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무부(尹茂夫·75) 경희대 명예교수는 1990년대 TV 톱스타였다. 에 나와 조근조근 새 이야기를 해주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연예인도 아니고 스포츠 스타도 아닌데 지금도 ‘새 박사님’하면 떠오르니 대단한 인기인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 그에게 최고의 팬은 아마 아들 윤종민(尹鍾旻·42) 박사가 아닐까? 다른 공부를 해도 됐을 텐데 아버지를 따라 굳이 ‘새 박사’가 됐다. 대를 이은 새 사랑 이야기,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들어봤다. 화창한 일요일 경희대 근처 윤무부 교수의 집을 찾았다. 대문으로
남편을 잃은 지 7년째 되는 해였다. 두 딸과 아들 하나만 바라보며 살고 있던 그때 집 안에서 그녀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그림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빈정거림을 참아가며 모았던 그 그림들. 그리고 자녀들이 모두 출가한 뒤 다시 찾아온 인생의 위기에서 그림은 또다시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판교에서 만난 하효순(河孝順·66)씨의 이야기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그녀 나이 41세였다. 하늘같이 믿
1982년 출범한 국내 프로 야구 KBO 리그 35번째 시즌이 지난 4월 1일 시작했다. MBC 청룡과 삼미 슈퍼스타즈 같은,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구단을 비롯해 6개 팀으로 닻을 올린 KBO 리그는 올 시즌 10개 구단으로 두 번째 페넌트레이스를 펼친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고척스카이돔이 새롭게 문을 열면서 올해 프로 야구 관중은 800만 명을 바라본다. KBO 리그는 머지않은 장래에 1000만 관중 시대가 열릴 수도 있는 가파른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다. 1군 진입 4년째인 NC 다이노스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수요집회(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기 시위)는 2011년 12월 14일 1000회를 맞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여전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일제강점기 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를 펴낸 권비영(權丕映·61) 작가는 “위안부 문제는 냄비 물 끓듯 일시적으로 분개할 일이 아닌, 가마솥에 불을 때듯 서서히 고아가며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권 작가는 우리 문학이 그
지난 4월 초 열린 ‘2016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에어비앤비’ 샘플룸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에어비앤비는 집 안의 남은 공간을 내어주는 숙박 공유 서비스로 최근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향금(金香琴·55)씨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집주인)를 대표해 부스를 찾아온 방문객을 맞이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정보를 나누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에어비앤비 홍보 영상 속에 나오는 집이 우리 집이에요. 부스 앞의 사진은 저고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데도 참여하고 재밌어요
마침내 소줏고리의 주둥이 끝에 작은 이슬이 맺힌다. 마치 옥구슬 같은 이슬이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정재식(鄭宰植·53) 예도(藝道) 대표의 표정이 사뭇 심각해진다. 그러기를 잠시, 이슬이 모여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부드럽고 무거운 향이 주위를 감싼다. 향기의 끝에서 달콤함이 느껴지자 안심했다는 듯 어머니 유민자(柳敏子·73) 명인이 허리를 펴고 일어난다. 유씨(柳氏)가문의 가양주 옥로주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
서울 종로구 원서동, 창경궁 돌담길을 지나 걷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고아한 한옥들과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옹기종기 장독들이 따스한 햇볕을 머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궁중음식연구원’이다. 1971년 궁중음식의 대가이자 인간문화재인 황혜성(黃慧性·1920~2006) 선생이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전수하기 위해 마련한 곳으로, 현재는 맏딸인 한복려(韓福麗·69) 궁중음식연구원장과 둘째 딸인 한복선(韓福善·67) 한복선식문화연구원장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그들에게 궁중음식이란 어머니의 삶이자, 한국 식
경력 35년 이상의 신인 밴드가 데뷔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지만 어찌 됐든 사실이다. 이 경력 넘치는 밴드는 컨트리음악의 한 장르인 블루그래스(Bluegrass) 음악 밴드인 ‘실버그래스’. 나 와 같은 이름난 경연은 아니지만, 당당히 오디션을 통해 경쟁을 물리치고 정식 데뷔를 할 기회를 잡았다. 이 실버그래스의 다섯 멤버인 김구(金口·60), 김원섭(金元燮·60), 이웅일(李雄逸·60), 임영란(林永蘭·55), 장광천(張光天·56) 시니어 뮤지션을 만나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
