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내가 처음 뵈었을 때 하영(가명) 어르신의 연세는 팔십이었다. 100세 시대라는 요즘 세상에 팔십은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비로소 자신만의 꽃을 피울 나이 아닌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닥쳐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어눌한 말투,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수시로 넘어지는 파킨슨병의 고통은 인생의 가을을 너무 빨리 맞이하게 했다. 어르신의 몸은 예전만 못하지만 아직 인지능력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 자꾸 아련해져가는 기억을 붙들려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평생 원만한 성격에 모범생처럼 살
방구석 라이브 공연이 있는 서울시50+재단의 서부캠퍼스를 찾았다. 방구석 라이브는 서부캠퍼스의 야심찬 힐링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공연 영상을 찍고 편집해 서부캠퍼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50+세대의 공연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활동이 주춤한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부캠퍼스 1층 모두의 카페에 도착하니 1부 공연을 하게 될 '퍼커션 떼아모' 팀의 준비가 한창이다. 팀원 중 청일점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빨간색의 단체 티셔츠를 입었다. 50+세대는 분명한데 티셔츠 효과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은퇴한 남편들이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선 아내의 드라마를 잘 받아들이며 몸을 낮춰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아내의 법정 아내가 아침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은퇴한 남편의 언행에 대한 ‘아내의 법정’ 판결은 단호하다. “저 탤런트는 누구냐?”, “ 왜 저렇게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냐?” 등의 질문은 아내의 몰입을 저해하는 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그렇게 궁금하면 방송국에 직접 전화하지 그래!”라는 빈정거림을 유발하기 쉽다. 그래도 드라마에 관심을
신비롭게 반짝이는 커다란 눈, 한 올 한 올 물결치는 생생한 털, 만지고 싶게 만드는 보송보송한 발. 누굴까? 바로 고양이를 설명하는 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전체 26.4%에 해당하는 591만 가구이며, 보유인구는 1000만을 훌쩍 넘어섰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와 동물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문화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애완동물 등록제가 시행되고, 애완동물을 위한 금융상품이 나오고 테마파크가 조성되는 등 동물복지를 위한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이
6월은 호국충절의 달. 2020년 6월은 내게 특별한 달이 될 것 같다. 아버지를 호국원에 모실 수 있어서다. 아버지는 30년 전인 1990년 64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30년이 지나도록 우리 가족이 잊고 있었던 게 있다. 어린 시절 우리 형제들은 시골집 장롱 서랍을 뒤져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놀곤 했다. 그 물건들 중 알록달록한 끈에 매달린 둥근 마패 같은 게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이사를 하면서 그 시절의 장롱은 버려졌고, 그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딸 부부가 5월 연휴를 캠핑장에서 보내기로 했다며 편한 날 와서 하루이틀 쉬었다 가라고 했다. 직장인에게는 황금 같은 연휴여서 여느 때 같았으면 해외여행을 가느라 분주했겠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캠핑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야영장은 빽빽하게 자리 잡은 나무들 사이에 있어 울창한 산속 같았다. 딸 부부는 거기에 텐트를 치고 5일간 머물며 친정과 시댁 식구들을 초대했다. 친구들도 시간이 날 때 들락거렸다. 밥을 해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콕 생활에 답답했던 아이들이 텐트 사이를 뛰어다니는 모
중년에 취미활동이나 외국어 학습, 악기 연주, 유산소 운동 등을 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때마다 의사가 적당한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년이 되면 유산소 운동에 도전하고 취미활동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악기 연주나 외국어 학습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혼자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이 많다.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하게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다. 나이 들어 외국어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거냐고 물어본
