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규제 완화 발표 후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올랐다. 개포주공1단지 35㎡형은 한 주 새 2000만원 올라 6억1000만원 선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형은 같은 기간 3000만원 정도 뛰어 8억6000만~8억8000만원 선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76㎡형도 11억4000만원까지 상승했다.
대치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 은마아파트 31평형(76㎡) 실거래가는 3000만원 정도 올랐지만 호가는 7000만~8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발표한 이후 아파트값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커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7044건으로 1월(5423건) 대비 23% 가량 증가했다. 2월 거래량으로는 2006년(7368가구) 이후 가장 많다.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0.13% 올라 전달(0.03%)의 4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박용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지역에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지난주 강남구는 1.63%, 송파군은 1.02%가 오르는 등 주간 상승률이 초강세였다"고 전했다.
다만 일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최근 들어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간에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매수자들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이 생기면서 즉각적인 추격매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잠실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대부분 집주인이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팔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고 시장상황을 전했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거래가 따라주지 않는 것은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인식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반짝 오르고 꺼짐을 반복하면서 학습효과가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매수자들이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강한 기세로 볼 때 열기가 쉽사리 식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사업추진 속도가 빠른 단지 위주로 가격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매도·매수자들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겠지만 최근 재건축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투자자의 경우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빠른 단지 가운데 호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물건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