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저소득층 우울” 한국인, 삶의 만족도 4년 만에 하락

기사입력 2025-02-26 08:37 기사수정 2025-02-26 08:37

통계청,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 발표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사회적 부는 늘어났지만, 국민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6.4점(10점 만점)으로 2022년보다 0.1점 하락했다. 2013년 5.7점에서 꾸준히 올라 2018년 6.1점을 기록했다. 2019년 6.0점으로 하락했고 2020년(6.0점)부터 2022년(6.5점)까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3년 4년 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2023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4235만 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6% 가량 소득이 늘었다. 또한 자신의 소득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는 2021년 23.5점에서 2023년 28.1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소비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18.7점에서 21.2점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소득 등 경제지표가 개선됐지만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 이유는 부의 양극화, 고령화의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된다.

60대 이상, 저소득층 삶의 만족도 낮아

삶의 질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주관적 웰빙 영역에는 삶의 만족도, 긍정정서, 부정정서가 포함된다. 먼저,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었다.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 2021~2023년 평균은 6.0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평균(6.69점)보다 0.63점 낮았으며, 33위를 기록했다. 연령별로 보면 삶의 만족도는 19∼29세와 30∼39세에서 각각 6.5점을 기록했다. 40∼49세 삶의 만족도는 6.6점이었다. 50∼59세(6.4)와 60세 이상(6.2)의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행복 정도를 보여주는 긍정정서는 2023년 6.7점으로, 2020년 6.4점에서 2021년 6.7점으로 증가한 이후 3년간 동일 점수를 유지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6.5점으로 가장 낮았고, 40대 이하는 6.8점으로 동일했다. 또한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긍정정서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500만 원 이상 집단은 6.8점 이상으로 높은 점수를 보였다. 300만 원 이상은 6.7점, 100~200만 원 미만은 6.3점, 100만 원 미만은 6.1점으로 집계됐다.

우울과 걱정 정도를 보여주는 부정 정서는 2020년 3.7점에서 2021년 4.0점으로 증가했으나 2022년 3.3점, 2023년 3.1점으로 감소 추세다. 연령과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2022년과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는 감소했으나, 가구 소득 100~200만 원 미만인 집단과 농림어업직의 부정정서는 증가했다. 이는 삶의 만족도와 긍정정서에서 나타난 결과와도 유사하다.

독거노인이 위험하다

삶의 만족도가 하락한 요인을 유추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표도 있다. 먼저, 범죄 피해율이 급증했다. 지난 2022년 범죄 피해율은 6439건(인구 10만 명당)으로 2020년 3806건에 비해 69.1% 증가했다. 사기 등 재산범죄 피해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원인이었다. 재산범죄는 2020년 2928건에서 2022년 5397건으로 늘었으며, 폭력범죄(2020년 878건→2022년 1041건)에 비해 훨씬 큰 증가 폭을 나타냈다.

고령층이 느끼는 고립감도 커졌다. 2024년 전체 65세 이상 노인 인구 993만 8000명 가운데 독거노인은 219만 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2.1%를 차지한다. 이는 전년보다 0.3%p 증가한 수치이다. 17개 시도별로 비교해보면 시·도 지역이 광역시에 비해 독거노인 비율이 높으며, 특히 전남 지역의 독거노인 비율은 27%로 가장 높다. 독거노인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또는 ‘힘들 때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라도 없는 사람의 비율인 사회적 고립도는 2023년 33.0%로 2021년 34.1%에 비해 1.1%p 감소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2013년 32.9%에서 소폭이지만 감소 추세를 보여왔으나,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축소되고 외부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2021년에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급격히 증가했다. 2023년에 소폭으로 다시 감소했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추세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성별로는 남성의 사회적 고립도는 35.2%로 여자 31.0%보다 높은 편이다. 연령별로는 고령층에서 사회적 고립도가 높았다. 19~29세의 사회적 고립도는 24.5%, 30~39세는 27.5%인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40.7%로 높아진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은 26.0%,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은 20.5%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응답이 26.9%로, 다른 연령대가 14~20%의 응답을 보이는 것과 비교할 때 정서적인 도움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살률은 여전히 OECD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27.3명으로 전년(25.2명)보다 2.1명이나 증가했다. 지난 2019년 26.9명, 2020년 25.7명, 2021년 26.0명, 2022년 25.2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도 큰 변동폭을 보이지 않다가 급등세로 전환했다. 지난 2014년(27.3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별·연령대별로 보면 남성 고령층으로 갈수록 자살률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60대 남성은 46.6명, 70대 남성은 63.9명, 80세 이상은 115.8명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독거노인은 경제상황이나 신체 건강의 어려움도 있지만 정신 건강도 매우 취약하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노인 자살률이 매우 높은 국가로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함께 사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3년 83.5세로 20년 이상 늘어났다. 기대수명은 0세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말한다. 또한 여성의 기대수명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여성의 기대수명은 86.4세, 남성은 80.6세였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함께 건강수명 또한 늘어나고 있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말한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00년 66.6세에서 2021년 72.5세로 5.9년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대수명은 7.6년 늘어났으며, 건강수명은 2019년 이후로 정체되어 있어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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