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부록

기사입력 2021-08-27 10:00 기사수정 2021-08-27 10:40

[최우수상 수상작] 시

부록

늦가을 나무에서 떨어진

모과 한 알

대책 없는 레드카드

향도 빛깔도 잃은

나이테와 검버섯만 남았다

흙에 다는 댓글 진물

어느 날

보충 설명도 없이

등 떠민

세월이 괘씸하다

유턴이 불가한 길 알아서 가야 하는

지도에도 없는 길

노년

내가 닦달한

급물살의 얕은 길

몇 개의 산허리 휘둘러 오며

나는 어두워졌다

이제 속도를 내려놓고

뒤척이며 깊어지는

녹두 빛 바다를 배운다

나의 시간은

백일홍 꽃의 하루 분량도 읽지 못했다

사랑 이야기 반의반도

읽지 못했다

이제

천천히 흐르며 깊어지고 싶다

수초의 손등을 만져주며

물방개 막춤도 추며

바람의 노래도 듣고 싶다

잔치도 끝나고 설거지도 끝난

육십 즈음에

명주 옷고름 문양 같은

파란 시간이 돌아온다

부록은

굳게 내린 셔터를 올리고

낙과 진물 찍어 시를 빚는다

나를 깎아 빚은 시

모과 향이 깊은

행간

걸음걸음 풀꽃 들여놓고

나를 피운다

반세기 너머

별을 채집하던 그 하늘로 회귀

내 여백에

별이 쏟아진다

부록이 더 아름답다



ㆍ수상소감 - 최우수상 시 김귀순

“세상의 작은 이름 비켜선 것들의 신음이 꽃으로 피는 시를 쓰고파”



기쁨의 쓰나미였습니다. 한동안 감동의 여진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유통기한 지난 식품처럼 비켜선 지 오래, 하마터면 주저앉았을 일상의 무기력한 안주. 어떤 경우이든 포기했다면 얼마나 큰 낭비일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한 수상의 기쁨이었습니다.

늘 죽음을 묵상합니다. 그 무거운 주제가 삶을 치료하고 가볍게 합니다. 치열하게 살게 합니다.

삶을 곱씹으니 시가 되었습니다. 가을 늦게 핀 민들레 노란 윤기를 다 피워내고 하얗게 바래 듬성한 흰 머리칼도 눈물 나는 시가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 최우수상으로 낙점하신 심사위원님들, 수고하신 모든 관계자님들 엎드려 감사드립니다.

깔아주신 시니어 문학 전용 멍석 위에서 시의 막춤을 추었습니다. 위축되고 주눅 들었던 씁쓸함은 벗어던지고요.

제 삶의 시간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 계셔 행복하고, 시가 있어 행복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당신 님들이 계셔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당신 님들이 계셔 어둑한 노년을 꽃피울 수 있었습니다. 신상품처럼 반짝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작은 이름 비켜선 것들의 신음이 꽃으로 피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시의 보폭을 넓히며 치열하게 걸어온 길을 쭈욱 걸어갈 것입니다. 브라보. 다시 시작하는 우리 백금 같은 만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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