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병오년은 말띠 해다. 말처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삶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말(言)이다. 특히 시니어에게 말은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삶의 태도와 관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도구다. 이에 시니어가 남겨야 할 말과 거두어야 할 말, 그리고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언어 습관을 정리해봤다.
새해를 맞아 말을 더 잘하고 소통 잘하는 어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의 사전’을 준비했다. 본 기획에는 언어·소통 전문가로서 강원국 작가,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 박경희 마음치유 강사, 신기원 행정학 박사(前 신성대 교수), 홍명신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가 참여한 설문을 취합해 완성했다(가나다 순).
◆1장 : 들어야 할 말, 듣지 말아야 할 말
소통의 출발점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다. 어떤 말을 듣느냐에 따라 사람의 말과 태도가 달라진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듣는 사람’은 시니어지만, 그 말을 건네는 주체는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니어를 향한 언어는 곧 우리가 어떤 태도로 타인을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존중받는 말을 들은 사람은 부드러운 언어로 화답하지만,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자존감은 쉽게 흔들리고 관계는 경직된다.

시니어가 들어야 할 말
나이가 듦에 따라 들어야 할 말은 무엇일까. 언어·소통 전문가의 의견은 한 방향으로 모였다. 모두 ‘인정·존중·칭찬의 말’을 가장 중요한 언어로 꼽았다. 살아온 시간과 경험, 그 안에 쌓인 지혜를 존중하고 한 인간의 존재가치를 온전히 인정해주는 말이다.
특히 “그동안 잘 살아오셨어요”라는 표현은 김숙기 원장, 박경희 강사, 신기원 박사 등 세 명의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문장이다. 김숙기 원장은 “삶의 성취를 평가하는 말이 아니라, 후회와 미련보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과정 자체를 긍정하는 언어”라고 덧붙였다.
홍명신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인정의 말’이 시니어에게 주는 힘을 얘기했다. 그는 어린 시절 병약했던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본 어머니에게 지금도 그 시절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자녀에게 삶을 인정받는 그 순간, 어머니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런 말의 공통점은 존중, 연결, 인정, 수용”이라며 “시니어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동정이나 형식적인 예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켜주고 여전히 관계 안에 있음을 확인해주는 진심 어린 언어”라고 짚었다. 이어 “시니어는 오랜 삶의 경험으로 말의 진정성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린다”며 말 속에 담긴 진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니어가 듣지 말아야 할 말
시니어를 향한 말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존재를 부정하는 언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쓸모없거나 시대에 뒤처진 존재, 혹은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여길 때 나오는 말이다.
김숙기 원장은 “나이를 부정적인 틀로 규정하는 모든 표현은 삼가야 한다”며 “늙음은 열등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의를 앞세운 말이 오히려 마음을 닫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르신을 돕겠다는 이유로 “가만히 계세요”, “이제 그만하고 쉬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듣는 사람은 자신의 판단 능력과 선택권이 박탈됐다고 느낄 수 있다.
홍명신 대표 역시 “‘하지 마’, ‘하면 안 돼’처럼 통제권을 빼앗는 말은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이런 말을 손주 세대가 보는 앞에서 들을 경우, 시니어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좋은 의도에서 나온 말이라도 상대를 독립적인 성인으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며 “시니어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장 :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이제 본격적인 ‘말하기’ 영역이다. 노년의 언어는 자신을 향한 말과 타인을 향한 말 모두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따뜻하고 존중이 담긴 언어는 관계를 회복하는 힘을 지닌다. 시니어가 해야 할 말과 삼가야 할 말을 통해 어떤 언어가 삶과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지 살펴보자.

