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기도 숱한 욕심도 갈등의 여름을 지나, 이젠 가을의 성숙함으로 풍성한 사랑 하게 하소서. 마른 낙엽 굴리고 옷 벗은 기둥에도 삶은 존재 하듯, 차디찬 빈 둥지 초라함에 몸을 떨어도 쌓아온 추억의 두께만큼 오가는 계절, 넉넉한 그리움만으로 푸근한 사랑 품게 하소서. 불어오는 낯선 바람에도 몸 하나로 버틸 아름다운 가난, 허망한 세월이 가져다 준 선물뿐이라 해도, 쓸쓸한 마음 내리는 그 계절 상념의 길을, 한여름 뜨거운 사랑 속에 걷게 하소서. 피어 오르던 봄날, 불타던 여름정열, 잿빛 남긴 하얀 겨울, 그리고 떨려오는 가을
필자 집 작은방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의 아지트이다. 필자는 결혼 후 시댁에서 살다가 아이가 4세 되던 해 분가했다. 서울 장충동 시댁이 저택 같은 큰 집이었지만 독립해서 남편과 아들과 셋이서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서울 변두리 방 2개짜리 작은 아파트에 망설임 없이 너무나 행복한 마음으로 이사했었다. 시어른 참견 없이 필자가 주체가 되어 가정을 꾸린다는 것에 매우 설레고 기대감에 찼으며 비로소 자기 살림을 하는 어른이 된 것 같아 대견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실은 친정 가까이 오느라 이 아파트를 선택했
칡은 시골 아이들의 주전부리였습니다. 동네 친구들 하고 삽과 괭이를 들고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칡넝쿨 중 크고 실한 놈을 골라 괭이로 그 주위를 파들어 갑니다. 옆에서 친구들이 칡넝쿨을 잡아 당겨주면 파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낮은 산이어서 큰 칡은 없고 아이들 팔뚝 굵기 정도입니다. 톱으로 5~10cm정도씩 잘라서 입으로 겉껍질을 찢어서 뱉어 버리고 속에 하얀 칡 속살을 씹으면 약간 쓴맛과 단맛의 칡 물이 나옵니다. 껌 씹듯이 한참을 씹어 단물이 다 빠지면 버리고 또 뜯어서 씹고 뱉고를 연이어 합니다. 칡의 물은 시간이 지나면 까
어제도 택배를 받았고 오늘도 배송되어 올 택배를 기다리는 중이다. 전에는 물건은 시장이나 백화점에 가서 사는 것으로 알고 살았는데 이제는 편리하게 쇼핑할 방법이 매우 다양해졌다.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앉은 자리에서 클릭만으로 구매하고 넘쳐나는 TV 홈쇼핑을 보면서는 호스트의 화려한 말솜씨에 홀려 물건을 사기도 한다. 직장인으로 바빠서 시장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뿐 아니라 여러 물건을 비교해 보고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을 언젠가부터는 누구라도 즐기게 되었다. 필자도 인터넷에 단골로 사용하는 쇼핑몰이 대여섯 군데나
뮤지컬 애호가가 아니라도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제목은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된 후 5,000회 이상의 장기 공연, 토니상 9개 부문 수상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기념비적 뮤지컬로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고 우리나라도 1996년 초연 이래 2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에 국내 초연 20주년을 기념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로열석의 티켓이 생겨서 친구와 보러 가기로 했다. 먼저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생각하면 현란하고 숨 가쁘게 펼쳐
책을 3~4백 권을 지하실 네 벽 가득하게 정리해서 간직했었다. 네 식구가 서로 필요해서 읽거나 사들였던 책들일 것이었다. 어느 해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오면서 압구정 우리 집 지하실에 물이 차면서 1층도... 수해를 입은 것이다. 물이 빠지면서 이리저리 엉망으로 물 먹은 책 표지들이 부풀어 올라온 것, 다 찢겨져 나간 것들에 넋을 잃고 물에 젖은 책들과 세간 사리들을 보면서 침통했었고 나는 책을 절대로 모아놓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고이고이 간직해왔던 손때 묻은 책들을 보면서 아까워서 숨이 멎을 듯 했다. 젊음이 고인 감성
이 방과 처음 만나 건 7년 전이 2010년. 누구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어머니가 혼자 있는 집에 다녀가는 기분보다는 적적함을 나누며 살아가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에, 여러 번 이 얘기 저 얘기 나눈 뒤에 쉽지는 않겠지만 이해해가며 살아보자는 의견일치를 보게 봤다. 어느 누구도 주위에서 잘 하는 일이라고 칭찬이나 격려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옛날 어렸을 때처럼 모녀 간이니 적당히 그렇게 지내면 되겠지 하며 일용품과 옷가지들이 섞인 이삿짐이 오던 날 축하(?)주로 짠! 까지 해가며 가지가지 옛날을 회상하는 얘기들을 펼쳐가며 슬픔+
