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녹아 있는 시니어의 말

입력 2026-01-14 07:00

[말의 해, 말의 의미] 영화 속 한마디로 살펴보는 시니어의 언어

기억과 관계가 변해가는 시기일수록, 시니어의 말은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지 다시 묻게 한다. 미디어 속 시니어의 말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의 힘을 살펴본다.

(챗GPT 생성이미지)
(챗GPT 생성이미지)

경험은 태도가 되고, 태도는 힘이 된다

영화 ‘인턴’은 시니어 세대가 가진 가치를 오늘날의 일터에서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벤(로버트 드니로 분)은 은퇴 후에 다시 인턴으로 출근하면서 자신의 역량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와 함께 일하게 된 젊은 CEO 줄스(앤 해서웨이 분)는 처음에 벤을 시대에 뒤처진 인물로 여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벤의 연륜에서 나오는 경험과 성실함이 조직을 더 안정적이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아침 일찍 출근하는 태도와 팀원들의 작은 변화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배려, 그리고 문서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정리하는 습관 등. 벤의 모습은 결국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임을 보여준다. 그의 몸에는 평생 갈고닦은 업무 리듬이 남아 있고, 젊은 직원들이 놓치는 틈을 자연스럽게 메우는 힘이 있다.

경험에 관한 영화 속 한마디는 은퇴 후 재취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또 다른 경험의 문을 두드리는 모든 시니어에게 조용한 용기를 건넨다. 변화의 속도는 빨라도 세월이 만든 흔적과 태도는 여전히 든든한 자산이 된다.

▲영화 '스틸 앨리스' 스틸컷
▲영화 '스틸 앨리스' 스틸컷

기억은 흐려져도 여전히 남아 있는 나 자신

영화 ‘스틸 앨리스’는 시니어의 삶을 ‘기억의 상실’이라는 가장 두려운 지점에서 바라본다. 존경받던 언어학 교수 앨리스(줄리앤 무어 분)는 초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며 자신이 쌓아온 정체성과 역할이 서서히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단어를 잊고, 길을 헤매고, 문장이 끊기는 순간이 반복된다. 앨리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기억의 상실 그 자체보다 ‘나답게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그는 무너지기보다 남은 시간을 스스로 정리하고 기록하며 하루를 붙든다. 기억이 흐려질수록 오히려 자신이 누구인지 더 또렷하게 바라보려 애쓴다.

기억이 하나둘 사라질수록 앨리스의 세계는 사람 중심으로 재편된다. 가족과의 대화, 손을 마주 잡는 감각,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 삶의 중심이 된다. 영화는 시니어 독자에게 묻는다. 앞으로 잃어갈 것들 속에서 무엇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은지, 지금의 나는 어떤 말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지. 인생 후반부를 만드는 힘은 완벽한 기억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려는 태도와 곁을 채우는 관계에 있음을 조용히 전한다. 지금의 시간이 ‘내가 나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나로 이어지는 첫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살아온 날들이 건네는 문장

‘인턴’의 벤은 경험은 나이와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틸 앨리스’의 앨리스는 기억이 흐려지는 순간에도 지금의 내가 여전히 나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작품의 인물들이 남긴 말은 서로 다른 상황에서 나왔지만 모두 살아온 날들이 만들어낸 문장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이 말들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삶의 시간을 견뎌온 뒤에야 비로소 꺼낼 수 있는 고백에 가깝다. 그래서 화려하지 않고 설명도 많지 않다. 대신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시니어의 말이 지닌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경험과 상실, 배움을 지나온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한 문장에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에도 나이가 묻는다”라는 말은 결국 말 속에 삶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살아온 날들이 건네는 문장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한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는 어떤 태도로 시간을 지나왔고, 그 시간을 어떤 말로 남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 질문을 품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다음 장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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