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초격차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통적 취약계층(고령자·장애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 다수까지 디지털 약자로 확대되는 현실을 확인했습니다. 디지털 포용은 기술 정책의 하위 항목이 아니라, 인간 존엄을 지키는 사회의 약속입니다. 그 약속이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민호 한국디지털포용협회 회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국내에서 ‘디지털 포용’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협회는 2024년 9월 설립된 비영리 민간협의체로, 디지털 격차 해소와 포용 정책 연구, 관련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PR회사를 15년간 운영하고,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에서 4급 공무원으로 7년간 근무한 그는 현재 경기대학교에서 미디어·교양 과목을 14년째 강의하고 있다. 현업·행정·학계를 두루 거치며 40여 년간 미디어 변화의 최전선에서 사회의 흐름을 관찰해 온 그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포용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디지털 포용은 모든 국민이 차별과 배제 없이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적 노력을 의미한다. 송 회장은 “디지털 포용은 기술 중심 사회에서 인간 중심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선언”이라며, “이는 인간의 존엄을 기술 시대에도 유지하려는 사회적 철학이자 윤리적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디지털 포용의 본질은 기술이 인간을 배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포용법, “국가적 책무의 시작점”
오는 2026년 1월 22일 디지털포용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단순한 정보격차 해소를 넘어 모든 국민이 디지털 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디지털 기본권의 선언이다. 송 회장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개인이나 민간의 선의에 맡길 수 없는 시대”라며 법 제정의 의미를 역설했다.
“디지털 전환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불평등을 낳습니다. 과거에는 인터넷 접근 여부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듭니다. 더 이상 소수 취약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국민 다수가 디지털 약자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포용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적 책무가 되어야 하고, 그 출발점이 바로 법 제정입니다.”
그는 디지털 포용 실현을 위한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전 국민 디지털 기술 이용 보장, △디지털 대체제 마련, △디지털 교육 강화이다. 그는 “결국 이 세 가지 과제가 함께 추진되어야만 모든 국민이 디지털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덧붙였다.
“첫째,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정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단순한 기술 확충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해야 합니다. 둘째, ‘디지털 대체제’는 곧 ‘기술을 거부할 권리’입니다. 병원 예약, 은행 업무 등 필수 서비스는 아날로그 방식의 선택권을 반드시 남겨둬야 합니다. 셋째, 디지털 교육은 AI 시대의 정보 판별력과 윤리 의식을 키우는 핵심 과제입니다. 비판적 사고와 개인정보 보호 의식이 함께 길러져야 합니다.”
송 회장은 또한 “과기정통부 중심의 법 추진 체계가 한계를 가질 수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더불어 민간과 학계의 협력 체계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고령층 디지털 포용, 국가 경쟁력의 핵심
특히 송민호 회장은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를 우려하고, 이에 주목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50년쯤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4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의 중심축이 되는 이들이 소외되는 것은 국가 경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층 디지털 포용은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안전망이자, 동시에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입니다. 지금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그는 고령층 디지털 포용이 중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경제 활성화다. 고령층은 잠재 소비력이 높은 집단으로, 디지털 시장 참여가 늘면 전체 소비 규모가 확대된다. 다음은 신산업 성장이다. 고령층의 필요를 반영한 스마트 돌봄, 인지 보조 기술, 고령 친화 UI·UX 등 이른바 ‘포용 기술(Able-Tech)’은 미래 유망 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은 사회 통합이다. 재교육과 전환 교육을 통해 고령층이 노동시장과 사회 활동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면, 복지의 수혜자가 아닌 생산적 사회 구성원으로 남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디지털포용협회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자서전 쓰기 교육 과정 ‘My Life, Our Story’를 운영한다. 4주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는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자서전 출판까지 경험한다. 특히 협회가 개발한 ‘My Life, Our Story GPTs’는 AI 챗봇 인터뷰 방식을 활용해 참여자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글쓰기가 아니라 AI라는 최고의 인터뷰어와 함께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과정입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삶이 다르고, 자서전의 스토리도 다양해요. 누군가는 어떤 비밀 이야기를 토로하고, 누군가는 지난 삶을 반성하죠. 자서전 쓰기는 개인의 치유뿐 아니라 세대 간 공감의 통로가 됩니다. 나아가 개인의 기록이 모이면 지역과 국가의 문화 자산이자 집단 기억 아카이브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시니어 AI 자서전 전문 강사 양성 과정을 기획, 시니어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계획입니다.”
송 회장은 디지털 포용의 본질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포용을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본다. 기술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 그 출발점이 바로 디지털 포용이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노인은 65세이지만, 지금의 65세는 더 이상 노인이 아닙니다. 디지털 기술을 멀리할 이유도 없습니다. 오히려 기술을 통해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서전 교육은 그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