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24∼29일로 예고된 2차 ‘집단휴진’ 파국을 막기 위한 대화 재개를 약속한 가운데 이르면 14일부터 논의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3일 “현재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의협측과 협상 일정과 안건 등을 조율하고 있다”며 “유동적이지만 이르면 14일부터 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는 양측이 수시 접촉하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와 의협은 앞서 지난 1월 22일부터 약 한 달동안 ‘의료발전협의회’를 통해 비교적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섯 차례에서 걸쳐 협상을 펼쳤지만, 당시에 비해 지금은 24일 2차 집단 휴업을 앞두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협의 결과에 대한 회원 총투표를 실시해야 하고 투표 결과에 따라서 (집단휴진을 위한) 준비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17∼18일까지는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는 주로 원격진료와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비롯한 건강보험제도 개선 방안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쟁점 중 하나였던 원격진료 시범사업의 경우 정부가 12일 “의협에서 걱정하는 사안에 대해 국회 입법과정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정안을 제시함에 따라 의견 차이가 상당 부분 좁혀진 상태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본적으로 우선 원격의료 도입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이후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이제 의협의 요구대로 법 개정에 앞서 시범사업부터 거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선까지 물러섰다.
노 회장은 “‘선(先) 시범사업’ 부분은 의협으로서 환영할 만한 내용”이라며 “다만 정부의 관련 언급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좀더 명확하게 해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범사업 시점 이외에도 원격의료 범위에 ‘환자 모니터링’ 뿐 아니라 ‘처방’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이견이 남아있어 기대와 달리 원격의료 안건 역시 타결에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과 직결된 수가 조정 등 건강보험제도 개선 안건의 경우 이미 의료발전협의회가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기로 결론을 냈으나, 의협은 정부측에 보다 구체적 ‘이행 시점’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부-의협 협상에 복지부에서는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과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 등이 참여한다. 의협측의 경우 지난달 비상대책위원회가 해체되고 의료발전협의회 참여 인사들이 재임을 고사하면서 다시 협상단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회장은 “내가 직접 협상에 나설 계획은 지금으로서는 없다”며 “다만 지난 의료발전협의회 당시에는 내가 거의 관여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대화 과정에 관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