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기본 수명 100세 시대가 자리 잡은 요즘. 노후 생활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다. 특히 소득이 끊긴 시니어 세대에게 매달 들어오는 고정 수입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와 관련해 시니어들 사이에서 꾸준히 주목받는 제도가 바로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본인 소유의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 형식으로 받는 국가 보증 금융상품이다. 과거에는 자산이 있어도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 생활이 어려운 시니어가 많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고는 자산을 실질적인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부부 중 1명이 55세 이상이며, 주택 공시가격 등이 12억 원 이하인 주택 소유자(다주택자라도 합산 가격이 12억 원 이하면 가입 가능, 공시가격 등이 12억 원 초과인 다주택자는 3년 이내 조건에 맞춰 처분 시 가입 가능)가 대상이다.
여기서 대상 주택은 주택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주택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노인복지주택 및 주거 목적 오피스텔이 가능하고, 주택연금 가입 주택을 가입자 또는 배우자가 실제로 거주지(주민등록 전입)로 이용하고 있어야 한다.
진화하는 주택연금
지급 방식도 다양해졌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종신형’으로,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만 받고자 한다면 ‘기간형’,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고려한다면 ‘혼합형’, 그리고 목돈이 필요할 때 일부 금액을 먼저 당겨쓰는 ‘우선지급형’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 중인 65세 김홍일(가명) 씨는 시가 6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퇴직 후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씨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를 통해 주택연금에 가입했고, 매달 약 100만 원씩의 연금을 평생 받게 됐다. 특히 자녀와의 사전 합의를 통해 상속 문제를 미리 정리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부산 해운대에 거주 중인 70세 박상일(가명) 씨는 시가 4억 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은퇴 공무원이다. 박 씨는 기간형 주택연금을 신청해 20년간 매달 120만 원을 수령하며, 생활하고 남은 자금으로는 금융상품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주택연금은 단순한 제도를 넘어, 시니어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후 재설계 도구’다. HF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12만 명을 넘어서며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광역시에 가입자가 많으며, 평균 수령액은 월 90만 원 내외로 나타났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2세이고, 평균 월 지급금은 122만 원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한다면 두 개의 연금만으로도 어느 정도 노후 생활비 충당이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임대 수입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사적연금에 가입했다면 노후 생활비 마련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노후 생활비의 두 가지 핵심은 연금과 임대소득인데, 연금에서 국민연금, 주택연금, 사적연금, 퇴직연금 등 다양한 준비가 가능하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주택 가격은 3억 8700만 원이지만, 최근 주택 가격 규제가 많이 완화되면서 활용 주택 범위가 늘어났다.

가입 문턱 낮아져 이용 증가
최근 주택금융공사의 ‘2025 HF 주택금융 콘퍼런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는 13만 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만 55세 이상 가구주의 1.27%에 해당한다.
주택연금은 2007년 처음 출시한 이후 꾸준히 가입자가 늘고 있고, 지난해에는 연간 1만 4000여 명이 새로 가입했기 때문에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령층 인구가 느는 데다 가입 연령 제한과 담보주택 가격 제한 등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가입 방식은 종신형이 94.6%를 차지했다. 주택 유형으로 보면 아파트 비중이 67.8%로 가장 많았고, 단독주택 23.6%, 연립·다세대 8.5% 순이었다.
2주택 가입자도 가입 가능
최근에 하나은행이 12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유형의 주택연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가 주택 보유자는 부동산 자산을 연금화하기 어려웠다. 시중 은행도 ‘역모기지’ 상품처럼 집을 담보로 매달 돈을 받는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평생 지급을 보장하지 않고 만기 후엔 매달 받은 연금에 이자까지 합쳐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이 선보인 주택연금 상품은 고객이 본인의 주택을 신탁 방식으로 은행에 맡긴 뒤 같은 주택에 쭉 거주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은 매월 정해진 연금을 가입자 본인이나 배우자의 사망 시까지 종신 지급하고, 2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이 상품은 연금 수령 총액이 주택 가격을 초과하더라도 종신 지급을 보장하는 ‘비소구 방식’이다.
부부가 사망하고 주택을 매각한 뒤에도 상속인에게 부족한 금액을 청구하지 않고, 매각 이후 남은 재산은 상속인에게 돌아가도록 해 이용자 부담을 최소화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20억 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고객이 65세에 가입할 경우 매달 360만 원을 받는다. 25년 후 주택 가격이 40억 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면 가입 고객 사망 시 상속자는 대출 잔액을 차감한 16억 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기존 주택연금 외에도 금융기관별로 다양한 혜택과 유형의 맞춤형 상품이 속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니, 50대 이후라면 부부의 상황과 성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 활용 전략을 짜보는 것도 좋은 노후 준비로 보인다.

