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까까머리를 강요당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이른바 ‘탈개인화 시대’였다. 성장이 필요했던 시절 국부 통치 하를 살던 사람들은 가시적 통제를 받아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탈개인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군중 혹은 집단 속에서 때때로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지 못하는데 이 현상이 탈개인화다. 멋 부릴 수 없던 앞머리 1cm 수렁 고등학교 때는 ‘스포츠머리’라고 하여 앞머리 1cm가량 기르는 것이 허용됐다. 교문에 들어설 때마다 규율부가 하는 일이 머리 단속. 고학년이 되면 규율부와 친해져서 허용치를 약간 웃돌기도 했으나
대체로 사람들은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성주, 이하 ‘공단’)을 국민연금만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다. 60이 되고부터 연금을 받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국민연금은 가입자 수가 215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연금수급자 431만 명, 기금도 601조 원에 이르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종합복지서비스 기관이다. 국민연금의 궁극적 목표는 ‘노후의 행복한 삶’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다. 노후준비 서비스는 어쩌면 공단의 당연한 업무. 공단은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연금을 중심으로 신중
지인들과 당구를 치고 나면 배도 출출하고 해서 뒤풀이를 한다. 워낙 오래 한 동네에서 만나다 보니 웬만한 음식점은 거의 다 섭렵했다. 매번 음식점이나 메뉴가 겹치기 마련이다. 새로 생긴 집이나 안 가본 음식점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로 갈까?” 물으면 좀 생각하는 듯하더니 결국 “아무 데나 가자”가 나온다. 그렇게 아무 데로 들어가고 나면 메뉴 선택으로 결정 장애를 겪는다. “뭘 시킬까?” 하고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답한다. 술도 소주, 맥주, 막걸리 중에 고르라고 하면 역시 ‘아무거나’. 소주는 잘 팔리는 브랜드가 두 가지라서
“안 된단 말이야. 데구루루… 너무 아팠어요.” “어디 보자. 우리 채소들이 얼마나 잘 자랐나. 허허, 녀석들 예쁘구나!” 목을 쭉 빼고, 깍지 낀 손가락 위에 턱을 괴고, 고개를 갸우뚱. 점점 빠져든다. 입가에 웃음이 배는 건 어쩔 수 없다. 입담에 알록달록 교구와 손 유희가 어우러지니 잠시 잊고 있었던 동심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세대와 세대를 잇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그램. 지금은 시니어의 자부심뿐만 아니라 어린이 교육에 한 걸음 다가가는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는 중이다. 할머니 무릎에 앉아 동화를 들어요 5년째 이어오고
서울시 교육청에서 중고교생 두발 자유화를 선언했다. 머리 길이 뿐 아니라 염색과 파마도 허용한다.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단정한 학생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통 멋 부린 울긋불긋 패션을 보게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나는 약간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인지 학생은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좀 켕기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우리 학창시절엔 귀밑머리 3cm 단발머리를 지켜야만 했다. 그걸 좀 길어 보이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애교머리도 살짝 내렸다. 그땐 그렇게 머리를 기르고 싶었으면서 지금 아이들이
최근 개봉된 영화 중 한국 전쟁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일라’라는 작품이 있다. 터키 병사와 전쟁고아와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다. 전쟁고아였던 김은자는 달을 닮은 얼굴 덕에 터키어로 ‘아일라(Ayla)’ 즉, ‘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달덩이 같은 얼굴을 더 달스럽게(?) 보이게 한 데에는 머리 모양이 한몫했다. 바로 상고머리였다. ‘상고머리’가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인지 잘 모르지만 앞머리는 눈썹 위로 가지런히 자르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귀밑까지 치올려 깎은 모양이다. 1960년대 대부분 여자아이들 머리 모양이 그러했다. 요
카메라를 손에 든 사진작가의 눈매는 날카로워진다. 새로운 피사체를 찾아 집중하기 때문이다. 시선은 쉴 사이 없이 분주해진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를 닮아가는지 모른다. 어느 순간 보기 쉽지 않은 사진 소재를 발견했거나 사건을 만났을 때는 가슴이 뛴다. 순간 포착에 숨이 멎는다. 발견의 기쁨이 커진다. 가을이 익어가는 산길 산딸기 잎에 짝짓기하는 사마귀 한 쌍을 발견하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마귀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 하는 단순한 모습으로 보았다. 촬영된 사진을 LCD 화면으로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암컷 등에 앉은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물건이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는 잘 몰라도 그 물건은 장롱 서랍에 보관되어 있었다. 나는 가끔 그 물건을 꺼내 만져보고 소꿉놀이를 하며 가지고 놀기도 했다. 그 후 수십 년이 흘렀다. 