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주고받는 ‘단톡’방에 아들애가 보낸 사진과 글이 떴다. 생후 한 달쯤이나 지났을까 싶은 새끼고양이 두 마리다. “공사판에서 주움” 톡을 확인한 필자와 남편, 딸애가 각자의 공간에서 이모티콘이나 글을 올렸다. ‘에미가 찾을 텐데 새끼가 있던 자리에 다시 놔줘라, 까페에 올려서 입양할 곳을 알아봐라, 지금 뭘 먹고 있나, 귀는 깨끗한가, 화장실 준비는?...’ 아들애는 새끼고양이를 주워 온 즉시 밥(사료)과 모래를 준비했단다. 두 마리가 함께 있으니 집을 비워도 부담이 덜 하고 서로 별 탈 없이 잘 지낸다고 했다. 내가 고양이
심청이는 효심만 깊은 게 아니라 음식 솜씨도 좋았나 보다. 특히 심청이가 만든 김부각은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해 양반집이나 이웃 절에 불려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인당수에 제물로 바쳐졌다가 환생한 심청이는 왕비가 된 후 아버지를 만나려 맹인들을 잔치에 불러모았다. 오매불망 그리던 아버지를 위해 김부각을 정성껏 만들어 잔칫상에 올려놓았다. 심 봉사가 김부각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심청이는 아버지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심 봉사가 즐겨 먹던 부각은 옛날에는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궁중이나 사대부 집에
봄비에 적신 웃음이 꽃잎처럼 퍼지는 것 같았다. 2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 지난 5월 12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정동에 소재한 이화여자고등학교 유관순기념관이 그러했다. 그 안에는 기쁨, 반가움, 감격과 같은 밝은 감정들이 발랄하게 소용돌이쳤다. 1988년에 이화여고를 졸업한 88졸업생들은 준비된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마치 어제도 본 듯한 환한 표정으로 반갑게 악수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마다 30년 전 여고생으로 돌아갔다. 어언 3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이들은 추억을 더듬으며 각자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
어딜 가도 꽃잔치가 한창이다. 희거나 붉거나 노란 꽃송이들 우르르 일으켜 세우는 봄의 힘. 그걸 청춘이라 부른다. 자연의 청춘은 연거푸 돌아온다. 인간의 청춘은 한 번 가면 끝이다. 조물주의 디자인이 애초에 그렇다. 청춘은 전생처럼 이미 아득하게 저물었다. 바야흐로 생애의 가을에 접어든 사람에겐 말이다. 그러나 인생의 가을을 절정으로 가늠하는 사람에겐 여전한 봄. 싱싱한 태도와 관점이 청춘의 사촌인 회춘(回春)을 데려다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인생이란 흥미진진한 극장! 신을 발견했다. 새파랗던 청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어느
5월 5일 저녁 7시 삼성역 코엑스 D홀에서 2018 제13회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이 열렸다. 각종 미디어 업체의 촬영 팀들과 패션 업체의 관계자들, 일반 관객들로 인해 행사장은 열기로 넘쳤다. '문명의 꽃' 최첨단 디지털 세상에서는 무대를 꾸미는데 엄청난 에너지와 재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컴퓨터만 있으면 해결되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한 배경화면이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커다란 건물 어디에 내가 찾는 장소가 있을까? 코엑스 갈 때마다 헤맨다. 그러기에 코엑스에서 행사가 있을 때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나가야만 한다. D홀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1위를 차지한 ’재능기부‘. 아직 망설이고 있다면, 사례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실천의 한 걸음을 내디뎌보자. ◇ 가죽공예 재능기부 전도사 윤난희 씨 결혼 후 30대부터 문화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가죽공예 강의를 해온 윤난희(63) 씨. 지난해부터 오산시 5070청춘드림팀 재능기부단에 참여하며 나눔의 즐거움에 흠뻑 취해 있다. 이전에는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죽공예를 가르쳤는데, 최근에는 어르신들을 위해 재능을 나누는 그녀다. “어르신들께 가죽공예는 생소한
단골로 가는 치킨 전문점이 있다. 전통시장인 대전 중앙시장 안에 있는 집이다.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에 고작 7000원이다. 가격이 이처럼 착해서인지 언제 가도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그제도 이 집에 들러 전기구이 통닭과 소주 한 병을 시켜 먹었다. 셈을 치르려 보니 메뉴판 위에 ‘외상사절’이란 글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맞아! 외상을 주기 시작하면 버릇이 되고 결국엔 단골손님마저 아예 단절되지…’라는 생각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래전 시장 어귀에서 순대 전문 식당을 했다. 먹는장사이다 보니 가끔 외상을 청하는 손님도 있었다. 박절