나는 주택연금 얼마나 받지?
시니어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은 ‘그럼 내 상황에서 주택연금을 얼마나 받지?’가 아닐까.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주택연금 메뉴의 ‘예상연금조회’ 서비스를 통해 월 지급금 예시를 조회할 수 있다.
여기서 공시가격 등은 주택연금 가입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가격이며, 실제 월 지급금은 담보주택의 시세 또는 감정평가액에 따라 산정된다. 가장 일반적인 종신지급 방식을 예로 들어 2025년 3월 1일 기준으로 살펴보면, 주택 가격 3억 원일 경우 70세 시니어가 받는 금액은 월 89만 2000원이다. 조금 더 늦은 시기인 75세부터 받는다면 111만 3000원을 받는다. 주택 가격이 6억 원이라면 이 금액은 각각 178만 5000원(70세)과 222만 7000원(75세)으로 크게 상승한다.
이처럼 부부가 함께 전략을 세우고 준비한다면, 노후 준비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주택연금 관련 용어 정리
① 주택연금 지급 방식
- 종신지급 : 인출 한도 설정 없이 평생 매월 연금 형태로 받는 방식.
- 종신혼합 : 인출 한도 범위(대출 한도의 50%, 재건축 등 분담금 납부 자금의 경우 70%) 안에서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 부분을 평생 매월 연금 형태로 받는 방식.
- 확정기간혼합 : 인출 한도 범위(대출 한도의 50%, 재건축 등 분담금 납부 자금의 경우 70%) 안에서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 부분을 일정한 기간만 매월 연금 형태로 받는 방식. *다만 인출 한도 중 대출 한도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의무 설정 인출 한도)은 매월 연금 형태로 받는 기간이 종료된 이후 담보주택 관리비, 의료비 용도로만 사용 가능함.
- 대출상환 : 본인 또는 배우자가 담보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 또는 폐업 예정 소상공인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출받은 금액 중 잔액을 상환하는 용도로, 인출 한도 범위(대출 한도의 50% 초과 90% 이하) 안에서 받고 나머지 부분을 평생 매월 연금 형태로 받는 방식.
- 대출상환우대 : 대출상환 방식 대상자이면서 본인 또는 배우자가 기초연금 수급권자(65세 이상)이며, 부부 기준 2억 5000만 원 미만의 1주택만 소유한 경우 대출상환 방식보다 인출 한도 및 월 지급금을 우대하여 받는 방식.
- 우대지급 : 본인 또는 배우자가 기초연금 수급권자(65세 이상)이며, 부부 기준 2억 5000만 원 미만의 1주택만 소유한 경우 인출 한도 설정 없이 평생 매월 연금 형태로 받되 종신지급 방식보다 더 많은 월 지급금을 받는 방식.
- 우대혼합 : 본인 또는 배우자가 기초연금 수급권자(65세 이상)이며, 부부 기준 2억 5000만원 미만의 1주택만 소유한 경우 인출 한도 범위(우대지급 방식 대출 한도의 50%, 재건축 등 분담금 납부 자금의 경우 70%) 안에서 수시로 찾아 쓰고, 나머지 부분을 평생 매월 연금 형태로 받는 방식.
② 주택 구분
- 일반주택 : 등기사항증명서상 용도가 주택인 단독, 다세대, 다가구주택 및 아파트. 단, 복합용도 주택은 전체 건물면적에서 주택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½ 이상인 경우에 한함.
- 노인복지주택 : 노인에게 주거시설을 분양하여 주거의 편의, 생활지도, 상담 및 안전관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 주거 목적 오피스텔 : 등기사항증명서상 용도가 업무시설 또는 오피스텔이면서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함.
③ 주택연금 지급 유형
- 정액형 : 집값이 하락해도 월 지급금의 변화가 없도록 일정 금액으로 고정.
*확정기간혼합 방식, 대출상환(우대) 방식, 우대지급(혼합 )방식은 정액형만 선택 가능함.
- 초기증액형 : 고객이 선택한 초기 , 7, 10년) 동안은 정액형보다 많이 받다가 그 이후부터는 초기 월 지급금의 70% 수준으로 수령.
- 정기증가형 : 최초 월 지급금은 정액형보다 적게 받지만, 월 지급금이 3년마다 4.5%씩 증가하는 방식.
④ 인출 한도 설정 금액
의료비, 교육비, 임대차보증금 반환, 주택담보대출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수시 또는 일시로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설정한 금액. *대출상환 방식의 경우 일시 인출만 가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