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관리 ‘명환자’로 슬기롭게 동행해야”

기사입력 2024-07-11 09:03 기사수정 2024-07-11 09:03

[인터뷰]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브라보마이라이프DB)
(브라보마이라이프DB)

당뇨병만 두고 보면 증상이 없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합병증이다.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30년 넘게 당뇨병, 대사증후군, 기타 호르몬 장애 환자들을 치료한 당뇨 전문가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소장 및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혈관대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기업 바라바이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안 교수를 만나 당뇨 인구 600만 시대에 필요한 당뇨병 관리법에 대해 들어봤다.

01 혈당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의 절반은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당뇨병 환자의 50%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일반적으로 고혈당이나 저혈당 같은 증상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당뇨병의 3대 증상으로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이 꼽히는데, 증상이 없는 환자가 더 많습니다. 당뇨병을 당혈병이라고도 하는데요, 혈당 조절이 안 되는 질환입니다. 그런데 몸무게를 재는 것처럼 혈당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작스레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병을 진단할 때는 공복혈당, 식후혈당, 당화혈색소 세 가지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보통 건강검진을 하면 공복혈당으로 확인합니다. 하지만 식후혈당으로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도 있고, 당화혈색소 수치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만으로는 알 수 없죠.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세 가지를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02 우리나라 당뇨합병증 사망률이 세계 1위라고 합니다. 한국인 특성상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베타 세포가 서구권에 비해 적어 당뇨병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평소 혈당 관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뇨병은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생활에서는 식사,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겠고요. 지표로 본다면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관리를 해야 합니다. 당뇨병이 혈당과 관련 있는 질병이다 보니 대부분 혈당 관리에만 신경 쓰시는데요.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혈압과 콜레스테롤까지 균형 잡힌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당뇨병이 있다면 1년에 한 번씩 합병증 검사를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의사가 검사를 권했을 때 두려워하지 마시고 적절하고 빠른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03 당뇨병 진단을 받고 우울해하거나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뇨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만성질환인 만큼 저는 당뇨와 ‘동행’하기를 강조하는데요.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병을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생각만으로도 혈당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명의를 찾기보다 스스로 ‘명환자’가 돼야 합니다. 환자의 가족들도 당뇨병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식사 조절을 해야 하는 환자와 동행해주어야 하고요. 당뇨병이 있지만 건강한 사람들과 차이가 없는 환자들을 사회 구성원들이 배려해줄 필요도 있습니다. 합병증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여러 과 의사들의 협진도 중요합니다.

또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초기에는 열심히 치료하다가, 1년쯤 지나면 갑자기 당 수치가 올라가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초심을 잃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초심으로 돌아가 좋은 친구를 사귀듯 당뇨병을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뇨 환자와 당뇨가 없는 사람 중 누가 더 오래 살까 조사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당뇨병이 있지만 합병증이 없는 사람이 제일 오래 산다고 합니다. 관리를 잘하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뇨병이 내 삶을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게 아니라, 내 삶을 되돌아보고 더 건강한 노년과 생활 습관을 갖게 하는 계기로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안철우 교수가 제안하는 당뇨 관리 5계명

ㆍ평소 틈틈이 공부하기

현재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지식을 평소에 알아두고 생활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자.

ㆍ식사는 규칙적으로

혈당 관리에서 중요한 것이 식사다.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받기보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먹는 게 좋다.

ㆍ운동은 꾸준하게

하루에 30분씩 주 5회 꾸준히 운동하자.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해서 좋다더라는 운동보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자.

ㆍ스트레스 풀어주기

악기 연주와 같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보자. 배우면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즐기는 게 핵심.

ㆍ단단한 마음으로

‘슬기로운 당뇨병 생활’을 하려면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음식을 주변에서 권할 때 단호히 거절할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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