살던 집에서 이사했고 오래된 장롱과 함께 그 물건은 기억 속에서 잊혀 버렸다. 간혹 아버지는 살아 계실 때 어쩌다 전쟁 이야기를 하셨다.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군 복무를 하셨는데 ‘한 달 동안 밤에도 전투화를 벗지 못하고 지내기도 하셨다’고도 했다. 전쟁에 투입되어 산으로 올라가면 옆에는 총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의 반대편에 위치한 칠레는 세계적인 구리 생산국이다. 2010년 8월 5일, 구리를 생산하는 산호세 광산 지하 700m에서 광부 33인이 매몰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세계의 이목이 광산에 집중했다. 칠레 정부는 광부들을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들이 구조될 것을 믿는 이는 적었다. 구조 과정 중 크고 작은 장애물이 발견됐고, 공간이 좁아 어려움이 많다는 보도가 나왔다. 장애물로 다른 통로를 만들어야 하니 구조가 일주일 지연된다고도 했다. 하루만 늦어져도 매몰자의 생존 확률이 적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외모나 의상, 소지품, 그리고 관심사 등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경우를 외국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데에 신경을 쓰고 살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나는 수염을 길렀었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길러보고 싶었지만, 직장인이라 이목 때문에 꿈을 접어두고 있다가 퇴직하는 날 많은 사람 앞에서 선언하고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만족스러웠고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꽤 좋은 편이었다. 자
원 투 차차차 쓰리 포 차차차.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익숙한 박자. 혹시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흔들고 있다면 당신은 잠재적 댄서? 문화에서 이제는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은 댄스스포츠를 김종범(63), 박혜경(67) 동년기자가 배워봤다. 촬영 협조 뷰티풀댄스아카데미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127-8 4층)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은 댄스스포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댄스스포츠는 15~16세기에 사교를 위한 목적으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18~19세기에 오락 요소를 더한 볼룸댄스(ballroom dance), 즉 사교댄스로
생홍합미역국 찬바람이 불 때 유난히 생각나는 홍합탕. 여기에 미역을 넣으면 색다른 미역국이 완성된다. 시원한 국물 맛은 물론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까지. 홍합에는 칼슘, 인, 철분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빈혈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며 노화 방지에도 좋다. 재료 홍합 500g, 불린 미역 2컵, 물 8컵,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 2큰술, 후추 약간,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홍합은 껍질에 붙은 수초 등을 제거해 깨끗이 씻은 후 옅은 소금물에 해감한다. 2 홍합에 물을 넣고 충분히 끓인다. 3 익혀낸 홍합은 건져 껍질에서 살을
운전 면허증 갱신 통보서가 집으로 배달됐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내 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10년 전 운전 면허증 갱신할 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쯤 차도 팔았고 나이가 들어가니 운전은 더 못할 것 같았다. 운전 면허증 갱신을 그냥 포기할까? 40년 전 어렵게 따낸 운전면허라 그대로 포기하기는 아까웠다. 그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파견을 앞두고 회사에서는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하라고 했다. 회사에서 총 30시간 운전 실습 쿠폰을 지급했다. 실습을 일곱 번쯤 한 뒤 시험 삼아 실기 시험을 시험 삼
50년 전쯤 편지를 주고받았던 짧은 인연에 기대어 그대에게 다시 편지를 씁니다. 그 사이 어떻게 지내셨나요?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 되어서 그대나 저나 서로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았지만 밤잠을 설치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편지를 이어가던 까까머리 시절의 기억은 아직 저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답니다. 그때의 청소년들은 참 답답한 오리무중의 한 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10대 중·후반을 지칭하던 ‘하이틴’이란 말은 붕붕 하늘을 향해 치솟던 꿈 많은 시절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온갖 금기와 규제를 짊어진 수행자의
언젠가 ‘한국 미술을 몇 마디로 집약하는 표현은 무엇일까’라는 화제(話題)가 떠오른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서슴지 않고 ‘검이불루 화이불치(檢而不陋 華而不侈)’를 꼽았다. 그의 근작 ‘안목(眼目)’의 첫 대목도 그렇게 시작한다. 얼마 전 필자는 일본 최고의 명품관임을 자랑하는 도쿄 와코(和光)백화점에서 일본 도예가 이노우에 만지(井上萬二)의 작품 전시를 우연히 관람한 적이 있다. 전시회에서 내건 화제가 ‘잡스러움이 없는 명품 도자기(名陶無雜)’라서 필자의 흥미를 더욱 자아냈다. 널찍한 공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