영어로 다시 바로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한국 사람끼리 영어로 말하기는 쑥스럽다. 그래서 아기를 대상으로 한국말을 하면서도 영어로도 얘기해 보는 방법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실전 훈련이다. 영어권 나라에 여행을 가면 좋다. 영어에 푹 빠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 군인이 많은 이태원 같은 곳에 가서 직접 경험해 보는 방법도 있는데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 나와 있는 미군들 수준이나 한국인들을 대하는 마음 가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편이다. 외국어를 가장 빠르게 익히는 방법은 영어권 사람과 자주 만나는 방법이다. 직접 사귀거나 데이트 정도도 있는데 역시 권하고 싶지 않다.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조리 있게 노하우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다음에 만났을 때는 단계별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사람마다 방법에 대한 노하우가 있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이 절실하게 수용할 수 없는 방법은 무용지물이다. 무릎을 탁 치는 노하우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인 것이다.
- 2017-02-16 17:29
-
- [잘나가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다 PART3] 잘 풀리는 인생, 특별한 삶의 노하우
- 승승장구, 탄탄대로 인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 ‘천운을 타고났나?’, ‘사주팔자가 좋은가?’라며 그들의 성공을 진단해보기도 하지만, 뭐든 타고난 운만 가지고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성공운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들의 유형을 살펴봤다. ◇ 운명개척형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손 마사요시) 대표는 젊은 시절 자신의 운명을 미리 점쳐놓았다. ‘20대에 이름을 날린다. 30대에 최소한 1000억엔의 군자금을 마련한다. 40대에 사업에 승부를 건다. 50대에 연 1조엔 매출의 사업을 완성한다.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물려준다.’ 손정의가 20대에 세운 50년 인생계획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스스로도 자신을 천재라 여겼다고 한다. 사업 제휴를 맺는 상황에서도 “나는 천재다”라고 말했을 정도. 일찍이 그는 자신의 잠재성향과 운을 꿰뚫었고, 그 덕분에 막힘없는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스타항공 회장을 지낸 이상직 전 국회의원은 요즘말로 흙수저 출신이지만, 자신만의 ‘텐배거’ 로드맵을 만들어 금수저 반열에 올랐다. 텐배거(Ten bagger)는 10루타라는 뜻으로 야구가 아닌 금융투자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투자자에게 10배, 1000%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대박 종목을 의미하는데, 이상직은 1998년 텐배거에 도전해 2년 만에 투자원금 1300만원으로 그의 15배에 달하는 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 그는 텐배거 법칙을 사업뿐만 아니라 인생의 기본 원리에 적용했다. ‘10루타를 쳐라’를 좌우명으로 삼았던 그는 현대증권에서 10루타 종목을 연이어 터뜨렸고, 이스타항공의 대박 신화를 창조해냈다. ◇ 대기만성형 피카소처럼 타고난 천재성 덕분에 명성을 떨친 예술가가 많다. 그러나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잔의 경우는 달랐다.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법과 대학을 다녔던 그는 돌연 화가라는 꿈을 꾼다. 이후 세잔은 선천적인 재능이 아닌 고뇌와 노력의 산물로 세계적인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실제 피카소는 20대 중반에 그린 작품들이 60대에 그린 작품들보다 4배가량 비싸게 팔렸는데, 세잔의 그림은 60대 중반에 그린 것들이 젊은 시절 작품들보다 최대 15배의 가격에도 팔렸다고 한다. 현재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최고 작품들 역시 모두 인생 말기에 그려진 것이다. 20세기 세잔이 대기만성형 예술가라면, 21세기 대기만성형 과학자를 꿈꾸는 이가 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 강봉수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물리학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도 이과를 택했고, 서울대 원자력학과를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를 지원했고, 이후 40년간 잘나가는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면서도 과학자의 꿈을 잃지 않았던 그는 퇴직 후 66세에 물리학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난다. 그 후 7년 만에 머시드 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땄다. 당시 그의 나이 73세였다. 하루 15시간씩 공부에 매진한 덕분에 이제는 ‘강봉수 물리학 박사’로 불리며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 장수형 무병장수를 꿈꾸는 100세 시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도 무탈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조선시대 왕 중에서 가장 오래 산 왕은 83세까지 살았던 영조다. 영조의 장수비결은 규칙적인 식사습관과 소식(小食)이었다고 한다. 