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유승호와 손호준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킬링시저’.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극이다. 고대 로마 공화정 말기의 권력투쟁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정치의 본질을 조명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공연 소개(토브씨어터컴퍼니)일정 7월 20일까지
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연출 김정
출연진 •시저 : 김준원, 손호준/ •카시우스·안토니우스 : 양지원/ •브루터스 : 유승호 등
러닝타임 90분(인터미션 없음)
관람료 R석 7만 7000원, S석 6만 6000원
관람 포인트• 유승호의 두 번째 연극 도전
• 정의란 무엇인가… 시사적 질문과 맞닿은 서사
• 유승호·손호준·양지원, 뜨거운 형제들의 호흡

◇REVIEW
극은 로마 공화정 말기, 강력한 지도자 시저의 암살로 시작된다. 극의 중심인물인 브루터스는 시저의 충직한 부하였다. 그는 시저가 황제가 되면 공화정을 무너뜨릴 것을 염려한다. 시저 암살 음모를 꾸미던 카시우스 일당은 이를 알고 브루터스를 끌어들인다. 결국 브루터스는 자신의 손으로 시저를 죽인다.
브루터스는 “시저를 사랑했지만 로마를 더 사랑했기에 그를 죽였다”고 말한다. 살인 동기는 개인적 감정이 아닌 공적인 명분, 즉 혁명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시저의 후계자인 안토니우스가 “시저는 유언을 통해 로마 시민들에게 유산을 남기려 했다”는 사실을 밝히자 민심은 급변한다. 브루터스는 살인자로 낙인찍힌다. 그리고 시저와 같은 또 다른 독재자가 등장한다. 이상과 현실, 우정과 배신 사이에서 고뇌한 브루터스는 어떻게 됐을까.
‘킬링시저’는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자행된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로 이어지는 정치적 아이러니를 강렬하게 풀어낸다. 고전극 특유의 진중한 대사와 전개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치와 정의, 혁명과 권력이라는 주제는 오늘날 현실과 맞닿는다.
탄핵과 대선 시기와 맞물리며 작품은 더욱 주목받았다. 김정 연출가는 “처음부터 정치적 메시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다루고자 했던 것은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의지, 저항의 본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극의 서사를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다.
시저 역의 손호준은 절제된 말투와 강한 눈빛으로 권력자 특유의 긴장감을 구축한다. 브루터스를 연기한 유승호는 내면의 고뇌와 결단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발성과 표현력이 한층 단단해졌다. 양지원은 이번 작품의 숨은 주역이다. 카시우스와 안토니우스 1인 2역을 소화한 그는 악마와 천사의 얼굴을 오간다. 관객으로부터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다. 로마 공화정을 상징하는 원형 입체 무대와 조명, 그리고 등장인물의 성격과 권력 구도를 반영한 의상은 공간의 상징성과 긴장감을 더한다.
코러스의 군무는 현대무용을 연상시키며 시각적 완성도를 높인다. 대중적 재미보다는 메시지와 통찰에 중심을 둔 연극을 선호하는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Behind Story : 뜨거운 사람들의 만남
유승호, 손호준, 양지원. 세 배우의 조합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어서다.
2년 전 오세혁 작가는 김정 연출가와 “뜨거운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오 작가에게 양지원의 연락이 왔다. 양지원은 “정말 뜨거운 배우 셋이 모여 진짜 뜨거운 연극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뜨거운 사람들이 뭉친 뜨거운 작품 ‘킬링시저’가 탄생했다.
아역 배우 출신인 유승호는 2002년 영화 ‘집으로…’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성인 배우로 자리 잡은 후에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그러나 연극 무대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처음이었다.
당시 유승호는 다소 아쉽다는 연기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도 “너무 못했다”며 냉정하게 돌아봤다. 그는 “무대 공포증이 심했고, 관객 앞에서 연기하는 게 큰 도전이었다.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연극에 미련이 남아 다시 제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킬링시저’ 개막 전, “마음이 잘 맞는 형들과 함께할 기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도전하고 싶었다”며 “아직도 많이 배우는 중이다. 무대 위에서 그 배움이 잘 표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