가정의 달이 되면 기억에 떠오르는 한 평범한 가정이 있다. 박 선생은 50전 후의 여자였다. 서울 강남에서 다과와 음료수를 겸한 알뜰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떤 날 전혀 모르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미국에 사는 초등학교 친구가 꼭 전해 달라는 편지 부탁을 받고 서울에 왔는데 만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편지는 부산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가까이 지냈던 친구의 두툼하게 밀봉한 흰 봉투였다. 전해 준 남자는 심부름만 했으면 되니까 곧 떠나야겠다면서 자리를 떴다. 박 선생은 집에 돌아와 옛날 친구의 어떤 사연인가 궁금해
여전히 청춘의 시간을 통과하는 이화여고 정동길을 안혜초(安惠初·75세) 시인과 걸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 나이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젊음을 보여줬다. 민족지도자인 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의 손녀이기도 한 그녀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1967년 의 추천으로 등단했으니 작가로서의 경력도 내년이면 50주년이 되는 원로시인이다. 그러나 그러한 나이와 경력에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꾸준한 시 활동과 더불어 소설, 콩트, 동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안 시인의 젊음의 힘은 어디에서
주 무대는 압구정이다. 마피아가 주로 애용한다는 보르살리노 모자와 젊은 층이 열광하는 디젤 청바지를 즐겨 입는, 멋을 제대로 아는 사람. 패션 감각이 조금이라도 빠진다 말하면 서러워할 이 남자의 직업은 ‘서예가’다. ‘서예가’라고 해서 갓 쓰고 도포 자락 휘날리며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나? 완벽한 오산이다. 현재라는 프리즘으로 시공간 너머와 호흡하는 서예가 하석 박원규(何石 朴元圭·69)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만났다. 서예가 하석 박원규(이하 하석)는 만나기 전 겁부터 났다. 먹 묻힌 붓 들어본 지 어언 20년은 됐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1994년 1월, 현대건설 이사였던 최동수(崔東秀·77)씨가 사직서를 내밀자 고(故) 박재면 회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이나 롯데에 가려고 그만두는 거냐?”는 물음에 “기타를 만들겠다”고 대답하자 더욱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1위 업체였고, 잘 나가는 건축담당 이사였던 최씨의 갑작스러운 은퇴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씨의 선택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것이 아니다. 기타를 만들고자 한 것은 학창시절부터 고이 간직
조동성 안중근의사기념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무려 35년 반을 재직한 대한민국 경영학계의 대표 학자다. 디자인 경영 개념을 제시하여 경영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던 그는 2011년 남산에 위치한 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교수로서의 성공적인 생활에 이어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있는 조동성(趙東成·67) 관장의 목소리를 통해 ‘인생 본고사에’ 도전하는 의미를 짚어봤다. 조동성 안중근의사기념관장은 인터뷰 내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입가에 가시지 않는 웃음기가 그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몇 년 전 서울대학교에
믿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글쓴이는 초등학교 시절, 두 가지 결심을 했다. 하나는 스포츠 기자가 되는 것, 다른 하나는 특정 대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10살을 갓 넘긴 어린아이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물론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1960년대 중반, 시골 중에 서도 시골인 강원도 신철원군 갈말면 지포리에 있는 신철원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는 라디오 중계로 1964년 도쿄 올림픽 복싱 경기 정신조와 사쿠라이(뒷날 스포츠 기자가 된 뒤 당시 자료를 살펴보고 사쿠라이 다카오라는 ‘풀 네임’을 확인했다)의 밴텀급 결승전, 그리고 1964
책(book)과 사람(人)의 이야기를 담아온 ‘명사와 함께하는 북人북’. 이번 호에는 그 의미를 살려 책을 통해 맺어진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박상진(朴相珍·76)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다. 지난해 3월호에서 박 회장은 박 교수가 쓴 를 추천했다. 박 회장은 그전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 박 교수의 책을 호평했고, 이를 고맙게 생각한 박 교수가 그를 찾아가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두 사람을 이어준 매개체는 책과 나무다. 이번 호에서 박 교수는 을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