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6

작은 식당이 보여준 고령사회 해법 “시니어를 지역 현역으로”

입력 2026-04-06 06:00

일본 지버, 지역 파트너와 손잡고 고령자 일터 넓혀… 공동체 거점 되는 식당 만들어

▲지버 푸드의 시니어 근무자가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주먹밥을 건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식당은 단순한 외식 공간을 넘어 세대가 만나는 지역 공동체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버 제공)
▲지버 푸드의 시니어 근무자가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주먹밥을 건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식당은 단순한 외식 공간을 넘어 세대가 만나는 지역 공동체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버 제공)

지난 3일 일본 기후시 가가미시마에 작은 식당이 문을 열었다. 새로 꾸민 실내와 비품은 모두 새것이었지만, 이곳에서 손님을 맞은 이는 6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었다. 식당 이름은 ‘지버 푸드’다. 기업 지버(ジーバー)가 지역 기업과 손잡고 식당 운영 노하우와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이번 점포는 지역 기업 넥스트나와가 사업 주체를 맡았다.

이 회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새 점포를 하나 더 냈다는 데 있지 않다. 지버 푸드는 시니어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 참여하고, 그 손끝에서 지역의 식사가 완성되도록 설계된 사업이다. 기후의 새 점포에서도 주문을 받은 뒤 주먹밥을 만들고, 지역 채소를 넣은 된장국을 함께 내놓는다. 식당은 단순한 외식 공간이 아니라, 고령자가 다시 역할을 갖고 사람을 만나며 하루를 이어가는 일터이자 관계의 장이 된다.

지버가 내건 슬로건은 이 기업의 경영 방향을 알 수 있게 한다. ‘정성이 느껴지는 맛있는 음식’을 내놓겠다 같은 식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다. 회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고령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말은 화려한 구호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계획도 가지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이 집 안에 머무는 존재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계속 일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2022년 11월 사업을 시작한 뒤 2026년 4월 3일 기준 누적 344명의 시니어가 운영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국 1889개 지자체로 모델을 넓히겠다는 계획도 함께 소개했다.

실제 확장 속도도 빠르다. 지버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사업 개시 이후 올해 1월까지 약 38개월 동안 파트너 계약 지역을 누적 56곳으로 늘렸다. 단순 계산하면 매달 1.5곳 안팎씩 거점을 넓힌 셈이다. 회사 측은 전국 확대를 본격화한 지 10개월 만에 지역 확산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근무자가 식당에서 판매할 주먹밥을 직접 만들고 있다. 지역의 익숙한 재료를 사용해, 이 식당을 지역 사회 일원 기능하게 만든다. (지버 제공)
▲근무자가 식당에서 판매할 주먹밥을 직접 만들고 있다. 지역의 익숙한 재료를 사용해, 이 식당을 지역 사회 일원 기능하게 만든다. (지버 제공)

지버가 자체적으로 식당 운영을 하지 않고 지역 파트너와 손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 기업이 한 지역에 들어가 식당 하나를 여는 것만으로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이들은 판단한다. 고령자가 일하고, 주민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세대가 섞이는 공간이 되려면 그 동네를 잘 아는 주체가 필요하다. 지버는 이런 점에서 지역 기업이나 단체가 이미 쌓아온 신뢰와 관계망을 중요하게 본다. 이들은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식당 운영 모델과 교육 체계를 제공하고, 지역 파트너는 주민과 생활권에 맞닿은 기반을 맡는 식이다.

이 구조에서 지역 파트너는 단순한 점포 운영자가 아니다. 지역 안에서 사람을 모으고, 시니어 인력을 연결하고, 식당이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지버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식사를 파는 가게 한 곳이 아니라, 고령자가 다시 사회 안에서 역할을 찾고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거점이다. 식당은 그릇을 건네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일자리이고, 관계를 잇는 접점이며, 지역 공동체를 다시 엮는 장치가 된다. 지버가 지역 파트너를 찾는 것도 결국 이런 기능이 한 회사의 힘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중심 돌봄이 중요해지는 한국에도 지버의 시도는 적지 않은 참고가 된다. 시니어와 청년 세대가 지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이를 가장 일상적인 사업 모델인 식당으로 풀어낸 방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고령자를 보호의 대상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함께 떠받치는 주체로 세운다는 점에서 지버의 시도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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