얼마 전만 해도 결혼식장에는 결혼식을 주관하는 주례가 있었다. 보통 신랑이 평소 존경하는 은사나 직장 상사를 주례로 모셨다. 주례사는 외모도 좋아야 하지만 이혼 경력이 없고 아들이 있어야 했다. 이런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찾았다 해도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 주례 선생님을 찾아 승낙을 받는 일도 결혼 전에 해야 할 큰일이었다. 새롭게 한 가정을 이루는 선남선녀의 주례를 선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주례사나 복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부담도 커 주례 부탁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은 결혼식 풍경이 달라져 예식장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2020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의하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4월보다 6.8포인트 오른 77.6으로 집계됐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현재생활형편(79)·생활형편전망(85)·가계수입전망(87)·소비지출전망(91)·현재경기판단(36)·향후경기전망(67)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19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번에 조사된 소비자심리지수(77.6)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77.9)과 비슷한 수치다. 다만 4월
1년 중 가장 아름답고 활동하기 좋은 시기는 이맘때 봄이다. 4년 전 파주시와 고양시의 경계에 오픈한 66,115㎡(2만 평) 규모의 퍼스트 가든은 경기도에서 가볼 만한 곳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장소다. 사계절 다양한 꽃이 피고 지는 이곳에서 낮에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고, 밤에는 환상적인 야경을 볼 수 있다.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 서울에서 인접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다.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등 수많은 영상물을 촬영한 장소이기도 하다. 가구제조업체 ㈜대주의 김창희 회장이 4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10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 중 8개는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백신 개발 역사상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라고 한다.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5~10년이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시급한 상황을 고려해 6~18개월로 짧게 잡고 있다. 현재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일부 효능이 인정돼 긴급 사용을 승인받았다. 우리나라도 렘데시비르의 긴급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렘데
꽃은 어김없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을 알리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이 어수선한 와중에 아차산에서 시화전 및 시낭송회가 열렸다. 주눅 들었던 날들을 잠시 잊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년 아차산 자락에서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다소 늦춰 5월 23일에 개최됐다. 봄가을마다 열리는 아차산 시화전 및 시낭송회는 벌써 85회째다. 한국국보문학 그룹 산하 국보 낭송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전국의 시인 및 수필가 등 100여 명의 문인과 지인들이
갑자기 어지럼증이 몰려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빙빙 도는 듯해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렵다. 바로 자리에 눕는다. 시간이 지나 조금 나아진 듯하더니 다음 날은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혼자 자리에서 일어서고 걷기가 힘들어 부축을 받아야 할 지경이고,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 증세까지 있다. 집 앞에 있는 이비인후과로 갔다. 의사는 약 처방으로 해결할 상황이 아니라며 검사를 권했다. 청력검사를 받은 후, 고무로 만들어진 대형 물안경 같은 것을 눈에 쓰고 눈동자를 좌우로 돌리면서 10분 정도 검사를 받았다. 잠시 후 이석증이라는
작년 가을 토요일, 다급하면서도 화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학교 시절부터 공부도 잘했지만 특히 매사에 빈틈없고 치밀하기로 자타가 인정하는 황 교수였다. “얌마! 너 뭐하고 있냐? 뭐? 집이라고? 오늘 철수 딸, 윤희 결혼식이잖아! 지금 나는 결혼식장에 와 있는데. 어휴~ 이것들, 상민이도 아직 안 보이니까 빨리 연락하고!” 애고! 내 건망증이 또 도졌군. 50년 지기 친구 혼사를 잊다니…. 순간 앞이 캄캄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우선 상민이에게 연락했다. “황 교수가 지금 결혼식장에서 찾고 있던데, 너 어디야? 뭐? 애구, 너도
그동안 소래포구 자체가 갖는 명성에 가려, 사람들 눈에서 벗어나 있었던 소래포구 생태공원. 그래서 서해 바다가 베풀어 주는 온갖 것들을 숨길 수 있었다. 이제 그 자연의 선물을 풀어 본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된 후, 그동안 못 해 왔던 야외활동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야외공간이라도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위험하다. 그리고 급격한 운동은 그동안 굳었던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에 둘레길 걷기 같은 몸풀기 운동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 좋은 5월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소래포구 옆의 생태공원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