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8년도 화재는 4만2337건에 피해액만도 5500억에 달한다. 368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2223명에 달한다. 화재는 난방을 많이 하는 겨울철에 더 자주 발생한다. 어디서 화재가 주로 발생하는가를 살펴보면 아파트와 단독주택 같은 주거시설에서 1만1549건이 발생했고(주거 형태의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는 제외), 산업시설인 공장에서도 2618건의 화재가 있었다. 음식점(2831건), 유흥주점 같은 위락시설(196건), 돈사나 우사 같은 축사(1490건)에서도 화재는 발생한다. 특히 자동차 화재도 해마다
작년 겨울 한 유명 백화점에서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만든 롱 패딩은 없어서 못 팔았다. 이 상품을 사려고 고객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등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대부분의 스포츠 의류 업체에서는 롱 패딩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겨울은 그야말로 롱 패딩이 거리를 휩쓸었다. 그런데 롱 패딩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보도가 들려왔다. 살 만한 사람은 대부분 샀을 테고 올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은 탓도 있다는 분석도 따랐다. 내가 한때 일하던 회사에서 1996년 ‘UMBRO’라는 영국 스포츠 의류 브랜드를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달러
198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미술가 전시회가 네 개나 열리고 있다. 1980년대 뉴욕의 힙합 문화에서 발아한 그라피티 아트(Graffiti, Art 낙서화)와 자유와 저항을 상징하는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 거리 미술) 작가 작품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단체전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이스트 빌리지 뉴욕; 취약하고 극단적인’, 서울숲 아트센터의 ‘반항의 거리, 뉴욕’이 있고, 개인전으로는 DDP의 ‘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잠실 롯데뮤지엄의 ‘케니 샤프, 수퍼 팝 유
은퇴(隱退)란 사전적 의미로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또 아름다운 말이다. 평생을 몸 바쳐 일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생하고 애썼으니 이제 편히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사회적 배려가 담긴 말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은퇴한 분들을 보면 우러러 보이기까지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한가히 지냄’이란 말이 거슬린다. 과연 ‘은퇴 후 한가히 지낼 만한가?’라고 다시 묻게 된다. 직장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민간기업은 정년과 관
모두들 제 갈 곳으로 나간 후의 현관에 서서 이리저리 흩어진 신발들을 정리한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은 네 명이건만 좁은 현관에 신발들이 가득 차 있으니 볼 때마다 정리하지 않으면 가히 잔칫집 현관이다. 특히 작은아들은 매일 입는 옷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신발 때문에 갖가지 구두와 운동화들이 현관과 신발장으로 들락인다. 내가 현관 신발정리를 자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다행히 큰아이는 한두 켤레로 해결되기에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남편의 신발이 하나 더 늘었다. 출근할 때 신는 구두 두세
엄청난 반전 혹은 거대한 진실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수도 없이 오가던 길목이었지만 분명 미용실은 없었다. 옷가게, 카페, 떡볶이집, 구둣가게가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곳. 스마트폰이 가리키는 장소에 당도했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외국 나가서도 하지 않는 일을 끝내 하고 말았다. “혹시 장성미용실이…?” 길을 물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외국인 관광객 물결 속에서도 45년 한자리를 고목처럼 지키고 앉아 옛 손님을 기다리는 신삼순(64) 미용사를 만났다. 북적대는 핫 플레이스 옆 작은 미용실 사람 눈길 단번에
‘주님 위의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시니어의 로망을 넘어서(?) 이제는 모든 세대가 인생의 마지막 꿈처럼 여기는 듯한 건물주라고 하면, 흔히 일반 상가 소유자나 빌라, 빌딩 주인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여기 좀 독특한 건물주가 있다. 김현우 씨, 주한 외교관들에게는 ‘피터 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는 주한 외교사절들을 대상으로 주거공간 렌트 사업을 하고 있는 흔치 않은 건물주다. 사업을 한 지 어언 30여 년이니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난 생활 또한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를 만나서 쉬이 볼 수 없는 삶을 들여
수도권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날, 부산역에 도착했다. 위쪽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부산은 아직 초겨울 같았다. 평소대로라면 부산역 옆 돼지국밥 골목에서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여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오늘은 초량이바구길에서 시래깃국을 먹기로 했다. 구수한 시래깃국을 호호 불어가며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걷기 코스 부산역 ▶ 옛 백제병원(브라운핸즈백제) ▶ 남선창고 터 ▶ 동구 인물사 담장 (초량초등학교) ▶ 이바구정거장 ▶ 168도시락국 ▶ 168계단과 168모노레일 ▶ 전망대 ▶ 이바구놀이터와 6·25막걸리
