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가수 김호중이 방황하던 학창 시절 자신을 바로 잡아준 고등학교 선생님을 생각하며 불러 화제를 모았던 노래다. 그 사연처럼 누구나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스승이 있다. 교정을 떠난 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스승의 은혜는 가슴에 영원히 남는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사제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완득이 (Punch, 2011)
‘참된 스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제자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상처가 있는 학생을 응원으로 북돋아 주는 선생님. 이를테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같은 이를 두고 참된 스승이라 부른다.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의 담임을 맡은 동주는 그와 거리가 멀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커녕 제자들 앞에서 욕을 서슴지 않고, “안 될 애들은 지금부터 해도 안 된다”며 성적 관리도 손을 놓는다. 매사에 무관심한 그지만, 문제아 완득이 앞에서만큼은 이상한 오지랖을 부린다. 숨기고 싶은 가정사를 폭로하는가 하면, 집에 찾아와 귀찮게 한다. 그런 관심이 싫은 완득이는 “똥주 좀 죽여달라”고 기도까지 한다. 이상적인 사제 관계가 아님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동주의 거친 표현이 제자를 바로잡기 위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어서다. 이처럼 영화는 문제아와 타성에 젖은 교사, 평범하지 않은 사제 간의 교감을 다정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김윤석과 유아인 두 배우의 열연이 원작의 감동을 되살렸다는 평을 받는다.
2. 땐뽀걸즈 (Dance sports Girls, 2016)
친구들이 공부와 취업 준비에 한창일 때, 춤바람이 난 소녀들이 있다. 그 중심에는 구수한 거제 사투리가 매력인 이규호 선생님이 있다. 실화 바탕의 다큐멘터리 영화 ‘땐뽀걸즈’는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 댄스 스포츠 동아리 학생들이 이규호 선생님과 함께 대회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대회 당일 무대를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는 제자들과 그런 아이들을 독려하는 이규호 선생님의 모습을 담으며 시작된다. “쌤이 볼 때 대상감은 아니고”라며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지다가도 “입상 안 해도 괜찮다. 참가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도전 자체에 응원을 보내는 이규호 선생님의 특별한 제자 사랑은 러닝타임 내내 눈에 띈다. 화려한 댄스 스포츠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다. 그저 대회에 나가기 전까지 연습 과정과 그 안에서 꽃피는 사제 간의 정을 잔잔하게 비춘다. 중간중간 화면에 잡히는 한적한 시골 풍경과 푸르른 녹음도 영화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를 본 이들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는 반응. 여고생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귓가에 남는 작품이다.
3. 선생 김봉두 (Teacher Mr. Kim, 2003)
사제 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대개 스승이 인생의 길라잡이로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방황하는 제자의 멘토가 되어주는 내용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화 ‘선생 김봉두’에서는 초등 교사 김봉두가 문제다. 교재 연구보다는 술을 좋아하고,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적극 권장하는 전형적인 불량 선생이다. 영화는 그런 그가 ‘돈 봉투 사건’으로 시골의 작은 학교에 좌천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전교생이 5명뿐인 엉성한 학교, 한글을 가르쳐달라는 할아버지 등 만만치 않은 시골 생활에 난관을 맞은 봉두의 모습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견디다 못한 봉두는 학생들의 특기를 찾아 서울로 전학을 보내고 자신도 돌아가기 위해 ‘방과 후 특별과외’를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아이들과 가까워지며 저마다의 아픈 사연도 알아나간다. 빵빵 터뜨리던 초반과 달리 찡한 반전이 가슴을 울리는 영화 ‘선생 김봉두’는 차승원 표 코미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골을 배경으로 한 정겨운 분위기와 더불어 등 자전거 탄 풍경의 ‘보물’, 양희은의 ‘내 어린 날의 학교’ 등 감성적인 OST가 향수를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