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 재파탈 세 주인공의 유쾌한 우정, 연극 <우리의 여자들> 이대웅 연출가

기사입력 2017-01-05 14:31 기사수정 2017-01-05 14:31

35년 지기 죽마고우 폴, 시몽, 막스에게 벌어진 유쾌한 하룻밤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개성파 중년 배우들과 함께 관객의 웃음을 책임질 이대웅 연출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 <우리의 여자들> 이대웅 연출가(수현재컴퍼니 제공)
▲연극 <우리의 여자들> 이대웅 연출가(수현재컴퍼니 제공)

연출을 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수현재(제작사)에서 레퍼토리 연극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읽어보라며 대본을 보내왔다. 대본을 보자마자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완벽한 대본이었다. 상황이나 사건, 인물, 대사, 테마 등은 물론 재미와 감동까지 균형 있게 갖춘 대본을 만난 것 자체가 계기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출가가 그려내는 공간이나 무대에 공들이기보다는 배우들이 번역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른바 ‘아재’로 불리는 중년 배우들과의 호흡

워낙에 연기 베테랑들이라 그분들이 하는 연기나 톤을 잘 흡수해서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대본에 접근하는 방법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들이 조금씩은 달랐기에 동기부여나 연습속도도 다르게 설정하고 시작했다.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는 걸 후반부로 갈수록 깨달았다. 연습 초반에 안내상 선배님이 대사를 다 외워오셨다. 다른 배우들이 생태계 파괴라면서 멘붕(멘탈 붕괴)이 왔었다. 그러고 나서 우현 선배가 대사를 다 외워오셨다. 상대역을 하시는 김광식 선배가 대사 암기에 대한 강박이 생길 정도로 대단했고, 나 또한 이렇게 대사를 외워오는 배우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재 배우들이 이런 스페셜한 태도를 갖추셨다니! 후일담이지만 안내상 선배님은 대사를 너무 빨리 외우셔서 나중에 다른 선배들이 대본을 놓는 시점에는 대사를 까먹는 바람에 다시 대본을 보셔야 했다. 아재파탈 매력이 넘치는 배우들이시다.


중·장년 관객이 볼 때 가장 공감할 장면

대본을 보면서 좋았던 것과 장면을 보면서 좋았던 것이 일치한 장면이 있다. 폴이 막스에게 길고 긴 대사로 35년간 쌓인 걸 토해낸 뒤 분위기가 엄청 삭막해진다. 짧지만 긴 고요 속에서 막스가 한마디 한다. “커피 마실래?” 그러면 폴이 말한다. “좋지.” 그러고는 “설탕은?” 하면 “각설탕 있는데” 한다. 연극적으로 엄청난 양의 대사가 쏟아진 다음에 오는 일상적 대화가 너무 좋다. 아재들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호흡들이랄까?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중·장년층이 보면 동시대적 감각을 나눌 수 있고, 친구끼리 봐도 좋다! 또 여자는 남자의 세계를 엿봐서 좋고, 남자는 그들만의 우정의 세계에 한껏 공감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공연을 보고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전화해 소주 한잔 하자고 하면 대성공이라 생각한다.


▲연극 <우리의 여자들> 포스터(수현재컴퍼니 제공)
▲연극 <우리의 여자들> 포스터(수현재컴퍼니 제공)


△ 이대웅 연출가

극단 여행자 연출가, 프로젝트 만물상 멤버. 대표작 연극 <보물섬>·<더 정글 북>·<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쇼몽>,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원이 엄마> 외 다수.


△ 연극 <우리의 여자들>

일정 2월 12일까지

장소 수현재씨어터

연출 이대웅

출연 안내상, 우현, 서현철, 이원종, 유연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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