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굿디자인 어워드'의 우수디자인(GD) 상품이 지난 14일 공개됐다. 수상작이 공개되면서 고령사회를 겨냥한 제품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굿디자인 어워드는 1985년부터 시행된 국내 최고 권위의 디자인 평가 제도로, 상품의 외관·완성도·사용성·안전성을 종합 심사해 우수 제품에 GD 마크를 부여한다. 올해에도 수백 건의 출품작 가운데 고령자 일상과 직결된 제품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며 시대의 변화를 반영했다.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유니움의 보행보조기 ‘롤워커’다. 국가기술표준원장상(인간공학디자인특별상)을 수상한 이 제품은 단순한 이동 보조 기능을 넘어, 고령자가 일상 속에서 ‘약자가 아닌 주체적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새로운 미학을 제안했다는 평가다. 금속 파이프와 우드 플레이트, 생활가구에 가까운 조형은 의료기기 특유의 병원성 이미지를 지우고 가정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무엇보다 이번 수상은 보행보조기기가 GD 인증을 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김태현 유니움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우수디자인 인증에서 보행보조기기가 수상한 것은 역사상 최초라고 안다”라며 “이는 보조기기 디자인이 이제 기능을 넘어서 고령자의 존엄 있는 삶과 사회적 활동을 돕는 필수 요소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디자인업계가 고령화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흐름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유니움은 앞으로도 보조기기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모든 사용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일상을 영위하도록 계속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전자 제품 부문에서는 바디프랜드의 AI 헬스케어 로봇 ‘733’이 은상(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차지했다. 733은 승하차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제품이 스스로 일어서는 ‘기립 설계’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팔·다리 마사지부를 분리해 사지의 독립적 움직임을 구현하고, 사용자의 신체 상태에 따라 맞춤 마사지를 추천하는 AI 기능을 탑재했다. 고령층이 스스로 운동하기 어렵거나 근육이 약해지는 문제를 마사지 동작으로 보완하는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염일수 바디프랜드 디자인연구소 소장은 “733은 ‘건강수명 10년 연장’이라는 회사 비전을 실체화한 제품”이라며 “인간의 신체 구조와 움직임을 기반으로 미래 헬스케어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라젬의 ‘셀트론 순환 체어’는 특허청장상(동상)을 받았다. 톤온톤 컬러와 볼륨감 있는 형태로 거실·서재·침실 등 어느 공간에도 어울리는 조형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의료기기의 기능성과 가구의 심미성을 결합한 이 제품은 두 개의 전극 패드를 이용한 전위 기술로 혈액순환을 돕고, 60도 온열 기능을 통해 허리·등·엉덩이 부위 열전달 효과를 강화한다. 착석만으로 작동하는 직관적 사용성, 140도·180도 리클라이닝 기능 등은 고령층의 휴식·통증 관리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 세라젬 관계자는 “셀트론 순환 체어는 심플 퍼펙션 디자인 철학을 구현한 제품”이라며 “일상 속 건강 습관 형성을 돕는 의료기기이자 오브제형 가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니어 친화적 공간디자인도 수상작에 포함됐다. 우미건설이 선보인 ‘일상을 바꾸는 시니어스 클럽–공간의 진화’는 신경건축학과 환경심리학 원리를 적용해 고령자의 정서·행동 패턴을 세심하게 반영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평가받았다. 자연광·목재 질감·예측 가능한 동선 등은 스트레스 감소와 사회적 교류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중정(中庭)이 열리는 전이 공간은 심박 안정과 보행 유도를 돕는 구조로 설계됐다. 회복 중심의 감성 공간이라는 점에서 향후 고령자 복지시설·지역 커뮤니티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굿디자인 어워드에 선정된 고령친화 제품들은 기능 향상에 그치지 않고, 노년기의 존엄과 독립성을 디자인 언어로 풀어냈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고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을 넘어 일상의 경험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친화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제도와 관련 행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