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로 인한 허리 통증인 줄 알았더니 혈액암이라니….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은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다발골수종은 백혈병, 악성 림프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불린다. 주로 65세 이상 환자에게서 발생해 ‘노인 혈액암’이라고도 하며,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다발골수종에 대한 궁금증을 정성훈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증식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을 의미한다. 특히 M-단백이라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뼈조직을 파괴해 통증과 골절을 유발한다. 빈혈, 콩팥 기능 이상 등의 증상 또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는 2018년 7742명에서 2023년 1만 1219명으로 5년간 3477명(44.9%) 증가했다. 2030년에는 환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다발골수종 환자의 완치율은 14.3%, 5년 상대 생존율은 50.1%다. 재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완치율이 낮다. 다행히도 치료약제의 활발한 개발이 이뤄지며 생존율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Q. 다발골수종의 핵심인 M-단백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M-단백으로 인해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다발골수종의 여러 임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M-단백은 또한 진단과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혈액 또는 소변에서 M-단백이 확인되면 다발골수종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치료 반응 평가에서는 항암 화학요법 시행 후 M-단백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Q. 다발골수종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1980년대 초반에는 환자가 10명 정도 발생했는데, 급증한 이유는 정기검진 증가로 인한 조기 진단율 상승, 인구 고령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국내 환자의 중위 연령은 69세입니다.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주로 고령에서 발병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고령 외에도 방사선 조사, 아플라톡신이나 납 등 농공업과 관련된 여러 물질도 발생과 연관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환자에게서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단순 허리 통증과 무엇이 다른지, 다발골수종의 증상이 궁금합니다.
A. 다발골수종의 가장 흔한 임상 증상은 뼈 통증입니다. 약 70% 환자에게 이 증상이 발생하는데 운동이나 자세 변경에 따라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사지보다는 허리, 등, 골반 등 중심 골격에서 발생합니다. 문제는 다발골수종에서 발생하는 허리 통증이 단순한 근육통이나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의 통증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허리 통증이 지속되고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검사해야 합니다. 추가로 빈혈, 콩팥 기능 저하, 칼슘 수치 상승, 또는 총단백질 증가와 같이 혈액 검사 이상이 동반된다면 다발골수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Q. 다발골수종을 진단하려면 골수를 직접 채취해야 하나요?
A. 다발골수종 진단에는 혈액 검사, 소변 검사, 골수 검사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골수 검사는 다발골수종 확진과 예후 평가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골수 검사에서 악성 형질세포가 10% 이상 확인되는지는 진단에 필수적인 소견입니다. 또한 골수 검사를 통해 시행된 형광직접접합법(형광물질이 부착된 DNA를 활용한 검사) 결과는 동반된 염색체 이상을 확인하는 데 필요하며, 이는 예후를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Q.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주요 치료법은 항암 치료입니다. 1차 치료 요법에서는 면역조절제, 프로테아좀 억제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또는 단클론항체로 분류되는 약제를 포함하는 3제 또는 4제 병합요법이 효과적입니다.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환자는 이식을 시행한 후 유지요법을 진행합니다. 이식이 가능하지 않은 고령 환자는 1차 요법을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후 재발하면 이전에 사용하지 않은 약제를 중심으로 구제요법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보험 급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되고 있어 사용이 허가된 약제, 병합요법을 중심으로 치료를 받게 됩니다.
Q. 어떤 신약이 개발되는 추세이며, 어떤 효과를 예상하시나요?
A. 주목할 만한 신약으로 이중항체 치료제와 CAR-T세포 치료제가 있습니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환자가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투여되면 주변의 T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그러나 1주 또는 2주마다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세포를 변형하고 활성화해 다시 투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한 번의 투여로 치료가 완료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 치료 모두 향후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진단 또는 치료 과정 초기 단계에서 사용한다면 완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도움말 정성훈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