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차 배우 채시라 무용수로 변신

입력 2025-06-16 08:35 수정 2025-06-19 08:27

[관객의 시선] 새로운 춘향으로 꾀한 K-컬처 '단심'

▲용궁여왕 역의 배우 채시라.(국립정동극장)
▲용궁여왕 역의 배우 채시라.(국립정동극장)

데뷔 40년 차 배우 채시라가 무용수라는 꿈을 이룬 무대, 국립정동극장의 전통연희극 ‘단심(單沈)’이 주목받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개관 30주년을 기념한 ‘K-컬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한국 전통문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공연 소개

(국립정동극장)
(국립정동극장)

일정 6월 28일까지

장소 국립정동극장

연출 정구호

출연진 •심청 : 조하늘, 박지연, 박정은, 이수빈/ •용궁 여왕 : 채시라, 나래/ •심봉사 : 이혁, 최재원 등

러닝타임 약 75분(인터미션 없음)

관람료 전석 6만 원

◇관람 포인트

· 고전 설화 ‘심청’ 현대적 재해석

· 채시라, 데뷔 40년 만에 무용수 데뷔

· 전통 판소리 아니리와 영상 기술의 결합

◇REVIEW

창작 초연작 ‘단심’은 고전 설화 ‘심청’을 모티브로 한다. 고전의 서사를 따르되, 심청의 내면에 집중한 점이 주요한 차별점이다. 눈먼 아버지를 위해 희생한 심청의 복합적인 감정과 갈등을 무대 위에 구현했다.

공연은 총 3막으로 구성되며, 심청의 심리 변화와 공간 전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막은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 전날로 시작된다. 무대 위에는 두 명의 심청이 존재한다. 헌신을 결심한 흰옷의 ‘심청1’과 이를 망설이는 검은 옷의 ‘심청2’. 두 인물은 때로는 조화를 이루고 때로는 갈등하며 내면의 균열을 표현한다.

2막에서는 용궁의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용궁 여왕 역을 맡은 채시라는 이때 등장한다. 화사한 분홍색 의상을 입은 그는 풍부한 표정 연기와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정구호 연출가는 서울무용제에서 공연하는 채시라를 보고, 이 역할에 그만큼 적합한 배우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3막은 원전의 흐름을 따르며 결말을 맺는다. 심청이 아버지와 재회하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어 왕과의 결혼으로 이야기는 고전적인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관객에게 보다 섬세한 여운을 남긴다.

‘단심’의 또 다른 특징은 영상 장치를 적극 활용한 무대 구성이다. 대사 없이 무용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되, 막과 막 사이에 삽입된 판소리의 아니리가 인물의 심리와 서사를 설명한다. 실시간 영어 자막도 제공돼, 외국인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정구호 연출가는 “‘단심’은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한국무용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심청 이야기. 여름날 가족과 함께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공연이다.

(국립정동극장)
(국립정동극장)

◇Special Talk “무용수 채시라입니다.”

무용수로 데뷔한 소감은?

정말 꿈만 같아요. 제 이름 앞에 무용수라는 단어가 붙을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배우가 되기 전에 꿈이 무용수였어요. 고등학생 시절 무용 선생님이 무용과 진학을 권유하신 적이 있었지만,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면서 무용은 마음속에만 남겨뒀죠. 그래서인지 작품 안에서 춤을 춘 경험이 여러 번 있었고, 지난해 서울무용제 홍보대사로 참여하면서 딸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그러나 이번처럼 무용수로서 15분 가까이 퇴장 없이 무대를 채운 것은 처음입니다. 정혜진 안무가 선생님과 무용수 동료들이 애써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의 연기와 무용수의 표현은 어떻게 다른가?

무대에서는 눈빛만으로 교감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배우로서의 경력이 감정 표현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박자를 놓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동작 몇 개는 도저히 따라가기 어려웠고,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박자 훈련을 했어요. 주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11시간 연습했지만, 부족해서 쉬는 날에도 연습실에 나와 연습했죠. 다행히 시간이 흐르며 근육도 단단해지고, 조금씩 여유로워졌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실패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저 역시 무용수가 꿈이었던 터라 ‘단심’을 선뜻 한다고 했는데요.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생각한 적이 많아요. 성장통을 겪은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일이든 어려운 시기는 반드시 있고, 그걸 넘어서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심’ 프레스콜 현장 발언 재구성.

#채시라 #국립정동극장 #단심무용 #제2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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