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난치병 환자·고령자 위한 ‘AI 목소리’ 지원 본격화

입력 2025-07-23 10:38

후두암 등으로 목소리 잃는 환자 위해 미리 저장, 의사소통 도와

(일레븐랩스 제공)
(일레븐랩스 제공)

인공지능 음성 기술을 활용해 말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자신의 목소리’를 저장하고, 시각이나 인지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일본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AI 음성 기업 ‘일레븐랩스’는 23일, 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나 후두암 등으로 인해 음성을 잃게 될 위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음성 저장 서비스’를 일본에서도 본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환자가 말할 수 있을 때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두면, 이후 말을 못하게 된 뒤에도 본인의 자연스러운 음성과 감정을 AI가 재현해 가족과의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른바 ‘음성 은행’(Voice Bank)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환자의 목소리를 AI가 학습한 뒤, 실제처럼 감정을 담아 말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ALS 환자가 본인의 목소리로 자녀에게 동화를 읽어주거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약 1만 명의 ALS 환자와 1만 명 이상의 후두암 등 음성장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일본 의료 현장에서도 해당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레븐랩스는 “앞으로는 병원과 복지시설, 교육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음성 저장·재현 솔루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음성을 상실하게 되는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늘고 있다. 국립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1400명이 후두암 진단을 받으며, 병기 진행에 따라 후두 절제술을 받는 경우 음성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ALS 환자는 2023년 기준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회사는 고령자, 시각장애인, 난독증 환자 등을 위한 정보 접근성 향상에도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글자를 읽는 것이 어려운 고령자나 작은 글씨가 부담스러운 독자를 위해, 주요 언론사 기사나 웹 콘텐츠를 자연스럽고 감정이 담긴 AI 음성으로 읽어주는 서비스가 웹사이트, 앱, 팟캐스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제공되고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기계 음성과 달리 뉴스의 분위기에 맞춰 감정, 어조, 멈춤을 조절해 ‘마치 사람이 말을 건네는 듯한’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일레븐랩스는 2022년 설립 이후, 글로벌 500대 기업의 72% 이상에 AI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90개 이상의 언어로 실시간 상호작용형 AI 음성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량의 음성 데이터만으로도 고품질 음성을 구현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일레븐랩스 관계자는 “일본은 기술의 의료 도입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은 편”이라며 “AI 음성이 장애, 고령, 질환 등 다양한 조건에 놓인 사람들의 자율성과 존엄을 지키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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