세상은 늘 변한다.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변화는 꾸준히 이어진다. 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안간힘을 쓴다. 근래엔 어느 시대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름을 느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제와 오늘이 급변함을 피부로 느낀다. 다가올 미래엔 더 심해지지 싶다. ‘리쇼어링(reshoring)’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리쇼어링은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뜻한다. 즉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대표적 사례로 독일의 스포츠 브랜드
전복죽 오독오독한 식감과 동시에 입안에서 퍼지는 바다 향. 전복만으로도 충분한 음식이 되지만 흰쌀과 함께라면 한 끼 식사로도 좋은 전복죽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전복 내장을 넣어 끓인 전복죽은 전복의 향을 진하게 품고 있는 데다 영양도 풍부하다. 전복을 고를 땐 손으로 만졌을 때 물렁물렁하지 않고 단단한 것이 좋다. 재료 전복 3~4마리(500g), 쌀 200g, 참기름 2T(1T: 20㎖, 큰 숟가락 1스푼 정도 분량), 다시마 물 5C~7C(1C: 200㎖, 종이컵 1컵 정도 분량) 만드는 법 1 쌀은 씻은 뒤 30분간 불린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보랏빛, 흰색, 노란색, 분홍색 저마다 뽐내고 있다. 겨우내 금방 말라 죽을 것만 같던 나무도 어느새 연두색 잎사귀로 뒤덮여 몸체가 안 보일 지경이다. 점점 짧아져 쥐꼬리만 한 봄이지만, 그래도 역시 봄은 좋은 계절이다. 이런 천지가 그 유혹에 안달 난 우리를 자꾸 밖으로 끌어낸다. 그 기운에 기대어 겨우내 몸 사리느라 못 만난 친구를 만났다.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 끝에 친구가 말했다. “지난 주말 우리 며느리가 친구들이랑 시내 호텔에서 하룻밤 논다고 우리 아들한테 손주를 맡기고 나갔단다. 그래서 아
출근해서 근무를 하는데 아내가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우리 사위가 대리로 승진했대요!” 반가움이 와락 훈풍으로 몰려왔다. 그래서 가족 카톡방을 통해 축하 글을 올렸다. “와~ 우리 사위 축하해! 역시 명불허전이야!” 필자의 칭찬에 딸도 냉큼 피드백 개념의 답신을 올렸다. “아빠, 고맙습니다! 사위한테도 전해줄게요.” 아들도 반가움의 글을 올렸다. 가족 카톡방은 작년에 아들이 만들었다. 여기엔 우리 부부와 아들, 딸이 참여하는데 앞으론 사위와 며느리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사위의 대리 승진 이전인 지난 3월엔 아들이 과장으로 승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예고했다.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를 더 올리거나 국민 세금을 돌려서 막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경영합리화, 원가절감, 제도개선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시행 후 수십 년 동안 관행으로 발급하는 종이 건강보험증이 그렇다. 전자시대가 되면서 종이 문서가 소용없는 세상이 되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2조 제1항에 건강보험증을 발급하도록 하였다. 신분확인을 위해서다. 하지만 제3항에서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명서로 대체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증은 병원·약국 요양기관 어디에
76세에 새로 취업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최근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시니어 대상의 취업 지원 기업 중 한 곳인 주식회사 시니어잡은 지난 2월 76세의 고령자를 취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6세의 젊은 사장이 설립한 이 회사는 5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취업 지원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60% 이상 상승할 정도로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일본 시니어 구직시장의 발전은 단순히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평생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의 비결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 버킷리스트.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과 사례자의 조언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1위를 차지한 ’재능기부‘에 대해 알아봤다. 도움말 한국재능기부협회 최세규 이사장, 오산시 노인장애과 라애신 주무관 재능기부,
2018년 4월, 아들의 결혼식을 잘 마쳤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 내외는 각종의 선물을 꺼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다. 자녀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나왔다.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친 것 역시 부모님의 은공이다. 따라서 자녀는 반드시 효도를 기본으로 견지해야 마땅하다. 아무튼, 결혼식을 잘 치름에 따라 그 연장 선상의 당연한 보답 행보에 들어섰다. 그건 하객으로 참여해 주신 분은 물론이거니와 부득이 불참하셨지만, 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