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의료 인공지능 시스템 MAI‑DxO(마이크로소프트 AI 진단 오케스트레이터)가 전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복잡한 질병에 대해 실제 의사보다 최대 4배 높은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으며, 진단에 드는 비용까지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AI가 진단 전 과정을 총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형' 구조를 도입해, 여러 AI 모델이 협력해 최적의 질문과 검사를 조합하고 진단을 도출해낸다. 마치 여러 명의 의사가 논의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형식이다.
실제로 MAI‑DxO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에 실린 304건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검증을 진행했으며, 85% 이상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인간 의사 그룹의 평균 정확도는 약 20% 수준에 그쳤다. 이와 함께 진단 과정에서 소요되는 예상 비용도 약 20% 절감돼, 진료 부담까지 줄여준다.
현지 언론은 의료계의 반응을 통해 MAI‑DxO가 의료 진단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기술 전문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이 기술은 진단 방식을 영원히 바꿀 수 있다”고 보도했고, 타임(TIME)지는 “AI가 복잡한 진단에서 의사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술의 기반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철학과 비전이 깔려 있다. 그는 지난 2월 미국 NBC 방송의 ‘투나잇 쇼’에 출연해, “앞으로 10년 안에 인공지능이 의사 같은 전문가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훌륭한 의료 조언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무료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의학과 교육 분야에서 사람의 희소성을 없애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치매와의 싸움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7일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 노트’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으로 부친을 떠나보낸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며, 혈액 검사 기반의 조기 진단 기술과 항체 치료제의 발전이 치매 치료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기고문을 실어, “치매 진단이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니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게이츠는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혈액 검사 기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렉카네맙과 도나네맙 같은 항체 치료제도 효과를 입증받고 있다”며, “이제는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시대”라고 밝혔다.
AI 진단 시스템과 치매 조기 대응 기술이 결합되면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MAI‑DxO는 임상 현장에 적용되기 전 단계지만, 향후 활용이 본격화되면 치매는 물론 암, 희귀질환 등 복합 질병 진단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