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굽이 능선 따라 60년 곰삭은 묵향 흐른다

기사입력 2014-03-27 08:41 기사수정 2014-03-27 08:41

조평휘 회고전 '구름과 산', 7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현대미술사 연구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획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개막전으로 7월 6일까지 '구름과 산 - 조평휘'展을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한국현대 산수화가의 원로작가 운산 조평휘(1932~)의 60년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드로잉을 포함한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평휘는 한국 근대 한국화분야의 거장 청전 이상범과 운보 김기창의 제자로, 전통산수화를 계승·발전시킨 원로작가다. 1958년 제7회 국전에서 인물화로 입선하며 화단에 등단해 1960년대에 추상미술이 풍미하던 시대조류에 따라 추상작업에 주력했다. 그러나 1974년, 추상작업에 회의를 느끼고 전통산수화로 회귀하여 이후 줄곧 산수화에 몰두하여 1990년대에 마침내 장엄한 '운산산수'를 정립하였고, 83세인 현재까지 끊임없이 작품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전통산수화의 맥을 이어 산수화분야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감당해 낸 작가는 우리 화단의 큰 산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며, 추상작업에 동참했던 1960년부터 1974년의 작품을 볼 수 있는 1부 '추상의 모색', 전통산수화로 방향 전환이후 1974년부터 1980년대 산수화를 선보이는 2부 '산수로의 회귀', 운산산수의 모태가 된 1975년부터 최근까지 드로잉을 모은 3부 '모태로서의 사생'으로 나눠진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 이후 그의 나이 60대에 완성한 운산산수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4부 '운산산수의 정립'으로 구성돼 작가의 연대별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70대 이후에 절정기를 맞이한 작가의 대표작 '대둔산'이 주목된다.

△추상의 모색 = 1960년, 대학 졸업과 함께 작가는 국전을 떠나 이후 15년간 당시 한국화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던 추상작업에 동참하며 전통적인 지필묵을 이용해 현대적인 조형성을 모색했다. 작가가 그의 작품을 설명할 때 반드시 덧붙이는 '타블로에서의 문학성의 배제'는 추상미술의 강령으로, 이 시기부터 그에게 화두로 각인돼 이후 현재까지의 의식적인 영역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그의 예술관이 됐다.

△산수로의 회귀 = 1974년, 작가는 추상의 모색에서 전통산수화의 추구로 방향을 전환한다. 그에게 있어 현대적 흐름을 도외시하고 전통회화로 귀의하고자 한 결정은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서양적인 작업을 하면서 갈등을 느끼고 있었던 작가는 동양화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전통에 대한 탐구에 깊이를 더하는 것에서 의의를 찾고자 '전통으로의 회귀'라고 하는 시간의 역행을 단행한다.

△모태로서의 사생 = 이번 전시에는 1975년도 드로잉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총 40여 권의 도록과 파일이 전시된다. 산 뿐 아니라 인물, 나무, 꽃 등을 모두 포함하는 작가의 드로잉은 사생단계부터 조형성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그대로 묻어나는 수작들이다.

△운산산수의 정립 = 작가는 1990년대 나이 60대에 '운산산수'라고 부를 수 있는 독특한 산수화 양식을 정립한다. 대관 산수에서는 장엄함을 엿볼 수 있으며, 작은 크기의 작품에서는 젊은 시절 추상작업을 통해 습득했던 자유롭고 호방한 필묵의 유희가 돋보인다. 그는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이 시기에 추상작업의 경험과 전통의 모색, 그리고 사생을 통해 '운산산수'를 완성시켰다. 이것은 근대 6대가 이후 우리나라 산수화의 맥을 잇는 미술사적인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전시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장엄하고 역동적인 작가의 산수화와 공명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대전일보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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