‘아버지를 미워한 힘으로 내 길을 만들었다’고 자신의 생애를 요약하는 최현숙(崔賢淑·62).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모든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의심을 품었다. 가출을 반복하던 끝에 출가(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에는 천주교 사회운동을 시작으로 민주노동당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며 진보정당 활동을 이어갔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수십 년간의 숱한 방황과 기행(奇行). 환갑을 지나 구술생애사 작가로 사는 요즘, 그녀는 이제야 제법 그 쓸모를 알 것만 같다. 진보와 정치의 교착 속 중년기를 보낸 최현숙은 10년 전 요양
추억을 되돌릴 수 있는 이야기나 물건은 삶에 기쁨을 준다. 내게도 그런 추억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빛바랜 사진 한 장이다. 신혼여행지 제주도에서 우리 부부를 태우고 다닌 택시기사가 찍어준 사진 한 장이 그중 하나다. 공개하기 부끄러워지기도 하나 일흔에 접어드니 부끄러움보다 추억의 소중함이 더 깊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도 같고 가슴도 설렌다. 그 곱던 얼굴에 주름이 늘어난 아내를 떠올리며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한 후회의 물결이 인다. 꽤 세월이 흘렀다. 올해 4월 15일이면 우리가 함께 산 지 만 40년이 된다. 1979년
1월 6일부터 20일까지 네팔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다. 전남불교환경연대가 주관하고 청소년 13명이 포함된 총 27명 팀에 나도 합류한 것이다. 목표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정이었다. 8박 9일간의 일정에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제2의 도시 포카라 관광도 포함되어 있었다. 네팔은 한국과 3시간 15분 시차가 나는 나라다. 남한보다는 약간 크고 인구는 약 3000만 명이다.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의 봉우리를 보유한 산악 국가다. 히말라야에서는 해발 7000m가 넘지 않으면 ‘마운틴(mountain)’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
아내가 산부인과에서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큰 수술이든 작은 수술이든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있다. 여자가 여성을 상징하는 유방이나 자궁에 칼을 댈 때는 여성이라는 심벌을 상실한다는 절망감에 우울해진다는 말을 들었다. 아내를 위로해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섣부른 위로가 오히려 짜증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 슬금슬금 눈치만 살폈다. 어쨌든 수술은 잘 끝나고 3박 4일간의 병원생활도 잘 마쳤다. 퇴원하는 날, 환자가 우울감에 빠져들 수 있으니 주위에서 많은 위로를 해줘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더구나 병문안을
요즘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관계를 맺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하며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에 도전장을 내민 시니어가 있다. “62세 새로운 인생 시작.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인생은 길고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스타그램의 고수 김석재(63) 씨다. “‘그레이네상스’라는 표현처럼 시니어가 지는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22%는 사소한 일에 대한 고민이라는 말이 있다. 걱정의 단 4%만이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진짜 사건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즉 90% 이상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의미다. 골프선수가 마지막 18홀에서 퍼팅을 할 때 ‘꼭 1등을 해야 하는데 안 들어가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해하면 실수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LPGA투어에서 25승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 선수는 우승 비결을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나는 퍼팅
한 집안의 가장은 생계를 책임지고 꾸려가는 사람이다. 집안을 대표하는 남자 어른을 말하는 것이 사전적 표현이다. 남편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까지 사전에 올라 있으니 여자인 엄마가 가장역할을 하거나 소년소녀 가장은 특별한 경우이고 아버지, 남편이 보편적인 가장이다. 농경사회에서의 가장은 농지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경제권을 틀어잡고 죽을 때까지 절대적인 위세를 지니고 있었다. 요즘은 가장의 권위를 힘이나 전통으로 지켜나가기에는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아들이 아버지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반항하는 아들에게 아버지의 힘은 무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