시니어가 해야 할 말
전문가들은 시니어가 스스로에게 해야 할 말로 ‘셀프 칭찬’을 꼽았다. 살아온 삶을 스스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말이 노년기의 자존감을 지탱하는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박경희 강사는 “그동안 잘 살아왔어. 이 정도면 잘 해낸 거야. 지금까지 괜찮았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 대표적인 위로의 말이라고 얘기했다.
홍명신 대표는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과정이 곧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짚었다. 그는 “나는 누구인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부모였고 어떤 상사였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에서 인생 회고가 시작된다”며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과거의 억울함을 이해로 바꾸고, 용서하지 못했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재평가는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문을 여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타인에게 건네는 말은 더욱 조심스럽고 따뜻해야 한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될 때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역지사지의 태도는 말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바꿔준다.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과 기업 회장들의 글을 쓸 때 깨달은 ‘어른이 해야 할 말’ 네 가지를 꼽았다. △칭찬과 감사의 말 △위로와 공감의 말 △격려와 당부의 말 △긍정과 희망의 말이다. 그는 “특히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언어가 중요하다”며 “‘잘할 거야’, ‘역시 너는 달라’, ‘너를 믿어’, ‘네가 자랑스러워’ 같은 말이 관계를 살린다”고 말했다.
김숙기 원장은 가족에게는 더욱 솔직한 감정 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말”이라며 “완벽한 부모나 배우자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실수와 상처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언어가 관계를 회복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께 있어 주고, 찾아와주고, 돌봐주는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가 하지 말아야 할 말
시니어가 삼가야 할 말 또한 분명하다. 신기원 박사는 “자신의 경험만을 기준 삼아 따르라고 요구하는 말, 변화를 부정하는 표현, 비난과 추궁, 단점만 지적하는 언어, 지나친 훈계나 조언,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단정 짓는 말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말을 꺼내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상대를 먼저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홍명신 대표는 “말하기 전에 상대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자연스럽게 구분된다”며 “가족관계에서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눈짓이나 손길, 이모티콘, 그림 등 비언어적 소통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삼가야 할 말은 가장 가깝고도 어려운 관계인 가족 안에서 자주 등장한다. 김숙기 원장은 “내가 너 키우느라…”,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애는 언제 낳을 거야?”, “다른 집 자식들은 다…”, “내 말대로 안 하면 유산 없어” 같은 표현은 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를 낳고 키운 것은 부모의 선택이었지만, 이러한 말은 그 선택을 빚으로 돌려놓는다. 김 원장은 “이 말의 공통점은 통제와 비교, 죄책감 유발, 일방적인 가치관 강요, 세대 차이 무시”라며 “대부분 사랑과 걱정에서 출발했지만 표현 방식이 잘못되면 오히려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현만 달리 해도 관계의 공기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나 때는 말이야’ 대신 ‘내 경험으로는 이랬는데,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구나’, ‘내가 너 키우느라…’ 대신 ‘너를 키우면서 행복했어’, ‘결혼은 언제’ 대신 ‘네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해’라고 말해보자”고 솔루션을 제시했다.
◆3장 : 삶을 바꾸는 시니어의 말

시니어의 말, 왜 중요한가
강원국 작가는 시니어 세대의 말하기가 중요한 이유로 “나이 들수록 말이 곧 그 사람의 영향력과 평가가 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젊을 때의 말이 능력의 일부였다면, 노년의 말은 한 사람의 품격과 삶의 마지막 인상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지금의 시니어는 침묵만으로 존중받던 마지막 세대”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나이 들면 말을 아껴도 권위가 유지됐지만, 오늘날에는 말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흐릿해지기 쉽다. 시니어가 말하기를 멈추는 순간, 오랜 경험과 지혜는 단순한 ‘옛날이야기’로 박제된다.
신기원 박사는 시니어 세대가 처한 현실적 환경도 짚었다. 은퇴 이후 사회적 관계가 축소되고 노인 혐오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언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세대에게 도움이 되는 말, 희망과 긍정의 말이 관계를 원만하게 만든다”면서 “평소 상대의 장점과 가능성에 주목하고 공감하며 듣는 태도를 실천해야 한다”고 전했다.
건강한 말 습관
그렇다면 나이 들수록 어떻게 말해야 할까. 강원국 작가는 ‘진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말수가 적더라도 꼭 필요한 말을 하고, 한 말에는 책임을 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노년의 말은 속도를 늦추고 여백을 남겨야 한다며, 부정과 반박보다는 긍정과 수용의 언어가 관계를 살린다고 조언했다.
홍명신 대표는 건강한 말 습관의 기본으로 ‘듣는 태도’, 즉 경청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충분한 존중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며 “마음을 제대로 전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홍 대표는 시니어의 말과 소통을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원칙으로 △앞에서 뒤로 삶의 방향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해할 것 △‘레거시(삶의 유산)’를 찾도록 돕는 레거시 코치가 될 것 △상실의 시기인 만큼 대화 속에서 통제권 쥐어주기를 제시했다.
김숙기 원장은 대화의 방향을 ‘일방적 말하기’에서 ‘주고받는 말하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시니어일수록 자신도 모르게 설교나 훈계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질문하며 대화를 만들어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경희 강사는 말이 곧 마음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관계와 삶의 온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원망과 탓이 습관이 된 언어는 관계를 빠르게 고립으로 몰아넣는다며, “‘~때문에’, ‘~탓이야’ 대신 ‘~덕분에’라는 말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영향력은 권위가 아니라 존중에서 나온다”고 김숙기 원장이 말했다. 시니어의 언어는 한 생의 지혜와 사랑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귀한 유산이다. 그 말이 단절이 아닌 연결을, 상처가 아닌 치유를, 고립이 아닌 공동체를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참여 전문가 5인강원국 작가 저술가이자 강연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간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는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 연구원 원장 숭실대학교 외래교수이자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 가족·부부 관계를 중심으로 한 소통 솔루션을 연구·강의하는 전문가다.
박경희 마음치유 강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석·박사를 마쳤다. 인문학 기반의 마음 치유 강의를 진행하며,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기고하며 독자와 소통한 바 있다.
신기원 행정학 박사 지난해 신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정년 퇴임했으며, 이후 소통을 주제로 한 책 ‘덕마통신’을 출간했다.
홍명신 에이징커뮤니 케이션센터 대표 에이징커뮤니케이션센터 대표이사이자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겸임교수. 한국 최초의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개론서인 ‘에이징 커뮤니케이션’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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