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냄비에 넣고 감자, 양파, 당근 등을 양념장과 버무려 자박하게 끓여 먹는 닭볶음탕. 졸이면 졸일수록 맛있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잘 발라낸 닭고기를 국물에 촉촉하게 적신 다음 입으로 가져가면 밥 한 공기는 거뜬하다. 종로 골목에서 닭볶음탕으로 5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계림’을 소개한다.
종로3가역에서 10여 분 걸으면 세운상가 옆으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이 나온다. 오래된 밥집과 여관들을 지나다 보면 ‘계림 닭도리탕 원조’라고 써진 간판을 찾을 수 있다. 동대문에 닭칼국수 골목이 있다면 이곳은 1980년대까지 닭볶음탕 골목으로 불렸다.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둘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계림’은 차별화된 조리법으로 살아남았다. 50여 년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계림. 지금도 저녁에는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할 만큼 그 인기가 대단하다.
닭고기, ‘마늘 폭탄’에 빠지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나오는 닭볶음탕(2만2000원, 2인 기준)은 이곳의 유일한 메뉴다. 닭발과 닭 냄새를 잡아주는 엄나무, 각종 채소를 넣고 4시간 정도 육수를 우려낸다. 여기에 양념을 풀고 닭을 넣어 주문 전에 미리 한 번 끓여낸다. 손님상에 올리기 바로 전 마지막으로 감자, 파, 밀떡, 마늘을 넣는다. 이때 소복하게 올라간 간 마늘이 계림만의 맛을 내어주는 인기비결이다. 덕분에(?) ‘마늘 폭탄 닭볶음탕’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닭볶음탕 맛을 좌우하는 마늘에 특별히 신경 쓴다. 전남 해남에서 생산된 마늘만 사용하는데 미리 갈아둘 경우 노린내가 나기 때문에 당일 필요한 양만큼만 갈아 둔다. 하루에 사용하는 양만 해도 10kg이 넘는다. 보기만 해도 알싸함이 느껴지지만, 뜨거운 육수와 어우러지면서 국물을 시원하고 담백하게 해준다. 마늘 향이 주변으로 퍼질 때쯤 잘 익은 밀떡이 국물 위로 떠오른다. 주인장은 “10분 정도 끓이면 떡이 익어서 올라온다. 떡을 먼저 먹으면서 술도 한잔하고 얘기도 나누다 보면 국물이 졸아 닭볶음탕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닭고기에 양념이 잘 스며들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밀떡을 먹으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주인장의 귀띔이다.
마무리는 볶음밥 또는 칼국수
닭볶음탕만으로는 아쉽다면 건더기를 다 먹고 난 국물과 어울리는 볶음밥 또는 칼국수를 시켜 먹자. 그야말로 완벽한 마무리다.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나는 볶음밥엔 김 가루와 콩나물이 잔뜩 들어간다. 불에 살짝 태워 양은냄비에 들러붙은 밥알을 긁어먹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다. 단 손님이 많은 저녁 시간엔 볶음밥 주문이 불가능하다. 그 대신 칼국수를 넣어 먹을 수 있으니 아쉬워 말자. 쫄깃한 면발과 잘 졸여진 국물의 조화는 볶음밥 부럽지 않은 맛이니 말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4길 39
예약 및 문의 02-2263-6658
운영시간 11:30~21:50,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