나만의 아지트로 가는 길은 누구도 눈치채기 어렵다. 아니 길이 없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북한산 좁은 등산로를 오르다가 오 부 능선 어느 지점에서 등산로를 살짝 빠져서 큰 나무 사이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약간 경사가 있는 비탈길을 내려간다. 그 비탈길은 나무가 빽빽해서 주변 지형과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조심조심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마술처럼 눈앞에 넓고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고 그 바위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인다. 북한산 인수봉의 거대한 자태가 하늘에 닿아 있고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수많은 능선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공자가 강조한 중용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우리는 생활 중 중용의 중요성에 대하여 수없이 듣고 배어왔다. 중용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중용을 흔히 쉽게 A+B/2=C정도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용은 수학적 평균의미를 넘어 심오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즉 집합 A와 집합 B의 교집합 C와 같은 것이다. A도 B도 아니면서 A와 B를 함께 수용하는 A+B+C의 의미가 있다. 아니 A도 되고 B도 되면서 그 둘만이 아닌 제 3의 세계가 중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과 악의 중용은 선과 악을 다 수용하여 나아가는
한 농부가 있었다. 그가 수확한 옥수수는 품질이 뛰어난 농산물 박람회에서 늘 1등을 차지했다. 이웃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 했다. 그런데 그는 이웃 농부들에게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씨앗을 나눠 주었다. 그것도 공짜로, 놀란 이웃들이 그 이유를 물었다. 다 나 잘되자고 하는 일이지요. 바람이 불면 꽃가루가 날리지 않습니까? 만약 이웃 들판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옥수수를 기른 다면 그 옥수수의 꽃가루가 날아와 내 밭에 자라는 옥수수의 품질까지 떨어뜨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이웃들도
2011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 ‘안정 나씨’ 종중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미라 4기가 발견돼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안정 나씨’ 묘에서 출토된 미라 4기는 나신걸(1461~1524)과 부인 신창 맹씨(15세기 말~16세기 초), 그리고 나부와 부인, 용인 이씨가 각각 합장된 부부의 미라다. 이때, 무덤 안에 있던 조선시대 복식 150여점과 다양한 부장품이 함께 출토되었는데, 16세기 초의 의생활을 알 수 있어서 복식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가치가 크다. 그런데, 당시 출토된 것 중에 아주 중요한 유물이 또 있다. 바
꼭 필요하지만 혐오시설이나 인식이 좋지 않은 단체가 우리 이웃에 생기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지역 이기주의로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시설이나 쓰레기 소각장, 하수 처리장, 핵 폐기물처리장, 화장장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있어야 하지만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 (not in my backyard)' 를 뜻하는 님비현상을 다들 아실 것이다. 언젠가 필자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학교가 자기 동네에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뉴스를 들으며 분개한 적도 있다. 그러나 내 근처에 쓰레기소각이라거나 핵폐기물 같은 시설이 들어 올
참으로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무더위에 힘들었는데 정말 딱 하루 사이에 날씨가 변했다. 잠자리에서 여느 때와 같이 얇은 잠옷에 얇은 홑이불을 덮으려던 필자는 선뜻한 기온에 그만 장롱을 열고 두툼한 이불을 꺼냈고 목까지 끌어 올렸다. 정말 기온 변화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데 놀랍기만 하다. 오늘은 일요일 압구정동 광림 아트홀에서 마술공연을 보는 날이다. 날씨에 대비해 준비했던 외출복에 카디건 하나를 더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버스 안에서 내다본 하늘이 너무나 깨끗하고 파래서 참 예쁘다고 감탄하며 바라보는 사이
오늘은 모처럼 장롱 속을 뒤집어 정리하기로 했다. 잘 입지 않는 옷이 가득한 옷장은 한숨부터 나온다. 연례행사로 안 입는 옷을 추려내어 재활용 옷 수거함에 넣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 입지 않지만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옷이 한 가득하다. 한복 넣어 둔 서랍을 열어보니 곱게 싼 보자기에 보관한 우리 아들 아기 때 입혔던 옷이 나왔다. 면으로 된 흰색 쌍방울표 러닝과 팬티가 어찌나 조그맣고 인형 옷처럼 예쁜지 미소부터 지어진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아들 아기 때 입혔던 배냇저고리랑 앙증맞게 작은 첫 신발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워낙
[스포츠 중계방송 중 필자가 즐겨보는 것이 마라톤이다. 남들은 2시간이나 왼발 오른발 바꾸어가며 내딛는 너무나 단순한 활동사진을 두 시간씩이나 보고 있다고 도저히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마라톤은 메치기도 없고 숨 막히는 기교도 없다.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마라톤 평야 42.195km를 달려온 병사는 ‘이겼다’는 말을 하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할 정도로 힘든 운동이다. 마라톤 선수들도 100m를 18초에 주파하는 속력으로도 2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는 먼 거리다. 필자는 마라톤 시합에 100번이나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