고기와 생선을 멀리하고 보리밥과 채소를 즐겨 먹었던 영조는 감선(減膳: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왕이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이며 근신하는 것)을 89차례나 했는데, 신하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감선을 넘어 단식까지 감행하며 절대권력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러한 식습관으로 영조는 장수뿐만 아니라 그에 비례하는 수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영조처럼 식습관을 잘 다스린 덕분에 장수한 역대 대통령 중에는 제4대 대통령인 윤보선이 있다. 그는 94세까지 살았는데, 평생 절주를 하며 콩·보리·팥 등이 섞인 잡곡밥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1949년 상공부장관 시절 도시락을 들고 다녔던 윤보선의 일화도 유명하다. 도시락은 부인인 공덕귀 여사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와 잡곡밥 등 검소한 식단이었다고. 이런 소박한 식습관은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계속됐고, 그의 삶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해주었다. ◇ 인(人)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남다른 인연 덕분에 승승장구하는 일생을 살았다. 그가 남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 6기)에 다니던 시절, 당시 교관으로 있던 박정희 대통령은 수학 실력이 뛰어난 박태준을 눈여겨보게 된다.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했던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벗어나 인간적인 정을 쌓게 됐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게 될 때도 만남을 이어간다. 이후 1963년 박정희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같은 해 박태준은 소장 진급과 함께 군복을 벗었다. 이듬해 설날 박정희는 박태준을 청와대로 불러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관련해 박태준을 대통령 특사로 일본에 보낸다. 특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태준은 철강과 제철 분야에 매진했고, 강철 1000만 톤 시대를 연 주역으로 우뚝 선다. 이후 국회의원, 국무총리, 포스코 회장, 포스텍 창립자 등 수많은 직함을 얻었지만, 퇴직금 한 푼, 주식 한 주도 갖지 않았을 정도로 청렴한 철강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 별별유형 1) 독서형: 미국의 대부호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는 젊은 시절 도서관에서 읽은 책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도 자신의 성공의 8할은 독서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윤송이 엔씨소프트 회장,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등도 잘 알려진 독서광이다. 2) 명상형: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등은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명상의 효과를 언급했다.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도 명상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메이저리그의 신화 박찬호 역시 현역 시절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렸고 124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3. 산책형: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생각의 발로는 ‘발’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셰익스피어, 괴테, 칸트, 베토벤, 모차르트 등은 산책이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1년 여름 49일간의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등산을 통해 인재를 모으고 집권했는데, 민주산악회가 대표적인 핵심 조직이다. 김 대통령은 매주 목요일 등산을 즐겼고, 산에 올라 기도를 했다고 한다. ✽참고 도서 , , ,
- 2017-02-06 18:54
-
- [송유재의 미술품 수집 이야기] 외갓집 가는 길
- 이재준 미술품 수집가 장리석(張利錫, 1916~ ) 화백은 2016년 4월 백세(百歲)를 넘긴, 그러나 아직 화필을 잡는 당당한 현역이다. 평양에서 출생하여 상수보통학교 졸업, 1937~1939년 일본 다마가와(多摩川) 제국미술학교 수학, 귀국해 1940~1945년 평양 미나카이(三中井)백화점 미술부장, 이때 조수로 있다 숨진 화가 최지원(崔志元, ?~1940)을 추모하여 그의 아호를 딴 ‘주호(珠壺)회’를 구성, 박수근(朴壽根, 1914~1965), 이중섭(李仲燮, 1916~1956), 최영림(崔榮林, 1916~1985), 황유엽(黃瑜燁, 1916~2010), 박고석(朴古石, 1917~2002), 박영선(朴泳善, 1910~1994), 윤중식(尹仲植, 1913~2012) 등과 5년간 동인전을 열어 평양 미술인의 자긍심을 높였다. 1950년 7월 북한 노동성에서 건립 중이던 금강산호텔 벽화 작업에 동원되어 평양을 떠난 뒤, 북진(北進)한 국군 원산 해군기지 사령부에 입대, 종군하게 되었다. 혈혈단신으로 1951년 1·4후퇴 때 제주도까지 내려가 4년 여 체류한 인연으로 제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았다. 1955년 제4회 국전에 이 특선되고, 1958년 제7회 국전에 이 대통령상을 수상하여 화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였다. 1981년까지 서라벌예대, 수도여자사범대학, 중앙대학교에서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현대 구상회화의 산증인이 되었다. 주로 제주에 머무르며 서민들의 일상,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해녀 등을 독특한 색감으로 그리고 있다. 2005년에는 제주도에 그림 110여 점을 기증하여 2009년 개관한 제주도립미술관 내의 ‘장리석 기념관’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다. 2014년에는 전을 열어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그의 그림 속에는 두고 온 고향풍 경도 많이 있는데, 내가 보았던 겨울 풍경은 , , 세 작품이었다. 눈 내린 시골마을, 옹기종기 초가집도 보이고 밤나무 옆길로 엄마와 아기, 소년과 강아지 등이 눈길을 걸어가는 시정어린 그림으로 화가의 유년시절 외가 마을의 설경을 그린 것이다. 바람에 눈발이 날리듯, 노화백의 가슴에 묻혀 있던 아슴푸레한 기억들이 연작으로 화폭에 옮겨져, 보는 이들을 묻혔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한다. 소복소복 쌓인 눈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적이 따뜻하게 해 준다. 이 작품 은 10여 년 전, 인사동 경매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낙찰받은 작품이다. 창밖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 그림 아래 아내와 차를 끓이고, 가야금 산조를 들으며 깊은 감상에 젖곤 한다. 은 박용인(朴容仁, 1944~ ) 화가의 유럽 여행 중의 한 작품이다. 홍익대학교 미대를 졸업, 1981~1983년 프랑스 몽파르나스의 아카데미 드 라그랑 쇼미에르(Académie de la Grande-Chaumière)에서 유학하고 국내 여러 미술대학에서 강의하였다. 북한산, 제주도 등 곳곳의 풍경이나 와인, 과일, 꽃의 정물도 많이 그렸다. “남극과 북극을 빼고 전 세계를 여행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유럽에 자주 머물며 알프스의 마터호른,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같은 세계적 명산은 물론 고성(古城)들을 그렸다. 이 화가는 회화의 기법상 캔버스에 나이프를 주로 써서 유화물감을 바른다. 나이프를 쓰면 그림의 두께를 더하여 마티에르(matiere, 물감의 질감)가 무겁고 깊이 있게 보이고, 평면의 화면도 시각적으로 입체적인 양감(量感)을 느끼게 한다. 미술시장에서, 외국 풍경을 그린 작품은 우리나라의 풍경을 그린 작품보다 다소 가격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경매에서 이 그림을 살 때에는 그 시작가가 높아 의외였다. “이 작가나 권옥연(權玉淵, 1923~2011) 화백 같은 경우, 외국 풍경이나 인물을 워낙 심도 있게 작품화하기 때문”이라는 경매 회사의 설명이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교외, 한적한 도로를 건너 왼편으로, 고색창연한 성당의 옆모습이 보인다. 후원에 나뭇잎을 채 떨어뜨리지 못한 나무에도 눈이 덮여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성당의 첨탑도 잿빛 하늘에 묻혀 희미하다. 지붕은 흰 눈으로 적요하다. 고목의 가로수 위에도, 풀밭에도 깊게 눈이 내려 사위가 고요에 휩싸였다. 그림을 보는 찰나, 아늑함과 경건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속세의 혼탁함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심경이 화폭에 질펀히 흐르고 있다. ‘잘 된 그림이 반드시 좋은 그림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으나, 이 작품은 아주 잘 된 그림이며, 동시에 좋은 그림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예술세계는 소재에 대한 친근감과 따뜻한 눈길이 와 닿는다. 거기에는 격정의 향수와 서정성 짙은 은유의 시어(詩語)로 잔잔한 감동이 다가온다. 정직, 성실한 자태와 순수함을 잃지 않는 작가적 심성이 화면 깊숙이 투영되고 있다”고 평자들은 말한다. 화가는 “내 그림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유럽풍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유럽에서는 동양적이라고 한다.”고 미소 짓는다. 사실 화가들은 설경(雪景) 그리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흰색이 다른 색에 묻히고 그 밋밋함이 화폭을 평이하게 이끌기 때문이다. 동양화에서도 화선지의 흰 여백을 그대로 두어 눈[雪]의 형상화가 어려움을 나타내곤 하였다. 눈 내리는 날은 마음이 설렌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걷노라면 마음도 경건해진다. 입속으로 가만히 어떤 바람이라도 읊조리고 싶고,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작은 오두막, 무쇠난로에 장작불을 피우고,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던 한때를 회상해본다. 눈설레 속에서 정겨운 얼굴들이 하나둘 스쳐지나가고, 아르보 페르트(Arvo Pärt 작곡가, 1935~ )의 몇 곡을 듣다 보면 정화(淨化)된 마음 한구석으로 밀려드는 적멸감(寂滅感), 시공을 넘어 유년의 뜰로 이어진다. ‘외가’라는 낱말은 단순히 ‘어머니의 친정’ 이라는 뜻만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함축된 말이다. 외가는 외할머니가 계신 곳이고,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곳이며, 내 모든 투정이나 허물도 기꺼이 품어 주는 따뜻한 풀솜 속 같은 곳이다. 아버지나 외할아버지에게선 느껴볼 수 없는 자글자글한 정이, 외할머니 치마폭에서 피어난다. 김칫국물 얼룩진 저고리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 아릿하다. 어머니의 어머니로 농축된 모정이 “아이고, 내 강아지” 한마디 속에 묻어난다. 진종일 눈사람을 만들다, 강아지와 뛰놀다, 눈이 그치면, 보랏빛 하늘 위에 연을 띄워 날리며 얼레에 대고 ‘우우우’ 입김을 뿜던, 그 아름답던 시절이여! >> 이재준(李載俊) 1950년 경기 화성 출생. 아호 송유재(松由齋). 미술품 수집가, 클래식 음반리뷰어.
- 2016-12-20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